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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성유정은 박한빈과 어린 시절부터 함께 자라온 사이였다. 그래서 박씨 가문의 본가에 대해선 성유리처럼 어색해하거나 낯설어하지 않았다.

집에 들어서자마자 그녀는 활짝 웃으며 김난희에게 다가갔다.

“할머니!”

“아이고! 우리 유정이가 왔구나!”

김난희는 매우 기뻐하며 성유정을 반겼다.

“얼굴은 왜 또 야위었어?”

“아니에요...”

성유정은 웃으며 말했다.

“이것 좀 보세요. 할머니 드시라고 제가 게살 완자를 만들어 왔어요.”

“유정이는 어쩜 이렇게 착해? 정말 마음이 예쁘구나!”

두 사람은 마치 오랜만에 만난 할머니와 손녀처럼 다정하게 대화를 나누었다. 김난희의 얼굴에 웃음이 번졌다.

그러나 성유리가 다가오자, 김난희의 표정은 조금 굳어졌다.

성유리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정중하게 인사했다.

“할머니.”

김난희는 성유리를 보고 무언가 더 말하려 했지만, 성유리는 눈을 돌려 계단 위에 서 있던 사람에게 시선을 돌렸다.

“어머님...”

“아줌마, 잘 지내셨어요...”

김서영이 나타나자, 원래 김난희에게 몸을 기대고 있던 성유정은 곧바로 자세를 바로잡았다. 그녀의 눈에는 약간의 두려움이 비쳤다.

“유정 씨도 왔네. 환영해.”

김서영은 그녀에게 간단히 고개를 끄덕였다. 무례하지 않았지만, 그 이상의 반가움도 비치지 않았다.

김서영은 김난희를 향해 인사했다.

“어머님, 오늘 컨디션은 괜찮으세요?”

김난희는 간단히 고개를 끄덕이며 퉁명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김서영은 개의치 않았다. 그리고 성유정이 가져온 음식을 슬쩍 본 후 말했다.

“의사 선생님 말씀에 따르면 어머님은 요즘 소화가 잘 안되셔서 기름진 음식은 피해야 할 것 같네요.”

그렇게 말하고 나서 김서영은 김난희의 의견을 묻지도 않고 바로 지시했다.

“정식 씨, 이 음식을 주방으로 가져가세요.”

김서영은 성유정의 반응에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

성유정이 주위의 호감을 쉽게 사는 재주가 있었지만, 김서영 앞에서는 통하지 않았다.

김서영은 항상 차가운 모습을 유지했고 사람을 대하는 데도 격식을 차리고 일정한 거리를 두었다.

김서영은 과거에도 고집스럽게 남편의 유언을 따르겠다고 주장했다.

성유리가 실종된 것이 아니고 성씨 가문으로 돌아온 이상 박한빈과 결혼해야 할 사람은 반드시 성유리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만약 그때 김서영이 고집을 부리지 않았더라면, 지금 박한빈의 아내는 성유정이었을 것이다.

성유정은 이 사실에 대해 김서영에게 서운함과 분노를 느꼈지만, 그 감정을 드러낼 용기는 없었다.

김서영은 성유정의 감정을 신경 쓰지 않았고 고개를 돌려 성유리를 향해 말했다.

“유리야, 같이 올라가자. 할 얘기가 있어.”

“네...”

성유리는 곧바로 대답하고 그녀를 따라갔다.

서재에 도착하자마자, 김서영은 성유리에게 명함을 건넸다.

“내가 아는 유능한 한의사의 명함이야. 내일 가서 진료받아봐. 임신하려면 몸 관리 좀 해야지.”

성유리는 입술을 굳게 다물고 움직이지 않았다.

김서영은 그녀의 망설임을 알아차린 듯, 곧바로 말을 이었다.

“두 사람이 결혼한 지도 벌써 2년이 지났잖니. 아이를 가질 생각도 해야 할 때야. 할머니께서 성유정을 많이 아끼시겠지만, 네가 아이를 낳으면 모든 것이 달라질 거야.”

오늘 김서영이 이렇게 많은 말을 하는 것은 드문 일이었다. 하지만 성유리는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김서영은 다시 말을 이었다.

“그리고, 작년 일은 단순한 사고였을 뿐이야. 벌써 1년이나 지났으니, 이제는 그 일을 잊고 넘겨야 하지 않겠니?”

그 말에 성유리는 바짝 긴장했고 손에 땀을 쥐었다. 본능적으로 아랫배가 아릿하게 아파져 왔다.

사고였을까? 전혀 그렇지 않았다. 모두가 위로해 주려고 ‘사고’라고 말했지만, 성유리는 누구보다도 그 일이 사고가 아니었음을 잘 알고 있었다.

‘성유정이 고의로 벌인 짓이었어... 분명히 일부러 계단에서 밀어버렸던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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