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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화

“신으세요.”

신발을 내어주던 김숙희는 오목조목 예쁘게 생긴 허이서의 얼굴을 찬찬히 들여다보았다.

워낙 체구가 작은 조서희는 발도 작았기에 허이서는 발을 몇 번이나 다시 구겨 넣어서야 겨우 그 신발을 신을 수 있게 되었다.

평소 신던 사이즈보다 두 사이즈는 더 작은 거라서 아직 걷지도 않았는데 발이 아파왔다.

그때 조서희가 생글생글 웃으며 말을 걸어왔다.

“도준 씨 보러 온 거죠? 근데 어쩌죠, 아직 집에 안 왔는데.”

“도련님이 아니라 보심단 때문에 온 거예요.”

“도준 씨한테 들어보니까 동생이 많이 아픈 것 같던데, 약 안 먹으면 죽을 수도 있다죠?”

허이서는 몇 번이나 죽음의 문턱에서 돌아온 동생을 떠올리며 답했다.

“네, 그래서 서희 씨한테 이렇게 부탁하러 왔어요. 약 몇 통이라도 먼저 주시면 안 될까요?”

“어제 물어보니까 아직 시장에 풀리는 시간이 정확히는 안 나왔다고 하더라고요. 병원에만 들어가면 비싸지도 않으니까 괜찮을 텐데.”

허이서가 괴로워하는 걸 보고 싶었던 조서희는 일부러 유감스럽다는 듯 말했다.

“지금 못 사는데 유감이긴 하네요.”

조서희는 약 때문에 몸까지 파는 허이서를 더럽다고만 여기고 있었다.

도대체 여도준이 뭘 보고 이런 애랑 잔 건지도 의문이었다.

그때 문을 열러 나가던 김숙희가 밖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조서희를 향해 말했다.

“도련님 오셨어요.”

그에 환한 웃음을 짓던 조서희가 허이서를 보며 말했다.

“좀 비키죠? 도준 씨가 들어와서 처음 보는 얼굴이 이서 씨이길 바라는 거예요?”

그 말에 허이서는 옆으로 비켜섰고 집으로 들어온 여도준은 허이서를 봤음에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는 듯 그녀를 지나쳐 바로 조서희가 앉아있는 휠체어 곁으로 다가갔다.

“어때, 오늘은 좀 즐거웠어?”

그 말에 허이서의 눈동자가 살짝 흔들렸다.

마치 저 자신이 조서희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한 장난감처럼 느껴지기도 했지만 이렇게라도 해서 조서희가 즐거워지고 그래서 약을 받을 수만 있다면 허이서는 무슨 짓이든 다 할 수 있었다.

“도준 씨가 없어서 오늘도 별로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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