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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화

Author: 일설연우
관중석에서 많은 비빈이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그들은 귀비와 가빈의 공 다툼이 치열하다고 생각하여 모두 목을 길게 빼고 결과가 어떨지 보려고 하였다.

그러나 두 사람의 말이 모두 발광한 줄은 아무도 몰랐다.

순간 몇 마디 처절한 비명이 들려오더니 누군가가 그대로 말에서 떨어졌다.

귀비는 말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 후 낙마할 때까지 몇 숨도 쉬지 못할 정도로 말을 제어할 시간이 전혀 없었다.

넘어지는 순간 그녀는 놀라서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

아래는 모두 날카로운 돌들이니 그녀의 얼굴은...

그녀는 애써 자신의 얼굴을 감싸려고 했지만 땅에 떨어져 몇 번 뒹구는 바람에 여전히 피하지 못하고 얼굴에 큰 상처가 났다.

순간 왼팔에서 찰칵 소리가 나더니 뼈가 부러진 것 같았다.

“악.”

귀비는 아파서 소리쳤다.

‘내 얼굴, 내 팔! 왜! 왜 이렇게 된 거야! 가빈이 넘어져야 하는데 왜 나까지... 아파! 누가 나를 해치려 하는 거야? 내 몸에는 분명히 설란향이 조금 있을 뿐인데 왜 내 말도 함께 발광하는 거지?’

관중석.

소욱이 벌떡 일어서자 태후도 뒤늦게 깨닫고 뒤따라 일어섰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

계 상궁은 태후를 부축하며 대답했다.

“귀비마마인 것 같습니다. 귀비 마마께서 말에서 떨어졌습니다.”

태후는 이 말을 듣고 속으로 기뻐했지만 체면상 조금도 나타내지 못했다.

태후가 황제를 향해 돌아서서 막 무슨 말을 하려 할 때 황제도 이미 서둘러 관중석에서 내려온 것을 보았다.

서왕도 그 뒤를 따르고 있었다.

다른 비빈들은 갑작스러운 사고에 긴장하고 두려워하면서도 폐하가 그렇게 중시하는 것을 부러워했다.

갑자기 누군가가 소리쳤다.

“어머, 가빈 마마도 이상합니다!”

그제야 가빈이 심하게 흔들리는 말을 힘겹게 조종하는 것을 보았다.

귀비가 떨어졌을 때 가빈은 곁눈질로 그 모습을 보았는데 더욱 무서워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

“살려주세요.”

그녀는 고삐를 힘껏 잡은 채 떨어지지 않도록 노력했지만 이건 계란으로 바위 치기였다.

말이 갑자기 흥분해서 그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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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폭군의 장군 황후   제75화

    ‘헉!’귀비는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마비산도 없이 꿰맨다고? 이 돌팔이 의사가 나를 고통스럽게 죽일 작정인가! 그리고 주혼산은 뭐야! 두질약이라니... 설마 봉장미 짓인가! 그래, 분명 봉장미가 나를 해치려는 것이야!’태의는 무릎을 꿇고 황제께 여쭈었다.“폐하, 봉합하지 않으면 귀비 마마께서 피를 너무 많이 흘리셔서 위험합니다.”소욱은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시선을 귀비에게로 향했다.“꿰매!”“아니 됩니다! 폐하...”귀비는 눈물을 주르륵 흘렸는데 눈물에 피가 섞여 있었다.그녀는 본능적으로 거부했다.그 주치의인 노태의가 다른 태의들에게 분부하였다.“마마를 누르거라. 절대로 움직이지 못하게 해야 한다.”태의가 바늘을 들고 다가오는 것을 보며 귀비는 비명을 질렀다.“오지 마! 악...”이내 천막 안은 처참한 비명으로 가득 찼는데 밖에 있는 사람들은 그 소리를 듣고 모골이 송연해졌다.이 소리는 아주 멀리까지 퍼졌다.태후는 봉구안의 천막에서 그녀가 얼마나 다쳤는지 살피고 있었는데 귀비의 비명을 듣고 마음이 후련해지며 능연 저 천한 년에게도 오늘이 있을 줄은 몰랐다고 생각했다.“황후, 푹 쉬거라. 난 가빈을 보러 가야겠다.”“네. 마마.”봉구안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일어나 인사를 올렸다.태후를 떠나보낸 연상은 크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마마, 아슬아슬했습니다. 가빈을 구하러 가셨을 때 소녀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봉구안의 목에 난 그 흉터는 바로 가빈이 혼란 속에서 할퀸 것이다.다행히 피부만 살짝 까졌을 뿐 큰 문제는 없었다.“마마, 마구는...”연상은 한껏 소리를 낮추고 말했다.“약에 담갔던 건데 따로 처리 안 해도 되겠습니까?”봉구안은 고개를 저었다.“그럴 필요 없다.”감히 약에 담갔다는 건 들키는 게 두렵지 않다는 뜻이다.봉구안의 모든 계획은 연상에게 세부 사항을 밝힌 적이 없다.그렇다. 연상은 말이 미리 손을 본 마구 냄새를 맡으면 방금 귀비의 말처럼 광분하게 된다는 것만 알고 있었다.그녀는 자기도 모

  • 폭군의 장군 황후   제76화

    태의들이 귀비의 상처를 꿰매고 있는 동안 소욱은 바로 옆 천막에서 봉구안을 불렀다.안에는 유사양 한 사람만 시중을 들고 있어 분위기가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귀비가 중상을 입어 마구 경기가 중단되었으니 주최자인 황후는 아마 책임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봉구안은 궁례를 올리고 담담한 표정으로 침착하게 말했다.“신첩, 폐하께 인사 올립니다.”소욱은 온몸에 한기를 머금은 듯했는데 화창한 봄날인데도 한겨울의 추위가 느껴졌다.그 옆에 서 있는 유사양은 숨을 죽이고 눈도 감히 치켜뜨지 못했다.옆 장막에서는 이따금 귀비의 고통스러운 비명이 들려왔고 제왕은 침울한 얼굴로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있었다.“무릎을 꿇거라!”그의 목소리는 화로 가득 차 있었는데 어두운 눈빛을 짓고 있었다.봉구안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치마를 들어 올리고 침착하게 무릎을 꿇었다.주인이 무릎을 꿇었으니 연상도 황급히 따라 무릎을 꿇은 채 머리를 조아리고 몸을 가늘게 떨었다.죽일 듯한 황제의 눈빛은 무섭기 그지없었다. 소욱의 눈빛은 절대 녹지 않을 빙산처럼 차갑고, 그 위에 천둥이 먹구름이 가득한 것 같았다.“귀비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너의 책임을 묻겠다고 짐이 말했었다.”봉구안은 고개를 들고 소욱을 똑바로 바라보았다.“신첩은 확실히 그 책임을 면하기 어려우니 폐하의 벌을 달갑게 받겠습니다. 하지만 오늘의 일은 그냥 단순한 낙마가 아닙니다. 만약 진상이 밝혀지지 않는다면...”턱!소욱은 손을 들어 책상을 ‘탁’ 내리치더니 두 눈에 노기를 띠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그냥 단순한 낙마가 아니라는 걸 어떻게 아는 것이냐?”봉구안은 침착하게 대답했다.“경기 전에 가빈이 신첩을 찾아왔었는데 그때 가빈의 등나무 갑옷에서 특별한 향기가 났습니다. 신첩은 어디서 냄새를 맡았는지 순간적으로 기억이 나지 않아 그저 평범한 연지인 줄로만 알았습니다.”“마구 경기가 시작된 후 신첩은 계속 도대체 무슨 냄새인지 계속 생각했는데 상대방이 계속 득점하자 엉뚱한 생각을 멈추고 경기에 임할 수밖에

  • 폭군의 장군 황후   제77화

    황제의 추궁에 봉구안은 입이 벌어졌다.“신첩은 누가 가빈에게 손을 썼는지 찾아내려고 했습니다.”소욱은 눈빛이 싸늘해졌다.“계속 말해보거라.”“신첩은 확실히 숨긴 것이 있습니다. 가빈의 등나무 갑옷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지만 배후의 사람을 끌어내려고 일부러 말하지 않았습니다. 전반전에서 신첩은 마구를 본 게 아니라 경기장 안팎을 살펴보았습니다. 가빈의 말이 놀랄 것을 예상였기에 신첩이 바로 구할 수 있었지만 귀비가 말에서 떨어질 줄은 생각지도 못했습니다.”빈틈없는 봉구안의 설명을 들으며 소욱은 그녀가 범인을 찾아내기 위해 가빈으로 모험했다고 믿었고 또 이래야만 봉구안의 비열한 계략에 부합된다고 생각했다.당시 그녀가 두통약을 써서 그더러 사랑을 균등하게 나눠줘야 한다고 협박할 때처럼 말이다...하지만 그 역시도 선량한 사람이 아니다. 황후가 잔인한 수단을 쓰는 것보다 거짓말로 황제를 속이는 것이 더 싫었던 그는 진실을 듣기 위해 봉구안을 심문했다.점점 얼굴이 창백해지는 봉구안을 보며 소욱은 그제야 분부했다.“태의를 불러오너라.”곧 옆 천막에 있던 태의가 와서 봉구안의 어깨를 치료해주었다.다소곳한 자세로 고개를 숙였으나 봉구안의 눈빛은 한껏 어두워졌다.아니나 다를까 의심이 많은 폭군은 쉽게 듣는 고백보다 괴롭힘을 받은 후 털어놓는 말을 더 믿었다.곧 유사양이 가져온 가빈의 등나무 갑옷을 검사하던 태의가 아뢰었다.“폐하, 이 등나무 갑옷에는 확실히 설란향이 있습니다.”소욱이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즉시 명령을 내렸다.“귀비의 등나무 갑옷도 가져오너라.”태의가 살펴본 후 아뢰었다.“폐하, 귀비의 등나무 갑옷에도 설란향이 조금 있습니다.”소욱은 눈썹을 찡그렸다.“설란향은 짐이 사람을 시켜 조사할 것이다. 황후의 두통약에 주혼산이 있는데 이건 어떻게 된건지 설명하거라!”봉구안은 미간을 찌푸린 채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주혼산... 그건 무엇입니까? 그 약은 떠돌이 의사가 준 것인데 신첩도 그 안에 무엇이 있는지 모릅니다.”소욱은

  • 폭군의 장군 황후   제78화

    천막 안에는 서왕의 따뜻한 배려와 달리 오직 책임만 묻는 황제가 있었다.“이 자갈들을 봤느냐? 귀비는 바로 이 자갈들 때문에 상처를 입었다. 마구 시합은 황후가 주최한 건데 잔디밭에 어떻게 이런 남을 해칠 수 있는 것들이 나타났느냐?”이제야 이 사실을 알게 되었다는 모습을 보이며 봉구안은 공수하며 사죄했다.“폐하, 신첩의 불찰입니다.”소욱의 표정은 더 냉랭해졌다.“불찰이든 의도적이든 황후는 이 일과 연관이 없기를 바란다.”봉구안은 담담한 표정으로 대답했다.“마구 시합을 신첩이 주관했기 때문에 신첩은 이 시합에 아무런 차질이 없기를 누구보다 더 바랐습니다. 귀비와 가빈이 상처를 입으면 신첩에게 이로울 것이 없습니다.”확실히 그렇다. 귀비와 오랜 원한이 있으니 해칠 수 있다고 쳐도 가빈은...하지만 봉구안이 일부러 가빈을 이용해 사람들의 시선을 끈 후 실제로 귀비를 해칠 가능성도 있었다.어쨌든 가빈은 구원되었고, 가빈을 위해 몸을 사리지 않는 봉구안의 모습을 소욱은 똑똑히 보았다.소욱은 쌀쌀하게 물었다.“그러고 보니 짐은 황후가 다른 말에 뛰어오를 수 있는 줄도 몰랐다.”의심에 가득 찬 소욱의 말을 들은 봉구안은 침착하게 대답했다.“신첩은 승마에 능합니다. 말 등에서 뛸 수 있는 것은 균형적 감각과 담력이 있기 때문이지요. 또 사람을 살리겠다는 생각만 하다 보니 다른 것을 돌볼 겨를이 없었습니다.”소욱은 여전히 그녀를 주시하고 있었는데 그 매서운 눈빛에는 부드러움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마구 시합에서 사고가 난 것은 황후의 책임이다. 짐이 열흘 시간을 주겠으니 범인을 밝혀내거라.”봉구안은 침착하게 임무를 받았다.“네. 폐하.”...다른 편.아파서 참기 어려웠던 귀비는 불과 반 시진밖에 안 된 사이에 이미 세 번이나 기절했다.옆에서 시중을 들고 있던 태의는 더는 지체할 수 없어 귀비가 기절한 틈을 타 빠르게 처리했다.하지만 얼마 안 되어 귀비는 비명을 지르며 다시 깨어났고 춘하가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아 땀을 닦아주었다.“

  • 폭군의 장군 황후   제79화

    진통제를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 귀비의 마음은 원한으로 가득 찼다.‘봉장미 나쁜 년! 일부러 나에게 문제가 있는 두통약을 줘서 나를...’상처가 아픈 데다 정서적 충격을 받은 귀비는 눈앞이 캄캄해지며 또 기절했다.“마마!”춘하의 고함을 들으며 태의들은 놀라 몸을 부르르 떨었다.당시 두통에 신통한 약을 그들이 검사하여 문제가 없다는 것을 확인한 후에야 귀비마마에게 복용하도록 했다.하지만 오늘 귀비가 상처를 입어 마비산을 사용할 때에야 그들은 귀비의 맥이 중독 증상을 나타난 것을 알았다.그제야 귀비마마가 평소에 사용하는 두통약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태의들은 귀비의 상처를 치료한 후 황제께 사죄드리려고 했다.“폐하, 소신들이 제대로 검사하지 못해서 태의원에 있을 면목이 없습니다.”소욱은 눈빛이 차가워졌다.두통약에 주혼산이 들어있는 것을 발견하지 못한 것은 확실히 태의들의 잘못이다.주혼산이 들어갔을 뿐이기 다행이지 만약 치명적인 독약이라면 되돌릴 수 없을 것이다.이때 서왕도 옆에서 설득했다.“폐하, 소신도 주혼산을 들어봤는데 이 약은 원래 천금을 주고도 구하기 어려운 연명하는데 쓰는 신약이라고 하옵니다. 또 주혼산은 매우 희귀하고 또 일반 안심약과 비슷해서 아무리 의술이 뛰어난 명의라도 찾아내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황후마마가 준 약 자체는 문제가 없었으나 귀비가 약을 너무 많이 써서 주혼산이 체내에 쌓인 채로 배출되지 못했을 뿐입니다.”착한 서왕은 태의들을 위해 한마디 했을 뿐만 아니라 황후를 위해 변명했다.눈빛이 점점 더 어두워진 소욱이 물었다.“귀비는 앞으로 이 약을 쓸 수 없느냐?”태의들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폐하. 지금은 주혼산을 천천히 배출해야 합니다.”이른바 신약이라 해서 누구나 다 쓸 수 있는 게 아니다.누가 감히 자신이 평생 다치지 않고, 마비산과 같은 진통약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보장하겠는가?이때 노태의가 한 마디 덧붙였다.“다만 귀비마마께서 워낙 심각한 두통을 앓고 계셔서 그 신약만 진정시킬

  • 폭군의 장군 황후   제80화

    마구 시합이 끝나자 비빈들은 모두 침소로 돌아갔다.귀비의 상처가 엄중해 호위들은 대나무로 들것을 만들어 그녀를 영소전으로 조심스럽게 옮겼다.통증을 참지 못하고 계속 끙끙거리는 귀비를 보며 녕비는 멀리서 깨고소한 표정으로 비아냥거렸다.“자기를 내세우려고 하더니 오늘은 결국 소원을 성취한 셈이구나.”옆에 있던 시녀는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기뻐했다.“오늘은 너무 위험했습니다. 마마께서 마구 시합에 참여하지 않아 다행입니다.”녕비는 거만스럽게 고개를 돌렸다.“마구 시합이긴 개뿔, 총애를 다투는 무대일 뿐이야. 어머, 저분은 강빈이 아니냐?”강빈이 다가와 녕비에게 인사를 올렸다.“빈첩 녕비마마께 인사를 올립니다.”녕비는 미간을 찌푸렸다.“강빈의 안색이 어두운 걸 보니 많이 놀라셨나 봅니다. 귀비와 가까이 보내시지 않으십니까? 심하게 다친 것 같은데 보러 가지 않을 겁니까?”귀비가 낙마한 후 강빈은 문안하러 갔었다. 하지만 그 상처가 너무 심해 강빈은 생각하기만 해도 안색이 창백해지며 마음이 두근거렸다.강빈은 예의를 갖추어 공손하게 대답했다.“녕비마마, 관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빈첩은 몸이 불편하여 먼저 돌아가야 할 것 같습니다.”강빈이 간 후 녕비의 시녀가 비아냥거렸다.“마마, 강빈이 귀비와의 친분을 믿고 기고만장했었지만 이제 귀비는 얼굴을 다쳤고 몸에도 상처를 입어 곧 실세할 거 같으니 우려가 큰가 봅니다.”녕비는 오히려 표정이 냉랭해졌다.“얼굴이 다친 건 약 바르면 나을 게 아니냐. 상처가 심하다는 건 폐하의 관심을 끌 수 있다는 말이니 귀비가 총애를 잃을 날이 아직 멀었구나.”비록 귀비가 싫었지만 여러 해 동안 성은을 독점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한 능력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이렇게 대단한 여자는 결코 쉽게 쓰러지지 않을 것이다....자녕궁.태후는 염주를 돌리며 눈을 감은 채로 경을 읊었다.계 상궁은 안신향을 피웠다.“태후마마, 귀비의 상처는 생살을 꿰맸다고 했습니다.”태후는 여전히 눈을 감았다.“어

  • 폭군의 장군 황후   제81화

    쪽지에는 “오늘 밤 일이 있으니 기다리지 말거라”라고 쓰여 있었다.몇 년 동안 궁에서 일한 수로는 한눈에 황제의 필체라는 것을 알아봤다.그런데 황제가 누구에게 이 쪽지를 남겼을까?이튿날 아침.황제가 영소전을 떠나자 수로는 이 일을 귀비께 아뢰었다.귀비는 안색이 어두워졌다.“설마 전에 폐하가 매일 밤 가신 곳이 장신궁이었느냐? 폐하를 기다리고 있는 자가 누구냐? 남자냐 여자냐? 그들… 그들 매일 밤 무엇을 하였느냐?”춘하가 급히 다가가 귀비를 타일렀다.“마마, 조급해하지 마십시오.”“볼일이 있어서 일 수도 있잖습니까?”“폐하께서 비밀리에 어떤 관원을 조사하고 있어서 매일 밤 누군가의 보고를 들을 수도…”춘하 자신도 이 말을 믿지 않았다. 귀비의 마음이 급하지 않을 수 없었다.귀비는 안색이 창백했다.“본궁… 머리가 너무 아프다. 약을 가져오너라.”귀비 마마의 두통이 발작했다.춘하는 약을 가지러 가려다 문득 어제 태의의 말이 생각났다. 그 약은 더 이상 쓸 수 없어서 이미 다 처리해 버렸다고 했다.‘지금 마마의 두통이 이렇게 심한데 어쩜 좋아?’“당장 태의를 청하거라!”귀비는 두통뿐만 아니라 온몸이 아팠다.말에서 추락한 후 귀비는 오장육부가 뒤틀리고 뼈도 부서진 것만 같았다.태의는 바로 왔다. 하지만 귀비께 진통제를 처방하지 않고 그냥 참으며 견디라고 했다.귀비는 아파서 꽃병을 던졌다.“약! 본궁에게 약을 주시오!”“본궁이 이렇게 아픈 걸 보고만 있을 건가?”“윽… 머리 아파…”귀비는 머리가 터질 것만 같았다.어제 봉합한 상처도 당기는 듯 아팠다.춘하는 어쩔 수 없이 황제를 찾아갈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아직 아침 조회중이라 춘하는 한참 기다려서야 말을 전했다.귀비가 많이 아파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소욱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참으라 하거라.”참지 않고 진통제를 복용하면 진통제가 귀비 체내의 주혼산과 상호 작용하여 독소를 생성하게 되는데 그게 더 치명적이다.춘하는 황제에게 귀비를 보러 갈 수 없냐고 부탁하

  • 폭군의 장군 황후   제82화

    서왕은 공손하고 온화하다. 평소에 친절하여 이번에 승마장 사고를 조사할 때 어마장의 노비들은 다들 알고 있는 사실을 전부 그에게 알려줬다.“소신이 알아본 결과, 원래 승마장을 준비하는 사람이 따로 있었는데 그날 갑자기 큰 병에 걸려 다른 사람으로 바꿨답니다.”“그날 승마장 청소를 책임진 사람이 내시 왕천해였습니다.”“사고 직후 왕천해는 그 돌들이 어디서 났는지 모른다고 우겼고, 한밤중에 뭔가를 나르는 소리를 들었다고 조사에 혼선을 주려 했습니다.”“그런데 목격자에 의하면 마구 경기가 시작되기 며칠 전 왕천해는 매일 밤늦게야 돌아왔을 뿐만 아니라 마구 경기장에 사람이 접근하는 것을 금지하였습니다.”“이것만 봐도 왕천해가 의심스럽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서왕은 궁중의 일을 관리할 권한이 없기 때문에 단서를 찾자 바로 황제에게 보고했다.소욱은 바로 진한길에게 명령했다.“왕천해를 잡아서 엄하게 심문하거라!”“분부 받자옵겠습니다.”진한길이 어마장에 도착했을 때 왕천해는 이미 호위에게 잡혀있었다.호위는 영화궁의 사람들이었다.진한길은 의아했다.진한길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황제의 서재로 돌아와 어떻게 해야 할지 물었다.소욱은 이 사실을 알고 미간을 찌푸렸다.“소식이 참 빠르구나.”그러나 서왕은 이 점을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어마장 책임자의 말에 의하면 황후 마마께서 어젯밤 어마장에서 새벽까지 계셨다 합니다. 거의 밤을 새웠다고 합니다.”서왕이 찾을 수 있는 단서, 황후도 당연히 찾을 수 있다.하지만 확실한 증거를 내세우지 못하면 왕천해는 죄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영화궁.봉구안은 글쓰기 연습을 하고 있었다.지금 봉구안의 글씨는 동생 장미와 거의 비슷하다.황후가 하고자 하는 일은 무조건 해낸다는 점을 연상은 무척 탄복했다.연상은 탁자 위의 모래시계를 보았다.“마마, 한 시진이나 심문했는데 왕천해는 여전히 완강하게 부정하고 있습니다. 왕천해를 어떻게 해야 할까요?”봉구안의 눈빛이 차가워졌다.왕천해가 이 일을 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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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폭군의 장군 황후   제691화

    월래객잔.봉구안은 월래객잔에서 정원아를을 만났다.그녀는 몸이 쇠약해 침상에 누워 있었고, 두 명의 동문이 그녀를 돌보고 있었다.“부관장님…” 정원아는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다.차선아가 재빨리 다가가 그녀를 눕혔다.“그냥 가만히 누워 있어라.”정원아의 시선은 다른 사람들을 지나 봉구안에게 닿았다.“절 구한 게 당신이군요.”그녀는 지난밤 몸이 약해 의식이 흐릿했지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분명히 기억하고 있었다.만약 이 공자가 아니었더라면 그녀는 어떤 처참한 꼴을 당했을지 알 수 없었다.방 안에 그렇게 많은 사람이 있을 수는 없었다.그래서 소욱과 강림 등은 모두 방 밖에 있었다.강림은 팔짱을 끼고 소욱을 살피며 물었다.“당신은 대체 뭐요?”태창성의 수비군까지 동원할 수 있는 걸 보니, 보통의 강호 인물은 아닐 것이었다.소욱은 그에게 아무런 답도 하지 않았다.그의 시선은 마음이 딴 데 가 있는 듯 방 안으로 고정되어 있었다.한편, 옆에서 진한길은 황제의 건강이 몹시 걱정되었다.황제는 어젯밤 사건을 심문한 데 이어 지금은 봉구안을 따라 객잔까지 왔다.잠시도 쉬지 않고 있으니, 어찌 견딜 수 있을까?방 안.봉구안은 정원아에게 물었다.“널 납치한 게 누구냐, 기억하느냐?”정원아의 얼굴은 창백했고, 그녀는 기억을 더듬으며 천천히 말했다.“구부정한 허리의 노파였어요. 겉모습은 평범했어요.”“그 노파가 너에게 무슨 짓을 했느냐?” 봉구안은 계속 물었다.“그녀는… 저를 이용해 무공을 익히려 했어요. 무슨 사악한 무공인지 모르겠지만, 제 원기를 어지럽혀 내공을 잃게 했어요.”정원아는 단단히 찌푸린 미간을 풀지 못하며 차선아를 바라보았다.“부관장님, 반드시 그 노파를 잡아야 해요. 그녀가 또 다른 피해자를 만들까 봐 두렵습니다.”차선아가 고개를 끄덕였다.“그건 당연한 일이다.”봉구안은 냉랭한 목소리로 물었다.“그 노파에게 갇혀 있던 장소는 기억하느냐?”정원아는 고개를 저었다.“기억나지 않아요. 그날 그녀가 자리를 비운 틈

  • 폭군의 장군 황후   제690화

    소욱은 어젯밤 내내 사건을 조사하며 심문하느라 피곤했지만, 봉구안을 볼 생각에 몸이 가뿐해지는 듯했다.그러나 그녀의 방에 도착한 순간, 봉구안과 차선아가 다정하게 붙어 있는 광경을 목격하고 말았다.봉구안은 차선아를 밀쳐내며 서둘러 해명했다.“오해예요.”사실 오해는 아니었다.다만 일이 성사되지 않았고, 불필요한 번거로움을 피하려면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소욱은 그렇게 쉽게 넘어갈 인물이 아니었다.그는 봉구안에게 다가가 날카롭고 냉정한 눈빛으로 차선아를 노려보며 물었다.“너, 방금 뭘 하려 했느냐.”너무 직설적인 질문이라 상대방의 체면 따위는 고려하지 않았다.보통 사람이라면 이미 부끄러움에 몸 둘 바를 몰랐겠지만, 차선아는 보통 사람이 아니었다.그녀는 피하지도, 도망치지도 않고, 당당하게 자신의 행동을 인정했다.하지만 굳이 이 남자에게 해명할 필요성은 느끼지 못했다.“이건 저와 소환 간의 일입니다.”즉, 당신이 신경 쓸 일이 아니다라는 뜻이었다.소욱은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나올 뻔했다.“다른 사람은 몰라도, 내 여자는 내가 간섭한다.”그는 봉구안을 향해 책망하듯 물었다.“저 자가 너를 농락하려 했는데 왜 밀어내지 않았느냐?”만약 자신이 제때 소리를 지르지 않았다면, 정말로 입을 맞췄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는 속이 뒤집힐 것 같았다.이 여자는 왜 여자들에게 그리도 마음이 열려 있는 것인지!봉구안은 매우 진지하게 답했다.“밀어내려고 했는데, 그때 당신이 들어왔어요.”차선아는 미간을 찌푸렸다.소환이 왜 이 남자에게 굳이 해명을 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게다가 내가 다가가서 입을 맞춘 걸 왜 농락이라 표현하지?’어젯밤 그녀는 이미 소환과 이 남자가 함께 있는 걸 목격했다.새로 사귄 친구인가 보구나 싶었지만, 그렇다면 친구로서의 선은 지켜야 하지 않겠는가?차선아는 차분한 표정으로 가볍게 절을 하며 자신을 소개했다.“전진파의 부관장 차선아입니다. 당신은?”소욱은 차갑게 대꾸했다.“소이라 한다.”그는

  • 폭군의 장군 황후   제689화

    은육을 통해 몰래 지원군을 요청한 건 소욱의 지시였다.그 이유는 두 가지.첫째, 봉구안 때문이다.이 무자비한 투기장의 방식으로 봐선, 봉구안이 이기더라도 쉽게 투기장을 벗어날 수 없을 게 뻔했다.둘째, 백성들을 위해서였다.투기장의 잔혹함과 잔인함을 목격한 뒤로 소욱은 이미 결심했다. 이곳을 없애겠다고.이런 삐뚤어진 풍조를 방치한다면, 이는 곧 방조와 다름없으니까.태창의 수비대는 현재 황제의 얼굴을 알지 못했으나, 은육이 가지고 명패는 알아볼 수 있었다.해당 명패를 소지한 자는 지방 관리를 감찰하고, 지역 수비대를 지휘할 권한을 갖고 있었다.은육이 이끌고 온 수비대는 약 3만 명.수비대의 장수인 백효지는 장창을 손에 쥔 채 분노에 차 소리쳤다.“전원 무기를 내려놓고, 두 손을 머리 위로 올려라!”“명령을 거역하는 자, 즉시 처단한다!”그리하여 병사 절반은 투기장의 관중을 포위하고, 나머지 절반은 투기장을 봉쇄하며 내부 인원을 체포하기 시작했다.봉구안은 이 상황을 보자 팽팽히 당겨졌던 긴장이 풀리는 듯했다.은육은 명패를 소지한 사람으로 가장하며, 소욱 일행을 군중에서 떼어내 안전한 곳으로 인도했다.소욱은 짙은 자주색과 검은색이 섞인 평복 차림이었다.겉보기엔 평범한 옷 같았지만, 고급스러운 소재가 그의 품격을 감추지 못했다.백효지는 황제의 얼굴을 알지 못했으나, 소욱이 예사롭지 않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게다가 명패를 들고 있던 사람은 극히 평범한 옷을 입고 있었기 때문에 그가 황제일 가능성은 현저히 적었다.틀림없이 자신의 호위무사를 대신 자신에게 보냈을 터였다.수비대장인 백효지는 그제야 다가와 소욱에게 고개를 숙이며 정중히 말했다. “이곳은 저희가 처리하겠습니다. 먼저 역관으로 가셔서 편히 쉬십시오!”소욱은 곁눈질로 봉구안을 보더니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걸을 수 있겠느냐?”봉구안은 대부분 가벼운 외상이었고, 걷는 데는 큰 지장이 없었다.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 괜찮습니다.”소욱은 다시 은육에게 명령

  • 폭군의 장군 황후   제688화

    봉구안이 시합에 오르기 전, 이미 도주 경로를 치밀하게 계획해 둔 상태였다.그녀는 스스로를 잘 알고 있었다.지금의 체력으로는 끝까지 버틸 수 없다는 걸.이런 식의 연속적인 시합은 애초에 공정이라 할 수 없었다.그래서 처음부터 그녀는 마지막까지 링을 지킬 생각이 없었다.이전까지의 시합은 단지 관중들이 그녀에게 돈을 걸게 만들고, 결국 투기장이 정원아를 풀어놓게끔 압박하기 위한 과정이었다.강림은 아직도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채, 전진파의 무리들과 함께 뛰고 있었다.속으로는 원망했다.‘소환, 이 녀석! 무슨 일이든 하기 전에 나한테 말이라도 좀 해줘야지!’그러나 봉구안은 누구에게도 설명할 수 없었다.그녀가 혼자서 정원아를 납치한다면, 투기장의 모든 시선은 자신에게만 집중될 것이다.하지만 동료가 끼어들면, 동료가 많아질수록 함께 도망칠 가능성은 줄어들 뿐이었다.이 사실을 차선아는 정확히 이해하고 있었다.그래서 그녀는 칼을 뽑아 추격에 나섰다.“뻔뻔한 도둑놈아! 우리 전진파 제자를 돌려놔!”강림은 그제야 모든 걸 깨달았다.“그렇구나! 저 녀석이 그 꽃 도둑놈이었어! 나도 속은 거야!”봉구안은 정원아를 품에 안고 투기장을 빠져나왔다.밖은 온통 칠흑 같은 어둠이었고, 여기저기서 희미한 빛이 반짝였다.그러나 그 빛은 금세 커졌고, 가까이서 확인하니 그것은 모두 투기장 경비병들이었다.그들은 이미 빠르게 모여들어 횃불을 높이 들고 그녀를 에워쌌다.안쪽에서는 또 다른 추격대가 다가오고 있었다.봉구안은 눈을 번뜩이며 재빠르게 정원아를 뒤쫓아 나온 차선아에게 넘겼다.그리고 우상의 머리도 함께 건넸다.“가! 내가 뒤를 막을게!”그녀는 이미 부상을 입은 상태였다.더 멀리 달아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차선아는 눈빛이 흔들렸다.하지만 이 순간의 봉구안은 예전의 소환과 하나도 달라 보이지 않았다.상황이 급박했기에 망설일 틈이 없었다.차선아는 단호히 고개를 끄덕이며 빠르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정원아를 데리고 떠났다.전진파의 제자들

  • 폭군의 장군 황후   제687화

    우상이 죽었다.그의 몰락을 안타까워하는 이는 없었고, 사람들은 새로운 광란 속으로 빠져들었다.방금 전까지 망설이던 이들조차 연이어 소환에게 모든 것을 걸기 시작했다.강림은 온통 혼란스러웠다.이겼다는 소식을 듣고서야 비로소 눈을 떴다.그러곤 멍하니 물었다.“어떻게 한 거야? 소환은 방금까지만 해도 발밑에 깔려 있지 않았나?”멀지 않은 곳에서 차선아가 중얼거렸다.“살인사. 소환이 상대의 살인사를 썼어.”이미 의식을 차린 방민이 입을 열었다.“그뿐만이 아니야. 철선권도 썼어!”그래.그게 핵심이었다.살인사만으로는 상대할 수 없다.철선권은 살인사와 함께 사용해야지만 제대로 쓰일 수 있다.게다가 이미 사람들에게 노출된 살인사라면 단 한 번의 기회밖에 없었다.그리고 소환은 그 기회를 노렸던 것이었다.차선아는 자신이 부끄러워졌다.자신이라면 결코 시합 중에 상대의 기술을 관찰하고 복제하여 활용하지 못했을 것이다.이는 바로 그 유명한 말이 떠오르게 했다.타산지석, 나에게도 쓸 수 있는 돌이 될 수 있다.그리고 남의 창은 나의 검이 될 수 있다.철창이 천천히 내려왔다.소환은 그 안에서 우뚝 서 있었다.한 손에는 우상의 머리를 들고 있었다.그녀의 모습은 마치 곧은 소나무 같았고, 꺾이지 않는 지조를 지니고 있었다.마치 험난한 바위 틈새에서 자라는 능소화 같았다.어려움과 두려움을 두려워하지 않는 꽃처럼 말이다.사람들은 환호했지만, 소환은 신경 쓰지 않았다.그들의 각양각색의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철창이 완전히 내려오고, 문이 열리자 소환은 우상의 옷을 찢어 그의 머리를 감쌌다.그리고 여전히 충격에 빠져 있는 사회자를 향해 고개를 들었다.“미인을 내놔. 내가 이겼잖아.”사회자는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이토록 무서운 사람일 줄은 꿈에도 몰랐기 때문이다.방금 전의 시합을, 관객은 자세히 보지 못했지만 그는 또렷하게 보았다.우상은 뛰어난 무술을 가졌고, 몰래 갑옷을 착용하여 칼과 창조차 통하지 않았다.하지만 소환은 정

  • 폭군의 장군 황후   제686화

    우상은 봉구안의 신념을 한 걸음씩 부수기 시작하며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소환, 넌 세상의 악인을 다 없애고 싶다지만, 너무 순진한 생각이야.”“너는 이 지하 투기장이 존재하는 걸 조정이 정말 모를 거라 믿어? 여기 관할하는 관리 중에서 이걸 묵인하지 않은 자가 누가 있겠느냐? 왜 그럴까?”“그들은 돈과 권력을 원하니까, 그리고 치적을 쌓고 싶으니까.”“그럼 넌? 넌 또 뭐 때문에 이러고 있는 건데? 너 우리를 다 반짝이는 너를 돋보이게 하는 배경이라고 생각하지? 우리를 이겨서 더 많은 사람들이 너를 대영웅이라 칭송하기를 바라는 거겠지.”“하지만 내가 묻겠다.”“그렇게 말하는 정의란 도대체 뭐냐? 악인은 또 누구냐?”“내가 악인이라면, 죄악을 방조하는 조정은 악인이 아니겠냐?”“그래, 넌 날 죽일 수도 있겠지. 하지만 네가 사람 마음속의 악념까지 죽일 수 있겠느냐?”“내가 너한테 알려주지. 악념이 존재하는 한, 죄악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아.”“너 따위 필부가 뭔데 사람 본성을 상대로 싸운다는 거냐?”“넌 내가 악인이라고 생각하겠지만, 나도 선행을 해본 적 있다.”“예를 들면, 화살에 맞아 죽어가던 산토끼를 살려준 적도 있지.”“네가 말하는 ‘좋은 사람’들은 어떤가? 그들도 악행을 저지르지 않은 자가 누가 있겠냐?”“악념 하나 품지 않은 사람이 있겠냐? 칠정육욕 아래 완벽한 인간이란 없단다.”“소환, 넌 다른 사람들에게 너무 엄격해. 그건 정의가 아니야…”철창 밖, 차선아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눈썹을 잔뜩 찌푸리고 있었다.‘소환, 제발 이겨야 해!’강림은 돈주머니를 단단히 움켜쥐고 속으로 빌고 있었다.‘제발, 소환만 무사하면 십 년 동안 뭐든 다 망해도 상관없어!’소환에게 돈을 건 관중들도 흥분하기 시작했다.그는 지금 우상에게 짓밟힐 위기였고, 사람들은 소리쳤다.“내가 쟤한테 돈을 걸었으면 안 됐어!”“야, 네가 이기라고 했잖아! 빨리 일어나라고!”“야, 이기든 지든 너무 보기 안 좋잖아!”“잠깐… 뭐야? 무슨 일이

  • 폭군의 장군 황후   제685화

    우상이 철창 안으로 들어섰다. 마치 자신의 집 마당이라도 되는 양 느긋하게 걸음을 옮겼다. 이곳을 시합장으로 여기는 기색은 전혀 없었다.철창 문이 닫히고서도, 그는 서두르지 않았다. 주위를 둘러보며 봉구안에게 물었다.“소환, 저것들 봐라. 니가 이길 거라 믿는 사람이 있긴 한 거지?”봉구안은 냉정한 얼굴로 대답을 삼켰다.그 순간, 철창이 천천히 끌어올려졌다. 땅에서 떨어진 철창은 하늘 중간쯤에 멈췄다.그 후에도 우상은 움직이지 않았다.두 손을 등 뒤로 깍지 낀 채, 마치 어른이 어린아이를 타이르듯 설교하듯 말했다.“소환, 넌 여전하구나. 아직도 저렇게 젊은 혈기로 설쳐대다니.”“이런 식으로 싸우면 안 되잖아.”“내가 네 속셈 모를 줄 아나? 네가 원하는 건 입맞춤 따위가 아니잖아. 너는 이 기회를 틈타 정원아란 계집을 구하려는 거겠지.”봉구안의 눈빛이 더욱 차가워졌다.둘이 철창 안에서 주고받는 말은 관중들에겐 들리지 않았다.우상은 그녀를 안심시키려는 듯, 부드럽게 속삭였다.“걱정 마라. 내가 굳이 이걸 폭로하진 않을 테니까. 그렇지 않으면, 이 싸움이 뭐가 재밌겠어? 반 시진 동안, 내가 쓰러지든지, 아니면 네가 죽든지... 난 이곳에서 너와 끝장을 볼 거야.”그가 머리를 살짝 기울이며 웃음을 지은 순간, 손에 힘을 모아 공격을 날렸다.봉구안은 날렵하게 몸을 비틀어 피했다.우상의 공격이 허공을 가르자, 그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웃으며 말했다.“오… 좀 실력이 늘었네?”이어지는 두 번째 공격.이번엔 번개같이 빠르고 맹렬했다.봉구안이 또 한 번 피했지만, 이번엔 처음처럼 여유롭지 않았다.우상은 여전히 웃었다.“보아하니, 실력이 꽤 늘었구먼.”그는 마음을 무너뜨리는 데서부터 싸움을 시작했다.관중석은 숨을 죽인 채 철창을 응시했다.봉구안은 우상을 보며 그가 저지른 모든 악행들을 떠올렸다.그녀의 분노가 타올랐다. 주먹을 꽉 쥐며 공격에 나섰다.그러나, 그녀의 주먹이 그의 몸에 닿자, 아파한 것은 오히려 그녀 자신이었다.

  • 폭군의 장군 황후   제684화

    강림은 멍하니 우상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평범하게 생긴 남자, 군중 속에 섞이면 금세 찾을 수 없을 것만 같은 남자를…“무림맹이 처음 설립될 당시, 강호에 세 명의 악귀가 나타났는데, 우상이 바로 그들 중 우두머리였소.”“그들은 소림의 속가 제자로, 방화와 약탈, 강탈, 살인을 일삼으며 악행을 저질렀지. 무림맹은 이 세 사람을 제거하기 위해 숭화산에서의 결전을 벌였소.”“그 전투에서 무림맹은 합심하여 두 명의 악귀를 처치했지만, 우상의 무공은 너무 강해서 그만 도망치고 말았소.”“소환은 그 전투에서 중상을 입었고, 며칠 지나지 않아 우상은 동방세의 신부를 납치했소…”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강림은 그 기억을 떠올릴 때마다 여전히 몸이 오싹해졌다.평소 장난스럽고 가벼운 그의 태도와는 달리, 그는 잠시 멈칫하며 목이 메인 듯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저 놈은 동방세의 부인을 토막으로 나눠서 매일 한 조각씩 보냈었소. 그 일로 동방세는 거의 미쳐버릴 뻔하였소.”“나중에 소환이 우상을 찾아내 결투를 벌였지만, 그 싸움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는 아무도 모르오. 다만, 그 싸움에서 소환이 패배했다는 것만 알려졌소.”“소환은 원래도 부맹주라는 자리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그 싸움 이후로는 아예 무림맹을 떠나버렸소.”“그 후 몇 년 동안 동방세는 계속 우상을 찾아다녔는데, 오늘 여기서 저 놈을 보게 될 줄이야.”강림의 눈빛은 얼음처럼 차갑게 변했다.그는 그 시절 겨우 열몇 살의 어린 소년으로, 무공도 대단치 않았고, 고작 곁에서 한마디 거들며 허세나 부리던 아이에 불과했다.그러나 우상의 잔혹함은 그의 두 눈으로 직접 본 것이었다.동방세의 부인의 죽음은 지금도 무림맹이 씻을 수 없는 치욕이었다.그것은 분명히 소환의 가슴 속 깊이 박힌 한 가시일 터였다.강림은 지금이라도 소환과 함께 우상을 죽이고 싶었다.그 이야기를 듣고 난 뒤, 소욱의 마음도 무거워졌다.그는 봉구안의 과거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었다.그 모든 풍류와 연애는 그녀가 겪은 수많은

  • 폭군의 장군 황후   제683화

    한 무리의 사람들이 고함을 쳤다.“보여줘! 보여주라고!”“제기랄, 우리 이렇게 많이 네 승리에 돈을 걸었는데 네가 기권하면 우린 다 쫄딱 망한다고!”“정원아를 어서 끌어내! 나도 그 여자가 죽었는지 살았는지 보고 싶으니 말이야!”봉구안의 한 마디가 사람들을 불안하고 동요하게 만들었다.사회자는 그들을 진정시키려 애썼다.“조용, 조용! 다들 조용하시오!”“여러분에게 보장하겠소. 정원아는 분명 살아 있으니 어서 진정하시오…”봉구안은 단호하고 냉랭하게 말했다.“정원아의 얼굴을 보지 못하면, 저는 경기를 포기하겠습니다.”그녀가 두 판을 연달아 이긴 후, 그녀에게 돈을 건 사람들은 점점 늘어나고 있었다. 이 시점에서 포기한다면 그들의 이익에 손해를 끼치는 셈이었다.사람들은 그녀를 따라 외치기 시작했다.“정원아를 끌어내라!”“맞아, 안 그러면 우린 돈 돌려달라고 할 거야!”천 명에 가까운 관중들이 외치는 소리에 사회자는 얼굴이 창백해지며 속이 새카맣게 타들어갔다.그는 슬며시 자리를 떠나 비밀문으로 들어가 안쪽에서 상부에 보고를 올렸다.얼마 지나지 않아, 그가 다시 나타났다.“좋소. 우리 주인께서 말씀하시길, 정원아를 먼저 데리고 나와 여러분에게 보여줄 수 있다고 하셨소. 그녀가 죽었는지 살았는지 확인하실 수 있으니 잠시만 기다려 보시오! 다만, 여러분들은 추가로 돈을 더 걸어야 할 것이오!”관중들은 일제히 환호했다.“좋아!”전진파의 사람들은 얼굴이 굳었다.그들 또한 정원아의 상태가 어떤지 알고 싶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높은 곳에서 다시 철창 하나가 내려왔다.이번 철창은 조금 작았다.안에는 하얀 옷을 입은 여인이 있었고, 그녀는 힘없이 구석에 기대어 있었다.철창이 땅에 닿자, 전진파의 제자들이 애타게 그녀를 불렀다.“원아! 정원아!”“사매님!”희미하게 정신이 든 정원아가 눈을 떴다.“다행이다, 부관장님! 사매가 아직 살아 있습니다!”사회자는 봉구안을 향해 물었다.“어떻소?”그는 곧바로 신호를 보내 철창을 다시 올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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