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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화

그 말에 살까지 떨려왔지만 허이서는 종이를 받아들고 시선은 앞으로 향한 채 손만 그곳을 향해 뻗었다.

“어딜 닦는 거야?”

그런 허이서의 행동에 만족을 못 한 여도준이 차갑게 말하자 허이서는 입술을 꾹 다물다가 종이로는 잘 닦이지 않을 것 같아 결국 입을 열었다.

“어차피 가서 씻어야 하잖아요.”

“그럼 여기서 씻지 뭐.”

그 말에 머리가 아파온 허이서가 말했다.

“우리 집 화장실 안 좋아요, 뜨거운 물도 잘 안 나오고요.”

그에 여도준은 허이서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손으로 닦는 게 싫으면 다른 데로 닦아도 되는데.”

어쩔 수 없이 잔여물들을 말끔히 닦아낸 허이서는 여도준이 가기만을 기다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무언가 마찰하는 소리가 들려왔는데 아마도 여도준이 벨트를 매는 중인 것 같았다.

그에 고개를 들어본 허이서는 순간적으로 눈빛에 혐오를 드러냈다.

그 모습에 여도준은 저도 가만있는데 먼저 더럽다는 듯 저를 바라보는 허이서에 어이가 없어졌다.

“도련님, 밑에서 기다리는 사람 없어요?”

앞으로 걸어가는 여도준에 허이서는 그가 가는 줄로만 알았는데 여도준이 다시 몸을 돌려버렸다.

“여기가 네 방이야?”

“네, 그런데 방이 두 개라서 동생이랑 같이 써요.”

어릴 때부터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여도준은 이 나이 먹도록 온전한 방 하나도 없고 침대마저 나누어 쓰는 허이서의 처지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는 허이서가 직접 접어 붙인 것 같은 종이학들을 보며 말했다.

“저런 거 접으면서 소원 비는 거 쓸모가 있긴 한 거야?”

다리도 불편한데 아직도 안가는 여도준이 귀찮아진 허이서는 대충 그의 말에 대꾸해주었다.

“소용없어요, 그래서 지금은 안 접어요. 이것도 다 도련님 덕분이네요.”

지금의 여도준은 아까처럼 분노에 차 있어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평온한 것도 아니었다.

“넌 어느 쪽에서 자?”

“밖에서요.”

침대를 보며 대답하던 허이서는 곧바로 여도준에 의해 침대에 눌러앉게 됐고 그에게 밀려 침대 안쪽까지 밀려났다.

같이 침대에 누워버린 여도준은 허이서를 제 쪽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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