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비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봉장미가 어떻게 그 철저한 신체검사를 피할 수 있었을까? 아무리 생각해 봐도, “눈앞의 이 여자가 진짜 봉장미가 아니다”라는 결론만이 유일하게 납득되었다. 하지만 그 역시 너무나 터무니없는 생각이었다. 그녀가 봉장미가 아니라면, 도대체 누구란 말인가? 귀비의 의심에도 불구하고, 봉구안은 변명하지 않았다. 그녀는 귀비를 똑바로 응시한 채 싸늘하고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맞네. 나는 봉장미가 아니야.” “산적에게 납치된 이후, 나는 더 이상 봉장미가 아니게 되었지.” 귀비는 그녀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서늘한 기운을 느꼈다.그녀는 뒷걸음 질 치려 했으나, 이내 옷깃을 붙잡혔다. 그녀는 강제로 허리가 굽혀졌고, 상처가 벌어지며 극심한 고통이 밀려왔다. “손… 손을 놓으세요!” 봉구안은 그녀를 붙잡은 채 천천히 일어섰다. 귀비의 동공이 흔들렸다. 어두운 그림자가 그녀를 감쌌고, 마치 지하 세계에서 기어 나온 악귀처럼 보였다. 봉구안의 표정에는 희미한 미소가 깃들어 있었다. “이국에 기이한 약이 있네. 그것을 바르면 약 49일 후에 허물을 벗듯 새롭게 태어날 수 있지. 모든 상처가 사라지고, 피부는 아기처럼 부드러워져.” “또 복원술이라는 것도 있는데, 그걸 쓰면 여인의 몸을 원래대로 회복시킬 수 있지.” “정말이지, 고통스럽더군.” “하지만 효과는 정말 뛰어나네.” “그렇지 않고서야, 내가 어떻게 감히 궁으로 시집올 수 있었겠나?” 귀비는 두 눈을 크게 떴다. 눈 밑이 두어 차례 떨려왔다. 어쩐지… 이 천한 여자가 비밀의 약을 썼던 것이다! …… 영소전.귀비는 화병 여러 개를 연달아 바닥에 내던졌다. “비밀의 약이라니. 그 천한 여자가 정말 모든 걸 걸었구나!” “그 약, 나도 들어본 적이 있지만, 그걸 먹은 열의 아홉이 목숨을 잃었어.” “그런데 그 여자가 그 약을 찾았고, 살아남았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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