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17화

차우빈은 얼굴을 찡그리며 한 손으로 위를 꾹 눌렀다.

“온하나, 내가 착한 사람으로 보여?”

“차우빈, 경고하는데 우리 둘 사이에 내 가족을 끌어들이지 마. 나한테도 넘지 말아야 할 선이라는 게 있어. 하루 종일 옆에 데리고 다니면서 명분도 안 주는 건 너무 쓰레기 짓 아니야?”

온하나는 겉으로 감정을 드러내는 사람이 아니었고 가족과의 관계도 늘 소원했지만 그렇다고 가족을 신경 쓰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온씨 집안은 온하나에게 이타적인 사랑을 베풀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온하나에게 온전한 집과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운명을 바꿀 수 있게 해줬다.

특히 온대훈은 나희경 몰래 그녀에게 애정을 베풀어 주었고 그것만으로도 온하나는 감사할 따름이었다.

차우빈의 창백한 얼굴에 장난스러운 웃음이 번졌다.

“질투가 나면 대놓고 말해도 돼.”

온하나는 기가 막혔다.

“허, 차 대표님 본인을 참 과대평가하시네. 나보고 매정한 사람이라며.”

차우빈은 늘 자기 앞에서는 상냥하고 다정하고 작은 걸로도 기뻐하던 사람이 이제는 위협을 받은 복어처럼 굴자 화가 났지만 두통과 함께 속이 타는 듯한 느낌이 들어 말투가 조금 부드러워졌다.

“머리 아프니까 화나게 하지 마. 위 아파, 약 가져다줘.”

“난 너 챙겨줄 의무 없으니까 가서 도우미한테 말해.”

온하나가 막 돌아서서 나가려는데 양지원의 나긋한 목소리가 다급한 발걸음과 함께 들려왔다.

“오빠, 좀 괜찮아?”

낮에 있었던 모임에서 술을 많이 마신 탓에 떠날 때 조금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던 차우빈의 모습을 본 양지원은 기억하고 있다가 숙취해소제를 들고 부랴부랴 찾아왔다.

“숙취해소제 사 왔어.”

온하나는 그 목소리에 다시 뒤돌아가 차우빈 옆에 누워 몸을 기대었다.

그녀는 손을 들어 그의 가슴 위에서 부드럽게 움직이며 살짝 올라가 눈꼬리가 사람을 낚으려는 갈고리 같았다.

차우빈은 그녀의 의도를 알아차렸지만 순간 그녀의 매혹적인 미소와 은근한 눈빛에 멈칫했다.

온하나가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건 드물었다. 금방 결혼했을 때 서로 잘 알지 못
Locked Chapter
Continue to read this book on the APP

Related chapters

Latest chapter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