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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Author: 일설연우
봉구안이 신혼방으로 돌아오자 아까까지 잔뜩 인상을 쓰며 싫은 티를 내던 최 상궁은 싱글벙글 웃으며 뜨거운 물을 준비하라고 시종들에게 일렀다.

그러고는 감개무량해서 봉구안에게 말했다.

“마마, 그동안 황귀비를 제외하고 폐하께서는 한 번도 다른 비빈들에게 밤시중을 명하지 않으셨습니다. 마마가 그 선례를 깨신 거예요!”

연상은 갑자기 태도를 바꾼 최 상궁을 불만스럽게 바라보았다.

궁에서 여자의 지위는 황제의 총애와 비례한다지만 존귀한 황후마저 거기에 포함될 줄이야.

봉구안은 주저리주저리 떠드는 최 상궁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고 싸늘하게 말했다.

“연상이만 남고 다들 나가 있거라.”

내전이 조용해지자 연상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마마, 폐하께서 오시기로 한 것은 우리에게 좋은 일이긴 하나, 이렇게 되면 황귀비와 완전히 척을 지게 되는 거 아닌가요?”

“부인께서는 저희에게 궁에서 적을 만들지 말고 조용히 지내라고 하셨사온데….”

“어머니께서 장미에게도 그러라고 가르쳤더냐?”

봉구안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연상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녀는 이런 교육 방식을 찬성하지 않았다.

사부와 사모께서는 그녀에게 은혜는 배로 갚고 원수도 배로 갚으라고 가르쳤고 어차피 한번 사는 인생, 유감을 남기지 말라고 하셨다.

사실 봉 부인도 봉가에서 전해져 내려온 법도대로 자식들을 가르쳤다.

봉가는 대대로 황후를 배출한 과문이었기에 유독 딸에게는 요구가 엄격했다.

악기, 바둑, 그림, 서시 모든 방면에서 봉가의 딸은 남들보다 뛰어나야 한다는 명백한 요구가 있었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덕을 베풀어 좋은 명성을 유지해야 했다.

장미는 서신에서 자유롭게 어디든 갈 수 있는 언니가 부럽다고 하면서 황후가 되고 싶지 않다는 얘기를 매번 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봉장미처럼 유순한 사람이 입궁하여 황후가 되었다면 주변의 시달림을 견디지 못했을 것이다.

연상은 봉부의 하인들 중에서 봉구안의 진짜 신분을 아는 사람이었다.

그녀는 주변을 경계하다가 다가가서 창문을 닫으며 말했다.

“마마, 저희를 예의주시하는 사람들이 많사옵니다. 지난 일은 잊으시고 더 이상 입밖으로 꺼내지 마십시요.”

봉구안은 침착하고 담담하게 말했다.

“멀리 서 있어서 안 들릴 것이다.”

무공을 익힌 그녀였기에 사람이 주변에 다가오면 그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정도 능력도 없었더라면 장군이 되기 전 강호를 떠돌던 때에 이미 싸늘한 주검이 되었을 것이다.

봉구안이 말했다.

“오늘 약을 전달해 주겠다는 핑계로 영소전에 가서 그곳의 호위 진영을 살펴보았다.”

연상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건 왜 알아보세요? 마마, 뭘 하시러는 거예요?”

“내 손으로 그년을 죽일 것이다.”

“예?”

연상은 경악하며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황후가 황비를 척살할 계획을 갖고 있었다니!

한참 후, 정신을 차린 연상은 봉구안을 말렸다.

“안 돼요, 마마. 너무 위험합니다!”

봉구안은 진중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위험한 건 맞아. 황제의 총애를 받는 귀비라서 그런지 영소전 안팎의 경계가 아주 삼엄하더구나. 처마 쪽에 다가가면 큰일 날 장치도 설치되어 있었고. 아직까진 돌파구를 찾지 못했어. 몇 번 더 가서 살펴봐야 할 것 같아.”

연상은 바짝 긴장한 얼굴로 마른침을 삼켰다.

“하지만 마마, 부인께서는...”

봉구안은 싸늘한 목소리로 연상에게 말했다.

“네 말이 맞아. 잊을 건 잊어야겠지.”

연상은 애처로운 얼굴로 봉구안을 바라보았다.

봉구안이 계속해서 말했다.

“너에게 강요할 생각은 없다. 장미의 복수를 하고 싶거든 내 옆에서 날 보좌하거라.”

“만약 겁나서 나와 뜻을 함께할 수 없다면 내가 무엇을 하든 못 본 척하거라. 만약 일언반구라도 밖으로 새어나가는 날에는 내 친히 네 목숨을 거둘 것이다.”

그녀는 주변 사람에게 기대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하지만 주변 사람이 그녀의 발목을 잡게 내버려두지도 않을 것이다.

연상의 이마에서 굵은 땀이 뚝뚝 흘러내렸다.

그녀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주던 봉장미의 얼굴을 떠올리며 스르륵 눈을 감았다.

“마마, 장미 아가씨께서는 소인을 친동생처럼 아껴주셨습니다. 아가씨께서 그런 일을 당하셨을 때 소인의 마음도 편치 않았지요. 만약 아가씨를 위해 무언가를 할 수 있다면 소인도 후회는 없습니다.”

봉구안은 담담한 얼굴로 시선을 거두었다.

“결정을 내린 것 같으니 앞으로는 뒤돌아보지 말거라.”

연상은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킨 뒤에 조심스레 말했다.

“마마, 오늘 밤이 지나면 폐하께서도 아가씨가 순결을 잃지 않았다는 것을 아시게 될 것이고 황귀비에게도 소식이 전해질 거예요. 황귀비가 의심이라도 하면 저희는 어떻게 하죠?”

그 점에 대해서는 봉구안은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일국의 황제이신 폐하께서 침실에서 있었던 일을 총애하는 비빈에게 꺼낼 이유는 없다. 어차피 꺼내 봐야 황귀비의 기분만 나빠질 거니까.”

“그리고 폐하가 그렇게 말하였다고 하더라도 황귀비는 믿지 않을 것이다. 정실이 순결을 잃었다는 건 폐하의 체면이 걸린 문제이기도 하니 자존심 때문에 거짓말을 한다 생각할 테지. 아니면 우리가 미리 방도를 생각해서 이 일을 무마하였다 생각할 것이다.”

“어떤 쪽이든 황귀비는 이 일을 대놓고 조사하진 못할 것이야. 그건 폐하의 체면을 짓밟는 일이니까.”

연상이 말했다.

“하지만 혼례식 전에 태감을 보내….”

“혼례를 치르기 전에는 내가 아직 황후가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혼례를 치른 지금 나는 엄연히 이 나라의 국모이다.”

연상은 그제야 안심한듯 미소를 지었다.

“그럼 폐하께서 오늘 오시더라도 걱정할 필요가 없겠네요.”

하지만 그들이 그렇게 자정까지 기다렸지만 황제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봉구안은 비단 잠옷으로 갈아입고 침대에 앉아 담담히 말했다.

“오늘은 걸음하지 않을 것 같으니 잠자리에 들자꾸나.”

“예, 마마.”

연상은 내뱉은 말을 지키지 않는 황제에 대한 불만이 더욱 커졌다.

반면 봉구안은 그러거나 말거나 편히 누워 잠을 청했다.

자정이 지난 시각, 봉구안은 갑자기 누군가가 자신을 짓누르는 느낌이 들면서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귓가에 거친 숨결이 느껴지더니 전혀 상냥하지 않은 손길로 그녀의 허리띠를 풀기 시작했다.

경계심이 발동한 그녀는 본능적으로 베개맡에 숨겨둔 비수에 손을 뻗었다.

어둠 속에서 누군가가 그녀의 손목을 움켜쥐었다.

그리고 귓가에 잔뜩 성난 목소리가 들려왔다.

“황후, 지금 짐을 암살하려는 것이요?”
Comments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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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덕
막 재미 있어지려는데 끊어져 버렸네요
goodnovel comment avatar
나루토
궁금한데 딱 끝나 서 안볼수가 없네요
goodnovel comment avatar
이호정
2024. 12. 20. AM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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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제의 서재.상소문을 읽고 있던 소욱이 흠칫하더니 싸늘한 시선으로 고개를 들었다.“황후가 금인장을 요구한다고?”말을 전하러 온 태감은 저도 모르게 어깨를 움츠리며 답했다.“예, 폐하. 마마께서 이 일로 대전 밖에서 알현을 청하고 있사옵니다.”금인장이 황귀비에게 있다는 건 온 황궁이 아는 사실이었다.황후가 대놓고 금인장을 요구한 건 모순을 크게 만들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았다.태감은 황제가 격노하여 자신에게 불똥이 튈까, 조마조마해서 식은땀을 훔쳤다.소욱의 음침하게 가라앉은 눈빛에서 위험한 기운이 풍기고 있었다.“가서 내 말을 그대로 전하거라. 얌전히 있지 않고 자꾸 소란을 부리면 그 자리를 폐해 버릴 수도 있다고.”“예, 폐하!”황실 서재 밖.봉구안은 여전희 희비를 알 수 없는 평온한 표정을 하고 태감의 전갈을 듣고 있었다.“마마, 이만 돌아가 주시지요. 금인장은 줄곧 황귀비 마마께서 관리하고 계셨습니다. 폐하께서는 절대 그분의 손에서 인장을 회수하지 않을 겁니다.”“황귀비 마마께서 스스로 포기한다면 모를까,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옵니다.”태감의 말을 전해들은 연상은 너무 화가 나서 씩씩거렸다.금인장은 본디 황후가 관리하는 것이고 후궁 대권의 상징인 물건이었다.폭군은 법도를 어기면서 황후의 자리를 두고 넘보지 말라 협박하고 있으니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아마 소욱에게 있어 진짜 황후는 황귀비뿐일지도 모른다.‘이렇게까지 황귀비를 편애하다니! 마마가 무슨 수로 귀비를 꺾는단 말인가!’봉구안 역시 황제의 처사에 불만이었다.법도를 따르지 않으면 기강이 무너지는 건 군영이나 황궁이나 다를 바가 없었다.‘정말 우매하기 짝이 없는 군왕이로군!’“연상아, 이만 돌아가자꾸나.”봉구안이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예, 마마.”연상은 이 걸음을 하는 게 아니었다고 속으로 한탄했다.영소전.황귀비는 기분이 좋은지 간드러진 웃음을 터뜨렸다.“황후가 금인장을 대놓고 요구했다고? 멍청한 건지, 눈치가 없는 건지! 정말 웃기는 여인이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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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소전, 황귀비는 극심한 두통에 시달리고 있었다.내전에서 태의가 통증을 완화하는 침술을 시전 중이었다.내전 밖 단나무 의자에 인상을 잔뜩 구긴 황제가 온갖 위험한 분위기를 발산하며 앉아 있었다.“영화궁에 보낸 태감은 아직이더냐!”그 말이 끝나기 바쁘게 전갈을 나갔던 태감이 숨을 헐떡이며 안으로 들어왔다.“폐하! 황후마마께서 말씀하시길, 가진 약이 많지 않아 그냥 줄 수는 없다고 하옵니다…”소욱의 눈매가 날카롭게 빛났다.“황후한테 이리로 오라고 전하거라.”황제의 화가 머리 끝까지 치밀어 있는 상황이라 태감은 숨도 돌리지 못하고 바로 영화궁으로 달려갔다.그리고 잠시 후, 다시 영소전으로 돌아온 태감은 벌벌 떨며 무릎을 꿇고 아뢰었다.“황후께서는… 이미 침소에 드셨다고 하옵니다.”쾅!소욱이 신경질적으로 상을 내려치자 여파로 상 위에 있던 유리잔이 산산이 부서졌다.그는 벌떡 일어서서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영화궁으로 간다.”한편, 황귀비는 죽을 것 같은 고통에 몸서리치며 황제를 찾았다.밖으로 나가려던 황제는 다시 침실로 달려가서 그녀를 달래주었다.“연아, 짐이 곧 다녀올 테니 조금만 참거라.”변덕스럽고 성격 포악하기로 소문난 젊은 황제는 유독 황귀비 앞에서만 온화하고 부드러운 모습을 보여주었다.황귀비는 눈물이 고인 눈으로 황제를 바라보며 애처롭게 말했다.“신첩… 기다리고 있겠나이다.”잠시 후, 영화궁.오밤중에 황실 금위군이 궁을 포위했다. 기세를 보면 마치 황후가 큰 죄를 저질러서 잡으러 온 것만 같았다.연상은 문틈으로 바깥 동향을 보고 두려움에 떨었다.그녀는 다급히 침상 앞으로 달려가서 아직도 기를 운용 중인 봉구안에게 말했다.“마마, 폐하께서 금위군을 끌고 이곳으로 오셨습니다! 차라리 약을 그냥 내어주시는 게…”금인장 하나 바랐다가 목숨을 잃는 것은 전혀 가치가 없었다.봉구안은 내력을 거두고 눈을 떴다.싸늘한 살기가 담긴 그녀의 시선에 연상은 저절로 오금이 저렸다.폭군도 무섭지만 지금은 자신의 주인인 황후가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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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폭군의 장군 황후   제731화

    “구원하려면 저 진천뢰를 먼저 해결해야 해. 특히 그 죽화총까지도…”이를 생각하며 이 장군은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조묘안.마 대인이 갑자기 방 문을 발로 차고 들어왔다.“폐하, 폐하께서 저희를 전부 속이셨군요! 무슨 새 황제라니, 사실은 조정에 있는 반란군들을 끌어내려 하셨던 거죠?”방금 그는 소식을 들었다. 성 안에서 이미 다수의 대신들이 체포되었는데, 모두 태자를 옹립하려 했던 자들이었다.그리고 천옥의 내부 첩자들 역시 체포되었다.심지어는 그날 바로 참수된 자도 있었다.소욱은 냉혹한 눈빛으로 먼 곳만 응시하고 있었다.마 대인은 냉소하며 말을 이었다.“하지만 너무 저희를 얕보셨습니다.”“폐하께서 죽인 자들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곧 교주가 북연군을 이끌고 남제를 공격할 것입니다!”“오늘 밤, 폐하께 잊을 수 없는 하루를 선물해드릴 것입니다. 폐하의 형제들과 비빈들을 하나하나 죽여버릴 것입니다!”“저희를 속인 대가가 어떤지 곧 알게 되실 겁니다!”말을 마치며 그는 명령을 내렸다. 왕자들과 후궁들이 밖으로 끌려 나왔다.밤하늘 아래 칼날이 차가운 빛을 발하고 있었다.왕자들은 모두 필사적으로 외쳤다.“폐하! 저희를 구해 주십시오! 제발요!”조묘 밖.이 장군은 정병들과 함께 근처 풀숲에 숨어 있었다.그는 오늘 밤 습격을 준비하며 먼저 문을 지키는 반란군을 기습해 기절시키고, 그 후 몰래 잠입해 반란군을 일망타진하려 했다.위험이 따르지만, 이렇게 해야만 했다.안쪽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들은 이 장군은 상황이 좋지 않음을 직감했다.반란군도 이미 정보를 입수해 서둘러 움직이려는 듯했다.이로 인해 문을 지키던 반란군들까지 경계 태세를 갖추게 되었다. 상황은 더욱 좋지 않은 쪽으로 흘러가기 시작하였다.이 장군이 고민하고 있을 때, 한 호위가 낮은 목소리로 알렸다.“장군, 저쪽에서 누군가 옵니다.”이 장군은 즉시 손짓하며 명령했다.“숨어라!”그들이 어둠 속에 몸을 숨기자, 달빛 아래 우아한 자태의 여인들이 허리를 살랑이며 천천히

  • 폭군의 장군 황후   제730화

    “너희들, 누구냐!”모용란의 두 손은 피투성이가 되어 있었고, 그녀의 눈에는 고통과 불굴의 의지가 서려 있었다. 그녀는 천으로 얼굴을 가린 그들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소리쳤다.그 무리의 우두머리는 칼에 묻은 피를 천천히 닦아내며 말했다.“우리 주인의 성은 소씨이시다.”소...모용란은 그 순간 무엇인가를 떠올렸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남자를 바라보았다.“너희들, 혹시 폐하의 은위병인 것이냐?”황제의 곁을 지키는 은밀한 경호대, 은위병.그래서, 황제가 이들을 보낸 것인가?아니, 그럴 리 없다.이들이 자신이 이곳으로 올 것을 어떻게 알았단 말인가?설마, 황제가 이미 모든 것을 계획해둔 건가!그렇게 생각하자, 모용란은 등골이 오싹해졌다.그녀는 마 대인에게 신호를 보내려고 했지만, 이미 손이 없어진 그녀에게는 그럴 방법이 없었다.사당.이 장군이 매일 식사를 준비해 사당에서 이리 떨어진 곳에 두면, 그 음식은 반란군이 가져갔다.황제가 갇힌 지도 벌써 보름이 지났다.선성의 방어선은 붕괴되었고, 주국공은 비밀리에 선성으로 귀환했다.북연과 남제 사이에는 전쟁의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신방 안반란군의 감시를 받는 곳에서, 식사는 비빈들에게도 배급되었다.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태후가 직접 음식을 분배했는데, 원래라면 여기서 가장 신분이 높은 태황태후에게 우선적으로 배급되어야 했다.하지만, 태후가 음식을 건네자마자, 녕비가 그걸 낚아챘다.“고모님, 먼저 드세요! 남은 건 저와 언니가 나눠서 드리겠습니다!”태황태후는 당황한 표정을 지었고, 태후는 태황태후를 잠시 바라보다가 길을 막으려는 장공주에게 말했다.“어머니, 이러다 정말 쓰러지십니다…”장공주와 녕비는 좌우에서 태후를 부축하며 한쪽으로 데려갔다.녕비는 돌아보며 태황태후를 힐끗 쏘아보았다.‘죽어버린 늙은 할망구! 왜 굶어 죽질 않는 거야!’“아무것도 하지도 않으면서, 맨날 불평만 해대고, 그래도 먼저 먹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입니까?”“생사가 걸린 일 앞에는 본래 모두가

  • 폭군의 장군 황후   제729화

    갑작스레 나타난 새 황제를 마주하자, 마 대인은 모든 것을 내던진 채 정면으로 나섰다.더는 숨기지 않고 직설적으로 말했다.“소욱 황제는 우리 손에 있습니다! 황제 폐하의 목숨을 구하고 싶다면 당장 교서를 작성하여 진정한 태자에게 황위를 물려주십시오!”그는 부하들에게 아이를 데려오게 했다. 그러고는 사람들 앞에서 외쳤다.“이 아이야말로 소욱 황제의 친아들입니다. 며칠 전, 이미 황제 폐하와 재회를 했습니다……”말이 끝나기도 전에, 서왕이 단호히 꾸짖었다.“건방지다! 황위 계승이 어찌 이런 어린아이 장난 같단 말이냐!”서왕의 호통에 이어 이 장군이 분노하며 꾸짖었다.“대담한 환관 놈! 아무 아이나 데려와 황실 자손이라니, 우리를 바보로 아느냐!”병사들 역시 웃음과 비아냥으로 덧붙였다.“환관 놈아, 저 아이는 네 양자가 아니냐!”마 대인의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하게 변했다.“너희들 모두 믿지 않는구나! 좋아, 그렇다면 소욱 황제를 저 세상으로 보내겠다! 서왕 전하, 이 장군, 두 분께서 모르는 사실이 있습니다.”“이 곳 조묘에는 제가 미리 진천뢰를 설치해두었습니다…”그 순간, 새 황제가 갑자기 무릎을 꿇으며 사당을 향해 큰 절을 올렸다.“선황 폐하! 신은 폐하께서 맡기신 뜻을 잊지 않았습니다! 폐하께서 말씀하시기를, 제가 황위에 오르는 날이 폐하께서 소장군과 황천길을 떠나는 날이라 하셨지요. 소자, 이제 폐하를 정중히 배웅해드리겠습니다!”그는 당황하여 펄쩍 뛰며 긴 손가락을 흔들며 외쳤다.“애송이! 너! 잡것! 그 입 닫지 못하겠느냐! 어떻게 감히 황… 아니, 황제 폐하를 저주한단 말이냐! 서왕, 이 장군, 이런 불효한 새황제를 너희들이 인정한단 말이냐? 설마 너희들이 소욱 황제의 죽음을 바라는 것이냐!”서왕은 애석한 표정을 지으며 한숨을 쉬었다.“이 모든 것이 선황 폐하의 뜻이오. 나는 따를 수밖에 없다네.”마 대인은 얼굴이 자주빛으로 물들며 울부짖었다.“아아…!”도대체 이 자들은 무슨 생각으로 이런 일을 꾸미고 있는 것인가!

  • 폭군의 장군 황후   제728화

    진동하는 천둥 같은 소리의 폭발음이 들리자, 왕자들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갑자기 왜 폭발한 거야!”“폐하께서 동반 자결을 하려는 게 분명해! 우리를 함께 묻으려는 거라고!”“아니야! 누가 됐든 제발 나를 내보내라! 나는 아무 잘못이 없단 말이다!”궁중에 갇혀 있던 후궁들도 서로를 끌어안고, 불안하게 문 쪽을 응시했다.그때, 조묘 대문 밖에서는 마 대인이 숲을 향해 날카로운 목소리로 외쳤다.“나와라! 너희를 이미 다 봤다!”그러나 숲속에 숨어있던 병사들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마 대인은 위협적으로 소리쳤다.“방금 들은 폭발음, 너희도 들었겠지? 다시 나오지 않으면, 이 안의 모두를 죽여버릴 것이다!”마 대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이 장군이 앞으로 나섰다.“이 망할 환관 놈!”달빛 아래에서 마 대인은 미소를 머금은 채 교만하게 말했다.“오, 이게 누구십니까? 이 장군 아니십니까!”“여기서 큰절을 올립니다!”“장군님, 폐하께서 몇몇 왕자들과 국사를 논하고 계신 중이라, 저는 태황태후의 명으로 여길 지키고 있습니다.”“장군님께서 이렇게 군사를 이끌고 오시다니… 설마 반란이라도 일으키실 생각이십니까?”이 교활한 자가 도둑이 매를 들고 도둑 잡으라 외치는 모습에, 이 장군의 얼굴은 분노로 새빨개졌다.“퉤! 천하의 뻔뻔한 놈 같으니! 네놈들 같은 반역자들, 당장 물러서지 않으면 내 칼에 죽게 될 것이다!”마 대인은 태연하게 목소리를 길게 늘렸다.“장군님, 제가 분명히 말했지요? 태황태후의 명이라구요. 그런데도 이렇게 몰아붙이시다니, 과연 누가 반역자인지 궁금하군요!”이 장군은 주먹을 꽉 쥐고, 눈에 살기가 가득 찼다.옆에서 참모가 작은 목소리로 그를 말렸다.“장군님, 흥분을 가라앉히십시오. 방금 터진 진천뢰는 우리에게 보내는 경고일 겁니다.”이 장군은 참모의 조언을 받아들여 잠시 물러섰다.현재 이곳의 상황은 이미 서왕에게 보고한 상태였다.황제를 구출하기 위한 방법은 철저히 논의해야 했기에 섣불리 움직일 수 없었다.

  • 폭군의 장군 황후   제727화

    조묘는 반란군에게 완전히 포위되어 있었고, 그들의 진영에는 수많은 진천뢰가 심겨져 있었다. 그 누구도 그 위험 구역을 넘볼 엄두를 내지 못했다.한편, 묘 안에 갇힌 왕족들은 불평이 끊이지 않았다.“내가 뭐라 했더라? 관여하지 말자고 했지! 그런데 굳이 나를 끌고 왔단 말이야!”“그래, 맞다! 애초에 태황태우께서 태자를 책봉하겠다길래 우리가 뭘 하러 왔냐고! 결국 지금처럼 반란군에게 갇히다니, 이게 무슨 치욕인가!”그들은 평소 황족으로서 호화로운 생활에 익숙했다. 하지만 이제는 모두 한 방에 몰려 있으니 아주 우스운 꼴이었다. 방 한가운데 놓인 유일한 침대는 제일 고집이 센 숙왕이 차지하고 있었다. 나머지 사람들은 바닥에 눕는 수밖에 없었다.황제가 포로로 잡혔다는 소식은 곧장 소문으로 퍼졌고, 당일에 이미 서왕도 소식을 접했다. 서왕은 즉시 명을 내려, 궁중에 남아 있는 내통자를 소탕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로써 이 노력을 지휘할 이 장군이 대군을 이끌고 구원에 나섰다.이 장군은 병력을 거느리고 조묘에 가까워졌다. 그러나 그는 급히 구출 작전을 개시하지 않고 적정을 확인하기 위해 시간을 썼다.역시나 이상한 점이 있었다.엄밀히 따지면, 태황태후와 여러 왕들의 친위병 수가 반란군보다 훨씬 많았다. 평소 같았다면 이 정도의 난동은 금세 진압할 수 있어야 했다. 그런데 지금은 오히려 반란군에게 제압당한 꼴이었다.“정찰대를 보내라!” 이 장군은 단호하게 명령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정찰병이 돌아왔다.“장군! 조묘 안팎에 진천뢰가 설치되어 있습니다!”이 장군의 표정이 즉각 무겁게 변했다.진천뢰라니... 그렇다면, 친위병들이 섣불리 움직이지 못한 이유도 납득이 갔다.그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결단을 내렸다.“좌우의 병력은 물러나라. 최소한의 병력만 남기고 나머지는 적을 자극하지 말라!”군대의 중심인 중군은 주력 병력이었으며, 병사 수가 상대적으로 적었다. 이 장군은 정예로 이루어진 부대로 신중하게 접근하려 했다.조묘 안에서는 이미 날이 어두워

  • 폭군의 장군 황후   제726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마 대인이 날쌘 동작으로 발을 뻗어 그 진천뢰를 걷어차 버렸다. 덕분에 내시들이 진천뢰에 불을 붙이지 못했다.그는 입을 벌린 채 소리쳤다.“다들 조묘 안으로 들어가십시오!”“죽고싶다고해서 마음대로 죽을 수는 없는 법입니다!”“그렇게 쉽게 죽일 줄 아셨습니까?”그야말로 모두 미쳐버렸다!황제를 포함한 모두가 조묘 내에 있는 방에 갇혔다.태황태후와 후궁들은 한 방에 갇혔고, 태황태후의 얼굴은 어두운 빛으로 가득 찼다.그녀는 계속해서 중얼거렸다.“나는 정말 몰랐다. 영비가 반역자들과 손을 잡을 줄이야…”그녀는 끊임없이 후회와 자책으로 중얼댔지만, 이를 이해해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오히려 그녀의 말은 녕비의 화를 돋구었다.녕비는 도저히 참지 못하고 태황태후를 향해 거칠게 소리쳤다.“태황태후마마! 그만 좀 하십시오!”“뭘 그렇게 무고한 척하십니까! 마마께서 나쁜 놈들을 도와주지만 않았어도 우리가 이렇게까지 되었겠어요? 병드신 지도 오래됐는데 왜 아직도 죽지 않고 살아계신 것입니까!”태황태후는 믿을 수 없다는 듯, 평소 자신에게 공손하던 후궁이 이렇게까지 소리를 지르다니.“너, 감히… 무례하다!”태후는 녕비를 품에 안으며 그녀를 감싸안았다.“태황태후마마, 녕비도 너무 놀라셨기에 실언을 한 것뿐입니다.”“흐흑…” 방 구석에서 한 후궁이 엉엉 울면서 말했다.“나, 나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요.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진작에 출궁할걸… 궁궐의 경비가 철저하다더니, 어떻게 반역자들이 우릴 이렇게 끌고 갈 수 있는 건가요!”현비가 그녀를 부드럽게 달래며 말했다.“겁먹지 마세요. 이 일도 지나갈 겁니다. 폐하께서 방법을 찾아주실 거예요.”장공주는 눈에 분노가 가득 찼다.“죽어 마땅한 모용란! 천룡회와 손을 잡고 멩 소장군을 죽이다니! 반드시 내 손으로 죽일 것이야!”태후가 막으려 했지만, 장공주는 벌떡 일어나 태황태후에게 다가가 그녀의 옷깃을 움켜쥐고 분노하며 외쳤다.“당신은 알고 있었던 거죠! 그렇죠? 맹

  • 폭군의 장군 황후   제725화

    왕가의 조묘는 장엄하고 위엄 있는 장소였지만, 현재는 반역자들에게 점령당한 상태였다.“놓으시오... 제발! 날 만지지 마시오!”한 후궁이 땅바닥에 눕혀진 채 발버둥치며 울부짖고 있었다.그녀가 필사적으로 저항할수록 반역자들의 태도는 더욱 오만해졌다.갇혀 있던 우리 안에서 장공주가 분노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그 여인을 건드리지 마라! 어서 나를 풀어주거라! 나는 장공주다!”장공주는 생각했다. 만약 맹 소장군이 여기에 있다면, 그도 반드시 자신을 희생해서 이들을 구했을 것이다.궁녀로서 살아가는 이들은 황제에게서 외면받으며 이미 충분히 불쌍한 삶을 살았다. 그런데 이제 이런 수모까지 당해야 하다니, 참으로 가증스러웠다.태후는 딸의 외침을 듣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녀는 급히 장공주의 입을 손으로 틀어막으며, 딸을 꼭 끌어안았다.한편으로는 옆에 있는 녕비도 품에 안으며, 마치 암탉이 병아리를 품듯 필사적으로 지키고 있었다.마 대인은 음침한 미소를 띠며 말했다.“장공주를 끌어내라!”장공주는 황제의 친누이였다.태후의 마음속에서 경고음이 울렸다.안 돼!누구도 그녀의 딸을 건드릴 수 없다!태후는 죽을 각오를 다지려던 찰나, 갑자기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네가 그들을 전부 죽인다 해도, 난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다.”소욱의 반응은 극도로 냉정했다.그의 시선은 멀리, 먼 곳을 향해 있었다.“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이미 너희들에게 죽임을 당했다.”“내가 황위를 포기하기를 바란다면, 소환을 돌려줘야 할 것이다.”녕비는 놀란 눈으로 황제를 바라보며 눈물을 뚝뚝 흘렸다.“들었느냐! 폐하께서 얼마나 무정한지!”“우리가 왜 폐하를 위해 고통받아야 하느냐! 너희들은 참으로 어리석구나!”그녀의 외침이 있은 후, 조금 전까지 땅바닥에 억눌려 옷이 거의 벗겨질 뻔했던 후궁이 기운을 쥐어짜며 악을 질렀다.“맞아! 왜 우리를 괴롭히는 것이냐!”“그들은 궁에 들어온 지 여러 해가 지났건만, 단 한 번도 황제의 총애를 받은 적이 없었다!”“폐하께서

  • 폭군의 장군 황후   제724화

    이 말이 떨어지자, 원래도 갈피를 잡지 못하던 사람들은 이젠 완전히 혼란에 빠지고 말았다.하지만 소욱만은 침착하고 태연했다.황제로서, 태산이 무너져도 얼굴을 바꾸지 않을 정도의 평정심을 가져야 했다.그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소아에게 독을 쓴 이유가 다 있었군…”“첫째는 소환을 제거하기 위해서, 둘째는 주국공을 선성에서 떠나게 만들어 선성을 무주 상태로 만들려 한 것이군. 천룡회, 너희는 정말로 일석이조로 움직였구나.”마 대인이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역시 폐하께서는 남들과는 다르게 생각이 빠릅니다.”“하지만 아쉽게도… 이제야 눈치 채신 게, 너무 늦었군요!”그는 냉정한 표정으로 바뀌며 말했다.“북연 대군이 남제를 공격할지 말지는 전적으로 폐하께 달려 있습니다.”“지금 즉시 태자를 책봉하고, 퇴위하십시오. 그러면 제가 신호를 보낼 것입니다. 북연군은 신호를 보면 즉시 철수할 것입니다.”“하지만 만약 그러지 않으신다면… 남제가 위험에 빠지는 일이 벌어질 것입니다!”“지금 선성이 무주 상태가 되면서, 남제는 이미 둘로 나뉘었습니다. 북부와 서부의 대군이 지원을 올 수 없으니, 북연군은 중부로 곧바로 진입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황성을 직격할 수도 있죠! 폐하,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태황태후는 분노하여 외쳤다.“무엄하다! 북연이 너에게 얼마나 큰 이익을 주었기에, 너는 감히 네 나라를 이렇게 배신하느냐!”태자 책봉과 퇴위는 분명히 다르다.그들이 이런 계획까지 품고 있을 줄이야!그녀는 분노로 가득 찬 눈으로 모용란을 노려보았다.“란아! 너도 이들과 한패란 말이냐!”모용란은 고통스러운 가슴을 움켜쥐고 답했다.“고모님, 원망하지 마세요… 제가 이렇게 하는 것도 모두… 아이를 위해서입니다.”마 대인은 무릎을 굽혀 아이의 얼굴을 만지며 웃음을 터뜨렸다.“태자 전하, 미래의 남제의 군주께 인사드립니다.”아이는 무슨 일인지 이해하지 못하고, 천진난만한 얼굴로 마 대인을 바라보았다.마 대인은 다시 일어나 소욱을 바라보며

  • 폭군의 장군 황후   제723화

    조묘 밖은 모두 태황태후의 친병들로 가득 차 있었다.이 병사들은 선제께서 그녀에게 남겨준 군사였다.태황태후는 차마 이렇게 쓰게 될 줄 몰랐지만, 오늘만큼은 황제를 압박하지 않을 수 없었다.황제가 무정하고 무리한 짓을 먼저 시작했으니, 그녀는 깊이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태황태후의 늙고 주름진 얼굴에는 결연한 기색이 드리워졌다.“황상, 오늘 네가 태자를 세우지 않으면, 할미는 절대로 네가 떠나는 걸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그녀는 이어 왕자들에게 말했다.“너희들도 모두 나와 뜻을 같이해야 한다! 내가 이렇게 하는 건 남제를 지키기 위함이다!”모든 신하와 왕자들도 황제가 지나치다고 생각했기에, 이번만큼은 태황태후의 편을 들었다.“저희도 동의합니다. 태황태후께서 옳으십니다! 황제 폐하, 태자를 세우십시오!”이때 무용하게 보였던 모용란이 아이의 손을 잡고 용감히 앞으로 나왔다.그녀는 두려움 없이 황제 앞으로 걸어가며 말했다.“폐하, 태황태후께서 이렇게 하시는 건 모두 폐하를 위한 일입니다.”“폐하께서 불귀산에 가시겠다는 고집을 부리시면, 그 어른께서 어찌 마음 편히 계실 수 있겠습니까?”“우리 아이를 태자로 세우기만 하신다면, 폐하께서 더 이상 근심하실 일도 없을 것입니다.”“폐하…”그녀는 황제 가까이 다가선 뒤, 낮은 목소리로 속삭이듯 말했다.“폐하, 폐하의 생모께서 왜 돌아가셨는지 기억하시지요?”“만약 태자를 세우지 않으신다면…”“제가 그 진실을 온 천하에 폭로해도 괜찮으시겠습니까?”소욱은 그녀의 말을 끝까지 듣지도 않고, 그대로 그녀에게 손바닥을 내리쳤다.이 한 방은 사정없이 내리쳐져 모용란이 몇 걸음 뒤로 밀려났고, 속이 찢어질 듯 고통스러워 보였다.“어머니!” 아이는 그녀를 향해 달려가며 두려움에 떨었다.아이의 눈에는 두려움과 분노가 서려 있었고, 소욱을 향해 증오 어린 눈길로 노려보았다.이때 마 대인이 나서서 모용란을 지켰다. 그는 음흉한 미소를 띠며 말했다.“황제 폐하, 소인은 폐하께서 빨리 결단을 내리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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