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4화

성유리는 순간 바짝 긴장했다. 그녀는 눈을 뜨고 팔에 힘을 주어 박한빈을 밀어내려고 했지만, 박한빈은 아무것도 듣지 못한 듯 그녀의 손목을 꽉 잡고 더 세게 벽 쪽으로 밀어붙였다. 그의 행동은 여전히 거칠고 이기적이었다.

성유리는 비명을 지르려 했지만, 밖에 있는 성유정을 떠올리고 다시 입을 다물었다.

샤워기의 물소리 때문인지 문밖에 있던 성유정은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한 듯 계속 큰 소리로 말했다.

“오빠? 샤워 중이야?”

성유리는 고개를 돌려 박한빈을 노려보았다.

그녀의 얼굴은 붉게 달아올라 있었고, 평소와 달리 생기가 넘치는 모습이었다. 평소의 조용하고 무기력한 모습과는 전혀 다른 앙큼한 표정이었다.

그 모습을 본 박한빈은 후끈 달아올라 다시 그녀를 밀어붙였다. 마치 그 안에 쌓인 감정을 풀어내듯, 더욱 격렬하게 움직였다.

두 사람의 몸은 완벽하게 맞물렸고 성유리는 절정에 달아올라 숨이 멎을 듯한 느낌에 휩싸였다.

문밖에서 성유정은 여전히 무언가를 말하고 있었지만, 그 순간 성유리의 귀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박한빈이 다시 그녀를 벽 쪽에 밀어붙였을 때, 성유리는 참지 못하고 작은 신음을 내뱉었다.

그러자 문밖에서 들리던 성유정의 목소리도 잠잠해졌다. 그제야 성유리는 상황을 깨닫고 손을 꽉 쥐었다.

바로 그때, 박한빈이 그녀를 들어 올렸고 그의 어깨가 성유리의 입술 가까이 다가왔다. 성유리는 망설임 없이 그의 어깨를 깨물었다. 마음속에 억울함과 원망이 가득했지만, 있는 힘껏 물지는 못하고 가볍게 입을 대었다가 떼었다.

그러고 나서 고개를 들어 박한빈을 바라보자, 그가 날카로운 눈빛으로 쏘아보고 있었다.

성유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개를 돌려 그의 시선을 피했다. 그러나 그 순간, 박한빈은 그녀의 턱을 잡고 다시 그녀의 입술을 훔쳤다.

그렇게 밤은 빠르게 지나갔다. 성유리는 자신이 어떻게 방으로 돌아왔는지조차 기억하지 못한 채 침대에 쓰러지자마자 깊은 잠에 빠졌다.

다음 날 아침, 숙자 아주머니가 그녀를 깨우며 말했다.

“오늘은 본가에 가는 날이에요.”

그 말에 성유리는 곧바로 정신이 들었다.

숙자 아주머니는 약간 불만스러운 목소리로 덧붙였다.

“유정 씨는 아침 일찍 일어나 도련님을 위해 아침도 준비했어요.”

성유리는 그녀의 말에 담긴 불만을 느꼈지만,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침대에서 일어났다.

계단을 내려가자마자 성유정이 다가와 웃으며 말했다.

“언니, 본가에 가려고 준비 중이지? 나도 같이 갈래. 할머니가 며칠 전에 전화하셔서 시간 되면 보러 오라고 하셨거든.”

“그래.”

성유리는 별다른 감정 없이 대답했다. 성유정은 예상치 못한 차가운 반응에 잠시 놀랐지만, 곧 미소를 지었다.

“조금만 기다려줘. 할머니가 좋아하시는 떡갈비를 만들고 있었어. 다 돼가니까 조금만 기다려줘...”

성유리는 여전히 ‘그래’라고 차갑게 대답했다.

성유정이 부엌으로 돌아서자, 성유리는 문득 생각에 잠겼다.

‘아침도 준비하고, 심지어 간식과 케이크까지 만들 줄 아는 애한테 끼니를 제대로 챙기지 못한다고 잘 보살펴달라고 당부한 거야? 엄마 눈에는 그저 어여쁜 딸이라고 쳐... 그렇다면 박한빈은? 그렇게 똑똑한 사람이 모를 리가 없잖아... 아니면 그냥 이 상황을 즐기고 있는 건가?'

성유리는 그런 생각을 접고,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았다. 하늘은 잿빛으로 흐려져 있었고 곧 비가 내릴 것 같았다.

Related chapters

Latest chapter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