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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Penulis: 일설연우
last update Terakhir Diperbarui: 2024-09-10 13:25:53
황제의 서재.

상소문을 읽고 있던 소욱이 흠칫하더니 싸늘한 시선으로 고개를 들었다.

“황후가 금인장을 요구한다고?”

말을 전하러 온 태감은 저도 모르게 어깨를 움츠리며 답했다.

“예, 폐하. 마마께서 이 일로 대전 밖에서 알현을 청하고 있사옵니다.”

금인장이 황귀비에게 있다는 건 온 황궁이 아는 사실이었다.

황후가 대놓고 금인장을 요구한 건 모순을 크게 만들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태감은 황제가 격노하여 자신에게 불똥이 튈까, 조마조마해서 식은땀을 훔쳤다.

소욱의 음침하게 가라앉은 눈빛에서 위험한 기운이 풍기고 있었다.

“가서 내 말을 그대로 전하거라. 얌전히 있지 않고 자꾸 소란을 부리면 그 자리를 폐해 버릴 수도 있다고.”

“예, 폐하!”

황실 서재 밖.

봉구안은 여전희 희비를 알 수 없는 평온한 표정을 하고 태감의 전갈을 듣고 있었다.

“마마, 이만 돌아가 주시지요. 금인장은 줄곧 황귀비 마마께서 관리하고 계셨습니다. 폐하께서는 절대 그분의 손에서 인장을 회수하지 않을 겁니다.”

“황귀비 마마께서 스스로 포기한다면 모를까,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옵니다.”

태감의 말을 전해들은 연상은 너무 화가 나서 씩씩거렸다.

금인장은 본디 황후가 관리하는 것이고 후궁 대권의 상징인 물건이었다.

폭군은 법도를 어기면서 황후의 자리를 두고 넘보지 말라 협박하고 있으니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아마 소욱에게 있어 진짜 황후는 황귀비뿐일지도 모른다.

‘이렇게까지 황귀비를 편애하다니! 마마가 무슨 수로 귀비를 꺾는단 말인가!’

봉구안 역시 황제의 처사에 불만이었다.

법도를 따르지 않으면 기강이 무너지는 건 군영이나 황궁이나 다를 바가 없었다.

‘정말 우매하기 짝이 없는 군왕이로군!’

“연상아, 이만 돌아가자꾸나.”

봉구안이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예, 마마.”

연상은 이 걸음을 하는 게 아니었다고 속으로 한탄했다.

영소전.

황귀비는 기분이 좋은지 간드러진 웃음을 터뜨렸다.

“황후가 금인장을 대놓고 요구했다고? 멍청한 건지, 눈치가 없는 건지! 정말 웃기는 여인이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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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정
2024. 12. 20. PM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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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인
짜증나요~~ 오타점검은 안하시나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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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통쫀냐미
두통은 진짠가바~~ㅋㅋ쌤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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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욱은 갑자기 동작을 멈추더니 그녀의 귀 옆에서 쓴웃음을 지었다,“너, 왜 날 밀어내지 않는 거지? 혹시 내가… 죽을까 봐 그러는 것이냐?”봉구안은 갑작스럽게 고개를 들어 그의 말을 듣고 믿을 수 없다는 듯 그를 바라보았다.소욱의 얼굴은 창백했지만 입술은 붉게 물들어 있었다.그는 한 손으로 그녀의 눈을 가리며 쉰 목소리로 속삭였다.“그렇다면, 영원히 날 밀어내지 말거라. 아니면, 정말로 죽어버릴 테니 말이다.”그가 그녀 허리 뒤에 둔 손으로 그녀를 조금 더 위로 끌어올렸다.몸에 닿는 무언가를 느낀 봉구안은 깜짝 놀라 크게 몸부림쳤다.잔잔하던 수면이 순식간에 요동쳤다.그녀가 몸을 움직이자, 소욱의 목소리는 점점 더 갈라졌다.“내가 맞은 화살, 그건 너를 위해 받은 것이다.”그가 말을 마치자, 품 안에 있는 사람은 더 이상 저항하지 않았다.소욱은 조금 미안한 듯 고개를 숙여 그녀의 입가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소장군, 너는 이렇게 정에 얽매이면 안 되는 사람이야.”…한편, 진한길은 항상 장막 밖을 지키고 있었다.그는 안에서 들려오는 이상한 소리를 어렴풋이 들었다.남자의 거친 숨소리, 여인의 억누른 신음소리…이 조용한 밤에 그 소리는 유난히 들썩였다.황제와 황후의 명이 없으니 감히 안으로 들어갈 수도 없었다.멀리 떨어질 수도 없었다. 혹여 황제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두려워서였다.그래서, 누구보다도 분명하게 들었다.장막 밖으로 새어나온, 마치 악마의 낮은 탄식 같은 그 소리를.“단회욱은 이미 죽었어. 내가 네 남편이고, 네 남자야.”“하지만, 왜 나를 보지 않으려는 것이지? 그렇게도 싫은 것이냐?”약 한 시간이 지난 후, 누군가 장막 밖으로 나왔다.그러나 진한길의 눈앞에 펼쳐진 것은, 황제가 황후를 품에 안고 나온 모습이었다.진한길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황후의 몸은 황제의 외투로 덮여 있었고, 머리카락은 흩어져 얼굴 대부분을 가리고 있었으며, 미약한 숨소리를 내뿜고 있었다.반면 황제는 중의만 걸친 차림이었다.

  • 폭군의 장군 황후   제479화

    진한길은 차마 그 일을 받아들일 수 없었으나, 황제를 구하기 위해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그는 곁에 찬 패도를 풀어 봉구안에게 넘기고는, 단호히 장막 안으로 들어갔다.봉구안은 대신 장막 밖에서 지키고 있었다.잠시 후, 장막 안에서 살의가 어린 굵직한 목소리로 물러나라는 외침이 들려왔다.봉구안은 즉시 안으로 들어갔고, 눈앞의 광경에 말문이 막혔다.진한길이 물속에서 무릎 꿇은 채, 소욱의 허리띠를 풀려고 하고 있었던 것이다.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었다!그녀는 단호히 외쳤다.“멈추거라!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이냐!”진한길은 대장부임에도 마치 큰 치욕을 받은 듯한 표정을 짓고, 두 눈에 핏발을 세운 채 이를 악물고 말했다.“황후마마, 마마께서 분명… 폐하를 모시라 하셨사옵니다.”봉구안은 순간 머리가 아찔해졌다.“내가 말한 것은 그저 폐하 곁을 지키라는 뜻이었지, 손대거나 다른 행동을 하라는 것이 아니었다!”진한길은 이 말을 듣고서야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곧장 뒤로 물러나며 다급히 말했다.“그저 지키라는 말씀이셨군요…”알고 보니 그는 방금, 그 일을 마친 후 자결할 각오까지 하고 있었다.봉구안은 진한길이 무슨 상상을 하고 있었는지 알 수 없었으나, 자신의 설명이 불분명했던 탓임을 깨달았다.그러니 진한길이 들어갈 때, 마치 죽으러 가는 사람처럼 결연했던 것이다.그 순간, 소욱은 진한길에게 받은 충격으로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힘이 빠진 채 물속으로 미끄러질 뻔했다.봉구안은 즉각 그의 곁으로 다가가 물에 들어가 그를 부축했다.진한길은 머리를 깊이 숙이며 말했다.“황후마마, 차라리 신은 밖에서 지키겠사옵니다.”봉구안은 무언가 지시하려던 찰나, 소욱이 그녀의 손을 다시 꼭 잡았다.그녀는 소욱을 바라보았다.그의 안색은 몹시 좋지 않았다. 마치 서서히 양기를 빼앗기는 사람처럼 온몸이 잔뜩 경직된 채 고통을 견디고 있었다.하지만 아까와 같은 무력감보다는, 조금은 나아진 듯했다.봉구안은 무언가를 깨달은 듯했다.그녀는 한 손으로 그의

  • 폭군의 장군 황후   제478화

    남대영.눈먼 무의가 장막 안으로 이끌려 들어왔다.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진단을 내렸다.“과연 독입니다. 이는 확실히 고독이 맞습니다!”소욱은 눈썹을 단단히 찌푸렸다.통증을 참기 힘들 때마다, 그는 본능적으로 봉구안의 손을 꽉 붙잡았다.봉구안은 오로지 무의를 주시하며 물었다.“그대가 독을 진단했으니, 해독할 방도가 있겠는가?”무의는 신중히 고개를 저었다.“비록 고독이 맞으나, 이는 제가 일찍이 들어본 적 없는 독이라 손을 쓸 방도가 없습니다.”이 말을 듣자 곁에 있던 진한길은 분노에 차 외쳤다.“고독이라면 남강과 무관하지 않을 것입니다!”그는 소욱에게 청을 올렸다.“신하가 즉시 군을 이끌고…”“물러가라.” 봉구안이 그의 말을 끊었다.진한길은 황제를 걱정하는 마음에 자제력을 잃은 것이었다.“신이 밖을 지키겠습니다.”무의는 귀를 쫑긋 세우며 뭔가 들으려는 듯했다.그는 자신이 지금 남제의 군영에 있음을 알지 못했다.봉구안은 이어 물었다.“그대가 고치지 못한다면, 다른 무의들은 고칠 수 있겠는가?”무의는 대답했다.“제가 해독할 수 없는 고독이라면, 남강 전체를 둘러보아도 이를 해독할 이는 없을 것입니다.”봉구안의 표정은 차가웠다. 그녀의 눈빛은 무언가를 깊이 숙고하는 듯했다.잠시 뒤, 그녀는 오백을 불러들여 쉰 듯한 목소리로 명했다.“무의를 남강으로 돌려보내거라.”오백은 손을 모아 예를 올리며 대답했다.“알겠습니다!”눈먼 무의는 나이가 많아 걸음이 더뎠다.장막 밖으로 거의 나갔을 때, 그는 문득 걸음을 멈췄다.“제가 감히 추측하건대 이는 음고입니다.”“부인, 남편 분께서 밤을 버티어 내고 내일 아침 해를 본다면, 희미하나마 생명의 불씨가 있을지 모릅니다.”봉구안은 이 말을 듣자마자 진한길에게 명령했다.“뜨거운 물을 데우라! 많이 데우도록 하라!”진한길은 이 시점에 이르러 황후가 하는 말이면 무엇이든 따랐다.한 시진 뒤, 봉구안은 소욱을 데리고 임시로 마련한 수조로 향했다.거기엔 임시 장막이 쳐져 있었고,

  • 폭군의 장군 황후   제477화

    이 순간, 완부옥은 혈기가 잔뜩 끓어올랐다.그녀는 소환이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평소에는 입으로만 희롱하며 진정으로 강제로 다가온 적은 없었다.이번에 그녀는 은혜를 빌미 삼아 소환을 곁에 붙잡아두려 했는데, 뜻밖에도 소환이 정말로 응한 것이다.“너…”완부옥은 침을 삼키며 말을 더 잇지 못했다.그러나 봉구안이 허리띠를 풀고 옷깃을 여미자, 그녀는 충격적인 광경을 목격했다.가슴싸개?그녀가 좋아했던 사람이… 세상에, 여인이었던 것이다!완부옥의 얼굴엔 믿기 힘들다는 표정이 가득했다.“아… 아니, 어찌…”봉구안은 가짜 목젖을 떼어내고 태연히 인정했다.“맞아. 사실 난 여인이었어.”완부옥은 몸이 굳어져 마치 벼락이라도 맞은 듯했다.“여인… 네가 여인이라니!”그녀의 손은 떨렸고, 눈에는 눈물이 맺히기 시작했다.봉구안은 다시 옷을 정돈하고 진지하게 강호의 예를 올려 사죄했다.그녀가 진실을 고백한 것은 완부옥의 요구 때문만이 아니었다.완부옥의 진심 어린 집착을 깨닫고 더 이상 그녀를 속이며 시간을 허비하게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그녀는 여러 번 자신이 완부옥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으나, 완부옥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이제야 그녀가 완전히 체념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너와 나는 오랜 벗이었지. 너에 대한 나의 진심은 결코 거짓이 아니야.”“그러나 짐짓 너를 기만하여 오해를 안긴 것은 내 잘못이 맞아.”“오늘 내가 여인임을 밝힌 것은 용서를 바라서가 아니야. 단지, 네게 무의를 빌리기 위함이지.”“일이 끝난 뒤 마땅히 매를 맞을 테니, 지금 당장은 화를 가라앉히도록 해…”봉구안은 완부옥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완부옥이 이 기만을 용서할 리는 없었기에 더더욱 조심스러웠다.완부옥은 뻣뻣한 걸음으로 그녀에게 다가갔다.그리고 가짜 목젖을 만지며 이를 악물었다.“네가 여인이라니, 정말…”갑자기, 그녀는 웃음을 터뜨렸다.“정말 잘됐구나!”“??!!”완부옥의 웃음소리는 매우 기괴했다.그 소리에 봉구안

  • 폭군의 장군 황후   제476화

    소욱의 팔 상처는 깊지 않아 살갗만 약간 벗겨진 정도였다.그러나 지금 그는 고통을 억누르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그가 진짜 아파하는지, 아니면 연기인지 봉구안은 금세 분간할 수 있었다.지금은 전자였다.봉구안은 곧바로 군의관을 불러들였다.그러나 소욱은 여전히 강한 척하며 말했다.“짐은 아무렇지도 않다…”군의관은 그의 맥을 짚고, 상처를 다시 살펴보았으나 아무런 이상을 찾지 못했다.봉구안은 군의관을 움켜쥐고 단호히 물었다.“그 화살은! 제대로 보았느냐?”군의관은 잠시 얼어붙었다.“화, 화살에도 아무 문제가 없었사옵니다…”봉구안은 그를 놓아주고 소욱에게로 눈길을 돌렸다.소욱은 고개를 숙이고 무릎 위에 올린 손을 꽉 쥐고 있었다.이마와 목덜미의 핏줄이 튀어나올 정도로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는 모습이 역력했다.그는 이를 악물고 고통을 숨기려 했지만, 제왕의 위엄이 손상될까 걱정되는 기색이 역력했다.군의관이 더 있어 봐야 무용하다고 판단한 봉구안은 그를 물러가게 했다.군의관이 나가자, 소욱은 고개를 들어올렸다.그의 눈에는 붉은 핏발이 서려 있었다.“짐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이냐.”그가 이제 믿을 수 있는 이는 봉구안과 진한길뿐이었다.봉구안도 한동안 답을 찾지 못했다.그는 분명 중독되지 않았는데도 고통에 시달리고 있었다.그러던 중 봉구안은 문득 남강의 여자들이 죽어갔던 일이 떠올랐다.그녀는 소욱을 향해 불쑥 물었다.“전하, 저를… 원하십니까?”그녀가 무슨 말을 하는 것인가?봉구안의 눈빛은 엄숙하고 단호했다.그 어떠한 정욕적 뉘앙스도 없었다.“제가 의심하기로, 전하께서는 남강의 여자들처럼 진단이 어려운 독에 중독된 것이옵니다.”소욱은 몸속에서 밀려드는 격통을 참고 있었다.마치 뜨거운 쇳덩이를 삼킨 듯 목이 타들어 갔다.“화살에 독이… 있었던 것이로구나…”소욱이 힘겹게 말했다.봉구안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리하옵니다.”그녀는 바로 진한길을 불러들이고 당부했다.“폐하를 잘 지키시오!”진한길은 사태를 파악하지

  • 폭군의 장군 황후   제475화

    봉구안은 소욱을 뒤로한 채 검은 옷을 입은 자를 끝까지 추적하여 죽음의 계곡 바깥까지 나아갔다.그녀는 마침내 그와 맞닥뜨렸고, 힘을 써서 그의 넓은 검은 옷을 잡아당겨 벗겼다.그러나 그는 가면을 쓰고 있어 정체를 알 수 없었다.검은 옷을 입은 자는 몇 걸음 뒤로 비틀거리며 물러섰다.다시금 서로 공격을 주고받는 중, 봉구안은 그의 손가락이 여섯 개인 점을 발견하였다.‘그 자다!’그녀는 마음속으로 외쳤다.바로 그날 천수지독의 주인임이 분명했다!봉구안의 눈에 살기가 짙게 피어올랐고, 그녀의 공격은 점점 더 날카로워졌다.그러나 그 자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대체 너를 황후라 불러야 할까? 아니면 맹 소장군이라 불러야 할까?”“단회욱이 자신의 목숨으로 너의 운명을 바꾸지 않았다면, 오늘 밤 너도 죽음을 면치 못했을 것이다.”익숙한 이름을 들은 순간, 봉구안은 순간적으로 얼어붙었다.그가 단회욱의 이름을 아는 것은 이상하지 않았으나, 그녀의 정체까지 꿰뚫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그 틈을 타 검은 옷을 입은 자는 뒤로 물러나더니 높은 지대로 올라갔다.그는 위에서 내려다보며 냉소를 지었다.“보아하니, 너는 단회욱이 어떻게 죽었는지 모르는 모양이군.”봉구안의 눈가가 붉게 물들었다.“어서 말하거라…!”그러나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갑자기 한 그림자가 그녀를 덮쳐왔다.그림자는 그녀를 껴안고 빙글 돌았고, 봉구안이 뒤를 돌아보니, 소욱의 걱정스러운 눈빛과 마주쳤다.“걱정했다.”소욱은 차갑게 말했다.그제야 봉구안은 검은 옷을 입은 자 외에 또 다른 인물이 숨어 있었다는 것을 보았다.그 역시 가면을 쓰고 있었으나, 훨씬 젊어 보였다.그는 나뭇가지 위에 가볍게 몸을 얹고, 활과 화살을 들고 있었다.달빛 아래 그의 흰옷은 눈부시게 빛났고, 입가에는 비웃음이 서려 있었다. 마치 흥미로운 연극을 보고 있는 듯했다.그가 두 번째 화살을 쏘려 하자, 검은 옷을 입은 자가 그를 단호하게 꾸짖었다.“물러가거라!”눈 깜짝할 사이에 두 사람은 어둠

  • 폭군의 장군 황후   제474화

    남방, 군영 안.소욱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강서를 봉구안에게 건넸다.“연나라 황제의 글씨가 제법 괜찮구나.”그는 대수롭지 않은 척하며 강서라는 말을 하지 않고, 그녀가 스스로 알아차리길 원했다.그러나 봉구안은 문서를 흘긋 보고는 담담히 물었다.“폐하, 전쟁이 끝났사옵니다. 언제 귀경할 계획이시옵니까?”소욱은 미간을 찌푸렸다.그와 황후 간의 혼인 계약은 1년으로 정해져 있었다.이번 전쟁으로 인해 이미 몇 달이란 시간이 흘렀으나, 황후가 그의 곁을 지켜준 덕분에 그는 마음을 잘 다스릴 수 있었다.그렇지 않았다면 그는 연나라 황제의 강서만으로 만족하지 않고, 연태자의 목숨까지 요구했을 터였다!황성.객잔에서 진왕의 호위가이 급히 방으로 들어왔다.“나으리… 북연이 항복하였습니다!”이것은 분명 좋은 소식이어야 했다.그러나 진왕에게 있어 이는 재앙이나 다름없었다.그의 눈동자가 흔들렸다.“이렇게 끝난단 말인가…”끝난 것은 단지 전쟁뿐만이 아니었다. 그의 황제에 대한 꿈도 함께 산산이 부서졌다.진왕은 이를 갈며 후회했다.“그 내기 따위에 집착하지 말았어야 했다… 내가 큰 잘못을 저질렀구나!”문득 깨달은 듯, 그는 호위의 팔을 붙들며 말했다.“내가 어리석었구나. 양식을 탈취하려고만 하였거늘… 차라리 황궁을 바로 공격했어야 했다!”호위는 그의 점점 험악해지는 표정을 보고 불안에 떨었다.“나으리, 폐하께서 곧 돌아오십니다. 차라리 서주성으로 돌아가는 것이 어떻겠사옵니까?”진왕은 그제야 표정이 풀리더니, 곧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그래야겠다. 소욱이 곧 돌아오겠구나. 내가 무엇을 하려 해도 이미 늦었을 것이다.”그는 차마 황제를 시해할 수도 없었다.황후가 숨긴 양식조차 찾아내지 못한 무능한 자들이 어찌 황제를 시해할 수 있으랴!모두 쓸모없었다!진왕은 즉각 명령을 내렸다.“짐을 챙겨라. 서주성으로 돌아간다!”호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다행히 그의 주군이 충동적이지 않아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만약 연태자 같은 군주

  • 폭군의 장군 황후   제473화

    양나라와 비교하자면, 북연의 병사들은 훨씬 용맹하였다.이번 전투는 무려 보름 이상 이어졌다.연나라 태자는 ‘화룡’이 파괴된 이후로 마음이 흐트러져 전쟁을 지휘하는 데 있어 전혀 체계가 없었다.그는 다른 이의 조언조차 용납하지 않고, 오직 자신이 휘두르는 칼날의 쾌감에만 몰두하였다.겉보기엔 북연군이 진지를 굳건히 지키는 듯하였으나, 실상은 매일 엄청난 사상자를 내고 있었다.이에 반해 남제는 대체로 승리를 거두었다.그러나 전투가 날이 갈수록 길어지자, 소욱조차도 눈에 띄게 초조함을 보였다.북연군은 끝까지 저항하며, 이번 싸움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한편, 남제 황궁에서는 진왕이 또 다른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그는 여러 사람을 동원하였으나, 황후의 밀실 통로를 끝내 찾지 못했다.남방으로 꾸준히 양식이 운반되는 것을 보고 그는 점점 더 초조해졌다.“찾아라! 땅이라도 뒤엎어서 남은 양식을 전부 찾아내라! 나는 믿을 수 없다! 그들이 정말 땅굴로 운반한 것이란 말인가!!”진왕은 히스테릭하게 분노하며 외쳤다.며칠 전까지만 해도 자신만만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그는 점점 초라해지고 있었다.…10월 말.북연군은 이미 한계에 도달했다.그 와중에도 연나라 태자는 미쳐 날뛰며, 병사들에게 진천뢰를 몸에 묶고 남제군을 향해 자폭하라 명령하였다.그 순간, 황제의 칙서가 도착했다.칙서와 함께 황궁의 고수들이 나타나, 연나라 태자를 강제로 결박하여 마차에 던져 넣었다.“태자 전하, 무례를 용서하소서! 폐하께서 내리신 명령이니 감히 따르지 않을 수 없사옵니다!”진천뢰를 몸에 묶은 병사들이 서로를 부둥켜안고 눈물로 칙서를 낭독하는 환관을 바라보았다.한 신참 병사는 두려움에 떨며 흐느꼈다.“흑흑… 드디어 폐하께서 깨어나셨구나. 이 칙서가 조금만 더 늦었더라면 우리는 모두 죽었을 거야…”그가 처음 전장에 나섰는데, 이런 광기의 군주를 만나다니, 누가 이런 상황을 예상했으랴.연나라 태자는 마차에 실린 후에도 끊임없이 외쳤다.“이 몸을 당장 풀거

  • 폭군의 장군 황후   제472화

    원래 멀쩡하던 ‘화룡’이 절반 이상 망가져 버렸다.가장 약한 지지대는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고, 비록 포신은 남아 있지만, 이미 쓸모가 없었다.연나라 태자의 비장한 병기, 그 무기가 이렇게 허망하게 파괴되고 말았다.연나라 태자는 분노에 휩싸였고, 그의 곁에 있던 호위무사에게 명령을 내렸다.“저 여인을 쫓아라!”봉구안은 경공이 뛰어나 빠르게 달렸으나, 강한 자 위에 더 강한 자가 있다더니, 그 호위는 그녀의 뒤를 바짝 따라붙었다.국경을 넘으려는 찰나, 살기 가득한 호위가 그녀에게 점점 더 가까워졌다.그때였다.쉭!멀리서 날아온 화살 한 발이 그 호위의 이마를 정통으로 꿰뚫었다.이 화살은 예리하고 정확하여, 호위는 미처 반응하지도 못한 채 즉사하고 말았다.봉구안은 뒤를 돌아 시체를 한 번 보고, 곧이어 고개를 돌려 활을 내린 인물을 보았다.그는 죽음의 계곡 고지에서 조용히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그는 바로 소욱이었다.그는 봉구안을 바라보며 천천히 손에 든 화살을 내려놓았다.…남대영.황제와 황후의 장막 밖에는 오백과 진한길이 각각 경비를 서고 있었다.두 사람은 서로를 견제하며 끝내 한 번도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장막 안에서는, 봉구안이 서둘러 머릿속의 설계도를 꺼내 종이에 옮기고 있었다. 그녀는 방금 전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에게 말할 겨를도 없이 설계도를 베끼는 데 급급하였다.소욱은 그녀의 몸에서 나는 유황 냄새를 지적하고 싶었지만, 차마 말을 꺼내지 못했다.그의 걱정은 단 하나였다. 그녀의 집중을 방해하지 않는 것.그녀가 그리는 것은 바로 ‘화룡’의 병기 설계도였기 때문이다.한 시진이 지나자, 봉구안은 간신히 완성된 설계도를 보며 깊은 고민에 빠졌다.소욱이 조심스레 물었다.“다 그린 것이냐?”봉구안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아직 모자랍니다.”그녀는 특히 지지대와 포신을 연결하는 부분에서 빠진 부분이 있다고 느꼈다.당시 연나라 태자가 갑작스레 나타나는 바람에 끝까지 살펴보지 못했던 것이다.안타깝게도, ‘화룡’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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