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97화

작가: 일설연우
귀비는 하마터면 의자에서 벌떡 일어날 뻔했다.

말도 안 돼!

폐하께서 봉장미를 총애하실 리가 없다!

그리고 저 침구의 피도 봉장미의 처녀혈일 리가 없다!

봉장미는 분명 오래전에 순결을 잃은 게 분명하다!

귀비의 눈빛은 시시각각 변했지만 모두 불신을 품고 있었다.

태황태후는 매우 만족한 듯 보였고, 곧 귀비에게 물러날 것을 허했다.

귀비는 만수궁을 나선 뒤 줄곧 마음이 혼란스러웠다.

춘하 또한 마찬가지였다.

폐하와 황후 마마가 정말로 합방을 하셨단 말인가?

하지만 황후 마마는 분명...

춘하는 무의식적으로 자신이 모시는 마마를 바라보았다.

귀비의 눈빛은 마치 독기를 품은 듯 붉은 기운이 감돌았다.

분명 무언가 잘못되었다!

이 합방은 틀림없이 거짓이다!

귀비는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빨리 황제를 만나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

한편.

자녕궁 안.

태후는 황제가 합방을 했다는 소식을 듣고 놀랐다.

“그 사실이 확실한가?”

계 상궁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태후 마마, 틀림없습니다. 태황태후 마마께서 주 상궁을 보내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게 하셨고, 침구도 만수궁으로 보내졌습니다.”

태후는 여전히 믿기 어려웠다.

“폐하가 정말 그렇게 순순히 따랐단 말인가? 예전에 내가 앞서 조정의 관료들과 함께 자손을 위해 더 이상 귀비만 총애해서는 안 된다고 권했잖는가.”

“그때 폐하는 말을 듣지 않으셨고 몇몇 대신들을 처벌하기까지 하셨지.”

“이번 일에 무언가 이상한 점이 있는 게 분명하네.”

계 상궁이 추측했다.

“귀비 마마께서 낙마로 부상을 입으셔서 얼굴을 크게 다치시지 않았습니까. 폐하께서는 아직 젊고 혈기가 왕성하신데, 기거 일지에도 오랫동안 기록된 것이 없었으니, 마침 시기 좋게 태황태후 마마께서 밀어 부치셔서 폐하께서도 어쩌면…”

뒤의 말은 그녀도 차마 입 밖에 내기 어려웠다.

태후도 그저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폐하께서 정말로 부인들을 고르게 사랑해 준다면, 내 마음의 짐도 덜 것 같구나
잠긴 챕터
GoodNovel에서 계속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여 앱을 다운로드하세요
댓글 (1)
goodnovel comment avatar
이호정
2024. 12. 27. 22:06
댓글 모두 보기

관련 챕터

  • 폭군의 장군 황후   제98화

    영화궁 안, 이미 새 침구가 깔려 있었다. 봉구안은 욕실에서 나와 옷을 갈아 입었다. 연상은 따뜻한 차를 들고 와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마마, 정말로... 폐하를 모신겁니까?” 봉구안의 표정에는 어떤 감정도 드러나지 않았다. “그 일에 대해선 더 묻지 마.” 마마의 말을 들은 연상은 더욱 혼란스러웠지만, 마마가 묻지 말라 하니 더 이상 묻지 않기로 했다.그때 갑자기 밖에서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마마, 귀비 마마께서 뵙기를 청하십니다!”연상은 가슴이 철렁했다.“귀비 마마께서 이 시간에 온 거라면 틀림없이 마마의 합방에 관해 물으시려는 걸 겁니다. 마마, 만나시겠습니까?”봉구안은 따뜻한 차를 한 모금 마셨다. 목이 한결 나아진 것을 느꼈다.그녀는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들어오시라 해라.”……전각 안에는 봉구안과 귀비, 단둘뿐이었다.귀비는 봉구안을 보자마자 표정이 사납게 변했다. 금방이라도 달려들어 그녀를 갈기갈기 찢어버릴 듯했다.“황후 마마, 참으로 기세등등하시군요.”봉구안은 자리에 앉아, 맑고 차가운 눈빛으로 귀비를 바라보았다. 마치 세상 그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그녀는 귀비의 말을 받아 치지 않고 침묵으로 상황을 주도했다.귀비는 스스로 자리에 앉으며 요염한 미소를 지었다.“신첩이 보기에 마마께서 폐하의 승은을 입으신 게 처음이 아닌 것 같습니다?”봉구안은 담담하게 차 잔을 들어 뚜껑을 열고 차를 마셨다.귀비의 표정은 순간 싸늘하게 굳어졌다. “마마, 언제까지 연기하실 수 있는지 지켜보겠습니다!”“순결은 이미 잃으신 뒤 일 겁니다. 폐하를 속이실 수는 없으셨을 테니, 침구의 피도 당연히 가짜겠죠!”“도대체 무슨 방법으로 모두를 속이신 겁니까?"봉구안은 순간 고개를 들었고, 그녀의 눈빛에는 날카로운 기운이 스쳤다.“나는 항상 궁금했네. 귀비께서 왜 그렇게 확신을 갖고 내가 순결을 잃었다고 생각하는지.”귀비의 눈빛이 싸늘 해졌다.“제가 왜 확신을 갖냐고요? 왜

  • 폭군의 장군 황후   제99화

    귀비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봉장미가 어떻게 그 철저한 신체검사를 피할 수 있었을까? 아무리 생각해 봐도, “눈앞의 이 여자가 진짜 봉장미가 아니다”라는 결론만이 유일하게 납득되었다. 하지만 그 역시 너무나 터무니없는 생각이었다. 그녀가 봉장미가 아니라면, 도대체 누구란 말인가? 귀비의 의심에도 불구하고, 봉구안은 변명하지 않았다. 그녀는 귀비를 똑바로 응시한 채 싸늘하고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맞네. 나는 봉장미가 아니야.” “산적에게 납치된 이후, 나는 더 이상 봉장미가 아니게 되었지.” 귀비는 그녀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서늘한 기운을 느꼈다.그녀는 뒷걸음 질 치려 했으나, 이내 옷깃을 붙잡혔다. 그녀는 강제로 허리가 굽혀졌고, 상처가 벌어지며 극심한 고통이 밀려왔다. “손… 손을 놓으세요!” 봉구안은 그녀를 붙잡은 채 천천히 일어섰다. 귀비의 동공이 흔들렸다. 어두운 그림자가 그녀를 감쌌고, 마치 지하 세계에서 기어 나온 악귀처럼 보였다. 봉구안의 표정에는 희미한 미소가 깃들어 있었다. “이국에 기이한 약이 있네. 그것을 바르면 약 49일 후에 허물을 벗듯 새롭게 태어날 수 있지. 모든 상처가 사라지고, 피부는 아기처럼 부드러워져.” “또 복원술이라는 것도 있는데, 그걸 쓰면 여인의 몸을 원래대로 회복시킬 수 있지.” “정말이지, 고통스럽더군.” “하지만 효과는 정말 뛰어나네.” “그렇지 않고서야, 내가 어떻게 감히 궁으로 시집올 수 있었겠나?” 귀비는 두 눈을 크게 떴다. 눈 밑이 두어 차례 떨려왔다. 어쩐지… 이 천한 여자가 비밀의 약을 썼던 것이다! …… 영소전.귀비는 화병 여러 개를 연달아 바닥에 내던졌다. “비밀의 약이라니. 그 천한 여자가 정말 모든 걸 걸었구나!” “그 약, 나도 들어본 적이 있지만, 그걸 먹은 열의 아홉이 목숨을 잃었어.” “그런데 그 여자가 그 약을 찾았고, 살아남았다는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00화

    봉구안은 몽화지독에 중독되었다. 궁 밖의 오백으로부터 소식을 기다리며 그녀는 스스로 독을 빼내보려 했다.그러다 한순간의 실수로 갑자기 기절해버렸다. 그 뒤로는 마치 과거로 돌아간 듯 악몽을 꾸는 것 같았다. 그녀는 오랫동안 꿈에 나타나지 않았던 그 사람을 '만났다'. 그녀는 그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봉구안이 깨어났을 때, 그녀는 자신이 얼마나 오랫동안 의식을 잃고 있었는지 알 수 없었다. 다만 궁 안은 고요했고, 숨 쉬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연상은 침상 옆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었고, 얼굴은 종이처럼 창백했다. 손은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마마... 깨… 깨어나셨군요...”봉구안은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몸을 일으켜 다시 둘러보니, 소욱이 그 자리에 있었다. 그는 멀지 않은 침상에 앉아 있었다. 표정은 싸늘하고 어두웠으며, 마치 영원히 녹지 않는 얼음 같았다. 지금은 그는 그녀를 지긋이 응시하고 있었다. 봉구안은 순간 심장이 멎는 듯했다. 설마 그가 그녀가 몽화독에 중독됐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일까? 휙— 남자가 순간 일어섰고 긴 옷자락이 물결치듯 휘날렸다. “황후, 정말 잘 하는 짓이오.” 그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고 소매를 휘날리며 떠나갔다. 봉구안은 눈살을 찌푸리고 곧장 연상에게 물었다. “무슨 일 있었느냐?” 연상은 입술을 깨물었다. “마마, 마마께서 기절하시고 제가 곧바로 태의를 불러왔습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폐하께서도 함께 오셨습니다.” “그리고… 그리고 폐하께서 침상에 가까이 다가가시자, 마마께서 폐하의 손을 잡으시고는, 많은… 이상한 말씀을 하셨습니다.” 봉구안은 자신이 알고 싶은 핵심이 있었다. 그녀는 목적에 맞게 물었다. “태의가 내가 왜 기절했는지 알아냈느냐?” 연상은 고개를 저었다.“아닙니다. 태의께서는 마마께서 기혈이 부족하시고, 최근 잠을 잘 이루지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01화

    서왕이 먼저 예를 취했다.“폐하를 뵙습니다.”소욱의 시선은 서왕을 지나쳐 곧장 봉구안에게로 향했다.한참 후, 그는 싸늘하기 그지없는 말투로 그녀를 보고 말했다.“태황태후께서는 외부인이 휴식을 방해하는 걸 싫어하시니 이만 돌아가거라.”옆에서 듣고 있던 연상은 화가 치밀었지만 감히 황제의 말에 반박할 수 없었다.이 나라 황제의 정실인 황후이고 태황태후의 손주며느리가 되는 분을 외부인이라고 칭하다니!반면 봉구안은 담담한 얼굴로 예를 갖추었다.“예, 폐하.”어차피 그녀가 원해서 온 자리도 아니었다.그가 들어갈 필요가 없다고 했으니 그녀가 바라던 바였다.잠시 후, 만수궁.태황태후가 상석에 앉고 양옆에 황제와 서왕이 자리했다.태황태후가 불쾌한 안색으로 물었다.“황후는 왜 아직도 문안인사를 올리러 안 오는 거지?”소욱은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덤덤히 답했다.“황후는 말주변이 없어서 할마마마의 짜증만 불러올 것 같아 짐이 돌아가라 하였습니다.”태황태후는 더 이상 캐묻지는 않았으나, 황제와 서왕이 돌아간 후 주 상궁을 시켜 황후의 상황을 알아보게 했다.잠시 후, 외출했다가 돌아온 주 상궁이 아뢰었다.“소인이 알아봤는데 황후께서는 어제 몸이 편찮으시더니 밤에는 기절까지 하였다 하옵니다.”“폐하께서도 황후마마를 안타까이 여기시어….”“아니, 황상은 그럴 사람이 아니다.”태황태후는 확신에 찬 어조로 말했다.그녀가 아는 황제는 어느 여인을 안타깝게 여길 사람이 아니었다.그날 저녁.봉구안은 오백에게서 날아온 서신을 받았다.조검의 동생을 찾았다는 내용이었다.조검을 옥에 가둘 때, 귀비가 조검의 가족들에게 마수를 뻗칠 것을 그녀는 미리 예상하고 있었다.이미 이용가치를 잃은 하인이니 우환을 미리 제거하려 했을 것이다.아니나다를까, 오백이 조검의 고향집을 찾아갔을 때 그곳은 이미 폐허가 되어 있었다.주변인들에게 알아보니 일가족이 밤중에 자다가 화재가 일어 전부 불에 타죽었다고 했다.오백은 현장에서 시신을 대조했지만 일가족 여섯 명 중에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02화

    다음 날, 날이 밝자마자 귀비는 눈을 떴다.대전 안에 황제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귀비의 얼굴에 잠깐 실망의 기색이 스치고 지나갔다.춘화는 싱글벙글 웃으며 안으로 들어와서 그녀에게 말했다.“역시 폐하는 마마를 제일 총애하시는 것 같아요.”“아침에 나가실 때도 마마 원기회복하라고 꼭 삼계탕을 끓여서 대령하라고 신신당부하셨거든요. 마마, 외람된 말씀이지만… 어제도 승은을 입으셨나이까?”귀비의 심복으로서 황제가 귀비를 총애하는 건 더없이 바람직하지만 아직 부상이 낫지도 않았는데 승은을 입는 것은 회복에 좋지 않았다.춘화는 저도 모르게 걱정이 앞섰다.귀비는 질문에 대답 대신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물 좀 다오.”아침 시중을 드는 중에 춘화가 말했다.“태황태후께서 곧 옥양산으로 떠나신다고 합니다. 배웅을 나가실 거죠?”귀비는 냉소를 짓더니 증오에 찬 눈빛으로 먼 하늘을 바라보며 말했다.“배웅? 다 죽을 노친네 배웅을 왜 나가?”“봉장이 그년을 엄하게 다스릴 줄 알았더니 오자마자 폐하께 합방을 강요하지 않나! 노인네가 늙어서 노망이 난 게 분명해!”춘화는 경계 어린 눈빛으로 문밖을 살폈다.“마마, 그런 말을 하시면 아니되옵니다.”지금의 영소전은 예전과 비할 수가 없었다.황후는 권력을 잡은 후로 궁녀와 태감을 한바탕 물갈이를 했다.비록 가까이에서 시중을 드는 사람은 바뀌지 않았지만 자칫 잘못해서 말이 새어나갈 수도 있었다.귀비가 싸늘한 얼굴로 물었다.“일은 어디까지 진행되고 있지?”춘화가 답했다.“걱정 마세요, 마마. 이미 황성수비사에 언질을 전했습니다. 황후의 오라버니는 고작 구품 좌장에 불과하니 시비에 휘말리게 하는 건 일도 아니지요.”봉구안의 본가.황제와 황후가 드디어 합방하였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봉 대인은 기분이 무척 좋았다.그는 술기운에 취해 부인의 손을 잡고 감탄을 금치 못했다.“내 이럴 줄 알았어. 구안이는 해낼 줄 알았다니까!”“조금만 더 힘을 내서 황자를 회임하면 앞으로 황후의 입지는 더 단단해질 거야. 부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03화

    삼엄한 궁중 법도 덕분에 봉 부인은 꼬박 하루를 기다려서야 봉구안을 만날 수 있었다.오라버니의 상황을 전해들은 봉구안의 표정은 평온하기만 했다.“꼬투리를 잡힐 일만 하지 않으면 돼요.”최근 봉안진이 따돌림을 당하고 있는 상황을 그녀도 조사하고 있는 중이었다.하지만 과거가 어쨌든 봉가의 장남으로서 이대로 계속 기가 죽어 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봉 부인은 딸의 냉담함이 서운했다.“안진이는 마마의 오라버니예요! 이대로 진로가 막히면 앞으로 가문은 어찌하고요? 아무리 어렸을 때 같이 자라지 않았어도 그렇지….”봉구안은 싸늘한 눈빛으로 어머니를 바라보며 말했다.“오라버니 스스로 깨우치고 일어나야 하는 문제입니다.”“지금 이 상황이 온 게 다 오라버니께서 너무 안일하게 대처하고 한낱 좌장의 자리에 만족하며 살았기 때문이지요. 오라버니의 진로를 막은 것은 다른 사람이 아니라 오라버니 자신입니다.”“장미가 사고를 당했을 때, 오라버니께서는 집안의 장남으로서 동생의 억울함을 풀어주지 못하였는데 어찌 가문의 중임을 맡을 수 있겠습니까!”봉 부인은 서글픈 얼굴로 딸의 얼굴을 바라보며 한탄하듯 말했다.“마마께서는 안진이가 무슨 일을 겪었는지 몰라요.”“아니요. 저도 알만한 건 다 압니다. 식량을 운반하던 수십 명의 장령들 중에 오라버니만 살아남았지요. 그 뒤로 죄책감에 빠져 투지를 완전히 잃어버린 것 아닙니까.”사실 상, 봉구안이 그동안 겪은 일에 비하면 봉안진의 겪은 아픔은 아무것도 아니었다.그녀 역시 억울함을 당한 적이 많았다.모시는 장군이 그녀가 자신보다 먼저 공을 세우는 것이 두려워서 그녀를 편벽한 산골짜기에 남겨두고 성문을 닫은 적이 있었다.그 전장에서 그녀는 혁혁한 공을 세웠으나 상관에게 거만했다는 이유로 포상은커녕 심도 높은 조사와 심문을 받았다.함께 싸우던 전우가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일은 비일비재했다.3년 전, 그녀가 인솔하던 100인 소대 중에 다섯 명만 살아서 돌아왔다.분명 어제도 같이 술을 마셨던 동료가 한순간에 적의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04화

    영화궁.소욱은 음침한 얼굴로 봉구안을 노려보며 추궁하듯 말했다.“오늘 마침 짐이 발견하지 않았더라면 황후가 몰래 그런 약을 먹고 있는 줄도 몰랐겠군.”봉구안은 평온한 얼굴로 침착하게 대답했다.“약은 어머니께서 입궁할 때 가져다주셨습니다. 가족들은 저와 폐하의 합방이 진짜라고만 알고 있으니 기대를 할 수밖에 없겠지요. 대놓고 아니라고 할 수 없어서 연상에게 조용히 처리하라고 했던 것입니다.”한치의 빈틈도 보이지 않는 그녀의 대답에 거짓말의 흔적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소욱은 그녀를 빤히 응시하다가 싸늘하게 말했다.“황후, 갖지 말아야 할 욕심은 버리는 게 좋을 거야.”말을 마친 그는 딱딱한 어조로 방문한 목적을 꺼내놓았다.“양나라 사신이 곧 도착하니 초대연회를 베풀 것이다. 예전에는 다 귀비가 맡아서 했지만 귀비가 부상 중이니 황후에게 맡기지.”“양국의 평화가 달린 중대한 일이니 그 어떤 실수도 있어서는 아니될 것이다!”봉구안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양나라 사람들은 겉과 속이 다르고 언제 등에 칼을 꽂을지 모를 인간들이었다.그들의 이번 남제 방문의 목적은 불투명하지만 필히 한차례 피바람이 불 것이다.무장들은 전장터에서 제 몫을 했으니 남은 건 대신들의 몫이었다.“예, 명심하겠습니다.”한편, 귀비도 바쁘게 돌아치고 있었다.“봉 부인이 입궁했다고?”춘화가 답했다.“예, 마마. 장남 일로 급하게 황후궁을 방문한 것이겠지요. 황후도 아마 당황해서 어쩔 바를 몰라할 것입니다. 이제 마마를 건드린 대가가 어떤 건지 똑똑히 알았겠지요. 아마 곧 마마께 고개 숙이고 사죄하러 올 것 같네요.”비록 출가외인이라는 말이 있지만 험난한 황궁에서 살아남으려면 친정의 도움이 꼭 필요했다.친 오라버니가 변을 당했으니 황후도 애가 탈 것이다.그래서 춘화는 황후가 오늘 안으로 무조건 사과하러 영소전을 방문할 것이라 확신했다.만약 사죄를 거부한다면 봉안진은 계속해서 따돌림을 당할 것이다.귀비도 황후의 방문을 기다리고 있었다.하지만 봉 부인이 출궁한지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05화

    봉가 저택.봉 부인은 옷차림이 흐트러진 상태로 돌아온 아들을 보자 마음이 아팠다.“안진아, 대체 어떻게 된 거니?”봉안진은 묵뭄부답으로 안으로 들어갔다.그는 이미 넋이 나간 상태였다. 귓가에는 과거의 처참했던 칼부림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고 눈앞에 피를 흘리며 쓰러진 동료들의 시체가 보이는 것 같았다.그는 이 모든 게 자신이 무능해서 벌어진 일이라고 자책하고 있었다.“형님!”그의 앞을 가로막은 봉명헌은 의미심장한 눈빛을 하고 시비조로 물었다.“형님, 관직에 계신 분이 옷차림이 이게 뭔가요?”봉안진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봉명헌은 임명장을 흔들며 자랑하듯 말했다.“이거 봤죠? 저 통사가 되었어요! 그것도 팔품이요! 품계로 따지면 좌장보다 더 높답니다!”“축하한다.”그 말을 끝으로 봉안진은 무표정한 얼굴로 그를 지나쳤다.봉명헌은 멀어지는 그의 등 뒤에 대고 침을 뱉었다.“멍청한 놈!”한때는 무장 장원 출신이었지만 지금은 한낱 관직을 잃은 평민에 불과했다.‘역시 이 집안의 기둥은 나야!’봉명헌은 의기양양하게 생각했다.이청원.임씨는 아들이 통사가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기뻐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십여 년을 참고 기다린 끝에 드디어 어깨를 펼 날이 온 것이다.그녀는 임명장을 애지중지 들고 손에서 놓기 아쉬워했다.“우리 아들, 정말 잘했어! 어서, 가서 나으리를 불러와. 나중에 이 소식을 네 아버지께 알리면 얼마나 기뻐하실까!”이때, 시종이 안으로 들어오며 말했다.“이랑, 큰집 쪽에서 난리가 났어요. 큰 도련님께서 관직에서 파면당해 나으리께서 화를 내고 계세요.”임씨 모자는 서로 시선을 교환하고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이렇게 좋은 일이! 명헌아, 이제 우리 모자 어깨 펴고 살 수 있겠어!”봉 대인은 줄곧 장남이 높은 관직에 올라 가문의 명예를 드높이기를 기대하고 있었다.그런데 그 사건 이후로 관직은 올라가기는커녕 점점 내려가기만 하더니 이제 구품 관직도 잃어버렸으니 화가 안 날 수가 없었다.분노가 치민 봉 대

최신 챕터

  • 폭군의 장군 황후   제746화

    양연삭은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에게 친딸이 있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었다.“거짓말이야.”그는 고개를 저었다.같은 반응을 보이는 이는 염추도 마찬가지였다.“어머니! 대체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염추는 어머니가 자신을 구하려고 이런 거짓말을 하는 게 아닐까 의심했다.양연삭이 다시 살의를 드러내자, 염 부인은 체면을 잃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과거의 진실을 폭로하기로 했다.“양연삭! 정말 기억이 나지 않는 것입니까… 그때 막 만간성법을 수련하기 시작했을 무렵, 심마에 빠져 정신을 잃은 채 저를… 저를 능용하지 않았습니까! 염추는 그날 밤 생긴 당신 딸입니다!”양연삭은 분노에 차 소리쳤다.“천한 계집! 심마에 빠진 건 너였겠지!”염추는 어머니가 피를 쏟으며 쓰러지는 것을 보고 온몸이 얼어붙었다.그녀는 급히 염 부인을 부축했다.“어머니, 그만 말씀하세요. 오지 말았어야 했습니다!”양연삭은 체내에서 진기가 거칠게 소용돌이치는 것을 억누르며 불쾌감을 삼켰다.“천한 계집! 입 닥쳐라! 내 딸이 아니다! 아니야! 내게는 아들 하나밖에 없다! 혹시 소환이 너를 시켜 나를 속이라고 한 것이냐? 내가 너를 죽여버리겠다!”그는 이 말을 끝으로 순식간에 달려들어 염 부인을 정확히 붙잡아 염추와 떼어놓았다.“안 돼!”염추는 놀라 외쳤다.동방세와 범진이 양쪽에서 양연삭의 주의를 끌며 염 부인을 구하려 했지만, 양연삭은 반응이 빨랐다.염 부인을 붙잡은 채 뒤로 물러섰다.염추는 이를 악물며 일어났다.피가 입가에 맺혀 있었지만, 그녀는 상관없었다.어머니가 양연삭의 손에 죽어가는 모습을 보자, 분노가 극에 달했다.“양연삭! 어머니를 놔줘라!”그러나 양연삭은 염 부인을 놓지 않고 집요하게 따져 물었다.“네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거다! 내 딸이 아니다! 말해라, 내 딸이 넌 아니라고!”염 부인은 처량한 눈빛으로 염추를 바라보았다.“내 딸아… 네 몸에는 네 아버지의 더러운 피가 흐르고 있어. 하지만… 부디 나의 기대를 저버리지 말아라. 그만둬라,

  • 폭군의 장군 황후   제745화

    염추는 만간성법을 수련하며 양연삭의 내력을 흡수했다. 그녀의 공력이 크게 증가한 덕에 두 사람은 땅에서 산으로 옮겨가며 치열하게 싸웠다. 그들이 지나가는 곳마다 먼지가 날리고 바위가 사방으로 흩어졌다.멀리서는 제군과 북연군이 치열하게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북연군의 부장이 전장에서 희미하게 양연삭의 모습을 발견하고는 근심에 빠졌다.‘분명 쉽게 제황을 죽일 수 있다 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지금까지 아무 소식도 없다니. 이쪽은 더 버틸 수 없단 말이다!’제군은 곳곳에 매복병을 숨겨두었다.그들은 북연군이 포위망을 뚫어냈다고 생각하는 순간마다 다시 새로운 병력을 내세워 공격을 개시했다.북연군 부장은 이를 갈았다.“제군 놈들, 정말 비열하기 그지없구나!”북연군 병사들의 사기는 점점 흩어졌다.그때, 제군의 주장인 관 장군이 말을 타고 나와 크게 외쳤다.“북연군이여 들어라! 우리 장군께서 말씀하시기를, 너희가 무기를 버리고 항복한다면, 북연군이 안전하게 조유관을 떠날 수 있도록 허락하시겠다고 하셨다!”북연군 부장은 분노하며 외쳤다.“북연군은 절대로 항복하지 않는다!”관 장군은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리며 응수했다.“항복해라! 그것이 부끄러운 일이겠느냐! 어차피 북연군은 지난 전투에서 이미 남제에 졌지 않은가. 폐하께서 친필로 쓰신 항복문서를 우리도 읽어봤다!”지난 전투는 연태자가 이끌었으나, 30만 대군을 잃고 말았다.그 후 겨우 모집한 신병들도 전장에서 패배해 대부분 폭사했다.북연군 부장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남제인 놈들, 감히 우리를 모욕하다니!’얼마 지나지 않아 북연군은 포위망을 뚫고 다시 진영을 정비했다.두 군은 서로의 진영을 뚜렷이 구분하며 대치 상태에 들어갔다.제군의 장수들이 권고했다.“우리 폐하께서 말씀하시기를, 더는 장병들이 헛되이 죽어나가는 것을 원치 않으신다고 하셨소. 아마 귀군도 같은 마음일 테지요?”또 다른 장수가 거들었다.“맞습니다! 여기서 물러나는 게 낫소. 병사들마저 폭사했다던데, 북연군이 공격할 용기가

  • 폭군의 장군 황후   제744화

    “너희들이 날 또 속이려 드는구나! 소환, 네 놈은 죽어야 마땅하다!”양연삭은 더 이상 그들의 말에 흔들리지 않았다.그는 아무것도 듣지 않고, 동방세의 내력을 흡수하기 시작했다.봉구은 즉시 검을 뽑아 몸을 솟구치며, 마치 날렵한 제비처럼 양연삭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양연삭은 귀를 살짝 움직이며 날카로운 검기가 다가오는 것을 감지하더니 몸을 비틀며 공법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덕분에 동방세는 바닥에 떨어져 거친 돌 위에 등을 세게 부딪혔고, 머리카락은 흩날렸다.양연삭은 즉각 대응하며 봉구안을 향해 반격을 개시했다.그는 아들의 죽음에 대한 복수심에 불타올랐고, 반드시 봉구안을 죽여야겠다는 살의를 품고 있었다.하지만 그는 정면으로 치지 않고, 순간이동하듯 그녀의 등 뒤로 이동했다.그리고 갑작스러운 손바닥 공격으로 그녀의 등을 내리쳤다.“소환! 조심하시오!”동방세가 경고하자, 봉구안이 뒤를 돌아보았지만 이미 늦었다.퍽!소욱이 그녀의 뒤를 막아 서서 그 공격을 대신 받아냈다!봉구안은 즉시 눈이 커지며 소욱을 부축했다.“폐하!”진한길이 즉시 달려와 호위하려 했으나, 양연삭의 옷자락 휘두름 한 번에 허공으로 튕겨나갔다.뒤에서 다가오던 오백이 간신히 진한길을 받아냈다.동시에, 봉구안은 소욱을 보호하며 후퇴했다.범진과 다른 호위병들이 연달아 도착하여 도움을 주려 했지만, 양연삭의 마공은 너무 강력했다.그는 혼자서도 열 명이 넘는 병사들의 공격을 막아냈으며, 마치 거대한 저항의 벽처럼 그들을 튕겨내며 봉구안을 향해 다가갔다.봉구안은 그의 살기를 읽어내며, 소욱을 안전한 곳으로 밀어냈다.“구안아!”소욱은 즉시 그녀를 향해 달려가 그녀를 보호하려 했지만, 이미 양연삭의 손바닥 공격과 맞닥뜨렸다.손바닥과 손바닥이 맞붙는 순간, 소욱은 강렬한 흡수력을 느꼈다.마치 그의 몸속 깊이 갈고리가 박혀 내력을 강제로 끌어내는 듯했다.그는 벗어날 수 없었다.양연삭의 얼굴은 기묘하게 일그러져 있었다.그는 미친 듯이 웃었다.“정말 강력한 내력이군!”

  • 폭군의 장군 황후   제743화

    “양연삭,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군!”상방산 위에 동방세가 강호의 벗들과 함께 진을 치고 있었다.봉구안은 이미 이들과 연락을 주고받았으며, 이 감주에서의 매복은 단순히 북연군을 막기 위함만이 아니라 양연삭을 체포하려는 목적도 있었다.익히 알고 있듯이, 양연삭이 듣는 감각으로 싸움을 이어가려면 시간을 들여 적응해야 한다. 그러나 이 감주는 그에게 낯선 곳이었다.양연삭은 헝클어진 머리칼과 검은 천으로 가린 눈을 한 채, 귀를 곤두세워 소리를 가늠했다.“소욱! 소환! 너희 둘, 당장 나와라!”그의 분노는 깊었다. 복국과 복수를 위해, 반드시 이 둘을 죽여야 했다.아들마저 죽음에 이르게 한 두 사람을 결코 용서할 수 없었다.봉구안은 높은 곳에서 이를 싸늘히 내려다보았다. 그녀의 곁에는 소욱이 자리하고 있었다.그 외 장수들은 병사들을 이끌고 북연군과 싸우고 있었고, 이 상방산에는 오천의 정예병력만 배치되어 있었다.이 오천이 바로 오늘, 양연삭의 무덤을 파낼 병력이었다.…북연군은 진영이 어지럽혀지면서 전투력이 급감했다.관 장군은 먼저 기습으로 혼란을 일으킨 뒤 포위 공격으로 말머리를 돌렸다.기병들은 북연군 주위를 돌며 기세를 꺾었고, 말발굽 소리와 흙먼지, 그리고 치열한 함성은 북연군을 더욱 당황하게 했다.그들은 마치 산적에게 길을 막힌 규중 여인들처럼 갈팡질팡했다.부장은 목청껏 외쳤다.“흩어지지 마라! 반격하라! 우리가 북연군의 실력을 보여주자!”병사들은 방패를 들어 올리며 진을 짜기 시작했다. 이는 기병의 돌격을 막으려는 필사적인 노력이었다.동시에 북연군의 기병들은 다른 쪽에서 포위를 뚫으려 고군분투하고 있었다.부장은 속으로 양연삭이 빨리 소욱을 죽이기를 바라고 있었다.그렇다면 싸우지 않고 이길 수 있을 것이며, 그는 대공을 세운 영웅으로 남을 것이었다.양연삭은 비록 눈이 멀었지만 그의 마공은 전성기 못지않게 강력했다.완부옥이 몸에 지니고 있던 독물조차 그의 ‘만간성법’에 의해 모두 파괴되었고, 그녀는 내력을 상당히 잃은 채 동

  • 폭군의 장군 황후   제742화

    북연군이 철수하려 하자, 양연석은 곧장 진 장군을 찾아갔다.“장군, 이것은 남제의 간계일 뿐입니다...”대군이 이미 진영을 떠나고 있었기에, 진 장군은 그의 헛소리를 들을 마음이 없었다.“양연석, 원래 네가 확신을 준 덕분에 황제께서 출병을 결심하신 것이다! 우리 북연은 남제와 제대로 싸울 계획이 없었다! 그런데 이제 어찌된 것이냐? 네 일이 실패로 끝나 우리 군대가 반이나 손실되고 말았다.“나는 지금 너와 소욱이 한통속이 되어 우리 북연을 멸하려는 것이 아닌가 의심스럽다!”“비켜라! 감히 누구를 위해 싸우라고 하는 것이냐?”양연석의 얼굴이 싸늘해졌다.그는 손을 휘저으며 곧바로 진 장군의 목을 움켜쥐었다.진 장군은 놀라움과 분노로 크게 외쳤다.“양연석... 네가...”순간, 진 장군은 자신의 체내 진기가 빠져나가는 것을 느꼈다.양연석은 그의 내력을 흡수하면서 섬뜩한 목소리로 물었다.“장군께선 '만간성법'이라는 것을 들어본 적이 있으십니까?”진 장군은 눈을 크게 뜨고 두려움에 사로잡혔다.그는 필사적으로 몸부림쳤으나 양연석에게 대적할 수 없었다.잠시 후, 양연석은 그의 내력을 모두 흡수한 뒤, 그의 목을 꺾어버렸다.북연의 명장이었던 진 장군은 그렇게 양연석의 손에 생을 마감했다.곁에 있던 부장은 이 광경을 보고 공포에 질려 식은땀을 흘렸다.그는 양연석이 보지 못하고 오직 귀로만 위치를 파악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입과 코를 손으로 막고 자신의 존재를 숨겼다.그러나 그는 움직여 천막 입구에 이르러 막 도망치려던 순간, 앞에서 한 팔이 가로막았다.부장은 등골이 오싹해졌다.그는 양연석의 사술을 이미 목격했기에 겁에 질려 무릎을 꿇고 살려달라고 애원했다.“제발 저를 죽이지 말아 주십시오!”양연석은 음산한 목소리로 말했다.“주군이 죽었으니, 네가 이제부터 주군이다. 곧바로 명령을 내려 조유관을 공격하고 남제의 황제를 죽이도록 해라!”부장은 이를 악물며 말했다.“안 됩니다! 저는 그렇게 할 수 없습니다!”그는 죽는 것이 두려

  • 폭군의 장군 황후   제741화

    새해가 밝자마자, 남제 대군은 본격적으로 반격에 나섰다.이번 반격은 본격적인 전투가 아니라 도발 수준에 그쳤다.겉보기엔 큰 피해를 주지 않는 듯했지만, 밤낮을 가리지 않고 반복된 도발은 북연군에게 극심한 스트레스를 안겼다.그렇게 보름 정도가 지난 어느 밤, 북연군 대영에서 치명적인 사건이 터졌다.“장군! 장군! 영내 폭동이 일어났습니다!”영내 폭동은 군영 내에서 발생한 대규모 소요 사태를 말한다.이것은 극히 드문 일이지만, 군대에는 치명적인 타격을 준다.진 장군은 침상에서 벌떡 일어나며 소리를 질렀다.“어서 장군을 호위하라!”이 폭동은 너무나 갑작스러웠다.한 병사가 무심코 “적이다!”라고 외친 것이 발단이 되어 전군이 서로를 적으로 착각하며 싸우는 대참사로 번진 것이다.북연군 대영은 한순간에 혼돈에 휩싸였다.병사들은 허둥지둥 일어나 옷을 입고, 무기를 들고는 무작정 외쳤다.캄캄한 밤중이라 서로 얼굴조차 보이지 않았기에, 적이 이미 진영 안으로 침입했다고 믿은 병사들은 무기를 휘둘렀다.그들 모두는 살아남기 위해 본능적으로 싸웠고, 자신 외에는 아무도 믿지 않았다.진영은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 되었다.특히 전쟁에 처음 나서는 신병들은 상황을 이해할 새도 없이 무조건 무기를 휘두르며 서로를 공격했다.순식간에 피비린내가 진동했고, 군영 안에는 시신이 가득했다.조유관 내, 남제 대군 본영.남제 대군 본영의 장막 안, 한 병사가 황급히 달려와 기쁜 얼굴로 외쳤다.“폐하! 북연군에서 폭동이 일어났습니다!”관 장군은 주먹을 꽉 쥐며 외쳤다.“잘됐다!”그는 곧장 봉구안을 바라보며 말했다.“맹 소장군, 과연 그대의 예상대로 되었습니다!”다른 장군들 역시 봉구안에게 경의를 표하는 눈길을 보냈다.그 누구도 예상치 못했지만, 단순한 계략으로 북연군 내부를 서로 물고 뜯게 만들다니, 그야말로 천재적인 발상이었다.영내 폭동은 양군이 정면으로 맞붙는 전투보다 훨씬 참혹하다.병사들은 히스테릭 상태에 빠져 적과 아군을 가리지 않고 서로 죽였다.

  • 폭군의 장군 황후   제740화

    남제에서 내놓은 화룡은 북북연군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주었다.북연군은 그동안 남제의 죽화총을 모방해 제작한 무기를 통해 천하무적이라 자부했건만, 남제가 이를 역으로 배워 화룡까지 만들어낼 줄 누가 알았겠는가!북연군의 주군인 진 장군은 이를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직접 확인하지 않고서는 남제군이 허세를 부리는 것인지 판단할 수 없었다.그는 화룡을 가까이에서 확인하고는 기가 찼다. 남제군의 화룡은 북연의 것과 똑같이 생겼던 것이다!남제군은 소규모 병력을 내보내 화룡을 북연군 쪽으로 밀어 보이며 여유롭게 시위를 벌였다. 두 나라의 화룡이 서로 스쳐 지나가는 광경은 보는 이들을 적잖이 당황하게 했다.그러자 남제군 쪽에서 도발을 이어갔다.“우리 폐하께서 말씀하셨소! 북연이 선물한 화룡탄에 깊이 감사드린다고!”진 장군은 그 말을 듣자 손발이 떨리기 시작했다.그 화룡탄은 그가 천룡회 반역자들에게 넘겨줘 혼란을 일으키고 군왕을 죽이는 데 사용하라 한 것이었다.그런데 그 화룡탄이 여기 나타나다니!만약 남제군이 화룡을 진짜로 가지고 있다면 그의 계획은 완전히 물거품이 된다.북연군뿐만 아니라 조유관에 있는 남제군 병사들까지도 그 광경에 놀라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관 장군 역시 멍하니 입을 벌린 채 한참 동안 말이 없었다.옆에 있던 부장이 기쁨을 참지 못하고 외쳤다.“참 통쾌하군요!”이 느낌은 마치 거지였던 자신이 갑자기 재산을 상속받아 거리에서 어깨를 펴고 다니게 된 듯했다.남제군 병사들은 하나같이 당당한 자세로 북연군을 향해 외쳤다.“와보시지! 누가 겁내는지 보자고!”북연군은 이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직감하고 즉각 철수를 명령하며 화룡을 회수하기 시작했다.진짜인지 가짜인지 확신할 수 없었으나, 그럴수록 도박을 할 수는 없었다.진 장군이 소리를 질렀다.“뭣들 하는 게냐! 빨리 움직이지 못하고!”한편, 후방.양연삭은 찻잔을 탁 내려놓으며 말했다.“남제가 화룡을 만들어냈다고? 이건 분명히 거짓말이다!”…남제군 내부에서도 화룡의 진위에

  • 폭군의 장군 황후   제739화

    봉구안은 갑옷을 입고 나타났다. 소욱은 그녀를 보자 마음이 철렁 내려앉았다.“이게 무슨 짓이냐? 내가 너한테 상처부터 회복하는 게 우선이라고 했던 거 기억 못 하느냐.”봉구안은 담담한 표정으로 대답했다.“제 상처는 별일 아닙니다. 계속 여기 안에만 있으면 오히려 몸이 더 불편합니다.”“적군을 몰아내는 게 급선무입니다. 게다가 양연삭도 그들 편에 있으니, 그들을 빨리 처치하는 것이 우선입니다.”소욱은 단호히 고개를 저으며 그녀를 가로막았다. 그의 눈빛은 결연했다.“안 된다. 네 상처가 아직 다 낫지 않았으니 또 다치게 할 수는 없다.”봉구안은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저는 제 몸을 잘 지킬 수 있습니다.”“구안아, 너…”소욱은 그녀를 더 설득하려 했지만, 그 순간 밖에서 보고가 들어왔다.“폐하, 적군이 소환을 내놓지 않으면 당장 전쟁을 시작하겠다고 위협하고 있습니다!”동부 변경조유관 성벽 바깥. 적군이 검은 물결처럼 밀려들었다. 붉은 깃발이 바람에 펄럭이며 전장을 압도했다.양측이 대치하고 있는 가운데, 북연군의 진 장군은 기세등등했다.그의 뒤에는 ‘화룡’과 새롭게 개발된 죽화총이 줄지어 있었다.남제에 있는 것은 북연에도 있었고, 남제에 없는 것조차 북연은 가지고 있었다.전력 차는 명확했다.큰 나라가 작은 나라를 공격하는 데 이유가 필요 없었다. 그러나 큰 나라끼리의 전쟁이라면 명분이 필요했다.북연군은 소환이라는 대마두를 내놓지 않으면 ‘화룡’을 발사해 강공하겠다고 협박했다.오랜 기다림에도 남제 측은 아무런 응답을 하지 않았다.점차 북연군은 참을성이 바닥났다.많은 병사가 소리쳤다.“공격하라!”“공격하라!”그들에게는 장거리용 화룡과 근접전을 위한 죽화총이 있었다.남제 따위는 두려워할 이유가 없었다.반면, 남제군은 화룡을 보자 심장이 내려앉았다.그 위력을 익히 들어온 터였다.그러나 소환은 맹 소장군이란 신분이자 미래에 황후가 될 자였다.그런 그녀를 적군에게 넘길 수는 없었다.장군들은 성벽 위에 서서 북연의 대군을

  • 폭군의 장군 황후   제738화

    소욱은 품 안에 있는 사람을 껴안고 자신의 통제되지 않는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 했다.“젠장!”남자는 눈물을 쉽게 흘리지 않는다고 했는데, 자기가 이렇게 울고 있다니! 정말 체면이 없었다. 하지만... 매우 만족스러웠다.봉구안이 드디어 자신을 좋아한다고 말했으니까 말이다.소욱의 마음은 수없이 흔들리며 설레었고, 그는 그녀의 뺨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뭐라 했느냐? 듣지 못했다.”봉구안은 진지하게 말했다.“안 들리셨다면, 그냥 넘어가시지요.”소욱은 즉시 그녀의 얼굴을 양손으로 감싸며 말했다.“구안아, 일부러 그러는 것이냐? 난 그저 다시 한 번 듣고 싶은 건데, 그것도 안 되겠느냐?”봉구안은 그의 손을 떼어내고는 고개를 들고 그의 입술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예, 제가 폐하를 좋아합니다...”소욱의 머릿속에서는 불꽃놀이 터지듯 화려하고 찬란하게 빛났다. 그는 봉구안을 꼭 껴안고 마치 꿀을 들이킨 듯 달달한 마음에 젖었다.“구안아, 정말 기쁘구나. 네가 이렇게 말해 주니, 죽어도 여한이 없다!”그녀가 겪은 이야기를 들으니 그의 마음은 아프고도 놀라웠다.눈사태가 닥쳤을 때, 상식적으로라면 측면으로 달려야 한다. 하지만 당시 눈사태는 너무 빠르고, 그녀는 부상당해 경공을 펼치기 어려웠다. 눈사태 범위에서 벗어나는 것은 불가능했다. 게다가 그 곳에는 봉구안을 죽이기 위해 달려온 살수들도 있었다.그녀는 달아나는 척하며 결사적으로 싸웠다. 실상은 눈사태가 발 밑에 닥치기 직전, 한 산돌을 찾아 몸을 숨겼다. 그녀는 몸에 있던 채찍으로 몸을 돌과 묶어 눈사태의 충격을 피했다.그 돌은 그녀가 눈사태에 휩쓸리지 않고 묻히지 않도록 막아줬다.눈사태가 중반부에 이르렀을 때 속도가 느려졌고, 그녀는 최대한 수영하듯 몸을 떠올려 눈 위로 나오려 애썼다. 머리를 밖으로 내밀어 구조대가 그녀를 찾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하지만 그녀는 체력을 모두 소진하여 결국 기절하고 말았다.눈을 떴을 때는 늙은 의원이 그녀를 구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그녀와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