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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군의 장군 황후의 모든 챕터: 챕터 91 - 챕터 100

691 챕터

제91화

장신궁.해시가 3각이나 지났지만, 안에는 소욱 한 사람뿐이었다.소욱이 점점 인내심을 잃어가고 있었다.오는 사람을 보고 나서야 소욱의 찌푸린 미간이 풀렸다.“이번에 또 미행당했는가?” 소욱이 일부러 물었다.지난번에 그녀가 2각 늦었던 것은 영소전의 수로가 미행했기 때문이다. 그녀가 그것을 처리하느라 늦은 것은 이해할 수 있었다.오늘 밤은?봉구안은 은침 한 벌을 꺼내 탁자 위에 펼쳐 놓았다.“일이 있어서 늦었습니다.” 봉구안은 대충 설명했다.그리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옷을 벗으시오.”소욱은 차가운 눈매로 그녀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손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봉구안은 그를 등지고 정리하고 있었는데 돌아보니 소욱은 여전히 그 모습이었다.“왜 옷을 벗지 않으셨습니까?”라고 물었다.소욱의 눈빛은 더욱 날카로워졌다.“요즘 점점 나태해지는군…”“짐은 자네를 3각이나 기다렸다.”태의들은 아무도 감히 황제를 기다리게 하지 않는다.‘늦으면 소식이라도 전해야지. 짐은 저녁에 다른 일이 없는 것 같으냐?’봉구안 담담하게 소욱을 바라보고 있었다.“시간을 어긴 것은 제 잘못입니다.”“그래.” 소욱은 시선을 돌렸다. 차가운 표정을 하고 있었지만 더 이상 따지지 않았다.그리고 허리띠를 풀었다.침을 놓는 과정은 그리 길지는 않았다. 반 시진 정도였다.원래 침을 맞은 후에 약훈도 해야 했다.하지만 봉구안이 소욱에게 말했다.“이 독은 이미 잡혔습니다. 앞으로 일정한 간격으로 침을 맞으시면 됩니다. 매일 밤 여기에 올 필요가 없습니다.”소욱이 옷깃을 정리하는 동작은 잠시 멈칫했다. 눈 밑에 차갑고 날카로운 빛이 스쳤다.봉구안은 은침을 정리하고 있었다.봉구안은 촛불이 세차게 흔들리는 것을 보았다.갑자기 남자의 펜치 같은 큰 손이 그녀의 팔을 휘감았다.쾅!손목에서 차가움 느낌이 들었다.확인해 보니 쇠고랑이었다.봉구안은 어떻게 자신의 손목에 찼는지 알 수 없었다.쇠고랑은 쇠사슬과 연결되어 있었고, 쇠사슬의 한쪽 끝은 남자의 다른 한 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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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화

“콜록콜록…” 봉구안이 바닥 끌려 내려올 때 발바닥과 지면이 마찰하여 검은 자국을 남겼다.봉구안은 손으로 목 아래를 쳤다. 두드리는 방법으로 약을 진동해 내려고 했다.하지만 소용이 없었다.소욱은 안정적으로 봉구안 앞에 착지했다. 바람에 옷자락이 날리는 못습은 예측할 수 느낌을 줬다.소욱은 차가운 눈으로 봉구안을 노려보았다. 그 눈빛은 깊은 심원 같았다.“능력이 대단하군.”“몽화지독은 열흘마다 발작한다.”“자네가 짐에게 제때에 침을 놓아주면 짐도 제때에 해독제를 줄 것이다.”봉구안의 시선은 차가웠다.“쓸데없는 짓입니다.”봉구안은 해독해 주지 않는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소욱의 의심이 너무 많았다.남제의 국가 안정을 위해서가 아니면 봉구안은 결코 이런 일을 용납하지 않았을 것이다.봉구안은 몸을 돌려 장신궁을 떠났다.진한길이 쫓아가려는데 소욱이 막았다.“보내주거라.”봉구안은 중독되었다. 그래서 봉구안이 도망갈까 봐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하지만 이 여인은 소욱의 예상을 뛰어넘었다.‘축골술도 할 줄 알다니… 해독 후 이 여자가 말을 듣지 않으며 죽여버릴 테다.”소욱의 차가운 눈동자에서 살기가 스쳤다.…봉구안은 영화궁으로 돌아온 후 즉시 전서구를 불러 오백에게 편지를 보내 몽화지독의 해독제를 찾으라고 했다.봉구안은 폭군이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이 두려운 게 아니라 단지 통제당하는 것이 싫었다.오백은 편지를 받은 후 바로 신의인 송려를 찾았다.송려는 곤히 자고 있었다. 갑자기 누군가에게 건들려 눈을 떴더니 침대 머리 앞에 누군가가 서 있는 것을 보았다.‘귀신이다!’송려는 식은땀을 흘리며 일어났다. 머리는 헝클어져 있었고 침복이 활짝 열려 있었다.“너… 욱!”오백이 송려의 입을 막았다. “송신의님 소리 지르지 마시오. 접니다 저!”방에 촛불이 켜지자 송려는 비로소 오백을 알아보고 오백에게 손을 떼라고 손짓했다.“자네 소씨 형님의 사람이잖소. 소씨 형님에게 무슨 일이 있는 건가?”오백이 급해 물었다. “도련님께서 몽화지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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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화

태황태후가 갑작스레 궁으로 돌아오자, 궁중 사람들은 불안에 떨었다. 자녕궁. 태후는 더욱 긴장했다. “왜 갑자기 회궁하신 거지?” 태황태후가 회궁을 하면 적어도 2주 전에는 알려 하고, 회궁 당일에는 환영식이 있기 마련이다. 이번에 이렇게 급히 돌아온 것이라면 아마도 급하게 처리할 일이 있어서 일 것이다. 태후는 자신이 잘못을 저지른 게 아닌지 의심했다. 무엇이 그 “늙은 마귀할멈”을 불러들인 걸까? 계 상궁이 위로하며 말했다.“태후 마마, 걱정하지 마세요. 태황태후 마마께서 이번에 돌아오시면 바로 황후 마마를 보러 가겠다고 하셨어요. 마마랑은 무관하실 겁니다.”태후는 곰곰이 생각하며 말했다. “이전 그분의 행동으로 봤을 때, 궁으로 돌아온 직후 하루 동안은 쉬고 다음 날이 되어서야 문안 인사를 허락하셨어. 당일에 사람을 불러들인 경우는 거의 보지 못했어. 설마 진짜로 황후 때문에 온 것일까? 그런데 황후가 어떻게 옥양산에서 예불을 드리고 있던 태황태후를 노하게 한 거지?” 계 상궁은 잠시 고민하더니 추측에 나섰다. “태후 마마, 혹시 귀비 마마와 관련 있는 건 아닐까요?” 태후는 순간 의아해하는 동시에 무언가를 깨달았다. 능연은 마구 경기에서 부상을 입었고, 비록 범인은 찾지 못했어도 황후를 어느 정도 원망할 수밖에 없었다. 황후를 상대하기 위해 태황태후를 부른 것이라면 어느 정도 가능성이 있었다. 하지만 태황태후처럼 현명한 사람을 쉽게 끌어들이기란 어려운 일이다. 능연이 황후의 큰 약점을 잡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태후는 벽 쪽의 불상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황후가 이번의 위기를 넘기기는 어려울 것 같구나.” 그러나 그녀도 더 이상 도울 수 없었다. 영소전. 춘하가 귀비를 모시고 약을 드리던 중, 기쁜 소식을 전했다. “마마, 태황태후 마마께서 벌써 궁으로 돌아오셨어요. 황후 마마께서도 함께 불려갔습니다.” 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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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화

“뭐라? 폐하께 그 천한 여자랑 합방을 하라고 하셨다고?!" 귀비의 좋았던 기분은 순식간에 산산조각 났다.소식을 전하러 온 궁인은 고개를 숙였다. 귀비의 분노를 감히 마주하지 못했다.“소인은…소인은 그저 전해 들은 겁니다. 태황태후 마마께서…”“됐다!”귀비는 더 이상 쓸데없는 말을 듣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놀람을 넘어 의심이 생겼다.태황태후가 궁에 돌아온 건 황후의 정조를 조사하기 위함이 아니었는가!왜 이렇게 서둘러 황후와 합방하게 하려는 걸까?귀비의 시선은 싸늘하게 변했고 차가운 기운을 뿜어냈다.“본궁이 다시 묻겠다. 태황태후께서 황후에게 납치 사건에 대해 추궁했느냐?”궁인은 고개를 저었다.“그건, 소인도 잘 모르겠사옵니다.”“내전에는 몇 명만 모셨고, 소인은 전각 밖에 있었어서 상전분들의 대화를 제대로 들을 수 없었사옵니다.”그 말을 듣자 귀비의 얼굴이 창백해졌다.그녀는 태황태후가 도대체 무슨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 너무도 알고 싶었다!황후가 순결하지 않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황후를 폐위시키는 것이 아닌가?태황태후의 칼 같은 성격상, 어떻게 그런 일을 용납하겠나...귀비는 혼란스러웠다.마치 무언가가 서서히 그녀의 통제에서 벗어나고 있는 듯했다.그녀는 다급히 궁인에게 물었다.“그렇다면 지금은? 황제 폐하는 어디 계시느냐!”궁인은 조심스럽게 대답했다.“황제 폐하께서는 태황태후의 명을 받들어, 지금 영화궁에 가 계십니다.”귀비는 그 말을 듣고 더 이상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었다.이 대낮에 태황태후께서 당장 합방을 하라고 하셨단 말인가!설마 황제 폐하께서도 동의하신 일일까?“춘하, 당장 옷을 가져와라! 본궁이 황제 폐하를 만나러 가겠다!”귀비는 한시도 지체할 수 없었다.비록 황제 폐하께서 황후를 건드리지 않을 것을 알고 있지만, 만약 태황태후의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굴복하게 된다면 어떻겠나?그녀는 어떠한 돌발 상황도 용납할 수 없었다!“빨리!” 그녀는 날카로운 목소리로 재촉했다.춘하는 허둥지둥 움직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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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화

봉구안은 합방 준비물들을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 정말 갈수록 기가 찼다!소욱은 어디에 있는 걸까? 어떻게 이런 일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말인가!주 상궁은 궁녀들에게 명령했다.“물건들을 내려놓고, 황후 마마의 목욕을 준비해라.”“예.”봉구안이 낮은 목소리로 말을 끊었다.“연상 한 명이면 충분하네.”주 상궁은 태황태후의 명을 받들고 있다는 것을 내세워 꽤나 독단적으로 행동하며 봉구안에게 상전의 태도를 취했다.“황후 마마, 처음으로 폐하의 총애를 받으시니, 궁중의 규칙을 잘 모르실 겁니다.”“합방 전 목욕은 평소 목욕과는 다릅니다. 절차가 세세하게 정해져 있어요!”“한 사람으로는 감당하기 어렵습니다.”“마마, 폐하를 오래 기다리시게 하지 마시지요."주 상궁은 공손하게 한쪽 팔을 내밀며 “이쪽으로 오라”는 행동를 취했다.봉구안의 눈빛은 싸늘했고, 목소리는 낮고 무게감 있었다.“태황태후께서 널 보낸 것은 본궁과 황제 폐하가 원만히 합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과연 본궁의 기분이 상해 합방을 거부하게 돼도 일이 잘 풀릴지 한번 지켜보거라.”주 상궁은 순간 깜짝 놀랐다.황후 마마의 말이 너무나 당돌하지 않은가!그러나 곧 생각을 바꿨다. 황후가 이토록 강경한데, 만약 그 뜻을 거스르면 태황태후의 명을 완수하지 못할 것이고, 자신도 그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잠시 고민한 후, 주 상궁은 궁녀들에게 명령을 내렸다.“모두 나가 전각 밖에서 대기하라.”그리고 봉구안에게 몸을 굽혀 예를 표하며 말했다.“소인도 이만 물러가겠습니다.”모든 사람들이 떠난 후, 연상은 크게 한숨을 내쉬며 봉구안 곁으로 빠르게 다가와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마마, 저 주 상궁도 꽤나 까다로운 사람인데 어떻게 이리 순순히 물러난 거예요?”봉구안은 별다른 말없이 내실로 들어가 모든 옷을 벗어 던진 후 욕조에 몸을 담갔다.그녀 주변의 분위기는 점점 차가워졌고, 가까이 다가오지 말라는 듯한 냉기가 감돌았다.연상은 욕조에 꽃잎을 뿌리며 걱정스럽게 물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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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화

봉구안은 두 걸음 앞으로 나아갔고, 눈빛은 동요 없이 평온했다.소욱은 책을 내려놓았다. 표정은 어둡고 눈빛에는 불만이 가득했다.“왜, 주 상궁이 합방 예정을 가르쳐 주지 않았소?”봉구안은 그의 작은 표정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집중했다.보아하니, 그 역시 이 합방을 원치 않는 것이 분명했다. 순간, 소욱이 그녀의 팔을 잡아당겼다.그의 손가락이 옷을 사이에 두고도 그녀의 손목을 강하게 눌렀다.그녀에게 꽂힌 그의 시선은 서늘하면서도 강한 폭력성을 품고 있었다.“아플까 두려운 것이오?”봉구안은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뭐가 아프다는 거지?그가 말하는 고통이 설마 자신이 생각하는 그것일까?그는 정말 태황태후의 말을 따르며 착한 손자 역할을 할 작정인가? 봉구안은 순간 거부감이 들었다. 이빨을 꽉 물고 불꽃이 튈 듯한 눈빛으로 그를 똑바로 쳐다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남자의 잘생긴 얼굴에는 여전히 아무런 감정의 기복이 없었다.그는 한 손으로 그녀를 붙잡고, 다른 손에는 단검을 들고 있었다.봉구안은 표정 변화가 없었지만 속으로는 약간의 의문이 들었다. 그는 왜 칼을 들고 있는 걸까?짧은 순간, 그녀는 혼례날 밤의 일을 떠올렸다.그때 그는 그녀의 순결을 의심하며 스스로 단검으로 증명하라 요구했다... 그래서 오늘도 그녀에게 스스로 순결을 증명하게 하려는 건가?봉구안의 미간이 조금씩 풀어졌다.만약 정말 그렇다면, 오히려 일이 간단해질 것이다. 그녀는 차라리 직접 하는 편이 낫다 생각했다.이렇게 생각한 봉구안은 순순히 단검을 받아들려고 했다.그러나 남자의 싸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어디를 베어도 상관없소. 그저 침구에 피를 묻혀 명을 따랐다는 걸 보여주기만 하면 그만이니.”그는 그녀에게 자해하라고 하는 것이 아닌, 거짓으로 일을 꾸며내라고 요구한 것이다.이 말을 들은 봉구안의 동공이 미세하게 흔들렸다.소욱은 그녀가 망설이는 것을 보고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 생각했다. 그의 미간에는 짜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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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화

귀비는 하마터면 의자에서 벌떡 일어날 뻔했다.말도 안 돼!폐하께서 봉장미를 총애하실 리가 없다!그리고 저 침구의 피도 봉장미의 처녀혈일 리가 없다!봉장미는 분명 오래전에 순결을 잃은 게 분명하다!귀비의 눈빛은 시시각각 변했지만 모두 불신을 품고 있었다.태황태후는 매우 만족한 듯 보였고, 곧 귀비에게 물러날 것을 허했다.귀비는 만수궁을 나선 뒤 줄곧 마음이 혼란스러웠다. 춘하 또한 마찬가지였다.폐하와 황후 마마가 정말로 합방을 하셨단 말인가?하지만 황후 마마는 분명... 춘하는 무의식적으로 자신이 모시는 마마를 바라보았다. 귀비의 눈빛은 마치 독기를 품은 듯 붉은 기운이 감돌았다. 분명 무언가 잘못되었다! 이 합방은 틀림없이 거짓이다! 귀비는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빨리 황제를 만나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 한편. 자녕궁 안.태후는 황제가 합방을 했다는 소식을 듣고 놀랐다. “그 사실이 확실한가?”계 상궁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태후 마마, 틀림없습니다. 태황태후 마마께서 주 상궁을 보내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게 하셨고, 침구도 만수궁으로 보내졌습니다.”태후는 여전히 믿기 어려웠다.“폐하가 정말 그렇게 순순히 따랐단 말인가? 예전에 내가 앞서 조정의 관료들과 함께 자손을 위해 더 이상 귀비만 총애해서는 안 된다고 권했잖는가.”“그때 폐하는 말을 듣지 않으셨고 몇몇 대신들을 처벌하기까지 하셨지.”“이번 일에 무언가 이상한 점이 있는 게 분명하네.”계 상궁이 추측했다. “귀비 마마께서 낙마로 부상을 입으셔서 얼굴을 크게 다치시지 않았습니까. 폐하께서는 아직 젊고 혈기가 왕성하신데, 기거 일지에도 오랫동안 기록된 것이 없었으니, 마침 시기 좋게 태황태후 마마께서 밀어 부치셔서 폐하께서도 어쩌면…”뒤의 말은 그녀도 차마 입 밖에 내기 어려웠다.태후도 그저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폐하께서 정말로 부인들을 고르게 사랑해 준다면, 내 마음의 짐도 덜 것 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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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화

영화궁 안, 이미 새 침구가 깔려 있었다. 봉구안은 욕실에서 나와 옷을 갈아 입었다. 연상은 따뜻한 차를 들고 와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마마, 정말로... 폐하를 모신겁니까?” 봉구안의 표정에는 어떤 감정도 드러나지 않았다. “그 일에 대해선 더 묻지 마.” 마마의 말을 들은 연상은 더욱 혼란스러웠지만, 마마가 묻지 말라 하니 더 이상 묻지 않기로 했다.그때 갑자기 밖에서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마마, 귀비 마마께서 뵙기를 청하십니다!”연상은 가슴이 철렁했다.“귀비 마마께서 이 시간에 온 거라면 틀림없이 마마의 합방에 관해 물으시려는 걸 겁니다. 마마, 만나시겠습니까?”봉구안은 따뜻한 차를 한 모금 마셨다. 목이 한결 나아진 것을 느꼈다.그녀는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들어오시라 해라.”……전각 안에는 봉구안과 귀비, 단둘뿐이었다.귀비는 봉구안을 보자마자 표정이 사납게 변했다. 금방이라도 달려들어 그녀를 갈기갈기 찢어버릴 듯했다.“황후 마마, 참으로 기세등등하시군요.”봉구안은 자리에 앉아, 맑고 차가운 눈빛으로 귀비를 바라보았다. 마치 세상 그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그녀는 귀비의 말을 받아 치지 않고 침묵으로 상황을 주도했다.귀비는 스스로 자리에 앉으며 요염한 미소를 지었다.“신첩이 보기에 마마께서 폐하의 승은을 입으신 게 처음이 아닌 것 같습니다?”봉구안은 담담하게 차 잔을 들어 뚜껑을 열고 차를 마셨다.귀비의 표정은 순간 싸늘하게 굳어졌다. “마마, 언제까지 연기하실 수 있는지 지켜보겠습니다!”“순결은 이미 잃으신 뒤 일 겁니다. 폐하를 속이실 수는 없으셨을 테니, 침구의 피도 당연히 가짜겠죠!”“도대체 무슨 방법으로 모두를 속이신 겁니까?"봉구안은 순간 고개를 들었고, 그녀의 눈빛에는 날카로운 기운이 스쳤다.“나는 항상 궁금했네. 귀비께서 왜 그렇게 확신을 갖고 내가 순결을 잃었다고 생각하는지.”귀비의 눈빛이 싸늘 해졌다.“제가 왜 확신을 갖냐고요?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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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화

귀비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봉장미가 어떻게 그 철저한 신체검사를 피할 수 있었을까? 아무리 생각해 봐도, “눈앞의 이 여자가 진짜 봉장미가 아니다”라는 결론만이 유일하게 납득되었다. 하지만 그 역시 너무나 터무니없는 생각이었다. 그녀가 봉장미가 아니라면, 도대체 누구란 말인가? 귀비의 의심에도 불구하고, 봉구안은 변명하지 않았다. 그녀는 귀비를 똑바로 응시한 채 싸늘하고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맞네. 나는 봉장미가 아니야.” “산적에게 납치된 이후, 나는 더 이상 봉장미가 아니게 되었지.” 귀비는 그녀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서늘한 기운을 느꼈다.그녀는 뒷걸음 질 치려 했으나, 이내 옷깃을 붙잡혔다. 그녀는 강제로 허리가 굽혀졌고, 상처가 벌어지며 극심한 고통이 밀려왔다. “손… 손을 놓으세요!” 봉구안은 그녀를 붙잡은 채 천천히 일어섰다. 귀비의 동공이 흔들렸다. 어두운 그림자가 그녀를 감쌌고, 마치 지하 세계에서 기어 나온 악귀처럼 보였다. 봉구안의 표정에는 희미한 미소가 깃들어 있었다. “이국에 기이한 약이 있네. 그것을 바르면 약 49일 후에 허물을 벗듯 새롭게 태어날 수 있지. 모든 상처가 사라지고, 피부는 아기처럼 부드러워져.” “또 복원술이라는 것도 있는데, 그걸 쓰면 여인의 몸을 원래대로 회복시킬 수 있지.” “정말이지, 고통스럽더군.” “하지만 효과는 정말 뛰어나네.” “그렇지 않고서야, 내가 어떻게 감히 궁으로 시집올 수 있었겠나?” 귀비는 두 눈을 크게 떴다. 눈 밑이 두어 차례 떨려왔다. 어쩐지… 이 천한 여자가 비밀의 약을 썼던 것이다! …… 영소전.귀비는 화병 여러 개를 연달아 바닥에 내던졌다. “비밀의 약이라니. 그 천한 여자가 정말 모든 걸 걸었구나!” “그 약, 나도 들어본 적이 있지만, 그걸 먹은 열의 아홉이 목숨을 잃었어.” “그런데 그 여자가 그 약을 찾았고, 살아남았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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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화

봉구안은 몽화지독에 중독되었다. 궁 밖의 오백으로부터 소식을 기다리며 그녀는 스스로 독을 빼내보려 했다.그러다 한순간의 실수로 갑자기 기절해버렸다. 그 뒤로는 마치 과거로 돌아간 듯 악몽을 꾸는 것 같았다. 그녀는 오랫동안 꿈에 나타나지 않았던 그 사람을 '만났다'. 그녀는 그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봉구안이 깨어났을 때, 그녀는 자신이 얼마나 오랫동안 의식을 잃고 있었는지 알 수 없었다. 다만 궁 안은 고요했고, 숨 쉬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연상은 침상 옆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었고, 얼굴은 종이처럼 창백했다. 손은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마마... 깨… 깨어나셨군요...”봉구안은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몸을 일으켜 다시 둘러보니, 소욱이 그 자리에 있었다. 그는 멀지 않은 침상에 앉아 있었다. 표정은 싸늘하고 어두웠으며, 마치 영원히 녹지 않는 얼음 같았다. 지금은 그는 그녀를 지긋이 응시하고 있었다. 봉구안은 순간 심장이 멎는 듯했다. 설마 그가 그녀가 몽화독에 중독됐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일까? 휙— 남자가 순간 일어섰고 긴 옷자락이 물결치듯 휘날렸다. “황후, 정말 잘 하는 짓이오.” 그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고 소매를 휘날리며 떠나갔다. 봉구안은 눈살을 찌푸리고 곧장 연상에게 물었다. “무슨 일 있었느냐?” 연상은 입술을 깨물었다. “마마, 마마께서 기절하시고 제가 곧바로 태의를 불러왔습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폐하께서도 함께 오셨습니다.” “그리고… 그리고 폐하께서 침상에 가까이 다가가시자, 마마께서 폐하의 손을 잡으시고는, 많은… 이상한 말씀을 하셨습니다.” 봉구안은 자신이 알고 싶은 핵심이 있었다. 그녀는 목적에 맞게 물었다. “태의가 내가 왜 기절했는지 알아냈느냐?” 연상은 고개를 저었다.“아닙니다. 태의께서는 마마께서 기혈이 부족하시고, 최근 잠을 잘 이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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