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군의 장군 황후의 모든 챕터: 챕터 41 - 챕터 50

686 챕터

제41화

며칠 사이에 황후에 관한 소문은 널리 퍼져서 조정의 관원들 귀에까지 들어갔다.태후는 그냥 무시로 일관하려 했지만 방법이 통하지 않자 조바심이 났다.“황후는 폐하의 정실이자 황실의 체면이야. 입궁하기 전에 그 아이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입궁한 순간부터는 그 어떤 오명도 가지고 있어서는 안 돼.”계 상궁은 공손히 고개를 끄덕였다.“소인이 궁인들을 잘 타일러 보겠습니다. 계속 소문을 퍼뜨리는 자가 있으면 엄벌에 처하겠다고요.”소문이 두려운 건 그것을 완전히 막을 방도가 없기 때문이었다.태후까지 나섰지만 황후의 순결 문제는 여전히 사람들의 이야깃거리로 돌고 있었다.수다를 좋아하는 몇몇 비빈들이 한곳에 모였다.“영화궁에서 아무런 반격도 없는 것을 보면 사실인 것 같지 않나요?”“설마 그 소문들이 진짜라고요? 황후께서 순결의 몸이 아니라면… 어찌 폐하와 혼례를 올렸단 말인가요!”“나도 알아왔는데 황후께서 혼례식 전에 산적에게 잡혀간 적이 있는 건 사실이래. 비록 의심의 여지는 있긴 하지만 궁 안까지 소문이 새어 들어온 걸 보면 아예 뜬구름 잡는 소문은 아닌 것 같아.”“궁 안팎이 이렇게 시끄러운데 황후마마의 입지는 괜찮을까요?”영소전.황귀비는 흔들의자에 앉아 시종들의 시중을 받으며 손톱을 칠하고 있었다.안으로 들어온 춘화가 그녀의 귓가에 대고 작게 속삭였다.“마마, 조정의 몇몇 관원들이 황후를 폐하라는 첩지를 올렸다고 하옵니다.”황귀비의 입가에 비뚜름한 미소가 지어졌다.“영화궁은 이 소식을 알고 있다더냐?”“지금 사람을 보내 소식을 전할 생각입니다. 이 소식을 듣고 얼굴이 하얗게 질린 황후의 얼굴이 보이는 듯하네요.”대대로 황후를 배출한 봉씨 가문에게는 폐후보다 더 치욕적인 일은 없을 것이다.봉가의 모든 영예는 결국 봉장미의 손에 무너지게 될 것이다.영화궁.궁중 법규 백 벌은 결국 대부분은 연상의 손에서 완성되었다.그렇다고 봉구안이 한가롭게 지낸 것은 아니었다. 이제는 봉장미의 글씨를 전보다는 쉽게 써낼 수 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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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화

소욱은 저도 모르게 두 주먹을 움켜쥐었다.‘역시 입만 열면 거짓말만 하는 여인이었어!’그는 신혼밤에 마음이 약해진 것을 후회했다.그가 한바탕 발작하려는 순간에 상궁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외람된 말씀이지만 황후마마, 평소에 오래 무용을 연습하거나 말을 자주 타셨나이까?”연상은 다급히 고개를 끄덕였다.“예, 맞아요!”그제야 상궁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소욱에게 보고했다.“폐하, 궁중의 여인들은 대부분 저택에서 외출을 자주 하지 않고 곱게 자랐기 때문에 내벽이 손상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다만 황후마마와 같은 경우도 가끔은 있습니다. 무용을 오래 연습하거나 기마를 자주 한 여인에게서 가끔 나타나는 현상입니다.”소욱이 싸늘한 목소리로 물었다.“그래서 황후는 결백한지 그것만 대답하거라.”두 상궁은 고개를 끄덕였다.“예, 폐하. 자궁 내벽에 손상이 있기는 하지만 사내와 합방을 한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그건 저희가 확신할 수 있습니다.”그들은 궁에서 오래 생활했고 같은 여인이기에 황제의 후궁으로 사는 삶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고 있었다. 그랬기에 무고한 여인에게 없는 죄를 뒤집어씌울 이유는 없었다.음침하게 굳었던 소욱의 표정이 그제야 조금은 풀렸다.옷을 갈아입은 봉구안이 담담한 얼굴을 하고 밖으로 나왔다.그리고 소욱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폐하, 오늘 일은 비밀로 해주셨으면 합니다. 순결을 검사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소문만 더 키울 뿐입니다.”소욱은 음침한 얼굴로 대꾸헀다.“결백이 증명되었다 하더라도 궁중에 도는 소문은 황후 때문에 일어난 일이야. 이 일을 잠재우지 못하면 난 여전히 널 그 자리에서 끌어내릴 수 있어.”“신첩은 누군가 일부러 소문을 퍼뜨리고 다닌다고 생각합니다.”소욱은 그녀의 요구가 예에 어긋난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떠도는 소문일 뿐인데 조사가 가능하겠느냐?”유사양도 황제의 관점에 동의하는 바였다.게다가 황귀비마저 조사에 실패했는데 황후가 무슨 수로 배후를 밝혀낸단 말인가.봉구안은 고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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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화

소욱이 영화궁에 도착했을 때, 마당에 수많은 사람들이 무릎을 꿇고 있었다.그들은 저마다 고개를 숙이고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폐하.”봉구안은 대문 앞에 서서 그를 맞이했다. 진청색의 예복을 갖춰 입고 아무런 화장을 하지 않았는데도 그녀는 여전히 고혹적으로 아름다웠다.소욱은 그녀를 힐끗 쳐다보고는 냉담한 얼굴로 안으로 들어갔다.봉구안은 공손히 그의 뒤를 따르며 단도직입적으로 아뢰었다.“신첩, 폐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헛소문을 퍼뜨린 배후를 밝혀냈습니다.”소욱은 마당에 꿇고 있는 사람들을 가리키며 물었다.“저자들이 그 장본이니냐.”“신첩이 이들을 초대하여 한 사람씩 심문을 마쳤습니다. 그리고 수소문 끝에 소문의 근원지가 영소전 궁녀들이라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영소전 얘기가 나오자 소욱의 얼굴빛이 달라졌다.“황후, 억지 부리지 말거라. 조사를 시작한지 불과 3일이다. 어찌 이들의 증언이 사실이라고 확신할 수 있지?”봉구안은 당황하지 않고 담담히 요구를 제기했다.“폐하께서 공명정대하게 영소전을 대하신다면 신첩, 바로 소문을 퍼뜨린 그 시녀를 데려다가 심문할 생각입니다.”소욱의 눈빛이 무섭게 빛이 났다.“지금 짐이 영소전을 감싼다는 말을 에둘러하는 것이냐?”봉구안은 고개를 숙이고 답했다.“신첩이 어찌 감히 그런 불경한 생각을 하겠나이까. 단지 폐하께서 가장 총애하시는 황귀비 궁에서 생긴 일이라 폐하의 뜻을 여쭙고 싶었을 뿐입니다.”소욱은 황후인 그녀에게 호감은 없지만 억지를 부리는 사람은 아니었다.그리고 최근에 퍼진 그 소문들은 황실의 체면을 떨어뜨린 격이었다.“짐이 황귀비를 총애하는 것과 영소전 하인들은 무관하다. 만약 누군가가 악의적으로 소문을 퍼뜨린 거라면 절대 쉽게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말을 마친 그는 자신의 시위를 영소전으로 보냈다.영소전.소식을 들은 황귀비는 마음이 혼란스러웠다.“폐하께서는 왜 내 사람들을 잡아가려 하는 거지?”춘화가 말했다.“폐하께서 오늘 영화궁에 방문하셨다고 들었는데 황후가 또 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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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화

소욱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말은 잘하는군. 황후가 그렇게까지 말하면 짐이 나라의 안녕을 위해 조사를 허락할 거라 생각하였는냐?”봉구안은 공손히 답했다.“신첩은 폐하의 현명함을 믿습니다. 천하를 사랑하시는 분이니 남제를 해하려는 세력을 가만히 두고 보지는 않겠지요.”소욱은 싸늘하게 대꾸했다.“그렇게까지 과장할 필요는 없어. 이 일이 그만큼 중요한 사건이라면 짐이 황후에게 조사를 맡길 이유가 없지. 짐의 부하들이 그리도 무능해 보이더냐?”봉구안은 부인하지 않았다.“예, 신첩의 능력은 제한적입니다. 하지만 신첩은 당사자이기도 하니 이 사건의 진실을 절실히 알고 싶은 사람입니다. 그리고 신첩보다 소문이 퍼지기를 바라지 않는 사람은 없으니 누구보다 조용히 조사하겠지요.”“다른 사람에게 조사를 맡기셔도 상관없으나 입이 무거운 사람이었으면 합니다.”소욱은 인상을 찌푸리고 생각에 잠겼다. 그 역시도 이 일이 알려지길 바라지 않았다.“좋다. 한 달을 주지. 한 달 안에 산적과 그 배후를 찾지 못한다면 다시는 짐의 앞에서 그 일을 거론하지 말거라. 뜬구름 잡는 소문보다는 사소한 일을 크게 만드는 사람이 더 싫으니까!”말을 마친 그는 대문을 나가버렸다.봉구안은 유유히 멀어지는 그의 뒷모습에 대고 공손히 예를 취했다.“신첩, 명을 받들겠습니다.”황제가 떠난 후, 연상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드디어 폐하의 허락을 받아내고 금족령까지 풀렸네요. 다만 한 달 안에 과연 증거를 찾을 수 있을까요?”봉구안은 고요한 눈동자로 하늘을 바라보며 말했다.“한 달이면 충분해. 오늘밤에 궁을 나가볼까 한다.”“예? 또요?”연상은 불안하기 그지없었다.한편, 영화궁을 나온 소욱은 시위를 따로 불렀다.“믿을만한 사람들을 소집해서 비밀 리에 황후를 납치해 갔던 산적들을 조사하거라. 배후에 누가 있는지 꼭 밝혀내야 한다.”사건을 조사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에 그는 황후가 성공할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았다.하지만 황후 말처럼 의문점이 많은 사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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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화

“멍하니 서서 뭐 해? 마마 어디 계시냐니까?”최 상궁은 멍하니 서 있는 연상의 어깨를 흔들었다.정신을 차린 연상의 이마에 식은땀이 흘렸다.“제가… 찾아볼게요.”최 상궁은 일단 밖으로 나가서 황제를 맞이했다.젊은 황제는 외전의 의자에 앉아 딱딱한 표정으로 최 상궁에게 물었다.“황후는 어쩌고 너 혼자 나왔느냐?”최 상궁은 공손히 차를 올리며 답했다.“폐하, 마마께서는 목욕 중이니 곧 나오실 겁니다.”소욱의 표정이 눈에 띄게 안 좋아졌다.사실 영소전을 나와 자진궁으로 돌아가던 길에 갑자기 조사의 진전이 궁금해 영화궁으로 걸음한 것이었다.그런데 정작 장본인은 한가히 목욕이나 즐기고 있으니 황당하기 그지없었다.한참을 기다렸으나 황후는 나올 기미를 보이지 않았고 소욱의 인내심은 거의 바닥나고 있었다.최 상궁도 뭔가 이상함을 느끼고 다급히 내전으로 달려갔다.연상은 멍하니 병풍 안쪽만 바라보고 있었다.그 모습을 본 최 상궁은 화가 치밀었다.“지금 뭘 하고 있는 것이냐! 마마를 찾아보랬더니 어째 여기서 멍하니 서 있어! 폐하께서 기다리고 계신 걸 몰라?”연상은 애써 침착하게 답했다.“마마께서 갑자기 배가 아프셔서 볼일을 보러 가셨습니다. 그런데 폐하께서 왜 갑자기 이 밤에 방문한 것일까요?”최 상궁은 다급히 연상의 팔목을 잡고 물었다.“너 오늘따라 이상해! 솔직히 말해봐. 마마 어디 계시냐?”연상의 어설픈 거짓말은 나이 든 최 상궁의 눈을 속일 수 없었다.최 상궁은 궁중에서 오래 생활한 사람이니 이 정도 눈치는 있었다.연상은 딱 잘라 말했다.“볼일을 보고 계시니 곧 나오실 겁니다!”“그래. 마마가 있는 곳까지 안내하거라!”“안 됩니다! 마마께서는 볼일 보실 때 누가 방해하는 것을 싫어한단 말입니다!”연상은 최 상궁의 손을 꽉 붙잡고 고개를 저었다.두 사람이 업치락뒤치락할 때, 병풍 바깥에서 싸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지금 뭐 하고 있는 게냐!”유사양이었다.두 사람은 황급히 옷매무시를 수습하고 밖으로 나갔다.최 상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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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화

소욱은 묘한 표정을 지으며 봉구안에게로 다가왔다.봉구안은 담담한 얼굴을 하고 오른손을 소매 안으로 감추었다.“신첩, 폐하를 뵙습니다.”“볼일을 다 보고 돌아온 건가.”소욱이 싸늘한 목소리로 물었다.“예, 폐하.”봉구안의 담담한 대답에 소욱이 미간을 찡그리며 말했다.“피 냄새가 나는군.”봉구안은 순간 가슴이 철렁했다.산적들의 피를 묻히고 목욕도 하지 않았으니 피 냄새가 나는 게 당연했다.그녀는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얼굴을 하고서 힘없이 답했다.“그날… 이라서요.”소욱은 눈을 가늘게 뜨고 그녀를 빤히 응시했다.자객이 영화궁 부근에서 출몰한 것이 이번이 두 번째였다.과연 이게 우연일까?사내의 손이 그녀의 손목을 잡았고 그녀는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떴다.“폐… 폐하!”그는 손가락으로 지그시 그녀의 손목 안쪽을 눌렀다.내력을 갖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었다.봉구안은 몸을 바짝 긴장하고 가만히 있었다.그가 상처가 있는 오른손이 아닌 왼손을 잡아서 다행이었다.잠시 후, 소욱은 그녀를 풀어주었다.겉으로 보기에 황후는 내력이 전혀 없었다.그녀는 아예 무공을 모르거나 너무 강해서 내력을 감췄을 가능성도 있었다.봉구안은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소욱을 의아하게 쳐다보며 물었다.“폐하, 왜 그런 눈으로 신첩을 보십니까? 혹시 신첩에게 묻고 싶은 거라도 있나요?”그리고 이때, 바깥에서 시위대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폐하, 자객을 발견했는데 자진궁 쪽으로 간 것 같습니다!”소리를 들은 소욱은 곧장 밖으로 나갔다.‘내 착각이겠지.’한 명은 수십 명의 금위군을 쓰러뜨린 무림고수이고 한 명은 춤이나 추고 시나 읊으며 살아온 세가의 여식이었다.둘 사이에는 아무런 접점이 없었다.한편, 연상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애처로운 눈빛으로 황후를 바라봤다.봉구안은 담담한 어조로 답했다.“가셨으니 이제 괜찮아.”“마마, 조금 전에 나타난 자객은 누구인가요?”“오백이야. 너도 전에 만난 적 있어.”“오 장군이셨군요! 그런데 그분은 본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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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화

영화궁에 태후와 황제, 그리고 황귀비가 도착했다.황귀비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손수건을 꽉 틀어쥐고 긴장에 떨었다.‘봉구안 이 요사한 년이, 진짜 일을 크게 벌일 줄이야!’봉구안은 사람을 시켜 산적들을 끌고 나오게 했다.인원수가 너무 많아서 주요하게는 두목을 대상으로 심문을 시작했다.봉구안은 담담한 얼굴로 태후와 황제를 바라보며 아뢰었다.“아버지께서 그날 신첩을 잡아간 산적들을 잡아오셨습니다. 워낙 교활한 놈들이라 조사한지 몇 달 만에 겨우 잡았네요.”“폐하께서 허락해 주신 덕분에 신첩은 결백을 증명하고 진범을 지목할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심문을 통해 이들은 누군가의 사주를 받았는지 알아냈습니다. 그자는 바로 황귀비 신변의 조검, 조 태감입니다!”말을 마친 그녀는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황제를 바라봤다.소욱의 날카로운 시선이 그녀에게 꽂혔다.그는 그녀가 정말 조사를 통해 얻어낸 결과인지 아니면 영소전의 황귀비를 저격하기 위한 함정인지 고민하고 있었다.황귀비의 얼굴은 충격으로 빨갛게 물들었다.“조검이? 말도 안 됩니다!”하지만 두 눈은 음침하게 봉구안을 노려보고 있었다.‘봉장미 이년이 작정하고 일을 크게 만들었구나!’그리고 그녀가 이 사실을 황제와 태후 앞에서 대놓고 고했다는 것은 이미 산적들을 구슬려서 황후 자신에게 관한 것은 전부 입을 막았다는 것을 의미했다.태후는 딱히 놀라는 표정이 아니었다.조검은 시킨 일을 했을 뿐이고 진짜 주모자가 누구인지는 뻔히 보이는 사실이었다.봉구안은 싸늘한 목소리로 지시를 내렸다.“조검을 데려오너라.”곧이어 조검이 끌려왔다.그는 짐짓 어리둥절한 얼굴로 마당에 무릎을 꿇었다.태후는 인자한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그 위엄은 여전했다.태후가 입을 열고 물었다.“조검, 5개월 전 산적에게 황후를 납치하라고 사주한 일이 있느냐!”조검은 억울한 얼굴로 답했다.“소인은 억울합니다, 마마! 소인이 아무리 간덩이가 부었다고 하더라도 어찌 감히 그런 일을 했겠습니까! 소인은 궁중에서 귀비마마를 모시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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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화

봉구안은 바로 증인을 호출하는 대신, 산적 두목에게 물었다.“넌 조검을 그날 만났다고 하는데 날짜는 기억하느냐?”“기억합니다. 10월10일이었어요.”황귀비가 가소롭다는 듯이 말했다.“그렇게 확신하느냐? 기억력을 자신하는 건지, 아니면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인지 의심스럽구나.”그녀는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황후를 바라보았다.산적이 말했다.“매년 10월10일은 저희가 산신께 제사를 올리는 날입니다. 그날도 제사상을 차리고 한바탕 마시고 있는데 저자가 저희를 찾아왔어요.”조검은 상대의 약점이라도 잡은 것처럼 다급히 말했다.“억울합니다! 소인을 줄곧 궁에만 있었고 산에 갔던 적은 결코 없습니다!”봉구안이 기다렸던 반응이었다.“조검, 그날 네가 궁에 있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증거가 있느냐?”조검이 교활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그날뿐이 아니고 소인은 줄곧 황귀비 마마를 신변에서 모셨습니다. 마지막 출궁했을 때가 포상 휴가를 나갔을 때였습니다.”“못 믿으시겠으면 출입 기록을 보시면 됩니다. 궁중 관리가 삼엄하니 절대 거짓은 없을 겁니다.”태후는 자신 있게 말하는 조검을 보자 갑자기 확신이 없어졌다.조검의 말이 사실일까?황귀비도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황후 마마, 신첩이 내무부에 사람을 보내 10월10일날 입궁 명단을 가져오라고 할까요?”그녀는 은연중에 자신의 지위를 과시했다.금인장이 있었기에 명단을 자유자재로 조회할 수 있는 권력이 있었다.황후가 아무리 고귀해도 금인장이 없다면 명단을 손에 넣을 수 없었다.봉구안은 담담한 눈으로 황귀비를 바라보며 말했다.“그럼 부탁 좀 하지.”잠시 후, 내무부 태감이 명단을 가지고 왔다.10월10일뿐이 아니고 10월 한달분 출입국 기록이 전부 들어 있었다.소욱은 시위대와 시종들을 시켜 명단을 확인하게 했다.그 결과, 조검의 이름은 명단에 없었다.황귀비는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이를 어쩌나. 조검의 이름이 없네요? 그렇다는 건 산적이 거짓말을 하고 있단 거 아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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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화

시위대가 김낭자의 손에서 금화를 받아 자세히 관찰했고 황후가 진술한 것과 같은 결론이 나왔다.산적이 받은 금화와 김낭자의 금화는 출처가 같았다.조검은 이를 악물고 마지막 발악을 했다.“출처가 같다고 하여 뭔가를 증명할 수는 없습니다. 마침 우연히 소인에게 그 금화가 있었고 소인이 그것을 사용했다면요.”봉구안은 그의 말을 자르고 침착하게 말했다.“재물을 사랑하는 산적은 금화를 애지중지하지요. 은표로 교환하지 않고 바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조검은 산적을 매수하기 위해 많은 금화를 지출해야 했을 겁니다. 가지고 다니는 금은 조각으로는 당연히 부족했을 거고 그 많은 금화를 지니고 출궁할 수도 없었을 테니 은표를 지니고 궁 밖에 있는 전장에 가서 금화로 교환하였을 것입니다.”“전장에서 한꺼번에 그 많은 금화를 꺼냈으니 일련번호도 당연히 연결된 번호겠지요.”태후는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러니까 황후가 하고 싶은 말은 그 금화가 전부 전장에서 인출하여 사용되었다는 말이 아니더냐?”봉구안은 고개를 끄덕였다.“예, 어마마마.”조검은 눈알을 부라리며 반박했다.“하지만 소인은 단지 그 전장에서 금화 한 개만 인출하였습니다.”봉구안은 싸늘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네가 하고 싶은 말은 그 많은 금화를 네가 인출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냐?”조검이 뭐라 반박하기도 전에 그녀는 말을 이었다.“풍융전장 주인을 데려오너라!”순간 조검은 심장이 튀어나올 것 같았다.분명 나가기 전에 변장을 하고 나갔고 5개월이나 지난 일인데 황후가 어떻게 전장까지 조사했는지 의아할 따름이었다.하지만 주인장을 데려와도 매일 출입하는 사람이 많으니 자신의 모습을 기억할 것 같지는 않았다.“소인, 폐하를 뵙습니다.”전장 주인은 공손히 예를 취했다.황귀비가 비웃는듯 말했다.“너도 조 태감의 얼굴을 기억한다는 말은 아니겠지?”주인장은 고개를 숙이고 침착하게 대답했다.“전장은 매일 많은 사람들이 출입하니 당연히 얼굴을 다 기억하지는 못합니다.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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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화

“황후, 짐의 결정에 의심을 품는 것이냐!”소욱이 위협적인 눈빛으로 봉구안을 바라보며 소리쳤다.봉구안 역시 싸늘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이 사람이 바로 그녀를 비롯한 천만 병사들이 충성을 맹세한 군왕이란 말인가!회의감이 들었다.그는 폭군일 뿐만 아니라 우매한 군왕이었다!그녀는 정색해서 말했다.“조검이 지은 죄는 산적을 사주해서 무고한 사람을 납치한 것에 끝나지 않습니다.”“또 뭐가 있지?”태후가 다급히 물었다.봉구안은 차게 식은 목소리로 또박또박 말했다.“신첩이 조금 전에 조검에게 물었을 때 그는 확신에 차서 10월10일 궁중에서 당직을 섰다고 고하였습니다. 일지를 확인하였을 때도 아무런 특이점이 발견되지 않았고요. 그렇다는 것은….”봉구안은 손가락으로 황귀비를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황귀비는 금인장을 갖고 후궁을 관리하였지만 그 와중에 궁중에 출입 기록을 조작한 상황이 드러났으니 이는 명백한 직무 유기입니다!”“평소에 폐하를 매혹하는 것에만 신경 쓰느라 아랫사람들을 제대로 살피지 못하였다는 것을 뜻하니 이게 요부가 아니고 뭡니까! 마땅히 엄벌에 처해야 합니다!”황귀비는 여전히 바닥에 무릎을 꿇고 일어나지 않았다.그 말을 들은 그녀는 손바닥에 피가 나도록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지금 나한테 요부라고?’태후는 자신이 하고 싶었던 말을 봉구안이 대신 해주자 기분이 좋아졌다.“황상, 황후 말에 틀린 것이 없어요. 조검이 자유롭게 궁을 출입할 수 있었던 것 자체가 황귀비의 실책입니다.”황귀비는 고개를 들고 눈물이 그렁그렁해서 소욱을 바라보았다.“폐하, 신첩은… 신첩이 잘못이 있다는 건 인정합니다….”소욱은 자신이 총애하는 귀비의 얼굴을 잠깐 바라보고는 말했다.“황귀비는 자신의 소임을 다하지 못하였으니 영소전에서 반성하도록 한다!”연상은 황제의 편협한 판결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황후는 애초에 아무런 잘못도 하지 않았는데 일년 녹봉을 몰수하고 금족령까지 내려졌었다.황귀비는 직무 유기라는 큰 잘못을 저질렀는데도 반성에 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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