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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화

허이서는 누군가에게 밀쳐져 찬물에 빠진 것처럼 머리가 띵해졌다.

“조서희 씨랑 사이좋으시면서...”

여도준은 허이서의 허리 위에 올린 손을 움직이며 물었다.

“여기 오래 있으면 어머님이 올라오실까?”

“당연하죠.”

“우리 처음 할 때 얼마나 걸렸는지 세봤어?”

변태도 아니고 그걸 세볼 리가 없었던 허이서는 허리를 짓누르던 여도준의 손이 사라지자 재빨리 몸을 일으켰지만 여도준은 듣고자 하는 말이 있는 사람처럼 물었다.

“어차피 금방 끝날 건데, 뭘 그렇게 무서워해?”

“누가 금방이래요, 굳이 자기비하는 하지 마세요.”

뒤끝이 길었던 여도준은 그날 허이서가 다른 사람들 앞에서 저에 대해 그렇게 말하는 걸 듣고 같은 말을 반복해보았지만 허이서는 그 일을 까맣게 잊은 듯했다.

허이서는 어릴 때부터 오냐오냐 자라온 여도준 같은 사람은 이런 자존심에 스크래치 나는 말은 절대 못 참는 걸 알고 입에 발린 소리를 해주었다.

“감히 여도준 씨한테 그런 말 할 사람 없는 거 알잖아요, 물론 나도 포함이고요.”

그 말에 여도준은 어이없다는 듯한 웃음을 터뜨렸다.

그런데 그때 기다리다 못한 조서희가 여도준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조서희는 불이 켜진 지 얼마 되지도 않은 허이서의 방을 바라보며 물었다.

“왜 아직도 안 내려와?”

“갈게 금방.”

“나 허리 아파, 빨리 와.”

조서희의 전화를 받은 여도준은 곧바로 방에서 나왔고 배윤주는 가려는 여도준을 보고 다급히 무언가를 챙기기 시작했다.

“벌써 가게요? 좀 더 있다 가시지.”

하지만 여도준은 배윤주에게 인사도 없이 현관을 향해 걸어갔다.

허이서가 방에서 나올 때 배윤주는 이미 검은 비닐봉지를 여도준 손에 쥐여주고 있었다.

“친척이 준 유정란인데 여기에선 사기 힘들 거니까 들고 가요.”

하지만 여도준이 그걸 받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 허이서는 엄마가 그 앞에서 고개 숙이는 꼴을 보고 싶지 않아 성치도 않은 다리를 끌고 가서 말했다.

“됐어, 엄마. 이런 거 안 챙겨도 돼.”

하지만 배윤주는 허이서의 손을 뿌리치며 말했다.

“다른 걸 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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