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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화

경험이 풍부한 한의사조차 성유리의 대답에 당황한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그의 병원을 찾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이를 원해 찾아오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었다.

성유리의 말을 듣고, 한의사는 무심코 박한빈을 쳐다보았다.

박한빈 역시 이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한 듯해 보였고, 그의 미간은 깊게 찌푸려졌다.

그러나 한의사는 곧 평정을 되찾고 말을 이었다.

“그 약은 인제 그만 드시고 우선 몸을 잘 보살피셔야 합니다. 제가 약을 하나 처방해 드릴 테니, 관리를 시작해 봅시다.”

성유리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한의사가 약 처방전을 건넸을 때는 빠르게 손을 뻗어 받았다.

“감사합니다.”

그러고는 머뭇거림 없이 병원을 나섰다. 박한빈도 그녀를 따라나섰다.

성유리는 박한빈이 자신에게 신경 쓸 여유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병원 밖에 나가자마자 혼자 택시를 타려고 했다. 하지만 박한빈이 그녀의 팔을 잡아끌었다.

“차에 타.”

그의 목소리는 차가웠고 목소리도 마찬가지였다. 눈빛 역시 그랬다.

“필요 없어. 나 혼자 갈 수 있어.”

“성유리, 차에 타라고 했어.”

박한빈의 표정은 더욱 어두워졌다. 병원 앞에서 실랑이를 벌이는 것은 체면이 깎이는 일이었다.

성유리는 주변을 살피고 나서 결국 차 문을 열었다.

하지만 성유리가 안전벨트를 하기도 전에 박한빈은 갑작스럽게 가속 페달을 밟았다. 차가 갑자기 움직이는 바람에 성유리는 몸이 앞으로 튕겨 나갈 뻔했다. 간신히 안전벨트를 매고 나서야, 성유리는 그를 향해 차갑게 말했다.

“데려다주기 싫은 거라면, 지금 차에서 내려줄래?”

박한빈은 성유리의 말을 무시하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왜 피임약을 먹고 있었던 거지?”

그의 질문은 마치 여섯 살짜리 아이도 답을 알 만큼 간단했다. 성유리는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대답했다.

“아이를 갖고 싶지 않아서.”

박한빈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성유리도 그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고 똑바로 그의 눈을 마주 보았다.

마침 신호등이 빨간불로 바뀌었고, 박한빈은 차를 멈추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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