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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화

보육원부터 대학까지 정승호는 온하나의 곁에서 늘 오빠 같은 존재였다. 맛있는 음식은 그녀에게 먼저 챙겨주고 어려운 일이 생기면 가장 먼저 달려와 도와줬다.

온하나는 여덟 살 때 온씨 집안으로 입양됐는데 당시 정승호는 이미 열 살이었고 입양이 어려워 보육원에서 자랐다.

보육원의 형편이 좋지 않아 정승호는 중학교를 졸업한 후 보육원에서 키워야 할 아이들이 열댓 명이나 되어 그의 학비를 감당할 수 없었다.

그는 원장 어머니를 힘들게 하고 싶지 않아 선뜻 나서서 학업을 포기했고 2년 동안 보육원에서 원장을 도와 어린아이들을 돌보면서 식당에서 설거지와 식재료 다듬기 등의 일을 도우며 돈을 모아 온하나에게 몰래 건네기도 했다.

그가 17살이 되던 해, 어느 날 갑자기 한 친절한 분이 원장에게 연락해 그를 후원하겠다면서 온하나와 같은 학교에 진학하고 싶다는 소원을 이뤄주기도 했다.

정승호는 후원해 준 사람이 없었다면 지금의 자신은 없었을 것이라며 후원해 준 그분께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배불리 먹고 나니 온하나의 얼굴엔 무기력함이 드러났다.

시간이 늦었는데 신비 캐슬로 돌아가는 것 외에는 달리 갈 곳이 없었다.

“무슨 생각해? 조금 전까지 그렇게 잘 놀다가 왜 갑자기 우울해진 거야?”

정승호는 온하나의 기분을 알아차렸다. 함께 자랐으니 그보다 온하나를 잘 아는 사람은 없었다.

온하나는 웃으며 말했다.

“아니야, 아무 생각도 안 해. 시간이 늦어서 이만 가서 쉬어야 할 것 같아.”

“내가 마련한 집으로 갈래? 여기서 멀지도 않고 병원이랑도 가까워.”

조수연은 정승호가 온하나를 위해 집을 준비했다는 말을 듣고 부러운 표정을 지었다.

“승호 오빠, 진짜 잘해준다. 우리 하나 지금 딱 집이 필요하거든.”

정승호가 온하나를 바라보았지만 온하나의 얼굴에는 기쁜 기색 보이지 않았다.

온하나는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시선을 들며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

“아니야, 마음만 받을게.”

어젯밤 차우빈이 이미 모진 말을 들었는데 이혼을 앞두고 더 이상 오해를 사게 하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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