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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화

Author: 일설연우
황제의 추궁에 봉구안은 입이 벌어졌다.

“신첩은 누가 가빈에게 손을 썼는지 찾아내려고 했습니다.”

소욱은 눈빛이 싸늘해졌다.

“계속 말해보거라.”

“신첩은 확실히 숨긴 것이 있습니다. 가빈의 등나무 갑옷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지만 배후의 사람을 끌어내려고 일부러 말하지 않았습니다. 전반전에서 신첩은 마구를 본 게 아니라 경기장 안팎을 살펴보았습니다. 가빈의 말이 놀랄 것을 예상였기에 신첩이 바로 구할 수 있었지만 귀비가 말에서 떨어질 줄은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빈틈없는 봉구안의 설명을 들으며 소욱은 그녀가 범인을 찾아내기 위해 가빈으로 모험했다고 믿었고 또 이래야만 봉구안의 비열한 계략에 부합된다고 생각했다.

당시 그녀가 두통약을 써서 그더러 사랑을 균등하게 나눠줘야 한다고 협박할 때처럼 말이다...

하지만 그 역시도 선량한 사람이 아니다. 황후가 잔인한 수단을 쓰는 것보다 거짓말로 황제를 속이는 것이 더 싫었던 그는 진실을 듣기 위해 봉구안을 심문했다.

점점 얼굴이 창백해지는 봉구안을 보며 소욱은 그제야 분부했다.

“태의를 불러오너라.”

곧 옆 천막에 있던 태의가 와서 봉구안의 어깨를 치료해주었다.

다소곳한 자세로 고개를 숙였으나 봉구안의 눈빛은 한껏 어두워졌다.

아니나 다를까 의심이 많은 폭군은 쉽게 듣는 고백보다 괴롭힘을 받은 후 털어놓는 말을 더 믿었다.

곧 유사양이 가져온 가빈의 등나무 갑옷을 검사하던 태의가 아뢰었다.

“폐하, 이 등나무 갑옷에는 확실히 설란향이 있습니다.”

소욱이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즉시 명령을 내렸다.

“귀비의 등나무 갑옷도 가져오너라.”

태의가 살펴본 후 아뢰었다.

“폐하, 귀비의 등나무 갑옷에도 설란향이 조금 있습니다.”

소욱은 눈썹을 찡그렸다.

“설란향은 짐이 사람을 시켜 조사할 것이다. 황후의 두통약에 주혼산이 있는데 이건 어떻게 된건지 설명하거라!”

봉구안은 미간을 찌푸린 채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주혼산... 그건 무엇입니까? 그 약은 떠돌이 의사가 준 것인데 신첩도 그 안에 무엇이 있는지 모릅니다.”

소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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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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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성
재미있어 열심히보는데 뒤로갈수록 오타가 늘구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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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정
2024. 12. 25.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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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진파의 부장문 차선아는 문을 등진 채 흰 옷을 입고 방석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 그녀의 등은 가냘팠지만 결코 연약해 보이지 않았다.차선아는 천천히 눈을 뜨며 맑고 서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방문패를 가져오너라.”제자는 그녀 앞으로 돌아가 두 손으로 방문패를 받들어 올렸다.방문패를 보는 순간, 차선아의 눈빛이 흔들렸다.소환? 소환이 직접 전진파에 왔단 말인가?아니면… 소환이 누군가에게 이 방문패를 주고, 그 사람이 전진파의 도움을 청하는 걸까?차선아는 침착한 음성으로 말했다. “그 손님을 들여보내거라.”“예, 부장문.”제자가 막 나가려는데 차선아가 다시 입을 열었다. “잠깐.”차선아는 자리에서 일어나 하얀 옷자락을 가볍게 흔들며 말했다. “옷을 갈아입고 올 터이니, 반 시진쯤 지난 후에 손님을 맞이하거라.”제자는 조금 의아했다. 부장문의 옷이 더럽지도 않은데 왜 지금 갈아입으려는 걸까?전진파는 모두 여성 제자들이었고, 일반 제자들은 열 명씩 단체로 거처를 썼지만, 장문과 부장문은 각각 독립된 방이 있었다.차선아는 자기 방으로 돌아가 보다 깔끔한 옷으로 갈아입었다. 방을 나서려다 문득 구리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을 보았다.‘왜 이렇게 얼굴이 이렇게 초췌하지? 어젯밤 잠을 제대로 못 잤나? 안 돼.’‘혹시 소환이 온 거라면, 이런 모습으로 마주할 순 없어.’차선아는 방 안에 별다른 화장품이 없었기에 눈 밑의 푸른 기운을 감출 길이 없었다. 그러다 문득 스스로 어이가 없다는 듯 생각했다.‘내가 정말 정신이 나갔지.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소환이 온다 해도 내가 왜 이렇게 신경 써야 하는 거지?’‘그저 오랜 친구가 찾아온 것뿐인데. 너무 깊이 생각한 모양이야.’그 시각, 전진파 문 밖에서는 봉구안이 몇 번이나 소욱을 힐끗거렸다.그녀는 소욱을 바라볼 때마다 자꾸 입가에 웃음이 떠올랐다.소욱은 얼굴이 시퍼렇게 굳어 그녀 쪽을 쳐다보려고도 하지 않았다.어젯밤 봉구안의 안전을 걱정한 나머지 자기도 함께 전진파에 가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061화

    강림의 이 별장은 본래 강호의 벗들을 맞이하려고 사들인 곳이라 객실이 충분했다.봉구안 일행은 각자 방을 골라 휴식을 취했다.소욱은 봉구안과 방을 함께 쓰게 되었는데, 방에 들어서자 문을 닫고 곧바로 물었다.“전진파에는 무슨 일로 가려는 것이냐?”봉구안이 반쯤 농담조로 답했다.“‘옛 정인’을 만나 회포라도 풀까 합니다.”소욱은 그녀의 말이 진심이 아님을 알고 가볍게 웃었다. 그는 팔을 뻗어 봉구안을 품에 끌어안고 얼굴을 맞댄 채 살며시 비볐다. 그 모습엔 황제의 위엄이라곤 조금도 없고, 오히려 평범한 낭군 같았다.“나는 소심한 사람이 아니다. 다만 네가 이번 일로 위험에 처하지 않을지 걱정될 뿐이지.”“방금 동방세 앞에서는 말을 아끼던데, 지금 우리 둘뿐이니 내게는 솔직히 말해줄 수 있지 않겠느냐?”봉구안은 그의 품에서 살짝 물러나 고개를 들어 그의 얼굴에 그려진 가짜 흉터를 어루만졌다. 그 손길엔 어딘가 애틋한 정이 묻어 있었다. 그녀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전진파와 운산파는 서로 거리가 멀지 않습니다. 첫째는 두 문파가 결탁했는지 확인할 겸 정황을 살피고, 둘째는 차선아와 이번 일을 어떻게 대처할지 의논하려 합니다. 셋째로, 이번 무림대회가 운산파에서 열리니 우리가 전진파 제자로서 참가하면 자연스럽게 운산파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이 부분에서 차선아의 도움이 필요합니다.”소욱은 여전히 찬성하지 않는 듯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만약 두 문파가 이미 결탁했다면, 네가 가는 순간 표적이 될 것이다. 전진파가 과연 너를 쉽게 보내주겠느냐?”봉구안은 고개를 저었다.“전진파 제자가 백여 명이 넘으니 모두를 신뢰할 수는 없습니다만, 적어도 차선아의 인품이라면 그런 파렴치한 짓을 하지는 않을 겁니다.”이 말을 들으니 소욱은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기분이 들었다.예전에 강림의 무죄를 입증할 때도 그녀는 같은 말을 했었다. 강림과 차선아라면, 그녀는 그 강호의 친구들을 참으로 신뢰하고 있었다.소욱은 그녀를 막을 수 없음을 깨닫고 결심을 굳혔다.“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060화

    봉구안은 몸을 돌려 자신의 친아버지를 바라보았다.“어머니께 아버지의 뜻을 전해드리겠습니다.”“하지만, 큰 기대는 하지 마세요. 당초에 아버지께서 저지른 잘못들…”“안다! 알아!” 봉 대인의 눈에 생기가 돌았다.그는 꽤나 흥분한 기세로 고개를 끄덕였다.“내가 예전에 잘못한 게 얼마나 많은지 알아. 내 탓이지!”“다만 네 어미가 날 용서해 주신다면, 앞으로 잘하마. 정말 잘하마…”봉구안은 미간을 찌푸렸다.“자기 아내에게 잘하겠다는 게, 대단한 약속이라도 되나요?”여자는 지아비를 내조하며 살림을 돌보는데, 남자는 단지 ‘잘해 줄게’ 한마디로 여자에게 감동을 주려 하다니.이런 공허한 말을 어찌 어머니께 그대로 전할 수 있단 말인가.“차라리 정말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어머니 없이는 살 수 없다고 하세요…”봉 대인은 이 말을 듣자마자 자존심이 불타오르는 듯했다.그는 얼굴이 시뻘겋게 변하며 반박했다.“지금 와서 무슨 그리 유치한 말을 하란 말이냐?”“그저 네 어미에게 내가 반성하고 있다는 것만 알리면 충분할 거야.”“게다가 내가 네 어미 없이 살 수 없다는 건 너의 생각일 뿐이지 않느냐. 오늘만 해도 중매를 서겠다는 사람이 줄을 섰단 말이다!”“네 어미처럼 사방으로 떠도는 사람은 오히려 이혼한 걸 후회하고 있을지도 몰라. 난 단지 네 어미에게 체면을 세워주는 것 뿐이란 말이다!”“이제와 이혼이 흔한 세상이지만, 다시 시집갈 수 있는 여자는 대개 젊고 아름다우며 교양 있는 여자들이지. 네 어미처럼 나이 사십, 오십에다 별다른 혼수도 없는 사람은 어디서 그런 기회를 찾겠느냐…”봉구안은 도저히 더 들을 수 없었다.보아하니, 그는 자신이 무슨 잘못을 했는지 전혀 깨닫지 못하는 것 같았다.그가 하는 말마다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이었다.마치 그의 화해 제안이 어머니를 향한 동정이자 은사라도 되는 듯했다.봉구안은 봉 대인의 말을 끊으며 단호하게 충고했다.“지금 하신 모든 말씀을 어머니께 그대로 전할 겁니다. 방금 말씀하신 것까지도요. 그러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059화

    죽산진에서 일반 백성들조차 황제의 초상화를 얻어 가졌던 걸 보면, 황제의 미행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진 듯했다.강주에서 신분이 들킬 것을 우려한 봉구안은 소욱의 얼굴에 무시무시한 가짜 흉터를 만들었고, 처음 보면 알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그녀 자신도 반쪽 얼굴을 가리는 가면을 써 알아볼 수 없게 했다.그러나 성문에서 봉 대인의 눈은 날카로웠다. 아무리 그래도 자기 딸이었다. 게다가 그는 일찍이 황제의 미행 소식을 듣고 이미 만반의 준비를 하고 성문을 지나는 외지인을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었다. 봉구안과 소욱이 나타나자 그는 금세 낯익음을 느꼈다. 하지만 즉시 달려가 인사를 올리진 않았다. 연기를 할 거라면 끝까지 완벽히 해야 했다. 그도 하루빨리 다시 황성으로 돌아가고 싶었던 것이다!봉 대인의 모습을 본 소욱이 작은 목소리로 봉구안에게 말했다.“그대의 부친이 예전과는 사뭇 다른 듯하구려.”봉구안은 담담히 눈길을 돌리며 말했다.“일단 성으로 들어가는 게 좋겠습니다.”두 사람이 떠난 뒤 봉 대인은 바로 수하를 불러 그들의 뒤를 쫓게 했다. 그리고 다시 인자한 미소로 백성들에게 죽을 나눠주었다.“어르신 천천히 드시지요! 모두 드립니다. 다들 나눠드릴 테니 걱정 마세요!”백성들은 봉 대인에게 감사해하며 칭송했다.“봉 대인께선 정말 자애로우신 훌륭한 분입니다! 황후마마의 아버님이자 폐하의 장인이시니 역시 다르십니다!”소식을 재빠르게 들은 몇몇은 다가와 조심스레 말을 걸었다.“봉 대인, 혼인을 다시 하신다 들었습니다만 제가 아는 중매쟁이가 있는데 새 부인을 소개해 드릴까요?”“저희 집 여동생도 참 괜찮습니다. 얼굴도 예쁘고 아직 혼인도 안 했고 스무 살입니다. 대인처럼 연배가 있는 분을 좋아하는데...”“잠깐만요! 저도 있잖아요. 봉 대인, 저 같은 사람도 괜찮지 않으신가요?”봉 대인은 정신이 없었고, 참견하는 사람들을 야단치고 싶었으나 가까스로 미소를 유지했다. 지금은 분노를 드러낼 때가 아니었다. 황성으로 돌아가려면 참아야 했다. 하지만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058화

    봉구안 일행이 나간 후, 열무신의 심문 방식은 실로 상상을 초월했다. 보통 사람은 도저히 직시할 수 없을 정도였다. 산전수전 다 겪었다는 동방세조차도 눈을 휘둥그레 뜨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방금 전 먹은 산해진미가 다시 역류할 것만 같았다.그는 옆에 있던 진한길을 흘긋 돌아보았다. 진한길은 흔들림 없는 무표정으로 서 있었다. ‘역시 폐하 곁에서 오랫동안 호위를 맡아온 사람이라 다르군’ 하고 속으로 칭찬하는 순간이었다.갑자기 진한길이 고개를 휙 돌리더니 벽 구석으로 몸을 숙였다.“우웩…”동방세는 생각했다. '역시 어전 호위도 별수 없구나.'곧이어 그도 황급히 다른 구석으로 발걸음을 옮기고는 고개를 숙여 거칠게 토해내기 시작했다.봉구안은 옆방에 있었지만, 자객의 비명 사이로 들리는 심한 구토 소리에 미간을 찌푸렸다.'누가 저렇게 토하는 거지?'반 시진이 지나자 옆방의 소리가 점차 잦아들었다.똑똑.진한길이 다가와 방문을 두드렸다.“폐하, 자백을 얻어냈습니다.”문을 열고 들어온 그의 얼굴은 마치 백지처럼 창백했고, 입술마저 핏기 하나 없이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오백은 옆에서 호기심이 일었지만, 그 방에 들어가 볼 수는 없었다. 열무신이 나오면서 바로 문을 닫아버렸기 때문이다. 그가 던진 말 한마디는 이러했다.“안 보는 게 좋아. 봤다간 앞으로 며칠은 밥맛을 잃을 테니까.”동방세는 열렬히 공감하며 복도 난간에 기대어 아래를 멍하니 응시했다. 평소 여유롭던 그의 얼굴에 이토록 영혼이 빠진 듯한 표정이 드러난 건 극히 드문 일이었다.그때 열무신이 봉구안에게 입을 열었다.“자객의 자백에 따르면, 그들은 운산파 소속이라 합니다.”봉구안의 눈빛이 깊어졌다.운산파.강호에서 꽤 이름이 난 문파다. 그들마저도 이번 약쟁이 사건과 연관이 있다는 말인가.여전히 넋이 나가 있던 동방세의 등 뒤로 봉구안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한가한가 보오?”동방세는 놀라서 얼른 정신을 차리고 돌아봤다.“나더러 말한 것이오?”그는 사실 봉구안의 명을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057화

    생포된 자는 독약을 삼키거나 혀를 깨물지 못하도록 턱이 빠져 있었다. 호위들은 그의 두 팔을 꽁꽁 묶은 채, 뒤에서 무릎을 걷어차 땅바닥에 꿇렸다. 그의 얼굴에는 칼자국이 한쪽 뺨을 가로질렀고, 피가 여전히 흘러내리고 있었다. 눈빛은 마치 감정이 없는 인형처럼 무표정하게 바닥만 바라보고 있었다. 봉구안은 차가운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 이런 사람들은 대부분 목숨을 내던지고 임무를 수행하는 자들로, 보통의 방법으로는 원하는 정보를 얻어낼 수 없었다. 그녀가 어떤 수를 써야 할지 고민하는 사이, 열무신이 갑자기 방의 들보에서 뛰어내렸다. 그는 막 잠에서 깨어난 듯한 얼굴로 하품을 하며 말했다. “제가 심문하겠습니다.” 봉구안은 그를 올려다보며 물었다. “사형께서요?” 열무신은 자객의 턱을 들어올리며 그와 눈을 맞춘 채, 봉구안에게 반문했다. “왜, 못 믿으시겠습니까?” “네. 못 믿겠습니다.” 봉구안은 단호하게 말했다. 열무신은 코웃음을 치며 자객의 턱을 놓고, 한쪽 눈썹을 들어 봉구안을 바라보았다. “너무 솔직하시군요. 그래도 저흰 어릴 적부터 알고 지낸 사이지 않습니까. 참 제 마음을 아프게 하십니다.” 소욱은 얼굴을 찌푸렸다. ‘이 자… 도무지 겉잡을 수가 없군.’ 그는 과거 맹건이 왜 이 사람과 봉구안을 엮으려 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봉구안은 열무신을 보며 말했다. “사형께서 맡으십시오. 다만, 누군가는 같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녀는 열무신 혼자만 자객을 심문하게 두고 싶지 않았다. 열무신은 아무런 변명도 하지 않고 순순히 응했다. “좋습니다. 굳이 장소를 옮길 필요도 없습니다. 여기 있는 사람들은 이미 약에 취해 아무것도 듣지 못하니, 이곳에서 바로 시작하시죠.” 그는 말을 마치고 나서, 갑자기 상어 이빨처럼 생긴 역날이 달린 단검을 꺼내 자객의 허벅지 바깥쪽을 강하게 찔렀다. 자객은 대단히 강인한지 소리 한 번 내지 않았고, 눈살조차 찌푸리지 않았다. 하지만 열무신이 단검을 천천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056화

    서여국 궁 안에, 근위병들이 이미 호원아의 사람들로 교체되었다.호원아는 선제의 신임을 받던 인물로 지금은 보정 대신 중 한 명이었다.그녀는 최근 궁에서 직접 경계를 서며 비어 있는 황제의 침전을 볼 때마다 마음이 불안했다.그런데 오늘, 새 황제가 드디어 무사히 도착했다.궁문 앞에서 호원아는 근위병들을 이끌고 성가를 맞이했으며, 봉 부인과와 오양련이 좌우에 서 있었다.마차가 멈추자 송려가 먼저 내려왔고 곧이어 가마발을 열고 봉장미를 부축해 마차에서 내렸다.호원아는 그녀를 직접 보자마자 놀란 표정을 지었다.쌍둥이 자매라는 이야기를 미리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봉장미와 봉구안은 너무나도 닮아 있었다.사실, 봉장미는 특히나 노력하고 있었다.언니인 봉구안을 대신하기 위해 그녀는 길 내내 언니의 행동과 말투를 따라 연습했다.그저 사람들이 앞에서 실수를 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미천한 신하가 황제 폐하를 뵙습니다!” 호원아는 즉시 절을 올렸다.봉장미는 급히 입을 열었다.“예를 갖출 필요 없다. 어서 일어나거라.”언니가 서여국의 대략적인 사정을 설명해준 덕분에, 그녀는 눈앞의 이 기품 있는 장군이 호원아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봉장미는 다시 어머니를 바라보았다.봉 부인은 눈물을 머금고 그녀를 응시했다.“어머니.”봉 부인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한편, 옆에 있던 오양련이 앞으로 나섰다.이미 나이가 들어 지팡이를 짚어야 할 만큼 쇠약해 보였지만, 그녀는 말했다.“폐하, 어서 안으로 드시지요.”말을 하며 송려를 바라보았다.“이분이 폐하께서 서신에서 언급한 송 공자이신가요?”송려는 오양련에게 가볍게 예를 올렸다.오양련의 눈빛은 자애로우면서도 날카로워, 송려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훑어보았다.“이 준수한 외모라니, 요염한 소생과는 다르군요. 황부의 자격은 충분하겠습니다.”송려는 약간 굳은 미소를 지었다.서여국에 들어온 그는 다소 불편했다.이곳의 여자들은 남자를 볼 때마다 평가하는 듯한 눈빛을 보내곤 했다.얼마 전, 그가 마차에서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055화

    봉구안이 열무신을 바라보는 표정은 몹시 냉랭했다.“각자 알아서 하자더니, 무슨 일로 다시 오셨습니까, 사형.”열무신은 방으로 다시 들어오며 유쾌하게 웃었다.“방금 그건 농담이었습니다, 마마. 마마께서는 도량이 넓으시니 저 같은 소인을 탓하지 않으시겠지요.”봉구안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방법이 있으면 말씀해 보십시오.”열무신은 진지한 얼굴로 그녀를 가리켰다가 다시 자신을 가리키며 말했다.“우리 두 사람은 어릴 적부터 알고 지낸 사이가 아니었습니까? 마마께서 제게 마음을 주시고 폐하를 떠난다. 이에 실망한 폐하께서 황궁으로 돌아가신다... 이런 구도라면 어떻겠습니까?”소욱의 얼굴이 어두워졌다.“어릴 적 친구?”열무신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렇습니다, 폐하. 황후께서 어릴 적 친구인 저를 택하시기 위해 폐하를 떠난다는 설정이지요. 그래서 폐하께서 슬픔에 잠겨 황궁으로 돌아가신다… 이런 흐름으로 이어가는 건 어떻겠습니까?”“한 폭의 연극이라 생각하시면 됩니다.”소욱은 속으로 이를 갈았다.'죽고 싶어 안달이 났구나.'봉구안은 잠시 눈을 감고 생각한 후, 단호히 말했다.“그 방법은 효과가 없을 것 같군요.”봉구안은 심각한 표정으로 덧붙였다.“차라리 동방세를 선택하겠습니다.”동방세는 의아해하며 물었다.“네?”'왜 하필이면 '차라리'를 붙여서...'봉구안은 일어나더니 결단의 목소리로 말했다.“저들은 바보가 아니니 쉽게 속지 않을 것입니다.”무엇보다도 그녀는 소욱이 오해하지 않기를 바랐다.소욱은 이미 소심한 사람이었다.설령 연극이라는 것을 알고 있더라도 그녀가 다른 사람과 다정한 모습을 보이는 것을 용납하지 못했다.또한 그녀는 자신의 신분을 드러낼 수 없었다.자신이 모습을 드러내면 서여국에서 봉장미가 자신을 대신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따라서 열무신의 계획은 적합하지 않았다.소욱은 마음을 놓고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사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봉구안이 그의 제안을 받아들일까 걱정했었다.열무신은 아쉬운 듯 어깨를 으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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