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유리는 언제나 고지식하고 차분한 사람으로 여겨졌다. 그녀는 자신의 감정을 거의 드러내지 않는 편이었다. 그러나 지금, 그녀는 마치 절벽 끝에 몰린 작은 고양이처럼 온순한 가면을 벗어 던지고, 날카로운 발톱을 드러내고 있었다.하지만 이런 성유리의 반응은 박한빈에게 전혀 위협이 되지 않았다. 그는 성유리의 말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고, 그녀를 침대에서 번쩍 들어 올렸다. 그러고 나서 직접 옷을 갈아입혔다.성유리는 박한빈을 밀어내려 했지만, 두 사람의 힘 차이는 너무 컸다.결국 성유리는 그의 손에 이끌려 계단을 내려갔다.“도련님, 사모님...”숙자 아주머니가 그 장면을 보고 깜짝 놀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성유리는 숙자 아주머니가 보는 앞에서 더 이상 저항하지 않았고, 박한빈이 자신을 집 밖으로 데리고 나가도록 순순히 따랐다.차에 오른 뒤, 출발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성유리는 점차 흥분을 가라앉히고 나서 깊게 숨을 들이쉬고 박한빈을 향해 말했다.“병원은 안 가도 돼. 어머님께는 직접 말씀드릴 테니,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아도 돼. 어차피 바쁘잖아. 그냥 아무 데나 내려줘.”차 안에 적막이 흘렀다. 밀폐된 공간에 단둘이 있었기에 박한빈이 그녀의 말을 못 들었을 리는 없었다. 그러나 그는 대답하지 않았고, 질주를 멈추지 않았다.결혼한 지 2년이 넘게 되자, 성유리는 박한빈을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되었다. 그의 태도를 보니, 단순한 제안이 아니라 명령하는 것임을 깨달았다.박한빈은 분명 그녀가 왜 임신에 관한 이야기를 꺼리는지 알고 있었다. 왜 아이에 관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그녀의 태도가 돌변하는지도 알고 있었다.하지만 그 사실을 안다고 해서 그가 신경 쓰는 것은 아니었다. 그에게 결혼과 출산은 당연한 과정일 뿐이었다. 그리고 아내인 성유리에게는 숙명이라고 생각했다.성유리는 한때 희망을 품었던 적도 있었다. 박한빈이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아이라도 생기기를 바랐다.아이가 생기면 비로소 그녀에게도 진정한 가정이 생길 수 있을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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