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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화

Penulis: 일설연우
황제의 서재에 도착한 봉구안은 공손히 예를 올렸다.

“신첩, 폐하를 뵙습니다.”

소욱은 날카로운 표정을 하고 책상 앞에 앉아 그녀에게 말했다.

“짐은 국무 때문에 바쁘니 간단히 말하거라.”

마장 훈련에 두 명만 참석했다는 이야기는 그 역시 들은 바가 있었다.

그는 황후가 말을 안 듣는 비빈들 때문에 자신에게 부탁하려 찾아왔다고 생각했다.

봉구안이 담담히 말했다.

“귀비의 두통약이 다 떨어져갈 때가 됐네요. 그래서 약을 가져왔습니다.”

소욱은 순간 미간을 찌푸렸다.

‘그냥 약을 전해주자고 여기까지 왔다고?’

사내의 표정이 사납게 변했다.

“지난번에는 한 병밖에 남지 않았다고 하지 않았느냐.”

말을 마친 그는 잡아먹을 듯이 그녀를 노려보았다.

봉구안은 침착하게 말을 이었다.

“아버지께 서신을 보내서 그 의원을 찾아보라고 하였는데 마침 우연히 의원이 경성에 들렀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소욱은 거짓말인지 의심이 갔지만 증거가 없었다.

“거 참 우연이로군.”

그는 곧이어 말을 이었다.

“그런데 왜 바로 영소전으로 가져가지 않고 짐한테 온 거지?”

봉구안은 고개를 들고 진지한 표정으로 답했다.

“산적 사건 때문에 귀비와 신첩 사이에 약간의 거리감이 생겼습니다. 신첩이 주는 거라고 하면 귀비가 먹지 않을 것 같아서요.”

소욱은 속을 꿰뚫어 보려는 듯이 그녀를 빤히 노려보았다.

하지만 그녀는 그가 기대했던 마구 시합에 관한 일은 한 글자도 언급하지 않았다.

비빈들이 그렇게 불만이 많은데 참는다고?

“약은 전해드렸으니 이만 가보겠습니다.”

봉구안이 떠난 뒤, 유사양도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생각에 잠겼다.

황후는 참 이상한 사람이었다.

단순히 약만 전하러 온 거라니.

그가 알기로 현재 두 명만 마구 훈련에 참석하고 있는데 그중 한 명은 골골거리는 현비인 걸로 알고 있었다.

다른 비빈들이 참석해 주지 않으면 마구 시합을 대체 어떻게 조직하려고 그럴까?

소욱은 약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태의원에 가서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고 영소전에 보내거라.”

유사양은 공손히 물러났다.

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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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men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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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정
2024. 12. 22. AM 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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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빈
글이 잘 읽혀서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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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034화

    봉구안은 방금 들은 말을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소욱이… 자신의 황부가 되겠다고?“지금 진심으로 말씀하시는 겁니까?”예상치 못한 말에 그녀는 얼떨떨했다.그러나 소욱의 표정은 농담이 아니었다.“널 찾으러 오기 전에, 이미 모든 준비를 마쳤다.”“남제와 서여국은 결국 하나가 될 것이다.”“그렇다면, 나는 단지 너를 따라 처가에 몇 년 머무는 것뿐이지 않겠느냐.”“소주와 정국을 완전히 복속시키고 나면…”“처가요?”봉구안은 어이가 없어 그의 말을 끊었다.“그걸 혼인 후 친정에 가는 것처럼 말씀하시는 겁니까?”소욱이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말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이쯤 되면, 황제가 바쁜 정무에 치여 현실 감각을 잃어버린 게 아닌가 싶었다.그러나 소욱은 변함없이 단호했다.“내 말은 전부 진심이다. 결국, 네 선택은 두 가지뿐이다. 이제 결정하거라.”봉구안은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듣자 하니, 폐하께서는 저를 몰아세워 선택을 강요하고 계시는군요.”“그리고 황부라니… 설마 제가 그걸 받아들일 거라고 생각하신 겁니까?”소욱은 곧장 미간을 좁혔다.“그럼, 네 계획은 무엇이냐?”“설마 서여국에서 다른 사내를 황부로 세울 생각인 것이냐?”같은 주제를 두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서로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 대화였다.봉구안은 이마를 짚으며 피곤한 기색을 드러냈다.“소욱… 아니 폐하 그만하세요.”그녀는 화가 나서 그의 이름을 그대로 불렀다.이미 신경이 곤두서 있었는데, 소욱이 터무니없는 논리로 몰아붙이니 더 이상 감정을 다스릴 힘조차 없었다.그러나 소욱은 그녀의 손을 단단히 잡으며, 진심이 담긴 눈빛을 보냈다.“구안아, 너는 내게 미안해할 필요 없어.”“남제는 이미 전쟁에서 승리를 거두었고, 당분간 큰 위기는 없을 것이다.”“오히려, 서여국이 소주와 정국을 평정하고 남제와 연합하여 북연을 견제한다면, 우리는 더욱 강력한 동맹이 될 수 있다.”“그렇다면, 내가 너를 따라 서여국으로 가는 것이 무슨 문제가 있겠느냐?”“너는 황제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033화

    문이 열리자, 예상대로 소욱이 서 있었다.봉구안은 손에 쥐고 있던 단도를 내려놓고, 흔들림 없는 걸음으로 그에게 다가갔다.소욱 역시 단 한순간도 그녀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마치, 조금이라도 눈을 돌리면 그녀가 사라져버릴 것만 같았다.원래대로라면 그는 곧장 서여국으로 향해야 했다.하지만 은위로부터 그녀가 남제로 돌아왔다는 소식을 듣고 주저 없이 이곳으로 발길을 돌렸다.다행히도, 눈보라가 그녀를 붙잡아 두었다.“부인…”이름을 부르고 싶었지만, 주변에 사람들이 있었다.그래서 호칭을 바꿨지만, 담긴 감정만큼은 그대로였다.봉구안은 방 안에 외부인이 있는 만큼, 소욱을 자신의 방으로 데려갔다.그리고 오백에게 계속 감시를 맡긴 뒤, 객잔 주인에게 은화 한 덩이를 건넸다.주인은 본능적으로 알아챘다.오늘 밤, 자신이 본 것도, 들은 것도… 그 무엇도 기억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말이다.방 안으로 들어서고 문이 닫히자마자, 소욱이 그녀를 힘껏 끌어안았다.그의 외투는 눈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축축한 모피 깃이 목덜미에 닿자 싸늘한 감촉이 전해졌다.봉구안은 그를 가볍게 밀어내고, 손수건을 꺼내 눈을 닦아주었다.“어찌 이곳까지 오셨습니까? 눈보라가 심한데, 몸은 괜찮으십니까?”소욱은 심한 눈 공포증을 앓고 있었다.그런데도 이 험한 날씨를 뚫고 직접 찾아오다니… 그녀는 당연히 놀랄 수밖에 없었다.소욱이 그녀의 손목을 조용히 잡았다.그의 눈빛에는 이루 다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 서려 있었다.“나는 괜찮다.”“그보다… 서여국의 일은 어떻게 된 것이냐? 너 정말…”그는 말을 다 잇지 못했다.하지만 봉구안이 여기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한 답이 되지 않을까.그녀가 선택한 것은 서여국이 아니라, 바로 이곳이었다.그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충분했다.소욱은 다시 한 번 그녀를 끌어안으며 낮게 속삭였다.“구안아, 너는 언제까지나 내 황후다.”봉구안은 그가 이미 많은 것을 알고 있음을 직감했다.“서여국의 이야기는 차근차근 말씀드리겠습니다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032화

    약 거래.봉구안이 오랫동안 추적해 온 사건이었다.하지만 실마리조차 잡지 못한 채, 막다른 길에 부딪히고 있었다.그런데 이런 작은 객잔에서 뜻밖의 단서를 발견하게 될 줄이야.봉구안의 시선이 날카롭게 번뜩였다.장사꾼은 그들의 반응을 살폈다.이제야 상자 속의 물건이 무엇인지 알게 된 듯한 모습이었다.그럼 됐다.어떤 말은 해야 하고, 어떤 말은 삼켜야 하는지… 이제야 감이 잡혔다.“당신들, 대체 누구야! 약쟁이이라니, 무슨 헛소리야! 나는 표사야! 저건 내가 다른 도시에 옮겨 치료받게 할 환자일 뿐이라고!”“크읏!”갑자기 목이 조여왔다.숨이 턱 막히는 순간, 본능적으로 고개를 들었다.그리고…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살기가 서린 차가운 눈빛.그 순간, 장사꾼은 확신했다.이 여인은 망설임 없이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존재였다.손끝 하나 까딱하지 않고, 말 한마디 없이 말이다.……밤이 길었다.동이 틀 무렵, 객잔 주인이 따뜻한 물을 들고 객잔의 각 방을 돌았다.그러다 한 방 앞에 섰을 때, 문이 열렸다.그런데 어제와는 다른 사람이 서 있었다.문틈으로 보이는 차가운 입술.객잔 주인은 순간적으로 피비린내를 맡았다.착각인가?하지만 곧 스스로 고개를 저었다.이곳은 외진 곳에 있는 객잔. 별의별 사람들이 오가는 곳이었다.굳이 나설 필요는 없었다.객잔 주인은 재빨리 몸을 돌려 떠났다.방 안에는 두 구의 시체가 널브러져 있었다.그리고, 침대 위. 한 명의 장사꾼이 손발이 묶인 채 웅크리고 있었다.봉구안은 책상에 앉아, 피가 묻은 단도를 천천히 닦고 있었다.창문 너머로 희미하게 새어드는 새벽빛. 하지만 그녀의 분위기는 여전히 어둡고 깊었다.장사꾼은 겁에 질려 눈을 질끈 감았다.입에 재갈이 물려 있어, 흐느끼는 듯한 소리만 새어 나왔다.오백은 침대 옆에 서서 검을 안은 채 그녀를 지켜보고 있었다.그의 발밑에는 나무 상자가 하나 놓여 있었다.그 안에는 약쟁이가 들어있었다.위험한 존재였다.당장 풀어둘 수도 없었다.봉구안은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031화

    ”마마, 며칠째 눈이 너무 많이 내려서 길을 나설 수가 없습니다. 백 리 안에서는 이 객잔 하나밖에 찾지 못했습니다.”오백이 앞장서서 길을 안내했고, 봉구안은 말의 고삐를 쥐고 뒤따랐다.눈바람이 매섭게 몰아쳤다. 한 손으로 고삐를 잡고, 다른 손으로 얼굴을 가려도 소용없었다. 눈발이 매섭게 얼굴을 후려치고, 차가운 공기가 코끝을 얼렸다.객잔에 들어서자마자 싸늘하게 식었던 몸이 조금씩 녹기 시작했다.“어서 오십시오! 차 한 잔 하시겠습니까? 끼니만 드실 건가요, 아니면 방을 잡으시겠습니까?”객잔 주인이 따뜻한 차를 들고 다가와 물었다.“방을 잡지. 두 개. 그리고 술 두 병에 소고기 네 근을 내오도록 하거라.”봉구안은 털썩 자리에 앉으며 머리카락에 묻은 눈을 털어냈다.“알겠습니다, 나리!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객잔 주인이 환하게 웃으며 대답했다.이곳에는 봉구안 일행뿐만 아니라 몇몇 장사꾼들도 폭설에 발이 묶여 있었다.그들은 마차 가득 물건을 싣고 길을 떠나야 했기에, 봉구안보다 더 초조해 보였다.장사꾼들은 둥글게 둘러앉아 술을 마시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대체 이 눈이 언제 멈출까? 이번 물건을 제때 배달하지 못하면 큰 손해를 보게 생겼어.”“그러게 말이야. 올겨울 교역이 활발해 한몫 잡으려 했는데, 이런 날씨라니. 하늘도 참 야속하군.”봉구안도 이 눈이 빨리 그치길 바랐다.서여국의 문제를 하루라도 빨리 소욱과 상의해야 했다.오백은 마구간으로 가서 직접 말에게 먹이를 주고 난 뒤, 본능적으로 뒤뜰을 한 바퀴 돌았다. 돌아와서는 낮은 목소리로 보고했다.“마마, 저 장사꾼들이 가져온 짐에는 별다른 문제는 없는 것 같습니다.”봉구안은 무심히 장사꾼들을 흘겨보고는 오백에게 말했다.“이만 너도 앉아서 쉬거라. 음식도 좀 먹고…”밖에서는 여전히 거센 눈보라가 창문을 때렸다.밤이 깊었지만, 봉구안은 마음이 복잡해 쉽게 잠들지 못했다.추운 날씨 때문인지 몸도 으슬으슬 떨렸다.그때, 문득 소욱의 모습이 떠올랐다.그가 자신의 차가운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030화

    자녕궁.태후는 황제를 바라보았다.그의 눈빛에서 묘한 불안과 결연함을 읽었다.그녀는 그가 자신을 찾은 이유는 단순한 문안 인사가 아닐 것이라고 확신하였다.소욱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본론을 꺼냈다.“어마마마를 뵙습니다. 곧 출궁할 예정이니 귀환 날짜는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후궁의 일은 녕비 한 사람에게 맡길 수 없으니, 당분간 어마마께서 주관해 주십시오.”소욱이 조용히 눈빛을 보내자, 유사양이 즉시 앞으로 나와 금인을 내놓았다.탁.금인이 단단한 목제 탁자 위에 올려졌다.금인은 후궁을 총괄할 수 있는 권한의 상징이었다.이것을 손에 쥐면, 황궁 내 크고 작은 모든 일을 결정할 수 있었다.태후는 잠시 금인을 내려다보았다.그녀가 마지막으로 금인을 손에 쥐었던 것이 언제였던가?오랜 세월이 흐른 뒤, 이제 다시 그녀의 앞에 놓여 있었다.그러나, 그녀는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이 있었다.그녀는 천천히 시선을 들며 황제를 바라보았다.태후는 더 혼란스러워졌다.“또 출궁한단 말이냐?”그녀는 황제의 얼굴을 찬찬히 살폈다.“얼마 전 돌아온 지 얼마나 되었다고, 이번에는 대체 어디로 가는 것이냐?”그러다 문득 떠올랐다.황후… 분명 황후와 관련된 일일 터였다.태후는 눈을 가늘게 뜨며 조용히 물었다.“전에 황후와 함께 변복하고 순행했다 하였지? 하지만 돌아온 것은 너뿐이었다. 황후는 어디에 있느냐?”소욱의 표정은 변하지 않았다.아주 태연하게 거짓을 입에 담았다.“궁정의 급한 사정으로 인해 제가 먼저 복귀해야 했습니다. 황후는 아직도 절 대신하여 각지를 순찰하고 있습니다. 이번 출궁도 황후를 찾기 위함입니다.”태후는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는 않았다.그러나 직접 따져 묻지도 않았다.그녀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무엇을 하러 가든, 몸조심하여 무사히 돌아오너라.”소욱의 발걸음이 멈칫했다.한순간 떠오른 기억.어린 시절, 태후는 그를 한없이 아꼈다.그녀는 아들을 갖지 못했지만, 그에게만큼은 모성애를 아낌없이 쏟았다.소욱은 잠시 침묵하다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029화

    남제, 자녕궁.소욱은 기다렸다.그러나 돌아온 것은 봉구안이 서여국의 황좌에 올랐다는 소문이었다.그는 믿을 수 없었다.그러나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의심과 불안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그녀의 성격을 생각하면… 서여국을 위해 임시로 황위를 받아들였을 가능성이 컸다.그러나 단순한 일시적인 선택이라 하더라도, 그녀가 남제의 황후라는 사실이 변하는 것은 아니었다.소욱은 칼날 같은 시선을 번뜩이며 명했다.“진한길, 즉시 확인해라. 사실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아와야 한다.”“예, 폐하!”진한길 역시 믿고 싶지 않았다.황후가 황제를 등지고 다른 나라를 택했다니?이런 말도 안 되는 소문을 두고 볼 수는 없었다.자녕궁은 묘한 적막감에 휩싸여 있었다.태후는 며칠째 잠을 이루지 못했다.그녀의 몸에선 점점 기력이 빠져나갔다.그날 새벽, 어의가 도착해 진맥을 하며 차분히 말했다.“태후마마, 기혈이 약해지고, 신장의 기운이 쇠약해졌습니다. 천계가 다하고, 지혈이 끊어졌습니다. 즉, 태후마마의 월경이 완전히 끊어진 것입니다.”그 순간, 태후의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다.이것은 모든 여인이 맞닥뜨리는 운명이었다.그러나, 그녀는 이 순간이 이렇게 빨리 찾아올 것이라곤 생각하지 못했다.옆에서 지켜보던 녕비는 태후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지는 것을 보았다.그녀는 태후가 이 사실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것을 직감했다.녕비는 조용히 어의에게 눈짓을 보냈다.“물러가거라.”어의가 물러나자, 녕비는 조심스럽게 태후에게 다가갔다.“고모님…”그러나 그녀가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태후는 녕비의 손을 붙잡았다.그 눈빛은 한없이 다정하면서도, 어딘가 깊은 슬픔이 서려 있었다.“녕비, 나는 이미 늙었단다. 하지만 너는 아직 젊구나.”녕비는 순간 당혹스러웠다.“고모님, 왜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자녕궁에는 계 상궁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태후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나는 운이 좋았단다. 나는 선제 폐하의 후궁이었지만 아들을 낳지 못했지. 그러나 현황 덕분에 태후의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028화

    서여국 국경.정국의 장군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그 여자의 말이 틀리지 않다. 지금 퇴각하는 것이 우리가 살아남을 유일한 길이다.”소주의 장군은 분을 삭이지 못한 채 주먹을 불끈 쥐었다.“하늘도 우리를 돕지 않는군! 서여국과 남제, 이제는 완전히 하나가 되어 버렸어!”그들은 알고 있었다.한 번이라도 출병하면, 남제의 서경군이 즉시 움직일 터였다.그렇게 되면 그들은 서여국뿐만 아니라 남제의 대군과도 맞서야 했다.그런 위험을 감수할 수는 없었다.현재의 남제는 욕망을 삼키는 탐욕스러운 맹수와 같았다.그들에게 잡아먹히는 순간, 소국인 그들은 더 이상 회생할 기회조차 갖지 못할 터였다.“지금 남아 있는 국력을 유지하려면, 퇴각해야 한다.”……서여국 국경.봉구안은 아직 국경을 떠나지 않았다.밤이 깊어가자, 바람이 점점 거세졌다.호원아가 조용히 다가와 외투를 걸쳐 주었다.그러나 그녀는 멀리 어둠이 내려앉은 땅을 응시하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호 장군, 솔직히 말해 주십시오. 유영 모녀가 서여국으로 돌아온 것을, 이모님께서 알고 계셨습니까?"호원아의 표정이 잠시 굳어졌다.그러나 이내 태연하게 대답했다.“폐하께서는 병환으로 인해 교외에서 요양 중이셨습니다. 무엇을 알고 계셨는지, 무엇을 모르셨는지, 제가 어찌 알겠습니까?”그러나 봉구안의 눈빛은 그 말을 믿지 않는다는 듯, 날카로운 검처럼 그를 꿰뚫었다.“호 장군, 당신은 이모의 최측근이었습니다. 이모님께서 아무것도 모르셨을 리가 없지 않습니까?”호원아는 대답하지 않았다.침묵. 그것이 무엇보다 더 많은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봉구안은 시선을 거두며 낮게 말했다.“서여국의 위기는 일단락되었습니다. 이제, 저는 남제로 돌아가야 합니다.”그 말에 호원아의 눈이 커졌다.“지금 떠나신다고요?! 그러면 서여국은 다시 혼란에 빠질 것입니다! 소주와 정국이 언제든 다시 움직일 수도 있습니다!”그러나 봉구안의 표정은 변하지 않았다.“이 일은 남제에 계신 황제 폐하와 상의한 후 결정할 일입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027화

    서여국 황궁.봉구안이 뒤돌아보지 않고 걸어가는 동안, 정희는 그녀를 향해 마지막 발악을 쏟아냈다.“봉구안! 너 같은 년은 평생 아이도 못 낳을 거야!”그러나 봉구안의 발걸음은 한 치의 흔들림도 없었다.그리고…슥… 쾅!칼이 내려치며 단칼에 머리가 날아갔다.유영의 머리는 바닥을 굴러 대전의 문 앞에서 멈췄다.죽은 그녀의 눈은 여전히 황좌를 바라보고 있었다.끝까지 손에 넣지 못한 권좌를 원망하며.정희는 그 광경을 보고 몸이 얼어붙었다.“아니야…! 어머니!!”그녀는 울부짖으며 몸부림쳤지만,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똑같은 운명이었다.“나는 잘못한 게 없어! 제발…! 모두 내 어머니 혼자서 저지른 일이란 말이야!”다급한 애원에도, 칼은 흔들림 없이 내려졌다.슥…붉은 피가 차가운 바닥을 적셨다.그녀의 눈은 끝내 감기지 않았다. 아니, 그녀는 차마 눈을 감을 수 없었다.그렇게… 두 개의 머리가 황궁 앞에 나란히 놓였다.……서여국 국경.서여국 국경에서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다.소주와 정국의 대군은 이미 출병 준비를 마친 후였다.늦은 밤, 정찰병이 급히 보고를 올렸다.“장군님! 서여국 황제가 승하했습니다!”“하지만 우리가 심어둔 가짜 숙연이 탄로 나서 처형을 당했습니다!”“게다가, 우리 내통자들도 모두 발각되어 처형되었습니다!”소주와 정국의 장군들은 당혹스러웠다.“가짜 숙연이 죽었다고?!”황제가 죽었다면 혼란을 틈타 쉽게 서여국을 점령할 수 있어야 했다.그러나 예상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사태가 흘러가고 있었다.“하지만 상관없다.“어차피 황제가 죽었다면, 서여국을 공격할 최적의 기회다!”소주의 장군이 결정을 내리려던 찰나… 또 다른 정찰병이 급히 달려왔다.“장군님! 서여국 군을 이끄는 자는… 남제 황후인 맹 소장군이라고 합니다!”순간, 장막 안이 조용해졌다.“뭐?!”장군들은 서로를 바라보았다.“그 여자가 왜 서여국에 있지?!”“말도 안 돼! 남제 황후가 어떻게 서여국 군을 지휘한단 말이냐!”정찰병이 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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