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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화

Aвтор: 일설연우
며칠간의 훈련 후 마구 경기가 예정대로 열렸다.

관람석에는 황제가 가운데, 태후가 그의 오른쪽에, 나머지 사람들이 그 아래에 차례로 앉았다.

서왕은 온화한 모습으로 감탄했다.

“궁중에서 처음으로 마구 경기를 하는데 황후마마께서 신경을 많이 쓰셨습니다.”

말하면서 그는 자주 황제를 쳐다보았지만 소욱의 얼굴이 얼음장처럼 차가운 걸 발견했다.

“처음이긴 하다. 봉씨 집안의 역대 황후와 비교해도 유례가 없구나.”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황후를 향한 황제의 불만을 알아챘다.

원만하게 수습하기 위해 태후는 자애롭게 웃으며 칭찬했다.

“황후는 특별한 마음을 가지고 있으니 이 마구 경기도 분명 독창적일 것입니다.”

소욱은 눈살을 잔뜩 찌푸리고 있었는데 태후의 말에 동의하지 않는 것이 분명했다.

서왕은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앞에 놓인 술잔을 들어 말없이 가볍게 한 모금 마셨다.

다른 비빈들은 마구에는 관심이 없고 황제와 가까이 있고 싶은 목적뿐이었지만 같은 관람석에 있어도 거리가 너무 멀었다.

경기에 앞서 참가자들은 각자 천막에서 승마복과 보호대를 착용했다.

가빈은 옷을 입은 후 황후의 천막으로 달려갔다.

“황후마마, 우리가 같은 편일 줄은 몰랐습니다. 빈첩은 귀비의 마술이 너무 좋아서 아무도 귀비를 제압할 수 없을까 걱정했는데...”

봉구안이 문득 그녀의 말을 끊었다.

“등나무 갑옷을 벗거라.”

“네?”

가빈은 멍해졌다.

황후가 왜 갑자기 등나무 갑옷을 벗으라고 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그녀는 황후의 말에 따랐다.

전장에서 쓰는 등나무 갑옷이 온몸을 감싸고 있지만 마구에서는 말을 타고 공을 다루어야 하기 때문에 등나무 갑옷은 몸통만 보호할 수 있었다.

가빈의 등나무 갑옷에서는 특별한 냄새가 났는데 신경 쓰지 않으면 냄새를 거의 맡을 수 없을 정도였다.

봉구안은 선천적으로 좋은 후각을 가지고 있어 가빈이 가까이 오자 냄새를 맡았다.

게다가 그녀는 일 년 내내 행군하며 이 냄새에 매우 민감했다.

이것은 설란향이다.

말이 설란향을 맡으면 이상하게 흥분하고 불안해져서 발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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Комментарии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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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정
2024. 12. 25.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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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녕궁.태후는 황제를 바라보았다.그의 눈빛에서 묘한 불안과 결연함을 읽었다.그녀는 그가 자신을 찾은 이유는 단순한 문안 인사가 아닐 것이라고 확신하였다.소욱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본론을 꺼냈다.“어마마마를 뵙습니다. 곧 출궁할 예정이니 귀환 날짜는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후궁의 일은 녕비 한 사람에게 맡길 수 없으니, 당분간 어마마께서 주관해 주십시오.”소욱이 조용히 눈빛을 보내자, 유사양이 즉시 앞으로 나와 금인을 내놓았다.탁.금인이 단단한 목제 탁자 위에 올려졌다.금인은 후궁을 총괄할 수 있는 권한의 상징이었다.이것을 손에 쥐면, 황궁 내 크고 작은 모든 일을 결정할 수 있었다.태후는 잠시 금인을 내려다보았다.그녀가 마지막으로 금인을 손에 쥐었던 것이 언제였던가?오랜 세월이 흐른 뒤, 이제 다시 그녀의 앞에 놓여 있었다.그러나, 그녀는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이 있었다.그녀는 천천히 시선을 들며 황제를 바라보았다.태후는 더 혼란스러워졌다.“또 출궁한단 말이냐?”그녀는 황제의 얼굴을 찬찬히 살폈다.“얼마 전 돌아온 지 얼마나 되었다고, 이번에는 대체 어디로 가는 것이냐?”그러다 문득 떠올랐다.황후… 분명 황후와 관련된 일일 터였다.태후는 눈을 가늘게 뜨며 조용히 물었다.“전에 황후와 함께 변복하고 순행했다 하였지? 하지만 돌아온 것은 너뿐이었다. 황후는 어디에 있느냐?”소욱의 표정은 변하지 않았다.아주 태연하게 거짓을 입에 담았다.“궁정의 급한 사정으로 인해 제가 먼저 복귀해야 했습니다. 황후는 아직도 절 대신하여 각지를 순찰하고 있습니다. 이번 출궁도 황후를 찾기 위함입니다.”태후는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는 않았다.그러나 직접 따져 묻지도 않았다.그녀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무엇을 하러 가든, 몸조심하여 무사히 돌아오너라.”소욱의 발걸음이 멈칫했다.한순간 떠오른 기억.어린 시절, 태후는 그를 한없이 아꼈다.그녀는 아들을 갖지 못했지만, 그에게만큼은 모성애를 아낌없이 쏟았다.소욱은 잠시 침묵하다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029화

    남제, 자녕궁.소욱은 기다렸다.그러나 돌아온 것은 봉구안이 서여국의 황좌에 올랐다는 소문이었다.그는 믿을 수 없었다.그러나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의심과 불안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그녀의 성격을 생각하면… 서여국을 위해 임시로 황위를 받아들였을 가능성이 컸다.그러나 단순한 일시적인 선택이라 하더라도, 그녀가 남제의 황후라는 사실이 변하는 것은 아니었다.소욱은 칼날 같은 시선을 번뜩이며 명했다.“진한길, 즉시 확인해라. 사실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아와야 한다.”“예, 폐하!”진한길 역시 믿고 싶지 않았다.황후가 황제를 등지고 다른 나라를 택했다니?이런 말도 안 되는 소문을 두고 볼 수는 없었다.자녕궁은 묘한 적막감에 휩싸여 있었다.태후는 며칠째 잠을 이루지 못했다.그녀의 몸에선 점점 기력이 빠져나갔다.그날 새벽, 어의가 도착해 진맥을 하며 차분히 말했다.“태후마마, 기혈이 약해지고, 신장의 기운이 쇠약해졌습니다. 천계가 다하고, 지혈이 끊어졌습니다. 즉, 태후마마의 월경이 완전히 끊어진 것입니다.”그 순간, 태후의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다.이것은 모든 여인이 맞닥뜨리는 운명이었다.그러나, 그녀는 이 순간이 이렇게 빨리 찾아올 것이라곤 생각하지 못했다.옆에서 지켜보던 녕비는 태후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지는 것을 보았다.그녀는 태후가 이 사실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것을 직감했다.녕비는 조용히 어의에게 눈짓을 보냈다.“물러가거라.”어의가 물러나자, 녕비는 조심스럽게 태후에게 다가갔다.“고모님…”그러나 그녀가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태후는 녕비의 손을 붙잡았다.그 눈빛은 한없이 다정하면서도, 어딘가 깊은 슬픔이 서려 있었다.“녕비, 나는 이미 늙었단다. 하지만 너는 아직 젊구나.”녕비는 순간 당혹스러웠다.“고모님, 왜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자녕궁에는 계 상궁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태후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나는 운이 좋았단다. 나는 선제 폐하의 후궁이었지만 아들을 낳지 못했지. 그러나 현황 덕분에 태후의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028화

    서여국 국경.정국의 장군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그 여자의 말이 틀리지 않다. 지금 퇴각하는 것이 우리가 살아남을 유일한 길이다.”소주의 장군은 분을 삭이지 못한 채 주먹을 불끈 쥐었다.“하늘도 우리를 돕지 않는군! 서여국과 남제, 이제는 완전히 하나가 되어 버렸어!”그들은 알고 있었다.한 번이라도 출병하면, 남제의 서경군이 즉시 움직일 터였다.그렇게 되면 그들은 서여국뿐만 아니라 남제의 대군과도 맞서야 했다.그런 위험을 감수할 수는 없었다.현재의 남제는 욕망을 삼키는 탐욕스러운 맹수와 같았다.그들에게 잡아먹히는 순간, 소국인 그들은 더 이상 회생할 기회조차 갖지 못할 터였다.“지금 남아 있는 국력을 유지하려면, 퇴각해야 한다.”……서여국 국경.봉구안은 아직 국경을 떠나지 않았다.밤이 깊어가자, 바람이 점점 거세졌다.호원아가 조용히 다가와 외투를 걸쳐 주었다.그러나 그녀는 멀리 어둠이 내려앉은 땅을 응시하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호 장군, 솔직히 말해 주십시오. 유영 모녀가 서여국으로 돌아온 것을, 이모님께서 알고 계셨습니까?"호원아의 표정이 잠시 굳어졌다.그러나 이내 태연하게 대답했다.“폐하께서는 병환으로 인해 교외에서 요양 중이셨습니다. 무엇을 알고 계셨는지, 무엇을 모르셨는지, 제가 어찌 알겠습니까?”그러나 봉구안의 눈빛은 그 말을 믿지 않는다는 듯, 날카로운 검처럼 그를 꿰뚫었다.“호 장군, 당신은 이모의 최측근이었습니다. 이모님께서 아무것도 모르셨을 리가 없지 않습니까?”호원아는 대답하지 않았다.침묵. 그것이 무엇보다 더 많은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봉구안은 시선을 거두며 낮게 말했다.“서여국의 위기는 일단락되었습니다. 이제, 저는 남제로 돌아가야 합니다.”그 말에 호원아의 눈이 커졌다.“지금 떠나신다고요?! 그러면 서여국은 다시 혼란에 빠질 것입니다! 소주와 정국이 언제든 다시 움직일 수도 있습니다!”그러나 봉구안의 표정은 변하지 않았다.“이 일은 남제에 계신 황제 폐하와 상의한 후 결정할 일입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027화

    서여국 황궁.봉구안이 뒤돌아보지 않고 걸어가는 동안, 정희는 그녀를 향해 마지막 발악을 쏟아냈다.“봉구안! 너 같은 년은 평생 아이도 못 낳을 거야!”그러나 봉구안의 발걸음은 한 치의 흔들림도 없었다.그리고…슥… 쾅!칼이 내려치며 단칼에 머리가 날아갔다.유영의 머리는 바닥을 굴러 대전의 문 앞에서 멈췄다.죽은 그녀의 눈은 여전히 황좌를 바라보고 있었다.끝까지 손에 넣지 못한 권좌를 원망하며.정희는 그 광경을 보고 몸이 얼어붙었다.“아니야…! 어머니!!”그녀는 울부짖으며 몸부림쳤지만,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똑같은 운명이었다.“나는 잘못한 게 없어! 제발…! 모두 내 어머니 혼자서 저지른 일이란 말이야!”다급한 애원에도, 칼은 흔들림 없이 내려졌다.슥…붉은 피가 차가운 바닥을 적셨다.그녀의 눈은 끝내 감기지 않았다. 아니, 그녀는 차마 눈을 감을 수 없었다.그렇게… 두 개의 머리가 황궁 앞에 나란히 놓였다.……서여국 국경.서여국 국경에서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다.소주와 정국의 대군은 이미 출병 준비를 마친 후였다.늦은 밤, 정찰병이 급히 보고를 올렸다.“장군님! 서여국 황제가 승하했습니다!”“하지만 우리가 심어둔 가짜 숙연이 탄로 나서 처형을 당했습니다!”“게다가, 우리 내통자들도 모두 발각되어 처형되었습니다!”소주와 정국의 장군들은 당혹스러웠다.“가짜 숙연이 죽었다고?!”황제가 죽었다면 혼란을 틈타 쉽게 서여국을 점령할 수 있어야 했다.그러나 예상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사태가 흘러가고 있었다.“하지만 상관없다.“어차피 황제가 죽었다면, 서여국을 공격할 최적의 기회다!”소주의 장군이 결정을 내리려던 찰나… 또 다른 정찰병이 급히 달려왔다.“장군님! 서여국 군을 이끄는 자는… 남제 황후인 맹 소장군이라고 합니다!”순간, 장막 안이 조용해졌다.“뭐?!”장군들은 서로를 바라보았다.“그 여자가 왜 서여국에 있지?!”“말도 안 돼! 남제 황후가 어떻게 서여국 군을 지휘한단 말이냐!”정찰병이 숨을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026화

    봉구안에게 서여국은 결코 남제만큼 가까운 나라가 아니었다.그녀는 남제에서 태어나 자랐고, 남제의 군인이었다.그녀의 가족, 친구, 그리고 모든 삶이 남제에 있었다.지금 그녀는 남제의 황후였다.만약 그녀가 혼자라면, 서여국에 남을 수도 있었다.그러나 남제에는 그녀를 기다리는 이들이 있었다.그녀의 남편, 그녀의 스승과 사모님, 그리고 봉장미…하지만 서여국을 완전히 외면할 수도 없었다.개인적으로는, 그녀의 외가가 이 나라에서 피를 이어왔고, 공적으로는 서여국 같은 나라가 필요했다.지금의 세상에서, 서여국은 여성들에게 더 나은 삶을 보장하는 거의 유일한 나라였다.그 나라가 사라진다면, 앞으로 어떤 희망도 없을 것이다.더욱이, 소국인 소주와 정국이 북연과 손잡고 서여국을 나눠 가지게 된다면, 남제의 서경에도 위협이 될 것이 분명했다.잠시 고민하던 그녀는 결단을 내렸다.“서여국을 위해 싸울 것이다. 하지만 황위는 절대 맡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너희들은 하루속히 서여국에서 새로운 군주가 될 자를 찾거라.”오양련은 실망한 기색이 역력하였다.“아가… 네가 어찌…”옆에 있던 호원아는 서둘러 오양련의 팔을 붙잡았다.그런 뒤, 고개를 저었다. 그녀는 봉구안의 마음을 누구보다도 더 잘 이해하고 있었다.오양련의 예상대로 황제가 승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서여국 곳곳에서 야심가들이 움직였다.누구도 이 혼란을 그냥 넘길 생각이 없었다.권력의 공백을 채우기 위해 수많은 세력이 물밑에서 충돌하고 있었다.상인들은 이미 정국과 소주가 서여국을 침공할 것이라 예상하며 전쟁 준비로 분주했고, 백성들은 황제가 떠난 혼란 속에서 불안에 떨고 있었다.그러나, 이 모든 것보다 가장 두려워한 사람은 따로 있었다.바로 정희였다.서여국 황궁 대전 앞.정희와 그녀의 어머니, 유영은 손과 발이 묶인 채 차가운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그녀는 두려웠다.죽고 싶지 않았다.독을 마셨을 때까지만 해도, 그녀는 어머니가 황제가 될 것이고, 그 후에는 해독제를 받아 건강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025화

    남제 황궁.소욱은 알 수 없는 불안감에 사로잡혔다.평소 같았으면 무심히 지나쳤을 감정이었지만, 지금은 도무지 마음이 진정되지 않았다.그는 억지로 상서문을 끝까지 훑고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리고는 발걸음을 영화궁으로 옮겼다.유사양이 곧바로 그 뒤를 따랐다.그는 황제의 얼굴을 살피며 황제가 국사로 인해 걱정하는 줄 알았고, 눈치껏 내전의 궁녀들을 물렸다.소욱은 의자에 앉아 오랫동안 침묵했다.만약 자신이 황제가 아니었다면, 지금 당장 서여국으로 가서 그녀를 데려왔을 터였다…서여국 황궁.봉구안은 깊은 고민에 빠졌다.한쪽은 남제 황후로서의 신분. 그리고 다른 한쪽은 황실이 무너질 위기에 놓인 서여국.그녀는 알고 있었다.자신은 남제 황후였다.그런 그녀가 서여국에 남는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하지만, 서여국은 지금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었다.적국이 눈앞에 닥친 이 시점에서, 그녀가 어머니를 데리고 떠난다면…서여국은 버텨낼 수 있을까?그녀의 마음이 쉽게 결정을 내릴 수 없는 이유였다.편전 안, 오양련과 호원아가 나란히 무릎을 꿇었다.그리고, 전각 밖에서도 수많은 대신들이 무릎을 꿇고 있었다.그들은 한 목소리로 외쳤다.“새 황제 폐하를 모십니다!”봉구안은 깊은 눈빛으로 그들을 내려다보았다.“일단 모두 일어나거라.”“이런 식으로 나에게 황제의 자리를 강요하지 말거라.”그러나 호원아의 눈빛은 흔들리지 않았다.“서여국이 위기에 처했습니다. 폐하께서 직접 지목하신 황위 계승자는 마마이십니다! 만약 마마께서 떠나신다면, 서여국은 그야말로 풍전등화가 될 것입니다!”봉구안은 단호하게 말했다.“서여국이 지금까지 강성할 수 있었던 것은 황제 한 사람의 공이 아니다. 백성들이, 그리고 신하들이 모두 한마음으로 나라를 지켜왔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번 전쟁 역시 자네들이 힘을 합친다면 충분히 승리할 수 있을 것이다.”그러나 호원아는 굴하지 않았다.“폐하께서 돌아가시고, 군심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게다가 이번 적국은 확실한 준비를 하고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024화

    유영은 궁 안이 혼란에 휩싸이는 것은 아랑곳하지 않고, 곧장 정희에게 달려갔다.“너희 이모는 어떻게 됐느냐!”정희는 황급히 대답했다.“어머니, 폐하께서… 승하하셨어요.”그녀는 어머니가 왜 갑자기 이런 질문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그 여자, 분명 어젯밤에 이미 죽지 않았던가.지금 중요한 건 따로 있었다. 정희는 급히 본론을 꺼냈다.“어머니! 침궁에 누군가 침입했어요! 그들이 저를 기절시켰어요! 빨리 금군을 보내서 그들을 잡아야 해요!”정희는 전각에서 깨어났을 때, 많은 병사들의 발소리와 내전에서 희미하게 들려오는 소란만을 감지했다.누가 그녀를 쓰러뜨렸는지, 내전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지 못했다.그저 본능적으로 도망쳐 도움을 요청하려 했을 뿐이었다.하지만 유영은 그 말을 듣고 오히려 속이 시원했다.황제가 어젯밤 죽었고, 되살아난 것이 아니라면… 자신이 속은 것이 아니었다!그렇다면 황제가 아직 살아 있다는 말은 거짓이었던 것이다.그녀를 속여 방심하게 만들려는 계략이었을 뿐이라고 생각하였다.“흥! 감히 날 속이려 들어?”황제가 완전히 죽었다면, 이제 누가 그녀가 ‘숙연’이 아님을 증명할 수 있겠는가?그녀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한편, 봉 부인이 서여국 황궁에 도착했을 때, 그녀가 마주한 것은 차가운 시신뿐이었다.봉구안은 이미 대신들을 다른 전각으로 보냈고, 침궁에는 모신 상궁만이 남아 있었다.모신 상궁은 봉 부인의 곁을 조용히 지키며, 쓰러질 듯 흔들리는 그녀를 부축했다.“대인… 적어도 황제 폐하께서는 마지막 순간에 대인과 다시 만날 수 있었습니다. 폐하께서는 후회 없이 떠나셨을 것입니다.”봉 부인은 떨리는 손으로 입을 가렸지만, 끝내 눈물을 참지 못했다.그녀는 말없이 흐느꼈다.비록 늦게서야 자매의 인연을 되찾았지만, 가족 간의 정은 타고난 것이며, 피 속에 새겨진 유대였다.피붙이의 죽음은, 그녀가 지금까지 쌓아온 모든 강인한 가면을 무너뜨렸다.쿵!그녀는 힘없이 침상 곁에 무릎을 꿇었다.그리고 얼어붙은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023화

    서여국 황궁.“폐하! 소주와 정국이 서여국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데, 어찌 우리를 두고 떠나려 하십니까!”“폐하, 부디 기운을 내십시오! 서여국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쾌차하셔야 합니다!”“폐하, 신이 무능하여 구원하고자 하였으나 너무 늦었습니다! 제발, 저희에게 마지막으로 알려주십시오. 저 유영이 정말 숙연 대인이십니까?”침상 위, 황제의 두 눈은 깊게 패이고, 입술은 핏기 없이 창백했다.하얀 옷자락은 마치 수의처럼 느껴졌고, 그녀의 몸에서는 서서히 죽음의 기운이 감돌았다.하지만 그녀는 마지막 힘을 다해 입을 열었다.“유영… 저 자는 숙연이 아니다. 저 자가… 서여국을 어지럽히지 못하게 하라…”황제는 마지막 말을 내뱉자마자 온 힘이 빠진 듯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그녀의 몸이 미세하게 떨렸고, 가느다란 목이 휘청이며 들썩였다.마치 몸속의 혼이 빠져나가고 있는 것처럼, 고통스러운 몸짓이었다.대신들은 분노로 이를 갈았다.“폐하, 안심하십시오! 저희가 결코 그 가짜 숙연을 용납하지 않겠습니다!”“그래! 그 자를 당장 처단해야 합니다! 폐하를 속이고, 이 지경까지 몰아넣다니! 그 죄는 만 번을 죽어도 모자랍니다!”하지만 황제의 숨은 점점 희미해졌다.생기가 사라져 가는 눈동자가 신하들을 훑었고, 끝내 봉구안에게 닿았다.침상에서 멀리 떨어진 곳, 조용히 서 있던 봉구안은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았다.그녀의 눈동자는 깊은 심연과도 같아, 그 속을 들여다볼 수 없을 만큼 차갑고도 깊었다.그러나 황제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두 사람 사이에는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오갔다.말 한마디 없어도, 서로가 무엇을 느끼고 있는지 전해지는 듯했다.그때, 모신 상궁이 나섰다.“대신들께서는 이미 진실을 아셨으니, 어서 대전으로 가셔서 그 가짜 숙연을 단죄해 주십시오!”“하지만 폐하께서…”모신 상궁의 목소리가 더욱 다급해졌다.“남제 황후께서는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서여국까지 오신 것은 중요한 국사를 논하기 위함입니다.”“부디 잠시라도 황제 폐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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