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31화

허이서는 고민도 변명도 하지 않고 바로 신발을 벗어 손에 들었다.

그녀와 조서희가 신은 신발은 겉모습은 같았지만 황정아는 그것이 명품을 본뜬 건지도 모르고 그냥 예뻐 보여서 산 것 뿐이었다.

그에 조서희는 많이 억울한 듯한 말투로 물었다.

“이서 씨는 그거 어디서 샀어요?”

“친구가 준 건데 제 건 아가씨 거랑 달라요, 정품은 아니에요.”

“보기보다 허영심이 있네요. 그래도 가짜가 싸긴 하죠. 허이서 씨가 받은 1억으로는 그런 신발 몇 켤레 사는 것도 힘들 테니까요.”

허이서는 신발을 등 뒤로 숨기며 남들 앞에서 발가벗겨지는 것 같은 수치심에 고개를 떨구었다.

허이서의 심장이 얼마나 갈기갈기 찢기고 있는지 그들은 알려 하지도 않았고 관심조차도 없었다.

그저 다들 차가운 눈으로 허이서의 자존심을 짓밟으며 그녀의 초라한 모습을 방관할 뿐이었다.

송은호가 그렇게 몰아붙이지만 않았어도 하지 않았을 말들인데, 결국 그도 자신을 초라하게 만들려는 사람들 중 하나인 것 같았다.

그때 조서희가 갑자기 심장을 부여잡자 여도준이 그녀를 가까이 끌어당기며 물었다.

“왜 그래?”

“가슴이 너무 답답해.”

이 작은 방안에 사람들이 가득 차 있으니 얼굴이 창백해진 조서희가 늘 자신을 힘들게 하는 허이서를 한번 쳐다보고는 여도준의 옷깃을 잡으며 물었다.

“허이서 씨 일부러 이런 거지? 이게 어떻게 우연이야. 그냥 나 들으라고 한 말이잖아.”

“저는 그저 여기 선약이 있어서...”

허이서 입을 열어 해명하려 했지만 지금은 그딴 말을 듣고 싶지 않았던 여도준이 그녀와 송은호를 보며 말했다.

“나가.”

송은호가 먼저 나갔고 그 뒤를 따라가던 허이서는 갑자기 발끝에서 전해지는 따끔한 느낌에 걸음을 멈추었지만 그곳에 더 있을 수는 없어 까치발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여도준은 까치발을 든 허이서의 발밑에서 피가 흘러나오고 그것들이 바닥에 빨간 자국을 남기는 것까지 다 지켜보았다.

우여곡절 끝에 방에서 나온 허이서는 문을 닫아주고 제 발에 박혀있던 유리 조각을 빼내고는 아픈 발을 다시 하이힐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