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의 추궁에 봉구안은 입이 벌어졌다.“신첩은 누가 가빈에게 손을 썼는지 찾아내려고 했습니다.”소욱은 눈빛이 싸늘해졌다.“계속 말해보거라.”“신첩은 확실히 숨긴 것이 있습니다. 가빈의 등나무 갑옷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지만 배후의 사람을 끌어내려고 일부러 말하지 않았습니다. 전반전에서 신첩은 마구를 본 게 아니라 경기장 안팎을 살펴보았습니다. 가빈의 말이 놀랄 것을 예상였기에 신첩이 바로 구할 수 있었지만 귀비가 말에서 떨어질 줄은 생각지도 못했습니다.”빈틈없는 봉구안의 설명을 들으며 소욱은 그녀가 범인을 찾아내기 위해 가빈으로 모험했다고 믿었고 또 이래야만 봉구안의 비열한 계략에 부합된다고 생각했다.당시 그녀가 두통약을 써서 그더러 사랑을 균등하게 나눠줘야 한다고 협박할 때처럼 말이다...하지만 그 역시도 선량한 사람이 아니다. 황후가 잔인한 수단을 쓰는 것보다 거짓말로 황제를 속이는 것이 더 싫었던 그는 진실을 듣기 위해 봉구안을 심문했다.점점 얼굴이 창백해지는 봉구안을 보며 소욱은 그제야 분부했다.“태의를 불러오너라.”곧 옆 천막에 있던 태의가 와서 봉구안의 어깨를 치료해주었다.다소곳한 자세로 고개를 숙였으나 봉구안의 눈빛은 한껏 어두워졌다.아니나 다를까 의심이 많은 폭군은 쉽게 듣는 고백보다 괴롭힘을 받은 후 털어놓는 말을 더 믿었다.곧 유사양이 가져온 가빈의 등나무 갑옷을 검사하던 태의가 아뢰었다.“폐하, 이 등나무 갑옷에는 확실히 설란향이 있습니다.”소욱이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즉시 명령을 내렸다.“귀비의 등나무 갑옷도 가져오너라.”태의가 살펴본 후 아뢰었다.“폐하, 귀비의 등나무 갑옷에도 설란향이 조금 있습니다.”소욱은 눈썹을 찡그렸다.“설란향은 짐이 사람을 시켜 조사할 것이다. 황후의 두통약에 주혼산이 있는데 이건 어떻게 된건지 설명하거라!”봉구안은 미간을 찌푸린 채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주혼산... 그건 무엇입니까? 그 약은 떠돌이 의사가 준 것인데 신첩도 그 안에 무엇이 있는지 모릅니다.”소욱은
천막 안에는 서왕의 따뜻한 배려와 달리 오직 책임만 묻는 황제가 있었다.“이 자갈들을 봤느냐? 귀비는 바로 이 자갈들 때문에 상처를 입었다. 마구 시합은 황후가 주최한 건데 잔디밭에 어떻게 이런 남을 해칠 수 있는 것들이 나타났느냐?”이제야 이 사실을 알게 되었다는 모습을 보이며 봉구안은 공수하며 사죄했다.“폐하, 신첩의 불찰입니다.”소욱의 표정은 더 냉랭해졌다.“불찰이든 의도적이든 황후는 이 일과 연관이 없기를 바란다.”봉구안은 담담한 표정으로 대답했다.“마구 시합을 신첩이 주관했기 때문에 신첩은 이 시합에 아무런 차질이 없기를 누구보다 더 바랐습니다. 귀비와 가빈이 상처를 입으면 신첩에게 이로울 것이 없습니다.”확실히 그렇다. 귀비와 오랜 원한이 있으니 해칠 수 있다고 쳐도 가빈은...하지만 봉구안이 일부러 가빈을 이용해 사람들의 시선을 끈 후 실제로 귀비를 해칠 가능성도 있었다.어쨌든 가빈은 구원되었고, 가빈을 위해 몸을 사리지 않는 봉구안의 모습을 소욱은 똑똑히 보았다.소욱은 쌀쌀하게 물었다.“그러고 보니 짐은 황후가 다른 말에 뛰어오를 수 있는 줄도 몰랐다.”의심에 가득 찬 소욱의 말을 들은 봉구안은 침착하게 대답했다.“신첩은 승마에 능합니다. 말 등에서 뛸 수 있는 것은 균형적 감각과 담력이 있기 때문이지요. 또 사람을 살리겠다는 생각만 하다 보니 다른 것을 돌볼 겨를이 없었습니다.”소욱은 여전히 그녀를 주시하고 있었는데 그 매서운 눈빛에는 부드러움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마구 시합에서 사고가 난 것은 황후의 책임이다. 짐이 열흘 시간을 주겠으니 범인을 밝혀내거라.”봉구안은 침착하게 임무를 받았다.“네. 폐하.”...다른 편.아파서 참기 어려웠던 귀비는 불과 반 시진밖에 안 된 사이에 이미 세 번이나 기절했다.옆에서 시중을 들고 있던 태의는 더는 지체할 수 없어 귀비가 기절한 틈을 타 빠르게 처리했다.하지만 얼마 안 되어 귀비는 비명을 지르며 다시 깨어났고 춘하가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아 땀을 닦아주었다.“
진통제를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 귀비의 마음은 원한으로 가득 찼다.‘봉장미 나쁜 년! 일부러 나에게 문제가 있는 두통약을 줘서 나를...’상처가 아픈 데다 정서적 충격을 받은 귀비는 눈앞이 캄캄해지며 또 기절했다.“마마!”춘하의 고함을 들으며 태의들은 놀라 몸을 부르르 떨었다.당시 두통에 신통한 약을 그들이 검사하여 문제가 없다는 것을 확인한 후에야 귀비마마에게 복용하도록 했다.하지만 오늘 귀비가 상처를 입어 마비산을 사용할 때에야 그들은 귀비의 맥이 중독 증상을 나타난 것을 알았다.그제야 귀비마마가 평소에 사용하는 두통약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태의들은 귀비의 상처를 치료한 후 황제께 사죄드리려고 했다.“폐하, 소신들이 제대로 검사하지 못해서 태의원에 있을 면목이 없습니다.”소욱은 눈빛이 차가워졌다.두통약에 주혼산이 들어있는 것을 발견하지 못한 것은 확실히 태의들의 잘못이다.주혼산이 들어갔을 뿐이기 다행이지 만약 치명적인 독약이라면 되돌릴 수 없을 것이다.이때 서왕도 옆에서 설득했다.“폐하, 소신도 주혼산을 들어봤는데 이 약은 원래 천금을 주고도 구하기 어려운 연명하는데 쓰는 신약이라고 하옵니다. 또 주혼산은 매우 희귀하고 또 일반 안심약과 비슷해서 아무리 의술이 뛰어난 명의라도 찾아내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황후마마가 준 약 자체는 문제가 없었으나 귀비가 약을 너무 많이 써서 주혼산이 체내에 쌓인 채로 배출되지 못했을 뿐입니다.”착한 서왕은 태의들을 위해 한마디 했을 뿐만 아니라 황후를 위해 변명했다.눈빛이 점점 더 어두워진 소욱이 물었다.“귀비는 앞으로 이 약을 쓸 수 없느냐?”태의들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폐하. 지금은 주혼산을 천천히 배출해야 합니다.”이른바 신약이라 해서 누구나 다 쓸 수 있는 게 아니다.누가 감히 자신이 평생 다치지 않고, 마비산과 같은 진통약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보장하겠는가?이때 노태의가 한 마디 덧붙였다.“다만 귀비마마께서 워낙 심각한 두통을 앓고 계셔서 그 신약만 진정시킬
마구 시합이 끝나자 비빈들은 모두 침소로 돌아갔다.귀비의 상처가 엄중해 호위들은 대나무로 들것을 만들어 그녀를 영소전으로 조심스럽게 옮겼다.통증을 참지 못하고 계속 끙끙거리는 귀비를 보며 녕비는 멀리서 깨고소한 표정으로 비아냥거렸다.“자기를 내세우려고 하더니 오늘은 결국 소원을 성취한 셈이구나.”옆에 있던 시녀는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기뻐했다.“오늘은 너무 위험했습니다. 마마께서 마구 시합에 참여하지 않아 다행입니다.”녕비는 거만스럽게 고개를 돌렸다.“마구 시합이긴 개뿔, 총애를 다투는 무대일 뿐이야. 어머, 저분은 강빈이 아니냐?”강빈이 다가와 녕비에게 인사를 올렸다.“빈첩 녕비마마께 인사를 올립니다.”녕비는 미간을 찌푸렸다.“강빈의 안색이 어두운 걸 보니 많이 놀라셨나 봅니다. 귀비와 가까이 보내시지 않으십니까? 심하게 다친 것 같은데 보러 가지 않을 겁니까?”귀비가 낙마한 후 강빈은 문안하러 갔었다. 하지만 그 상처가 너무 심해 강빈은 생각하기만 해도 안색이 창백해지며 마음이 두근거렸다.강빈은 예의를 갖추어 공손하게 대답했다.“녕비마마, 관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빈첩은 몸이 불편하여 먼저 돌아가야 할 것 같습니다.”강빈이 간 후 녕비의 시녀가 비아냥거렸다.“마마, 강빈이 귀비와의 친분을 믿고 기고만장했었지만 이제 귀비는 얼굴을 다쳤고 몸에도 상처를 입어 곧 실세할 거 같으니 우려가 큰가 봅니다.”녕비는 오히려 표정이 냉랭해졌다.“얼굴이 다친 건 약 바르면 나을 게 아니냐. 상처가 심하다는 건 폐하의 관심을 끌 수 있다는 말이니 귀비가 총애를 잃을 날이 아직 멀었구나.”비록 귀비가 싫었지만 여러 해 동안 성은을 독점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한 능력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이렇게 대단한 여자는 결코 쉽게 쓰러지지 않을 것이다....자녕궁.태후는 염주를 돌리며 눈을 감은 채로 경을 읊었다.계 상궁은 안신향을 피웠다.“태후마마, 귀비의 상처는 생살을 꿰맸다고 했습니다.”태후는 여전히 눈을 감았다.“어
쪽지에는 “오늘 밤 일이 있으니 기다리지 말거라”라고 쓰여 있었다.몇 년 동안 궁에서 일한 수로는 한눈에 황제의 필체라는 것을 알아봤다.그런데 황제가 누구에게 이 쪽지를 남겼을까?이튿날 아침.황제가 영소전을 떠나자 수로는 이 일을 귀비께 아뢰었다.귀비는 안색이 어두워졌다.“설마 전에 폐하가 매일 밤 가신 곳이 장신궁이었느냐? 폐하를 기다리고 있는 자가 누구냐? 남자냐 여자냐? 그들… 그들 매일 밤 무엇을 하였느냐?”춘하가 급히 다가가 귀비를 타일렀다.“마마, 조급해하지 마십시오.”“볼일이 있어서 일 수도 있잖습니까?”“폐하께서 비밀리에 어떤 관원을 조사하고 있어서 매일 밤 누군가의 보고를 들을 수도…”춘하 자신도 이 말을 믿지 않았다. 귀비의 마음이 급하지 않을 수 없었다.귀비는 안색이 창백했다.“본궁… 머리가 너무 아프다. 약을 가져오너라.”귀비 마마의 두통이 발작했다.춘하는 약을 가지러 가려다 문득 어제 태의의 말이 생각났다. 그 약은 더 이상 쓸 수 없어서 이미 다 처리해 버렸다고 했다.‘지금 마마의 두통이 이렇게 심한데 어쩜 좋아?’“당장 태의를 청하거라!”귀비는 두통뿐만 아니라 온몸이 아팠다.말에서 추락한 후 귀비는 오장육부가 뒤틀리고 뼈도 부서진 것만 같았다.태의는 바로 왔다. 하지만 귀비께 진통제를 처방하지 않고 그냥 참으며 견디라고 했다.귀비는 아파서 꽃병을 던졌다.“약! 본궁에게 약을 주시오!”“본궁이 이렇게 아픈 걸 보고만 있을 건가?”“윽… 머리 아파…”귀비는 머리가 터질 것만 같았다.어제 봉합한 상처도 당기는 듯 아팠다.춘하는 어쩔 수 없이 황제를 찾아갈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아직 아침 조회중이라 춘하는 한참 기다려서야 말을 전했다.귀비가 많이 아파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소욱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참으라 하거라.”참지 않고 진통제를 복용하면 진통제가 귀비 체내의 주혼산과 상호 작용하여 독소를 생성하게 되는데 그게 더 치명적이다.춘하는 황제에게 귀비를 보러 갈 수 없냐고 부탁하
서왕은 공손하고 온화하다. 평소에 친절하여 이번에 승마장 사고를 조사할 때 어마장의 노비들은 다들 알고 있는 사실을 전부 그에게 알려줬다.“소신이 알아본 결과, 원래 승마장을 준비하는 사람이 따로 있었는데 그날 갑자기 큰 병에 걸려 다른 사람으로 바꿨답니다.”“그날 승마장 청소를 책임진 사람이 내시 왕천해였습니다.”“사고 직후 왕천해는 그 돌들이 어디서 났는지 모른다고 우겼고, 한밤중에 뭔가를 나르는 소리를 들었다고 조사에 혼선을 주려 했습니다.”“그런데 목격자에 의하면 마구 경기가 시작되기 며칠 전 왕천해는 매일 밤늦게야 돌아왔을 뿐만 아니라 마구 경기장에 사람이 접근하는 것을 금지하였습니다.”“이것만 봐도 왕천해가 의심스럽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서왕은 궁중의 일을 관리할 권한이 없기 때문에 단서를 찾자 바로 황제에게 보고했다.소욱은 바로 진한길에게 명령했다.“왕천해를 잡아서 엄하게 심문하거라!”“분부 받자옵겠습니다.”진한길이 어마장에 도착했을 때 왕천해는 이미 호위에게 잡혀있었다.호위는 영화궁의 사람들이었다.진한길은 의아했다.진한길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황제의 서재로 돌아와 어떻게 해야 할지 물었다.소욱은 이 사실을 알고 미간을 찌푸렸다.“소식이 참 빠르구나.”그러나 서왕은 이 점을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어마장 책임자의 말에 의하면 황후 마마께서 어젯밤 어마장에서 새벽까지 계셨다 합니다. 거의 밤을 새웠다고 합니다.”서왕이 찾을 수 있는 단서, 황후도 당연히 찾을 수 있다.하지만 확실한 증거를 내세우지 못하면 왕천해는 죄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영화궁.봉구안은 글쓰기 연습을 하고 있었다.지금 봉구안의 글씨는 동생 장미와 거의 비슷하다.황후가 하고자 하는 일은 무조건 해낸다는 점을 연상은 무척 탄복했다.연상은 탁자 위의 모래시계를 보았다.“마마, 한 시진이나 심문했는데 왕천해는 여전히 완강하게 부정하고 있습니다. 왕천해를 어떻게 해야 할까요?”봉구안의 눈빛이 차가워졌다.왕천해가 이 일을 했다는
호위 두 명이 밖에서 왕천해가 있는 방을 지키고 있었다.밤이 되자 한 궁녀가 음식을 가져왔다.호위는 술이 한 병 더 있는 것을 보고 매우 의아해했다.궁녀가 설명했다. “황후 마마께서 간수하느라 고생이 많다면서 호위님들께 상을 내렸셨습니다.”호위들은 술을 받았다. “황후 마마께 감사드립니다!”술 몇 모금을 넘긴 호위들은 곧 어지러움을 느꼈다.쿵!쿵!둔탁한 소리가 두 번 나더니 호위들이 땅바닥에 꼿꼿이 쓰러졌다.그러자 방금 음식을 가져온 궁녀가 나타나 방으로 들어갔다.왕천해는 잠이 들었었는데 이 소리에 놀라 깨어났다.“누구냐?”왕천해는 누군가가 칼을 꺼내 든 것을 보았다.궁녀가 막 손을 쓰려고 할 때, 갑자기 횃불로 밖이 밝아졌다.왕천해는 이를 악물었다.“빨리 가거라! 함정이다!”말이 끝나기 바쁘게 호위 몇 명이 뛰어들어 와 두 사람을 겹겹이 에워쌌다.상황이 불리해지자 왕천해는 재빨리 궁녀의 손에 있는 칼을 빼앗아 궁녀 가슴에 찔렀다.궁녀는 눈이 휘둥그레진 체 얼마 못 가 숨을 거두었다.왕천해는 소리쳤다.“자객이다! 내가 자객을 죽였다!”봉구안은 이때 밖에 서 있었다.봉구안의 눈에는 살벌한 냉기가 감돌고 있었다.“끌어 내거라!”왕천해는 죽어도 죄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광기를 풍겼다.“마마, 무슨 원인으로 소인을 가두려 하는 겁니까?”“황후 마마라고 해서 형을 남용할 수 있는 겁니까?”“내보내 주시오!”봉구안은 칼에 찔린 궁녀를 쳐다보았다.그 궁녀는 아직 완전히 죽지는 않았다. 아직 조금의 호흡이 있었다.“이 궁녀의 신원과 어느 궁의 궁녀인지 정확히 조사하거라.”“예, 마마!”왕천해는 궁녀의 ‘시체’가 끌려가는 것을 보고 갑자기 소리쳤다.“더 이상 심문할 필요 없습니다.”“소인입니다! 다 소인이 한 짓입니다!”‘귀비 마마께서 나 때문에 마음이 놓이지 않나 보군…’‘내가 하루 더 살면 마마는 하루 더 불안해 있겠군…’왕천해가 갑자기 죄를 인정할지는 아무도 생각지 못했다.봉구안은 침착하게 명령을 내렸다.
황제의 목소리는 나지막했다. 공기 중에 응결된 것처럼 어둡고 짜증이 깃들어 있었다.“귀비가 뒤에서 조종하고 있다고 말하고 싶은 거냐?”봉구안은 황제께 잡혀 비틀거렸던 몸을 바로잡았다.‘귀비를 정말 많이 아끼는구나. 귀비에게 오점 하나 생기는 것도 용납하지 않는구나’“신첩의 추측일 뿐입니다. 믿고 말고 조사하든 말든 폐하의 결정에 달려있습니다.”소욱의 얇은 입술은 조롱 섞인 웃음을 지었다.‘이 여인 항상 겉으로는 공손하지. 진정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정말 짐이 그 말의 의미를 모른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귀비의 병문안, 가보았는가?”“귀비는 황후의 약 때문에 이 심한 고통을 참고 견딜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황후는 아직도 이 모든 것이 귀비의 소행이라고 생각하느냐?”“귀비가 그렇게 멍청해 보이느냐? 남을 해치려다 자신을 해친 멍청이로 보이느냐?”“짐은 황후가 범인 같구나.”봉구안은 동공이 수축했다.하지만 바로 변명하지 않았다.소욱의 눈빛은 봉구안에게 고정시켰다.“조검 사건 후 짐이 경고했거늘… 모든 것을 거기서 마무리하라고… 무고한 귀비 더 이상 해치지 말라고…”“귀비가 낙마한 이유는 결론적이로 황후가 이번 마구 경기를 치렀기 때문이오.”“황후, 짐이 묻겠다. 황후 정말 아무런 계산이 없었는가?”봉구안은 담담하게 황제를 바라보았다.“없습니다.”봉구안은 눈빛 하나 흔들리지 않고 단호하게 대답했다.남자의 얼굴은 윤곽은 뚜렷했고 시선은 그녀를 주시하고 있었다.갑자기 밖에서 누가 아뢰었다.“폐하, 귀비 마마께서 아파서 기절하셨습니다.”…영소전.황제는 침대 옆에 앉아 있었고 귀비는 황제의 소매를 가볍게 움켜쥐고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폐하… 신첩 너무 아픕니다…”귀비는 왕천해가 죽은 사실을 전해 들었다.그러나 황제는 계속 영화궁에 남아 있었다.봉장미가 또 이간질할까 봐 두려워 황제를 모셔오라고 했다.소욱은 담담한 눈빛으로 귀비를 바라보며 물었다.“왕천해라는 사람을 아느냐?”귀비는 순진한 얼굴로 의아해
서왕은 완부옥이 봉구안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 지금 이 사람이 자신의 저택에 눌러앉아 떠날 생각이 없는 상황에서, 서왕은 일부러 그녀를 자극하듯 말했다.“너희 집 낭군이 어떤 사람인지 나는 잘 모르겠구나.”“하지만 내가 아는 건, 황제와 황후가 서로 사랑하여, 분명 이 밤이 짧게만 느껴질 거라는 거지.”그러나 완부옥은 그의 예상과 달리 화를 내지 않고 오히려 담담히 웃으며 말했다.“낭군님이 좋아하시면 됐습니다.”서왕의 눈빛이 흐릿해지더니 이내 텅 빈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는 어쩐 일인지 따라 말했다.“그래. 네 말이 맞다.”황궁, 자진궁 안.소욱은 연거푸 들려오는 ‘부군’이라는 말에 사로잡혀 밤새 한도 끝도 없이 요구했다.정말로 서왕이 말한 대로, 그는 이 밤이 너무 짧게만 느껴졌다.이튿날 아침.봉구안이 눈을 뜨니, 소욱이 그녀 옆에 누워 뜨겁게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봉구안은 몸을 돌려 등을 보이며 말했다.“폐하, 아침 조회에 나가셔야 하지 않습니까?”그러나 소욱은 그녀에게 바싹 다가가 허리를 감싸 안고 목덜미에 입맞추며 말했다.“오늘은 조회에 나가지 않겠다.”봉구안은 온몸이 쑤시고 아팠기에 그를 살짝 밀어내며 말했다.“과하게 무리하시면 안됩니다. 조만간 몸이 쇠약해져 사내 구실을 못 하실 수도 있어요.”그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물었다.“정말로 사내 구실을 못 하게 된다고?”봉구안은 대꾸했다.“절제하는 게 나쁠 건 없지요.”소욱은 어젯밤 늦게까지 자신이 얼마나 힘을 쏟았는지 떠올리며 그녀보다 자신이 더 의아해했다.어째서 그는 여전히 이렇게 기운이 남아돌까?황제가 조회에 나가지 않더라도, 황후로서 봉구안은 태후께 문안드려야 했고, 궁중 규례대로 후궁들을 만나야 했다.그리하여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갈아입고 세수를 했다.소욱은 그녀를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그녀가 하는 일을 똑같이 따라 했다.그녀가 머리를 빗으면, 그는 구리 연지를 들고 나서서 그녀의 눈썹을 그려주겠다고 말했다.“들으니
대전.대신들이 이미 배불리 먹고 마셔서야, 황제가 느지막이 대전에 나타났다.몇몇 신하가 몰래 수군댔다.막 과거 시험에서 급제한 젊은 관리가 말했다.“폐하께서 얼굴빛이 아주 좋으십니다. 역시 경사가 나면 사람도 기운이 나나 봅니다!”“그대도 장가를 가면 이렇게 얼굴빛이 좋아질 거네.”그 관리는 무언가를 깨달았는지 얼굴이 붉어졌다.설마 황제가 늦은 이유가 따로 있다는 말인가.아니야, 말도 안 돼!어떻게 그런 황당한 일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황제께서는 본래 여색이나 욕망에 집착하는 분이 아니시다!용좌에 앉은 젊은 황제는 신이 나 보였으나, 몸은 여기 있어도 마음은 여기 없었다.그가 대전에 온 건 봉구안이 자꾸 재촉했기 때문이다.몇 잔 마신 뒤 곧바로 자리를 떠서 자진궁으로 돌아가려던 찰나, 남산왕이 일어서더니 엄숙한 태도로 간언을 시작했다.“폐하, 모든 일에는 절제를 지키셔야 합니다.”“폐하께서는 일국의 군주로서 천하의 사내들에게 모범이 되어야 합니다.”“대혼례는 물론 기쁜 일이지만, 만일 도를 넘는다면…”남산왕의 말에 군신들은 하나같이 안절부절못했다.남산왕은 정말 할 말을 다 하는구나.소욱은 오늘 기분이 좋아서 이 고리타분한 노인을 상대로 따질 생각은 없었다.그는 못 들은 척하며 말을 잘랐다.“시간이 늦었소. 대신들께서 특별히 하실 말씀이 없다면 모두 물러가시오.”말귀는 알아듣는 법.대신들은 서둘러 자리를 떴다.오직 남산왕만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쉬었다.황제가 이렇게 행동하는데 아무도 간언을 안 하다니.모두 간신배들이로구나!대신들은 등골이 오싹해졌다.왜인지 누군가 뒤에서 욕을 하는 느낌이었다.자진궁.소욱은 자진궁으로 돌아가기 전에 특별히 서왕을 불러 말했다.“내일은 조정에 나가지 않을 것이다. 급한 일이 있다면 자네가 먼저 처리하거라.”서왕이 공손히 답했다.“예, 폐하.”소욱이 가려 하자, 서왕이 갑자기 불렀다.“폐하!”“무슨 일인가?” 소욱이 낮은 음성으로 물었다.서왕은 그를 바라보며 미소를
입맞춤은 더욱 격렬해졌다.소욱은 봉구안의 입술을 깊게 마주했다. 그 입맞춤은 방금 마신 진한 술향과 섞여 있었다.봉구안은 눈을 감고, 그 순간에 온전히 빠져들었다.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모를 만큼 긴 시간 후, 소욱은 천천히 그녀를 놓아주며 이마를 맞댔다.그의 입가에 흡족한 미소가 번졌다.“이 정도면 교배는 충분히 한 셈이겠지.”봉구안은 목이 바짝 타들어가면서도 그의 옷깃을 붙잡은 채 눈을 반쯤 감고 대답했다.“그렇습니다.”머릿속이 흐릿해진 채, 봉구안은 그를 바라보며 한껏 달아올랐다. 그를 껴안아 눕히고 싶었지만, 알고 있었다. 의식에 따른 규칙대로라면, 소욱은 곧 대전으로 가야 했다.그러나 소욱의 마음은 이미 뒤죽박죽이었다.그는 바깥으로 명령을 내렸다.“모두 물러가라.”궁녀들과 마마들이 눈짓을 주고받더니, 순식간에 전부 대전 밖으로 물러났다.모든 외부인이 나가자, 소욱은 직접 그녀의 머리 위에 얹어진 봉관을 벗겨주었다.그는 그것을 손에 들고서야 얼마나 무거운지 깨달았다.봉구안은 머리의 무거운 장식을 벗어던지자, 한결 숨이 편해졌다.그녀를 끌어안은 소욱은 낮게 읊조렸다.“고생이 많았겠구나.”그러나 봉구안은 그를 밀어내며 말했다.“폐하, 이제 대전으로 가셔야 하지 않겠습니까?”소욱은 그녀의 턱을 살짝 들어 올리며, 짐짓 불만스러운 어조로 말했다.“막 혼인식을 끝냈건만, 어찌 아직도 이리 딱딱하게 구는 것이냐?”그는 그녀가 원하는 대로 말하기를 원했지만, 봉구안은 끝내 입 밖으로 내지 못했다.소욱은 그녀의 입술 옆을 가볍게 맞추며 나지막이 재촉했다.“황후, 이제 나를 뭐라고 부를 것이냐?”“폐하…”“틀렸다.” 소욱은 고개를 돌려 그녀의 귓불을 살짝 깨물며 속삭였다.“다시 생각해 보거라.”그의 숨결은 점점 거칠어졌고, 손끝으로 그녀의 허리띠를 풀며 몸을 기울여 부드러운 침상 위로 그녀를 눕혔다.목덜미에 키스를 하며, 그는 희미하게 묻곤 했다.“구안아, 넌 잘 알고 있지 않느냐. 내가 듣고 싶은 호칭 말이야.”
모두 고개를 들어 바라보니, 햇빛 아래 한 무리의 흰 구름이 일곱 빛깔로 변해 있었다.“이런 이변은 처음 봅니다. 이는 길조입니다!”“황후마마는 진정 하늘이 내린 분이십니다!”“이런 현명한 황후를 얻었으니, 우리 남제는 반드시 오래 번영할 것입니다!”봉구안은 무거운 봉관을 쓰고 있어 고개를 들 수 없었다. 답답함이 가득했다.소욱은 다가와 묻는다.“구안아, 보았느냐? 저것은 상서로운 구름이다. 나도 이렇게 아름다운 구름은 처음 본다. 넌 정말 나의 운명으로 정해진…”“언제 신방에 드십니까?” 봉구안이 그의 말을 끊으며 무겁게 말했다.소욱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였다.소욱도 신방에 들고 싶긴 했지만, 그녀가 자신보다 더 급한 것처럼 보였다.소욱의 눈에는 희미한 웃음이 스친다.“곧이다.”소욱은 봉관이 얼마나 무거운지 미처 알지 못했다.황실 의례 담당이 계속 진행을 알렸다.“황제와 황후는 폐백 의식을 행하라! 천지에 예를 드리시오!”봉구안과 소욱은 돌아서서 절을 했다.“종친에게 예를 올리시오!”종친들이 자리한 곳에는 태후와 황실의 어른들이 앉아 있었으며, 서쪽 경계에서 온 남산왕도 그 자리에 있었다.태황태후도 예외적으로 옥양산에서 풀려나 이 혼인식에 참석했다. 혼인식이 끝나면 다시 옥양산으로 보내질 예정이다.그녀는 황제와 황후를 보며 늙은 눈에 눈물이 가득했다.과거 자신의 잘못을 회상하며 깊이 후회했다.“부부는 서로 맞절하시오.”두 사람은 서로 마주 보았다. 봉구안이 허리를 숙일 때, 눈앞에 있는 구슬 장식이 흔들리며 부딪쳤다.부부가 되어 서로 맞절을 하다니. 이는 소욱이 가장 좋아하는 순간이었다.이 절은 그들이 정식으로 부부가 되었음을 의미했다.아래에 있던 대신들은 축하 인사를 올렸다.봉 대인은 눈가의 젖은 자국을 닦으며, 속이 끓었다.머릿속에는 성지를 받던 때의 기억만 떠올랐다. 성지 안에는 ‘맹가의 딸 봉구안’이라고 적혀 있었다.제기랄!맹가는 염치도 없는 자들이었다!봉구안은 분명 봉가의 딸이지 않는가!이는
중정문이 활짝 열렸다.봉구안은 황후의 예복을 입고 등장했다. 화려하고 값비싼 봉관조차 그녀의 기품을 다 담아내지는 못했다.예를 올리기 위해 가리개는 면렴으로 대체되었다.주렴은 걸음에 따라 흔들렸고, 그 아래로 어렴풋이 보이는 얼굴이 신비로웠다.백관들은 그녀를 바라보며 자연스럽게 고개를 숙여 예를 표했다.그녀는 단순히 황후가 아니었다. 북방을 수년간 수호해온 소장군이기도 했다.소욱은 본능적으로 앞으로 나서려 했으나, 유사양이 급히 낮은 목소리로 경고했다.“폐하, 그러시면 안 됩니다.”봉구안은 긴 길을 따라 걸었다. 뒤따르는 호위와 혼례 지참금이 어마어마한 장관을 이루었다.황제와 황후의 대혼례에는 세 가지 큰 의식이 있었다.봉작 의식, 황제와 황후의 제천 의식, 그리고 마지막으로 합방례였다.봉구안은 구룡 계단 앞에 멈춰 서서 봉작을 기다렸다.책봉 의식을 주관하는 관리가 계단 앞에 서서 성지를 펼쳐 읽었다.“성스러운 군주는 황후를 세워야 하며, 이를 통해 조상을 받들고 만방의 규범을 세운다. 맹가의 여식은 하늘의 뜻을 받아 전공이 탁월하며, 경건하게 가정을 다스린다. 마땅히 영화를 세워 종묘를 받들도록 한다. 이에 특별히 남제 황후의 새와 띠를 하사하며, 중궁 황후로 책봉하여 영화궁에 거처하게 하고 천하의 어머니로 삼는다!”황후의 책보가 모두 갖추어지자, 봉구안은 몸을 숙여 예를 올리고 성지를 받들었다.“군주의 봉작을 받은 이상, 중궁의 책임을 다하며 규범을 준수할 것을 맹세합니다. 신첩, 황제 폐하의 은혜에 감사드리며 하늘이 남제를 보우하고 대대로 융성하게 하기를 기원합니다. 황제 폐하 만세!”이후 그녀는 계단 위로 올랐다.소욱은 계단 맨 위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그녀가 걸음을 옮길수록 길게 끌리는 옷자락이 계단을 덮었고, 마치 그 치마 자락 아래 온 세상이 있는 것 같았다.열 발짝을 남기고, 소욱은 결국 참지 못하고 그녀에게 다가가 손을 잡았다.“구안아…”그의 목소리는 약간 갈라져 있었고, 시선은 단 한 순간도 그녀를
꽃가마는 곧바로 황궁 역관으로 옮겨졌다. 봉가는 문 앞이 쓸쓸하기만 했다.봉 대인은 이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화를 모두 임씨에게 쏟아냈다.“분명히 틀림없다고 하지 않았느냐! 내가 직접 나가 맞이하겠다고 했더니 네가 막아서지 않았느냐? 나더러 어찌 몸을 낮추냐며 떠들더니... 네 말에 속은 내가 바보였구나!”임씨도 당황스럽긴 마찬가지였다. 봉구안이 그렇게 매몰차게 굴 줄은 몰랐다. 봉가의 문턱조차 넘지 않겠다고 단언하며, 맹가에서 출발해 시집가겠다는 결심을 굳힌 것이다.임씨는 손수건을 꽉 쥐며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대인, 이건 제 탓이 아니에요.”“구안이가 대인을 안중에도 두지 않는 겁니다.”“그 애의 마음은 이미 맹가로 기운 듯 합니다. 딸 된 입장에서 어찌 아버지의 체면을 이렇게 짓밟을 수 있단 말인가요?”“아직도 할 말이 남은 것이냐!” 봉 대인은 눈을 부릅떴다.곧이어 그는 시녀에게 명령을 내렸다.“가마를 준비해라. 내가 직접 역관으로 가야겠다!”봉 대인이 떠난 뒤, 임씨는 의자에 주저앉아 울며 불평을 쏟아내기 시작하였다.봉명헌은 아버지가 왜 굳이 봉구안을 봉가에서 출가시키려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모든 사람이 다 알다시피, 봉구안은 봉씨 성을 가진 봉가의 딸이었다.“어머니, 얼굴이 아파요.” 봉명헌의 얼굴 한쪽이 부어 있었다.임씨는 화가 나는데다 그의 둔한 모습을 보자 더욱 불같이 화를 냈다.손가락 하나를 뻗어 그의 얼굴을 가리키며 울부짖었다.“이 천벌받을 놈아! 왜 더 화를 돋구려는 것이냐!”“남들은 딸만 둘을 낳아도 속이 편하다는데, 하필이면 난 왜 못난 아들을 낳은 것일까?”“진작 알았더라면, 널 낳자마자 그냥 갖다 버렸어야 했다!”“아니, 차라리 네 그 잘난 사내의 것을 잘라 딸로 만들어버렸어야 했어!”임씨는 너무 화가 나서 생각 없이 말을 쏟아냈다.봉명헌은 다리를 오므리며 울상을 지었다.“어머니, 그런 말씀은 하지 마세요! 저의 것을 자르시느니, 차라리 다른 딸을 하나 더 낳으시는 게 낫지 않나요?”
봉구안의 몸속에 있는 습한 기운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출가를 하게 되었지만, 맹 부인도 곁을 떠나지 않고 동행했다.그녀는 받은 선물을 곧바로 맹 부인에게 보여주었다.“이것은 적염련이 아니니!” 맹 부인은 크게 놀라며 기뻐했다.“구안아, 적염련은 희귀한 명약이란다. 그 자주빛 서광화보다도 귀한 약이지. 동산국의 열염산에서 자라는데, 50년에 한 번 꽃을 피운단다. 네 몸속의 습한 기운을 이 적염련으로 약을 지으면 틀림없이 완전히 치유될 것이다.”봉구안은 그 약을 누가 보냈는지 궁금했다.오백이 답했다. “그 호위병에게 물어보았는데, 상대의 모습은 보지 못했고 다만 소장군님의 옛 친구라고만 했답니다.”봉구안의 눈빛은 차가웠고, 그녀는 깊은 생각에 잠겼다.정말로 옛 친구라면, 왜 정체를 숨기는 걸까?맹 부인이 설득했다.“적어도 이 적염련에는 문제가 없는 것 같으니, 그 사람이 널 해치려는 마음은 없을 거야.”하지만 봉구안은 고개를 저었다.“사모님, 이 물건은 출처가 불분명합니다. 혼례식을 치르기 전인만큼, 신중해야 합니다.”적염련은 그녀에게 있어 없어도 그만인 것이었다.맹 부인도 수긍하며 적염련을 다시 내려놓았다.“네 말이 맞다. 몰래 보낸 것이니 경계하는 것이 옳다.”오백이 물었다.“그럼 이 물건은 어떻게 처리할까요?”봉구안은 단호하게 말했다.“객잔에 두고, 은이에게 지켜보라 하거라. 만약 누군가 찾으러 오면 붙잡아 신문하라 이르거라.”“알겠습니다!” 오백은 아쉬워하면서도 명을 받들었다.“그런데 아무도 찾으러 오지 않으면요?”봉구안은 미련도 없다는 듯 말했다.“그건 나와 상관없는 일이다.”어차피 원래 그녀의 것이 아니었으니까 말이다.다음 날.묵성의 한 찻집.한 시녀가 아랫방으로 들어와 보고했다.“주인님, 적염련을 사용하지 않고 그대로 두었다 합니다.”남자는 찻잔을 손가락으로 감싸며 냉정한 눈빛을 드러냈다.“예전보다 더 신중해졌군.”…완부옥은 몇 번이고 봉구안에게 접근할 기회를 노렸지만, 매번 서왕에게
맹가의 딸이 시집을 간다는 소문이 돌았다. 그것도 한 나라의 황후가 되니, 누가 봐도 부러운 일이었다.반면 황성의 봉가는 마치 사람이 막 죽은 것처럼 침울하고 우울했다.봉 대인은 얼마 전에서야 알게 되었다.맹가의 봉장미가 시집가는 일조차 아버지인 자신에게 알리지 않았다는 것을 말이다.이제는 봉구안마저 맹가에서 출가한다니, 하나같이 자신을 아버지로 생각하지 않는 것이 분명했다!오늘 아침 조회가 끝난 뒤, 봉 대인은 대신들에게 조롱을 당했다.“봉 대인, 정말로 통 크십니다. 딸을 맹가에 보내더니, 이제 맹건 장군이 황제의 장인이 되었네요. 이 얼마나 든든합니까!”“봉 대인, 진작 알았더라면 저한테 딸을 주시지. 그랬으면 참 좋았을 텐데요!”“그나저나, 봉 대인, 맹 장군에게 고마워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맹 장군은 그래도 따님의 성을 바꾸지 않았다 들었습니다!”이런 말을 듣고 나니 봉 대인은 속이 답답하고 울화가 치밀었다.맹건 그 늙은 놈에게 딸을 보낸 것 자체가 잘못이었다!봉 대인은 화가 난 채로 집으로 돌아와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서재에 틀어박혔다.임씨가 탕약을 들고 들어와, 억지로 간드러진 목소리로 말했다.“대인, 대체 왜 그러세요? 점심도 거르시다니, 그러다 몸 상하십니다.”그녀는 일부러 분홍색 옷으로 갈아입고 두꺼운 분을 바른 채, 평소보다 젊어 보이는 모습으로 들어섰다.그러나 봉 대인은 그녀를 보자마자 콧김을 내뿜으며 눈을 부릅떴다.“나이 들어서 젊은 척은 무슨!”“썩 꺼지지 못해?”임씨는 얼굴이 창백해졌다.“대인…”봉 대인은 벌떡 일어나 화를 냈다.“안 꺼지겠다면, 내가 나가마!”“대인!”임씨는 급히 그를 불렀지만, 봉 대인은 이미 집을 나선 후였다.임씨는 속으로 원망이 가득했다.설마 밖에 다른 여인이 있는 건가? 그렇지 않고서야 왜 이렇게 자신을 미워한단 말인가!임씨는 반드시 알아내고 말겠다고 다짐했다.대체 어떤 여우 같은 여인이 자신의 남자를 뺏어가려는지 말이다!그녀는 이리저리 알아본 끝에 봉 대인
소욱은 대혼례를 서두르기 위해 민간에서 자수를 잘하는 여인들을 십여 명 데려와 교대로 작업하게 했다. 그 결과, 혼례복은 예정보다 일찍 완성되었다. 그런데 어사관에서는 날짜를 점쳐본 결과 길일이 10월이라는 답이 나왔고, 소욱은 어사관 책임자를 파면시키겠다고 협박했다. 결국, 어사관 책임자는 입장을 바꿔 이렇게 아뢰었다. “폐하께서 황후와 대혼례를 치르는 그날이 곧 길일입니다!” 이 말을 들은 신하들은 어안이 벙벙했다. 이 어사관을 차라리 없애는 게 낫겠다는 의견이 여기저기서 흘러나왔다. 결국, 대혼례 날짜는 5월 초열흘로 확정되었다. 소욱은 신부를 맞이하는 중책을 서왕에게 맡기며, 한 부대의 군사를 파견했다. 차갑게 명령을 내렸다. “이번 일에 절대 실수가 있어서는 안 된다.” 서왕은 공손히 머리를 숙이며 대답했다. “신, 명을 받들겠다!” 혼례 준비는 급박하게 진행되었고, 궁궐 내에서는 열기와 긴장감이 가득했다. 대전에서 대례를 주관하는 것은 녕비였고, 장공주는 마치 자신의 혼례인 양 간섭하며 여기저기 지시를 내렸다. 이 때문에 녕비는 속으로 한숨만 내쉬었다. 한편, 서왕은 부대를 이끌고 신부를 맞이하러 나섰다. 그런데 도중에 누군가가 뒤따라오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는 그 인물을 붙잡아냈다. “완부옥, 대체 무슨 꿍꿍이냐?” 그는 얼마 전 폐하께 청혼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한 이후, 그녀를 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조용히 지내는 줄 알았건만, 그녀가 또 나타난 것이다. 완부옥은 매혹적인 눈동자를 하고 있었지만, 그 안에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다. 그녀는 한 손으로 서왕의 옷깃을 잡고 매달렸다. 그 소매 끝에서 뱀의 머리가 슬쩍 드러났다. 아름다우면서도 치명적인 존재였다. “우연히 같은 길을 가는 것뿐인데 왜 그리 긴장하는 것입니까?” 서왕은 그녀의 손을 냉정하게 떼어내며 차가운 어조로 말했다. “폐하와 황후의 대혼례에는 어떤 방해도 허용할 수 없다. 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