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잘 어울리는 한 쌍이었는데, 주아 씨의 언니가 갑자기 끼어들어 집안의 어르신들에게 부탁해서 두 사람을 갈라놓은 거예요! 결국 유 대표는 언니랑 결혼하게 됐고, 주아 씨는 외국으로 쫓겨났어요!][정말 뻔뻔한 여자네! 유 대표는 그 여자를 엄청 싫어했다던데. 결혼한 3년 동안 손대본 적조차 없다고 들었어!][자기 것이 아닌 걸 빼앗아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어? 유 대표는 자리를 되찾자마자 첫사랑에게 다시 가버렸잖아!]대부분의 사람들은 기현과 주아를 응원하며 희영을 비난하고 있었다. 그리고 또 누군가는 악의적으로 보정한 희영의 사진을 공개했다. 그 밑에는 주아의 사진이 게시되어 있었고, 한쪽은 기괴할 정도로 못생겼으며 다른 한쪽은 청순하고 아름다웠다. 모두가 희영이 못생겼을 뿐 아니라 동생을 괴롭히는 나쁜 여자라고 생각했다. 네티즌들의 비난은 계속해서 이어졌다.그때 한 유명인이 폭로글을 올렸다. [유 대표가 왜 급히 이혼했는지 아시나요? 허주아가 임신을 했기 때문이에요. 두 사람이 함께 산부인과에 나타난 걸 목격한 분들이 있다네요.]글은 곧 삭제되었지만, 이미 많은 사람들이 보게 되었다. 순식간에 논란이 다시 커졌고, 기현과 주아에 관한 폭로였음에도 불구하고 희영의 이름이 인기 검색어에 올라갔다....소란이 커져가고 있었을 때, 기현과 주아는 친구 아기의 돌잔치에 참석하고 있었다. 구한결은 기현의 친구로 부동산 회사의 후계자였다. 귀여운 외모와 달리 그는 늘 사고를 일으켰다. 모두가 기현을 두려워했지만, 한결은 그런 기현을 두려워하지 않았다.“형, 진짜 이혼했어?” 한결은 천연덕스럽게 물었다.“응.” 기현은 냉정하게 대답했다. 주아는 그 옆에서 수줍어하며 고개를 숙였다.한결은 그녀를 힐끗 쳐다보며 말했다. “그래도 허희영이 실시간 검색어에 오를 필요는 없잖아?”기현은 연예계의 소문에 관심이 없었다. 그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물었다. “실시간 검색어?”“누군가가 예전 일들을 적어 인터넷에 올린 것 같아요. 오빠와 제가 결
주변은 점차 조용해졌다. 사람들은 서로 눈치를 보며 기현을 조심스럽게 바라보았다. 방금 말을 꺼냈던 사람은 얼굴이 창백해져, 기현이 왜 갑자기 화를 냈는지 알 수 없었기에 자신에게 불똥이 튈까 봐 걱정했다.“마시긴 뭘 마셔!” 기현이 짜증스럽게 한마디 했다.연회장 안은 바늘 떨어지는 소리조차 들릴 만큼 고요해졌다. 기현이 침울한 표정으로 떠나자 사람들은 작은 목소리로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설마 우리가 벙어리 나쁜 말 해서 화난 건가?” “그럴 리가 없잖아. 모두 유 대표가 벙어리를 싫어한다는 걸 알고 있잖아. 안 그러면 결혼한 지 3년 동안 한 번이라도 우리한테 소개해줬겠지.” “맞아, 기현이 형이 왜 그 여자 때문에 화를 내겠어?” “그 여자가 신경 쓰였다면, 이혼조차 안 했겠지!” 주아는 이 모든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고 있었다. 그녀는 테이블 아래에서 주먹을 쥐었고, 긴 손톱이 살을 깊게 파고들었다. 다른 사람들은 의심하고 있었지만, 그녀는 확신했다. 기현이 화를 낸 것은 분명 희영 때문이었다.‘그럴 리가 없어! 기현 오빠 스스로도 허희영한테 관심 없다고 말했잖아!’“주아야...” 그때 누군가가 그녀를 부르며 다가왔다. 주아는 빠르게 감정을 다스리며 자리에서 일어나 기현을 대신해 모두에게 사과했다. “여러분, 오해하지 마세요. 기현 오빠는 오늘 기분이 안 좋아서 그런 거지, 여러분에게 화를 낸 건 아니에요.” “내가 말했잖아, 주아와 화해했으니 벙어리 때문일 리가 없지...” 사람들은 다시 왁자지껄 얘기를 나누었다. 한결은 그들의 비열한 모습이 역겨웠기에 두 손을 주머니에 넣고 일어나 자리를 떴다. 작년에 기현에게 사고가 생겼을 때, 한결이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했었다. 그는 희영이가 기현을 보호하는 모습을 직접 보았다. 작고 연약한 그녀는 온몸이 피투성이였지만, 오직 기현만을 생각하고 있었다. 희영은 기현이 안전하다는 것을 확인한 후에야 의식을 잃었다. 한결은 늘 희영을 못마땅해 했었지만, 그 이후로 더 이상 희
“형, 왜 그렇게 화를 낸 거야?” 한결이 뒤에서 스포츠카 열쇠를 흔들며 장난스럽게 물었다. “방금 안에서 사람들 이야기하는 걸 들었는데, 다들 형이 허주아를 달래주기 위해 한 일이라고 떠들더라고. 나도 하마터면 믿을 뻔했어.”“헛소리 하지 마.” 기현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난 주아와 그런 사이가 아니고, 뱃속의 아이도 내 아이가 아니야.”한결은 전혀 놀라지 않았다. “하지만 다들 두 사람이 만나는 사이라고 생각하고 있어. 허주아 뱃속의 아이도 형의 아이라고 확신하고 있던데?” 한결이 기현을 힐끗 쳐다보며 말했다. “근데 형 아이가 아니라는 걸 허희영이 알고 있을까?”기현은 차가운 표정으로 대답하지 않았다. 한결은 단번에 알아차렸다. “형, 나랑 내기 할래?” 기현은 의아해하며 한결을 경계하는 시선으로 쳐다보았다. 한결은 나이가 어린 데다가 경솔한 행동을 자주 보이곤 했지만, 기현은 그가 무서운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한결은 내기만으로도 몇몇 재벌가의 도련님들을 파산시켰던 경험이 있었다.“내기는 부가티 스포츠카 한 대면 충분해.” 한결이 교활한 미소를 지으며 단호한 말투로 말했다. “난 형이 허희영과 이혼하면 후회할 거라고 확신해!”기현은 말문이 막혀 웃음을 터뜨렸다. “내가 후회한다고?” “응.” 한결은 여전히 단호하게 말했다. “형은 다시는 허희영보다 더 형을 사랑해주는 사람을 만날 수 없을 거야.”기현의 미소는 점차 사라졌다. “솔직히, 난 정말 부러웠거든.” 한결이 어깨를 으쓱하며 손을 펼쳤다. “이 세상에서 누군가 나를 그렇게 사랑해준다면, 나는 평생 후회가 없을 거야.” 희영이 준 사랑은 정말 소중한 것이었다.한결은 말을 마친 후 느긋하게 손을 흔들며, 엉뚱한 노래를 흥얼거리며 떠났다.“기현 오빠!” 주아가 외투도 입지 않은 채로 연회장에서 뛰쳐나왔다. 차가운 바람에 그녀의 코끝이 빨갛게 얼어붙었고, 재빨리 다가와 매우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기현을 살폈다. “방금 유리 조각이 여기저기
주아가 외투를 입고 나왔지만 기현은 이미 떠나버렸다. 운전기사는 경건하게 차 문을 열어주며 말했다. “주아 씨, 유 대표님께서 중요한 국제 회의가 있어서 회사로 돌아가셨습니다. 저에게 안전하게 집까지 모시라고 하셨습니다.” 주아는 입술을 오므렸다. 무척 불만스러웠지만, 기현과 그의 사람들 앞에서 온순한 이미지를 유지해야 했다. 옷을 가지러 가던 중에, 그녀는 이미 다른 번호로 허창석 부부와 연락을 했다. 주아는 그들에게 실시간 검색어를 깔끔하게 처리해야 한다며 신신당부했다. 그 실시간 검색어는 주아가 기현에게 결혼 압박을 주기 위해 벌인 짓이었다.차에 앉은 뒤, 주아는 생각할수록 화가 났다. 기현이 희영에게 보이는 관심은 그녀의 예상보다 훨씬 컸다. 한참을 생각한 뒤, 주아는 모든 분노를 희영에게 쏟아내기로 했다....서준은 번거로운 환자를 만나게 되었다. 인기 있는 남자 아이돌 그룹의 멤버로서 심한 우울증을 앓고 있어, 세 번 자살을 시도한 후 회사에 의해 비밀리에 여기로 보내진 것이다. 이 요양원은 원래 이런 특별한 사람들을 위해 준비된 곳이었다. 첫 진료는 순탄치 않았기에, 6시간 넘게 걸렸다. 서준은 진료를 마친 후에야 간호사에게서 희영이 인기 검색어에 오른 사실을 전해 듣게 되었다. “실시간 검색어는 이미 사라졌고, 관련 기사들도 모두 사라졌습니다.” 간호사가 덧붙였다. “희영 씨가 보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제가 한 번 가보겠습니다.” 서준은 의사 가운을 벗고 자신의 외투를 입었다. 평소 온화하던 얼굴에는 미소가 사라져있었다. 서준은 빠른 걸음으로 희영의 작은 별채로 향했다....희영은 실시간 검색어를 보지 못했다. 그녀는 며칠 사이 늘 잠이 많았기에 점심 후 책을 보며 졸다가 잠이 들었다. 희영이 일어났을 때 실시간 검색어는 이미 사라져 있었다. 그러나 그녀의 핸드폰에는 몇 명의 알 수 없는 사용자로부터 온 메시지가 있었다. 메시지 중 하나에는 초음파 사진이 첨부되어 있었다. [3년 동안 임신하지 못한 걸
‘분명 기뻐할 거야.’ 서준은 곧바로 희영의 눈이 선명하게 붉어진 것을 발견했다. 그의 마음은 아팠다. “기분이 안 좋은 거예요?” 서준은 실시간 검색어에 대해 묻지 않았다. 희영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오후에 잠을 너무 많이 자서 좀 피곤하네요. 한 선생님, 무슨 일 있으신가요?”서준은 부드럽게 웃으며 대답했다. “저는 희영 씨의 심리 상담사예요. 힘든 일이 있으시다면 언제든지 저에게 이야기해요. 희영 씨가 하는 말이라면 뭐든 다 들어드릴게요.” 희영은 서준을 보더니 웃으며 물었다. “무슨 일 있었나요?” 서준은 평소에 단 한 번도 이렇게 늦은 시간에 찾아온 적이 없었다. 그는 늘 적절한 거리를 두고 있었다.서준은 희영이 실시간 검색어에 대해 모르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래, 방금 오랫동안 잤다고 했으니 분명 보지 못했을 거야.’ ‘하지만 요양원 사람들은 다 알고 있잖아.’ “희영 씨가 오늘 오후에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어요.” 서준은 자신이 아는 내용을 간단명료하게 전달했다. “지금은 이미 처리되었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그런 거였구나...’ 희영은 천천히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무언가 생각난 듯 다시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그녀는 며칠 동안 로그인하지 않았던 카톡을 확인했다. 서준과는 요양원 내선 전화를 통해 연락할 수 있었고, 희영은 다른 사람들과 연락하고 싶지 않아 계정 로그인을 종료했다.카톡을 로그인하자 읽지 않은 메시지가 화면 가득했다. 유선빈이 보낸 메시지 수만 해도 99개가 넘었다. 그리고 지민과 무용단의 친구들도 그녀에게 메시지를 보내왔다. 모두가 실시간 검색어 일로 그녀를 걱정하고 있었다. 희영은 선빈이 보내온 메시지를 빠르게 읽었다. 실시간 검색어에 자신의 사진이 게시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비록 화질이 좋지 않은 사진이었지만 희영을 아는 사람은 알아볼 수 있었다. 허주아의 짓이었다.“희영 씨, 괜찮아요. 인터넷의 글들은 다들 금방 다 잊어버릴 거예요.” 서준은 희영이 차가운
다음 날 아침.서준이 어린 소녀를 데리고 희영의 방 문을 두드렸다. 희영이 문을 열자, 서준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허 선생님, 오늘은 작은 과제를 드리죠!” 희영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서준 앞에 서 있던 소녀는 얼굴이 빨개져서 수화로 인사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이서예요. 저와 제 친구들이 공연에서 춤을 출 생각인데, 춤을 가르쳐주실 수 있나요?” “이서는 옆 보육원의 아이인데 태어났을 때부터 청각 장애를 가지고 있어요.” 서준은 이서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말했다. “사실, 옆 보육원에는 이서처럼 장애가 있는 아이들이 많아요. 며칠 후에 좋은 사람들이 방문할 예정인데, 잘하면 입양될 기회가 있을지도 몰라요. 다른 아이들은 괜찮지만, 이서와 몇몇 청각장애를 가진 아이들은 선생님을 찾지 못해서 희영 씨한테 부탁하러 왔어요.”희영은 보육원에서 자랐기에 입양의 기회가 얼마나 간절하고 중요한지 잘 알고 있었다. 어차피 그녀는 할 일도 없었고, 매일 먹고 자는 것만 반복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희영은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이서의 뺨을 만지며 수화로 물었다. “물론이지. 이서야, 어떤 춤을 추고 싶어?” 이서는 눈을 반짝이더니 기뻐하며 발레 동작을 취했다. “그럼 잘 찾아왔네! 허 선생님은 세계 최고의 발레리나거든!” 서준이 자랑스럽게 수화로 이서에게 말했다. 희영은 그의 모습에 웃음이 났다. 그리고 이서의 손을 잡고 작은 별채를 나섰다.밖으로 나가려는 찰나, 하마터면 갑자기 뛰어오는 사람과 부딪칠 뻔했다. 희영은 이서를 보호하며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그 사람은 선홍색 고급 브랜드의 후드 달린 재킷을 입고 있었고, 큰 모자가 그의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위쪽은 따뜻해 보였지만, 아래는 찢어진 청바지를 입고 있었다. 드러난 피부는 차가운 공기에 벌겋게 물들어 있었다. 남자는 두 사람과 부딪힐 뻔한 것을 보고, 음침한 표정으로 희영과 이서를 힐끗 쳐다보았다. 희영은 창백하지만 잘생긴 남자의 얼굴
결혼 3년 차. 허희영은 산부인과에서 몇 달 동안 얼굴을 보지 못했던 남편 유기현을 마주쳤다. 기현의 곁에는 그가 숨겨왔던 애인이 있었다.매혹적인 외모에 다정다감한 여자는 희영과 어딘가 닮아 보였다. 그녀는 바로 과거 허씨 가문의 아가씨였던 허주아였다.반년 전부터 희영은 기현이 외도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었다. 그 상대가 주아일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보니 놀랄 일도 아니었다. G시 재벌가 사이에서는 허주아가 유기현의 첫사랑이자 소꿉친구라는 사실을 누구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희영은 두 사람 사이에 억지로 끼어든 나쁜 여자로 낙인찍혔다.이제 더는 이상 마음 졸일 필요가 없다고 느꼈다. 그녀는 평온한 눈빛으로 두 사람이 엘리베이터에 올라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기현이 고개를 숙이고 다정한 눈빛으로 주아에게 나긋나긋 말을 건네는 모습은 희영에게 너무 낯설게 느껴졌다. 주아는 그의 말을 들으며 부드럽게 미소 짓고, 살짝 부푼 아랫배를 조심스레 감싸며 부끄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분명 닮은 두 사람이었지만, 희영은 주아의 요염함을 결코 따라잡을 수 없었다.그때 주아가 갑자기 고개를 들어 희영과 눈이 마주쳤다. 순간 주아는 겁에 질린 사슴처럼 몸을 움츠리며 재빨리 기현의 품에 파고들었다.희영은 그 장면을 보며 무심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 모든 상황이, 어쩌면 이제야 그녀가 억지로 붙들고 있던 짐을 내려놓을 순간이 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기현 오빠...”‘여전히 연기를 잘하네.’기현은 이내 눈살을 찌푸리며 희영 쪽을 바라보았다. 잠시 망설인 후, 기현은 다시 차갑고 혐오감이 가득 담긴 눈빛으로 희영을 내려다보았다.희영은 그 눈빛 속에서 자신의 존재가 그에게 언제나 불편하고 불필요한 것임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희영과 기현의 결혼은 두 사람이 태어나기도 전에 양가 부모님들이 약속한 것이었다. 그러나 희영이 세 살일 때 부모님이 사고로 사망하고, 그녀는 실종되었다. 그 이후 주아가 허씨 가문
G시 대극장.키가 큰 남자가 차가운 기운을 품고 어둠 속에서 무대 위의 매혹적인 블랙 스완을 쳐다보고 있었다. 흑고니는 우아한 자태로 춤을 추며, 그 움직임은 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강렬하고 아름다웠다. 마치 사람의 혼을 빼앗아 가기라도 할 듯, 그 매력에 빠진 사람들은 누구나 그 흑고니를 마음 깊이 간직하고 싶어 했을 것이다. 공연이 끝나가자 남자는 시선을 거두며 차가운 표정으로 무대 뒤로 발걸음을 옮겼다....공연이 막바지에 다다르자, 희영의 허리가 서서히 아파오기 시작했다. 그녀는 마지막까지 아픔을 참으며 무대를 완벽하게 마무리했다. 뜨거운 박수 소리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희영은 아쉬운 눈빛으로 무대와 관객을 마지막으로 한번 쓱 바라보고는 무대 뒤로 물러났다. “많이 아파? 아프면 관객들과의 사진 촬영은 취소해줄게. 좀 쉬어.” 미나는 희영의 상태를 살피며 물었다. 희영은 괜찮다는 듯 손을 흔들었다. 몇몇 관객이 그녀를 만나러 먼 길을 왔기에 희영은 그들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다. 사진 촬영을 마친 후, 미나는 공연장으로 돌아가며 희영에게 잠깐 쉬라고 몇 마디 당부를 했다. 어느새 주변은 고요해졌다. 희영은 천천히 둘러보았다. 그녀는 어릴 적부터 발레를 배워왔고, 말하지 못하는 미래를 걱정한 보육원 원장님이 그녀의 재능을 알아보고 키워주었기에 발레리나로서의 길을 걸어올 수 있었다. 이제는 그 무대를 떠나야 한다니, 아쉬움이 가슴 깊이 파고들었다. 메이크업을 지운 희영은 아픈 허리를 감싸며 혼자 1인실로 마련된 휴게실로 걸어갔다. 어두운 휴게실 문을 열고 들어가려는 찰나, 누군가 그녀의 손목을 붙잡고 안으로 세게 당겼다. 문이 닫히며 찰칵하고 잠기는 소리가 들렸다. 잠시 놀란 희영은 곧 익숙한 기운에 감싸이는 것을 느꼈다. 유기현이었다. ‘여기까지 어떻게 찾아온 거지?’ 희영이 생각을 정리하기도 전에 기현의 입술이 무자비하게 그녀를 덮쳤다. 희영은 본능적으로 그를 밀어내려 했지만, 기현의 강한 힘과 분노에 압도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