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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폭군의 장군 황후: Chapter 51 - Chapter 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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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화

제왕의 분노에 봉구안은 자조적인 미소를 지었다.“신첩이 무례하다 하셨나이까.”“폐하, 신첩은 납치당하였다가 구조되어 돌아온 후로 아무도 신첩의 결백을 믿어주지 않았습니다.”“주변 사람들마저 신첩에게 입을 다물라고, 소문에 일일이 대응하지 말라고 권고하였지요. 소문은 지나가면 사람들은 이 일을 잊을 거라고요.”“하지만 과연 그럴까요?”“신첩은 매일 고통과 두려움 속에 살면서 스스로 자신의 결백을 의심하게 되겠지요. 여자의 결백을 어떻게 정의하는지 신첩은 잘 모르겠습니다. 이유도 없이 납치 당하고 명성마저 잃은 신첩이 분명 피해자인데 사람들은 방탕한 요부라고 신첩을 비난하고 있습니다!”“신첩이 조금만 덜 뻔뻔했더라면 이미 그 유언비어에 숨이 막혀 죽었을 것입니다. 감히 황후의 예복을 입고 황궁으로 시집오지도 못했겠지요.”“신첩이 조금만 덜 뻔뻔했더라면 폐하께 먼저 진실을 밝혀달라고 간청하지도 않았을 겁니다.”“이렇게 뻔뻔하고 무례한 저를 폐후로 만들어 주십시오! 조금만 더 무례한 짓을 저지르겠습니다. 이 사건의 진실을 모두에게 알리고 신첩이 억울한 누명을 썼다는 것을 만 천하에 알리게 해주세요!”소욱은 그녀의 구구절절한 말을 들으며 생모를 떠올렸다.하지만 곧이어 조금이나마 흔들렸던 마음은 차게 식었다.이렇게 날카로운 여자는 처음이었다.아니, 한 명 더 있었다. 그날 만났던 여자객이 그랬다.그들 중 유일한 공통점이라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객기였다.그는 눈을 가늘게 뜨고 위협적인 눈으로 그녀를 바라봤다.“폐후가 되고 싶은 게 아니라 짐이 황귀비를 엄벌하기를 바라는 거겠지.”제왕인 그가 사람의 마음을 꿰뚫어보지 못할 리 없었다.봉구안은 부인하지 않았다.“조검은 시키는 일을 했을 뿐입니다. 진짜 주모자가 누군지 폐하께서 정말 모르실 리 없지요.”소욱은 부인하지 않고 그녀를 풀어주었다.그녀는 계속해서 말했다.“얼마전에 유언비어를 퍼뜨린 주모자도 영소전에서 나왔습니다. 산적을 사주한 조검도 영소전 사람이지요. 과연 이게 우연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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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화

“성지 납시오! 황귀비는 명을 받으시오!”춘화는 황귀비를 부축해서 외전으로 가서 예를 취했다.곧이어 궁인이 성지를 낭독하기 시작했다.“조검이 궁중 재물을 횡령한 증거가 확실한 바, 이는 황귀비의 불찰로 판단하여 금일부터 금인장을 제출하고 황후마마께서 후궁을 관리할 것을….”황귀비의 표정이 순식간에 변했다.황제가 그녀에게 금인장을 제출할 것을 요구한 것이다.하지만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궁인이 계속해서 낭독했다.“그리하여 황귀비를 귀비로 좌천한다!”능소전 궁인들의 두 눈이 휘둥그레 떠졌다.조검이 잘못을 하였는데 황귀비가 이렇게 엄한 벌을 받을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황귀비가 황제의 총애를 받기 시작한 날부터 한 번도 없었던 일이었다.춘화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서둘러 귀비를 부축했다.능연은 애써 침착한 척하고 있었지만 손발이 저리고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신첩, 명을 받들겠습니다.”성지를 낭독하러 온 궁인이 떠난 후, 능연은 공허한 표정으로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그 모습을 본 춘화도 말없이 궁인들을 물렸다.능연의 예쁜 얼굴은 보기 싫게 일그러져 있었다.“봉장미 이 간사한 년! 대체 폐하께 뭐라고 했길래 폐하께서 나한테 이런 명을 내린단 말이냐!”“마마, 고정하세요. 그래도 폐하께서 마마를 아끼는 마음은….”“꺼져! 다 꺼지라고!”능연의 귀에는 아무 말도 들리지 않았다.당장 봉장미를 죽이고 싶은 마음뿐이었다.그녀가 입궁한 뒤로 하루도 편한 날이 없었다.자녕궁.태후는 화가 나서 차도 목에 안 넘어가고 자포자기에 빠졌다.“내가 황상께 대체 뭘 그렇게 잘못을 했다고.”“능연 걔가 어디가 그렇게 예뻐서 이 정도로 편애하시는 거지?”“조검이 누구 사주를 받았는지 눈이 있으면 다 아는 일 아니더냐!”“이렇게 여색에 빠져 시비조차 가리지 않을 줄이야! 남제의 강산은 결국엔….”계 상궁은 다급히 태후를 말렸다.“마마, 듣는 귀가 많습니다.”이때, 태감 한 명이 들어와서 보고했다.“마마, 능소전 쪽에서 새로운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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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화

한편 영화궁.목욕을 마친 봉구안은 침상에 앉아 머리를 말리고 있었다.창밖에서 탁탁 하는 소리가 들리자 그녀는 눈을 빛내며 창가로 다가갔다.문을 열자 검은색 비둘기 한 마리가 짜증스럽게 창문을 부리로 치고 있었다.봉구안은 비둘기 다리에서 편지를 꺼내 펼쳤다.[쥐새끼는 굴에 잡아넣었습니다.]쥐새끼란 산적을 가리키는 말이었다.봉구안은 처음부터 그들에게 거짓말을 했다.그들은 손목 발목 관절과 혀가 잘린 채로 남자 기생집에 팔려갔다. 죽음보다 치욕스러운 나날들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산적들을 응징했지만 봉구안은 전혀 기쁨이 느껴지지 않았다.봉장미는 처참한 부상을 입고 인생을 망쳤는데 산적들을 어떻게 괴롭혀도 이 분노를 풀기에는 부족했다.게다가 모든 일의 주모자인 능연은 여전히 한가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연상도 분노에 치를 떨었다.“주모자는 여전히 잘 살고 있으니 참으로 한탄스럽네요! 귀비를 향한 폐하의 신뢰가 이 정도로 두터웠던 걸까요?”미색에 빠졌든 다른 원인이 있든, 소욱은 황제가 저질러서는 안 되는 일들을 저지르고 있었다.봉구안이 담담히 말했다.“그년을 죽이고 괴롭히는 것으로 장미가 당한 모든 것을 갚아주는 건 쉬워.”“하지만 이건 진정한 복수가 아니야. 그냥 분풀이일 뿐이지. 진짜 피해자인 장미에게도 의미가 없는 짓이고.”말을 마친 그녀는 비장한 표정으로 다짐했다.무조건 이 일을 만 천하에 알리고 아무도 능연을 지켜줄 수 없게 만들 것이다.어쩌면 그때가 되면 봉장미도 유언비어에 시달릴지 모른다.하지만 상관없었다.어차피 장미는 자유로운 삶을 원하고 있으니 그녀를 데리고 속세를 떠나 새로운 신분으로 살아가면 그만이었다.그 시각, 영소전.춘화를 포함한 모든 궁인들이 방밖으로 쫓겨났다.방에는 황제와 귀비 두 사람만 남았다. 밤이 다 지나가고 있었지만 목욕물을 준비하라는 명령은 들려오지 않았다.능연은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병풍 뒤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날이 다 밝아올 때쯤에 병풍이 열리고 청색 비단옷을 입은 제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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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화

영화궁.황제가 처음으로 아침 식사하러 방문했기에 주방 일꾼들은 평소보다 더 섬세하게 요리했다.식사는 매우 조용한 분위기에서 진행되었다.소욱이 말이 없으니 봉구안도 굳이 말을 걸지 않았다. 물론 황제의 반찬을 챙겨준다는가 하는 행동은 당연히 없었다.연상은 몇번이나 눈치를 주었지만 황후는 아예 못 본 척했다.한참 말이 없던 황후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그녀는 자신을 기대에 찬 눈을 바라보는 연상에게 담담히 말했다.“밥 한 공기 더 가져오너라.”봉구안은 무공을 하는 사람이기에 여느 여자들보다는 식사량이 많았다.군영에 있을 때는 남자들과 같이 있었기에 전혀 이상할 게 없었다.하지만 궁중에서 보니 무척 눈에 띄는 행동이었다.그녀가 세 번째로 밥을 추가했을 때, 소욱은 고개를 들고 그녀를 바라봤다.다른 비빈들 궁에 가서 식사할 때, 그녀들은 거의 음식에 손을 대지 않고 직접 그의 접시에 반찬을 챙겨주는 비빈들이 대부분이었다.그리고 거의 다 얼마 먹지도 않고 배부르다며 수저를 놓았다.하지만 황후는 남달랐다.마치 그가 음식을 빼앗아 먹으려고 온 것처럼 빠르게 음식을 해치우고 있었다.탁!소욱이 수저를 내려놓으며 말했다.“다 나가보거라.”하인들이 나간 뒤, 그는 인상을 찌푸리며 황후에게 말했다.“수저 내려놔. 물어볼 게 있다.”봉구안은 담담히 수저를 내려놓고 공손히 답했다.“말씀하시지요.”“산적들과 증거들 언제 다 수집한 것이냐.”“사건이 있고 신첩의 아버지는 매일 수색을 나갔습니다.”소욱의 얼굴에는 불쾌함이 가득했다.그가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래서 짐이 한 달의 기한을 주었을 때 전혀 조급해하지 않았군. 이미 모든 조사는 끝난 뒤였으니까.”“황후, 이건 황제인 나를 기만한 죄야!”봉구안은 고개를 들고 그를 바라보며 담담히 말했다.“폐하를 기만하려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조사 진전을 일일이 보고하지 않았을 뿐이지요. 하지만 폐하도 물어보신 적 없지 않습니까?”소욱이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어찌됐건 이 일은 여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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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화

연상이 말했다.“마마, 서왕께서 말씀하시길 폐하는 말을 잘 타는 여인을 좋아한다고 합니다.”“마구 시합을 조직하는 이유도 다른 비빈들이 폐하의 환심을 살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건가요?”봉구안은 담담히 대꾸했다.“항제가 좋아하는 건 말을 잘 타는 영비야. 아무나 말을 탄다고 좋아하진 않아.”“마마, 소인은 잘 모르겠어요. 그럼 왜 이걸 조직하는 건가요?”“물고기가 미끼를 물기를 기다리는 거지.”봉구안의 두 눈이 섬뜩하게 빛났다.연상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이것 역시 귀비를 괴롭히기 위함이라는 것은 어렴풋이 직감할 수 있었다.영소전.황제가 황후궁에서 아침을 들었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귀비는 분노를 주체하지 못했다.“간사한 년! 대체 무슨 수를 썼길래 폐하께서 나를 벌하시고 자기 궁에 폐하를 불러들이기까지 한 거야!”춘화는 그런 그녀의 모습을 걱정스럽게 바라보며 말했다.“마마, 폐하께서 황후를 진정시키기 위함인 것 같아요. 황후가 조검의 일로 또 마마를 압박하면 큰일이니까요.”“폐하께서 가장 신경 쓰시는 분은 마마밖에 없어요.”하지만 귀비의 표정은 나아지지 않았다.“산적 사건을 밝혀내면 내가 아무것도 못할 줄 알았지?”“금인장? 난 언제든 다시 회수해 올 수 있어.”“그럼요, 마마.”춘화는 공손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황후는 금인장을 가져갔지만 그걸 사용하는 법을 모를 거예요. 그러니까 금인장으로 마구 시합 같은 이상한 걸 조직하죠.”귀비는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었다.‘몰라서 그러는 게 아니라 다른 목적이 있어서겠지!’자녕궁.태후는 화분 곁가지들을 자르며 속으로 불만을 삭혔다.“역시 내 생각이 맞았어. 황상은 능연을 처벌하고 안쓰러워서 그날로 영소전에서 밤을 새우고 돌아가셨잖아. 이런 처벌이 과연 설득력이 있을까? 그렇게 하루도 못 참아? 황당하긴!”계 상궁은 안쓰러운 얼굴로 태후를 위로했다.“마마, 이 일로 화를 내실 건 없어요. 폐하께서 어제 영소전에 머무르시긴 했지만 아침에 영화궁을 방문하여 황후마마와 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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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화

영화궁봉구안의 금족령이 풀렸지만 아침 문안을 오지 않는 비빈들은 여전히 많았다.아프다는 건 핑계고 귀비 사람들인 것은 분명했다.내실에서 연상은 봉구안의 머리를 다듬어주며 불만을 터뜨렸다.“마마, 다른 사람은 몰라도 강빈마저 아프다고 출석하지 않다니. 설마 벌써 마마의 은혜를 잊은 걸까요?”“전에는 마마를 대신해서 궁중 법규를 베끼겠다고 하더니 한순간의 변덕일 줄은 몰랐네요!”봉구안은 후궁 장부를 들여다보며 심드렁하게 대꾸했다.“이익을 따라가는 건 사람의 본능이야.”대청.봉구안이 상석에 앉고 몇몇 비빈들이 양측에 앉아 있었다.그들은 일제이 일어서서 황후에게 문안을 올렸다.“만수무강하십시오, 황후마마.”“다들 앉거라.”봉구안은 조용히 그들을 관찰했다.엄격한 선별을 거쳐 후궁의 자리를 꿰찬 여인들이라 하나같이 용모가 출중했다.안타깝게도 황제는 귀비에게만 눈이 멀어 이 많은 여인들이 독수공방하게 만들었으니 후궁에 원망의 소리가 많을 수밖에 없었다.“마구 시합을 할까 하는데 같이 할 사람은 손을 들어보거라.”봉구안의 말이 끝나자 하나같이 고개를 푹 숙이고 그녀와의 시선을 피했다.한참 후, 현비가 먼저 입을 열었다.그녀는 부드럽고 조곤조곤한 목소리로 에둘러 말했다.“신첩은 워낙 몸이 허약하여 약을 장기간 복용하다 보니 격한 운동은 못할 것 같습니다. 몸만 건강했어도 참여하고 싶은데 안타깝네요.”현비가 이렇게까지 얘기하는데 사람들은 황후가 당연히 포기할 거라고 생각했다.봉구안은 진지한 표정으로 조용히 듣고 있다가 입을 열었다.“말을 타는 운동은 건강에 도움이 되지. 연상아, 현비의 이름을 기입하거라.”현비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황후를 바라봤고 피식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봉구안은 웃음소리가 난 곳을 바라보았다.녕비였다.자리에서 일어선 녕비가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마마, 신첩은 빼주세요. 신첩은 어릴 때부터 자고로 여자란 온화하고 부드러운 성격을 가지라고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검을 휘두르고 말 위에서 공놀이를 하는 건 사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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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화

영소전.소식을 들은 귀비는 인상을 확 찌푸렸다.“황후는 정녕 미친 거야? 감히 날 마구 시합에 끌어들여?”“설마 금인장 가져갔다고 자기 마음대로 후궁을 다룰 수 있을 거라고 착각하는 건 아니겠지?”최근에는 문제 일으키지 말라는 황제의 경고가 아니었으면 당장에 황후를 찾아갔을 것이다.마구 시합에 대해 불만이 있는 사람은 귀비뿐이 아니었다.아침 조회가 끝난 후, 비빈들은 한자리에 모여 불만을 토로했다.“마구 시합을 대체 왜 하는 겁니까? 황후마마는 참 이상해요. 이상한 일만 만드는 것 같아요.”“황후께서 아무리 잘 포장해도 난 싫어요. 지금은 선조 시기도 아니고 오늘날의 남제는 막강한 병력을 가지고 있는데 여자들이 성을 지키는 상황은 오지도 않을 거라고요.”“권력 좀 잡았다고 뭐라도 하려는 거겠지요. 우리만 고생이네요. 마구시합이 대체 운영이나 될지 두고 보겠어요.”한편, 녕비는 자녕궁을 찾아가서 일러바쳤다.“고모, 황후가 오늘 얼마나 강압적이었는지 아시나요? 그 여자가 글쎄 우리 가문의 교양에 의문을 제기했다니깐요? 고모마저 무시하는 거잖아요!”태후 역시 마구 시합은 별로 좋은 선택이 아니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이미 후궁 일에 손을 떼기로 했고 황후와 귀비의 겨루기를 지켜보기로 한 이상, 황후의 발목을 잡을 생각은 없었다.하지만 조카딸인 녕비를 조금이라도 챙기고 싶은 마음은 있었다.“계 상궁, 이따가 영화궁에 가서 녕비는 나와 함께 불경을 드려야 하니 마구 훈련을 할 시간이 없다고 전해라.”녕비는 그제야 표정을 풀고 웃었다.“감사합니다, 고모!”태후는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넌 내 조카인데 내가 도울 수 있는 건 당연히 도와야지. 다만 명심해. 대놓고 황후를 적대하진 말거라. 누가 뭐래도 후궁의 안주인은 황후야.”“예, 고모.”황제의 측근은 궁 곳곳에 퍼져 있었다.산적 사건이 끝난 후로 소욱은 황후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라고 시켰다.그래서 녕비와 그녀의 대화를 포함해 아침에 있었던 일도 자연히 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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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화

황제의 서재에 도착한 봉구안은 공손히 예를 올렸다.“신첩, 폐하를 뵙습니다.”소욱은 날카로운 표정을 하고 책상 앞에 앉아 그녀에게 말했다.“짐은 국무 때문에 바쁘니 간단히 말하거라.”마장 훈련에 두 명만 참석했다는 이야기는 그 역시 들은 바가 있었다.그는 황후가 말을 안 듣는 비빈들 때문에 자신에게 부탁하려 찾아왔다고 생각했다.봉구안이 담담히 말했다.“귀비의 두통약이 다 떨어져갈 때가 됐네요. 그래서 약을 가져왔습니다.”소욱은 순간 미간을 찌푸렸다.‘그냥 약을 전해주자고 여기까지 왔다고?’사내의 표정이 사납게 변했다.“지난번에는 한 병밖에 남지 않았다고 하지 않았느냐.”말을 마친 그는 잡아먹을 듯이 그녀를 노려보았다.봉구안은 침착하게 말을 이었다.“아버지께 서신을 보내서 그 의원을 찾아보라고 하였는데 마침 우연히 의원이 경성에 들렀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소욱은 거짓말인지 의심이 갔지만 증거가 없었다.“거 참 우연이로군.”그는 곧이어 말을 이었다.“그런데 왜 바로 영소전으로 가져가지 않고 짐한테 온 거지?”봉구안은 고개를 들고 진지한 표정으로 답했다.“산적 사건 때문에 귀비와 신첩 사이에 약간의 거리감이 생겼습니다. 신첩이 주는 거라고 하면 귀비가 먹지 않을 것 같아서요.”소욱은 속을 꿰뚫어 보려는 듯이 그녀를 빤히 노려보았다.하지만 그녀는 그가 기대했던 마구 시합에 관한 일은 한 글자도 언급하지 않았다.비빈들이 그렇게 불만이 많은데 참는다고?“약은 전해드렸으니 이만 가보겠습니다.”봉구안이 떠난 뒤, 유사양도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생각에 잠겼다.황후는 참 이상한 사람이었다.단순히 약만 전하러 온 거라니.그가 알기로 현재 두 명만 마구 훈련에 참석하고 있는데 그중 한 명은 골골거리는 현비인 걸로 알고 있었다.다른 비빈들이 참석해 주지 않으면 마구 시합을 대체 어떻게 조직하려고 그럴까?소욱은 약을 내려다보며 말했다.“태의원에 가서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고 영소전에 보내거라.”유사양은 공손히 물러났다.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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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화

비빈들은 뭔가 불안한 느낌이 들었다.궁인이 말했다.“황후께서는 태의를 보내 몸이 편찮으신 마마들을 치료하라고 명하셨습니다.”“몸이 아픈 분은 치료를 하고 일부러 아프다고 마장 훈련을 거부한 분은 궁중 법규 베껴 쓰기 50번에 곤장 다섯 대를 친다고 하셨습니다!”비빈들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황후가 이렇게까지 강압적으로 나올 줄은 몰랐다.태의들이 분분히 나서서 비빈들의 진맥을 했다.결과는 안 봐도 뻔했다.각자 곤장을 맞았고 궁중 법규까지 베껴야 했다.녕비는 태후의 비호가 있었기에 빠져나갈 수 있었다.억울해하는 비빈들도 있었다.“귀비는요? 귀비마마도 오늘 마장에 안 나갔다고 들었는데요! 황후께서는 왜 귀비마마는 가만히 두시는 건가요?”전달하러 온 궁인이 공손히 답했다.“아마 지금쯤, 영소전에도 명이 내려졌을 겁니다.”“뭐라고요? 황후께서 귀비의 곤장을 친다고요?”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영소전.형장 궁인들이 기세등등하게 안으로 들이닥쳤다.“귀비마마, 미안하게 되었습니다.”춘화는 귀비의 앞을 막고 필사적으로 버텼다.“무례하다! 귀비마마께 형벌이라니! 아무리 황후라 하여도 위에 폐하가 계시는데! 폐하께서 우리 마마를 얼마나 아끼는지 정녕 모른단 말이냐!”“귀비마마 신변에 무슨 문제라도 생기면 폐하께서 너희를 처벌하실 거다!”귀비 역시 황후가 이렇게까지 강압적으로 나올 줄은 몰랐다.형장의 궁인들도 난감했다.“마마, 소인들도 시키는 일을 할 뿐입니다. 걱정 마세요. 그냥 시늉만 할 뿐, 다치게 할 생각은 없습니다. 하지만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면 황후께서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귀비는 싸늘한 얼굴로 태감을 불렀다.“폐하를 모셔오너라! 이 황궁에서 누구 말이 우선인지 한번 두고 보자꾸나!”장신궁.이번에는 주변에 호위들이 없었다.폭군이 경계를 푼 건지, 아니면 다른 곳에 매복하고 있는지는 모를 일이었다.봉구안은 미리 변장을 하고 내전으로 들어갔다.소욱은 침상에 다리를 틀고 앉아 기를 운용하고 있었다. 목덜미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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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화

귀비는 문밖을 바라보았지만 황제의 모습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태감이 땀을 뻘뻘 흘리며 답했다.“마마, 유 태감께서 말씀하시길 폐하께서는… 낮에 많이 피곤하시어 일찍 잠자리에 드셨다고 합니다. 게다가 아무도 방해하지 말라고 명을 내리셨다 합니다.”춘화는 크게 놀랐다.“귀비마마께서 곤장을 맞을 상황이라는 건 말씀 안 드렸어?”그들은 당연히 귀비가 그 아무나에 속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귀비는 태감을 죽일듯이 노려보며 이를 갈았다.‘멍청한 자식!’중요한 상황에 황제가 오지 않았으니 형장의 사람들도 서로 눈치만 보다가 결국엔 앞으로 나섰다.“귀비마마, 실례하겠습니다.”그들이 다가오자 춘화가 앙칼진 목소리로 비명을 질렀다.“무례하다! 어딜 감히!”반 시진 후.귀비는 힘없이 침대에 늘어졌다.춘화가 다가오자 그녀는 다급히 물었다.“폐하는? 오신대?”춘화는 입술을 깨물고 고개를 저었다.“자진궁 유 태감까지 나섰는데 안 된대요. 어쩌면 정말 피곤하셨을 수도 있어요.”귀비는 무릎을 탁 치며 말했다.“맞아. 분명 그랬을 거야. 내일, 내일 폐하를 불러 황후가 나한테 무슨 짓을 했는지 보여줘야겠어!”비록 진짜로 곤장을 맞지는 않았지만 그들 앞에 엎드려 있는 것 자체가 굴욕이었다.사실상, 소욱은 장신궁에서 치료를 받고 자시가 넘어서야 자진궁으로 돌아갔다.유사양은 다급히 와서 사실을 고했다.“폐하, 영소전에 큰일이 났습니다.”“황후께서 하명하시어 귀비마마께서 곤장 다섯 대를 맞았습니다. 귀비께서는 직전에 폐하께 도움을 요청하였지만 폐하께서 안 계시니 소인도 황후의 명을 거스를 수는 없어….”소욱의 얼굴이 음침하게 굳었다.“그런 일이 있었단 말이지!”다음 날 아침.영화궁.궁인들이 봉구안의 처소를 찾았다.“마마, 폐하께서 지금 당장 영소전으로 들라 하셨습니다.”연상은 황후의 머리를 빗겨주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어제 귀비가 곤장을 맞은 것 때문에 그러나 봐요.”“마나, 폐하께서 그렇게 귀비를 총애하시는데 이대로 가셨다가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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