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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화

Author: 일설연우
번번이 득점하던 귀비는 말을 타고 봉구안의 곁을 지나가다가 멈추었다.

“황후마마, 마마 편에는 아무도 싸울 수 없습니까?”

봉구안은 안색이 변했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귀비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조금 목소리를 낮추어 도발했다.

“저는 황후마마께서 가빈이 총애를 다투게 하고 폐하의 총애를 나누려 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봉장미, 참 무능한 황후마마시네요. 가빈을 키우느라 애썼는데 결국 제 발에 밟혀 일어나지도 못하지 않습니까? 황후마마께서도 곧 제 발 앞에 엎드려 제발 살려달라고 할 것입니다. 마마 어머니께서 그랬던 것처럼...”

봉구안의 눈빛이 서늘하게 변했다.

귀비는 그녀의 작은 표정 변화를 발견하고는 오히려 득의만면했다.

“왜 그러십니까? 설마 모르시는 겁니까?”

“황후마마가 납치된 후 봉부인께서 저를 만나보려 하셨습니다. 제가 시키는 대로 다 하겠다고 무릎을 꿇고 저에게 신발을 신겨주는 것조차도 할 수 있다고 하셨는데 황후마마보다 훨씬 멋지지 않습니까?”

봉구안은 손가락 마디가 하얗게 질리도록 고삐를 꽉 움켜쥐었다.

귀비는 먼 곳을 바라보며 냉소했다.

“마마의 어리석음이 어머니를 닮았습니다. 마마의 어머니는 저에게 절을 몇 번 하고 저의 놀림을 당하면 황후 마마의 평안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지요. 제가 총애를 받는데 굳이 다른 사람의 딸을 질투해 사람을 해칠 필요가 있겠습니까? 저를 의심하다니요. 허, 저에게 놀림을 당해도 쌉니다!”

귀비는 여전히 그녀가 산적을 시켜 사람을 납치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고, 봉씨 집안의 사람들이 증거가 없는 것을 확신하고 매우 환하게 웃었다.

봉구안의 눈에는 웃음기가 감돌더니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

“후반전이 재미있을 것이다.”

...

관중석.

태후는 답답한 마음에 몇 번이나 자녕궁으로 돌아가려고 했다.

‘가빈이 왜 저러는 거지? 이렇게 쉽게 귀비에게 제압당했다고?’

후반전이 시작되자 서왕은 조금도 거리낌 없이 입을 열었다.

“귀비마마꼐서는 파죽지세입니다. 경기장 전체에서 마마를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 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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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정
2024. 12. 25.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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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폭군의 장군 황후   제74화

    관중석에서 많은 비빈이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그들은 귀비와 가빈의 공 다툼이 치열하다고 생각하여 모두 목을 길게 빼고 결과가 어떨지 보려고 하였다.그러나 두 사람의 말이 모두 발광한 줄은 아무도 몰랐다.순간 몇 마디 처절한 비명이 들려오더니 누군가가 그대로 말에서 떨어졌다.귀비는 말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 후 낙마할 때까지 몇 숨도 쉬지 못할 정도로 말을 제어할 시간이 전혀 없었다.넘어지는 순간 그녀는 놀라서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아래는 모두 날카로운 돌들이니 그녀의 얼굴은...그녀는 애써 자신의 얼굴을 감싸려고 했지만 땅에 떨어져 몇 번 뒹구는 바람에 여전히 피하지 못하고 얼굴에 큰 상처가 났다.순간 왼팔에서 찰칵 소리가 나더니 뼈가 부러진 것 같았다.“악.”귀비는 아파서 소리쳤다.‘내 얼굴, 내 팔! 왜! 왜 이렇게 된 거야! 가빈이 넘어져야 하는데 왜 나까지... 아파! 누가 나를 해치려 하는 거야? 내 몸에는 분명히 설란향이 조금 있을 뿐인데 왜 내 말도 함께 발광하는 거지?’관중석.소욱이 벌떡 일어서자 태후도 뒤늦게 깨닫고 뒤따라 일어섰다.“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계 상궁은 태후를 부축하며 대답했다.“귀비마마인 것 같습니다. 귀비 마마께서 말에서 떨어졌습니다.”태후는 이 말을 듣고 속으로 기뻐했지만 체면상 조금도 나타내지 못했다.태후가 황제를 향해 돌아서서 막 무슨 말을 하려 할 때 황제도 이미 서둘러 관중석에서 내려온 것을 보았다.서왕도 그 뒤를 따르고 있었다.다른 비빈들은 갑작스러운 사고에 긴장하고 두려워하면서도 폐하가 그렇게 중시하는 것을 부러워했다.갑자기 누군가가 소리쳤다.“어머, 가빈 마마도 이상합니다!”그제야 가빈이 심하게 흔들리는 말을 힘겹게 조종하는 것을 보았다. 귀비가 떨어졌을 때 가빈은 곁눈질로 그 모습을 보았는데 더욱 무서워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살려주세요.”그녀는 고삐를 힘껏 잡은 채 떨어지지 않도록 노력했지만 이건 계란으로 바위 치기였다.말이 갑자기 흥분해서 그녀는

  • 폭군의 장군 황후   제75화

    ‘헉!’귀비는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마비산도 없이 꿰맨다고? 이 돌팔이 의사가 나를 고통스럽게 죽일 작정인가! 그리고 주혼산은 뭐야! 두질약이라니... 설마 봉장미 짓인가! 그래, 분명 봉장미가 나를 해치려는 것이야!’태의는 무릎을 꿇고 황제께 여쭈었다.“폐하, 봉합하지 않으면 귀비 마마께서 피를 너무 많이 흘리셔서 위험합니다.”소욱은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시선을 귀비에게로 향했다.“꿰매!”“아니 됩니다! 폐하...”귀비는 눈물을 주르륵 흘렸는데 눈물에 피가 섞여 있었다.그녀는 본능적으로 거부했다.그 주치의인 노태의가 다른 태의들에게 분부하였다.“마마를 누르거라. 절대로 움직이지 못하게 해야 한다.”태의가 바늘을 들고 다가오는 것을 보며 귀비는 비명을 질렀다.“오지 마! 악...”이내 천막 안은 처참한 비명으로 가득 찼는데 밖에 있는 사람들은 그 소리를 듣고 모골이 송연해졌다.이 소리는 아주 멀리까지 퍼졌다.태후는 봉구안의 천막에서 그녀가 얼마나 다쳤는지 살피고 있었는데 귀비의 비명을 듣고 마음이 후련해지며 능연 저 천한 년에게도 오늘이 있을 줄은 몰랐다고 생각했다.“황후, 푹 쉬거라. 난 가빈을 보러 가야겠다.”“네. 마마.”봉구안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일어나 인사를 올렸다.태후를 떠나보낸 연상은 크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마마, 아슬아슬했습니다. 가빈을 구하러 가셨을 때 소녀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봉구안의 목에 난 그 흉터는 바로 가빈이 혼란 속에서 할퀸 것이다.다행히 피부만 살짝 까졌을 뿐 큰 문제는 없었다.“마마, 마구는...”연상은 한껏 소리를 낮추고 말했다.“약에 담갔던 건데 따로 처리 안 해도 되겠습니까?”봉구안은 고개를 저었다.“그럴 필요 없다.”감히 약에 담갔다는 건 들키는 게 두렵지 않다는 뜻이다.봉구안의 모든 계획은 연상에게 세부 사항을 밝힌 적이 없다.그렇다. 연상은 말이 미리 손을 본 마구 냄새를 맡으면 방금 귀비의 말처럼 광분하게 된다는 것만 알고 있었다.그녀는 자기도 모

  • 폭군의 장군 황후   제76화

    태의들이 귀비의 상처를 꿰매고 있는 동안 소욱은 바로 옆 천막에서 봉구안을 불렀다.안에는 유사양 한 사람만 시중을 들고 있어 분위기가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귀비가 중상을 입어 마구 경기가 중단되었으니 주최자인 황후는 아마 책임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봉구안은 궁례를 올리고 담담한 표정으로 침착하게 말했다.“신첩, 폐하께 인사 올립니다.”소욱은 온몸에 한기를 머금은 듯했는데 화창한 봄날인데도 한겨울의 추위가 느껴졌다.그 옆에 서 있는 유사양은 숨을 죽이고 눈도 감히 치켜뜨지 못했다.옆 장막에서는 이따금 귀비의 고통스러운 비명이 들려왔고 제왕은 침울한 얼굴로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있었다.“무릎을 꿇거라!”그의 목소리는 화로 가득 차 있었는데 어두운 눈빛을 짓고 있었다.봉구안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치마를 들어 올리고 침착하게 무릎을 꿇었다.주인이 무릎을 꿇었으니 연상도 황급히 따라 무릎을 꿇은 채 머리를 조아리고 몸을 가늘게 떨었다.죽일 듯한 황제의 눈빛은 무섭기 그지없었다. 소욱의 눈빛은 절대 녹지 않을 빙산처럼 차갑고, 그 위에 천둥이 먹구름이 가득한 것 같았다.“귀비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너의 책임을 묻겠다고 짐이 말했었다.”봉구안은 고개를 들고 소욱을 똑바로 바라보았다.“신첩은 확실히 그 책임을 면하기 어려우니 폐하의 벌을 달갑게 받겠습니다. 하지만 오늘의 일은 그냥 단순한 낙마가 아닙니다. 만약 진상이 밝혀지지 않는다면...”턱!소욱은 손을 들어 책상을 ‘탁’ 내리치더니 두 눈에 노기를 띠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그냥 단순한 낙마가 아니라는 걸 어떻게 아는 것이냐?”봉구안은 침착하게 대답했다.“경기 전에 가빈이 신첩을 찾아왔었는데 그때 가빈의 등나무 갑옷에서 특별한 향기가 났습니다. 신첩은 어디서 냄새를 맡았는지 순간적으로 기억이 나지 않아 그저 평범한 연지인 줄로만 알았습니다.”“마구 경기가 시작된 후 신첩은 계속 도대체 무슨 냄새인지 계속 생각했는데 상대방이 계속 득점하자 엉뚱한 생각을 멈추고 경기에 임할 수밖에

  • 폭군의 장군 황후   제77화

    황제의 추궁에 봉구안은 입이 벌어졌다.“신첩은 누가 가빈에게 손을 썼는지 찾아내려고 했습니다.”소욱은 눈빛이 싸늘해졌다.“계속 말해보거라.”“신첩은 확실히 숨긴 것이 있습니다. 가빈의 등나무 갑옷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지만 배후의 사람을 끌어내려고 일부러 말하지 않았습니다. 전반전에서 신첩은 마구를 본 게 아니라 경기장 안팎을 살펴보았습니다. 가빈의 말이 놀랄 것을 예상였기에 신첩이 바로 구할 수 있었지만 귀비가 말에서 떨어질 줄은 생각지도 못했습니다.”빈틈없는 봉구안의 설명을 들으며 소욱은 그녀가 범인을 찾아내기 위해 가빈으로 모험했다고 믿었고 또 이래야만 봉구안의 비열한 계략에 부합된다고 생각했다.당시 그녀가 두통약을 써서 그더러 사랑을 균등하게 나눠줘야 한다고 협박할 때처럼 말이다...하지만 그 역시도 선량한 사람이 아니다. 황후가 잔인한 수단을 쓰는 것보다 거짓말로 황제를 속이는 것이 더 싫었던 그는 진실을 듣기 위해 봉구안을 심문했다.점점 얼굴이 창백해지는 봉구안을 보며 소욱은 그제야 분부했다.“태의를 불러오너라.”곧 옆 천막에 있던 태의가 와서 봉구안의 어깨를 치료해주었다.다소곳한 자세로 고개를 숙였으나 봉구안의 눈빛은 한껏 어두워졌다.아니나 다를까 의심이 많은 폭군은 쉽게 듣는 고백보다 괴롭힘을 받은 후 털어놓는 말을 더 믿었다.곧 유사양이 가져온 가빈의 등나무 갑옷을 검사하던 태의가 아뢰었다.“폐하, 이 등나무 갑옷에는 확실히 설란향이 있습니다.”소욱이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즉시 명령을 내렸다.“귀비의 등나무 갑옷도 가져오너라.”태의가 살펴본 후 아뢰었다.“폐하, 귀비의 등나무 갑옷에도 설란향이 조금 있습니다.”소욱은 눈썹을 찡그렸다.“설란향은 짐이 사람을 시켜 조사할 것이다. 황후의 두통약에 주혼산이 있는데 이건 어떻게 된건지 설명하거라!”봉구안은 미간을 찌푸린 채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주혼산... 그건 무엇입니까? 그 약은 떠돌이 의사가 준 것인데 신첩도 그 안에 무엇이 있는지 모릅니다.”소욱은

  • 폭군의 장군 황후   제78화

    천막 안에는 서왕의 따뜻한 배려와 달리 오직 책임만 묻는 황제가 있었다.“이 자갈들을 봤느냐? 귀비는 바로 이 자갈들 때문에 상처를 입었다. 마구 시합은 황후가 주최한 건데 잔디밭에 어떻게 이런 남을 해칠 수 있는 것들이 나타났느냐?”이제야 이 사실을 알게 되었다는 모습을 보이며 봉구안은 공수하며 사죄했다.“폐하, 신첩의 불찰입니다.”소욱의 표정은 더 냉랭해졌다.“불찰이든 의도적이든 황후는 이 일과 연관이 없기를 바란다.”봉구안은 담담한 표정으로 대답했다.“마구 시합을 신첩이 주관했기 때문에 신첩은 이 시합에 아무런 차질이 없기를 누구보다 더 바랐습니다. 귀비와 가빈이 상처를 입으면 신첩에게 이로울 것이 없습니다.”확실히 그렇다. 귀비와 오랜 원한이 있으니 해칠 수 있다고 쳐도 가빈은...하지만 봉구안이 일부러 가빈을 이용해 사람들의 시선을 끈 후 실제로 귀비를 해칠 가능성도 있었다.어쨌든 가빈은 구원되었고, 가빈을 위해 몸을 사리지 않는 봉구안의 모습을 소욱은 똑똑히 보았다.소욱은 쌀쌀하게 물었다.“그러고 보니 짐은 황후가 다른 말에 뛰어오를 수 있는 줄도 몰랐다.”의심에 가득 찬 소욱의 말을 들은 봉구안은 침착하게 대답했다.“신첩은 승마에 능합니다. 말 등에서 뛸 수 있는 것은 균형적 감각과 담력이 있기 때문이지요. 또 사람을 살리겠다는 생각만 하다 보니 다른 것을 돌볼 겨를이 없었습니다.”소욱은 여전히 그녀를 주시하고 있었는데 그 매서운 눈빛에는 부드러움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마구 시합에서 사고가 난 것은 황후의 책임이다. 짐이 열흘 시간을 주겠으니 범인을 밝혀내거라.”봉구안은 침착하게 임무를 받았다.“네. 폐하.”...다른 편.아파서 참기 어려웠던 귀비는 불과 반 시진밖에 안 된 사이에 이미 세 번이나 기절했다.옆에서 시중을 들고 있던 태의는 더는 지체할 수 없어 귀비가 기절한 틈을 타 빠르게 처리했다.하지만 얼마 안 되어 귀비는 비명을 지르며 다시 깨어났고 춘하가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아 땀을 닦아주었다.“

  • 폭군의 장군 황후   제79화

    진통제를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 귀비의 마음은 원한으로 가득 찼다.‘봉장미 나쁜 년! 일부러 나에게 문제가 있는 두통약을 줘서 나를...’상처가 아픈 데다 정서적 충격을 받은 귀비는 눈앞이 캄캄해지며 또 기절했다.“마마!”춘하의 고함을 들으며 태의들은 놀라 몸을 부르르 떨었다.당시 두통에 신통한 약을 그들이 검사하여 문제가 없다는 것을 확인한 후에야 귀비마마에게 복용하도록 했다.하지만 오늘 귀비가 상처를 입어 마비산을 사용할 때에야 그들은 귀비의 맥이 중독 증상을 나타난 것을 알았다.그제야 귀비마마가 평소에 사용하는 두통약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태의들은 귀비의 상처를 치료한 후 황제께 사죄드리려고 했다.“폐하, 소신들이 제대로 검사하지 못해서 태의원에 있을 면목이 없습니다.”소욱은 눈빛이 차가워졌다.두통약에 주혼산이 들어있는 것을 발견하지 못한 것은 확실히 태의들의 잘못이다.주혼산이 들어갔을 뿐이기 다행이지 만약 치명적인 독약이라면 되돌릴 수 없을 것이다.이때 서왕도 옆에서 설득했다.“폐하, 소신도 주혼산을 들어봤는데 이 약은 원래 천금을 주고도 구하기 어려운 연명하는데 쓰는 신약이라고 하옵니다. 또 주혼산은 매우 희귀하고 또 일반 안심약과 비슷해서 아무리 의술이 뛰어난 명의라도 찾아내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황후마마가 준 약 자체는 문제가 없었으나 귀비가 약을 너무 많이 써서 주혼산이 체내에 쌓인 채로 배출되지 못했을 뿐입니다.”착한 서왕은 태의들을 위해 한마디 했을 뿐만 아니라 황후를 위해 변명했다.눈빛이 점점 더 어두워진 소욱이 물었다.“귀비는 앞으로 이 약을 쓸 수 없느냐?”태의들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폐하. 지금은 주혼산을 천천히 배출해야 합니다.”이른바 신약이라 해서 누구나 다 쓸 수 있는 게 아니다.누가 감히 자신이 평생 다치지 않고, 마비산과 같은 진통약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보장하겠는가?이때 노태의가 한 마디 덧붙였다.“다만 귀비마마께서 워낙 심각한 두통을 앓고 계셔서 그 신약만 진정시킬

  • 폭군의 장군 황후   제80화

    마구 시합이 끝나자 비빈들은 모두 침소로 돌아갔다.귀비의 상처가 엄중해 호위들은 대나무로 들것을 만들어 그녀를 영소전으로 조심스럽게 옮겼다.통증을 참지 못하고 계속 끙끙거리는 귀비를 보며 녕비는 멀리서 깨고소한 표정으로 비아냥거렸다.“자기를 내세우려고 하더니 오늘은 결국 소원을 성취한 셈이구나.”옆에 있던 시녀는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기뻐했다.“오늘은 너무 위험했습니다. 마마께서 마구 시합에 참여하지 않아 다행입니다.”녕비는 거만스럽게 고개를 돌렸다.“마구 시합이긴 개뿔, 총애를 다투는 무대일 뿐이야. 어머, 저분은 강빈이 아니냐?”강빈이 다가와 녕비에게 인사를 올렸다.“빈첩 녕비마마께 인사를 올립니다.”녕비는 미간을 찌푸렸다.“강빈의 안색이 어두운 걸 보니 많이 놀라셨나 봅니다. 귀비와 가까이 보내시지 않으십니까? 심하게 다친 것 같은데 보러 가지 않을 겁니까?”귀비가 낙마한 후 강빈은 문안하러 갔었다. 하지만 그 상처가 너무 심해 강빈은 생각하기만 해도 안색이 창백해지며 마음이 두근거렸다.강빈은 예의를 갖추어 공손하게 대답했다.“녕비마마, 관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빈첩은 몸이 불편하여 먼저 돌아가야 할 것 같습니다.”강빈이 간 후 녕비의 시녀가 비아냥거렸다.“마마, 강빈이 귀비와의 친분을 믿고 기고만장했었지만 이제 귀비는 얼굴을 다쳤고 몸에도 상처를 입어 곧 실세할 거 같으니 우려가 큰가 봅니다.”녕비는 오히려 표정이 냉랭해졌다.“얼굴이 다친 건 약 바르면 나을 게 아니냐. 상처가 심하다는 건 폐하의 관심을 끌 수 있다는 말이니 귀비가 총애를 잃을 날이 아직 멀었구나.”비록 귀비가 싫었지만 여러 해 동안 성은을 독점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한 능력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이렇게 대단한 여자는 결코 쉽게 쓰러지지 않을 것이다....자녕궁.태후는 염주를 돌리며 눈을 감은 채로 경을 읊었다.계 상궁은 안신향을 피웠다.“태후마마, 귀비의 상처는 생살을 꿰맸다고 했습니다.”태후는 여전히 눈을 감았다.“어

  • 폭군의 장군 황후   제81화

    쪽지에는 “오늘 밤 일이 있으니 기다리지 말거라”라고 쓰여 있었다.몇 년 동안 궁에서 일한 수로는 한눈에 황제의 필체라는 것을 알아봤다.그런데 황제가 누구에게 이 쪽지를 남겼을까?이튿날 아침.황제가 영소전을 떠나자 수로는 이 일을 귀비께 아뢰었다.귀비는 안색이 어두워졌다.“설마 전에 폐하가 매일 밤 가신 곳이 장신궁이었느냐? 폐하를 기다리고 있는 자가 누구냐? 남자냐 여자냐? 그들… 그들 매일 밤 무엇을 하였느냐?”춘하가 급히 다가가 귀비를 타일렀다.“마마, 조급해하지 마십시오.”“볼일이 있어서 일 수도 있잖습니까?”“폐하께서 비밀리에 어떤 관원을 조사하고 있어서 매일 밤 누군가의 보고를 들을 수도…”춘하 자신도 이 말을 믿지 않았다. 귀비의 마음이 급하지 않을 수 없었다.귀비는 안색이 창백했다.“본궁… 머리가 너무 아프다. 약을 가져오너라.”귀비 마마의 두통이 발작했다.춘하는 약을 가지러 가려다 문득 어제 태의의 말이 생각났다. 그 약은 더 이상 쓸 수 없어서 이미 다 처리해 버렸다고 했다.‘지금 마마의 두통이 이렇게 심한데 어쩜 좋아?’“당장 태의를 청하거라!”귀비는 두통뿐만 아니라 온몸이 아팠다.말에서 추락한 후 귀비는 오장육부가 뒤틀리고 뼈도 부서진 것만 같았다.태의는 바로 왔다. 하지만 귀비께 진통제를 처방하지 않고 그냥 참으며 견디라고 했다.귀비는 아파서 꽃병을 던졌다.“약! 본궁에게 약을 주시오!”“본궁이 이렇게 아픈 걸 보고만 있을 건가?”“윽… 머리 아파…”귀비는 머리가 터질 것만 같았다.어제 봉합한 상처도 당기는 듯 아팠다.춘하는 어쩔 수 없이 황제를 찾아갈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아직 아침 조회중이라 춘하는 한참 기다려서야 말을 전했다.귀비가 많이 아파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소욱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참으라 하거라.”참지 않고 진통제를 복용하면 진통제가 귀비 체내의 주혼산과 상호 작용하여 독소를 생성하게 되는데 그게 더 치명적이다.춘하는 황제에게 귀비를 보러 갈 수 없냐고 부탁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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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063화

    방으로 들어서고 나서야 소욱은 비로소 입을 열 수 있었다. 그는 목소리를 변조하지 못해 지금껏 말을 못 하고 속만 끓이고 있었다.“그 부장문이라는 사람, 여전히 네게 마음을 품고 있는 것 같구나.” 소욱은 차를 한 모금 마시며 말했다.봉구안은 남녀의 연정 따위를 깊이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그녀가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이틀 뒤 열릴 무림대회였다.이번 대회에서 우승하면 운산파가 강호에서 가진 세력을 크게 약화시킬 수 있으니, 이 편이 훨씬 안전한 방법일 터였다.“무슨 생각을 그리 골똘히 하는 것이냐?” 소욱이 그녀가 멍하니 있는 모습을 보고 손을 흔들어 보였다.봉구안이 진지한 목소리로 답했다. “운산파의 실제 실력이 어떨지, 이번 비무대회에서 승산이 얼마나 될지 계산 중입니다.”소욱이 팔을 뻗어 그녀의 허리를 가볍게 감싸고는 귀 가까이 대고 낮게 속삭였다. “내 생각엔 우리가 반드시 이길 것 같구나. 그런데 한 가지 묻고 싶은 게 있다.”“정말 이틀 내내 여기 전진파에 있어야 하는 것이냐?”봉구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틀뿐이니 금세 지나갈 겁니다. 괜히 왔다 갔다 하다가 눈에 띄면 곤란하니까요.”소욱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한 나라의 황제인데 여장을 하고 이렇게 숨어있다니 조상들께 면목이 없구나. 나중에 제대로 보상해 줘야 한다. 알겠느냐?”봉구안은 그의 얼굴을 밀어내며 진지하게 말했다. “밖에 있을 땐 행동을 조심하십시오.”한편, 정원아는 새로 온 제자들을 안내하고 나오다가 선배인 방민과 마주쳤다. 방민은 작년 비무대회에서 패한 이후 더욱 부지런히 무공을 닦고 있었다.방민이 정원아를 불러 세우며 물었다. “부장문께서 새 제자를 들였다던데, 그 사람들 자질은 좀 어떤 것 같으냐?”정원아가 웃으며 말했다. “선배님도 참 급하십니다. 오늘 막 들어온 사람들의 자질을 제가 벌써 어떻게 알겠어요?”방민의 얼굴에 근심이 묻어났다. “급하지 않을 수가 없지. 이틀 뒤면 비무대회인데, 부장문께서 굳이 이때 새 제자를 받은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062화

    전진파의 부장문 차선아는 문을 등진 채 흰 옷을 입고 방석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 그녀의 등은 가냘팠지만 결코 연약해 보이지 않았다.차선아는 천천히 눈을 뜨며 맑고 서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방문패를 가져오너라.”제자는 그녀 앞으로 돌아가 두 손으로 방문패를 받들어 올렸다.방문패를 보는 순간, 차선아의 눈빛이 흔들렸다.소환? 소환이 직접 전진파에 왔단 말인가?아니면… 소환이 누군가에게 이 방문패를 주고, 그 사람이 전진파의 도움을 청하는 걸까?차선아는 침착한 음성으로 말했다. “그 손님을 들여보내거라.”“예, 부장문.”제자가 막 나가려는데 차선아가 다시 입을 열었다. “잠깐.”차선아는 자리에서 일어나 하얀 옷자락을 가볍게 흔들며 말했다. “옷을 갈아입고 올 터이니, 반 시진쯤 지난 후에 손님을 맞이하거라.”제자는 조금 의아했다. 부장문의 옷이 더럽지도 않은데 왜 지금 갈아입으려는 걸까?전진파는 모두 여성 제자들이었고, 일반 제자들은 열 명씩 단체로 거처를 썼지만, 장문과 부장문은 각각 독립된 방이 있었다.차선아는 자기 방으로 돌아가 보다 깔끔한 옷으로 갈아입었다. 방을 나서려다 문득 구리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을 보았다.‘왜 이렇게 얼굴이 이렇게 초췌하지? 어젯밤 잠을 제대로 못 잤나? 안 돼.’‘혹시 소환이 온 거라면, 이런 모습으로 마주할 순 없어.’차선아는 방 안에 별다른 화장품이 없었기에 눈 밑의 푸른 기운을 감출 길이 없었다. 그러다 문득 스스로 어이가 없다는 듯 생각했다.‘내가 정말 정신이 나갔지.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소환이 온다 해도 내가 왜 이렇게 신경 써야 하는 거지?’‘그저 오랜 친구가 찾아온 것뿐인데. 너무 깊이 생각한 모양이야.’그 시각, 전진파 문 밖에서는 봉구안이 몇 번이나 소욱을 힐끗거렸다.그녀는 소욱을 바라볼 때마다 자꾸 입가에 웃음이 떠올랐다.소욱은 얼굴이 시퍼렇게 굳어 그녀 쪽을 쳐다보려고도 하지 않았다.어젯밤 봉구안의 안전을 걱정한 나머지 자기도 함께 전진파에 가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061화

    강림의 이 별장은 본래 강호의 벗들을 맞이하려고 사들인 곳이라 객실이 충분했다.봉구안 일행은 각자 방을 골라 휴식을 취했다.소욱은 봉구안과 방을 함께 쓰게 되었는데, 방에 들어서자 문을 닫고 곧바로 물었다.“전진파에는 무슨 일로 가려는 것이냐?”봉구안이 반쯤 농담조로 답했다.“‘옛 정인’을 만나 회포라도 풀까 합니다.”소욱은 그녀의 말이 진심이 아님을 알고 가볍게 웃었다. 그는 팔을 뻗어 봉구안을 품에 끌어안고 얼굴을 맞댄 채 살며시 비볐다. 그 모습엔 황제의 위엄이라곤 조금도 없고, 오히려 평범한 낭군 같았다.“나는 소심한 사람이 아니다. 다만 네가 이번 일로 위험에 처하지 않을지 걱정될 뿐이지.”“방금 동방세 앞에서는 말을 아끼던데, 지금 우리 둘뿐이니 내게는 솔직히 말해줄 수 있지 않겠느냐?”봉구안은 그의 품에서 살짝 물러나 고개를 들어 그의 얼굴에 그려진 가짜 흉터를 어루만졌다. 그 손길엔 어딘가 애틋한 정이 묻어 있었다. 그녀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전진파와 운산파는 서로 거리가 멀지 않습니다. 첫째는 두 문파가 결탁했는지 확인할 겸 정황을 살피고, 둘째는 차선아와 이번 일을 어떻게 대처할지 의논하려 합니다. 셋째로, 이번 무림대회가 운산파에서 열리니 우리가 전진파 제자로서 참가하면 자연스럽게 운산파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이 부분에서 차선아의 도움이 필요합니다.”소욱은 여전히 찬성하지 않는 듯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만약 두 문파가 이미 결탁했다면, 네가 가는 순간 표적이 될 것이다. 전진파가 과연 너를 쉽게 보내주겠느냐?”봉구안은 고개를 저었다.“전진파 제자가 백여 명이 넘으니 모두를 신뢰할 수는 없습니다만, 적어도 차선아의 인품이라면 그런 파렴치한 짓을 하지는 않을 겁니다.”이 말을 들으니 소욱은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기분이 들었다.예전에 강림의 무죄를 입증할 때도 그녀는 같은 말을 했었다. 강림과 차선아라면, 그녀는 그 강호의 친구들을 참으로 신뢰하고 있었다.소욱은 그녀를 막을 수 없음을 깨닫고 결심을 굳혔다.“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060화

    봉구안은 몸을 돌려 자신의 친아버지를 바라보았다.“어머니께 아버지의 뜻을 전해드리겠습니다.”“하지만, 큰 기대는 하지 마세요. 당초에 아버지께서 저지른 잘못들…”“안다! 알아!” 봉 대인의 눈에 생기가 돌았다.그는 꽤나 흥분한 기세로 고개를 끄덕였다.“내가 예전에 잘못한 게 얼마나 많은지 알아. 내 탓이지!”“다만 네 어미가 날 용서해 주신다면, 앞으로 잘하마. 정말 잘하마…”봉구안은 미간을 찌푸렸다.“자기 아내에게 잘하겠다는 게, 대단한 약속이라도 되나요?”여자는 지아비를 내조하며 살림을 돌보는데, 남자는 단지 ‘잘해 줄게’ 한마디로 여자에게 감동을 주려 하다니.이런 공허한 말을 어찌 어머니께 그대로 전할 수 있단 말인가.“차라리 정말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어머니 없이는 살 수 없다고 하세요…”봉 대인은 이 말을 듣자마자 자존심이 불타오르는 듯했다.그는 얼굴이 시뻘겋게 변하며 반박했다.“지금 와서 무슨 그리 유치한 말을 하란 말이냐?”“그저 네 어미에게 내가 반성하고 있다는 것만 알리면 충분할 거야.”“게다가 내가 네 어미 없이 살 수 없다는 건 너의 생각일 뿐이지 않느냐. 오늘만 해도 중매를 서겠다는 사람이 줄을 섰단 말이다!”“네 어미처럼 사방으로 떠도는 사람은 오히려 이혼한 걸 후회하고 있을지도 몰라. 난 단지 네 어미에게 체면을 세워주는 것 뿐이란 말이다!”“이제와 이혼이 흔한 세상이지만, 다시 시집갈 수 있는 여자는 대개 젊고 아름다우며 교양 있는 여자들이지. 네 어미처럼 나이 사십, 오십에다 별다른 혼수도 없는 사람은 어디서 그런 기회를 찾겠느냐…”봉구안은 도저히 더 들을 수 없었다.보아하니, 그는 자신이 무슨 잘못을 했는지 전혀 깨닫지 못하는 것 같았다.그가 하는 말마다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이었다.마치 그의 화해 제안이 어머니를 향한 동정이자 은사라도 되는 듯했다.봉구안은 봉 대인의 말을 끊으며 단호하게 충고했다.“지금 하신 모든 말씀을 어머니께 그대로 전할 겁니다. 방금 말씀하신 것까지도요. 그러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059화

    죽산진에서 일반 백성들조차 황제의 초상화를 얻어 가졌던 걸 보면, 황제의 미행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진 듯했다.강주에서 신분이 들킬 것을 우려한 봉구안은 소욱의 얼굴에 무시무시한 가짜 흉터를 만들었고, 처음 보면 알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그녀 자신도 반쪽 얼굴을 가리는 가면을 써 알아볼 수 없게 했다.그러나 성문에서 봉 대인의 눈은 날카로웠다. 아무리 그래도 자기 딸이었다. 게다가 그는 일찍이 황제의 미행 소식을 듣고 이미 만반의 준비를 하고 성문을 지나는 외지인을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었다. 봉구안과 소욱이 나타나자 그는 금세 낯익음을 느꼈다. 하지만 즉시 달려가 인사를 올리진 않았다. 연기를 할 거라면 끝까지 완벽히 해야 했다. 그도 하루빨리 다시 황성으로 돌아가고 싶었던 것이다!봉 대인의 모습을 본 소욱이 작은 목소리로 봉구안에게 말했다.“그대의 부친이 예전과는 사뭇 다른 듯하구려.”봉구안은 담담히 눈길을 돌리며 말했다.“일단 성으로 들어가는 게 좋겠습니다.”두 사람이 떠난 뒤 봉 대인은 바로 수하를 불러 그들의 뒤를 쫓게 했다. 그리고 다시 인자한 미소로 백성들에게 죽을 나눠주었다.“어르신 천천히 드시지요! 모두 드립니다. 다들 나눠드릴 테니 걱정 마세요!”백성들은 봉 대인에게 감사해하며 칭송했다.“봉 대인께선 정말 자애로우신 훌륭한 분입니다! 황후마마의 아버님이자 폐하의 장인이시니 역시 다르십니다!”소식을 재빠르게 들은 몇몇은 다가와 조심스레 말을 걸었다.“봉 대인, 혼인을 다시 하신다 들었습니다만 제가 아는 중매쟁이가 있는데 새 부인을 소개해 드릴까요?”“저희 집 여동생도 참 괜찮습니다. 얼굴도 예쁘고 아직 혼인도 안 했고 스무 살입니다. 대인처럼 연배가 있는 분을 좋아하는데...”“잠깐만요! 저도 있잖아요. 봉 대인, 저 같은 사람도 괜찮지 않으신가요?”봉 대인은 정신이 없었고, 참견하는 사람들을 야단치고 싶었으나 가까스로 미소를 유지했다. 지금은 분노를 드러낼 때가 아니었다. 황성으로 돌아가려면 참아야 했다. 하지만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058화

    봉구안 일행이 나간 후, 열무신의 심문 방식은 실로 상상을 초월했다. 보통 사람은 도저히 직시할 수 없을 정도였다. 산전수전 다 겪었다는 동방세조차도 눈을 휘둥그레 뜨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방금 전 먹은 산해진미가 다시 역류할 것만 같았다.그는 옆에 있던 진한길을 흘긋 돌아보았다. 진한길은 흔들림 없는 무표정으로 서 있었다. ‘역시 폐하 곁에서 오랫동안 호위를 맡아온 사람이라 다르군’ 하고 속으로 칭찬하는 순간이었다.갑자기 진한길이 고개를 휙 돌리더니 벽 구석으로 몸을 숙였다.“우웩…”동방세는 생각했다. '역시 어전 호위도 별수 없구나.'곧이어 그도 황급히 다른 구석으로 발걸음을 옮기고는 고개를 숙여 거칠게 토해내기 시작했다.봉구안은 옆방에 있었지만, 자객의 비명 사이로 들리는 심한 구토 소리에 미간을 찌푸렸다.'누가 저렇게 토하는 거지?'반 시진이 지나자 옆방의 소리가 점차 잦아들었다.똑똑.진한길이 다가와 방문을 두드렸다.“폐하, 자백을 얻어냈습니다.”문을 열고 들어온 그의 얼굴은 마치 백지처럼 창백했고, 입술마저 핏기 하나 없이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오백은 옆에서 호기심이 일었지만, 그 방에 들어가 볼 수는 없었다. 열무신이 나오면서 바로 문을 닫아버렸기 때문이다. 그가 던진 말 한마디는 이러했다.“안 보는 게 좋아. 봤다간 앞으로 며칠은 밥맛을 잃을 테니까.”동방세는 열렬히 공감하며 복도 난간에 기대어 아래를 멍하니 응시했다. 평소 여유롭던 그의 얼굴에 이토록 영혼이 빠진 듯한 표정이 드러난 건 극히 드문 일이었다.그때 열무신이 봉구안에게 입을 열었다.“자객의 자백에 따르면, 그들은 운산파 소속이라 합니다.”봉구안의 눈빛이 깊어졌다.운산파.강호에서 꽤 이름이 난 문파다. 그들마저도 이번 약쟁이 사건과 연관이 있다는 말인가.여전히 넋이 나가 있던 동방세의 등 뒤로 봉구안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한가한가 보오?”동방세는 놀라서 얼른 정신을 차리고 돌아봤다.“나더러 말한 것이오?”그는 사실 봉구안의 명을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057화

    생포된 자는 독약을 삼키거나 혀를 깨물지 못하도록 턱이 빠져 있었다. 호위들은 그의 두 팔을 꽁꽁 묶은 채, 뒤에서 무릎을 걷어차 땅바닥에 꿇렸다. 그의 얼굴에는 칼자국이 한쪽 뺨을 가로질렀고, 피가 여전히 흘러내리고 있었다. 눈빛은 마치 감정이 없는 인형처럼 무표정하게 바닥만 바라보고 있었다. 봉구안은 차가운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 이런 사람들은 대부분 목숨을 내던지고 임무를 수행하는 자들로, 보통의 방법으로는 원하는 정보를 얻어낼 수 없었다. 그녀가 어떤 수를 써야 할지 고민하는 사이, 열무신이 갑자기 방의 들보에서 뛰어내렸다. 그는 막 잠에서 깨어난 듯한 얼굴로 하품을 하며 말했다. “제가 심문하겠습니다.” 봉구안은 그를 올려다보며 물었다. “사형께서요?” 열무신은 자객의 턱을 들어올리며 그와 눈을 맞춘 채, 봉구안에게 반문했다. “왜, 못 믿으시겠습니까?” “네. 못 믿겠습니다.” 봉구안은 단호하게 말했다. 열무신은 코웃음을 치며 자객의 턱을 놓고, 한쪽 눈썹을 들어 봉구안을 바라보았다. “너무 솔직하시군요. 그래도 저흰 어릴 적부터 알고 지낸 사이지 않습니까. 참 제 마음을 아프게 하십니다.” 소욱은 얼굴을 찌푸렸다. ‘이 자… 도무지 겉잡을 수가 없군.’ 그는 과거 맹건이 왜 이 사람과 봉구안을 엮으려 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봉구안은 열무신을 보며 말했다. “사형께서 맡으십시오. 다만, 누군가는 같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녀는 열무신 혼자만 자객을 심문하게 두고 싶지 않았다. 열무신은 아무런 변명도 하지 않고 순순히 응했다. “좋습니다. 굳이 장소를 옮길 필요도 없습니다. 여기 있는 사람들은 이미 약에 취해 아무것도 듣지 못하니, 이곳에서 바로 시작하시죠.” 그는 말을 마치고 나서, 갑자기 상어 이빨처럼 생긴 역날이 달린 단검을 꺼내 자객의 허벅지 바깥쪽을 강하게 찔렀다. 자객은 대단히 강인한지 소리 한 번 내지 않았고, 눈살조차 찌푸리지 않았다. 하지만 열무신이 단검을 천천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056화

    서여국 궁 안에, 근위병들이 이미 호원아의 사람들로 교체되었다.호원아는 선제의 신임을 받던 인물로 지금은 보정 대신 중 한 명이었다.그녀는 최근 궁에서 직접 경계를 서며 비어 있는 황제의 침전을 볼 때마다 마음이 불안했다.그런데 오늘, 새 황제가 드디어 무사히 도착했다.궁문 앞에서 호원아는 근위병들을 이끌고 성가를 맞이했으며, 봉 부인과와 오양련이 좌우에 서 있었다.마차가 멈추자 송려가 먼저 내려왔고 곧이어 가마발을 열고 봉장미를 부축해 마차에서 내렸다.호원아는 그녀를 직접 보자마자 놀란 표정을 지었다.쌍둥이 자매라는 이야기를 미리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봉장미와 봉구안은 너무나도 닮아 있었다.사실, 봉장미는 특히나 노력하고 있었다.언니인 봉구안을 대신하기 위해 그녀는 길 내내 언니의 행동과 말투를 따라 연습했다.그저 사람들이 앞에서 실수를 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미천한 신하가 황제 폐하를 뵙습니다!” 호원아는 즉시 절을 올렸다.봉장미는 급히 입을 열었다.“예를 갖출 필요 없다. 어서 일어나거라.”언니가 서여국의 대략적인 사정을 설명해준 덕분에, 그녀는 눈앞의 이 기품 있는 장군이 호원아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봉장미는 다시 어머니를 바라보았다.봉 부인은 눈물을 머금고 그녀를 응시했다.“어머니.”봉 부인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한편, 옆에 있던 오양련이 앞으로 나섰다.이미 나이가 들어 지팡이를 짚어야 할 만큼 쇠약해 보였지만, 그녀는 말했다.“폐하, 어서 안으로 드시지요.”말을 하며 송려를 바라보았다.“이분이 폐하께서 서신에서 언급한 송 공자이신가요?”송려는 오양련에게 가볍게 예를 올렸다.오양련의 눈빛은 자애로우면서도 날카로워, 송려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훑어보았다.“이 준수한 외모라니, 요염한 소생과는 다르군요. 황부의 자격은 충분하겠습니다.”송려는 약간 굳은 미소를 지었다.서여국에 들어온 그는 다소 불편했다.이곳의 여자들은 남자를 볼 때마다 평가하는 듯한 눈빛을 보내곤 했다.얼마 전, 그가 마차에서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055화

    봉구안이 열무신을 바라보는 표정은 몹시 냉랭했다.“각자 알아서 하자더니, 무슨 일로 다시 오셨습니까, 사형.”열무신은 방으로 다시 들어오며 유쾌하게 웃었다.“방금 그건 농담이었습니다, 마마. 마마께서는 도량이 넓으시니 저 같은 소인을 탓하지 않으시겠지요.”봉구안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방법이 있으면 말씀해 보십시오.”열무신은 진지한 얼굴로 그녀를 가리켰다가 다시 자신을 가리키며 말했다.“우리 두 사람은 어릴 적부터 알고 지낸 사이가 아니었습니까? 마마께서 제게 마음을 주시고 폐하를 떠난다. 이에 실망한 폐하께서 황궁으로 돌아가신다... 이런 구도라면 어떻겠습니까?”소욱의 얼굴이 어두워졌다.“어릴 적 친구?”열무신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렇습니다, 폐하. 황후께서 어릴 적 친구인 저를 택하시기 위해 폐하를 떠난다는 설정이지요. 그래서 폐하께서 슬픔에 잠겨 황궁으로 돌아가신다… 이런 흐름으로 이어가는 건 어떻겠습니까?”“한 폭의 연극이라 생각하시면 됩니다.”소욱은 속으로 이를 갈았다.'죽고 싶어 안달이 났구나.'봉구안은 잠시 눈을 감고 생각한 후, 단호히 말했다.“그 방법은 효과가 없을 것 같군요.”봉구안은 심각한 표정으로 덧붙였다.“차라리 동방세를 선택하겠습니다.”동방세는 의아해하며 물었다.“네?”'왜 하필이면 '차라리'를 붙여서...'봉구안은 일어나더니 결단의 목소리로 말했다.“저들은 바보가 아니니 쉽게 속지 않을 것입니다.”무엇보다도 그녀는 소욱이 오해하지 않기를 바랐다.소욱은 이미 소심한 사람이었다.설령 연극이라는 것을 알고 있더라도 그녀가 다른 사람과 다정한 모습을 보이는 것을 용납하지 못했다.또한 그녀는 자신의 신분을 드러낼 수 없었다.자신이 모습을 드러내면 서여국에서 봉장미가 자신을 대신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따라서 열무신의 계획은 적합하지 않았다.소욱은 마음을 놓고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사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봉구안이 그의 제안을 받아들일까 걱정했었다.열무신은 아쉬운 듯 어깨를 으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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