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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작가: 일설연우
봉구안이 신혼방으로 돌아오자 아까까지 잔뜩 인상을 쓰며 싫은 티를 내던 최 상궁은 싱글벙글 웃으며 뜨거운 물을 준비하라고 시종들에게 일렀다.

그러고는 감개무량해서 봉구안에게 말했다.

“마마, 그동안 황귀비를 제외하고 폐하께서는 한 번도 다른 비빈들에게 밤시중을 명하지 않으셨습니다. 마마가 그 선례를 깨신 거예요!”

연상은 갑자기 태도를 바꾼 최 상궁을 불만스럽게 바라보았다.

궁에서 여자의 지위는 황제의 총애와 비례한다지만 존귀한 황후마저 거기에 포함될 줄이야.

봉구안은 주저리주저리 떠드는 최 상궁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고 싸늘하게 말했다.

“연상이만 남고 다들 나가 있거라.”

내전이 조용해지자 연상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마마, 폐하께서 오시기로 한 것은 우리에게 좋은 일이긴 하나, 이렇게 되면 황귀비와 완전히 척을 지게 되는 거 아닌가요?”

“부인께서는 저희에게 궁에서 적을 만들지 말고 조용히 지내라고 하셨사온데….”

“어머니께서 장미에게도 그러라고 가르쳤더냐?”

봉구안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연상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녀는 이런 교육 방식을 찬성하지 않았다.

사부와 사모께서는 그녀에게 은혜는 배로 갚고 원수도 배로 갚으라고 가르쳤고 어차피 한번 사는 인생, 유감을 남기지 말라고 하셨다.

사실 봉 부인도 봉가에서 전해져 내려온 법도대로 자식들을 가르쳤다.

봉가는 대대로 황후를 배출한 과문이었기에 유독 딸에게는 요구가 엄격했다.

악기, 바둑, 그림, 서시 모든 방면에서 봉가의 딸은 남들보다 뛰어나야 한다는 명백한 요구가 있었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덕을 베풀어 좋은 명성을 유지해야 했다.

장미는 서신에서 자유롭게 어디든 갈 수 있는 언니가 부럽다고 하면서 황후가 되고 싶지 않다는 얘기를 매번 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봉장미처럼 유순한 사람이 입궁하여 황후가 되었다면 주변의 시달림을 견디지 못했을 것이다.

연상은 봉부의 하인들 중에서 봉구안의 진짜 신분을 아는 사람이었다.

그녀는 주변을 경계하다가 다가가서 창문을 닫으며 말했다.

“마마, 저희를 예의주시하는 사람들이 많사옵니다. 지난 일은 잊으시고 더 이상 입밖으로 꺼내지 마십시요.”

봉구안은 침착하고 담담하게 말했다.

“멀리 서 있어서 안 들릴 것이다.”

무공을 익힌 그녀였기에 사람이 주변에 다가오면 그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정도 능력도 없었더라면 장군이 되기 전 강호를 떠돌던 때에 이미 싸늘한 주검이 되었을 것이다.

봉구안이 말했다.

“오늘 약을 전달해 주겠다는 핑계로 영소전에 가서 그곳의 호위 진영을 살펴보았다.”

연상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건 왜 알아보세요? 마마, 뭘 하시러는 거예요?”

“내 손으로 그년을 죽일 것이다.”

“예?”

연상은 경악하며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황후가 황비를 척살할 계획을 갖고 있었다니!

한참 후, 정신을 차린 연상은 봉구안을 말렸다.

“안 돼요, 마마. 너무 위험합니다!”

봉구안은 진중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위험한 건 맞아. 황제의 총애를 받는 귀비라서 그런지 영소전 안팎의 경계가 아주 삼엄하더구나. 처마 쪽에 다가가면 큰일 날 장치도 설치되어 있었고. 아직까진 돌파구를 찾지 못했어. 몇 번 더 가서 살펴봐야 할 것 같아.”

연상은 바짝 긴장한 얼굴로 마른침을 삼켰다.

“하지만 마마, 부인께서는...”

봉구안은 싸늘한 목소리로 연상에게 말했다.

“네 말이 맞아. 잊을 건 잊어야겠지.”

연상은 애처로운 얼굴로 봉구안을 바라보았다.

봉구안이 계속해서 말했다.

“너에게 강요할 생각은 없다. 장미의 복수를 하고 싶거든 내 옆에서 날 보좌하거라.”

“만약 겁나서 나와 뜻을 함께할 수 없다면 내가 무엇을 하든 못 본 척하거라. 만약 일언반구라도 밖으로 새어나가는 날에는 내 친히 네 목숨을 거둘 것이다.”

그녀는 주변 사람에게 기대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하지만 주변 사람이 그녀의 발목을 잡게 내버려두지도 않을 것이다.

연상의 이마에서 굵은 땀이 뚝뚝 흘러내렸다.

그녀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주던 봉장미의 얼굴을 떠올리며 스르륵 눈을 감았다.

“마마, 장미 아가씨께서는 소인을 친동생처럼 아껴주셨습니다. 아가씨께서 그런 일을 당하셨을 때 소인의 마음도 편치 않았지요. 만약 아가씨를 위해 무언가를 할 수 있다면 소인도 후회는 없습니다.”

봉구안은 담담한 얼굴로 시선을 거두었다.

“결정을 내린 것 같으니 앞으로는 뒤돌아보지 말거라.”

연상은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킨 뒤에 조심스레 말했다.

“마마, 오늘 밤이 지나면 폐하께서도 아가씨가 순결을 잃지 않았다는 것을 아시게 될 것이고 황귀비에게도 소식이 전해질 거예요. 황귀비가 의심이라도 하면 저희는 어떻게 하죠?”

그 점에 대해서는 봉구안은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일국의 황제이신 폐하께서 침실에서 있었던 일을 총애하는 비빈에게 꺼낼 이유는 없다. 어차피 꺼내 봐야 황귀비의 기분만 나빠질 거니까.”

“그리고 폐하가 그렇게 말하였다고 하더라도 황귀비는 믿지 않을 것이다. 정실이 순결을 잃었다는 건 폐하의 체면이 걸린 문제이기도 하니 자존심 때문에 거짓말을 한다 생각할 테지. 아니면 우리가 미리 방도를 생각해서 이 일을 무마하였다 생각할 것이다.”

“어떤 쪽이든 황귀비는 이 일을 대놓고 조사하진 못할 것이야. 그건 폐하의 체면을 짓밟는 일이니까.”

연상이 말했다.

“하지만 혼례식 전에 태감을 보내….”

“혼례를 치르기 전에는 내가 아직 황후가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혼례를 치른 지금 나는 엄연히 이 나라의 국모이다.”

연상은 그제야 안심한듯 미소를 지었다.

“그럼 폐하께서 오늘 오시더라도 걱정할 필요가 없겠네요.”

하지만 그들이 그렇게 자정까지 기다렸지만 황제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봉구안은 비단 잠옷으로 갈아입고 침대에 앉아 담담히 말했다.

“오늘은 걸음하지 않을 것 같으니 잠자리에 들자꾸나.”

“예, 마마.”

연상은 내뱉은 말을 지키지 않는 황제에 대한 불만이 더욱 커졌다.

반면 봉구안은 그러거나 말거나 편히 누워 잠을 청했다.

자정이 지난 시각, 봉구안은 갑자기 누군가가 자신을 짓누르는 느낌이 들면서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귓가에 거친 숨결이 느껴지더니 전혀 상냥하지 않은 손길로 그녀의 허리띠를 풀기 시작했다.

경계심이 발동한 그녀는 본능적으로 베개맡에 숨겨둔 비수에 손을 뻗었다.

어둠 속에서 누군가가 그녀의 손목을 움켜쥐었다.

그리고 귓가에 잔뜩 성난 목소리가 들려왔다.

“황후, 지금 짐을 암살하려는 것이요?”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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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덕
막 재미 있어지려는데 끊어져 버렸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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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루토
궁금한데 딱 끝나 서 안볼수가 없네요
goodnovel comment avatar
이호정
2024. 12. 20. AM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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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제의 서재.상소문을 읽고 있던 소욱이 흠칫하더니 싸늘한 시선으로 고개를 들었다.“황후가 금인장을 요구한다고?”말을 전하러 온 태감은 저도 모르게 어깨를 움츠리며 답했다.“예, 폐하. 마마께서 이 일로 대전 밖에서 알현을 청하고 있사옵니다.”금인장이 황귀비에게 있다는 건 온 황궁이 아는 사실이었다.황후가 대놓고 금인장을 요구한 건 모순을 크게 만들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았다.태감은 황제가 격노하여 자신에게 불똥이 튈까, 조마조마해서 식은땀을 훔쳤다.소욱의 음침하게 가라앉은 눈빛에서 위험한 기운이 풍기고 있었다.“가서 내 말을 그대로 전하거라. 얌전히 있지 않고 자꾸 소란을 부리면 그 자리를 폐해 버릴 수도 있다고.”“예, 폐하!”황실 서재 밖.봉구안은 여전희 희비를 알 수 없는 평온한 표정을 하고 태감의 전갈을 듣고 있었다.“마마, 이만 돌아가 주시지요. 금인장은 줄곧 황귀비 마마께서 관리하고 계셨습니다. 폐하께서는 절대 그분의 손에서 인장을 회수하지 않을 겁니다.”“황귀비 마마께서 스스로 포기한다면 모를까,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옵니다.”태감의 말을 전해들은 연상은 너무 화가 나서 씩씩거렸다.금인장은 본디 황후가 관리하는 것이고 후궁 대권의 상징인 물건이었다.폭군은 법도를 어기면서 황후의 자리를 두고 넘보지 말라 협박하고 있으니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아마 소욱에게 있어 진짜 황후는 황귀비뿐일지도 모른다.‘이렇게까지 황귀비를 편애하다니! 마마가 무슨 수로 귀비를 꺾는단 말인가!’봉구안 역시 황제의 처사에 불만이었다.법도를 따르지 않으면 기강이 무너지는 건 군영이나 황궁이나 다를 바가 없었다.‘정말 우매하기 짝이 없는 군왕이로군!’“연상아, 이만 돌아가자꾸나.”봉구안이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예, 마마.”연상은 이 걸음을 하는 게 아니었다고 속으로 한탄했다.영소전.황귀비는 기분이 좋은지 간드러진 웃음을 터뜨렸다.“황후가 금인장을 대놓고 요구했다고? 멍청한 건지, 눈치가 없는 건지! 정말 웃기는 여인이로구나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3화

    영소전, 황귀비는 극심한 두통에 시달리고 있었다.내전에서 태의가 통증을 완화하는 침술을 시전 중이었다.내전 밖 단나무 의자에 인상을 잔뜩 구긴 황제가 온갖 위험한 분위기를 발산하며 앉아 있었다.“영화궁에 보낸 태감은 아직이더냐!”그 말이 끝나기 바쁘게 전갈을 나갔던 태감이 숨을 헐떡이며 안으로 들어왔다.“폐하! 황후마마께서 말씀하시길, 가진 약이 많지 않아 그냥 줄 수는 없다고 하옵니다…”소욱의 눈매가 날카롭게 빛났다.“황후한테 이리로 오라고 전하거라.”황제의 화가 머리 끝까지 치밀어 있는 상황이라 태감은 숨도 돌리지 못하고 바로 영화궁으로 달려갔다.그리고 잠시 후, 다시 영소전으로 돌아온 태감은 벌벌 떨며 무릎을 꿇고 아뢰었다.“황후께서는… 이미 침소에 드셨다고 하옵니다.”쾅!소욱이 신경질적으로 상을 내려치자 여파로 상 위에 있던 유리잔이 산산이 부서졌다.그는 벌떡 일어서서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영화궁으로 간다.”한편, 황귀비는 죽을 것 같은 고통에 몸서리치며 황제를 찾았다.밖으로 나가려던 황제는 다시 침실로 달려가서 그녀를 달래주었다.“연아, 짐이 곧 다녀올 테니 조금만 참거라.”변덕스럽고 성격 포악하기로 소문난 젊은 황제는 유독 황귀비 앞에서만 온화하고 부드러운 모습을 보여주었다.황귀비는 눈물이 고인 눈으로 황제를 바라보며 애처롭게 말했다.“신첩… 기다리고 있겠나이다.”잠시 후, 영화궁.오밤중에 황실 금위군이 궁을 포위했다. 기세를 보면 마치 황후가 큰 죄를 저질러서 잡으러 온 것만 같았다.연상은 문틈으로 바깥 동향을 보고 두려움에 떨었다.그녀는 다급히 침상 앞으로 달려가서 아직도 기를 운용 중인 봉구안에게 말했다.“마마, 폐하께서 금위군을 끌고 이곳으로 오셨습니다! 차라리 약을 그냥 내어주시는 게…”금인장 하나 바랐다가 목숨을 잃는 것은 전혀 가치가 없었다.봉구안은 내력을 거두고 눈을 떴다.싸늘한 살기가 담긴 그녀의 시선에 연상은 저절로 오금이 저렸다.폭군도 무섭지만 지금은 자신의 주인인 황후가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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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폭군의 장군 황후   제883화

    도끼는 역량형 무기이지만 도끼날의 곡선은 도끼에 실리는 많은 힘을 손실하게 한다. 날카로운 창은 쉽게 도끼의 방어를 뚫을 수 있다.그래서 창과 도끼가 상극이라는 말이 예로부터 돌고 있었다.병기에 정통한 자라면 다 아는 사실이었다.단춘의 얼굴이 퍼렇게 질렸다.남제에서 나온 어린 장수는 대체 정체가 뭘까?봉구안은 안정적으로 창을 잡고 상대가 가까이 오기를 기다렸다가 공세를 시작했다.장코는 강력한 기류를 느끼고는 바로 도끼를 휘둘렀다. 왼손 도끼는 방어, 오른손 도끼는 공격용이었다.도끼를 휘두르는 그의 모습은 조금 둔해 보여도 진한 살기가 담겨 있었다.하지만 봉구안의 창술이 더 현란했다.두 사람은 십여차례 공격을 주고받았고 지켜보는 사람들이 현기증이 올 정도였다.단춘의 표정은 점점 안 좋아지고 있었다.장코의 쌍도끼는 거의 적수가 없었는데 지금은 상대에게 계속 끌려만 다니면서 역습의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상황이 점점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었다.조유관 성루.북소리가 점점 힘차게 울리며 병사들의 사기를 돋우고 있었다.황후의 창술을 본 병사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북대영의 유명한 명장 맹 소장군답게 그녀의 창술은 가히 따라올 자가 없었다.봉구안은 점점 더 빠르게 공격을 시전했고 장코는 계속해서 뒤로 밀려나고 있었다.쌍도끼의 위력은 그녀를 상대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점점 짜증을 느낀 장코가 소리를 질렀다.“죽여버릴 테다! 악!”아둔한 그는 맹공격밖에 할 줄 아는 게 없었다.봉구안은 날렵하게 피해 후방으로 간 뒤에 창을 휘둘러 그의 허벅지를 찔렀다.그가 뒤돌아서자 그녀의 창은 곧바로 그의 눈앞까지 날아왔다.“악!”상대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예리한 창끝은 쌍도끼 사이의 빈틈을 파고들어 상대의 눈을 찔렀다.극심한 고통에 장코는 도끼 하나를 버리고 본능적으로 손을 피가 철철 흐르는 눈으로 가져갔다.그는 고통에 몸부림치며 도끼를 마구 휘두르며 고함을 질렀다.“남제의 쥐새끼, 죽여 버릴 테다! 피하지 마! 당장 널 가루로 만들어 시체

  • 폭군의 장군 황후   제882화

    단춘은 고개를 잔뜩 뺴들고 출전한 남제 전사를 바라보았다.체구가 건장한 것도 아니고 몸이 무척 가벼운 것으로 보아 남제의 부장인 서봉은 아닌 듯했다.‘어디서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자식이 축경관을 도전한 거지?’단춘은 눈을 가늘게 뜨며 자리로 돌아가서 앉았다. 그의 입가에 비웃음 가득한 미소가 지어졌다.첩자를 보내 알아본 결과, 남제 동부에는 관내경과 서봉을 제외하면 인물이라고 할 자가 없었다.출전한 상대가 서봉이 아니라면 남제는 축경관을 완성할 가능성이 거의 없었다.단춘은 자신이 직접 선발한 백명의 무사들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말했다.“남제군의 목을 벤 자에게 황금 백냥을 하사하겠다.”무사들은 장창을 들고 전방을 바라보며 사기를 불태웠다.“죽인다! 죽인다! 죽인다!”가면 아래 봉구안의 표정에는 여유가 넘쳤다.그녀는 여기 혼자 나왔지만 등 뒤의 성루에는 천만 수성군이 관전하고 있었다.그들은 주먹을 쥐고 승리가를 부르며 징을 울렸다.부장 서봉은 인상을 잔뜩 찌푸리고 제발 황후와 태중의 아이가 무사하게 해달라고 하늘에 기도했다.봉구안은 장창을 들고 앞으로 나섰다.이때 바람이 일었다.동부는 북방보다 기후가 따스하지만 모래바람이 불어 사람의 시야를 가렸다.바람이 흙먼지를 일으켰고 봉구안의 긴 머리가 바람에 흩날렸다.그녀는 위축하지 않고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갔다.말발굽소리가 들려왔다.적군의 첫 번째 도전자였다.광풍이 휘몰아쳐서 모래폭풍 속에서 두 사람이 어떻게 싸우는지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그럼에도 단춘은 전혀 긴장하지 않았다.눈 깜짝할 사이에 바람이 그쳤다.남제 대표는 장창을 쥐고 꼿꼿하게 서 있고 옆에는 전마가 서 있었는데 멀지 않은 곳에 대하 무사의 시체가 널브러져 있었다.아무도 대하의 무사가 어떻게 죽었는지 보지 못했다.게다가 이 짧은 시간 안에 목이 날아간 채로 말에서 떨어지다니.단춘이 눈을 부릅뜨며 중얼거렸다.“이럴 수는 없어.”그가 선발한 무사는 전부 다 정예병들이었다. 상대에게 지더라도 이렇게 짧은 시간 안

  • 폭군의 장군 황후   제881화

    막사 안, 장순이 분개해서 불만을 토로했다.“황후마마, 저들이 정말 그랬다니까요? 저런 이기적인 자들은 동정할 가치도 없어요! 마마께선 자신들의 아버지 시신을 수습하려고 전장에 나가신다는데 마마의 아이가 어떻게 되든 전혀 관심이 없잖아요! 도와줄 필요 없어요!”낮에 말을 너무 한 탓에 장순의 목 상태는 무척 좋지 않았다.얘기를 들은 봉구안은 관씨 모자 세 사람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내일의 전장은 그들을 위한 것도 아니고 관내경 개인을 위한 것도 아니었다. 더욱 중요한 것은 남제의 승리였다.그녀는 한낱 시신 한구 수습한다고 목숨을 내던질 정도로 바보가 아니었다.4개국 연맹군이 동부군의 기세를 한풀 꺾어놓았으니 반격에서 이겨 그들의 사기를 꺾어야만 했다.장순이 계속해서 말했다.“마마, 귀한 황자님을 회임하신 몸인데 신중을 기하셔야 합니다!”황제는 그의 은인이니 그 역시도 황제의 자식을 지켜주고 싶었다.봉구안이 고개를 들고 말했다.“왜? 날 대신해 네가 전장에 나가려고?”순간 장순은 입을 다물었다.그의 나이 이제 겨우 열살, 키가 말보다 작은 아이인데 어찌 전장에 나간단 말인가!그날 밤, 조유관에만 있는 적미새가 긴 울음소리를 냈다.성을 지키는 병사들은 정신을 바짝 차리고 밖을 경계했다.자진궁.늦은 시간임에도 소욱은 각지의 전보를 읽고 있었다.그의 얼굴에는 피로감이 역력했다.옆에서 시중을 들던 유사양이 조심스레 말했다.“폐하, 옥체도 생각하셔야지요. 시간도 늦었는데 이만 쉬시는 게 어떠신가요?”소욱은 갑자기 현기증이 일며 미간을 확 찌푸렸다.글자를 똑똑히 보려고 눈에 힘을 주었지만 그럴수록 흐릿해질 뿐이었다.그는 전보를 내려놓고 손으로 미간을 문질렀다. 차갑기만 하던 얼굴에 걱정이 가득 서렸다.이 전장이 언제쯤이면 끝날지 예측할 수 없어서 더 갑갑했다.그는 황후에게 미안했다.부군으로서 부인에게 안락한 삶을 제공해야 하건만 그녀는 항상 나라를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었다.동부 상황이 어떤지 걱정도 되었다.고개를 든 소

  • 폭군의 장군 황후   제880화

    남제가 축경관 전서를 내렸다는 말에 4개국 연합군 모두 건방지다고 생각했다.“단 장군, 남제인들은 정말 상황파악이 안 되는군요!”“우리가 우세이긴 하지만 그래도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합니다! 절대 저들에게 승리를 내어줄 수 없어요!”“그래요, 단 장군! 겨우 관내경을 죽여서 남제군의 사기를 꺾었는데 다시 살아나게 해서는 안 됩니다!”단춘은 얼굴이 불그락푸르락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지금 그의 머릿속에는 전부 남제군이 자신과 자신의 아비를 모욕하던 노래뿐이었다.남제가 축경관을 신청했으니 가장 유능한 장수를 내보내 응전할 것이다!그 시각 남제 군영의 분위기도 별로 좋지 않았다.서봉과 다른 장령들은 수심이 가득한 얼굴이었다.“서 장군, 정말 황후마마를 전장에 내보내야 합니까?”서봉은 긴 한숨을 내쉬었다.“안 그럼 어쩌갰어? 누가 황후마마를 막을 수 있겠냐고.”한 장령이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말했다.“마마께선 회임 중이잖습니까! 어떻게 전투에 나간단 말입니까! 축경관에서 승리를 거둔다고 해도 만약에 아이가…”“됐어! 재수없는 소리하지 마!”서봉은 짜증스럽게 소리쳤다. 회임한 여인이 전장에 나갔다가 무슨 일이 생길지 상상도 하기 싫었다.하지만 황후에게는 동부군의 지휘권을 담당한다는 황제의 밀서가 있었다.그러니 어찌 명을 거스를 수가 있을까?막사 안.봉구안은 평온한 표정으로 지도를 보고 있었다.“마마, 관 부인께서 알현을 청합니다.”“들라 하라.”봉구안은 고개도 들지 않고 작은 깃발을 들어 조유관 위치에 꽂았다.관 부인은 직접 끓인 닭백숙과 반찬을 들고 막사를 찾아왔다.그녀는 경외심 가득한 눈으로 봉구안을 바라보며 말했다.“마마, 낮에 있었던 일은 소인이 어리석었습니다. 내일이면 전장에 나가실 텐데 좋은 걸 드시고 체력을 보충하셔야지요.”관 부인은 말하면서 봉구안의 배를 살폈다.다들 황후가 회임했다고 하는데 전혀 티가 나지 않았다.봉구안은 그녀가 가져온 도시락을 받으며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마음은 고맙게 받도록 하지

  • 폭군의 장군 황후   제879화

    잔뜩 풀이 죽었던 관 부인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봉구안을 바라봤다.그녀는 제 귀를 의심했다.직접 시신을 수습해 오겠다니!관 부인의 두 아들도 당황스럽긴 마찬가지였다.서봉이 다급히 그녀를 말렸다.“황후마마, 그건 아니 됩니다! 동부군이 천만이나 되는데 어찌 마마를 그 위험에 빠뜨리겠습니까! 하물며 마마는 황자를 회임 중이지 않습니까!”뭇 장령들도 정신을 차리고 봉구안을 말렸다.“마마, 심사숙고해 주십시오!”이 나라에 황제가 황후를 얼마나 아끼는지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게다가 황후 태중의 아이는 황제의 첫 아이가 아닌가! 만약 동부에서 변을 당한다면 뒷감당을 누가 한단 말인가!광 부인의 시선이 봉구안의 복부에 닿았다.회임 중인 황후가 먼 길을 달려 이곳 동부까지 왔을 줄은 정말 뜻밖이었다.봉구안은 한번 내린 결정을 굽히지 않는 사람이었다.그녀는 가라앉은 목소리로 분부했다.“장순을 불러오너라.”은이가 공손히 답했다.“예.”조유관에서 십리 떨어진 곳, 대하를 필두로 한 4개국 연맹군이 주둔하고 있었다.주장 막사 안에서 장군들은 향긋한 술과 고기를 즐기고 있었다.상석에는 대하의 주장 단춘이 앉아 있었다.그의 앞에는 통양 구이가 놓여 있었고 그는 한창 칼로 고기를 베서 허겁지겁 입에 넣고 있었다.그의 좌측으로 타국 세 장령들이 앉아 아부를 떨고 있었다.“역시 단 장군입니다. 가장 적은 병력 손실로 남제를 침공하다니. 나중에 남제 요충지를 점령하게 되면 다른 나라들에 자랑해야겠습니다!”“단 장군을 위해 건배합시다! 앞으로 우린 대하만 믿겠습니다!”고기가 지겨워진 단춘은 술 몇 잔을 퍼마시더니 만족스러운 트림을 했다.그는 호탕한 웃음을 터뜨리며 건방지게 말했다.“북연 그 놈들 속셈이야 뻔하지. 비록 같이 남제를 치기로 했지만 북연이 떡을 평등하게 나누려 하진 않을 거야. 교활한 놈들이니까!”“그러니 우리 4개국 연맹이 한마음을 가져야 해.”“조유관 전쟁에서 너무 많은 병사들을 희생할 필요가 없어.”“일대일 전투에서 남

  • 폭군의 장군 황후   제878화

    관 부인은 통증에 오만상을 쓰며 고개를 돌려 자신을 제압한 자를 돌아보았다. 편한 복장을 입은 여인이 날카로운 분위기를 풍기며 서 있었다.관 부인이 짜증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넌 누구지? 어찌 이렇게 거만을 떨어?”관 부인의 두 아들도 나서서 그녀를 비난했다.“당장 그 손 놓지 못할까! 우리 어머니가 누군 줄 알고!”관씨 모자와 다르게 서봉과 뭇 장령들은 상대의 얼굴을 보고 순식간에 당황하더니 공손히 예를 행했다.“황후마마를 뵙습니다!”관 부인도 순간 당황했다.“뭐? 화… 황후마마?”눈앞의 이 여인이 정말 이 나라의 황후란 말인가!황후가 어쩌다가 동부에 오게 된 걸까? 무릇 황후라면 시위들의 보호를 받으며 황궁에 있어야 마땅했다.관 부인의 두 아들도 당황하긴 마찬가지였다.황후마마라면 북대영의 맹 소장군 아닌가!그들은 곧장 예를 행했다.봉구안은 관 부인의 손을 놓아주고 싸늘한 눈으로 뭇 장령들을 노려보며 물었다.“방금 전에 뭘 하려고 했던 거지?”뭇 장령들은 여전히 분개하며 자신의 입장을 전했다.“황후마마, 관 장군께서는 충직한 장군이셨습니다. 그런 분이 지금 적들의 능욕을 당하고 있는데 저희가 어찌 지켜만 보겠습니까! 나가서 관 장군의 시신을 되찾아와야 합니다!”관 부인의 두 아들들은 갑자기 태도를 바꾸어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그래요, 마마. 저 사람들은 아버지를 구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데 서봉 저 사람만 저희를 막고 나가지 못하게 하면서 제 어머니까지 몰아세워 죽게 만들 뻔했습니다.”서봉은 억울했다.그는 비통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황후마마, 저는 단지...”“되었다. 더 말할 필요 없어.”봉구안이 서봉의 말을 잘랐다.다른 사람들은 그녀가 서봉을 처벌하려는 줄 알고 의기양양했지만 그녀에게서 뜻밖의 말이 들려왔다.“너는 장군으로서 병사들을 이끌고 조유관을 지키려 했던 것뿐이니 아무런 잘못이 없다.”“황후마마!”관 부인이 눈물을 흘리며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서봉이 무슨 생각이든 소인은 관심없습니다.

  • 폭군의 장군 황후   제877화

    관내경이 죽고 동부 전선을 주관하는 자는 부장 서봉이었다.그는 달려나가려는 병사들을 가로막고 그들에게 호통쳤다.“관 장군께서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잊었느냐! 장군마저 저들의 상대가 안 됐는데 너희가 나가서 뭘 할 수 있겠느냐! 헛된 죽음만 당할 게 뻔하지 않느냐!”서봉도 분노하긴 마찬가지였지만 이는 좋은 방도가 아니었다.성을 나가겠다고 나선 병사들은 평소에도 지시를 안 따르고 충동이 앞서는 인물들이었다.그들은 오히려 서봉의 말에 반박했다.“그럼 이대로 비웃음을 당하고만 있어야 합니까!”“우리 남제군은 나약한 존재가 아닙니다! 죽더라도 관 장군의 시신을 되찾아야 합니다!”“맞습니다! 되찾지 못하더라도 헛된 죽음은 아닙니다! 조유관 안에서 나약한 것 소리 듣는 것보다야 낫지 않습니까!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습니다!”순간 다른 병사들도 동요하기 시작했다.서봉은 상황이 통제를 잃어가자 선동자들을 전부 잡아들일 수밖에 없었다.“군은 상급의 지시에 복종해야 한다! 우리가 해야 할 것은 조유관을 잘 지키고 성문을 열지 않는 것이다!”병사들 틈에서 불만이 터져나왔다.“당신이 무슨 장군입니까! 우리의 대장군은 관 장군뿐입니다! 장군이 돌아가셨다고 상급이 된 양 하지 마세요!”또 누군가가 소리쳤다.“관 장군은 영웅입니다! 죽더라도 겁쟁이는 되지 않았어요! 우리도 그분처럼 살아야 합니다!”서봉은 그자를 끌어내서 귀뺨을 쳤다.“멍청한 것! 다시 군심을 선동하는 날에는 형벌이 내려질 것이다!”짝!이때 사람들 틈에서 달려나온 한 여인이 서봉의 귀뺨을 쳤다.서봉은 버럭 화를 내려다가 여인의 얼굴을 보고 안색이 급변했다.“형수님….”여인은 다름아닌 관내경의 부인이었다.“서 부장군! 병사들이 틀린 말을 한 건 아니지 않느냐! 내 부군이 영웅이 아니라 말할 셈이냐? 당연히 시신을 되찾아와야 하는 것 아니냔 말이다!”머리에 흰 꽃을 달은 관 부인은 시뻘겋게 충혈된 눈을 하고 기세등등하게 서봉을 노려보고 있었다.“평소에는 내 부군에게 형님이라고 부르며

  • 폭군의 장군 황후   제876화

    소욱은 잠깐의 침묵 후에 결단을 내렸다.“좋아. 네 말대로 하자꾸나! 다만 이거 하나만 약조해야 한다. 무슨 일이 생겨도 네 자신의 안전이 최우선이야!”봉구안은 결연한 표정으로 대답했다.“걱정 마세요, 폐하. 꼭 무사히 돌아오겠습니다.”소욱은 손을 뻗어 그녀의 얼굴을 만지며 아쉬운 표정으로 말했다.“우리가 다시 만난지 얼마나 지났다고 또 떨어져 지내야 하다니.”상위자로서 참 많은 책임을 져야 하기에 그만큼 포기해야 하는 것도 많았다.봉구안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정색해서 말했다.“잠깐의 헤어짐은 신혼 때의 열정을 되찾게 한다고 합니다. 우린 일반 부부보다 더 많은 신혼을 얻게 된 셈이지요.”그녀는 그에게 가까이 다가가 귓가에 대고 매혹적으로 속삭였다.“이번에 돌아오면 완벽한 신혼밤을 선사해 드리지요.”그렇게 그녀의 홀림에 홀딱 넘어간 소욱은 그날 밤 황후에게 대장군의 권한을 하사하고 동부로 진군한다는 비밀 첩지를 내리게 되었다.비밀 첩지였기에 봉구안이 황성을 떠난 다음 날까지 아무도 이 사실을 몰랐다.변방 곳곳에 전쟁이 터진 상황에 서왕은 더 이상 소식만 기다릴 수 없었다.그는 전장에 나가 조금이나마 자신의 힘을 보태고 싶었다.그리하여 그는 입궁하여 황제에게 간청을 드릴 생각이었다.소욱도 그에게 중임을 맡길 생각을 갖고 있었다. 동부에는 황후가, 북부에는 맹건이 있는데 유독 남부에만 유능한 장수가 없었다.게다가 남부는 남강과 잇닿아 있고 서왕비 완부옥이 남강 사람이니 서왕을 남부군 수장으로 보내는 것도 이치에 맞았다.한편, 서왕부.완부옥은 남부로 떠날 채비를 마쳤다.동문의 동생인 갈십칠이 왕부 밖에서 대기하고 있었다.그녀는 그래도 양심은 있어 서왕에게 서신을 남겼다.그렇게 조용히 떠나려는데 어찌 알았는지 서왕이 그녀의 앞을 막았다.“왕비.”서왕의 온화한 표정은 그녀가 메고 있는 짐가방을 보고 순식간에 사라졌다.“내 아이를 데리고 어디로 가려는 것이냐!”그는 다급한 마음에 그녀의 팔목을 잡았다.완부옥은

  • 폭군의 장군 황후   제875화

    관내경이 죽었다.봉구안은 그를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충의로운 대장부였다.지금 그녀가 떠올리는 것은 관내경 한 사람의 죽음이 아니었다.“동방군 상황은 어떠합니까?”주장의 죽음은 사기를 반드시 흔들 것이었다.소욱이 봉구안에게 설명하였다.“동방군은 조유관 안에서 방어 중이다. 조유관 밖에는 대하를 비롯한 여러 나라의 병력이 집결해 있지.”봉구안이 의아한 듯 물었다.“이미 조유관 안에서 방어 중이라면, 관내경은 어찌하여 죽음을 맞이한 것입니까?”소욱이 차근차근 대답했다.“적군이 관문 앞에서 입에 담기 어려운 모욕적인 말로 관내경을 자극했다고 하더군. 관내경은 이를 참지 못하고 관문 밖으로 나가 맞섰다가, 결국 대하국의 한 젊은 무장에게 목숨을 잃었다고 들었다.”일대일 결투, 즉 단독 싸움은 '대장 싸움'이라 불리기도 한다.이는 두 군대가 진을 치고 대치하는 상황에서, 각 군의 장수를 한 명씩 내보내 결투로 승패를 가르는 방식이다.결투에서 승리한 쪽은 병사들의 사기를 크게 끌어올리고 자부심을 충족시킬 수 있다.반대로, 패배한 쪽은 사기가 급격히 떨어지고 혼란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이처럼 단독 결투는 위험성이 너무 커, 이미 오래전에 폐지된 방식이었다.아무리 뛰어난 장수라 할지라도, 자신의 승리를 절대적으로 보장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관내경처럼 경험 많은 노련한 장수라면, 함부로 응전하지 말았어야 했다.그러나 상황을 돌아보건대, 적군의 도발이 워낙 심각했을 것으로 보였다.게다가 일반적으로 장수들은 군대의 보호를 받으며 전투에 나서는 것이 보통이다.이처럼 단독으로 나가 싸우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더구나 결투에서 승리한 측은 패배한 자를 추격하거나 죽이는 것이 금지되어 있다.단지 상처를 입히는 데 그쳐야 한다는 규칙이 있다.하지만 관내경이 단독 결투 중 살해당한 것은, 대하를 포함한 연합군이 명백히 이 규칙을 어겼음을 보여준다.봉구안의 표정이 단단히 굳어졌다.“폐하, 이제 동방으로 지원군을 보내야 할 때입니다.”그녀의 목소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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