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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도로 양쪽에 쌓인 눈은 따스한 햇살 아래에서 녹아내렸다.

희영이 심리상담센터에 도착했을 때, 약속 시간까지는 아직 20분가량 남았다. 그녀는 서두르지 않고 독특한 인테리어의 카페로 들어가 에스프레소 한 잔을 주문한 뒤, 구석자리에 여유롭게 앉았다.

그리고 기현이 준 파일 봉투를 열어 대충 훑어보았다. 그녀는 자신이 기현을 구해준 것에 대한 경제적 보상이 있을 거라고 예상했지만, 이렇게 많은 것을 받을 줄은 몰랐다.

원래의 이혼 계약서에 적힌 것보다 훨씬 더 많이 적혀 있었다.

부동산, 펀드, 회사 주식, 현금, 그리고 앞으로 매달 수억 원이 넘는 양육비까지, 희영은 손쉽게 많은 돈을 얻게 되었다.

‘유기현의 목숨이 이렇게 비쌀 줄이야.’

“202번 고객님, 주문하신 에스프레소가 준비되었습니다.”

그때 카페 직원이 말했다. 희영은 서류를 봉투에 넣고 일어나 커피를 가지러 갔다. 그러나 일어나는 과정에서 누군가와 부딪혔다.

몇 권의 책이 바닥에 떨어졌고, 희영은 급히 쪼그려 앉아 책을 주웠다. 그 중 한 권의 표지를 보자 그녀는 잠시 멈칫했다.

“죄송합니다, 핸드폰을 보느라 정신이 없었어요.”

남자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희영은 모파상의 단편선을 집어 들고 고개를 들어 자신과 부딪힌 사람을 쳐다보았다.

상대방은 잘생긴 남자로, 날카로운 눈썹과 우아한 기품을 지니고 있었다.

희영은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입술을 가리키는 제스처로 말을 할 수 없음을 전한 뒤, 두 손을 모아 사과의 뜻을 전했다.

남자는 그런 희영을 보며 따뜻하게 웃었다. 그리고 희영이 놀란 눈빛 속에서 수화를 이어갔다.

“제 잘못이니 사과하실 필요 없어요.”

희영은 밖에서 수화를 하는 사람을 거의 만나본 적이 없어 깜짝 놀랐다. 그녀는 자신이 들을 수 있지만 말을 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모파상 단편선을 남자에게 건넸다.

“이 책은 6년 전에 출판사에서 특별히 나온 판본으로, 수량이 많지 않아요. 이렇게 6년 후에 다시 보게 될 줄은 몰랐어요.”

희영이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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