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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황제의 서재.

상소문을 읽고 있던 소욱이 흠칫하더니 싸늘한 시선으로 고개를 들었다.

“황후가 금인장을 요구한다고?”

말을 전하러 온 태감은 저도 모르게 어깨를 움츠리며 답했다.

“예, 폐하. 마마께서 이 일로 대전 밖에서 알현을 청하고 있사옵니다.”

금인장이 황귀비에게 있다는 건 온 황궁이 아는 사실이었다.

황후가 대놓고 금인장을 요구한 건 모순을 크게 만들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태감은 황제가 격노하여 자신에게 불똥이 튈까, 조마조마해서 식은땀을 훔쳤다.

소욱의 음침하게 가라앉은 눈빛에서 위험한 기운이 풍기고 있었다.

“가서 내 말을 그대로 전하거라. 얌전히 있지 않고 자꾸 소란을 부리면 그 자리를 폐해 버릴 수도 있다고.”

“예, 폐하!”

황실 서재 밖.

봉구안은 여전희 희비를 알 수 없는 평온한 표정을 하고 태감의 전갈을 듣고 있었다.

“마마, 이만 돌아가 주시지요. 금인장은 줄곧 황귀비 마마께서 관리하고 계셨습니다. 폐하께서는 절대 그분의 손에서 인장을 회수하지 않을 겁니다.”

“황귀비 마마께서 스스로 포기한다면 모를까,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옵니다.”

태감의 말을 전해들은 연상은 너무 화가 나서 씩씩거렸다.

금인장은 본디 황후가 관리하는 것이고 후궁 대권의 상징인 물건이었다.

폭군은 법도를 어기면서 황후의 자리를 두고 넘보지 말라 협박하고 있으니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아마 소욱에게 있어 진짜 황후는 황귀비뿐일지도 모른다.

‘이렇게까지 황귀비를 편애하다니! 마마가 무슨 수로 귀비를 꺾는단 말인가!’

봉구안 역시 황제의 처사에 불만이었다.

법도를 따르지 않으면 기강이 무너지는 건 군영이나 황궁이나 다를 바가 없었다.

‘정말 우매하기 짝이 없는 군왕이로군!’

“연상아, 이만 돌아가자꾸나.”

봉구안이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예, 마마.”

연상은 이 걸음을 하는 게 아니었다고 속으로 한탄했다.

영소전.

황귀비는 기분이 좋은지 간드러진 웃음을 터뜨렸다.

“황후가 금인장을 대놓고 요구했다고? 멍청한 건지, 눈치가 없는 건지! 정말 웃기는 여인이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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