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구안이 신혼방으로 돌아오자 아까까지 잔뜩 인상을 쓰며 싫은 티를 내던 최 상궁은 싱글벙글 웃으며 뜨거운 물을 준비하라고 시종들에게 일렀다.그러고는 감개무량해서 봉구안에게 말했다.“마마, 그동안 황귀비를 제외하고 폐하께서는 한 번도 다른 비빈들에게 밤시중을 명하지 않으셨습니다. 마마가 그 선례를 깨신 거예요!”연상은 갑자기 태도를 바꾼 최 상궁을 불만스럽게 바라보았다.궁에서 여자의 지위는 황제의 총애와 비례한다지만 존귀한 황후마저 거기에 포함될 줄이야.봉구안은 주저리주저리 떠드는 최 상궁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고 싸늘하게 말했다.“연상이만 남고 다들 나가 있거라.”내전이 조용해지자 연상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마마, 폐하께서 오시기로 한 것은 우리에게 좋은 일이긴 하나, 이렇게 되면 황귀비와 완전히 척을 지게 되는 거 아닌가요?”“부인께서는 저희에게 궁에서 적을 만들지 말고 조용히 지내라고 하셨사온데….”“어머니께서 장미에게도 그러라고 가르쳤더냐?”봉구안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연상을 바라보며 물었다.그녀는 이런 교육 방식을 찬성하지 않았다.사부와 사모께서는 그녀에게 은혜는 배로 갚고 원수도 배로 갚으라고 가르쳤고 어차피 한번 사는 인생, 유감을 남기지 말라고 하셨다.사실 봉 부인도 봉가에서 전해져 내려온 법도대로 자식들을 가르쳤다.봉가는 대대로 황후를 배출한 과문이었기에 유독 딸에게는 요구가 엄격했다.악기, 바둑, 그림, 서시 모든 방면에서 봉가의 딸은 남들보다 뛰어나야 한다는 명백한 요구가 있었다.그리고 사람들에게 덕을 베풀어 좋은 명성을 유지해야 했다.장미는 서신에서 자유롭게 어디든 갈 수 있는 언니가 부럽다고 하면서 황후가 되고 싶지 않다는 얘기를 매번 했었다.지금 생각해 보면 봉장미처럼 유순한 사람이 입궁하여 황후가 되었다면 주변의 시달림을 견디지 못했을 것이다.연상은 봉부의 하인들 중에서 봉구안의 진짜 신분을 아는 사람이었다.그녀는 주변을 경계하다가 다가가서 창문을 닫으며 말했다.“마마, 저희를 예의주시하는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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