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군의 장군 황후의 모든 챕터: 챕터 71 - 챕터 80

691 챕터

제71화

며칠간의 훈련 후 마구 경기가 예정대로 열렸다.관람석에는 황제가 가운데, 태후가 그의 오른쪽에, 나머지 사람들이 그 아래에 차례로 앉았다.서왕은 온화한 모습으로 감탄했다.“궁중에서 처음으로 마구 경기를 하는데 황후마마께서 신경을 많이 쓰셨습니다.”말하면서 그는 자주 황제를 쳐다보았지만 소욱의 얼굴이 얼음장처럼 차가운 걸 발견했다.“처음이긴 하다. 봉씨 집안의 역대 황후와 비교해도 유례가 없구나.”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황후를 향한 황제의 불만을 알아챘다.원만하게 수습하기 위해 태후는 자애롭게 웃으며 칭찬했다.“황후는 특별한 마음을 가지고 있으니 이 마구 경기도 분명 독창적일 것입니다.”소욱은 눈살을 잔뜩 찌푸리고 있었는데 태후의 말에 동의하지 않는 것이 분명했다.서왕은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앞에 놓인 술잔을 들어 말없이 가볍게 한 모금 마셨다.다른 비빈들은 마구에는 관심이 없고 황제와 가까이 있고 싶은 목적뿐이었지만 같은 관람석에 있어도 거리가 너무 멀었다.경기에 앞서 참가자들은 각자 천막에서 승마복과 보호대를 착용했다.가빈은 옷을 입은 후 황후의 천막으로 달려갔다.“황후마마, 우리가 같은 편일 줄은 몰랐습니다. 빈첩은 귀비의 마술이 너무 좋아서 아무도 귀비를 제압할 수 없을까 걱정했는데...”봉구안이 문득 그녀의 말을 끊었다.“등나무 갑옷을 벗거라.”“네?”가빈은 멍해졌다.황후가 왜 갑자기 등나무 갑옷을 벗으라고 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그녀는 황후의 말에 따랐다.전장에서 쓰는 등나무 갑옷이 온몸을 감싸고 있지만 마구에서는 말을 타고 공을 다루어야 하기 때문에 등나무 갑옷은 몸통만 보호할 수 있었다.가빈의 등나무 갑옷에서는 특별한 냄새가 났는데 신경 쓰지 않으면 냄새를 거의 맡을 수 없을 정도였다.봉구안은 선천적으로 좋은 후각을 가지고 있어 가빈이 가까이 오자 냄새를 맡았다.게다가 그녀는 일 년 내내 행군하며 이 냄새에 매우 민감했다.이것은 설란향이다.말이 설란향을 맡으면 이상하게 흥분하고 불안해져서 발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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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화

마구 경기가 시작되자 참가한 비빈들이 승마복을 입고 말을 타고 입장했다.그 모습을 보던 태후가 무심코 입을 열었다.“역시 젊음이 좋구나. 하나같이 평소와는 달리 궁궐의 비빈이라기보다는 여장군 같구나.”계 상궁이 허리 숙여 맞장구를 쳤다.“모의 천하 태후마마와 현명하신 폐하가 계신 궁이니 자연히 좋은 기운이 넘치지요.”소욱은 경기장을 훑어보았지만 멀리 떨어져 있어 누가 누군지 알 수 없었다.그의 잘생긴 얼굴은 희열을 가리기 어렵다.“어마마마께서 농담도 잘하십니다. 근 백 년 동안 남제는 여장군을 배출한 적이 없습니다.”서왕이 잔을 들고 말했다.“황제 복택이 남제 대지를 비추어 비옥한 땅에서 걸출한 인재가 나올 것입니다. 조만간 남제에서도 여장군이 나올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우리 남제를 위해 땅을 개척하고 중원에 이름을 떨칠 것입니다.”소욱은 술잔을 들고 서왕과 허공을 사이에 두고 건배했다.두둥...징이 울리고 경기가 시작되었다.두 편은 서로 다른 색깔의 승마복을 입고 출전하는데 파란색은 귀비편, 검은색은 봉구안편이었다.한 사람씩 말을 타고 있는 그녀들의 손에 마구 막대기가 들려 있었다.경기장 양 끝에 골문을 하나씩 두고 골문 옆에 서서 점수를 따는 궁인들이 붉은 깃발을 손에 든 채 상대 골문에 공을 넣으면 깃발을 꽂아주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결국, 깃발이 많은 쪽이 승자다.경기가 시작되자마자 가빈은 말을 몰고 달려나갔다.그녀는 마구 막대기로 공을 제어하여 상대방의 골문을 향해 쳤다.하지만 거리가 멀어서 한 번만 골문에 들어가기에는 역부족이었고 이 과정에서 상대방에게 걸리기에 십상이었다.가빈은 마음이 급해지자 두 다리로 말을 꽉 잡고 재빨리 뛰쳐나와 공을 쫓았다.그러자 장내에서 누군가가 외쳤다.“막아라!”가빈의 동작은 매우 빨랐는데 몇 개의 연타를 날린 끝에 공이 공중에서 호선을 그리며 빠른 속도로 골대에 진입했다.궁인이 붉은 기를 들었다.1점!가빈과 같은 편인 사람들은 환호성을 질렀다.주먹을 쥔 가빈은 한껏 들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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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화

번번이 득점하던 귀비는 말을 타고 봉구안의 곁을 지나가다가 멈추었다.“황후마마, 마마 편에는 아무도 싸울 수 없습니까?”봉구안은 안색이 변했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귀비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조금 목소리를 낮추어 도발했다.“저는 황후마마께서 가빈이 총애를 다투게 하고 폐하의 총애를 나누려 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봉장미, 참 무능한 황후마마시네요. 가빈을 키우느라 애썼는데 결국 제 발에 밟혀 일어나지도 못하지 않습니까? 황후마마께서도 곧 제 발 앞에 엎드려 제발 살려달라고 할 것입니다. 마마 어머니께서 그랬던 것처럼...”봉구안의 눈빛이 서늘하게 변했다.귀비는 그녀의 작은 표정 변화를 발견하고는 오히려 득의만면했다.“왜 그러십니까? 설마 모르시는 겁니까?”“황후마마가 납치된 후 봉부인께서 저를 만나보려 하셨습니다. 제가 시키는 대로 다 하겠다고 무릎을 꿇고 저에게 신발을 신겨주는 것조차도 할 수 있다고 하셨는데 황후마마보다 훨씬 멋지지 않습니까?”봉구안은 손가락 마디가 하얗게 질리도록 고삐를 꽉 움켜쥐었다.귀비는 먼 곳을 바라보며 냉소했다.“마마의 어리석음이 어머니를 닮았습니다. 마마의 어머니는 저에게 절을 몇 번 하고 저의 놀림을 당하면 황후 마마의 평안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지요. 제가 총애를 받는데 굳이 다른 사람의 딸을 질투해 사람을 해칠 필요가 있겠습니까? 저를 의심하다니요. 허, 저에게 놀림을 당해도 쌉니다!”귀비는 여전히 그녀가 산적을 시켜 사람을 납치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고, 봉씨 집안의 사람들이 증거가 없는 것을 확신하고 매우 환하게 웃었다.봉구안의 눈에는 웃음기가 감돌더니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후반전이 재미있을 것이다.”...관중석.태후는 답답한 마음에 몇 번이나 자녕궁으로 돌아가려고 했다.‘가빈이 왜 저러는 거지? 이렇게 쉽게 귀비에게 제압당했다고?’후반전이 시작되자 서왕은 조금도 거리낌 없이 입을 열었다.“귀비마마꼐서는 파죽지세입니다. 경기장 전체에서 마마를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 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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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화

관중석에서 많은 비빈이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그들은 귀비와 가빈의 공 다툼이 치열하다고 생각하여 모두 목을 길게 빼고 결과가 어떨지 보려고 하였다.그러나 두 사람의 말이 모두 발광한 줄은 아무도 몰랐다.순간 몇 마디 처절한 비명이 들려오더니 누군가가 그대로 말에서 떨어졌다.귀비는 말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 후 낙마할 때까지 몇 숨도 쉬지 못할 정도로 말을 제어할 시간이 전혀 없었다.넘어지는 순간 그녀는 놀라서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아래는 모두 날카로운 돌들이니 그녀의 얼굴은...그녀는 애써 자신의 얼굴을 감싸려고 했지만 땅에 떨어져 몇 번 뒹구는 바람에 여전히 피하지 못하고 얼굴에 큰 상처가 났다.순간 왼팔에서 찰칵 소리가 나더니 뼈가 부러진 것 같았다.“악.”귀비는 아파서 소리쳤다.‘내 얼굴, 내 팔! 왜! 왜 이렇게 된 거야! 가빈이 넘어져야 하는데 왜 나까지... 아파! 누가 나를 해치려 하는 거야? 내 몸에는 분명히 설란향이 조금 있을 뿐인데 왜 내 말도 함께 발광하는 거지?’관중석.소욱이 벌떡 일어서자 태후도 뒤늦게 깨닫고 뒤따라 일어섰다.“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계 상궁은 태후를 부축하며 대답했다.“귀비마마인 것 같습니다. 귀비 마마께서 말에서 떨어졌습니다.”태후는 이 말을 듣고 속으로 기뻐했지만 체면상 조금도 나타내지 못했다.태후가 황제를 향해 돌아서서 막 무슨 말을 하려 할 때 황제도 이미 서둘러 관중석에서 내려온 것을 보았다.서왕도 그 뒤를 따르고 있었다.다른 비빈들은 갑작스러운 사고에 긴장하고 두려워하면서도 폐하가 그렇게 중시하는 것을 부러워했다.갑자기 누군가가 소리쳤다.“어머, 가빈 마마도 이상합니다!”그제야 가빈이 심하게 흔들리는 말을 힘겹게 조종하는 것을 보았다. 귀비가 떨어졌을 때 가빈은 곁눈질로 그 모습을 보았는데 더욱 무서워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살려주세요.”그녀는 고삐를 힘껏 잡은 채 떨어지지 않도록 노력했지만 이건 계란으로 바위 치기였다.말이 갑자기 흥분해서 그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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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화

‘헉!’귀비는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마비산도 없이 꿰맨다고? 이 돌팔이 의사가 나를 고통스럽게 죽일 작정인가! 그리고 주혼산은 뭐야! 두질약이라니... 설마 봉장미 짓인가! 그래, 분명 봉장미가 나를 해치려는 것이야!’태의는 무릎을 꿇고 황제께 여쭈었다.“폐하, 봉합하지 않으면 귀비 마마께서 피를 너무 많이 흘리셔서 위험합니다.”소욱은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시선을 귀비에게로 향했다.“꿰매!”“아니 됩니다! 폐하...”귀비는 눈물을 주르륵 흘렸는데 눈물에 피가 섞여 있었다.그녀는 본능적으로 거부했다.그 주치의인 노태의가 다른 태의들에게 분부하였다.“마마를 누르거라. 절대로 움직이지 못하게 해야 한다.”태의가 바늘을 들고 다가오는 것을 보며 귀비는 비명을 질렀다.“오지 마! 악...”이내 천막 안은 처참한 비명으로 가득 찼는데 밖에 있는 사람들은 그 소리를 듣고 모골이 송연해졌다.이 소리는 아주 멀리까지 퍼졌다.태후는 봉구안의 천막에서 그녀가 얼마나 다쳤는지 살피고 있었는데 귀비의 비명을 듣고 마음이 후련해지며 능연 저 천한 년에게도 오늘이 있을 줄은 몰랐다고 생각했다.“황후, 푹 쉬거라. 난 가빈을 보러 가야겠다.”“네. 마마.”봉구안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일어나 인사를 올렸다.태후를 떠나보낸 연상은 크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마마, 아슬아슬했습니다. 가빈을 구하러 가셨을 때 소녀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봉구안의 목에 난 그 흉터는 바로 가빈이 혼란 속에서 할퀸 것이다.다행히 피부만 살짝 까졌을 뿐 큰 문제는 없었다.“마마, 마구는...”연상은 한껏 소리를 낮추고 말했다.“약에 담갔던 건데 따로 처리 안 해도 되겠습니까?”봉구안은 고개를 저었다.“그럴 필요 없다.”감히 약에 담갔다는 건 들키는 게 두렵지 않다는 뜻이다.봉구안의 모든 계획은 연상에게 세부 사항을 밝힌 적이 없다.그렇다. 연상은 말이 미리 손을 본 마구 냄새를 맡으면 방금 귀비의 말처럼 광분하게 된다는 것만 알고 있었다.그녀는 자기도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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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화

태의들이 귀비의 상처를 꿰매고 있는 동안 소욱은 바로 옆 천막에서 봉구안을 불렀다.안에는 유사양 한 사람만 시중을 들고 있어 분위기가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귀비가 중상을 입어 마구 경기가 중단되었으니 주최자인 황후는 아마 책임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봉구안은 궁례를 올리고 담담한 표정으로 침착하게 말했다.“신첩, 폐하께 인사 올립니다.”소욱은 온몸에 한기를 머금은 듯했는데 화창한 봄날인데도 한겨울의 추위가 느껴졌다.그 옆에 서 있는 유사양은 숨을 죽이고 눈도 감히 치켜뜨지 못했다.옆 장막에서는 이따금 귀비의 고통스러운 비명이 들려왔고 제왕은 침울한 얼굴로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있었다.“무릎을 꿇거라!”그의 목소리는 화로 가득 차 있었는데 어두운 눈빛을 짓고 있었다.봉구안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치마를 들어 올리고 침착하게 무릎을 꿇었다.주인이 무릎을 꿇었으니 연상도 황급히 따라 무릎을 꿇은 채 머리를 조아리고 몸을 가늘게 떨었다.죽일 듯한 황제의 눈빛은 무섭기 그지없었다. 소욱의 눈빛은 절대 녹지 않을 빙산처럼 차갑고, 그 위에 천둥이 먹구름이 가득한 것 같았다.“귀비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너의 책임을 묻겠다고 짐이 말했었다.”봉구안은 고개를 들고 소욱을 똑바로 바라보았다.“신첩은 확실히 그 책임을 면하기 어려우니 폐하의 벌을 달갑게 받겠습니다. 하지만 오늘의 일은 그냥 단순한 낙마가 아닙니다. 만약 진상이 밝혀지지 않는다면...”턱!소욱은 손을 들어 책상을 ‘탁’ 내리치더니 두 눈에 노기를 띠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그냥 단순한 낙마가 아니라는 걸 어떻게 아는 것이냐?”봉구안은 침착하게 대답했다.“경기 전에 가빈이 신첩을 찾아왔었는데 그때 가빈의 등나무 갑옷에서 특별한 향기가 났습니다. 신첩은 어디서 냄새를 맡았는지 순간적으로 기억이 나지 않아 그저 평범한 연지인 줄로만 알았습니다.”“마구 경기가 시작된 후 신첩은 계속 도대체 무슨 냄새인지 계속 생각했는데 상대방이 계속 득점하자 엉뚱한 생각을 멈추고 경기에 임할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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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화

황제의 추궁에 봉구안은 입이 벌어졌다.“신첩은 누가 가빈에게 손을 썼는지 찾아내려고 했습니다.”소욱은 눈빛이 싸늘해졌다.“계속 말해보거라.”“신첩은 확실히 숨긴 것이 있습니다. 가빈의 등나무 갑옷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지만 배후의 사람을 끌어내려고 일부러 말하지 않았습니다. 전반전에서 신첩은 마구를 본 게 아니라 경기장 안팎을 살펴보았습니다. 가빈의 말이 놀랄 것을 예상였기에 신첩이 바로 구할 수 있었지만 귀비가 말에서 떨어질 줄은 생각지도 못했습니다.”빈틈없는 봉구안의 설명을 들으며 소욱은 그녀가 범인을 찾아내기 위해 가빈으로 모험했다고 믿었고 또 이래야만 봉구안의 비열한 계략에 부합된다고 생각했다.당시 그녀가 두통약을 써서 그더러 사랑을 균등하게 나눠줘야 한다고 협박할 때처럼 말이다...하지만 그 역시도 선량한 사람이 아니다. 황후가 잔인한 수단을 쓰는 것보다 거짓말로 황제를 속이는 것이 더 싫었던 그는 진실을 듣기 위해 봉구안을 심문했다.점점 얼굴이 창백해지는 봉구안을 보며 소욱은 그제야 분부했다.“태의를 불러오너라.”곧 옆 천막에 있던 태의가 와서 봉구안의 어깨를 치료해주었다.다소곳한 자세로 고개를 숙였으나 봉구안의 눈빛은 한껏 어두워졌다.아니나 다를까 의심이 많은 폭군은 쉽게 듣는 고백보다 괴롭힘을 받은 후 털어놓는 말을 더 믿었다.곧 유사양이 가져온 가빈의 등나무 갑옷을 검사하던 태의가 아뢰었다.“폐하, 이 등나무 갑옷에는 확실히 설란향이 있습니다.”소욱이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즉시 명령을 내렸다.“귀비의 등나무 갑옷도 가져오너라.”태의가 살펴본 후 아뢰었다.“폐하, 귀비의 등나무 갑옷에도 설란향이 조금 있습니다.”소욱은 눈썹을 찡그렸다.“설란향은 짐이 사람을 시켜 조사할 것이다. 황후의 두통약에 주혼산이 있는데 이건 어떻게 된건지 설명하거라!”봉구안은 미간을 찌푸린 채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주혼산... 그건 무엇입니까? 그 약은 떠돌이 의사가 준 것인데 신첩도 그 안에 무엇이 있는지 모릅니다.”소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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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화

천막 안에는 서왕의 따뜻한 배려와 달리 오직 책임만 묻는 황제가 있었다.“이 자갈들을 봤느냐? 귀비는 바로 이 자갈들 때문에 상처를 입었다. 마구 시합은 황후가 주최한 건데 잔디밭에 어떻게 이런 남을 해칠 수 있는 것들이 나타났느냐?”이제야 이 사실을 알게 되었다는 모습을 보이며 봉구안은 공수하며 사죄했다.“폐하, 신첩의 불찰입니다.”소욱의 표정은 더 냉랭해졌다.“불찰이든 의도적이든 황후는 이 일과 연관이 없기를 바란다.”봉구안은 담담한 표정으로 대답했다.“마구 시합을 신첩이 주관했기 때문에 신첩은 이 시합에 아무런 차질이 없기를 누구보다 더 바랐습니다. 귀비와 가빈이 상처를 입으면 신첩에게 이로울 것이 없습니다.”확실히 그렇다. 귀비와 오랜 원한이 있으니 해칠 수 있다고 쳐도 가빈은...하지만 봉구안이 일부러 가빈을 이용해 사람들의 시선을 끈 후 실제로 귀비를 해칠 가능성도 있었다.어쨌든 가빈은 구원되었고, 가빈을 위해 몸을 사리지 않는 봉구안의 모습을 소욱은 똑똑히 보았다.소욱은 쌀쌀하게 물었다.“그러고 보니 짐은 황후가 다른 말에 뛰어오를 수 있는 줄도 몰랐다.”의심에 가득 찬 소욱의 말을 들은 봉구안은 침착하게 대답했다.“신첩은 승마에 능합니다. 말 등에서 뛸 수 있는 것은 균형적 감각과 담력이 있기 때문이지요. 또 사람을 살리겠다는 생각만 하다 보니 다른 것을 돌볼 겨를이 없었습니다.”소욱은 여전히 그녀를 주시하고 있었는데 그 매서운 눈빛에는 부드러움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마구 시합에서 사고가 난 것은 황후의 책임이다. 짐이 열흘 시간을 주겠으니 범인을 밝혀내거라.”봉구안은 침착하게 임무를 받았다.“네. 폐하.”...다른 편.아파서 참기 어려웠던 귀비는 불과 반 시진밖에 안 된 사이에 이미 세 번이나 기절했다.옆에서 시중을 들고 있던 태의는 더는 지체할 수 없어 귀비가 기절한 틈을 타 빠르게 처리했다.하지만 얼마 안 되어 귀비는 비명을 지르며 다시 깨어났고 춘하가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아 땀을 닦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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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화

진통제를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 귀비의 마음은 원한으로 가득 찼다.‘봉장미 나쁜 년! 일부러 나에게 문제가 있는 두통약을 줘서 나를...’상처가 아픈 데다 정서적 충격을 받은 귀비는 눈앞이 캄캄해지며 또 기절했다.“마마!”춘하의 고함을 들으며 태의들은 놀라 몸을 부르르 떨었다.당시 두통에 신통한 약을 그들이 검사하여 문제가 없다는 것을 확인한 후에야 귀비마마에게 복용하도록 했다.하지만 오늘 귀비가 상처를 입어 마비산을 사용할 때에야 그들은 귀비의 맥이 중독 증상을 나타난 것을 알았다.그제야 귀비마마가 평소에 사용하는 두통약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태의들은 귀비의 상처를 치료한 후 황제께 사죄드리려고 했다.“폐하, 소신들이 제대로 검사하지 못해서 태의원에 있을 면목이 없습니다.”소욱은 눈빛이 차가워졌다.두통약에 주혼산이 들어있는 것을 발견하지 못한 것은 확실히 태의들의 잘못이다.주혼산이 들어갔을 뿐이기 다행이지 만약 치명적인 독약이라면 되돌릴 수 없을 것이다.이때 서왕도 옆에서 설득했다.“폐하, 소신도 주혼산을 들어봤는데 이 약은 원래 천금을 주고도 구하기 어려운 연명하는데 쓰는 신약이라고 하옵니다. 또 주혼산은 매우 희귀하고 또 일반 안심약과 비슷해서 아무리 의술이 뛰어난 명의라도 찾아내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황후마마가 준 약 자체는 문제가 없었으나 귀비가 약을 너무 많이 써서 주혼산이 체내에 쌓인 채로 배출되지 못했을 뿐입니다.”착한 서왕은 태의들을 위해 한마디 했을 뿐만 아니라 황후를 위해 변명했다.눈빛이 점점 더 어두워진 소욱이 물었다.“귀비는 앞으로 이 약을 쓸 수 없느냐?”태의들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폐하. 지금은 주혼산을 천천히 배출해야 합니다.”이른바 신약이라 해서 누구나 다 쓸 수 있는 게 아니다.누가 감히 자신이 평생 다치지 않고, 마비산과 같은 진통약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보장하겠는가?이때 노태의가 한 마디 덧붙였다.“다만 귀비마마께서 워낙 심각한 두통을 앓고 계셔서 그 신약만 진정시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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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화

마구 시합이 끝나자 비빈들은 모두 침소로 돌아갔다.귀비의 상처가 엄중해 호위들은 대나무로 들것을 만들어 그녀를 영소전으로 조심스럽게 옮겼다.통증을 참지 못하고 계속 끙끙거리는 귀비를 보며 녕비는 멀리서 깨고소한 표정으로 비아냥거렸다.“자기를 내세우려고 하더니 오늘은 결국 소원을 성취한 셈이구나.”옆에 있던 시녀는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기뻐했다.“오늘은 너무 위험했습니다. 마마께서 마구 시합에 참여하지 않아 다행입니다.”녕비는 거만스럽게 고개를 돌렸다.“마구 시합이긴 개뿔, 총애를 다투는 무대일 뿐이야. 어머, 저분은 강빈이 아니냐?”강빈이 다가와 녕비에게 인사를 올렸다.“빈첩 녕비마마께 인사를 올립니다.”녕비는 미간을 찌푸렸다.“강빈의 안색이 어두운 걸 보니 많이 놀라셨나 봅니다. 귀비와 가까이 보내시지 않으십니까? 심하게 다친 것 같은데 보러 가지 않을 겁니까?”귀비가 낙마한 후 강빈은 문안하러 갔었다. 하지만 그 상처가 너무 심해 강빈은 생각하기만 해도 안색이 창백해지며 마음이 두근거렸다.강빈은 예의를 갖추어 공손하게 대답했다.“녕비마마, 관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빈첩은 몸이 불편하여 먼저 돌아가야 할 것 같습니다.”강빈이 간 후 녕비의 시녀가 비아냥거렸다.“마마, 강빈이 귀비와의 친분을 믿고 기고만장했었지만 이제 귀비는 얼굴을 다쳤고 몸에도 상처를 입어 곧 실세할 거 같으니 우려가 큰가 봅니다.”녕비는 오히려 표정이 냉랭해졌다.“얼굴이 다친 건 약 바르면 나을 게 아니냐. 상처가 심하다는 건 폐하의 관심을 끌 수 있다는 말이니 귀비가 총애를 잃을 날이 아직 멀었구나.”비록 귀비가 싫었지만 여러 해 동안 성은을 독점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한 능력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이렇게 대단한 여자는 결코 쉽게 쓰러지지 않을 것이다....자녕궁.태후는 염주를 돌리며 눈을 감은 채로 경을 읊었다.계 상궁은 안신향을 피웠다.“태후마마, 귀비의 상처는 생살을 꿰맸다고 했습니다.”태후는 여전히 눈을 감았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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