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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원유진은 성유정의 오랜 친구이자, 재벌가의 딸이었다. 그녀는 성유정과 함께 자라며 박한빈과 성유정의 관계를 옆에서 지켜보았기에 두 사람이 잘되기를 바랐던 사람 중 하나였다.

하지만 성유리가 박씨 가문의 안주인 자리를 차지한 현실이었기에 원유진은 성유리에게 결코 호의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

성유리가 문 앞에 있는 것을 발견했지만 그녀의 얼굴에서 당황하거나 민망한 기색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오히려 성유정이 먼저 말을 돌렸다.

“언니, 왔어?”

성유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데리러 왔어. 짐은 다 챙긴 거지?”

“다 챙겼어. 이제 출발하면 될 것 같아.”

성유정은 평소처럼 순종적인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원유진은 조용히 넘어갈 리 없었다. 그녀는 참지 않고 존댓말까지 해가며 비아냥거렸다.

“사모님, 박 대표님은 어디 계신가요? 유정이가 퇴원하는데 설마 안 오셨어요?”

“출근했어. 바쁜가 봐...”

“정말 바쁜 거 맞아? 아니면 누군가가 바가지를 긁어대서 오고 싶어도 못 온 건 아닐지 모르겠네.”

원유진의 말이 끝나자, 성유정이 나지막하게 말했다.

“유진아, 그만해.”

그러나 원유진은 냉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뭘 그만해? 듣고 양심에 찔리기라도 했을까 봐?”

성유리는 원유진을 가볍게 무시하고 휴대폰을 꺼내 연락처에서 박한빈의 번호를 찾아 원유진에게 내밀었다.

“뭐 하는 거야?”

성유리가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그렇게 궁금하면 직접 물어봐.”

“야! 너...”

원유진이 화를 내려고 하자, 성유정이 그녀의 손을 잡으며 고개를 저었다.

“언니랑 싸우지 마.”

원유진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

“넌 정말 착한 거니? 아니면 바보인 거니? 성유리는 네 것을 탐내고 채간 사람이야!”

성유리는 원유진의 말에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그녀는 성유정의 짐을 들어 앞장서서 병실에서 나갔다.

차에 타자마자 윤청하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유리야, 유정이 데리러 갔어?”

친딸과의 통화였지만 윤청하의 목소리와 말투는 어색했다.

“네.”

“유정이는 좀 어때? 의사 선생님의 말씀으로는 규칙적인 식사를 못 해서 그런 거라고 하던데... 네 아버지랑 나는 지금 해외에 있어서 바로 돌아갈 수가 없으니, 유정이를 집으로 데려가서 잘 돌봐줘. 알겠지?”

“네.”

성유리는 흔들리지 않고 덤덤하게 대답했다. 윤청하는 자신이 조금 지나쳤음을 깨달았는지 잠시 멈칫하더니 말을 이었다.

“그래도 네가 언니잖니...”

성유리는 핸들을 꽉 쥐었다. 마음속에서 무언가가 요동쳤지만, 결국 참아내고 덤덤하게 대답했다.

“알고 있어요. 더 하실 얘기 있으신가요?”

잠시 침묵이 흐른 후, 윤청하가 말했다.

“유정이 좀 바꿔 봐.”

“...”

성유리는 휴대폰을 뒷좌석에 앉은 성유정에게 건넸다.

“엄마!”

성유정의 애교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이 좋은 엄마와 딸의 통화가 이어졌다. 성유정은 그야말로 사랑스러운 딸이었다.

이는 상사를 대하는 듯한 성유리의 차갑고 딱딱한 태도와 뚜렷한 대조를 이뤘다.

성유리는 뒤돌아보지 않고, 담담하게 안전벨트를 꽉 조이고 운전했다.

“이게 누구야... 유정 씨가 왔네요!”

집 앞에 차를 세우자마자, 집사인 숙자 아주머니가 성유정을 반갑게 맞이했다.

“숙자 아주머니, 정말 오랜만이에요.”

성유정의 얼굴에는 밝은 미소가 가득했다.

“정말 오랜만이네요! 유정 씨가 이렇게 예뻐지다니! 마침 오늘 유정 씨가 좋아하는 탕수육을 만들었어요. 조금 있다가 꼭 맛보세요!”

숙자 아주머니는 성유정의 손을 잡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반면, 안주인인 성유리는 아무런 존재감도 없었다.

하지만 이런 삶에 익숙해진 그녀는 서운하거나 언짢을 필요가 없었다. 그녀는 하인들에게 성유정의 짐을 객실로 옮기라고 지시한 후 방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막 방으로 들어가려던 찰나, 성유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언니, 여기 있었네?”

성유리가 고개를 돌리자, 성유정이 방 안을 둘러보며 물었다.

“언니, 설마 오빠랑 따로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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