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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화

Penulis: 일설연우
삼엄한 궁중 법도 덕분에 봉 부인은 꼬박 하루를 기다려서야 봉구안을 만날 수 있었다.

오라버니의 상황을 전해들은 봉구안의 표정은 평온하기만 했다.

“꼬투리를 잡힐 일만 하지 않으면 돼요.”

최근 봉안진이 따돌림을 당하고 있는 상황을 그녀도 조사하고 있는 중이었다.

하지만 과거가 어쨌든 봉가의 장남으로서 이대로 계속 기가 죽어 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봉 부인은 딸의 냉담함이 서운했다.

“안진이는 마마의 오라버니예요! 이대로 진로가 막히면 앞으로 가문은 어찌하고요? 아무리 어렸을 때 같이 자라지 않았어도 그렇지….”

봉구안은 싸늘한 눈빛으로 어머니를 바라보며 말했다.

“오라버니 스스로 깨우치고 일어나야 하는 문제입니다.”

“지금 이 상황이 온 게 다 오라버니께서 너무 안일하게 대처하고 한낱 좌장의 자리에 만족하며 살았기 때문이지요. 오라버니의 진로를 막은 것은 다른 사람이 아니라 오라버니 자신입니다.”

“장미가 사고를 당했을 때, 오라버니께서는 집안의 장남으로서 동생의 억울함을 풀어주지 못하였는데 어찌 가문의 중임을 맡을 수 있겠습니까!”

봉 부인은 서글픈 얼굴로 딸의 얼굴을 바라보며 한탄하듯 말했다.

“마마께서는 안진이가 무슨 일을 겪었는지 몰라요.”

“아니요. 저도 알만한 건 다 압니다. 식량을 운반하던 수십 명의 장령들 중에 오라버니만 살아남았지요. 그 뒤로 죄책감에 빠져 투지를 완전히 잃어버린 것 아닙니까.”

사실 상, 봉구안이 그동안 겪은 일에 비하면 봉안진의 겪은 아픔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녀 역시 억울함을 당한 적이 많았다.

모시는 장군이 그녀가 자신보다 먼저 공을 세우는 것이 두려워서 그녀를 편벽한 산골짜기에 남겨두고 성문을 닫은 적이 있었다.

그 전장에서 그녀는 혁혁한 공을 세웠으나 상관에게 거만했다는 이유로 포상은커녕 심도 높은 조사와 심문을 받았다.

함께 싸우던 전우가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일은 비일비재했다.

3년 전, 그녀가 인솔하던 100인 소대 중에 다섯 명만 살아서 돌아왔다.

분명 어제도 같이 술을 마셨던 동료가 한순간에 적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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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men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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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석연
답답하다! 속탄다 너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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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미
갖다 버리는 중이었자나 넌 귀가 막혔니? 글구 연상아 황후가 버리라 했다고 정확히 말했어야지 그럼 또 그거대로 책 잡았을라놔 아놔 그 시대에 안 태어난게 정말 다행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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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정
황제.. 바본가? 약 버리려는 건지 먹으려는건지는 알아봐야하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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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궁.소욱은 음침한 얼굴로 봉구안을 노려보며 추궁하듯 말했다.“오늘 마침 짐이 발견하지 않았더라면 황후가 몰래 그런 약을 먹고 있는 줄도 몰랐겠군.”봉구안은 평온한 얼굴로 침착하게 대답했다.“약은 어머니께서 입궁할 때 가져다주셨습니다. 가족들은 저와 폐하의 합방이 진짜라고만 알고 있으니 기대를 할 수밖에 없겠지요. 대놓고 아니라고 할 수 없어서 연상에게 조용히 처리하라고 했던 것입니다.”한치의 빈틈도 보이지 않는 그녀의 대답에 거짓말의 흔적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소욱은 그녀를 빤히 응시하다가 싸늘하게 말했다.“황후, 갖지 말아야 할 욕심은 버리는 게 좋을 거야.”말을 마친 그는 딱딱한 어조로 방문한 목적을 꺼내놓았다.“양나라 사신이 곧 도착하니 초대연회를 베풀 것이다. 예전에는 다 귀비가 맡아서 했지만 귀비가 부상 중이니 황후에게 맡기지.”“양국의 평화가 달린 중대한 일이니 그 어떤 실수도 있어서는 아니될 것이다!”봉구안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양나라 사람들은 겉과 속이 다르고 언제 등에 칼을 꽂을지 모를 인간들이었다.그들의 이번 남제 방문의 목적은 불투명하지만 필히 한차례 피바람이 불 것이다.무장들은 전장터에서 제 몫을 했으니 남은 건 대신들의 몫이었다.“예, 명심하겠습니다.”한편, 귀비도 바쁘게 돌아치고 있었다.“봉 부인이 입궁했다고?”춘화가 답했다.“예, 마마. 장남 일로 급하게 황후궁을 방문한 것이겠지요. 황후도 아마 당황해서 어쩔 바를 몰라할 것입니다. 이제 마마를 건드린 대가가 어떤 건지 똑똑히 알았겠지요. 아마 곧 마마께 고개 숙이고 사죄하러 올 것 같네요.”비록 출가외인이라는 말이 있지만 험난한 황궁에서 살아남으려면 친정의 도움이 꼭 필요했다.친 오라버니가 변을 당했으니 황후도 애가 탈 것이다.그래서 춘화는 황후가 오늘 안으로 무조건 사과하러 영소전을 방문할 것이라 확신했다.만약 사죄를 거부한다면 봉안진은 계속해서 따돌림을 당할 것이다.귀비도 황후의 방문을 기다리고 있었다.하지만 봉 부인이 출궁한지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0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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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07화

    붉은색 궁복은 황후의 상징이었다.귀비가 화려하게 단장하고 나타난 이유도 황후의 체면을 짓밟기 위함이었다.하지만 황후가 나타나자 그녀를 향했던 시선은 모조리 황후에게로 향했다.귀비도 사람들의 시선을 따라 황후가 있는 곳을 바라봤다가 저도 모르게 눈이 번쩍 떠졌다.황색 궁복에 황후의 상징인 왕관을 머리에 쓴 황후가 눈부신 자태를 뽐내며 그곳에 서 있었다. 그녀에게서는 귀비에게서 볼 수 없었던 존귀한 귀티가 뿜어져 나왔다.귀비를 경국지색이라고 치면 황후는 인간세상에서 보기 드문 고결한 아름다움이었다.귀비를 정복 욕구를 자극하는 한 떨기의 꽃에 비유한다면 황후는 감히 가까이 다가가기조차 죄책감이 느껴지는 밤하늘에 고고이 빛나는 달이었다.자리에 앉은 태후는 황후를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봉황에 가장 어울리는 여인.이런 여인만이 황후의 자리에 어울리는 여인이라 할 수 있었다.‘봉가의 여식은 여전히 날 실망시키지 않는군.’태후는 속으로 생각했다.저도 모르게 존경심이 들게 만드는 풍채는 능연처럼 여리여리한 여인이 흉내낼 수 없는 모습이었다.사신들은 결례라는 것을 깨닫고 황급히 시선을 떨구며 그녀에게 예를 취했다.“황후마마를 뵙습니다.”봉구안은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그들에게 말했다.“일어나시게.”상석에 앉은 소욱도 무심한듯 봉구안을 관찰했다.오늘 본 그녀의 모습은 평소와 많이 달랐다.하지만 어디가 다른지는 꼭 집어 말할 수 없었다.귀비의 두 눈이 싸늘하게 식었다.‘요망한 년! 분명 사람들의 관심을 끌려고 일부러 늦게 온 걸 거야!’‘하지만 너무 기뻐하지는 마. 곧 온 나라 대신들이 있는 앞에서 망신을 당하게 될 터이니….’이번 궁중 연회에는 관원들의 식솔들도 함께 참석했다.봉 대인은 당연히 장남인 봉안진과 동행했다.서자인 봉명헌은 사신을 접대하는 통사직을 맡았기에 위풍당당하게 사신들과 함께 맨 앞자리에 앉아 있었다.연회가 시작되자 사람들 틈에서 악의가 담긴 목소리가 들려왔다.“남제의 황제폐하께서는 참으로 상남자이십니다. 저희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08화

    “황후마마!”양국의 사신들이 이구동성으로 입을 열었다.봉구안은 담담한 얼굴로 화제를 돌렸다.“하지만 이 몸은 한 번도 그런 유언비어들을 진실이라 믿지 않았다.”사신들은 갑갑한 마음에 서로 눈치만 살폈다.당사자인 황후가 이렇게 대범하게 나오는데 이 자리에서 얼굴을 붉힐 수는 없었다.그리고 남제 황후의 입에서 더 많은 소문들이 나올까 봐 두려웠다.후르달은 입술을 질끈 깨물고 대답했다.“예, 다 헛소문입니다! 저는 악취가 없습니다!”재상의 건강 상태는 그가 감히 거론할 바가 아니었다.약간의 소동이 있은 후, 사신들은 아무도 감히 황후의 납치 사건에 대해 꺼내지 못했다.반면 남제의 대신들은 입장이 달랐다.그들은 황후에게서 더 많은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한편, 귀비는 몰래 입술을 깨물었다.후르달이 이대로 입을 다문 것이 불만이었다.‘고작 유언비어 따위에 겁을 먹다니!’사실 봉구안이 말한 것들은 전부 사실이었다.그리고 양나라 사신들은 듣고 싶지 않겠지만 그녀는 더 많은 ‘소문’을 알고 있었다.소욱은 무심한듯 황후를 바라보았다.황후가 양나라에 대해 이리도 많이 알고 있을 줄은 그의 예상밖이었다.양나라 황제의 말못할 비밀은 대체 뭘까?그녀는 이것말고도 얼마나 많은 비밀을 알고 있을까?후르달 옆에 앉은 봉명헌은 당황함을 금치 못했다.지금의 봉구안은 그가 알던 봉장미와 사뭇 달랐다.여리고 착하기만 하던 봉장미는 전에는 한 번도 누구에게 독설을 해본 적이 없는 아이였다.사람들 중에 혼자만 진실을 알고 있는 봉 대인은 몰래 이마에 흐르는 땀을 훔쳤다.혼란스럽기는 그도 마찬가지였다.양나라의 사신들 면전에 대고 면박을 주다니!이런 일은 사내가 나서서 해결해야 마땅했다. 봉 대인은 여인인 봉구안이 자꾸만 사람들의 주의를 끄는 것이 불편했다.사내라면 강인하고 기가 센 여자에게 매력을 느낄 리 없었다.‘이러니 혼인한지 한참이 지나서야 겨우 합방을 했지.’그는 부인을 시켜 잘 타이르게 해야겠다고 속으로 다짐했다.‘맹씨 부부가 너무 무례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0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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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 안 침상 위에 누워 있는 이는 운산파 장문 구학이 아니라, 그의 자리를 대신한 엄 장로였다.장막을 바라보는 눈빛은 냉기마저 서려 있었고, 그의 머릿속엔 세상을 먼저 떠난 아버지의 모습만이 맴돌았다.이불을 움켜쥔 손끝에 힘이 잔뜩 들어갔고, 눈엔 증오가 고였다.부친을 죽인 원수와는 같은 하늘 아래 살 수 없었다.하지만 복수만 좇다간, 남겨진 것을 모두 잃게 될 터였다.운산파를 지키는 것 또한, 그가 감당해야 할 책임이었다.모든 비극의 시작은 사람을 약인으로 만들어 팔아넘긴 자들. 그들이 운산파를 더럽혔다.그 뿌리를 반드시 끊어내리라.그는 자신의 손으로 끝장을 낼 것이라 다짐하였다.……밤은 깊어졌다.운산파에 머무는 외부 문파 제자들 사이에는 알 수 없는 긴장감이 흘렀다.혹시라도 운산파 측이 음식을 통해 무언가 꾸민 건 아닐까.그 불신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전진파는 하나의 방에 모여 있었고, 그 옆 방엔 벽력당 제자들이 자리했다.정원아의 죽음으로 침통해 있던 그들은 이 와중에 코 고는 소리까지 들려오자, 마음이 더 뒤숭숭해졌다.“부장문님… 비무대회, 계속 나가야 하나요?”누군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그 말은, 결국 포기를 암시하는 질문이었다.차선아는 가부좌를 틀고 조용히 내공을 다스리고 있었다.그녀는 눈을 감은 채 천천히 입을 열었다.“내일… 하산한다.”방민이 벌떡 일어섰다.“부장문님! 두 경기만 더 이기면 결승이에요! 지금 포기하면, 그간 쌓아온 모든 걸 남 좋은 일만 시키는 겁니다!”차선아는 조용하면서도 슬픔이 배인 목소리로 대답했다.“지금 강호는… 편안하지 않아. 원아는 이미 죽었다.”“더는, 아무도 잃고 싶지 않구나.”운산파에 벌어진 일은 소환을 움직였고, 그것은 곧 조정이 직접 나섰다는 뜻이었다.강호와 조정은 본래 선을 넘지 않는 것이 암묵적인 룰이었으나… 이번엔 그 선이 무너졌다.운산파가 저지른 일이, 그만큼 무거운 것이었다.이 상황에서 운산파에 머무른다는 건, 전진파도 위험에 휘말릴 수 있다는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082화

    봉구안의 느닷없는 한마디에 모두가 멍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봤다.소욱은 무언가 떠오른 듯 고개를 들었고, 동방세가 먼저 입을 열었다.“닭이… 무슨 문제라도 있단 말이오?”화로 옆에서 막 비둘기를 집어 들려던 강림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다.그리고 급히 손에 들린 걸 들어 보이며 정정했다.“아니, 말했잖소! 이건 닭이 아니라 비둘기라 하지 않았소?”“그것도 제일 비싼 ‘비천비’라오!”“설마… 진짜 무슨 문제라도 있단 말이오? 혹시… 독이라도 들어간 아니겠지?”강림은 당황한 얼굴로 비둘기를 얼른 내려놓았다.봉구안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그건 괜찮소. 자네 비둘기 말고… 내가 말한 건 죽산진의 닭이었소.”그녀는 다른 이들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약인독에 꼭 들어가는 약초 중 하나, 홍련초를 다들 기억하시오?”열무신이 가장 먼저 반응했다.“당연히 기억합니다. 그걸 조사하려고 죽산진에 사람도 남겨뒀는데…”“잠깐, 마마의 말씀은 혹시…”그는 말을 멈췄다.이미 무언가 감을 잡은 듯했다.동방세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그 말인즉, 지금까지 우린 누가 홍련초를 사 갔는지 뒤쫓고 있었지만, 사실 그 약초 자체가 아니라, 그걸 먹고 자란 닭이 진짜 목표였다는 거로군.”봉구안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정확하진 않지만, 그럴 가능성이 있소. 확인이 필요하겠지.”애초에 그녀도 이런 생각은 없었다.하지만 강림이 기르던 ‘비천비’ 이야기를 듣고 나서야, 죽산진의 닭들이 떠올랐다.비둘기가 특별한 먹이를 통해 효능을 갖게 된 것처럼, 홍련초를 먹은 닭도 무언가 변질되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이었다.소욱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당장 소탁에게 전하게. 죽산진에서 유통된 닭들이 어디로 흘러들어갔는지 전부 조사하라고.”“알겠습니다.” 봉구안이 짧게 대답했다.이 와중에 여전히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이는 단 한 명… 강림뿐이었다.그는 두리번거리며 말없이 모두를 쳐다봤다.“…도대체 무슨 소리오? 홍련초가 뭐고, 닭은 왜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081화

    소욱은 상자를 내려다보며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도대체 구안이 준비한 선물이란 게 뭘까.비단으로 감싼 상자를 열자, 안에는 옥패 하나가 곱게 들어 있었다.투명하게 빛나는 그 옥패는 희고 맑았고, 묘하게도 그의 기품과 잘 어울렸다.황제의 자리에서 진귀한 보물쯤은 셀 수 없이 봐왔지만… 이건 달랐다. 봉구안이 직접 고른 것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더없이 소중했다.그녀는 여유로운 목소리로 말했다.“시간이 좀 촉박했어요. 이 정도밖에 못 구했네요.”소욱은 아무 말 없이 옥패를 목에 걸었다.곧이어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그녀를 바라봤다.“그래도 내 탄신일을 잊지 않았구나. 고맙다.”봉구안은 담담히 답했다.“그 정도로 기억력 나쁘진 않아요.”소욱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그런 정색스러운 대답 말고, 자기가 듣고 싶은 건 따로 있는데.그냥 자신이라서, 자신의 탄신일이라서 기억했다면 얼마나 더 좋았을까.그는 그녀의 어깨를 슬쩍 끌어안았다.똑, 똑.하필 그 순간,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폐하, 강림이 돌아왔습니다!”……원래 강림은 상단을 이끌고 강호를 떠돌고 있었지만, 강주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소문을 듣자 가만있을 수 없었다.기회를 놓치지 않으려고 서둘러 달려왔고, 마침내 때를 맞춘 셈이다.“휴, 아직 안 떠났군!”강림은 선홍색 비단 도포를 입고 자줏빛 금관을 썼다. 허리에는 값비싼 옥이 매달려 있고, 발에는 자수가 놓인 검은 장화를 신었다.걸음마다 은은한 향과 함께 사치가 묻어나는 모습이었다.동방세는 그와 익숙한 사이인지, 살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이번 강주 행은 자네의 덕을 많이 봤네. 이 객잔을 쓸 수 있게 해준 것만으로도 큰 도움을 받았네.”강림은 손을 휘휘 저으며 쿡 웃었다.“뭘 그런 걸 갖고 그래. 형제 사이에 그런 말이 어딨소? 아, 폐하께서도 계시다던데?”그는 시선을 넘겨 방 안쪽을 바라보았다.봉구안 곁에 앉은 소욱을 발견하자, 급히 허리를 숙여 절을 올렸다.“강림, 황제 폐하를 뵙습니다!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080화

    “뭐라고요? 가짜라고요?”문을 지키던 제자는 크게 놀라 얼굴이 새파래졌다.관리가 가짜라면, 그럼 장문님은? 장문님이 지금 위험하다는 것이 아닌가!그들은 급히 이 사실을 부장문에게 보고했다.한편, 부장문은 각 문파 인사들에게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하고 있었다.“장문님께서는 곧 돌아오실 것입니다. 그러니 무술 대회도 예정대로 진행될 것입니다…”“부장문님!”한 제자가 급히 뛰어왔다.부장문은 사정을 듣자마자 의자에서 떨어질 뻔했다.“뭐라고? 그런 일이 있었다고?”가짜라니?그들이 가짜 관리였단 말인가!그는 즉시 정예 제자들을 소집해 추격을 지시했다.그러나, 오백과 은칠은 이미 말을 타고 먼 곳으로 도망친 후였다.……열무신의 혹독한 심문 끝에, 결국 비밀이 밝혀졌다.구학이 마침내 자백했다.자신이 직접 사부인 엄청송을 죽였다고…이 소식을 들은 엄 장로는 분노에 차 방으로 뛰어들었다.이미 심한 고문을 당해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구학이었지만, 엄 장로는 여전히 분을 삭일 수 없었다.그는 구학의 목을 움켜쥐고 외쳤다.“왜! 왜 아버지를 죽이셨습니까! 그분은 사형의 스승이자, 사형을 친아들처럼 길러주신 분이셨습니다! 어찌 양심이 이리도 다 썩어 문드러질 수 있냐 말입니다!”구학은 이미 이가 여러 개 빠져, 말할 때마다 입에서 피가 흘렀다.그러면서도 힘겹게 웃었다.“그야… 스승님이 멍청했기 때문다.”“그 분은 단순히 병에 걸렸을 뿐이었다. 치료하면 나을 수 있었지...”“하지만 그 분께서 약쟁이와 인신매매 사건을 알게 되었다. 이를 관청에 고발하려 했고…”“게다가 내게 준 장문 자리까지 빼앗으려 했어… 난… 난 스승님을 없앨 수밖에 없었다…”엄 장로의 이마에는 핏줄이 튀어나왔다.“이 악랄한 놈!”얼마 지나지 않아, 엄 장로가 방에서 나왔다.그의 두 손은 피로 물들어 있었다.마당에 있던 사람들이 일제히 그를 바라보았다.그 안에는 봉구안과 소욱도 있었다.엄 장로의 얼굴에는 웃음과 눈물이 뒤섞여 있었다.그는 마치 미친 사람처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079화

    열무신이 방으로 들어가자마자, 안에서는 곧 비명이 터져 나왔다.“폐하! 저를 살려주겠다고 약조하시지 않으셨습니까!”그러나 소욱은 문 밖에서 이 말을 듣고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구학이 결코 무고한 자가 아니라고 생각했기에, 차라리 열무신이 직접 심문하는 편이 나았다.그 늙은이가 어떻게든 입을 열 수밖에 없을 테니 말이다.같은 시각, 운산파.운산파 제자들은 산문을 지키며 장문의 귀환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다.비무대회가 중단되자, 다른 문파들 사이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벽력당에서 비꼬듯 말했다.“운산파는 어쩜 이렇게 말썽이 많은가? 저 구 장문이 정말로 엄 장문을 살해했다면, 운산파는 비무대회에 나설 자격이 없는 것 아니오?”“맞소! 스승을 배신하고 조상을 욕되게 하는 것이야말로 사악한 문파의 행태와 다를 바 없소!”운산파 제자들은 즉시 반발했다.“우리 장문께선 그런 일을 하신 적 없소! 입 조심하시오!”운산파 부장문은 높은 자리에 앉아 단호하게 외쳤다.“진실은 곧 밝혀질 것이니, 함부로 추측하지 마시오!”그러나 다른 문파들은 여전히 불만을 품고 있었다.“이 사건이 언제 해결될지도 모르는 일인데, 우리더러 언제까지 기다리란 말이오? 차 부장문, 어떻게 생각하시오?”그들은 전진파의 차선아를 바라보았다.운산파를 제외하면, 비무대회에서 가장 많은 승리를 거둔 것은 전진파였으므로, 그녀 역시 속이 탈 것이라 여겼다.그러나 차선아는 태연한 얼굴로 비무대회에는 전혀 관심 없는 듯했다.그들이 전진파를 자극하려던 계획이 실패하자, 다시 운산파를 향해 몰아세웠다.“결국 문제를 일으킨 건 운산파 아니오. 차라리 대회에서 물러나시오! 우리를 마냥 기다리게 할 이유가 없지 않소?”운산파 제자들도 지지 않고 맞받아쳤다.“기다리기 싫으면 떠나시오! 우리 운산파는 붙잡지 않소!”“너희들…!”운산파 제자들이 거만한 태도를 보이자, 다른 문파들은 더욱 분노했다.그러나 운산파 내부에서도 불안감이 퍼지고 있었다.문하 대제자가 부장문에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078화

    약쟁이 거래의 배후를 묻자, 구학은 당황한 듯 보였다.그는 소욱을 향해 고개를 저었다.“모릅니다… 소인은 정말 모릅니다.”“그자들은 항상 밀서로만 연락했습니다. 밀서에 물건을 받으러 갈 시간과 장소가 적혀 있고, 저희는 그 지시에 따라 물건을 받은 뒤 구매자에게 가져다주기만 했습니다.”“그들은 매번 신중히 움직였고, 접선 장소도 항상 달랐으며, 저희와는 단 한 번도 직접 마주한 적이 없습니다.”“폐하, 소인이 드리는 말씀은 모두 진실이며, 감히 속일 생각은 없습니다!”구학은 바닥에 이마를 박으며 절을 올렸고, 얼굴은 창백하게 질려 있었다.자신의 말을 믿게 하려는 듯, 그는 말을 이어갔다.“소인은 올해 나이가 예순셋입니다. 무릎 아래 자식 하나 없는데, 제가 더 이상 무엇을 바라겠습니까?”“설령 재물과 명예를 얻는다 한들, 제가 얼마나 더 누릴 수 있겠습니까? 제가 바라는 것은 오로지 운산파의 천 명 넘는 제자들을 굶기지 않는 것뿐입니다!”소욱은 냉담하게 반응했다.“약쟁이에 관한 얘기를 계속하거라.”구학이 천천히 고개를 들어 다시 털어놓았다.“소인은 약쟁이 거래가 그렇게 돈벌이가 좋다는 걸 보고, 생각했습니다. 약쟁이 한 명을 운송하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돈을 벌 수 있다면, 우리 운산파가 직접 약쟁이를 만들어 팔면 얼마나 큰돈을 벌겠는가 하고요.”그는 봉구안을 바라보며 말했다.“아까 짐작한 게 맞습니다. 동쪽 별채에 있던 그 '단약'들은 사실 약쟁이를 만들기 위한 것이었습니다.”“하지만 우리는 수년간 실패했고, 약쟁이를 만드는 데 참고할 생각으로 약쟁이 하나를 빼돌렸다가 그자들에게 발각돼 제자 몇 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구학은 제자들의 죽음에 대해서는 전혀 아쉬운 기색이 없었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약쟁이 제조가 성공하지 못한 것이었다.봉구안이 차갑게 물었다.“무고한 이들을 납치한 것도 약쟁이를 만들기 위해서였느냐?”구학은 싸늘한 질문에 더듬지 않고 대답했다.“맞습니다. 제정신이 아닌 사람을 골라 약쟁이를 만들기 위해 잡아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077화

    구학은 눈을 크게 뜨고 자신 앞에서 가면을 쓴 이들을 찬찬히 살폈다.이내 그는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철통같이 방비했다고 자부했건만, 결국은 이 지경이 되다니.수많은 제자를 거느리고도 자신을 구하러 오는 자가 단 한 명도 없으니 참으로 우스운 일이었다.앞으로 자신에게 어떤 결말이 다가올지 뻔히 보이는 듯했다.황제의 손에 떨어지고 만 이상, 자신에게 더 이상 희망이란 없었다.열무신이 손에 든 단도를 툭툭 튕기며 말했다.“모두 나가시오.”그의 눈빛은 사냥감을 앞둔 늑대처럼 구학을 응시했고, 바라보기만 해도 등골이 서늘해졌다.사람들이 막 방을 나서려는 찰나, 구학이 불현듯 입을 열었다.“황제 폐하 좀 만나게 해주시오!”그는 이를 꽉 깨물고 분노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폐하가 아니고서는 누구에게도 진실을 말하지 않을 것이오!”열무신이 돌아서서 봉구안을 바라보며 물었다.“어찌할까요?”봉구안의 얼굴은 싸늘하기만 했다. 이자가 스스로 자백하겠다면 굳이 시간 낭비할 필요는 없었다.잠시 후 그녀는 소욱을 방 안으로 들였다.소욱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다른 이들은 나가도, 그녀만큼은 반드시 남아야 했다.열무신은 나가기 전 봉구안에게 당부했다.“우린 밖에 있겠습니다. 무슨 일이 있으면 부르세요.”“네.” 봉구안은 그에게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문이 닫히자 구학은 소욱을 빤히 바라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정말……폐하이십니까?”소욱은 가면을 벗고 본래 모습을 드러냈다.그의 얼굴을 확인한 구학은 목구멍이 턱 막힌 듯 침을 삼켰다.“소인… 폐하를 뵙습니다!”구학은 아까의 당당함을 온데간데없이 잃고 바닥에 납작 엎드려 절을 올렸다.봉구안은 언제든 돌발 상황이 생길 것을 대비하여 은침 하나를 쥐고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운산파의 목적이 줄곧 황제를 암살하고 약쟁이 사건을 덮으려 했던 만큼, 방심할 수 없었다.소욱은 차갑게 구학을 내려다보며 물었다.“무엇을 말하려는 것이냐?”구학은 천천히 고개를 들고 애처로운 눈빛으로 말했다.“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076화

    구학은 관아 사람들이 이렇게 빨리 도착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게다가 운산파 장문인 자신이 마치 죄인처럼 끌려가게 될 줄이야.그는 부장문에게 당부했다.“내가 돌아올 때까지 문파의 모든 일을 자네가 맡아 처리하게. 부디 신중히 행동하도록 하게.”부장문은 진중히 고개를 숙였다.“염려 마십시오, 장문!”관아 사람들은 구학뿐 아니라 엄 장로와 봉구안까지 함께 끌고 갔다. 그리고 그 유골 또한 가져갔다.소욱이 운산파에 온 것은 약쟁이 사건을 조사하기 위함이었다. 이제 실마리가 보이자 그는 관아 사람들을 따라 함께 이동했다.봉구안은 떠나기 전 바닥에 누운 정원아의 시신을 깊게 바라보았다.정원아는 자신 때문에 죽었다.그녀는 차선아에게 간곡히 부탁했다.“차 부장문, 정 사저를 부디 잘 안장해 주십시오.”차선아가 고개를 끄덕였다.“걱정하지 마십시오. 반드시 그렇게 할 것입니다.”운산파 밖 공터에는 여러 대의 마차가 준비되어 있었다.구학은 의아하게 미간을 찌푸렸다.죄인을 호송하는데 언제부터 이런 호사가 있었던가?관아 사람들이 각자의 손에 쇠고랑을 채우며 말했다.“당신들은 모두 강호에서 이름난 인사들이니 특별히 비밀리에 심문을 받을 것이오. 백성들의 눈에 띄지 않게 마차에 타시오! 가는 길에 소리치거나 소란을 피우면 망신당하는 건 당신들이오!”구학은 떳떳한 척하며 제일 먼저 마차에 올랐다. 마치 이러면 자신의 결백함을 증명할 수 있는 듯이 말이다.봉구안과 소욱은 한 마차에 타고 침묵 속에서 어두운 눈빛을 주고받았다.관아 사람들은 이들을 산 아래로 호송해 관아 쪽으로 향했다.한참 길을 가던 중 구학은 갑자기 몸이 몹시 나른해지는 것을 느꼈다.이상함을 감지한 그는 자신을 호송하는 두 명의 관아 사람을 바라보았다.“너희들…”관아 사람 중 하나가 그를 보며 냉소를 지었다.“노인네, 눈치는 빠르구나.”말을 마친 관아 사람이 순식간에 구학의 목덜미를 강타했다.구학은 쇠고랑을 찬 상태라 저항이 어려웠고, 그 약간의 미향까지 더해지니 그대로 의식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075화

    엄 장로는 싸늘한 눈빛으로 높은 자리에 앉은 구학을 바라보았다.“장문, 제 허락 없이 동쪽 별채에 들어간 건 저의 잘못입니다.”“운산파의 규율대로 이 일에 대한 처벌을 달게 받겠습니다. 하지만 그 전에, 제 부친의 유골이 왜 동쪽 별채에 있는지 설명을 해주시겠습니까.”오백도 품에 안긴 유골을 들며 당당히 턱을 들었다.“옳습니다! 남의 아버지 유골을 이런 꼴로 만든 이유부터 제대로 설명하란 말입니다!”구학은 답답한 얼굴로 엄 장로를 쳐다보았다.“이들이 의도적으로 나를 모함하는 게 보이지 않소?”“내가 뭘 설명하길 바라오? 난 이 일에 대해 아는 바가 전혀 없소!”“조금 전 곳곳에서 불이 난 것도 필시 저들이 벌인 짓이오. 그 틈을 타 유골을 동쪽 별채로 옮긴 것이 분명하오! 저들에게 이용당한 것이오!”“우리는 수십 년을 함께한 사형제이지 않소? 내 사람됨을 아직 모르시오? 내가 어떻게 사부님을 해칠 수 있단 말이오!”엄 장로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저는 오늘 그저 진실을 원할 뿐입니다.”봉구안이 담담하게 말했다.“이미 모든 물증이 구 장문의 범행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구 장문께서 엄 장문의 자리를 탐내 스승을 살해했고, 혹은 스승에 대한 원한 때문에 시신을 훔쳐 별채에 숨겨두고 모욕한 것이겠죠.”“헛소리다! 감히 나를 욕먹이려고 하다니!” 구학은 봉구안의 말을 강하게 부정하며, 늙고 주름진 얼굴을 일그러뜨렸다.그는 다시 엄 장로에게 몸을 돌려 말했다.“저 여인의 말을 믿고 나를 의심한단 말이오? 사부님은 나를 친아들처럼 여겨 모든 무공을 아낌없이 전수해 주셨고, 직접 많은 이들이 보는 앞에서 장문직을 물려주셨소. 내가 어찌 그 은혜를 저버리는 죄를 범하겠소? 게다가 내가 무슨 이유로 사부님을 해친단 말이오?”주변 사람들도 동조했다.“맞소. 구 장문은 부족함이 없고, 사형 간의 정이 깊었는데 설마 그런 짓을 했겠소? 이건 분명 무슨 오해가 있는 거요.”“나 역시 그렇게 생각하오. 전 장문님께서는 생전에 구학 장문을 가장 아끼셨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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