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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Penulis: 일설연우
방 안에서 바깥의 소리를 듣고 있던 봉구안은 눈을 가늘게 치켜떴다.

검사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봉가에는 이득이 될 게 없었다.

황귀비는 봉가의 여식이 이미 순결을 잃었다는 것을 알고 일을 벌인 것이 분명했다.

만약 봉장미의 대신인 그녀의 순결이 증명된다면 이 음모를 피해갈 수 있을지는 모르나, 필히 황귀비의 의심을 사게 될 것이다.

만약 대체품 신분이 밝혀진다면 그것은 황실을 기만한 중죄이며 봉가는 화를 면치 못할 것이다.

봉구안은 전방을 주시하며 창을 휘두르던 손으로 얼굴에 연지를 곱게 발랐다.

사부께서는 그녀에게 병법과 관료가 해야 할 일들을 가르치셨다.

사부의 부인인 사모께서는 그녀에게 안주인으로서의 도리와 처세술을 가르쳐 주셨는데 그 중에는 첩이 득실대는 귀족가의 뒷방에서 살아남는 법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때는 가르쳐 주시니 겸허히 배웠지만 그걸 쓰게 될 날이 오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다.

그녀는 뒷방에 갇혀 살림이나 하면서 서방을 섬기는 여자보다는 이 나라의 곳곳을 누비며 영토를 넓히는 게 꿈인 사람이었다.

그런데 결국 돌고 돌아 이런 날이 올 줄이야.

태감과 그가 데려온 궁중 여관은 기세등등하게 봉 부인을 압박했다.

“부인, 이건 황귀비 마마의 명령일세. 감히 명을 거부하겠다는 건가?”

태감이 눈썹을 꿈틀거리며 비웃듯이 물었다.

‘너희가 아무리 권세 가문이라고 하더라도 황실의 명을 어길 수는 없지! 깃털이 다 뽑힌 봉황은 닭보다도 못한 법이야!’

그는 그런 생각을 하며 계속해서 음침한 얼굴로 봉 부인을 추궁했다.

“이거 말로 해서는 안 되겠군! 그럼 날 너무 원망하진 마시게!”

곧이어 그가 손짓하자 뒤를 따르던 궁중 시위대가 나섰다.

봉 부인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봉가의 저택에서 법도를 무시한 채, 이런 무례한 일을 벌이다니!

궁중 시위대가 봉 부인을 제압하려던 찰나, 창문 너머에서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우리 봉씨 가문은 대대로 황후를 배출한 가문으로 역사에 이름까지 올렸다. 그런데 그런 가문의 여식인 내가 순결을 의심받는 날이 오다니.”

“이 일이 알려지면 사람들은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날 리는 없다고 생각할 테지. 나 하나의 잘못으로 가문의 명성을 어지럽힐 수는 없으니 죽음으로 결백을 증명하겠다.”

“어머니, 흰 천을 준비하여 주세요. 그리고 제 숨이 끊어진 뒤, 시체를 저들에게 주어 검사하게 하세요. 그때가 되면 저의 순결은 자연히 증명될 것이고 가문의 명성에도 누가 되지 않을 것입니다!”

봉 부인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안 된다, 아가!”

조금 전까지 기세등등하던 태감의 얼굴에 당황한 기색이 스치더니, 이내 손짓하여 시위대를 멈춰세웠다.

그는 앞으로 나서서 짐짓 공손한 태도로 안방을 향해 말했다.

“아씨, 그렇게까지 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정말 결백하시다면 검사를 두려워하지 마세요.”

“경험이 풍부한 여관들이니 아씨를 불편하게 하시지는 않을 것이옵니다.”

그말인즉, 봉구안이 협조를 거부하면 마음에 켕기는 게 있다는 뜻이었다.

태감이 기싸움에서 이겼다고 속으로 의기양양해하고 있을 때, 안방에서 생각지도 못했던 질문이 들려왔다.

“태감, 이건 황귀비마마의 명이냐, 아니면 폐하의 명이더냐?”

순간 태감은 인상이 확 구겨졌다.

그가 뭐라고 대답하기도 전에 봉구안이 말했다.

“황귀비마마가 이런 명을 내렸을 리 없지.”

“아무리 귀하다고 하더라도 한낱 후궁의 비빈 아니더냐. 황실이 지명한 황후인 나에게 이런 월권 행위를 했을 리 없지.”

“폐하나 태후마마께서 나를 의심하시어 황귀비의 이름을 빌렸을 것으로 보이는군.”

잠자코 듣고 있던 태감은 갑자기 등골이 오싹해졌다.

그는 다급히 반박하려 입을 열었다.

“어찌 감히….”

봉구안은 전혀 흔들림 없는 목소리로 그에게 말했다.

“황실에서 내 결백을 의심한다면 봉가의 여식으로서 있지도 않은 오명을 뒤집어쓸 수는 없다.”

“그러니 이 일로 혼례가 무산되면 운대산 황릉에 찾아가 내 억울암을 호소할 것이다!”

태감의 이마에 땀방울이 맺히고 손발이 덜덜 떨려왔다.

더 이상 일이 커진다면 수습하기 어려워질 상황!

‘나약해 빠진 봉장미가 언제 이렇게 말주변이 좋아진 거지?’

잠시 후, 황궁 영소전(凌霄殿).

황귀비는 느긋하게 침대에 누워 시종들의 안마 시중을 받고 있었다.

태감의 보고를 들은 그녀의 눈매가 매섭게 변했다.

“봉장미 그 년이 정말 그런 말을 했다고?”

태감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황귀비의 눈빛이 음산하게 변하자, 다리를 주무르던 궁녀들이 고개를 숙인 채 뒤로 물러섰다.

“감히 그 몸으로 궁에 들어올 생각을 하다니. 첫날밤에 들통나는 게 두렵지도 않은 모양이군. 설마 내가 뭘 잘못 알고 있나? 처음부터 순결을 잃지 않았다는 얘기인가?”

태감이 부들부들 떨며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마마, 소인은 모르는 일이옵니다!”

한편, 봉구안을 태운 마차가 황궁 대문 앞에 당도했다. 원칙대로라면 봉구안은 편전에 머물다가 길시가 되면 혼례를 올리러 대전에 입장하게 되어 있었다.

시종 연상(蓮霜)은 긴장이 극에 달한 나머지 뻣뻣하게 굳은 자세로 우두커니 서서 말했다.

“아가씨, 소문에 폐하는 모시기 정말 까다로운 분이라고 해요. 하루에 열 명이 넘는 대신의 목을 베었다는 소문도 있고 후궁에서 폐하를 유혹하였다가 잔인하게 살해당한 비빈도 있다고 들었어요.”

“폐하는 사신의 환생이라 상시 피를 갈구한다는 소문도….”

황제를 중심으로 떠도는 세간의 소문은 봉구안도 들은 바가 있었다.

이 나라의 황제 소욱(蕭煜)은 폭군이었다.

연상의 넋두리는 계속되었다.

“하지만 폐하가 처음부터 그런 분인 건 아니었대요. 사랑하던 영비가 사망한 후로 사람이 바뀌었다네요.”

“아가씨, 그거 아세요? 폐하께서 황귀비를 총애하는 이유도 황귀비가 돌아가신 영비마마를 많이 닮아서 그런대요. 후궁의 비빈들 대부분이 영비와 닮은 곳이 있대요.”

“폐하의 눈에 들지 않은 여인은 모두….”

연상은 말끝을 흐리며 걱정 어린 눈빛으로 아가씨를 바라보았다.

봉구안은 영비와 닮은 구석이 하나도 없었다. 황제의 총애는 당연히 못 받을 것이고 어쩌면 황제의 미움을 받을 가능성이 컸다.

황제를 둘러싼 소문은 결코 평탄치 못한 신혼밤을 예고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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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영
ㅣㅣㅇㅇㅇ ㅇㅇㅇㅇ ㅇㅇㅇㅇ ㅇ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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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hys0607
웹툰으로 나왓음 좋겧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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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정
2024. 12. 20. AM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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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왕은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 황제를 말렸다.“폐하, 이건 황후께 너무 잔인하지 않습니까.”하지만 소욱은 이미 그에게 등을 보이고 멀리 사라지고 있었다.바람이 사내의 옷소매를 스치며 바람에 흩날리게 했다. 그는 시선을 돌려 어화원과 마장의 광경을 조용히 바라보았다.기억 속 말을 타고 달리던 소녀의 모습이 어렴풋이 떠올랐다.많이 놀란 탓에 태후를 자녕궁으로 모신 뒤, 봉구안은 자신의 영화궁으로 돌아갔다.황궁 법도대로 황후는 뭇 비빈들의 문안 인사를 받아야 했다.물론 문안 인사를 올리러 온 비빈들은 많지 않았다. 대부분 비빈들은 아프거나 급하게 처리해야 할 일이 있다는 핑계로 오지 않았다.봉구안은 뭇 여자들을 상대하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었기에 대충 이야기를 들어주다가 돌아가라고 명했다.그리고 잠시 후, 황제의 어명이 도착했다.“황후마마, 폐하께서는 태후를 구하신 마마의 공로를 높게 사시어 이 옥여의를 하사하셨습니다. 그리고 그 미쳐 날뛰던 말은 참수형에 처할 것이니 마마께서 직접 감독하라고 하셨습니다.”연상은 그 말을 듣고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참수형을 황후에게 감독하라니, 이런 경우는 역사에 없었다.게다가 회임 중인 어미 말을 참수하는 것도 처음 있는 경우였다.연상이 폭군에 대한 안 좋은 인상은 점점 더해져만 갔다.하지만 봉구안은 전혀 놀라거나 속상한 기색 없이 담담한 표정으로 응대했다.전갈을 전하러 온 태감은 그녀의 그런 태도에 고개를 갸웃했다.‘정말 인내심 깊으신 분이시구나. 하지만 이게 얼마나 갈까…’오찬 후, 어마장.마장 관리는 어미 말을 마구간 밖으로 끌고 나와 참수형에 처할 준비를 마쳤다.말을 사랑하는 이들은 분분히 봉구안에게 간청했다.“마마, 정말 명을 회수할 수 없는 것이옵니까? 이 녀석도 전장을 달리던 녀석이란 말입니다!”봉구안은 고삐를 잡고 손으로 말 배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그리고 고요한 눈빛으로 말과 시선을 마주한 채 담담히 말했다.“참형을 시작하거라.”처형자가 말을 끌고 참수대로 다가갔다. 끈만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0화

    서왕 역시 자녕궁에 문안 올리러 왔다가 돌아가는 길이었다. 그는 황후를 보자 고개를 숙여 인사를 올렸다.“소신, 형수님을 뵈옵니다.”그는 봉구안을 황후마마라 칭하지 않고 형수님이라고 불렀다. 그런 것으로 보아 서왕과 황제 사이는 꽤 돈독해 보였다.연상은 약간 넋을 잃고 서왕을 바라보았다.서왕은 준수한 용모에 온화한 분위기를 가진 미남이었다. 솔직히 말해 성격 포악하고 쩍하면 사람을 죽이는 폭군보다는 서왕이 백배 낫다고 그녀는 생각했다.‘아가씨와 혼례를 올린 사람이 전하였다면…’곧이어 연상은 그런 황당한 생각을 머릿속에서 떨쳐버렸다.황궁은 군영과 달라 후궁들은 사사로이 황제가 아닌 다른 사내와 이야기할 수 없게 되어 있었다.봉구안이 자리를 뜨려는데 서왕이 관심 어린 말투로 그녀에게 물었다.“형수님, 어제 참수 현장을 감독하였다 들었는데 놀라진 않으셨지요?”봉구안은 무표정한 얼굴을 유지한 채 딱딱하게 대꾸했다.“괜찮습니다.”“어제 우연히 지나가다가 형수님께서 말을 조련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정말 훌륭한 기마술이었어요. 사실 폐하는 말을 달래고 달릴 줄 아는 여인을 좋아한답니다. 형수님도 이쪽으로 노력하시면 폐하의 총애를 받으실 수 있을 거예요.”서왕은 마치 친구처럼 봉구안에게 친절히 황제의 취향까지 일깨워주었다.봉구안은 그에 대한 인상이 나쁘지 않았다. 하얀 옷을 입은 그의 모습을 보니 오랫동안 가슴에만 묻어두었던 과거의 기억이 떠올랐다.“고맙습니다.”충고는 감사하지만 그녀가 원하는 것은 아니었다.기마술을 익힌 것은 남자의 환심을 사기 위함이 아니었기에.자녕궁.태후는 봉구안에게 궁중 법도를 가르쳤다.“무릇 황후라면 후궁의 여인과 시종들을 잘 다스려야 한다. 위로는 비빈이 있고 아래로는 궁녀와 태감이 있지. 그리고 황제에게 간언을 드려야 하는 의무도 있어.”“예를 들면 황상은 황귀비 한사람만 총애하고 다른 비빈들을 소홀히 하고 있으니 넌 황후로서 각 세력의 균형을 위해 황상이 총애를 골고루 나눠줄 수 있도록 인도해야 하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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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003화

    봉 부인은 절망에 빠졌다.모신 상궁이 봉 부인이 의자에 쓰러지는 모습을 보고 황급히 그녀를 부축했다.“봉 부인, 괜찮으십니까?”유영 또한 놀란 척하며 다가왔다.“모신, 어서 어의를 불러! 갑자기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시잖아!”얼마 지나지 않아 어의가 도착했다.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봉 부인의 상태는 점차 나아졌다.그러나 그녀의 눈빛은 여전히 공허했다.마치 영혼이 빠져나간 듯, 깊은 혼란과 허무함이 서려 있었다.한편, 정희는 어머니 곁에서 봉 부인을 노려보았다.그녀의 눈빛 속에는 분명한 경고가 담겨 있었다.‘감히 입이라도 놀려 봐!’하지만, 설령 황제가 모든 것을 알게 된다 해도 무엇이 달라지겠는가?결국 자신과 어머니야말로 황제의 진짜 혈육이었다.이 늙은 여자는 그들에게 아무런 위협도 되지 못한다고 생각하였다.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봉 부인은 마침내 입을 열었다.“이만 저는 남제로 돌아가겠습니다.”모신 상궁은 흔들림 없는 목소리로 답했다.“황제 폐하께 여쭙고 오겠습니다.”유영은 순간적으로 의심이 들었다.‘황제께서 왜 모신을 직접 보냈을까?’그녀는 황제가 봉 부인에게 지나치게 관심을 두고 있다고 생각했다.하지만 곧 그녀의 의심은 사라졌다.황제는 봉 부인의 부탁을 쉽게 허락했다.봉 부인의 출궁 날.유영은 그녀를 직접 배웅했다.이별의 순간, 유영은 애써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따뜻한 목소리로 말했다.“언니, 가시는 길 안전하시길 바랍니다. 방금 전 편전에서, 제가 한 말이 너무 심했죠.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한평생을 함께한 자매 아닌가요?”그러나 봉 부인은 더 이상 속지 않았다.“유영아, 스스로를 잘 돌보고, 이 곳에서도 잘 지내렴.”그녀는 단 한마디만 남긴 채,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났다.유영은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그녀의 눈빛은 서늘했다.‘잘 돌보아야 하는 건 네 쪽이겠지.’서여국 황제의 침전.황제는 병상에 누워 있었고, 오양련이 그녀 곁에서 조심스럽게 말했다.“황제 폐하, 틀림없습니다. 봉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002화

    봉 부인은 얼어붙은 채 서 있었다.‘정희가 황제를 탐내고, 황후의 자리를 넘보며 황족의 씨를 이으려 했다니? 이러니 구안이가 저 두 사람을 내쫓을 수밖에 없었구나.’봉 부인의 시선이 차갑게 가라앉았다.“유영, 이 일을 너도 알고 있었니?”더 이상 미안한 감정은 없었다.대신, 단호하고 날카로운 추궁이 자리했다.유영은 부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태연하게 말했다.“언니, 저희는 한 가족 아닌가요? 정희가 낳은 아이는 황후의 친조카가 될 텐데, 다른 비빈들이 황제를 차지하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어요?”“유영, 너 미쳤구나.”봉 부인은 단호하게 내리쳤다.이게 대체 무슨 말인가.자신이 알던 유영은 이런 사람이 아니었다.그녀는 더욱 강한 어조로 질책했다.“너희들… 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짓을 꾸미는 거니! 구안이는 강직한 아이야. 그 아이 눈앞에서 황제를 유혹하다니, 분노하지 않는 것이 더 이상하지 않겠어?”그 순간, 정희는 더 이상 가식을 유지하지 않았다.비웃음을 터뜨리며 대꾸했다.“유혹이라뇨? 웃기지 마세요! 언니의 딸이 무능한 거죠! 황후 자리를 차지하고도 무슨 소용이에요?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황제는 다른 여인을 찾게 될 텐데, 그때 가서 후회하는 건 바로 언니 딸일걸요?”유영도 나름대로 설득을 시도했다.“언니, 저는 비록 서여국 사람이지만, 우리는 거의 평생을 가족으로 지내왔어요. 제 마음속에서 언니는 여전히 제 친언니나 다름없어요. 정희가 하는 말이 거칠긴 해도 틀린 말은 아닙니다. 황후는 아이를 낳지 못하잖아요. 그러니 정희가 대신 낳아주는 게 가장 합리적이지 않겠어요? 결국 다 믿을 수 있는 ‘자기 사람’인데 말입니다.”봉 부인은 이 말에서 그녀들의 진짜 속셈을 알아챘다.‘자기 사람? 가족이라면서 황후의 남편을 탐내?’그녀의 눈빛이 싸늘하게 굳어졌다.“유영, 네가 봉 대인과의 혼사에서 상처받았던 건 내 잘못이야. 그래서 나는 그 일에 대해 더 이상 따지지 않으마.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네 딸이 내 딸과 황제의 자리를 두고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001화

    봉 부인은 유영의 정체에 대해 의심하기 시작했다.그러나 지금 당장 섣불리 입을 열 수는 없었다.유영과 서여국 황제가 혈육이라는 증거는 분명히 존재했다.게다가, 설령 유영이 세상을 떠난 어머니와 닮았다 해도, 그것만으로 반드시 어머니의 친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어쩌면, 유영이 정말 서여국 황제의 여동생일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혼란한 감정이 소용돌이치며 봉 부인은 한동안 침묵했다.그 모습을 서여국 황제는 깊고 날카로운 시선으로 지켜보고 있었다.그때, 자리에서 오양련이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봉 부인, 그동안 숙연을 보살펴 주신 거에 대해 감사드립니다. 갑작스럽게 모신 것은 다른 뜻이 있어서가 아닙니다. 그저 정중히 인사를 드리고 싶었을 뿐이니, 부디 서여국에서 며칠 더 머무르시는 게 어떠신지요?”그녀는 차분한 목소리로 덧붙였다.“안심하십시오. 황제께서 이미 남제로 서신을 보내, 부인께서 이곳에 계심을 알렸습니다.”봉 부인은 순간 눈동자를 번뜩이며 자리에서 일어섰다.“유영이는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직접 만나야겠습니다.”다소 거친 태도였지만, 서여국 황제는 개의치 않았다.오히려 한층 관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더니, 모신 상궁에게 명을 내렸다.“봉 부인을 편전으로 모셔라.”“예, 폐하.”그렇게 봉 부인은 편전으로 향했다.멀지 않은 거리였지만, 봉 부인은 그 길이 유난히 길고 험난하게 느껴졌다.마음이 복잡했다.머릿속엔 온통 유영에 대한 생각뿐이었다.그동안 자신이 알고 있던 사실이, 전부 거짓일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엄습했다.편전 내부.유영과 그녀의 어머니 정희는 속삭이며 무엇인가를 상의하고 있었다.그러다 갑자기 문이 열리며 봉 부인이 모습을 드러내자, 두 사람은 순간적으로 얼굴의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복잡한 감정이 섞인 눈빛이 공중에서 얽혔다.“아, 언니… 언니가 여긴 어쩐 일로…”유영은 감격한 듯 일부러 반가운 기색을 드러내며 서둘러 앞으로 다가왔다.그러나 정희는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000화

    은육은 봉구안에게 밀서를 건넸다.봉구안은 급히 서신을 뜯었다.익숙한 필체가 눈에 들어왔다.서여국 황제의 친필이었다.[자네 어머니가 숙연에게 은혜를 베푼 적이 있기에, 특별히 서여국으로 초청하고자 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무사히 돌려보낼 것을 약속하겠다.]봉구안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무슨 일이냐?”소욱이 다가와 걱정스럽게 물었다.봉구안은 서신을 접고,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서여국의 소행입니다.”소욱의 미간이 깊게 찌푸려졌다.“그들이 부인을 납치한 이유는 무엇이지?”봉구안은 입술을 조금 열었다가 닫았다.곧 한 가지 추측이 떠올랐다.“어머니를 숙연이라 의심하는 것 같습니다.”그녀가 짐작할 수 있는 것은, 서여국 황제 또한 충분히 떠올릴 수 있었을 터.하지만, 직접 사람을 데려갈 줄은 몰랐다.그렇다면, 이 일의 목적은 봉 부인의 신분을 확인하기 위함이었다.만약 황제가 어머니의 정체를 확인하려는 것이라면 당장 목숨이 위험할 가능성은 낮았다.그러나 진짜 숙연은 누구인가?이것이 그녀가 더욱 신경 쓰이는 문제였다.봉구안은 곧 은육에게 명령을 내렸다.“참장부에 어머니께서는 무사하시니, 경거망동하지 말라고 전하라.”“예!”소욱이 잠시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내가 사람을 보내 서여국으로 가도록 하겠다. 봉 부인을 보호하기 위해서 말이다.”봉구안은 그의 제안을 받아들였다.“부탁드립니다.”소욱이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어깨를 감쌌다.“너와 나는 부부인데, 이렇게 예를 갖출 필요가 있겠느냐?”그의 손길에서 느껴지는 따뜻함에 봉구안은 잠시 긴장을 풀었다.소욱은 그녀를 가볍게 끌어안으며 말했다.“바람이 차다. 안으로 들어가서 이야기하자.”“예, 폐하.”보름 후.봉 부인은 공포와 당혹감 속에 서여국에 도착했다.대체 이들이 자신을 잡아온 이유는 무엇일까?그녀가 궁에 도착하자, 곧바로 황제의 침전으로 안내되었다.그리고 그곳에서, 봉 부인은 한 여인을 마주했다.화려한 금빛 장식을 두른 서여국 황제였다.그녀

  • 폭군의 장군 황후   제999화

    10월 중순.무애산의 바람은 점점 더 매서워졌다.겨울이 다가오며 산속의 기운도 한층 더 차가워졌다.그러나 봉구안은 단 하루도 수련을 게을리하지 않았다.날이 아무리 춥더라도, 그녀는 매일 새벽 검을 들었다.그날도 그녀는 평소처럼 홀로 훈련을 하려 했지만, 우연히 현릉풍과 마주쳤다.그는 연못가에 단출한 옷차림으로 앉아 있었다.날카로운 찬바람이 옷깃을 휘날렸지만, 그는 마치 신선이 인간 세상에 내려온 듯 조금의 흔들림도 없이 고요한 기운을 풍기고 있었다.봉구안은 별 신경 쓰지 않으려 했으나, 그 순간 현릉풍이 의미심장한 말을 내뱉었다.“이것이 운명이라면, 피할 수 없습니다.”봉구안은 미묘하게 눈썹을 찌푸렸다.운명이라니?그가 말하는 운명은 대체 무엇을 뜻하는 걸까?혹시…자신이 아이를 가질 수 없는 운명이라는 뜻인가?그녀는 순간 가슴이 먹먹해졌지만, 더 깊이 생각할 틈도 없이 소욱이 그녀를 찾아왔다.그는 아침부터 도성에서 온 밀서를 확인하느라 늦어진 상태였다.봉구안이 차가운 바람 속에서 멍하니 서 있는 모습을 본 그는 바로 그녀에게 다가갔다.“무슨 일이라도 있느냐?”봉구안은 차가운 바람을 등지고 그를 바라보았다.눈빛 속에는 한층 더 깊은 결심이 담겨 있었다.“폐하, 돌아가면 후궁을 공평하게 대하시옵소서.”소욱의 얼굴이 단숨에 굳었다.“네가 지금 무슨 소리를 하려는 것이냐?”그의 눈에는 불꽃이 스쳤다.그러나 이내 감정을 억누르며, 그녀를 다정하게 바라보았다.“혹시 약이 너무 쓴 것이냐? 그렇다면 이제 그만 마시자.”“나도 더 이상 고집부리지 않을 테니, 그냥 돌아가자.”그는 한숨을 내쉬며, 애써 그녀를 위로하려 했다.하지만 봉구안은 한층 더 진지한 눈빛으로 말했다.“폐하, 현릉풍 선생께서도 장담하지 못하셨습니다. 설령 치료가 가능하다 해도, 그 결과가 언제 나올지는 아무도 모릅니다.”“황실의 대를 잇는 것은 나라의 근본입니다. 제가 아이를 가질 수 없다고 해서, 폐하께서 양자를 들이시는 것은 부당한 일입니다.”“그

  • 폭군의 장군 황후   제998화

    서여국.최근 서여국에 한 명의 신의가 찾아왔다.그의 뛰어난 의술 덕분에 황제의 병세가 한결 나아졌다.사람들은 입을 모아 말했다.“기쁜 일이 생기면 정신도 맑아지는 법이지.”황제는 오랜 세월 떨어져 있던 숙연과 다시 재회하며 건강을 되찾아가고 있었다.편전 안.그러나 유영의 얼굴은 어두웠다.분명 황제는 오래지 않아 죽을 터였다.그런데 이게 어찌 된 일인가?갑자기 병세가 호전되다니!그 빌어먹을 의원은 대체 어디서 굴러온 자란 말인가?이대로라면 황제는 당분간 죽을 생각이 없어 보였다.그렇다면… 그녀가 황제의 자리를 차지하려면,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한단 말인가?유영의 눈빛이 날카롭게 변했다.‘안 돼!’그녀는 이렇게 마냥 기다릴 수 없었다.무언가 조치를 취해야 했다.유영은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 황제를 알현하러 갔다.침전 안.황제는 막 약을 다 마신 참이었다.유영은 침상 앞까지 다가가, 공손하게 몸을 숙였다.“언니.”황제는 그녀를 바라보며, 온화한 미소를 지었다.“숙연이구나. 무슨 일이냐?”시녀가 둥근 의자를 가져오자, 유영은 자연스럽게 앉으며 말을 꺼냈다.“언니께서 건강을 회복하셨다니, 이제야 안심이 됩니다. 다만, 중요한 일이 있어 이렇게 찾아왔습니다.”황제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무슨 일이냐?”유영은 잠시 생각을 정리한 후, 천천히 말을 이어갔다.“언니께서도 아시다시피, 이제 남제는 예전과 다릅니다. 대전이 끝난 후, 여러 나라가 남제에 영토를 할양하고 배상금을 지불하며, 수많은 상업 통로가 열렸습니다.”“심지어 동산국조차도 남제와의 교역을 강요받고 있습니다. 이건 우리 서여국에도 절호의 기회입니다.”황제는 조용히 그녀의 말을 들으며,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유영은 미소를 머금고 계속해서 말했다.“상업이 활성화되면, 남제는 본국의 물품을 다른 나라에 판매하고, 다른 나라 역시 마찬가지일 겁니다. 이건 모든 나라에 이익이 되는 일입니다.”“우리 서여국 역시 이 기회를 놓쳐선 안 됩니다. 우리도 이

  • 폭군의 장군 황후   제997화

    자신이 또다시 이상해지고 있음을 감지한 서왕은 이를 악물고 돌아섰다.그 순간, 완부옥이 장난기 어린 목소리로 불렀다.“전하~ 어디 가세요? 이리 와보시죠.”서왕의 얼굴이 한층 더 어두워졌다.이 여자, 정말 뻔뻔하기 짝이 없군!그는 이를 갈았다.반드시 이 ‘정충이’을 뽑아내고야 말겠다!……참장부.그즈음, 봉 부인이 장주에서 도성으로 돌아왔다.그러나 불과 두 달 사이, 너무나 많은 일이 벌어져 있었다.그녀는 처음부터 유영이 봉 대인과 혼인할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하지만 봉구안이 개입하면서 상황이 완전히 뒤집힌 것이다.봉 대인은 혼약을 파기했고, 유영은 자취를 감춘 상태였다.봉 부인은 얼굴이 굳었다.“유영이는 도대체 어디로 간 거냐? 그리고 황후는? 황후를 만나려면 어찌해야 하느냐?”그녀는 초조한 눈빛으로 아들 봉안진을 찾았다.주씨가 그녀를 조용히 달랬다.“어머니, 너무 걱정 마세요.”“이모님은 아마 강주로 돌아가셨을 거예요.”“황후마마께서는 폐하와 함께 각지를 순행 중이라 언제 돌아오실지 아직 알 수 없다고 들었어요.”“서방님께서 저녁에 돌아오시면 자세히 이야기해 드릴거예요.”……그날 저녁, 봉안진이 귀가하자, 봉 부인은 조급한 얼굴로 다그쳤다.“안진아, 솔직히 말해 보거라.”“네 아버지와 이모가 떠난 게 정말 황후 때문이냐?”봉구안은 분명 그녀에게 유영 모녀를 돌봐주겠다고 약속했었다.그런데 상황이 이렇게까지 꼬여버린 이유는 무엇인가?봉안진은 단호하게 말했다.“어머니, 후궁은 정사에 간섭할 수 없습니다.”“아버지가 강주로 부임한 것은 황후마마의 뜻이 아니라, 황제 폐하의 뜻입니다.”“그럼 이모는? 네 이모와 네 아버지는 왜 혼례를 안하기로 한 것이냐?”봉안진은 어머니의 말을 끊고 조용히 말했다.“어머니, 저도 자세한 건 모릅니다. 하지만 만약 아버지와 이모께서 떳떳하셨다면, 황후께서 그들을 방해할 수 있었겠습니까? 황후는 제 친누이입니다. 그리고 어머니의 친딸이죠.”“설마 어머니께 해를 끼칠 사람이라

  • 폭군의 장군 황후   제996화

    남제 황성.봉부.임씨는 눈물과 콧물을 흘리며 오열하고 있었다.“내 아들의 명예가 이렇게까지 추락하다니!”그녀는 가슴을 치며 통곡했다.그런데 그 옆에서 봉명헌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어머니, 전 죽은 것도 아닌데, 왜 그러세요?”임씨는 순간적으로 격분하여 그의 이마를 손가락으로 찌르며 소리쳤다.“네가 봉가를 떠나, 청루의 여인을 맞아들인다고?!”“차라리 죽어버리는 게 낫겠다!”봉명헌 역시 답답한 심정이었다.그러나 이미 결정된 일이었다.더 이상 피할 수도 없었고, 무엇보다 영이는 그의 아이를 가진 상태였다.이제 그는 아버지가 되는 것이었다.그렇게 생각하니 이 상황이 꼭 나쁘지만은 않은 듯했다.겉으로는 봉가에서 쫓겨난 신세지만, 그의 몸에는 봉가의 피가 흐르고 있었다.언젠가 그가 무언가를 원하게 된다면, 아버지와 형이 완전히 외면하지는 않을 터였다.그렇게 그는 스스로를 납득시켰다.그러나 그의 어머니는 여전히 통곡하고 있었다.임씨는 머릿속이 하얘졌다.‘이럴 바에야 차라리 죽는 게 낫지 않겠는가?’서방이 떠나기 전, 그녀에게 내명을 맡기며 가정을 잘 다스리고 아들을 보살피라고 했다.그런데 이제 와서 그녀는 그를 어떻게 대해야 한단 말인가?이제 그녀의 봉가 정실 부인이 될 꿈은 더욱 멀어진 듯했다.……강주의 관청을 순찰하던 봉 대인은 집에서 온 서신을 받아들자마자 눈이 뒤집혔다.“이 놈 자식이! 감히 청루 출신의 여인을 아내로 맞이하겠다고?! 내가 죽은 줄 아느냐!”하지만 그는 강주에 있는 이상, 직책을 벗어나 함부로 움직일 수 없었다.그날 밤, 봉 대인은 급히 서신을 써서 봉안진에게 보냈다.장남에게 꼭 이 혼사를 막아야 한다고 당부했지만… 봉안진 역시 손을 쓸 방법이 없었다.참장부.부인 주씨는 봉안진의 옷을 정리하며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서방님, 오늘 둘째 도련님의 혼례 초청장이 도착했어요. 자희도 가야 할까요?”봉안진은 묵묵히 책상 위의 초청장을 바라보았다.그의 깊고 어두운 눈빛에는 한숨과도 같은

  • 폭군의 장군 황후   제995화

    서녀국 황제의 밀서에는 유영에 대한 모든 의혹이 담겨 있었다.봉구안은 조용히 서신을 읽었다.그리고, 문득 눈을 들어 소욱을 바라보았다.“서녀국에서도 유영이 진짜 숙연이 아닐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습니다.”이 예상은 전혀 놀랍지 않았다.며칠 전, 그녀는 이미 유씨 가문의 초상화를 받아보았다.동방가문이 각종 정보를 취합해 그려낸 초상화 속 유씨 부부와 죽은 막내아들이 있었다.봉구안은 초상화를 면밀히 살폈다.유영과 그녀의 남동생은 부모와 어느 정도 닮아 있었다.그러나 유영의 어머니만은 달랐다.그녀는 유씨 가문의 누구와도 닮지 않았다.하지만 이것만으로는 결정적인 증거가 될 수 없었다.왜냐하면, 유영의 나이는 숙연과 정확히 일치했다.과연 이 모든 것이 단순한 우연일까?분명, 이 안에는 숨겨진 진실이 존재할 터였다.봉구안은 조용히 서신을 접었다.그리고, 차가운 눈빛으로 먼 곳을 응시했다.……황궁 내부.정희는 궁을 거닐며 어머니와 은밀히 이야기를 나누었다.“어머니, 다들 그러던데요.”“황제 폐하께서 황위를 어머니께 넘기실 거라고요!”유영은 미소를 머금고 차를 한 모금 마셨다.이미 그녀도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서녀국 황제는 젊은 시절 심한 부상을 입었고, 그로 인해 태중의 아이를 잃었다.그 후로 병이 깊어져 더 이상 후사를 볼 수 없었다.그렇기에 그녀가 세상을 떠나면, 서녀국을 이을 자가 아무도 없었다.유일한 후계자는 동생 숙연 뿐이었다.그렇지 않다면 나라를 위해 재능 있는 자에게 왕좌를 물려줘야 했다.그러나, 그 어떤 황제도 스스로 권좌를 포기하지 않는다.결국 서녀국의 황위는 반드시 자신의 것이 될 터였다.그녀는 그 사실을 굳게 믿고 있었다.유영은 차를 천천히 마시며, 정희에게 단단히 당부했다.“이 이야기는 절대 입 밖에 내선 안 된다.”“특히, 네 이모 앞에서는 더욱 조심해야 한다. 알겠느냐?”정희는 머리를 끄덕이며 답했다.“알아요, 어머니. 성급하게 굴어선 안 되죠.”“폐하께서 직접 선포하기 전까지는 신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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