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지 납시오! 황귀비는 명을 받으시오!”춘화는 황귀비를 부축해서 외전으로 가서 예를 취했다.곧이어 궁인이 성지를 낭독하기 시작했다.“조검이 궁중 재물을 횡령한 증거가 확실한 바, 이는 황귀비의 불찰로 판단하여 금일부터 금인장을 제출하고 황후마마께서 후궁을 관리할 것을….”황귀비의 표정이 순식간에 변했다.황제가 그녀에게 금인장을 제출할 것을 요구한 것이다.하지만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궁인이 계속해서 낭독했다.“그리하여 황귀비를 귀비로 좌천한다!”능소전 궁인들의 두 눈이 휘둥그레 떠졌다.조검이 잘못을 하였는데 황귀비가 이렇게 엄한 벌을 받을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황귀비가 황제의 총애를 받기 시작한 날부터 한 번도 없었던 일이었다.춘화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서둘러 귀비를 부축했다.능연은 애써 침착한 척하고 있었지만 손발이 저리고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신첩, 명을 받들겠습니다.”성지를 낭독하러 온 궁인이 떠난 후, 능연은 공허한 표정으로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그 모습을 본 춘화도 말없이 궁인들을 물렸다.능연의 예쁜 얼굴은 보기 싫게 일그러져 있었다.“봉장미 이 간사한 년! 대체 폐하께 뭐라고 했길래 폐하께서 나한테 이런 명을 내린단 말이냐!”“마마, 고정하세요. 그래도 폐하께서 마마를 아끼는 마음은….”“꺼져! 다 꺼지라고!”능연의 귀에는 아무 말도 들리지 않았다.당장 봉장미를 죽이고 싶은 마음뿐이었다.그녀가 입궁한 뒤로 하루도 편한 날이 없었다.자녕궁.태후는 화가 나서 차도 목에 안 넘어가고 자포자기에 빠졌다.“내가 황상께 대체 뭘 그렇게 잘못을 했다고.”“능연 걔가 어디가 그렇게 예뻐서 이 정도로 편애하시는 거지?”“조검이 누구 사주를 받았는지 눈이 있으면 다 아는 일 아니더냐!”“이렇게 여색에 빠져 시비조차 가리지 않을 줄이야! 남제의 강산은 결국엔….”계 상궁은 다급히 태후를 말렸다.“마마, 듣는 귀가 많습니다.”이때, 태감 한 명이 들어와서 보고했다.“마마, 능소전 쪽에서 새로운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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