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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일어선 희영은 들어오는 사람을 보고 깜짝 놀랐다.

“희영 씨, 또 만나게 되었네요.”

카페에서 우연히 만났던 서준이 흰 가운을 입고 금테 안경을 쓰니 더욱 품위 있고 온화해 보였다.

희영은 놀란 기색을 보인 후 미소 지으며 수화를 했다.

“한 선생님, 반가워요.”

서준은 새로 가져온 책을 책꽂이에 놓고, 마치 오랜 친구를 만난 듯 편안한 모습으로 허리를 펴며 희영의 맞은편에 앉았다.

“희영 씨, 앉으세요. 우선은 자유롭게 이야기해요.”

정말로 자유로운 대화였다.

한 시간이 넘게 흘렀지만, 서준은 치료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하지 않았다. 결국 희영이 먼저 입을 열었다.

“희영 씨, 정말 결정을 내리신 건가요? 치료 과정에서는 과거의 상처를 드러내고 그 안의 썩은 부분을 하나하나 제거해 나가야 합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리 유쾌한 과정은 아니지만, 제가 가능한 한 고통을 줄여드리겠습니다.”

서준은 부드럽고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희영은 속으로 생각했다.

‘젊은 나이에 이렇게 인정받는 전문가가 된 이유가 있구나. 하는 말만 들어도 치유받는 느낌이 드는 것 같아.’

“결심했어요.”

희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확신했다.

“잘하셨어요.”

서준은 아이를 달래듯 미소를 지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결정을 내리기만 하면, 치료의 반은 성공한 셈이에요.”

어릴 적 상처를 치유하려면, 치료의 결단과 의지가 후속 심리치료보다 훨씬 중요하다. 희영은 생각을 정리한 후, 다시 물었다.

“한 선생님, 정말 제가 다시 말을 할 수 있을까요?”

“물론입니다. 희영 씨는 말하기를 거부하고 있을 뿐이지, 못하는 건 아니에요.”

서준은 격려하는 눈빛으로 말했다.

“절 믿을 뿐만 아니라 희영 씨 자신도 믿으세요.”

희영은 서준의 눈을 마주보았다. 그의 눈빛에는 에너지가 잔뜩 담겨 있었다.

희영은 가볍게 웃은 뒤 고개를 끄덕였다.

“최근에 한가하신가요?”

또 다시 방금 전의 자유로운 대화 분위기로 돌아갔다.

“네.”

은퇴했기에 한가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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