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120화

작가: 일설연우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0-25 13:45:57
능지형 얘기가 나오자 문무백관이 당황했다.

율법대로라면 두 사람이 저지른 잘못은 사형에 처할 정도가 아니었다.

설지와 암찰사의 두 눈에 충격과 공포가 서렸다.

‘안 돼! 봉안진은 고작 관직을 파면당하고 말았는데 왜 난 이제 와서 능지형에 처한다는 것이야!’

“폐하, 재고하여 주십시오! 폐하!”

설지는 봉안진의 앞으로 기어가서 그의 다리에 매달렸다.

“안진 형님, 제발 저 좀 살려주세요. 저희 한 때는 생사를 같이한 동료였잖아요…”

어제까지 봉안진의 앞에서 거만을 떨던 설지가 지금은 개처럼 납작 엎드려 봉안진에게 목숨을 구걸하고 있었다.

봉안진은 할 수만 있다면 이들을 전부 제 손으로 죽이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그는 냉랭한 얼굴로 답했다.

“네가 동료를 배신하고 그들의 목숨으로 네 관직을 바꿨을 때는 우리가 동료라는 생각은 전혀 안 했겠지! 설지, 난 황 대인보다 네가 더 괘씸해!”

설지는 황급히 고개를 흔들었다.

“형님, 저한테 이러시면 안 돼요. 잊으셨나요? 한때 우리 술잔을 기울이며 서로의 이상을 말하던 때가 있었잖아요. 그때 형님께서 우린 평생 함께할 형제라고도 말씀하셨어요…”

지켜보던 관원들조차 고개를 흔들었다.

그를 능지형에 처한 것은 이 나라의 황제이고 그의 생사를 좌우지할 수 있는 사람도 황제뿐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봉안진에게 목숨이나 구걸하고 있다니, 이 얼마나 멍청한 짓인가!

반면 봉구안은 싸늘한 눈빛으로 봉안진을 응시하고 있었다.

설지는 멍청한 게 아니라 똑똑한 인간이었다.

봉안진이 그를 용서하고 황제께 죽음을 사해주라 간청만 한다면 아까 비무장에서 괴두를 쓰러뜨린 봉안진의 공로와 과거 사건의 최대 피해자인 그를 안타까이 여기는 황제가 간청을 거절할 리 없었다.

한편, 설지가 자신에 관한 것들까지 털어놓을까 두려웠던 귀비는 재빨리 호위를 재촉했다.

“폐하의 명이 안 들리느냐? 뭘 꾸물거리고 있어?”

“시끄럽게 떠드는 저 입부터 틀어막아라! 졸렬한 것들이 폐하의 심기를 어지럽히고 있으니.”

호위무사들이 달려들어 설지를 끌고 가려던 순간, 봉안진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21화

    귀비가 혼절하여 영소전으로 돌려보내졌다.어의가 침을 몇 대 놓았지만 그녀는 깨어나지 못했다.소욱이 조금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자 태의가 다가가 아뢰었다.“폐하, 마마께서 중상을 입으셔서 기혈이 좋지 않을 수 있습니다. 큰 문제는 없으시니 안정을 취하기만 하면 됩니다...”영화궁.봉구안이 동경 앞에 앉아 머리에 꽂은 비녀를 하나씩 떼어내자 시중을 들고 있던 연상이 두려운 마음이 남아 한마디 물었다.“마마, 마마... 정말 안 다치셨습니까? 그 괴두가 매우 강하던데 정말 태의에게 보여줄 필요가 없습니까?”말을 마친 그녀는 자신이 잘못을 저질렀다는 것을 알았다.정말 태의에게 상처를 보이면 마마의 정체를 드러내는 것이 아니겠는가.봉구안은 평온한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눈에는 차가운 기운이 감돌았다.“내가 경기에 나간다는 것을 아무에게도 말하면 안 된다.”연상은 금방 고개를 끄덕였다.“예! 마마!”그녀는 말하지 말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황실 서재의 내시가 말을 전하러 왔다.“황후마마, 폐하께서 부르시옵니다.”연상이 제풀에 켕겨 손을 흠칫했다.“마마, 폐하께서 의심하시는 거 아닙니까?”봉구안은 담담한 표정으로 몸을 일으켰다.“할 말이 있어도 마음속에 담아두거라. 옷을 갈아입자.”2분 뒤.황실 서재.소욱은 책상 뒤에 앉아 차가운 표정으로 봉구안을 바라보았다.“작은 불당에서 일하는 사람의 말에 따르면 황후가 잠시만 머물렀다고 하는데 그 긴 시간 동안 어디에 갔고, 무엇을 했었는지 말해보거라.”봉구안은 전혀 당황하는 기색 없이 이미 모든 준비를 마친 듯 태연하게 대답했다.“사건이 갑자기 일어났는데 신첩은 그때 소식을 듣고 설지와 안찰사의 서신을 찾았습니다. 편전에서 폐하를 만났을 때 신첩은 오라버니를 찾아가 언제 증거를 올려 사건의 진상이 밝혀질지 의논하려고 했습니다. 오라버니와 아직 상의하지 않았기 때문에 신첩은 감히 사실을 말씀드릴 수 없었고...”여기까지 말하고 그녀는 딱 멈추었다.햇빛이 사르

    최신 업데이트 : 2024-10-25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22화

    옥 안.독방에 갇혀 있던 설지는 봉안진을 보자 무릎을 꿇고 애원했다.“안진, 나 좀 꺼내줘. 부탁할게. 내가 정말 잘못했어. 우리 오랜 인연을 봐서라도 날 좀 봐줄래?”“너... 나를 구하지 못하더라도 통쾌하게 보내 줘. 능지처참은 너무 무서워.”자신을 모욕했던 사람이 지금이 무릎을 꿇고 빌고 있으니 봉안진은 속이 시원하고 화가 풀려야 하는데 왠지 슬프기만 했다.“능지처참당하고 싶지 않고 죽고 싶지 않다라… 재군이 그들은 죽고 싶었겠어? 매우 억울했을 텐데 널 놔주면 내가 어떻게 망령들에게 떳떳할 수 있겠어!”“설지, 너 혼자 올라가기 위해 너와 친분이 있는 사람들까지 죽인 것이 정말 가치가 있어? 우린 친했잖아. 난 우리가 서로 아끼는 줄 알았어. 그런데 왜 그랬어? 왜!”봉안진은 옥문을 붙잡고 눈시울을 붉혔다.그 많은 형제가 설지에게 죽임을 당했으니 그는 정말 답을 원했다.설지는 어리둥절해 있다가 봉안진이 자신을 도울 리가 없다는 것을 깨닫고는 자포자기한 듯 크게 웃기 시작했다.“하하... 왜? 왜냐고 묻다니! 넌 명문가 출신의 도련님이고 난 가난한 집 출신일 뿐이야. 내가 온 힘을 다해 뛰어올라야 얻는 것을 넌 허리를 조금만 굽혀도 얻을 수 있잖아. 우리가 서로 아끼는 줄 알았다고? 웃기지 마!”“나는 너의 그 선비 꼴이 제일 싫어! 처음으로 봉가 저택에 갔을 때 너의 서재에 들어갔었지. 너의 벼루 하나면 우리 가족의 반 년 치 식량을 살 수 있었어! 왜? 왜 너는 이 모든 것을 쉽게 가질 수 있고 나는 멀리서 바라볼 수밖에 없는 건데?”봉안진은 그 이유가 이렇게 간단한 줄은 몰랐다.질투는 사람을 미치게 한다.설지가 기억을 더듬었다.“이번 생에는 네 발밑에서만 살 줄 알았는데 누군가가 내가 너를 대신할 수 있다고 했어. 참장이 되어 너를 발밑에 밟을 수 있다고 말이야...”“황 대인이야?”봉안진이 물었다.“맞아! 그 사람이야! 봉안진, 봐봐. 나만 너를 싫어하는 게 아니야. 나와 황 대인이야말로 정말 서로를 아끼는 사이야!

    최신 업데이트 : 2024-10-25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23화

    황실 서재에 있는 소욱은 어두운 표정을 지으며 두 눈에는 한기가 서려 있었다. 앞에 놓인 책상 위에 설지의 자백서가 놓여 있었다.그는 봉구안을 살피더니 곧 시위 진한길에게 분부했다.“설지를 부르거라. 짐이 직접 물어보겠다.”얼마 지나지 않아 설지가 끌려오다 성안을 보자마자 황급히 무릎을 꿇고 몸을 떨었다.“죄신... 죄신 설지, 폐하, 황후마마를 뵙니다!”옆에 서 있는 봉구안의 눈빛은 덤덤했다.소욱이 따져 물었다.“자백을 직접 서명한 것이냐?”자백서에는 그가 2년 전 봉안진을 모함하고 황 대인께 뇌물을 바치는 등 각종 죄를 자백했을 뿐만 아니라 귀비 마마도 언급했다.지난 2년 동안 설지는 참장을 한 후 많은 돈을 모아 얻은 재물의 절반은 황 대인에게 뇌물을 주고 나머지 절반은 영소전으로 보냈는데 구체적인 금액은 그의 집에 있는 비밀 장부에 기록되어 있다고 했다.이 외에도 그는 귀비 마마의 명을 받아 접풍연을 열기 전에 봉안진의 팔을 부러뜨린게 그가 시합에서 괴두에게 지게 하기 위해서였다고 했다.설지는 머리를 푹 숙인 채 떨리는 목소리로 아뢰었다.“네, 죄신이 자백했습니다.”소욱은 눈을 가늘게 떴는데 눈빛이 매우 위험하게 느껴졌다.“장부가 어디 있느냐?”“죄신의 서재 암거 안에 있습니다.”설지가 대뜸 대답했다.소욱은 차갑게 흘겨보며 말했다.“진한길, 네가 직접 찾으러 가거라.”“명을 받들겠습니다.”소욱은 설지에게 질문을 이어갔다.“귀비가 어떻게 봉안진을 다치게 했느냐? 다음날 시합이 있을지 어떻게 알 게 된 것이냐?”“설지, 네가 감히 한 마디라도 허언한다면 짐이 너를 능지처참보다 백 배나 더 고통스럽게 만들 것이다!”봉구안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무덤덤하게 폐하를 바라보며 정말 귀비를 아낀다고 생각했다.설지가 자신의 애비를 모함할까 봐 이런 질문까지 하니 말이다.설지는 몸을 조금 떨며 엎드려 있었다.“죄신은 귀비마마께서 이튿날 겨루는 시합을 어찌 미리 아셨는지 모르겠으나 단지 마마의 분부대로 했을 뿐입니다.”“폐

    최신 업데이트 : 2024-10-25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24화

    소욱은 땅에 엎드려 있는 설지를 차갑게 바라보며 말했다.“귀비가 너에게 어떻게 시켰는지 똑똑히 말하거라.”설지는 황급히 아뢰었다.“폐하께 아뢰옵니다. 죄신은 내궁에 출입할 수 없습니다. 귀비 마마께서 무슨 계획이든 모두 궁중의 내시에게 말씀을 전하도록 했습니다. 그 내시가 누군지는 모르지만 죄신은 그의 생김새를 기억하고 있으니 본다면 바로 알 수 있습니다.”소욱이 낮은 목소리로 명령했다.“영소전의 내시들을 모두 부르도록 하거라.”“네!”귀비의 총애가 각별하여 영소전에는 내시가 50명이나 있었다.그들은 열 명씩 황실 서재에 들어가 설지의 지목을 받아야 했다세 번째 내시들이 들어오자 설지는 갑자기 두 눈을 반짝이며 그중 한 명을 가리켰다.“저 사람입니다!”지목된 내시는 가슴이 뜨끔했다.소욱은 미간을 찌푸렸다.“심문하라!”단 한 마디로 사람을 몹시 놀라게 하고 부들부들 떨게 하였다.내시가 끌려가는 것을 본 봉구안의 눈에 어두운 빛이 스쳤다.차 두 잔 정도 마시자 진한길이 안으로 들어와 아뢰었다.“폐하, 심문해냈습니다. 그 내시가 귀비마마의 명을 받들었다고 자백했습니다.”폐하를 오랫동안 시중을 든 진한길은 주인을 따라 정색을 하고 차갑고 매정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봉구안은 손가락을 모아 살며시 주먹을 쥔 채 소욱을 바라보았다.“폐하...”그녀가 입을 열자 소욱이 얼굴에 한기를 머금고 말을 끊었다.“설지를 옥으로 돌려보내거라.”설지는 끌려갈 때도 용서를 빌었다.“폐하, 죄신이 잠시 귀신에게 홀려 그런 거니 은혜를 베풀어 주시옵소서... 폐하, 은혜를 베풀어 주시옵소서.”그러자 소욱은 봉구안을 바라보며 미간이 싸늘해졌다.“설지의 자백서가 어떻게 황후 손에 먼저 들어간 것이냐?”봉구안 공손히 회답합니다.“오라버니께서 팔을 다친 시간이 공교롭다고 생각하여 사사로이 옥졸을 시켜 설지를 심문하자 뜻밖에 귀비가 연루되었습니다.”“폐하께서 귀비를 총애한다는 것을 알기에 전옥장도 감히 자백서를 직접 올리지 못했습니다. 죄증이 부족하

    최신 업데이트 : 2024-10-25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25화

    봉구안은 입술을 깨문 채 침착한 표정을 짓고 있지만 서늘한 기운이 느껴졌다.이것이 바로 귀비의 대단한 부분이다.봉명헌이 육심에게 뇌물을 주고 벼슬을 구한 것은 맞다.그렇게 일이 들통나도 육심은 거짓말을 하지 않고 일부 죄를 봉명헌과 황후에게 뒤집어씌울 수 있었다.그녀가 진작에 밝혀내지 않았더라면 이 주범인 귀비마마가 봉명헌이 벼슬을 원하는 간절한 마음을 이용하여 이 판을 짰을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 했을 것이다.지금 봉구안에게는 변명거리가 없게 되었다.“어쩌면 정말 신첩이 제대로 가르치지 못해서 서제가 이렇게 함부로 행동하게 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신첩 죄를 인정하고 폐하의 처벌을 달갑게 받겠습니다.”그녀가 이렇게 흔쾌히 잘못을 인정하니 소욱은 오히려 좀 의외였다.하지만 ‘어쩌면'이라는 단어는 억울함을 호소하는 듯하기도 했다.소욱은 차가운 눈으로 그녀를 똑바로 바라보았다.“먼저 영화궁으로 돌아가 반성하거라. 짐은 황후가 금인장을 계속 지킬 수 있는지 생각해 봐야겠으니!”봉구안은 그 결과를 받아들인 듯 몸을 일으켜 인사를 올렸다.“예, 폐하.”그녀가 떠나자 봉명헌은 당황한 기색으로 두려워하며 원망했다.‘이렇게 가버리다니? 사정 좀 해줘야 하는 거 아닌가? 같은 아버지의 자식인데 나의 생사를 아랑곳하지 않다니.’소욱은 결단력 있게 행동했지만 황후의 체면을 고려하여 봉명헌을 용서하는 것 따위는 없었다.그는 즉시 명령을 내렸다.“육심의 직무를 정지하고 조사 처리하며 육심이 처리한 모든 임명을 철저히 조사한 후 처리한다.”“봉명헌, 파직. 뇌물로 받은 돈은 국고에 충원하고 옥에 가서 1년 반성을 하고, 3년 동안 과거 시험을 볼 수 없으며 5년 동안 관직에 들어갈 수 없다!”육심은 별 반응이 없었지만 봉명헌이 먼저 울부짖었다.“안 됩니다! 아니 되옵니다! 폐하! 매형!”“이번만은 용서해 주십시오.”옥에 가고 시험도 금지되고 벼슬도 금지당하면 그에게 무슨 앞날이 있겠는가!황제도 너무 잔인했다. 그는 이 일을 겨우 며칠 했는데 몇

    최신 업데이트 : 2024-10-25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26화

    귀비는 상처의 아픔을 참으며 황실 서재에 사죄하러 왔다.소욱은 담담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부상이 낫지 않았으면 영소전으로 돌아가 누워 있거라.”귀비는 눈물을 훔치며 대답했다.“신첩이 제대로 설명하지 않으면 정말 안심할 수 없을 것 같아 찾아왔습니다. 설지가 신첩에게 많은 것을 준 것은 사실입니다. 신첩은 받지 않으려 했는데...”소욱의 냉엄한 미간에 은근한 인내가 떠올랐다.“됐다. 이건 중요하지 않으니 지금 짐에게 설명할 필요가 없다. 우선 영소전에 가서 쉬면서 상처를 치료하고 보거라.”그 말을 들은 귀비는 폐하가 설지의 사건을 다시 조사하지 않고 자신의 몸도 걱정해준다고 생각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보아하니 폐하는 여전히 나를 매우 신경 쓰는 것 같군. 하긴, 총애비가 돈을 좀 받는 게 무엇이 문제란 말이지? 예전에 그 비빈의 가족들이 선물을 준 것을 폐하가 알고도 눈감아 주지 않았던가? 그자들이 합쳐서 보내는 것에 비하면 설지는 많이 보낸 편도 아니야.’‘마침 양국 평화 회담 기간이라 폐하께서 매일 많은 일을 처리해야 하는데 어찌 이런 작은 일에 신경을 쓰시겠어?’귀비는 눈알을 살짝 굴리더니 낮은 소리로 인사를 하고 물러갔다.그러나 돌아서서 몇 발자국 걷자 남자의 차디찬 목소리가 들려왔다.“연아, 짐과 몇 년 동안 함께 있었지?”귀비는 발걸음을 멈칫하더니 몸을 돌려 대답했다.“폐하, 신첩이 입궁한 지 4년이 되었습니다.”폐하의 의미심장한 눈빛을 마주한 귀비의 마음이 갑자기 불안해졌다.‘폐하께서 왜 갑자기 이걸 물으시지?’“가 보거라.”소욱은 더는 그녀를 쳐다보지 않고 시선을 거두어 다시 손에 든 상소문을 들여다보았다.귀비는 안절부절못한 채 미간을 찡그리며 손바닥 마저 조금씩 차갑게 느껴졌다.영소전.춘하는 귀비의 시중을 드는 중에 귀비의 마음이 딴 데 있는 것을 보고 물었다.“마마, 왜 그러십니까? 황실 서재에서 돌아오신 뒤로 걱정이 많으신 것 같습니다. 설마 폐하께서 설지가 연루된 모든 일을 추궁하는 것

    최신 업데이트 : 2024-10-25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27화

    봉명헌은 감옥에 갇혔고 과거 금지와 관직에 임할 수 없다고 하자 첩실 임씨의 목숨을 반쯤 빼앗긴 셈이었다.그녀는 울고불고하며 봉 부인 앞에 무릎을 꿇었는데 예전의 교만함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명헌이를 도와주셔야 합니다. 도무지 어찌할 방법이 없습니다. 궁에 들어가 황후마마께 간청해 주십시오. 폐하께서 황후마마의 체면을 보아 가볍게 처벌할지도 모릅니다... 마님, 소첩이 부탁드립니다!”봉 부인은 마음이 여리지만 자기 자신을 잘 알고 있었다.이 사건은 전조의 관리와 관련되어 있어서 황후가 피해야 하는 판국인데 어떻게 스스로 화를 불러올 수 있겠는가?“일어나서 말하거라. 이번 일은 확실히 명헌이가 잘못인데 황후마마가 어찌 사사로운 정에 얽매여 법을 어길 수 있겠느냐? 지금은 사람을 먼저 감옥에 보내서 명헌이 덜 고생하게 하는 것이다.”임 이랑은 이 말을 듣고 자기 아들이 아니라서 그런다고 생각했다. 자기 친자식이 아니기에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이다.아들이 복직하고 황금 만 냥을 받았는데 명헌을 신경 쓸 리가 있겠는가?아마 명헌이가 감옥에서 죽기를 간절히 바라는 건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임 이랑은 이청원으로 돌아와 눈물을 지었다.“아들, 너도 참 고생이 많구나... 어머니가 무능해서 널 도와줄 수 없어...”봉 부인은 인자한 마음으로 봉명헌의 앞날이 망하는 것을 차마 볼 수 없어서 황후를 만나려고 하자 봉 대인이 알고 노했다.“아녀자의 마음이 그렇지! 지금 무슨 소란을 피우러 가는 것이오! 황후께서도 금족 중이신데 명헌은 지킬 수 없는 것이 분명해. 아무도 구할 수 없어! 안진이와 황후만 잘 있으면 봉씨 가문은 여전히 일가의 영광이오!”봉명헌이 벼슬을 살 줄 알았다면 제지했을 것이다. 이 불효자는 여태껏 마음을 놓을 수 없었는데 이젠 이 아들이 없는 것으로 간주하기로 했다.봉 부인은 걱정이 끊이지 않았다.“황후께서 어찌 금족을 당하셨는지요? 명헌이 저지른 잘못을 황후는 전혀 알지 못합니다.”봉 대인은 이 일을 말하면 화가 났

    최신 업데이트 : 2024-10-25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28화

    그날 밤, 폐하께서 영소전에 임하셨다.귀비는 얼굴에 화사한 미소를 지은 채 어여쁜 자태를 뽐냈다. 얼굴의 흉터는 지분으로 가려 흠잡을 데가 없어 그녀는 다시 자신만만해졌다.“폐하, 국무가 바쁘시니 많이 쉬셔야 합니다. 폐하께서 피곤하시면 신첩 마음이 아픕니다.”소욱은 그녀가 집은 요리를 받아들고 눈을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이런 일은 네가 직접 할 필요 없다. 가만히 앉아서 짐과 함께 식사하거라.”이 말은 모두 귀비에 대한 배려를 보여주는 것으로, 냉랭하고 경박한 황제에게는 매우 드문 부드러운 감정이었다.귀비의 마음은 꿀을 마신 것처럼 숨결마저 달콤해졌다.“신첩 폐하를 모시겠습니다.”환영 연회를 마친 후 폐하가 처음으로 여기에 돌아왔다.저녁 식사를 마친 소욱이 분부했다.“짐은 오늘 밤 영소전에서 묵는다.”귀비는 미간에 기쁨이 가득 차서 즉시 춘하에게 잠자리를 펴라고 했다.그 후 이틀 동안 황제는 여전히 일찍 영소전에 와서 귀비와 함께 식사한 후 그곳에 남았다.귀비가 3일 동안 계속 시침하니 다른 비빈들의 처량함이 더욱 두드러졌다.그녀들은 질투와 부러움을 금치 못했다. 귀비처럼 용모를 망쳐도 폐하의 마음을 잡을 수 있는 재주가 없는 것을 한탄했다.황후가 금족을 당하는 바람에 가빈은 영화궁에 갈 수 없어 요즘 자녕궁에 자주 갔다.연상은 이 일을 봉구안에게 말했다.“가빈께서 태후마마의 환심을 샀고, 태후마마께서 가빈마마에게 많은 상을 내렸습니다. 마마, 태후마마께서 왜 갑자기 가빈을 좋아하시는지요?”봉구안은 끓인 물을 마시며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모두가 이익적인 왕래인 거지.”같은 시각.최 상궁과 궁인들은 연일 총애를 받는 영소전 쪽을 매우 부러워했다.자신들의 주인은 총애를 받지 못할 뿐만 아니라 황제로부터 버림 받았으니 정말 하늘과 땅 차이였다....승마장.소욱이 연속 쏜 화살은 모두 과녁 정중앙에 명중했다.그러나 그는 조금도 만족한 표정 없이 도리어 점점 더 화가 난 듯했다.장내에서 서왕이 낮은 목소리로 진한

    최신 업데이트 : 2024-10-25

최신 챕터

  • 폭군의 장군 황후   제510화

    흑포는 쓰러지는 순간까지도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완부옥을 포함해 주변에 있는 사람들마저도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봉구안이 이토록 단호하게 흑포를 제거할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오백 역시 당황하긴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공을 들여 잡은 적인데 이대로 죽여버리다니!정녕 그의 입을 통해 진실을 듣고 싶지 않은 것일까?완부옥은 침을 꿀꺽 삼키더니 봉구안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며 어색하게 말했다.“멋진 검술이었어!”소환은 가끔은 그녀보다도 잔인한 사람이었다.봉구안은 싸늘한 시선으로 흑포의 시신을 힐끗 보았다.그 먼 길을 달려 이곳에 온 이유가 놈을 죽이기 위함인데 놈의 꼬임에 넘어갈 리가 없었다.그녀의 복수에서 원수를 죽이는 게 진실보다 먼저였다.하물며 이렇게 입이 무거운 상대를 통해 알아낼 수 있는 건 제한적이니 차라리 빨리 처단하는 게 시간을 아끼는 방법이었다.봉구안은 뒤돌아서 완부옥에게 말했다.“놈의 오장육부를 도려내고 시체는 남강의 성문에 걸어두어 모두에게 알리도록 해. 만약 놈의 시체를 거두러 오는 놈이 있으면 다 죽여!”완부옥은 매력적인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건 나한테 맡겨. 내가 가장 잘하는 일이거든.”봉구안은 마지막으로 흑포의 시신에 눈길을 돌렸다. 그가 감옥에서 말했던 죽음이 곧 생이고 영원히 지속된다는 말이 떠올랐다.그가 대체 어떻게 다시 살아나는지 두고볼 것이다!흑포를 죽였으니 완부옥은 저택에서 축하연을 열었다.제대로 된 식사는 정말 오랜만인 오백은 입안 가득 음식을 욱여넣었다.완부옥은 흑포를 죽인 후에도 소환의 표정이 좋아지지 않았음을 주목했다.그녀는 술을 들고 봉구안의 옆으로 가서 직접 잔에 술을 따라주며 말했다.“왜 안 마셔? 오늘 그믐날이야.”“취할까 봐?”“취하면 내 친히 보살펴 줄 테니까 걱정 말고 마셔.”완부옥은 말하는 동시에 봉구안에게 추파를 던졌다.그 말을 들은 봉구안은 더 술을 마시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술잔을 밀어놓고 솔직히 말했다.“흑포가 죽었으니

  • 폭군의 장군 황후   제509화

    밀집된 토용들을 보고 있자니 닭살이 돋을 지경이었다.그들은 위험을 감지했는지 봉구안을 향해 푸른 눈을 번뜩이며 헤엄쳐 오기 시작했다.한 마리가 공중에 몸을 솟구치더니 석벽을 타고 그녀에게 접근하기 시작했다.그것들은 이미 일반적인 토용이 아니라 표피가 울퉁불퉁하게 부어 있었는데 딱 봐도 강한 독성을 갖고 있었다.봉구안은 신속히 해독약을 먹고는 천천히 검을 빼들었다.두 시진 후, 동굴 밖.오백은 조바심에 속을 태우며 기다리고 있었다.그는 혹시라도 소장군이 위험에 처했을까, 안으로 들어가야 하는 건 아닌지 고민했다.그가 주저하고 있을 때, 누군가가 밖으로 나왔다.“소장군!”다급히 다가가던 그는 눈앞에 온몸에 피를 뒤집어쓰고 있는 봉구안을 보고 화들짝 놀라며 후방을 경계했다.봉구안이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안에 사람은 없었다.”오백이 물었다.“그럼 이 피는….”그는 그제야 놀라서 눈을 부릅떴다.“설마 토용입니까? 소장군, 토용이 정말 안에 있어요?”“그래.”봉구안은 토용들을 모조리 죽였다.다행인 점은 그것들은 아직 천수와 같은 극독물이 되지 않은 상태였다.그게 아니었다면 아무리 그녀라도 살아서 나오긴 힘들 것이다.그녀는 얼굴에 묻은 피를 대충 닦고는 오백에게 분부했다.“여길 지키고 있거라. 내 어디 다녀와야겠다.”“예!”봉구안은 완부옥을 찾아 자신의 추측을 말했다.자초지종을 들은 완부옥도 경악을 금치 못했다.“남강 백성을 살해한 놈들이 천용회 사람이라고?”“동굴 안에서 수많은 시신을 발견했어. 아마 천수를 제련하는데 쓰였겠지. 남강 여인들의 죽음은 충독 때문이었다. 아마 그것도 독성을 제련하기 위한 수단이었을 거야.”봉구안이 갈린 목소리로 말했다.그는 여전히 남방의 습한 추위에 적응하지 못했다.완부옥은 뜨거운 차를 그녀에게 건네며 말했다.“일단 알겠으니까 목부터 축이고 남은 건 나한테 맡겨. 만약 천용회 잔당들이 일을 벌이고 있는 거라면 놈들이 살아서 남강을 벗어나지 못하게 만들 것이야!”봉구안은 뜨끈한 차를

  • 폭군의 장군 황후   제508화

    10일 후, 남제의 변방.오백은 싸늘한 표정을 짓고 있는 봉구안에게 조심스레 말했다.“소장군, 지금 돌아가도 늦지 않습니다.”그는 봉구안이 냉혈인간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오히려 그녀는 정과 의리를 굉장히 중시하는 사람이었다.돌아갈 집이 있는데 굳이 방랑할 이유도 없었다.아무도 소장군의 고초를 이해하지 못하지만 그는 이해할 수 있었다.흑포의 말처럼 이미 천용회는 이미 그녀를 오랜 시간 주목하고 있었다. 그들은 언젠가부터 이미 가면 아래 맹 소장군의 진짜 얼굴을 알고 있었고 지금의 황후가 바로 맹성주라는 사실마저 알고 있었다.최근의 조사에 따르면 천용회는 이미 서서히 살아나고 있었고 이제 곧 그들의 교주가 출관할 거라고 했다.맹성주를 눈엣가시로 여기는 놈들이고 소환이라는 신분은 과거 천용회를 쑥대밭으로 만든 인물이니 아마 그쪽에서 알게 되는 건 시간문제였다.나중에 천용회가 복수를 한답시고 달려든다면 봉구안 주변 인물들도 화를 입을 가능성이 컸다.봉구안이 집으로 돌아가지 않는 이유도 봉가의 사람들을 지키기 위함이었다.황제에게도 그랬다. 매정하게 떠났지만 그건 그녀의 진심이 아니었다.사실 그녀가 진심으로 떠나고 싶었다면 황궁의 시위들은 그녀를 막을 능력이 없었다. 굳이 만 천하에 황제와 황후가 감정싸움으로 이혼했다는 사실을 알릴 필요가 없었다.오백은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봉구안은 항상 겉으로는 하나만 보여주고 뒤에서 묵묵히 열을 하는 사람이었다.그녀와 오랜 시간 함께한 그마저도 그녀의 진짜 속마음을 다 헤아릴 수는 없었다.그가 보기에 봉씨 가문과 절연하고 황제와 그 난리를 피운 수는 너무도 과했다.하지만 그녀는 지키고 싶은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목숨마저 내놓을 수 있는 사람이었다.단 한번이라도 그는 소장군이 무거운 짐을 내려놓기를 바랐다.오백이 말했다.“폐하께 천용회가 소장군을 제거하려 한다는 사실만 설명하면 폐하께서 지켜주실 겁니다. 그분이 천용회를 소탕하실 텐데 왜 굳이 모든 책임을 혼자서 짊어지시려는 겁니까?”봉구안

  • 폭군의 장군 황후   제507화

    소욱은 문 앞에 서서 내전으로 들어가지 않고 있었다.마치, 저 문을 열지 않으면 그의 황후가 여전히 안에 있다고 위로를 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연상의 소리를 들은 그가 갈린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너마저도 버리고 갔단 말이냐.”연상은 목소리에 힘이 없는 그를 보고 가슴이 쓰렸다.사랑의 아픔이 이리도 지독하다니.소욱이 영화궁에서 하루를 보내는 사이, 서재의 상소문은 쌓여만 갔다.그 일을 전해들은 영비는 직접 영화궁으로 찾아왔다.하지만 황제는 창가에 서서 멍하니 마당의 나무만 바라보고 있었다.궁인들 말로는 그는 이미 이곳에 하루를 서 있었다고 한다.이제 저녁식사를 할 시간인데도 그는 아무도 방해하지 못하게 명을 내렸다.연상은 영비가 들어가는 것을 보고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그녀는 영비가 어서 황제를 모시고 돌아갔으면 하는 마음이었다.황제가 여기 있으니 모든 게 불편했다.소욱의 옆으로 다가가 조심스레 말했다.“폐하, 마음이 많이 안 좋으신 것 압니다. 하지만 이제 놓아주기로 하셨으니 마음을 다잡아야지요.”“황후는 이미 떠났는데 이리 옥체를 돌보지 않으신다면…”“네 아이, 짐의 아이가 아니다.”그는 바깥을 바라보며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영비의 눈가에 당황함이 스치더니 곧이어 무릎을 꿇었다.그녀는 무서웠던 그날이 떠올랐는지 호흡마저 거칠어졌다.“폐하께서 출정을 나가시기 전날 밤에 많이 취하신 상태로 자진궁에 돌아가셨습니다. 신첩은 폐하를 밤새 보살폈고요.”“날이 밝은 후 신첩은 자진궁을 나가다가… 어떤 자에게 나쁜 일을 당했습니다.”소욱은 과정을 따지지도,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지도 않고 침묵만 지켰다.영비는 고개를 들고 눈물을 흘리며 말을 이었다.“그자는 미혼향을 사용했습니다. 신첩이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옷매무새가 흐트러진 채로 냉궁에 누워 있었지요.”“나중에 그자를 찾아서 제 손으로 죽여버렸습니다. 하지만 이미 일어난 일을 되돌릴 수는 없었지요.”“신첩 역시 여인입니다. 결백을 지키고 싶었어요. 그래서 아이

  • 폭군의 장군 황후   제506화

    봉 부인은 당황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며 물었다.“너… 뭐라고 했니? 집에 안 가? 그럼 어딜 가려고!”봉 대인은 치미는 화를 못 이겨 발을 구르며 소리쳤다.“가긴 어딜 가겠어? 거기에 돌아가려는 거겠지!”거기란 맹씨 가문을 가리키는 말이었다.봉구안이 담담히 말했다.“천하는 크고 하늘과 땅을 집으로 간주하며 살겠습니다. 예전처럼 저 같은 딸은 없다고 생각해 주세요.”말을 마치 그녀는 바로 등을 돌렸다.그렇게 단호하고 결연할 수가 없었다.등 뒤에서 봉 대인의 욕설과 봉 부인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이런 불효녀 같으니라고! 좋아! 어디 나가서 죽든 상관 안 하마!”“나리, 그만하세요!”“뭘 그만해! 일국의 황후 자리를 내치고 떠돌이 생활을 하겠다잖아! 내가 저걸 애당초 물에 빠뜨려 죽였어야 했어!”심장이 안 좋은 봉 대인은 가슴을 붙잡고 통탄했다.“나리! 나리!”봉 부인은 잽싸게 약을 꺼내 그의 입에 넣어주었다.봉 대인은 떠나는 딸의 뒷모습을 뚫어져라 노려보았지만, 그녀는 고개 한번 돌리지 않았다.‘불효막심한 것 같으니라고!’황궁 십리 밖.누군가가 봉구안의 앞을 막았다.그녀를 따르던 오백이 검을 빼들었으나, 상대는 공손히 그녀에게 예를 행했다.“봉 낭자, 장공주께서 한번 뵙자고 하십니다.”장공주는 봉구안을 송별하기 위해 정자에 술과 안주를 준비했다.황후를 보내는 건 아쉽지만 그래도 황후가 드디어 자유를 얻게 된다는 것에 기뻤다.둘은 정자에 마주앉았고 나머지 인원들은 밖에서 대기했다.“소장군, 한잔 하시게.”장공주는 술 한잔을 따라 봉구안에게 건넸다.봉구안은 습관처럼 술잔을 가져가서 코끝에 대고 향을 맡았다.장공주는 준비한 가야금을 꺼내며 그녀에게 말했다.“내 소장군을 위해 한곡 연주하겠소.”봉구안은 그녀의 손을 잡으며 고개를 저었다.“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저 먼 길을 떠나야 합니다.”장공주는 아쉬운 표정으로 그녀에게 물었다.“어딜 이리 급하게 가시오? 혹여 내 도움이 필요하진 않소?”자리에서 일어선 봉구

  • 폭군의 장군 황후   제505화

    소욱은 마치 긴 잠에서 깨어난 모습이었다.그의 옷매무새는 약간 흐트러져 있었고 머리도 아무렇지 않게 하나로 묶은 모습이었다.그의 입술은 푸른빛을 띄고 있었는데 마치 큰 병을 앓고 일어난 사람처럼 생기 한점 없었다.유사양은 그의 옆에서 조마조마한 얼굴로 그의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반면 진한길은 침착하게 황제를 위해 화살을 건넸다.소욱은 무표정한 얼굴로 그녀를 노려보며 다시 활시위를 당겼다.“폐하, 아니되옵니다!”뭇 비빈들이 봉구안의 앞을 막아서려 했다.죽음을 두려워하는 녕비는 처음에 나설 생각이 없었지만 몰려오는 다른 비빈들에 의해 등 떠밀려 앞으로 나가게 되었다.그녀는 짜증이 몰려왔다.사실 가장 짜증 나는 사람은 황제였다.“폐하! 봉장미를 다치게 하면 안 됩니다!”녕비가 목을 놓아 소리질렀다.모용선도 평소의 온화한 목소리 대신, 목에 힘을 주어 소리쳤다.“군주의 약속은 천금보다 귀하다고 했습니다! 폐하, 이혼 교지를 내리신 마당에 지금 약속을 번복하시려는 겁니까?”가빈은 소욱의 앞에 무릎을 꿇고 큰절을 올렸다.“폐하, 신첩이 이렇게 빌게요! 황후마마를 죽이시면 안 됩니다!”누각 위, 활시위를 당기고 있는 소욱의 손이 떨리고 있었다.그는 시뻘겋게 충혈된 눈으로 봉구안을 바라보았다.슉!화살이 날아와 그녀의 등 뒤로 뻗은 길에 꽂혔다.황제는 마치 신들린 것처럼 다시 화살을 뽑아들었다.진한길은 황제가 황후를 다치게 하려는 것이 아님을 알기에 평온한 표정을 유지하고 있었다.이건 어쩌면 황후를 대신해 자신이 무정한 군주라는 것을 모두에게 증명하기 위한 의식일 수도 있었다.또 어쩌면 그만의 특별한 작별 방식일지도 모른다.봉구안도 그걸 잘 알고 있었기에 두려움 없는 얼굴로 그를 향해 작별 예를 행했다.“소인, 남제의 태평성세와… 폐하의 안녕을 기원합니다.”말을 마친 그는 곧장 앞을 향해 걸어갔다.넓은 복도는 백보도 채 가지 않아 끝이 났다.왔던 길을 다시 돌아가고 있지만 마음은 올 때와 사뭇 달랐다.누각 위.소욱은 공터

  • 폭군의 장군 황후   제504화

    황제는 그날 이후로 병을 앓았다.태의는 고뿔에 걸렸다고 말했으나 소욱은 정무를 하루도 빠지지 않았다.그렇게 12월이 되던 어느 날, 이혼 교지가 드디어 내려졌다.연상은 기쁨에 겨워 봉구안에게 말했다.“마마, 드디어 떠나실 수 있겠네요!”그녀는 진심으로 황후를 위해 기뻐했다.전에 황제의 행실을 보고 황후가 평생 이 궁에 구금을 당하는 건 아닐까 걱정했던 그녀였다.다행히도 황제는 결국 생각을 바꿔 황후를 놓아주기로 한 것이다.그런데 더 놀라운 사실은 폐후가 아닌 이혼이라는 점이었다.역사를 통틀어 황제와 이혼한 황후는 없었다.연상과는 달리, 최 상궁은 구슬피 울었다.“마마, 어찌 이리 고집을 부리시는 겁니까! 왜 굳이 궁을 떠나시려는 거예요!”최 상궁은 복도에 주저앉아 오열했다.지나가던 궁인들이 그녀를 부축했지만 그녀는 듣지도 않았다.내전 안.봉구안은 약간 굳은 표정으로 교지를 빤히 바라보았다.평화로운 이별, 그녀가 바라던 상책이었다.이렇게 되면 봉씨 가문과 연상을 비롯한 궁인들에게는 아무런 영향이 없을 것이다.소욱과 그녀는 이제 아무 사이라도 아니라는 것을 만 천하가 알게 될 것이고 이는 황후의 실종보다는 귀찮은 일들을 덜었다.하지만 그녀의 마음은 고요하기만 했다. 어쩌면 그녀는 마음을 억누르는데 도가 텄을지도 모른다.봉구안의 짐은 많지 않아서 보따리 하나로 해결되었다.일각이 지난 후, 그녀는 출궁 준비를 마치고 교지를 들고 영화궁을 나왔다.영화궁 밖, 진한길이 굳은 표정을 하고 대문 앞에 서 있었다.황후를 본 그는 착잡한 표정으로 그녀를 빤히 바라보다가 힘겹게 입을 열었다.“소인 감히, 마마께서 생각을 돌리시기를… 청합니다.”이는 그가 처음으로 황제의 허락을 받지 않고 청한 일이었다.봉구안은 담담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내 길은 전방에 있다.”그러니 뒤돌아볼 수가 없었다.잠깐의 동요는 있었지만 그걸 위해 평생을 헌신할 자신도 없었다.진한길은 그녀의 결연한 표정을 바라보며 갈린 목소리로 말했다.“

  • 폭군의 장군 황후   제503화

    소욱은 황후를 꽉 안고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황후, 짐은 너를 속이지 않았다. 영비의 아이는 짐의 것이 아니었어. 증거를 찾았다. 네가 못 믿을까 봐. 이제 짐은 드디어 내 결백을 증명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니… 짐을 떠나지 말거라.”말을 마친 그는 떨리는 손으로 궁인들에게서 확보한 증거를 그녀에게 내밀었다.봉구안은 멍하니 있다가 그의 손을 밀쳐냈고, 그 순간 종이에 적힌 진술서들이 바닥으로 떨어졌다.가을바람이 창문 안으로 들어와 종이가 흩날렸다.소욱은 급급히 진술서들을 줍다가 표정이 굳었다.그 순간 그는 갑자기 정신이 들어 진술서들을 버리고 눈앞의 사람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러는 그의 눈동자가 빨갛게 붉어졌다.그는 여전히 갈린 소리로 그녀에게 물었다.“짐의 결백 여부를…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것이냐.”봉구안은 진술서들을 바라보며 그에게 말했다.“굳이 이런 일을 하실 필요는 없었습니다. 저는 한 번도 폐하와 영비 때문에 떠난다고 말한 적 없습니다.”지금까지도 소욱은 그녀가 왜 떠나려 하는지 이유를 알지 못했다.소욱의 눈가에 그림자가 드리웠다.“알고 있었다. 네가 짐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상대가 짐이 아닌 단회욱이었더라면 넌 절대 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을 테지.”“짐은 영비와 나 사이에 아이가 있었다는 얘기를 듣고 초조해졌었다. 짐이 진짜로 그 아이를 품었고 그 일 때문에 네가 떠날까 봐.”“너에게 그 일을 숨길까 생각도 했었다. 아니면 진실을 다 조사한 후에 너에게 얘기할 생각이었지.”“하지만 진실이 어떻든, 너에게 솔직히 말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드디어 그 증거를 찾았는데… 너는 전혀 동요가 없구나.”그는 그제야 그들 사이에 이미 미래가 없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너무 급한 마음에 최 상궁의 헛소리를 그대로 믿었던 것이다.소욱은 가까이에 있지만 닿을 수 없는 여인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그녀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있었지만 침묵이 곧 답이었다.그녀는 진실이 어떻든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있었다.한참이 지난 후,

  • 폭군의 장군 황후   제502화

    악몽에서 깬 소욱은 더 이상 잠들고 싶은 욕구가 사라졌다.침상을 내린 그는 옷을 걸치고 곧장 영화궁으로 향했다.영화궁에 도착한 소욱은 바로 침전으로 들어가는 대신, 멍하니 밖에서 방 문을 바라보았다.이 시간이면 황후는 잠들어 있을 것이다.그가 들어가야 할지 주저하던 사이에 최 상궁이 다가왔다.최 상궁은 황후화 황제가 화해했으면 하는 마음에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폐하, 황후께서 말은 그렇게 하셔도 사실은 그냥 폐하께 서운한 일이 있어서예요. 소인이 괜한 소리를 하는 건 아니고, 황후께서는 자존심이 강하신 분이라 폐하와 영비마마께서…”소욱은 이상을 찌푸리며 최 상궁에게 물었다.“황후가 영비 때문에 화가 났단 말이냐?”최 상궁은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그럼요! 황후께서 평소에 폐하를 얼마나 생각하시는데요. 그게 아니라면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물자를 변방까지 운송했겠어요? 폐하께서 출정을 떠나신 동안, 마마께서는 폐하를 그리워하셨습니다. 하지만 영비마마가 돌아오시고 황후마마는 갑자기 돌변하셨죠. 이혼을 제기한 것도 그 시점이고요.”“만약 폐하께서 정말 과거의 일을 신경 쓰신다면 지금까지 기다렸다가 얘기를 꺼냈을 리가 없지요. 폐하, 소인의 말은 모두 사실입니다. 폐하께서 영비마마의 침전으로 가신 그날 밤, 황후마마도 그곳에 가셨습니다. 돌아오신 후, 표정이 안 좋으셨지요.”소욱은 미간을 확 찌푸렸다.그가 장락궁에 머문 그날 밤이라면 흑포가 탈옥한 날이었다.아마 흑포 때문에 그를 찾아갔을 것이다.하지만 최 상궁의 말도 일리가 있었기에 그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궁으로 돌아오기 전, 남부에 있을 때까지만 해도 황후는 멀쩡했다.그녀가 돌변한 건 궁으로 돌아온 후, 영비가 한때 회임했었다는 소식을 들은 후였다.그날 서재에서 그는 영비를 시켜 자신과 영비가 합방한 적 없다는 사실을 해명하게 했다.지금 생각해 보면 아주 조촐한 설명이 아닐 수 없었다.어쩌면 황후는 어릴 때부터 그와 함께 자란 영비가 그와 짜고 자신을 속이는 거라고 오해했을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