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투와 음모가 득실대는 궁중에서 펼쳐지는 사랑과 복수! 쌍둥이 동생이 순결을 잃고 수모를 못 참아 자결한 뒤, 봉구안은 집안의 지시로 갑옷을 벗고 동생 대신 이 나라의 황후가 되었다. 폭군에게는 오래전 죽은 첫사랑이 있었고, 후궁 비빈들은 첫사랑의 대체품에 지나지 않았다. 첫사랑과 닮은 곳 하나 없는 봉구안이었기에 모두 그녀가 폭군에게 처참히 버려질 것이라고 예견했다. 사람들의 예상대로 혼인한 지 이듬해, 황제가 황후와 이혼한다는 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놀랍게도 황제가 황후를 폐하는 게 아니라, 황후가 황제에게 이혼장을 내밀었다는 것이다. 그날 밤, 폭군은 황후의 옷자락을 꽉 잡고 이를 갈며 말했다. “갈 거면 짐의 시체를 밟고 가라!” 뭇 비빈들도 처량하게 울며 황후에게 매달렸다. “마마, 저희를 버리지 말아 주십시오. 가실 거면 저희도 데려가 주십시오!”
ดูเพิ่มเติม잔뜩 풀이 죽었던 관 부인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봉구안을 바라봤다.그녀는 제 귀를 의심했다.직접 시신을 수습해 오겠다니!관 부인의 두 아들도 당황스럽긴 마찬가지였다.서봉이 다급히 그녀를 말렸다.“황후마마, 그건 아니 됩니다! 동부군이 천만이나 되는데 어찌 마마를 그 위험에 빠뜨리겠습니까! 하물며 마마는 황자를 회임 중이지 않습니까!”뭇 장령들도 정신을 차리고 봉구안을 말렸다.“마마, 심사숙고해 주십시오!”이 나라에 황제가 황후를 얼마나 아끼는지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게다가 황후 태중의 아이는 황제의 첫 아이가 아닌가! 만약 동부에서 변을 당한다면 뒷감당을 누가 한단 말인가!광 부인의 시선이 봉구안의 복부에 닿았다.회임 중인 황후가 먼 길을 달려 이곳 동부까지 왔을 줄은 정말 뜻밖이었다.봉구안은 한번 내린 결정을 굽히지 않는 사람이었다.그녀는 가라앉은 목소리로 분부했다.“장순을 불러오너라.”은이가 공손히 답했다.“예.”조유관에서 십리 떨어진 곳, 대하를 필두로 한 4개국 연맹군이 주둔하고 있었다.주장 막사 안에서 장군들은 향긋한 술과 고기를 즐기고 있었다.상석에는 대하의 주장 단춘이 앉아 있었다.그의 앞에는 통양 구이가 놓여 있었고 그는 한창 칼로 고기를 베서 허겁지겁 입에 넣고 있었다.그의 좌측으로 타국 세 장령들이 앉아 아부를 떨고 있었다.“역시 단 장군입니다. 가장 적은 병력 손실로 남제를 침공하다니. 나중에 남제 요충지를 점령하게 되면 다른 나라들에 자랑해야겠습니다!”“단 장군을 위해 건배합시다! 앞으로 우린 대하만 믿겠습니다!”고기가 지겨워진 단춘은 술 몇 잔을 퍼마시더니 만족스러운 트림을 했다.그는 호탕한 웃음을 터뜨리며 건방지게 말했다.“북연 그 놈들 속셈이야 뻔하지. 비록 같이 남제를 치기로 했지만 북연이 떡을 평등하게 나누려 하진 않을 거야. 교활한 놈들이니까!”“그러니 우리 4개국 연맹이 한마음을 가져야 해.”“조유관 전쟁에서 너무 많은 병사들을 희생할 필요가 없어.”“일대일 전투에서 남
관 부인은 통증에 오만상을 쓰며 고개를 돌려 자신을 제압한 자를 돌아보았다. 편한 복장을 입은 여인이 날카로운 분위기를 풍기며 서 있었다.관 부인이 짜증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넌 누구지? 어찌 이렇게 거만을 떨어?”관 부인의 두 아들도 나서서 그녀를 비난했다.“당장 그 손 놓지 못할까! 우리 어머니가 누군 줄 알고!”관씨 모자와 다르게 서봉과 뭇 장령들은 상대의 얼굴을 보고 순식간에 당황하더니 공손히 예를 행했다.“황후마마를 뵙습니다!”관 부인도 순간 당황했다.“뭐? 화… 황후마마?”눈앞의 이 여인이 정말 이 나라의 황후란 말인가!황후가 어쩌다가 동부에 오게 된 걸까? 무릇 황후라면 시위들의 보호를 받으며 황궁에 있어야 마땅했다.관 부인의 두 아들도 당황하긴 마찬가지였다.황후마마라면 북대영의 맹 소장군 아닌가!그들은 곧장 예를 행했다.봉구안은 관 부인의 손을 놓아주고 싸늘한 눈으로 뭇 장령들을 노려보며 물었다.“방금 전에 뭘 하려고 했던 거지?”뭇 장령들은 여전히 분개하며 자신의 입장을 전했다.“황후마마, 관 장군께서는 충직한 장군이셨습니다. 그런 분이 지금 적들의 능욕을 당하고 있는데 저희가 어찌 지켜만 보겠습니까! 나가서 관 장군의 시신을 되찾아와야 합니다!”관 부인의 두 아들들은 갑자기 태도를 바꾸어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그래요, 마마. 저 사람들은 아버지를 구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데 서봉 저 사람만 저희를 막고 나가지 못하게 하면서 제 어머니까지 몰아세워 죽게 만들 뻔했습니다.”서봉은 억울했다.그는 비통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황후마마, 저는 단지...”“되었다. 더 말할 필요 없어.”봉구안이 서봉의 말을 잘랐다.다른 사람들은 그녀가 서봉을 처벌하려는 줄 알고 의기양양했지만 그녀에게서 뜻밖의 말이 들려왔다.“너는 장군으로서 병사들을 이끌고 조유관을 지키려 했던 것뿐이니 아무런 잘못이 없다.”“황후마마!”관 부인이 눈물을 흘리며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서봉이 무슨 생각이든 소인은 관심없습니다.
관내경이 죽고 동부 전선을 주관하는 자는 부장 서봉이었다.그는 달려나가려는 병사들을 가로막고 그들에게 호통쳤다.“관 장군께서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잊었느냐! 장군마저 저들의 상대가 안 됐는데 너희가 나가서 뭘 할 수 있겠느냐! 헛된 죽음만 당할 게 뻔하지 않느냐!”서봉도 분노하긴 마찬가지였지만 이는 좋은 방도가 아니었다.성을 나가겠다고 나선 병사들은 평소에도 지시를 안 따르고 충동이 앞서는 인물들이었다.그들은 오히려 서봉의 말에 반박했다.“그럼 이대로 비웃음을 당하고만 있어야 합니까!”“우리 남제군은 나약한 존재가 아닙니다! 죽더라도 관 장군의 시신을 되찾아야 합니다!”“맞습니다! 되찾지 못하더라도 헛된 죽음은 아닙니다! 조유관 안에서 나약한 것 소리 듣는 것보다야 낫지 않습니까!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습니다!”순간 다른 병사들도 동요하기 시작했다.서봉은 상황이 통제를 잃어가자 선동자들을 전부 잡아들일 수밖에 없었다.“군은 상급의 지시에 복종해야 한다! 우리가 해야 할 것은 조유관을 잘 지키고 성문을 열지 않는 것이다!”병사들 틈에서 불만이 터져나왔다.“당신이 무슨 장군입니까! 우리의 대장군은 관 장군뿐입니다! 장군이 돌아가셨다고 상급이 된 양 하지 마세요!”또 누군가가 소리쳤다.“관 장군은 영웅입니다! 죽더라도 겁쟁이는 되지 않았어요! 우리도 그분처럼 살아야 합니다!”서봉은 그자를 끌어내서 귀뺨을 쳤다.“멍청한 것! 다시 군심을 선동하는 날에는 형벌이 내려질 것이다!”짝!이때 사람들 틈에서 달려나온 한 여인이 서봉의 귀뺨을 쳤다.서봉은 버럭 화를 내려다가 여인의 얼굴을 보고 안색이 급변했다.“형수님….”여인은 다름아닌 관내경의 부인이었다.“서 부장군! 병사들이 틀린 말을 한 건 아니지 않느냐! 내 부군이 영웅이 아니라 말할 셈이냐? 당연히 시신을 되찾아와야 하는 것 아니냔 말이다!”머리에 흰 꽃을 달은 관 부인은 시뻘겋게 충혈된 눈을 하고 기세등등하게 서봉을 노려보고 있었다.“평소에는 내 부군에게 형님이라고 부르며
소욱은 잠깐의 침묵 후에 결단을 내렸다.“좋아. 네 말대로 하자꾸나! 다만 이거 하나만 약조해야 한다. 무슨 일이 생겨도 네 자신의 안전이 최우선이야!”봉구안은 결연한 표정으로 대답했다.“걱정 마세요, 폐하. 꼭 무사히 돌아오겠습니다.”소욱은 손을 뻗어 그녀의 얼굴을 만지며 아쉬운 표정으로 말했다.“우리가 다시 만난지 얼마나 지났다고 또 떨어져 지내야 하다니.”상위자로서 참 많은 책임을 져야 하기에 그만큼 포기해야 하는 것도 많았다.봉구안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정색해서 말했다.“잠깐의 헤어짐은 신혼 때의 열정을 되찾게 한다고 합니다. 우린 일반 부부보다 더 많은 신혼을 얻게 된 셈이지요.”그녀는 그에게 가까이 다가가 귓가에 대고 매혹적으로 속삭였다.“이번에 돌아오면 완벽한 신혼밤을 선사해 드리지요.”그렇게 그녀의 홀림에 홀딱 넘어간 소욱은 그날 밤 황후에게 대장군의 권한을 하사하고 동부로 진군한다는 비밀 첩지를 내리게 되었다.비밀 첩지였기에 봉구안이 황성을 떠난 다음 날까지 아무도 이 사실을 몰랐다.변방 곳곳에 전쟁이 터진 상황에 서왕은 더 이상 소식만 기다릴 수 없었다.그는 전장에 나가 조금이나마 자신의 힘을 보태고 싶었다.그리하여 그는 입궁하여 황제에게 간청을 드릴 생각이었다.소욱도 그에게 중임을 맡길 생각을 갖고 있었다. 동부에는 황후가, 북부에는 맹건이 있는데 유독 남부에만 유능한 장수가 없었다.게다가 남부는 남강과 잇닿아 있고 서왕비 완부옥이 남강 사람이니 서왕을 남부군 수장으로 보내는 것도 이치에 맞았다.한편, 서왕부.완부옥은 남부로 떠날 채비를 마쳤다.동문의 동생인 갈십칠이 왕부 밖에서 대기하고 있었다.그녀는 그래도 양심은 있어 서왕에게 서신을 남겼다.그렇게 조용히 떠나려는데 어찌 알았는지 서왕이 그녀의 앞을 막았다.“왕비.”서왕의 온화한 표정은 그녀가 메고 있는 짐가방을 보고 순식간에 사라졌다.“내 아이를 데리고 어디로 가려는 것이냐!”그는 다급한 마음에 그녀의 팔목을 잡았다.완부옥은
관내경이 죽었다.봉구안은 그를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충의로운 대장부였다.지금 그녀가 떠올리는 것은 관내경 한 사람의 죽음이 아니었다.“동방군 상황은 어떠합니까?”주장의 죽음은 사기를 반드시 흔들 것이었다.소욱이 봉구안에게 설명하였다.“동방군은 조유관 안에서 방어 중이다. 조유관 밖에는 대하를 비롯한 여러 나라의 병력이 집결해 있지.”봉구안이 의아한 듯 물었다.“이미 조유관 안에서 방어 중이라면, 관내경은 어찌하여 죽음을 맞이한 것입니까?”소욱이 차근차근 대답했다.“적군이 관문 앞에서 입에 담기 어려운 모욕적인 말로 관내경을 자극했다고 하더군. 관내경은 이를 참지 못하고 관문 밖으로 나가 맞섰다가, 결국 대하국의 한 젊은 무장에게 목숨을 잃었다고 들었다.”일대일 결투, 즉 단독 싸움은 '대장 싸움'이라 불리기도 한다.이는 두 군대가 진을 치고 대치하는 상황에서, 각 군의 장수를 한 명씩 내보내 결투로 승패를 가르는 방식이다.결투에서 승리한 쪽은 병사들의 사기를 크게 끌어올리고 자부심을 충족시킬 수 있다.반대로, 패배한 쪽은 사기가 급격히 떨어지고 혼란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이처럼 단독 결투는 위험성이 너무 커, 이미 오래전에 폐지된 방식이었다.아무리 뛰어난 장수라 할지라도, 자신의 승리를 절대적으로 보장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관내경처럼 경험 많은 노련한 장수라면, 함부로 응전하지 말았어야 했다.그러나 상황을 돌아보건대, 적군의 도발이 워낙 심각했을 것으로 보였다.게다가 일반적으로 장수들은 군대의 보호를 받으며 전투에 나서는 것이 보통이다.이처럼 단독으로 나가 싸우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더구나 결투에서 승리한 측은 패배한 자를 추격하거나 죽이는 것이 금지되어 있다.단지 상처를 입히는 데 그쳐야 한다는 규칙이 있다.하지만 관내경이 단독 결투 중 살해당한 것은, 대하를 포함한 연합군이 명백히 이 규칙을 어겼음을 보여준다.봉구안의 표정이 단단히 굳어졌다.“폐하, 이제 동방으로 지원군을 보내야 할 때입니다.”그녀의 목소리에
방 안에서 완부옥은 눈을 감고 침대 위에 다리를 꼬고 앉아 있었다. 그녀의 앞에는 독을 제조하는 솥이 놓여 있었고, 솥 가장자리에 뱀 한 마리가 몸을 감고 있었다.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자 뱀은 민첩하게 목을 쳐들었다. 주위를 재빠르게 두리번거리던 뱀의 눈이 서왕을 발견하자, 독기를 머금은 듯 혀를 날름거리며 쉬익쉬익 소리를 냈다.그러나 서왕이 천천히 다가오자 뱀은 그의 정체를 알아차렸다. 그 순간 뱀은 몸을 굳히며 멈춰 서더니, 부끄러운 듯 혀를 집어넣었다. 몸을 둥글게 웅크리고 고개를 땅속으로 파묻었다. 마치 그러면 아무도 자신을 볼 수 없을 것이라고 믿는 듯했다.서왕은 침대에서 세 걸음 남짓 떨어진 곳에서 멈춰 섰다. 그의 시선은 완부옥의 배에 고정되어 있었다.그녀는 이미 임신 다섯 달째였다. 슬슬 배가 불러올 시기였지만, 그의 눈에는 전혀 티가 나지 않았다. 혹시 넉넉한 옷자락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 걸까?완부옥은 갑자기 눈을 번쩍 뜨며 서왕과 눈을 마주쳤다. 그녀의 목소리는 요염했지만, 어딘가 악의가 서려 있었다.“궁에 들어오더니 정말 멋지게 차려입으셨군요.”서왕은 무표정한 얼굴로 천천히 입을 뗐다.“내가 너를 소홀히 했구나. 이렇게 예쁜 옷 몇 벌 마련해 주지도 않았지. 그런데 지금 이런 상태로 옷을 사서 입는다고 한들, 누구에게 보여줄 작정이냐? 나에게만 보이는 것이 아니더냐.”완부옥은 이전처럼 화를 내지 않았다. 대신 차갑게 받아쳤다.“그 말투로 보아하니, 질투라도 하시는 건가요?”“궁에 오실 때마다 이러시는 것도 꽤 피곤하시겠어요.”“전하의 관심이 부담스럽습니다.”“너…!”완부옥은 그의 말을 가로막으며 냉소적으로 말했다.“혹시 싸우려고 오셨다면, 문은 저쪽에 있으니 나가주세요.”말을 마친 그녀는 다시 눈을 감고 정신을 집중하며 독을 만드는 데 몰두했다.‘회임한 여인은 편안해야 한다’는 말이 떠올랐던지, 서왕은 불쾌함을 억누르고 대신 독이 끓는 솥을 힐끔 보았다. 그 안에서 느껴지는 기운은 분명 위험했다.“아이를 가
봉구안은 ‘거미줄’을 개조하기로 결심한 후 즉시 실행에 나섰다.이 중대한 임무는 동방세에 맡겨졌다.봉구안은 우선 기존의 살상 함정을 철거하라고 명했다.그 함정들이 나중에 피해를 입히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봉구안이 무슨 일을 하려는지 알게 된 동방세는 그녀의 결단에 크게 감탄하며 전적으로 동의했다.동방세는 자신만만하게 말했다.“충분한 인력만 제공해 준다면, 원하는 대로 개조해주겠소! 하지만 시간이 빠듯할 것이오.”거미줄은 남제 전역과 얽혀 있어 전부 개조하는 데는 시간이 많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게다가 사국의 공격이 임박한 지금, 시간이 촉박했다.봉구안은 이미 이 문제를 예견하고 있었고, 먼저 주요 구간을 개조하기로 계획했다.그녀는 거미줄 도면 위에서 선성을 중심으로 북쪽과 동쪽으로 뻗은 두 갈래 길을 가리키며 말했다.“우선 이 구간부터 개조해주시오.”동방세는 도면을 꼼꼼히 살펴본 뒤 자신 있게 대답했다.“알겠소! 내게 맡겨만 주시오.”봉구안은 마지막으로 덧붙였다.“이번 개조가 성공하면, 동방가는 큰 명성을 얻게 될 것이오. 가문의 이름을 드높일 기회일세.”그 말을 들은 동방세는 눈이 반짝이며 말했다.“반드시 성공하겠소!”백여 년 동안, 사람들은 동방가의 기계술이 단대가의 기술만큼 실용적이지 않으며, 단지 방어용으로 적합한 작은 가문의 기술이라고 여겼다.그러나 봉구안은 그의 투지를 자극했다.날이 저물어 가고 있었다.황궁.어전.소욱은 몇몇 대신들과 함께 여전히 논의를 이어가고 있었다.사방에서 벌어지는 전투 속에서, 병력을 어느 쪽에 배치할지를 두고 의견이 갈렸다.“폐하, 북연은 강력한 적입니다. 북쪽 방어에 집중해야 합니다!”“그 말씀은 옳지 않습니다. 폐하, 북연이 강력하긴 하나, 북대영은 사군 중 가장 많은 병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또한 화룡도 있으니 북연 연합군을 충분히 막아낼 수 있습니다. 반대로, 남쪽에 병력을 추가로 보내야 합니다!”“폐하, 동쪽 방어가 가장 시급합니다! 조 장군이 과거 북연군의 위협을
소욱은 제국의 황제로서 대국을 최우선으로 두고 있었다. 남제가 승리하려면 적을 물리칠 방법을 확보해야 했다. ‘거미줄’이 퇴적의 결정적인 도구라면, 적을 물리치는 데 그것을 사용하는 것이 옳은 일이었다. 봉구안은 설명했다. “완전히 사용하지 말자는 뜻이 아닙니다.‘거미줄’의 비밀 통로와 정교한 장치는 군량을 운반하거나 몰래 병력을 이동시키는 데 매우 편리합니다.” “그러나 그 안에 있는 수많은 살상 기계들, 그것이야말로 단대가 기계술의 핵심입니다.” “그것으로 적을 처치한다면, 정당한 승리라 할 수 없습니다.” 소욱은 그 의견에 동의하지 않았다. “이기기 위해서라면 난 상관없다. 정당하지 않은 승리라도, 이길 수만 있다면 괜찮다.” “구안아, 지금 사방에서 적이 몰려오고 있어. 선의를 베풀 여유는 없다.” 봉구안은 물러서지 않고 단호히 말했다. “폐하, 제 뜻을 잘못 이해하신 것 같습니다.” “제가 말하는 건, ‘거미줄’을 사용할 수는 있지만, 단대가의 ‘거미줄’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소욱은 잠시 헷갈리는 듯하다가, 이내 무언가 깨달은 듯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거미줄’을 개조하고 싶다는 말이군?” 봉구안은 살짝 미소 지으며 그의 목에 팔을 두르고 입을 맞췄다. 이내 코를 맞댄 채 장난스럽게 말했다. “역시 제 낭군은 참 똑똑하십니다.” 소욱은 그녀의 말투에서 어딘가 익숙한 느낌을 받았다. 혹시 완부옥이 그녀를 따라 한 걸까, 아니면 그녀가 완부옥의 영향을 받은 걸까? 하지만 아내의 칭찬 한마디에 그의 기분은 한껏 고조되었다. 봉구안은 짧은 칭찬을 마치고 이내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거미줄’을 개조해서, 단대가의 독선적인 기계술을 동방가의 ‘인의 병법’으로 바꿔야 해요. 그래야만 오래도록 쓸 수 있는 방법이 됩니다.” “만약 단대가의 기계술이 표준이 되어 다른 나라들이 따라 하게 되면, 언젠가 그 살상 기계들이 우리 병사들에게로 돌아올 겁니다.” 그녀는 단대연의 계략이 실현되는 것을 반드시 막아야 했다.
단대연은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봉구안이 ‘거미줄’을 동방가의 공으로 돌리겠다고 하자, 그는 순간적으로 억누르지 못한 감정을 드러냈다가 이내 냉정을 되찾았다.잠시 동안 그의 눈가는 붉게 물들었고, 깊은 굴욕감에 휩싸인 듯했다.“네가 날 믿지 않는 건 그렇다 치자. 하지만 왜 이렇게 날 모욕하고, 우리 단대가를 욕보이는 거냐!”“나는 과거 약쟁이 사건을 조사하면서 온갖 고통을 겪었고, 이후 동산국에서는 허수아비처럼 매일 고통 속에서 살았다.”“겨우 남제로 돌아온 뒤에는 그저 최선을 다해 내 죄를 씻고, 네 신뢰를 되찾고 싶었을 뿐이다.”“나는 예전처럼 우리가 친구였던 시절, 지기였던 시절로 돌아가길 바랐다. 하지만 지금 보니, 그 모든 게 나 혼자만의 착각이었군. 단대가의 후손으로서 이 정도까지 참았는데 더는 못 참겠다. 차라리 날 죽여라!”봉구안은 그의 이 울분 어린 말에도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한때 단대연이 자신을 칼로 찌른 일 이후로, 그녀는 결코 다시 단대연을 믿지 않았다.그가 무슨 말을 하든, 얼마나 완벽히 설명하든, 믿을 수 없었다.“단대연, 넌 진심으로 누군가를 대한 적이 없다. 넌 모든 나라를 네 바둑 말처럼 여겼고, ‘거미줄’을 적을 죽이는 도구로 만들고 싶어 했다. 그렇다면 내가 네게 보여주겠다. ‘거미줄’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남제가 승리할 수 있다는 걸.”단대연은 차갑게 그녀를 응시했다.그럴 리가 없었다.게다가 남제는 이미 ‘거미줄’로 군량을 운송하고 있었다.봉구안이 일부러 그런 말을 하는 건 그를 자극하려는 속셈일 것이다.하지만 단대연은 차분하게 그녀에게 절하며 말했다.“미천한 제가 남제의 승리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거미줄’을 사용하지 않아도 상관없습니다.”봉구안이 천옥을 떠난 후, 단대연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그는 어딘가를 응시하며 깊고 어두운 눈빛을 보였다.마치 끝없는 심연처럼 말이다.감옥에 갇히게 될 것을 예상하지 못한 건 아니었다.그를 진정한 상대라 여길 수 있는 봉구안이 어리석은 인물일
“장군! 급보입니다! 장미 아가씨께서 치욕을 당해 자결하셨으니 속히 경성으로 복귀하여 큰아가씨 대신 혼인하라는 노부인의 명이 있으셨습니다!”남제(南齊)의 변경, 준마가 금방 녹은 시냇물을 힘차게 밟으며 미친 듯한 속도로 달리고 있었다.말을 탄 봉구안(鳳九顏)이 최전방에서 달리고 있었다. 흰색 소복에 검은 머리를 대충 비녀로 틀어 올린 그녀의 주변으로 귀티 나면서도 날카로운 분위기가 풍기고 있었다.그녀와 동생 봉장미는 쌍둥이였지만 이 시대에 여자 쌍둥이가 태어나면 불길한 징조였기에 그녀는 어릴 때부터 바깥을 떠돌며 자랐다.성품이 온화한 봉장미는 누구에게 원한을 살 여인이 아니었다.봉구안은 누가 그처럼 순수하고 착한 동생을 해하였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었다.하지만 그게 누구든, 범인의 가죽을 발라내서 개 먹이로 줄 것이다!호위대는 그녀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뒤에서 애타는 목소리로 소리쳤다.“장군, 벌써 강행군으로 말 두 마리가 죽었습니다. 전방에 객잔이 있으니 가서 좀 쉬고…”봉구안은 힘차게 채찍을 휘둘렀다.“따라오지 못할 거면 군영으로 꺼지거라! 이랴!”‘멍청한 놈들, 쉴 시간이 어디 있다고!’그녀의 어깨에 짊어진 것은 봉씨 가문 백여 명의 목숨이었다.호위대는 필사적으로 그녀의 뒤를 따랐다.상대는 북대영(北大營)에서 가장 빠르고 신출귀몰하기로 소문난 봉 장군이었다!그렇게 7일 후, 황성.봉가에서 일국의 황후가 나왔다는 것은 지고무상한 영광이었다.백성들은 천자의 혼인식을 구경하러 분분히 거리로 나왔다.하지만 영친 대오가 도착했지만 새신부가 나오지 않고 있었다.구경꾼들이 차츰 술렁이기 시작했다.“봉가의 장녀는 얼마 전에 산적들에게 끌려갔다가 봉가의 친위대가 출동하여 겨우 구해왔다고 들었는데 순결을 잃었을지도 모르는 여인이 어찌 일국의 황후가 될 수 있단 말이오?”“봉가의 여인들은 참 팔자도 좋소. 대대로 황후를 배출한 가문 아니오. 이런 든든한 집안이 우리 남제를 지켜주고 있어서 우리가 이런 태평 성세에 살고 있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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