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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화

거래를 먼저 제안한 것도 여도준이었고 이 관계에서 절대적인 갑인 그가 거래를 끝내겠다면 허이서도 할 말은 없었다.

하지만 약은 허승아의 생명과도 같았기에 허이서는 포기할 수도 없었다.

“안돼요 도련님!”

그러자 여도준이 코웃음을 치며 물어왔다.

“왜 안돼?”

“약 없으면 제 동생 죽어요, 걔가 죽으면 저는...”

여도준이 그런 허이서의 말을 끊으며 되물었다.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지?”

사실 여도준과 허이서는 잠을 몇 번 자본 게 전부였고 조서희가 깨어난 이상 자신이 이렇게 버려질 거라는 건 늘 예상해왔던 일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약은 다른 문제였기에 허이서는 여도준이 전화를 끊기라도 할까 봐 다급하게 말했다.

“설마 전에 제가 서희 씨 자극한 일 때문에 그러시는 거예요? 그거라면 제가 당장 가서 사과할게요. 서희 씨 화를 풀어줄 수만 있다면 뭐든 다 할게요.”

여도준은 떨리는 목소리로 내뱉는 제대로 끝맺지도 못한 허이서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었다.

“도련님, 제발요... 약은 안돼요...”

대답을 듣지 못한 허이서는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점점 더 무거워지는 한숨 소리에 같은 말만 반복하고 있었다.

“제발 도와주세요 도련님...”

누구한테나 똑같이 냉정했던 여도준이기에 허이서의 저런 애원은 그의 마음을 돌리지 못하는 게 정상이었다.

하지만 여도준은 어쩐지 그녀가 불쌍하게 느껴졌다.

“그만해, 시작이 있으면 끝도 있는 법이야.”

하지만 보심단의 효과를 제대로 본 허이서는 이렇게 유일한 기회가 눈앞에서 떠나가는 걸 보고 있을 수만은 없었기에 이를 악물며 말했다.

“서희 씨 몸 안 좋다고 나중에도 부르면 바로 오라고 하셨잖아요.”

허이서는 체면이나 자존심 따위를 제 발로 짓밟는 마음으로 이 말을 내뱉었다.

정말 온몸의 가죽이 뜯겨나갈 듯 아파왔지만 이 말을 할 수밖에 없는 저 자신이 너무나도 초라해 보였다.

여도준은 담배를 태우며 가소로운 듯 웃고는 말했다.

“싫다며?”

“약만 주시면...”

“난 이제 너한테 관심 없어.”

허이서가 가쁜 숨을 몰아쉬자 여도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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