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지형 얘기가 나오자 문무백관이 당황했다.율법대로라면 두 사람이 저지른 잘못은 사형에 처할 정도가 아니었다.설지와 암찰사의 두 눈에 충격과 공포가 서렸다.‘안 돼! 봉안진은 고작 관직을 파면당하고 말았는데 왜 난 이제 와서 능지형에 처한다는 것이야!’“폐하, 재고하여 주십시오! 폐하!”설지는 봉안진의 앞으로 기어가서 그의 다리에 매달렸다.“안진 형님, 제발 저 좀 살려주세요. 저희 한 때는 생사를 같이한 동료였잖아요…”어제까지 봉안진의 앞에서 거만을 떨던 설지가 지금은 개처럼 납작 엎드려 봉안진에게 목숨을 구걸하고 있었다.봉안진은 할 수만 있다면 이들을 전부 제 손으로 죽이고 싶은 마음뿐이었다.그는 냉랭한 얼굴로 답했다.“네가 동료를 배신하고 그들의 목숨으로 네 관직을 바꿨을 때는 우리가 동료라는 생각은 전혀 안 했겠지! 설지, 난 황 대인보다 네가 더 괘씸해!”설지는 황급히 고개를 흔들었다.“형님, 저한테 이러시면 안 돼요. 잊으셨나요? 한때 우리 술잔을 기울이며 서로의 이상을 말하던 때가 있었잖아요. 그때 형님께서 우린 평생 함께할 형제라고도 말씀하셨어요…”지켜보던 관원들조차 고개를 흔들었다.그를 능지형에 처한 것은 이 나라의 황제이고 그의 생사를 좌우지할 수 있는 사람도 황제뿐이었다.그런데 여기서 봉안진에게 목숨이나 구걸하고 있다니, 이 얼마나 멍청한 짓인가!반면 봉구안은 싸늘한 눈빛으로 봉안진을 응시하고 있었다.설지는 멍청한 게 아니라 똑똑한 인간이었다.봉안진이 그를 용서하고 황제께 죽음을 사해주라 간청만 한다면 아까 비무장에서 괴두를 쓰러뜨린 봉안진의 공로와 과거 사건의 최대 피해자인 그를 안타까이 여기는 황제가 간청을 거절할 리 없었다.한편, 설지가 자신에 관한 것들까지 털어놓을까 두려웠던 귀비는 재빨리 호위를 재촉했다.“폐하의 명이 안 들리느냐? 뭘 꾸물거리고 있어?”“시끄럽게 떠드는 저 입부터 틀어막아라! 졸렬한 것들이 폐하의 심기를 어지럽히고 있으니.”호위무사들이 달려들어 설지를 끌고 가려던 순간, 봉안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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