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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화

“그깟 약 몇 통 때문에 그놈 손에 놀아난 거야?”

송은호는 화를 내며 지팡이를 짚고 허이서 앞까지 걸어갔지만 허이서는 실망스러운 표정으로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나 좀 그만 괴롭혀, 넌 집안도 좋고 배경도 좋으니까 나보다 더 좋은 사람 만날 수 있을 거야.”

허이서는 말을 마치고 나가려 했지만 송은호는 그녀를 이렇게 보내줄 생각이 없었기에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물었다.

“그럼 이거 하나만 말해줘, 나랑 여도준 중에 누구랑 하는 게 더 좋아? 누가 널 더 흥분시켰어?”

송은호와 허이서는 자본 적도 없는데 일부러 모욕적인 말을 하는 그에 허이서 화내려던 찰나 송은호가 얼굴을 가까이 들이대며 말했다.

“나도 너랑 해보고 싶어 지금.”

송은호를 힘껏 밀어낸 허이서가 원래 하려던 말도 삼켜내자 송은호가 다시 입을 열었다.

“여도준 탐내 봐야 좋을 거 없다고 내가 얘기했잖아, 여도준한테는 조서희가 있어. 근데 네가 눈에 들어오겠어?”

한편 옆방에서는 여도준이 연어를 다시 집어 조서희의 앞접시에 올려놨지만 조서희는 눈에 눈물을 가득 매단 채 손을 떨고 있었다.

여도준은 그녀를 데리고 나가려 했지만 여기까지 들었는데 그냥 갈 수 없었던 조서희는 여도준의 팔을 눌렀다.

송은호가 이만 자신을 놔주길 바랐던 허이서는 자신의 밑바닥까지 보여주면 그도 정을 뗄 것 같아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

“송은호, 나랑 도련님이 같이 잔 건 맞아, 그리고 1년 전에도 난 내 발로 도련님을 찾아갔었어. 그러니까 더 이상 나 좋아하지 마.”

사귈 때는 자기는커녕 몸에 손도 못 대게 했던 허이서였는데 그런 그녀가 1년 전에 여도준과 잤다는 말에 송은호는 어이가 없었다.

“허이서!”

어차피 들춰낸 상처 그냥 한 번에 터뜨리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 허이서는 자신의 마음이 피투성이가 되는 건 상관없다는 듯 말했다.

“도련님 잘하셔, 그분이랑 자는 거 나는 손해 볼 것도 없는 일이었어.”

송은호는 허이서를 벽 쪽으로 힘껏 밀쳤는데 그 벽이 하필 두 방 사이를 가른 병풍 같은 거라서 부딪치면서 틈이 생겨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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