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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화

하지만 허이서는 발걸음을 멈추지 않고 계속 앞으로 걸어 나갔다.

“그럼 오정식을 다시 너희 집으로 보내서 네 동생 제대로 놀라게 해줄까? 그래야 내 말을 믿겠어?”

여도준의 말에 주먹을 꽉 쥔 탓에 허이서는 손가락이 아닌 손등이 아파왔다.

“죄송해요 도련님, 저 대신 제 가족들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

침대에서 내려온 여도준은 차가운 밤바람이 창문 틈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만들어낸 습한 공기를 가로 지나 허이서에게로 다가갔다.

“성격은 언제 이렇게 변한 거야? 전에는 나한테 달라붙지 못해서 안달 난 사람처럼 굴더니, 이젠 그런 가식 떨 필요도 없어진 거야?”

“사람이면 누구나 존엄이라는 게 있어요. 내가 도련님한테 빌었던 건 살기 위해서였어요. 그런 날 모른 척한 건 도련님이시고요, 날 돕지 않겠다는 사람한테 더 애원할 필요는 없죠.”

여도준은 생각보다 현실적인 허이서를 보며 말했다.

“양심이란 건 없나 봐? 어제 오정식한테서 널 구해준 게 난데.”

여도준의 말에도 허이서는 고개를 숙이고 그를 쳐다보지 않았다.

어차피 도와줄 거면서 왜 그 수모를 다 당한 뒤에야 손을 내민 것인지, 자신이 절망하는 꼴을 보며 즐거웠던 건지 어이가 없어서 고맙다는 말도 나오지 않았다.

여도준은 그런 허이서의 어깨를 잡고 돌려세우며 그녀가 완전히 자신을 등지게 한 뒤 팔로 그녀를 목을 끌어안았다.

그렇게 여도준의 품에 안긴 허이서는 벗어나려 몸부림쳤지만 그럴수록 여도준은 더욱더 힘을 주어 그녀를 안았다.

“녹음만으로는 오정식 벌 받게 할 수 없어. 더 확실한 증거가 있어야 해.”

“알아요, 그건 경찰들이 조사할 거예요.”

여도준은 엄지손가락으로 도드라진 허이서의 쇄골을 짓누르며 말했다.

“오정식이 밖에 있는 한 너와 네 가족들은 항상 위험에 노출되어있는 거나 마찬가지야. 내가 지금 바로 감옥에 보내줄게.”

“그 조건은 뭐에요?”

“어제 나한테 아빠라고 부른 걸로 값은 이미 다 치렀어.”

그 말에 깜짝 놀란 허이서가 고개를 돌리자 워낙 가까웠던 거리 탓에 둘의 입술이 부딪혀버렸고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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