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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폭군의 장군 황후: Chapter 61 - Chapter 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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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화

귀비는 앞뒤가 달라도 너무 달랐다. 황제 앞에서 보이던 부드러운 모습은 어디가고 황후 앞에서는 도발적인 눈빛을 드러냈다. “신첩이 늦어 사죄드리옵니다. 황제께서 신첩을 너무 아끼셔서 이제야 겨우 보내주셨사옵니다.”봉구안은 싸늘한 눈빛을 지은 채 표정에는 아무런 흔들림도 없었다.“폐하께는 내가 자네를 잘 챙길 터이니 걱정하시지 말라고 하게. ”그녀는 일부러 챙긴다는 단어를 콕 집어 얘기했다.그러자 귀비는 겁 없는 표정으로 입꼬리를 씩 올리더니 은방울을 굴리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황후마마, 혹시 잊으신 겁니까? 폐하께선 금일 오전 황후마마더러 덕으로 사람을 다스리고 쉬이 벌을 내리지 말라고 하셨습니다.”그러고는 갑자기 황후마마를 스쳐 지나가 정자에 자리 잡았다. 그녀의 주위에는 온통 그녀의 시중을 드는 사람들이었다.뭇 비빈들은 귀비의 행동을 보고 따라 배워 자신도 가능하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결국 하나둘씩 잔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는데, 황후는 그저 그녀들더러 승마장에 와서 연습하라고만 했을 뿐, 그 어떤 수준을 요구한 게 아니었다.연상은 그 모습을 보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마마, 이게 무슨 경우란 말입니까? 다들 승마하러 온 게 아니라 게으름을 피우러 온 것 같습니다!”봉구안은 덤덤한 눈빛으로 저만치에서 승마를 연습하고 있는 가빈을 발견했다.“기회는 누구에게나 동등하게 주어지는 법이야. 그걸 누가 잡느냐에 달린 문제지.”게다가 그녀가 이번 승마경기를 주최한 목적은 그들이 아니라 귀비를 위해서였다. 승마장은 아주 넓었기에 승마뿐만 아니라 휴식할 수 있는 시원한 터도 마련되어 있었다.승마를 즐기지 않는 그녀들은 귀비를 선두로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겨 잡담을 나누기 시작했다.오로지 가빈과 현비만 승마 연습에 집중했다.이런 상황은 며칠 동안 계속 이어졌다.봉구안은 낮에 승마장에 있다가 저녁이 되면 황제의 해독을 책임지러 장신궁으로 향했다.그는 매일 상주서를 처리한 후에 궁으로 돌아가곤 했다.봉구안은 일부러 그를 속였으나 침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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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화

승마장 동쪽, 황제와 서왕은 온 지 얼마 되지 않은지 나란히 서 있었다.현비는 곧바로 가빈더러 인사를 건네라고 귀띔했다.두 사람은 함께 황제 앞으로 가 부드러운 말투로 인사를 건넸다.“신첩, 폐하께 인사드리옵니다.”서왕도 두 사람에게 인사를 건넸다.“소인, 두 마마님께 인사드리옵니다.”부드러운 눈빛을 짓고 있는 것으로 보아 누가 봐도 말이 잘 통하는 사람인 게 보였다.소욱의 시선은 조금 전 말을 타고 달리던 황후로부터 두 사람에게로 옮겨졌다.“일어나게.”현비는 말 없이 그의 뒤로 물러섰다.가빈은 신이 나서 어렵게 찾아온 기회를 붙잡으려고 했다.“폐하, 말을 타러 오셨습니까?”소욱은 그녀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차갑게 그녀의 옆을 스쳐 지나갔다.서왕은 곧바로 그의 뒤를 따랐다.“참하고 다정한 현비마마와 귀엽고 발랄한 가빈마마의 마음을 모두 사로잡다니, 역시 폐하께선 복이 많으십니다.”소욱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부러워? 그럼 내일 당장 식을 올려주지.”서왕은 곧바로 두 손을 저으며 말했다.“죽을죄를 지었사옵니다. 폐하!”이윽고 그는 또다시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그런데 후궁 마마들 전부 승마 연습하러 오셨다고 들었는데 왜 두 분밖에 보이지 않는 겁니까?”소욱의 표정은 덤덤했다.황후가 협박하지 않았다면 후궁들은 절대 이곳까지 찾아와 승마 연습할 리 없었을 것이다.이번 승마 경기는 절대 성공리에 벌어질 수 없을 것이다....아무리 좋은 말이라고 해도 말을 잘 다루는 선수가 필요한 법이다.봉구안은 말에 올라탄 뒤로 곧바로 침착을 되찾았다. 부드러움 속에 흥분이 뒤섞인 채 단번에 저만치까지 달려 나갔다.귓가에 바람 소리가 들려왔다.그녀도 오랜만에 이토록 마음껏 말을 타는 것이었다.“이랴!”말은 응원에 힘입은 듯 더욱 빨리 달렸다.두 시간 뒤.해빛이 구름층을 뚫고 숲을 비추었다.봉구안은 말과 함께 그늘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말은 자리에 서 있고 봉구안은 잔디밭 위에 누운 채 한손으로 머리를 잡고 다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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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화

뭇 비빈들이 달려 나갔을 때 황제는 이미 자리를 뜨고 없었다.그녀들은 후회막급이었다.게으름을 피우지 말았어야 했다. 그럼 황제를 만날 수도 있었다.그녀들이 황제를 볼 수 있는 기회는 적어도 너무 적었다.사람들이 떠나고 오직 귀비만이 자리에 남아있었다.그녀는 그들처럼 사랑에 목마르지 않았다.황제를 만나고 싶으면 언제든 찾아갈 수 있었다.가빈은 입이 근질거려 하루빨리 이 사실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다.이윽고 소문은 퍼지고 퍼져 모든 사람들이 알게 되었다. 이 사실은 황제의 얼굴을 보기도 힘든 뭇 비빈들의 질투심만 불러일으키게 되었다.독수공방할 바엔 차라리 승마장에서 기회를 엿보는 게 낫지.이튿날, 연습이 시작되기도 전에 뭇 비빈들은 승마장에 도착했다.하지만 그 뒤로 며칠 동안 황제는 승마장에 찾아오지 않았다.사람들은 또다시 힘이 빠졌다.“가빈은 그냥 운이 좋았던 거예요. 우리에게도 그처럼 폐하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있을 거라고 누가 그래요?”“맞아요. 폐하께서 매일 승마장에 찾아오시는 것도 아닌데. 그냥 평소처럼 수다나 떨죠.”인파를 뚫고 자그마한 목소리가 들려왔다.“하지만 폐하께서 승마장을 찾는 횟수는 그래도 궁을 찾는 횟수보다 많겠죠.”그 말에 사람들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하긴. 전에 폐하께서 궁을 찾으신 것도 황후마마께서 협박하신 탓이잖아요. 그뒤로 단 한 번도... 휴, 그냥 연습에 집중하죠. 그럼 언젠가 폐하께서 찾아오실 겁니다.”갑자기 그들 뒤로 누군가의 비아냥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왜요. 지금 다들 승마를 쉬운 일로 여기는 겁니까?”고개를 돌려보니 내내 태후의 뒤를 따르는 녕비였다.그녀가 이곳엔 무슨 일로?녕비는 그녀들을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말을 이었다.“우선 훈련복부터 누구나 잘 소화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예를 들어 장빈은 훈련복을 입게 되면 가슴이 작은 게 들통날 테니 폐하께선 곧바로 흥미를 잃게 되실 겁니다.”놀림을 당한 장빈은 자격지심에 고개를 푹 숙인 채 뒤로 물러났다.녕비가 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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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화

춘하는 귀비의 친구라 아주 똑똑했다.그녀는 추측을 늘어놓기 시작했다.“황후께선 마마가 승마장에 나타나는 게 두려우신 겁니다. 폐하께서 다른 사람이 아닌 마마만 보게 되실 테니까요.”귀비는 득의양양한 기분이 들었다.“내가 가지 않아도 폐하께선 그들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을 거야.”하지만 매일 아침 일찍 승마장을 뛰어다녔더니 피곤한 것도 사실이었다.며칠 뒤.봉구안은 관리인을 찾았다.관리인은 낮은 목소리로 몰래 말했다.“마마, 요즘 들어 다들 능상비설을 연습하고 있는데 마마님 분부대로 어려움에 봉착하면 약간씩 가르침을 주었사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빈마마께서 타고난 재능으로 빨리 익히셨는데 그만큼 많은 노력도 기울이셨습니다. 늦은 밤마다 몰래 찾아오셔서 연습하고 돌아가셨습니다.”봉구안은 알겠다며 손짓으로 그를 돌려보냈다.연상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마마, 가빈마마께서 정말 귀비마마를 자극할 수 있을까요?”봉구안은 손에 든 도구를 만지작거리며 느긋한 말투로 말했다.“일타쌍피. 그 외에 한가지가 더 필요해, 바로 추측이지.”...깊은 밤.영소전.귀비는 약간 짜증이 치밀어올랐다.“폐하께서 오늘 밤도 자진궁에 드셨어?”춘하는 공손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네, 마마. 소인이 알아보았는데 폐하께서 최근 며칠 동안 상주서를 확인하고 나면 자진궁에 드나드신다고 합니다.”귀비는 눈빛이 싸늘해졌다.“상주서 확인을 마쳐도 자정은 넘지 않을 텐데.”춘하도 오래전부터 의아했지만 귀비가 말을 꺼내기 전까진 차마 입 밖으로 꺼낼 수 없었다.“그러게요. 폐하께서 왜 이토록 빨리 일을 마친 거죠? 혹시... 혹시 피곤하셔서 그런 건 아닐까요?”쾅!귀비는 다짜고짜 발로 춘하의 가슴을 걷어찼다.“네까짓 게 감히 나를 능멸해!”춘하는 뒤로 넘어지더니 곧바로 바닥에 무릎을 꿇고 빌었다.“죽을죄를 지었사옵니다!”귀비는 자리에 앉아 싸늘한 표정으로 말했다.“폐하께서 밤마다 어디로 가시는지 확인해 보라고 해.”그녀는 뭔가 수상쩍은 기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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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화

봉구안과 맞붙은 사내는 붉은색 금포를 입고 있었는데 느끼하기 그지없었다.그는 봉구안의 주먹에 밀려 곧 다칠 것 같은 위기에 처하자 곧바로 큰소리로 외쳤다.“소환! 형님이야! 인사하려던 것뿐인데 진짜 주먹을 휘두를 건 없잖아!”봉구안은 의아한 기분이 들어 고개를 갸웃거렸다.“누가 형님인데?”붉은색 금포를 입은 남자는 발을 동동 구르며 용서를 빌었다.“알겠네, 알겠네, 형님, 네가 형님이야!”봉구안은 그제야 주먹을 거두었다.이윽고 큰손을 휘둘러 문을 닫았다.봉구안은 그들과 구면이었다.그녀는 송려를 묶은 끈은 풀어주고 입에 문 천도 빼주었다.송려는 자유를 되찾자마자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소환, 내가 미리 얘기하는데 이 자가 먼저 비겁하게 내 뒤를 밟은 거야. 그러다가 내 손에 잡힌 것이고.” 붉은색 금포를 입은 남자는 다짜고짜 창가에 자리 잡았다. 바람에 하늘거리는 머리카락을 보니 귀한 집 도령 모습 그대로였다.아무도 그가 최고 재벌의 아들 강림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강림은 손으로 머리카락을 넘기며 투덜거렸다.“내가 비겁하다고? 소환, 네가 나한테 붙인 녀석이 비겁한 거야. 그동안 아무런 소식도 없이 자취를 감추고 살아도 우리가 널 탓한 적 있어? 저번에 편지 한 통 보냈다고 내가 대신 사람도 찾고 뒷조사까지 했는데, 그 여자도 내가 찾았는데 넌 고맙다는 인사는커녕 되레 숨기기까지 했잖아!”송려도 간절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강림 말이 맞아. 소환, 돌아왔으면 우리한테 편지 한 통은 했어야지. 그동안 강림은 자네가 죽은 줄 알고 묘비까지 세웠어. 해마다 우리를 불러 모아 제사상까지 차렸어서 다들 자네가 죽은 줄 안단 말이야.”봉구안은 미간을 찌푸렸다.“묘비?”창가에 앉아 있던 강림은 멋쩍게 코를 어루만졌다.봉구안도 그들과 따질 마음이 없었다.그녀는 그들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고맙다는 인사는 사양할게. 확실히 자네들의 도움이 컸어. 나중에 시간이 되면 내가 제대로 한 끼 대접하지. 하지만 오늘 밤은 송 신의와 긴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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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화

소욱은 평소 승마장을 즐겨 찾았다. 하지만 비빈들의 승마 실력을 확인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그런데 태후가 직접 청을 건넬 줄이야.“폐하께서 나랏일로 바빠 방해하고 싶지 않았으나 요즘 들어 저희 두 사람에 관한 불화설이 많이 돌고 있어 후궁 내부 안전을 위해 직접 나섰습니다. 오늘 이 기회를 빌어 저와 얘기를 나눠보지 않겠습니까?”...승마장.태후는 말을 타고 있는 비빈들을 보며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그녀들은 총애를 받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하고 있다.“폐하, 폐하께서는 승마에 능하시니 비빈들의 부족점이 무엇인지 한번 봐주시겠나이까?”소욱은 진지한 표정으로 저만치에서 말을 끌고 걸어오는 황후를 바라보았다.“보잘것없는 솜씨지요.”태후는 곧바로 표정이 어두워졌다.황제의 이토록 매정한 태도에 뭇 비빈들이 또 마음에 상처를 받았을 것이다.황후의 진심이 안타까울 뿐.봉구안은 말을 관리인에게 넘겨준 뒤 태후와 황제 앞으로 걸어갔다.“신첩, 태후마마와 폐하께 인사드리옵니다.”태후는 자애로운 미소로 말했다.“어서 일어나게. 황후, 궁중 승마경기라니, 참시하고 좋네. 수고 많았어.”“수고야 당연히 해야지요.”소욱이 싸늘한 말투로 말했다.그의 말투에는 비아냥거림이 잔뜩 배어있었다.이 인원으로 무슨 경기를 치른단 말인가?“그냥 시작하게. 봐야 할 상주서가 산더미처럼 쌓였어.”봉구안은 느긋했다.“자매님들이 준비를 마치면 곧바로 시작하지요.”궁인들은 경기장에 천수막을 쳤다.자리에 앉은 뒤 태후가 봉구안에게 물었다.“황후, 저들과 함께 겨루는 게 아니었나?”봉구안이 평온한 말투로 대답했다.“예.”태후는 아쉬운 표정으로 말했다.“아쉽게 되었군. 내 기억에 황후의 승마 실력이 아주 훌륭했던 걸로 아는데.”승마장에 오를 준비를 하던 비빈들은 심장이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폐하께서 드디어 우리를 봐주셨네! 긴장돼서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아!”“이럴 줄 알았으면 미리 연습해 두는 건데.”“시작했어, 시작했어!”비빈들은 일제히 말을 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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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화

귀비는 도청자처럼 광기 어린 눈빛으로 이를 지켜보고 있었다.그전에는 얼마나 많은 소문이 들려오든, 황제가 며칠 동안 영소전을 찾지 않든, 그녀는 황제가 가빈에게 마음을 줄 리 없을 거라 굳게 믿고 있었다.하지만 가빈이 황제의 총애를 받는 모습을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하게 될 줄이야...귀비는 그늘에 서서 두 주먹을 꽉 움켜잡은 채 심장이 쿵쾅거렸다.황제는 절대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에게 말을 걸지 않는다.그는 그대로 자리를 뜨지 않으면 가빈을 물러나라고 명령할 것이다.하지만 이토록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가빈이 아직 저 자리에 서 있다니...“마마, 바람이 차갑습니다. 영소전으로 돌아가시지요?”춘하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귀비는 기분이 아주 언짢았다.이대로 가다간 고삐가 풀리고 말 것이다.귀비가 싸늘한 말투로 물었다.“가빈이 말을 타는 모습이 정녕 영비와 닮았단 말이냐!”춘하는 감히 그 질문에 대답하지 못했다.“가빈마마는 단지 이 순간에만 폐하의 총애를 받는 것뿐이옵니다. 절대 마마님의 매력을 능가할 리 없사옵니다.”귀비는 사실만 듣고 싶었다.춘하는 귀비를 모시기 전부터 궁일을 하고 있었다.그녀는 영비를 실물로 영접했었다.“아뢰온데 소인이 보기에 가빈마마는 말을 타실 때에만 영비마마와 좀 닮았사옵니다...”귀비는 순간 눈빛이 복잡해졌다.황제가 영비를 이토록 잊지 못하고 있을 줄이야....관람석.가빈은 여전히 주절주절 얘기를 늘어놓고 있었다.“폐하, 꿈에 영비마마께서 오늘 신첩을 응원하겠다고 하셨나이다. 신첩도 이 일이 황당하게 느껴졌지만 조금 전 신첩이 공연할 때 갑자기 신이 돕는 듯한 기분이 들었나이다. 마치 영비마마와 한 약속이 이루어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달까요...”소욱의 표정은 차갑게 굳어져 갔다.다년간 그를 모시던 유사양도 황제가 영비를 그리워하는 건지 가빈이 한 말을 의심하고 있는 건지 알 수 없었다.가빈이 말을 마치자 소욱이 물었다.“능상비설, 홀로 익힌 것인가?”가빈이 곧바로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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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화

귀비는 비록 말을 다룰 줄 아나 이미 오랫동안 말에 올라타지 않았다.황제에게 보여주기 전엔 연습이 필요했다. 그리고 궁에서 유일하게 승마를 연습할 수 있는 곳은 바로 승마장이었다.“뭐라? 우리 마마님께서 들어가지 못하신다고?”춘하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승마장 관리인 주제에 귀비를 막다니!승마장 입구.관리인은 난감한 나머지 괴로운 표정을 지었다.“귀비마마, 이건 소인의 뜻이 아니라 상전에서 내린 명령이라 감히 어길 수 없나이다!”귀비는 표정이 싸늘했다.이 후궁에 그녀가 발을 들일 수 없는 곳이 있다고?아직 귀비가 직접 나설 상황은 아니었다.춘하가 대놓고 따져 물었다.“며칠 전까지만 해도 마음껏 드나들 수 있었는데 왜 오늘 안된다는 겁니까? 누가 내린 결정이에요?”관리인은 땀을 닦으며 말했다.“그게... 황후마마십니다. 황후마마께서 승마장 말과 복장이 제한되어 있으니 경기에 참석한 마마들만 드나들게 하라고 하셨습니다. 게다가 황후마마의 허락이 있어야만...”“어딜 감히!”귀비의 표정은 아주 어두웠다.봉장미 그년이 대체 무슨 자격으로!관리인은 고개를 푹 숙인 채 대답했다.“황후마마도 여러분들의 안전이 걱정되어 내리신 명령입니다. 귀비마마, 소인도 명에 따라 행동하는 것뿐이니 그만 나무라세요. 황후마마의 허락 없이는 절대, 혹여나... 폐하께서 윤허하신다면 소인이 직접 열어 드리겠사옵니다!”황후의 미움도 살 수 없었지만 황제의 총애를 받는 귀비라면 더더욱 미움을 살 수 없었다....영화궁.유사양이 직접 찾아왔다.“황후마마, 폐하께서 뵙기를 청하셨사옵니다.”연상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황후를 바라보았다.“마마, 귀비마마께서 폐하를 찾아가신 게 틀림없습니다.”봉구안은 손에 든 필을 내려놓고 베개에 기댔다.그녀는 아주 덤덤했고 느긋한 말투로 명령했다.“환복.”두 시간 뒤.황제의 서재.봉구안은 서재에 들어서자마자 황제를 발견했다. 귀비는 두 눈이 빨갛게 달아오른 채 가녀린 모습으로 그의 옆에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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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화

귀비는 봉구안의 말을 차갑게 무시한 채 황제에게 애교를 부리기 시작했다.“폐하, 신첩의 승마 실력을 아시지 않사옵니까.”소욱의 봉구안을 바라보는 눈빛은 한껏 싸늘해졌다.“귀비의 승마 실력은 아주 훌륭해. 황후, 걱정이 지나쳤소.” 봉구안은 되레 후련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렇다면 귀비는 선발전에 참가할 필요가 없겠네. 10일 뒤 경기장에서 보지.”귀비는 불만이 가득했다.그녀가 승마를 다시 훈련하는 건 황제의 총애를 받기 위함이지 경기를 위한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폐하, 신첩은 이를 원치 않사옵니다!”봉구안의 태도는 견결했다.“그럼 경기가 끝날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네!”“이...”귀비는 화가 나도 반박할 용기가 없어 황제에게 도움을 청했다.황제의 서재 밖.연상은 황후가 나오는 것을 보고 재빨리 달려갔다.“마마, 괜찮으셔요?”봉구안은 태연했다.“승마경기 선수 이름표에 귀비의 이름까지 넣어.”연상은 깜짝 놀랐다.“마마, 어떻게 하신 겁니까? 귀비가 이를 받아들이다니요!”바로 그때 귀비도 뒤따라 나왔다.그녀는 봉구안을 보며 어색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황후마마, 나중에 만나 뵙겠습니다!”그녀가 경기에 참가하게 되면 나머지 비빈들은 보잘것없는 존재가 되어버리고 만다!봉구안은 덤덤한 표정으로 귀비를 보며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황제의 힘을 빌리는 것도 좋지. 그래도 꽉 잡아야 할 것이야.”귀비는 싸늘한 표정으로 그녀에게 다가가 귓속말을 건넸다.“난 널 가지고 노는 것뿐인데 이 정도로 득의양양해지다니?”봉구안은 무표정으로 공격을 때려 박았다.“네가 벌인 짓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으마. 그리고, 내 손에 넣을 수 없는 물건은 남들도 손에 넣을 수 없어.”말을 마친 그녀는 자리를 떴다.귀비는 싸늘한 표정으로 제 자리에 서 있었다.“봉장미, 얼마나 나댈 수 있는지 한번 두고 보자고!”황제의 총애만 받으려던 참이었고 황제의 명대로 함부로 나대지 않을 생각이었으나 지금 그녀는 생각이 바뀌었다.차라리 승마경기를 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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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화

봉구안은 직접 말을 타는 횟수가 극히 드물었다. 그녀는 보통 옆에서 지켜보기만 했다.곧 훈련이 끝나갈 무렵 서왕이 승마장을 찾았다.“소인, 황후마마께 인사드리옵니다.”보통 서왕은 늘 황제와 함께였다.봉구안은 본능적으로 그의 뒤를 살폈지만 황제는 보이지 않았다.“오늘은 저밖에 없습니다.”서왕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봉구안은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를 건네더니 저만치에서 승마훈련을 진행하고 있는 비빈들을 바라보았다.그녀는 서왕이 인사를 마치면 지나갈 줄 알았으나 그는 그녀의 옆에 다가와 얘기를 나누기 시작했다.“마마께서 수고가 많으신데 필요하시다면 소인이 폐하를 승마장까지 모셔 오겠사옵니다.”연상은 의아한 표정으로 서왕을 바라보았다. 서왕은 장난으로 하는 얘기가 아닌 것 같았고 평소처럼 한결같이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필요 없네.”봉구안은 단칼에 거절했고 서왕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서왕은 의아한 기분이 들었으나 곧바로 미소를 되찾았다.“보아하니 제가 쓸데없는 말을 꺼냈네요. 죄송합니다.”“그래.”봉구안은 늘 아무렇지 않은 듯 덤덤했다.서왕은 떠나기 전 한마디 보탰다.“소인은 마마께서 소원대로 폐하와 사랑의 결실을 보길 바라옵니다.”봉구안은 의아했다.미쳤나?그녀가 총애를 구걸하는 사람처럼 보이는 건가?...자녕궁.녕비는 평온을 되찾았는지 태후와 함께 예배하고 있었다.태후는 두 눈을 질끈 감은 채 불주를 세며 말했다.“수완아, 너도 전에 승마를 익혔던 것 같은데 왜 경기에 참가하지 않는 거냐?”녕비는 마치 안 좋은 기억이 떠오른 듯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그녀는 애써 마음을 가다듬고 말을 꺼냈다.“고모님, 저는 황후마마를 따라 일을 크게 벌이고 싶지 않습니다. 이번 경기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면 폐하께서도 가빈을 눈에 담지 않을 것입니다. 가빈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면 며칠 전에 이미 승은을 입었겠지요. 궁에 떠도는 소문은 멍청한 자들이나 믿지 저는 믿지 않사옵니다.”태후는 천천히 눈을 뜨더니 아쉬운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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