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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화

둘이 분위기도 좋지 않은데 왜 자꾸 그녀를 끌어들이는 걸까?

허이서가 위층으로 올라가려는데 여도준이 계속 따라가려고 했다.

“이젠 괜찮으니 이만 돌아가요.”

남자는 그녀의 말에 대꾸할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복도는 아주 좁았고 여도준은 그녀의 뒤를 따랐다. 허이서는 빨리 걸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2층에 도착했을 때 전등이 고장 나서 주위가 어두컴컴했다. 허이서는 그가 넘어지기라도 할까 봐 휴대전화 손전등을 켜주었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여도준은 발이 걸렸고 허이서는 등에 뭔가 무거운 걸 업은 느낌이 들면서 그대로 넘어져 바닥에 무릎을 꿇게 되었다.

여도준이 입을 열기도 전에 허이서는 후다닥 일어났다.

“여도준 씨, 괜찮아요?”

약을 주는 소중한 사람이니 떠받들어야 했다. 혹시라도 넘어져서 상처라도 난다면 큰일이었다.

여도준은 기분이 좋지 않은 듯했다.

“이딴 곳에 사람이 살 수가 있는 거야?”

허이서는 손바닥이 화끈거렸고 두 무릎도 아팠다.

“남회시에는 별장과 화려하게 꾸며진 오피스텔만 있는 게 아니에요.”

허이서의 걸음걸이는 부자연스러웠다. 계단을 하나 오를 때마다 상처가 벌어져서 아픈 탓이었다.

집 문 앞에 도착해서 열쇠를 꺼내는데 여도준은 여전히 뒤에 서 있었다.

“저 도착했어요.”

“문 열어.”

허이서는 순간 목덜미가 뻐근해졌다. 설마 집 안까지 들어오려는 걸까?

“엄마랑 동생 다 있어요.”

여도준의 커다란 몸이 뒤에 있어서 압박감이 느껴졌다. 그가 손을 들어 벨을 누르려고 하자 허이서는 허둥지둥 열쇠를 꽂았다.

문을 열기도 전에 안에서 허승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언니, 왔어?”

힘없는 목소리가 아니라 청아하고 맑은 목소리였다. 그 약은 확실히 효과가 있는 듯했다. 몇 걸음 다가온 허승아는 안으로 들어온 여도준을 보고 잠깐 당황하더니 곧이어 흥분한 얼굴로 주방을 향해 외쳤다.

“엄마, 언니가 남자 친구를 데리고 왔어.”

주방에서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났다. 주방에서 나온 배윤주는 허이서가 허승아에게 설명하는 모습을 보았다.

“그런 거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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