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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화

“뭘 멍청하게 쳐다봐?”

짜증스러운 목소리에 온하나는 다시 정신을 차렸다.

두 사람 모두 말을 하지 않은 채 차는 한참을 달렸고 차우빈은 똑바로 앉아 약지에 낀 결혼반지를 계속 만지작거렸다.

차가 교외로 들어서면서 요란하게 흔들렸고 온하나는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자꾸만 옆으로 몸이 쏠렸다.

무의식적으로 몸을 지탱해 줄 무언가를 잡으려고 손으로 차 시트를 더듬거리는데 차우빈은 한심한 그녀의 모습에 손을 들어 그녀의 어깨를 잡고 안으며 자신의 품에 기대게 했다.

옅은 담배 냄새와 상쾌한 풀냄새가 섞인 익숙한 체취였다.

“멍청하긴.”

차우빈의 나무라는 말에 온하나는 차우빈과 처음 차를 같이 탔을 때를 떠올렸다.

작고 마른 몸이 차가 급정거하거나 방향을 틀면 온하나의 몸도 말을 듣지 않고 쓰러졌다.

그때도 차우빈이 먼저 이렇게 안아줬는데 두 사람이 가까이 밀착한 것도 그게 처음이었다.

온하나는 시선을 들어 여전히 자신이 좋아하는 모습을 하고 있는 남자를 바라보았지만 안타깝게도 그의 마음속에는 더 이상 그녀가 없었다.

차우빈은 온하나가 집에 두고 온 결혼반지를 주머니에서 꺼내 그녀의 손에 끼워주었다.

시선을 내려 손에 있는 반지를 보던 온하나는 심장이 저릿했다.

온하나가 직접 그린 그림을 차우빈이 디자이너에게 의뢰해 다듬고 주문 제작한 결혼반지는 세상에 단 하나뿐인 반지였고 가격도 당연히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였다.

그녀의 반지는 라일락꽃 모양에 다이아몬드가 하트 모양으로 박혀 있었고 차우빈의 것은 라일락 매듭과 꽃이 얽혀 있는 형태였다.

온하나는 손에 낀 반지를 바라보며 눈시울이 촉촉해졌고 시선을 돌려 차우빈의 약지에 있는 반지를 보자 가슴이 무언가에 눌린 듯 답답하고 아픈 느낌이 들었다.

이때 그녀를 안고 있던 남자가 손을 놓으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할머니 수술 받으시고 몸 안 좋으니까 자극받으면 안 돼. 말 가려서 해.”

온하나는 입술을 깨물며 자조적으로 웃었다. 괜히 감동했지. 그는 여전히 그녀를 미워하고 증오했고 2년이 지나도 그건 바뀌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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