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자 아주머니의 말이 박한빈에게 자신의 생일이 곧 다가오고 있음을 상기해주었다.차에 올라탄 박한빈은 저도 모르게 지니고 다니던 라이터를 꺼내 들었다.검은색과 금색으로 된 라이터에는 아무런 장식도 없었고 밑부분에 박한빈의 이름이 새겨진 게 전부였다.이 작은 라이터가 결혼 기간 동안 성유리가 박한빈에게 준 유일한 선물이었다.다음 해에는 박한빈이 말도 안 하고 결혼기념일에 나타나지 않아서인지 성유리는 이런 보여주기식 선물조차도 준비하지 않았었다.올해 역시...박한빈은 더 이상 생각하고 싶지 않았기에 라이터를 다시 넣어두고 눈앞의 태블릿을 집어 들었다.그런데 그때 기사가 갑자기 급정거를 한 탓에 박한빈은 미간을 찌푸리고 눈을 치켜뜬 채 기사를 바라봤다.그 눈빛에 기사는 다급히 해명하기 시작했다.“대표님, 죄송합니다. 그런데 앞에...”기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차 앞을 가로막았던 남자는 어느새 박한빈이 앉아있는 자리의 창문을 두드리고 있었다.오십은 넘어 보이는 남자는 유난히 짧은 머리에 노란 이빨을 드러낸 채 웃고 있었다.원래 이런 사람은 상대도 하지 않는 박한빈이었지만 숙자 아주머니가 아침에 한 말이 생각나 이번에는 창문을 내려보았다.“박 대표님이시죠?”“안녕하세요! 역시 대표님 인물 하나는 끝내주시네, 신문에서 보던 것보다 더 잘생긴 것 같아요!”얼굴을 들이밀며 말하는 지석민에도 박한빈은 차분하게 대꾸했다.“누구시죠?”“저요? 저는 서연이, 아니 유리 아빠죠! 제가 금방 금성에 와서 유리부터 만나려고 했는데 사람을 못 찾았거든요. 근데 이렇게 대표님 먼저 만나다니 정말 이런 우연이 다 있네요!”“무슨 일이시죠?”“아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니고요. 그냥 오랫동안 못 봐서 잘 지내나 하고 와 봤는데 이 년... 아, 애가 연락이 안 되더라고요. 그래서 할 수 없이 대표님 찾아온 겁니다. 근데 우리 유리는...”“어딨는지는 저도 모릅니다.”박한빈은 남자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대답했다.“진짜 이혼하셨어요?”“네.”“아니, 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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