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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오빠, 아까 도와줘서 고마웠어.”

돌아가는 길에, 성유정은 뒷좌석에 앉아 계속 말을 이어갔다.

“엄마가 내 결혼 이야기를 아줌마한테 꺼낼 줄은 정말 몰랐어. 정말 깜짝 놀랐잖아. 오빠가 도와주지 않았다면, 난 어쩔 줄 몰랐을 거야. 난 아직 결혼할 준비가 안 됐거든.”

박한빈은 운전대를 잡은 채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반응은 조금 무심해 보였지만, 성유정은 박한빈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기에 개의치 않았다. 그녀는 자연스럽게 성유리에게 말을 걸었다.

“아참! 언니, 아까 아줌마랑 위층으로 올라가서 무슨 얘기 했어?”

“별 얘기 아니야.”

성유리는 마치 대화 자체를 피하고 싶은 듯 단호하게 답했다. 성유정은 입술을 살짝 깨물며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다시 말을 이어갔다.

“그래... 그렇구나. 언니, 그거 알아? 무열 오빠가 곧 귀국한대.”

그 말에 성유리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마침 그 순간, 신호등이 빨간불로 바뀌었다.

박한빈은 부드럽게 브레이크를 밟았지만, 성유리는 앞으로 쏠리며 흠칫 놀란 듯해 보였다. 다행히도 안전벨트가 잡아주어 등이 다시 카시트에 닿게 되었다.

박한빈은 곁눈질로 그녀를 한번 보았다.

성유정은 계속해서 말했다.

“엄마 말로는 무열 오빠도 해외에서 아주 잘 지내고 있대. 두 사람은 그동안 연락은 안 했어?”

“안 했어.”

성유리는 눈을 내리깔고 차분하게 대답했지만, 무릎 위에 올려진 손은 주먹을 꽉 쥐었다.

“참 안타깝네. 한때 서로의 전부였는데...”

성유정은 혼잣말하듯 중얼거리며 이번에는 박한빈을 힐끔 보았다.

“오빠는 기억 못 하겠지? 무열 오빠는...”

“알아. 진씨 집안의 혼외자잖아.”

이번에는 박한빈이 빠르게 대답했다. 박한빈은 ‘혼외자’라는 단어를 쓰는 데 아무 거리낌이 없었다.

성유리는 그 말에 눈살을 찌푸렸다.

성유정도 잠시 멈칫했지만 곧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아, 진씨 집안의... 그 아들... 예전에는 언니랑 같은 학교에 다니는 절친이었지. 우리랑도 참 잘 지냈었는데... 나중에 말도 없이 해외로 나갔잖아. 난 언니랑 계속 연락하고 지내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나 보네...”

성유정은 말하면서 계속 성유리를 힐끔힐끔 훔쳐보았다.

성유리는 그 상황이 우스워 보였다. 성유정이 박한빈 앞에서 이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가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우리 부부 사이를 이간질하려는 건가? 아니면 박한빈이 질투하기를 기대하는 건가? 그렇다면 큰 오산일 텐데. 박한빈은 전혀 관심도 없을 테니까.’

성유리가 그렇게 생각하는 사이, 성유정도 조용해졌다.

차 안은 고요해졌고, 잠시 후 박한빈이 차를 세웠을 때 성유리는 뒷좌석에서 잠들어버린 성유정을 보게 되었다.

성유리는 성유정을 인간적으로 좋아하지 않았지만, 그녀의 뚜렷한 이목구비가 매력적이라는 것까지 부정할 수는 없었다. 성유정의 작은 몸집과 달콤한 단장에 빠진 표정은 보는 사람의 보호 본능을 자극했다.

성유리가 그녀를 깨울지 말지 고민하던 순간, 박한빈이 먼저 뒷좌석 쪽으로 다가갔다. 그는 아무런 망설임 없이 차 문을 열고 성유정을 부드럽게 안아 들었다.

박한빈이 번쩍 들어 올리자 성유정은 잠에서 깨어났고 실눈을 뜬 채로 속삭였다.

“한빈 오빠...”

그녀는 자연스럽게 박한빈의 목에 팔을 두르고 그의 품에서 더 편한 자세를 찾으며 다시 눈을 감았다.

두 사람의 거침없는 스킨쉽은 아주 자연스럽고 다정해 보였다.

성유리는 그 모습을 보며 묘한 감정을 느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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