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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화

하지만 점점 희미해져 가는 발걸음 소리에 김숙희도 그를 부르길 포기했다.

그날 밤, 집으로 돌아온 허이서는 씻고 나서 배윤주와 집 앞 마트에 가보기로 했는데 아직도 따끔거리는 발에 간단히 처치를 하고 밴드를 붙여두었다.

그때 갑자기 울리는 초인종에 배윤주는 방에서 뛰어나가며 소리쳤다.

“누구세요?”

문을 열어본 허이서는 아직 불이 켜지지 않은 복도에 커다란 검은 인영 하나가 서 있는 걸 보고 갑자기 숨이 막혀와 바로 문을 닫으려 했지만 여도준은 알아서 문을 밀고 안으로 들어왔다.

“도련님이 여긴 어떻게 오셨어요?”

대답하지 않아도 낮에 일에 대해 따지러 온 걸 알기에 문을 세게 밀치는 여도준을 본 허이서는 바로 고개를 숙이며 사과를 했다.

“낮에 일은 죄송합니다.”

여도준이 가까이 다가올수록 화난 듯 불안정한 그의 호흡이 너무 잘 느껴져서 허이서는 아무 말도 못 하고 그의 손에 이끌려 방으로 들어갔다.

몇 년 동안 한 잠옷만 입고 있던 탓에 목이 다 늘어나 버린 잠옷은 허이서의 어깨를 한쪽밖에 가리지 못했고 여도준은 드러난 어깨를 잡고 그녀를 침대에 눕혔다.

“나랑 잤다는 얘기를 다른 사람들한테 잘만 하고 다니네. 그럼 네가 뭐라도 된 것 같아서 기분이 좋은 거야?”

힘겹게 몸을 지탱하며 이런 모욕적인 말을 듣고 있던 허이서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대꾸했다.

“저는 그냥 송은호랑 깨끗하게 정리하려고 한 얘기였어요.”

“깨끗?”

여도준은 허이서를 발가벗겨버릴 듯 노려보며 말했다.

“잠까지 잔 사이가 깨끗하다고 할 수 있나?”

잠을 잤으니까 송은호가 그런 질문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 여도준은 허이서를 다그쳤다.

“조서희 씨가 거지 있는지는 저도 정말 몰랐어요.”

여도준은 자매가 같이 자는 건지 이불이 두 개나 깔려있는 크지도 작지도 않은 침대를 보며 말했다.

“허이서, 내 앞에서 가식 떨지 마.”

“너 전에도 송은호한테 비슷한 말 했었잖아. 아픈 걸 다 잊은 거야 아니면 원래 그렇게 말귀를 못 알아듣는 거야?”

지금은 허이서 하는 말마다 모두 계산된 걸로 들리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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