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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화

Author: 일설연우
조검은 소인이라 칭하긴 했지만 표정은 아주 기고만장했다.

그는 마치 그가 달라고 하면 황후가 당연히 내놓아야 하는 것처럼 행동했다.

하지만 한참이 지나도 아무도 그의 부름에 대답하지 않았다.

또 한참이 지나 영화궁 최 상궁이 밖으로 나왔다.

최 상궁의 얼굴은 무척 상해 있었다.

모시는 주인이 총애를 받지 못하니 아무리 황후궁 내무를 관장하는 상궁이라도 영소전의 하등 노비보다도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는 조검을 보자 공손히 예를 갖추었다.

“조 태감 어르신, 너무 급해 마세요. 마마께서는 아직 주무시고 계신가 봅니다. 제가 가서 재촉 좀 하겠습니다.”

조검은 턱을 빳빳이 치켜들고 명령하듯 말했다.

“그럼 어서 다녀오너라!”

“예, 얼른 다녀올 테니 조금만 기다리세요.”

최 상궁이 내전에 들어섰을 때, 황후는 화장대 앞에 앉아 머리를 빗고 있었다.

최 상궁은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다가가서 말했다.

“마마, 황귀비의 두통이 또 재발했다네요. 이 시기에 약을 내놓으면 폐하께서도 마마의 고마움을 알고 관심을 가져주실 겁니다.”

봉구안은 느긋하게 머리를 빗으며 담담히 말했다.

“약 이제 없어.”

최 상궁의 얼굴은 순식간에 울상이 되었다.

“마마… 한 번만 더 찾아보시면 어디 더 있지 않을까요?”

옆에서 듣다못한 연상이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최 상궁!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예요! 마마의 말씀을 그대로 전달하면 될 것이지 지금 마마를 의심하시는 겁니까?”

최 상궁은 속으로 이를 갈았다.

살다 살다 상궁인 자신이 어린 시종에게 한소리 듣는 날이 올 줄이야!

할 수만 있다면 당장이라도 영화궁을 뛰쳐나가 다른 궁으로 가고 싶었다.

‘주인이 무능하면 아랫사람도 고생한다더니!’

영소전, 황귀비는 극심한 두통에 시달리고 있었다.

내전에서 태의가 통증을 완화하는 침술을 시전 중이었다.

내전 밖 단나무 의자에 인상을 잔뜩 구긴 황제가 온갖 위험한 분위기를 발산하며 앉아 있었다.

“영화궁에 보낸 태감은 아직이더냐!”

그 말이 끝나기 바쁘게 전갈을 나갔던 태감이 숨을 헐떡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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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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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정
2024. 12. 20.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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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clara
저번거 보는중인줄. 같은 내용.
goodnovel comment avatar
혜은
아니 왜 지난걸 또 올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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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해가 밝자마자, 남제 대군은 본격적으로 반격에 나섰다.이번 반격은 본격적인 전투가 아니라 도발 수준에 그쳤다.겉보기엔 큰 피해를 주지 않는 듯했지만, 밤낮을 가리지 않고 반복된 도발은 북연군에게 극심한 스트레스를 안겼다.그렇게 보름 정도가 지난 어느 밤, 북연군 대영에서 치명적인 사건이 터졌다.“장군! 장군! 영내 폭동이 일어났습니다!”영내 폭동은 군영 내에서 발생한 대규모 소요 사태를 말한다.이것은 극히 드문 일이지만, 군대에는 치명적인 타격을 준다.진 장군은 침상에서 벌떡 일어나며 소리를 질렀다.“어서 장군을 호위하라!”이 폭동은 너무나 갑작스러웠다.한 병사가 무심코 “적이다!”라고 외친 것이 발단이 되어 전군이 서로를 적으로 착각하며 싸우는 대참사로 번진 것이다.북연군 대영은 한순간에 혼돈에 휩싸였다.병사들은 허둥지둥 일어나 옷을 입고, 무기를 들고는 무작정 외쳤다.캄캄한 밤중이라 서로 얼굴조차 보이지 않았기에, 적이 이미 진영 안으로 침입했다고 믿은 병사들은 무기를 휘둘렀다.그들 모두는 살아남기 위해 본능적으로 싸웠고, 자신 외에는 아무도 믿지 않았다.진영은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 되었다.특히 전쟁에 처음 나서는 신병들은 상황을 이해할 새도 없이 무조건 무기를 휘두르며 서로를 공격했다.순식간에 피비린내가 진동했고, 군영 안에는 시신이 가득했다.조유관 내, 남제 대군 본영.남제 대군 본영의 장막 안, 한 병사가 황급히 달려와 기쁜 얼굴로 외쳤다.“폐하! 북연군에서 폭동이 일어났습니다!”관 장군은 주먹을 꽉 쥐며 외쳤다.“잘됐다!”그는 곧장 봉구안을 바라보며 말했다.“맹 소장군, 과연 그대의 예상대로 되었습니다!”다른 장군들 역시 봉구안에게 경의를 표하는 눈길을 보냈다.그 누구도 예상치 못했지만, 단순한 계략으로 북연군 내부를 서로 물고 뜯게 만들다니, 그야말로 천재적인 발상이었다.영내 폭동은 양군이 정면으로 맞붙는 전투보다 훨씬 참혹하다.병사들은 히스테릭 상태에 빠져 적과 아군을 가리지 않고 서로 죽였다.

  • 폭군의 장군 황후   제740화

    남제에서 내놓은 화룡은 북북연군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주었다.북연군은 그동안 남제의 죽화총을 모방해 제작한 무기를 통해 천하무적이라 자부했건만, 남제가 이를 역으로 배워 화룡까지 만들어낼 줄 누가 알았겠는가!북연군의 주군인 진 장군은 이를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직접 확인하지 않고서는 남제군이 허세를 부리는 것인지 판단할 수 없었다.그는 화룡을 가까이에서 확인하고는 기가 찼다. 남제군의 화룡은 북연의 것과 똑같이 생겼던 것이다!남제군은 소규모 병력을 내보내 화룡을 북연군 쪽으로 밀어 보이며 여유롭게 시위를 벌였다. 두 나라의 화룡이 서로 스쳐 지나가는 광경은 보는 이들을 적잖이 당황하게 했다.그러자 남제군 쪽에서 도발을 이어갔다.“우리 폐하께서 말씀하셨소! 북연이 선물한 화룡탄에 깊이 감사드린다고!”진 장군은 그 말을 듣자 손발이 떨리기 시작했다.그 화룡탄은 그가 천룡회 반역자들에게 넘겨줘 혼란을 일으키고 군왕을 죽이는 데 사용하라 한 것이었다.그런데 그 화룡탄이 여기 나타나다니!만약 남제군이 화룡을 진짜로 가지고 있다면 그의 계획은 완전히 물거품이 된다.북연군뿐만 아니라 조유관에 있는 남제군 병사들까지도 그 광경에 놀라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관 장군 역시 멍하니 입을 벌린 채 한참 동안 말이 없었다.옆에 있던 부장이 기쁨을 참지 못하고 외쳤다.“참 통쾌하군요!”이 느낌은 마치 거지였던 자신이 갑자기 재산을 상속받아 거리에서 어깨를 펴고 다니게 된 듯했다.남제군 병사들은 하나같이 당당한 자세로 북연군을 향해 외쳤다.“와보시지! 누가 겁내는지 보자고!”북연군은 이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직감하고 즉각 철수를 명령하며 화룡을 회수하기 시작했다.진짜인지 가짜인지 확신할 수 없었으나, 그럴수록 도박을 할 수는 없었다.진 장군이 소리를 질렀다.“뭣들 하는 게냐! 빨리 움직이지 못하고!”한편, 후방.양연삭은 찻잔을 탁 내려놓으며 말했다.“남제가 화룡을 만들어냈다고? 이건 분명히 거짓말이다!”…남제군 내부에서도 화룡의 진위에

  • 폭군의 장군 황후   제739화

    봉구안은 갑옷을 입고 나타났다. 소욱은 그녀를 보자 마음이 철렁 내려앉았다.“이게 무슨 짓이냐? 내가 너한테 상처부터 회복하는 게 우선이라고 했던 거 기억 못 하느냐.”봉구안은 담담한 표정으로 대답했다.“제 상처는 별일 아닙니다. 계속 여기 안에만 있으면 오히려 몸이 더 불편합니다.”“적군을 몰아내는 게 급선무입니다. 게다가 양연삭도 그들 편에 있으니, 그들을 빨리 처치하는 것이 우선입니다.”소욱은 단호히 고개를 저으며 그녀를 가로막았다. 그의 눈빛은 결연했다.“안 된다. 네 상처가 아직 다 낫지 않았으니 또 다치게 할 수는 없다.”봉구안은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저는 제 몸을 잘 지킬 수 있습니다.”“구안아, 너…”소욱은 그녀를 더 설득하려 했지만, 그 순간 밖에서 보고가 들어왔다.“폐하, 적군이 소환을 내놓지 않으면 당장 전쟁을 시작하겠다고 위협하고 있습니다!”동부 변경조유관 성벽 바깥. 적군이 검은 물결처럼 밀려들었다. 붉은 깃발이 바람에 펄럭이며 전장을 압도했다.양측이 대치하고 있는 가운데, 북연군의 진 장군은 기세등등했다.그의 뒤에는 ‘화룡’과 새롭게 개발된 죽화총이 줄지어 있었다.남제에 있는 것은 북연에도 있었고, 남제에 없는 것조차 북연은 가지고 있었다.전력 차는 명확했다.큰 나라가 작은 나라를 공격하는 데 이유가 필요 없었다. 그러나 큰 나라끼리의 전쟁이라면 명분이 필요했다.북연군은 소환이라는 대마두를 내놓지 않으면 ‘화룡’을 발사해 강공하겠다고 협박했다.오랜 기다림에도 남제 측은 아무런 응답을 하지 않았다.점차 북연군은 참을성이 바닥났다.많은 병사가 소리쳤다.“공격하라!”“공격하라!”그들에게는 장거리용 화룡과 근접전을 위한 죽화총이 있었다.남제 따위는 두려워할 이유가 없었다.반면, 남제군은 화룡을 보자 심장이 내려앉았다.그 위력을 익히 들어온 터였다.그러나 소환은 맹 소장군이란 신분이자 미래에 황후가 될 자였다.그런 그녀를 적군에게 넘길 수는 없었다.장군들은 성벽 위에 서서 북연의 대군을

  • 폭군의 장군 황후   제738화

    소욱은 품 안에 있는 사람을 껴안고 자신의 통제되지 않는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 했다.“젠장!”남자는 눈물을 쉽게 흘리지 않는다고 했는데, 자기가 이렇게 울고 있다니! 정말 체면이 없었다. 하지만... 매우 만족스러웠다.봉구안이 드디어 자신을 좋아한다고 말했으니까 말이다.소욱의 마음은 수없이 흔들리며 설레었고, 그는 그녀의 뺨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뭐라 했느냐? 듣지 못했다.”봉구안은 진지하게 말했다.“안 들리셨다면, 그냥 넘어가시지요.”소욱은 즉시 그녀의 얼굴을 양손으로 감싸며 말했다.“구안아, 일부러 그러는 것이냐? 난 그저 다시 한 번 듣고 싶은 건데, 그것도 안 되겠느냐?”봉구안은 그의 손을 떼어내고는 고개를 들고 그의 입술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예, 제가 폐하를 좋아합니다...”소욱의 머릿속에서는 불꽃놀이 터지듯 화려하고 찬란하게 빛났다. 그는 봉구안을 꼭 껴안고 마치 꿀을 들이킨 듯 달달한 마음에 젖었다.“구안아, 정말 기쁘구나. 네가 이렇게 말해 주니, 죽어도 여한이 없다!”그녀가 겪은 이야기를 들으니 그의 마음은 아프고도 놀라웠다.눈사태가 닥쳤을 때, 상식적으로라면 측면으로 달려야 한다. 하지만 당시 눈사태는 너무 빠르고, 그녀는 부상당해 경공을 펼치기 어려웠다. 눈사태 범위에서 벗어나는 것은 불가능했다. 게다가 그 곳에는 봉구안을 죽이기 위해 달려온 살수들도 있었다.그녀는 달아나는 척하며 결사적으로 싸웠다. 실상은 눈사태가 발 밑에 닥치기 직전, 한 산돌을 찾아 몸을 숨겼다. 그녀는 몸에 있던 채찍으로 몸을 돌과 묶어 눈사태의 충격을 피했다.그 돌은 그녀가 눈사태에 휩쓸리지 않고 묻히지 않도록 막아줬다.눈사태가 중반부에 이르렀을 때 속도가 느려졌고, 그녀는 최대한 수영하듯 몸을 떠올려 눈 위로 나오려 애썼다. 머리를 밖으로 내밀어 구조대가 그녀를 찾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하지만 그녀는 체력을 모두 소진하여 결국 기절하고 말았다.눈을 떴을 때는 늙은 의원이 그녀를 구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그녀와

  • 폭군의 장군 황후   제737화

    맹 부인이 나오는 것을 본 후, 완부옥이 곧바로 다가가 기대에 찬 얼굴로 물었다.“사모님, 그 천한… 아니, 그 폐하께서 소환을 잘 보살필 수 있을까요?”몇 번이나 맹 부인이 그녀를 타일렀지만, 여전히 ‘사모님’이라 부르는 것을 고집했다.맹 부인은 황제가 밤새지 못하고 지친 얼굴을 떠올리며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그래.”완부옥은 포기하지 않고 다시 물었다.“그럼 폐하께서 소환이 아이를 가질 수 없다는 걸 알았나요?”맹 부인은 그녀를 곁눈질하며 불쾌한 기색을 보였다.“완전히 불가능한 게 아니라 어려운 것뿐이다.”완부옥은 마치 구실을 찾은 듯 미소 지으며 말했다.“맞아요, 사모님 말씀 맞습니다. 그런데 폐하께서는 그 사실을 아시나요?”맹 부인은 고개를 저었다.황제에게 소환이 이 사실을 말했는지는 알 수 없었다.황실은 자손을 중시한다. 황후가 아이를 갖기 어렵다면 이는 큰 문제였다.완부옥은 홀로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그럼 내가 황제에게 알려야겠군! 황제만 없어지면 소환은 내 것이 될 거야…’다음 날 아침.소욱은 아침 일찍 세수를 마치고 곧장 본진으로 향해 장군들과 함께 적을 맞설 전략을 논의했다.“폐하, 지난 밤에 북연군은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방심해선 안 됩니다. 이미 정찰병을 보냈습니다.”“폐하, 맹 소장군의 몸 상태는 어떠하십니까?”모두 이미 맹 소장군이 여인이고, 앞으로 황후가 될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더는 숨길 이유가 없었다.“폐하, 지난번 맹 소장군이 경량 기병대를 이끌고 적진을 급습하지 않았다면 시간을 벌 수 없었을 겁니다…”소욱은 그 말을 듣고 즉시 눈살을 찌푸렸다.그녀가 돌아오자마자 전투에 나섰단 말인가?정말 무모하기 짝이 없구나!소욱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아 바로 봉구안이 있는 장막으로 돌아갔다.그런데 완부옥이 안에 앉아 그녀의 침대 가장자리에 걸터앉아 약을 직접 먹이겠다고 고집하고 있었다.“제가 직접 먹여줄 테니 입 벌리십시오! 어서 마시란 말입니다!”봉구안은 손을 쓸

  • 폭군의 장군 황후   제736화

    봉구안은 담담히 소욱을 바라보았다.그녀의 얼굴에는 별다른 감정이 담겨 있지 않았고, 그저 한결같이 맑고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쳐다볼 뿐이었다. 창백한 얼굴은 이전보다 더 야위어 있었다.“폐하께서 이 일을 마음에 두신다면, 저는 원망하지 않겠습니다.”그는 몇 번이고 황자를 원한다고 말했다.하지만 그녀는 이제 그에게 그 바람을 채워줄 수 없을지도 몰랐다.이 사실은 명확히 이야기해야 했다. 그의 선택이 어떻든, 그녀는 원망하지 않을 작정이었다.소욱은 그녀의 말을 듣자마자 손을 잡아 자신의 가슴에 붙이며 깊은 눈빛으로 말했다.“내가 무엇을 마음에 두겠느냐?”“내가 마음에 두는 건 오직 네가 내 곁에 있느냐 뿐이다.”“구안아, 내가 바라는 건 너뿐이다.”그는 그녀를 부드럽게 품에 안았다. 턱을 그녀의 머리 위에 기댄 채 가볍게 비비며, 마치 길 잃은 외로운 늑대가 연인을 찾은 것처럼, 혹은 황폐한 땅에서 방황하던 사자가 가족을 발견한 것처럼, 거칠고 불안하던 기운이 순종적이고 평온하게 바뀌었다.그는 계속해서 반복했다.“내가 바라는 건 너뿐이다…”그녀가 자식을 낳을 수 없게 되었다고 해서 그녀를 부인할 수는 없었다.그녀는 그의 아내이며, 세상에서 그 무엇으로도 대신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그가 인정한 황후였다.그는 그녀에게 미안했고, 그녀가 고통받는 것이 마음이 아팠으며, 그녀를 잃을 뻔했다가 되찾은 기쁨이 가득했다.그러나 그녀를 나무랄 마음은 추호도 없었다.그녀가 몸을 다쳐버린 건, 소욱의 동생인 소아를 구하기 위해 자신의 몸을 위험에 내몰았기 때문이다.그녀를 거의 잃을 뻔했는데, 그에게 다른 것을 더 바랄 자격이 있을 리 없었다.“구안아, 북연군을 물리치고 나면 우리 돌아가서 혼인하자. 무슨 길일 같은 건 상관없다. 난 당장이라도 너와 혼인하고 싶다.”그는 단 한 순간도 더 그녀와 떨어져 있고 싶지 않았다.봉구안은 그의 품에 안겨 있으니 몸이 한결 따뜻해졌다.그녀는 고개를 그의 가슴에 기대어 올리고, 잠이 쏟아졌다.귀에는 그의

  • 폭군의 장군 황후   제735화

    주요 장막 안에서는 각 장군들이 하나씩 보고를 올렸다.“폐하, 북연군의 병력은 20만 명입니다. 그들이 이전에 비밀리에 선성 일대 방어선을 돌파하여 원군의 경로를 차단했으며, 자칫하면 황성을 위태롭게 할 뻔했습니다.”“맹 소장군의 전략이 빼어나고, 주국공이 신속히 귀환하여 대군을 이끌고 선성을 지켜낸 덕분에 북연군의 계략이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이 며칠 동안, 저희는 이미 북연군을 동방 너머로 몰아냈습니다.”“폐하, 겉보기에는 북연군이 동방 밖으로 물러가 남제에 당장 위협은 없어 보이나, 실상은 다릅니다. 여기 보십시오…”그 장군이 모래판 위의 한 지점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선성 일대의 중부 방어선은 선성, 묵성, 감주, 조유관을 중심으로 동서 방향으로 연결된 방어선입니다. 북연군이 이전에 조유관을 돌파했으며, 이곳 방어는 이미 붕괴된 상태입니다. 전쟁이 다시 일어나면 조유관은 필시 모래알처럼 흩어질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곳은 주 전장이 되기에는 부적합합니다. 거의 방어 불가 지역이라 보시면 됩니다.”소욱은 모래판 위에 작은 깃발을 조유관 위치에 꽂으며 말했다.“어찌 됐든 간주는 인구가 많은 지역이다. 더는 방어선을 뚫리게 해선 안 된다. 조유관도 반드시 사수해야 한다.”“폐하, 맹 소장군께서도 같은 말씀을 하셨습니다. 다만 동부군은 이미 군심이 흩어져 북연군과 다시 싸우기에는 어려움이 많습니다.”소욱의 눈빛이 차가워졌다.“그렇다면 다시 모아라. 모으지 못하겠거든 모두 물러나게 하거라!”“남제의 병사들이 싸우고도 이기지 못하는 것을 두려워한다면 어찌 대업을 이룰 수 있겠는가?”동부의 주장 관래경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공손히 아뢰었다.“폐하, 북연군의 이번 심리전으로 인해 병사들이 전투를 두려워하게 되었습니다. 이 재난은 해결하기 어렵습니다. 신 등은 맹 소장군과 여러 날 의논했지만, 합당한 방법을 찾지 못했습니다.”관래경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진한길이 급히 들어와 보고했다.“폐하, 소장군의 병세가 악화되었습니다!”소욱은 그 말을

  • 폭군의 장군 황후   제734화

    태황태후는 결국 천옥에 갇히고 말았다. 겉으로는 품위를 유지하려 애쓰고 있었지만, 그녀를 지켜보는 왕자들은 입이 떡 벌어질 뿐이었다.태황태후도 감옥에 갇히고 말았다니…왕자들은 자신들의 억울함이 크게 줄어드는 느낌을 받았다.혹시 자신들도 정말 태황태후를 따라 반역에 가담한 게 아닐까?절망스러운 탄식과 함께 왕자들의 눈빛이 서로 교차했다.이 노망난 노인이 왕자들의 인생을 모조리 망친 것이다.왕자들은 뒤늦게 이를 갈며 속으로 분노했다.바로 그때, 천옥 밖에서 터져 나오는 폭죽 소리가 들렸다. 새해를 맞아 터진 폭죽 소리였지만, 그들에게는 차라리 통곡 소리처럼 들렸다."좋은 섣달그믐밤에, 우리는 여기서 지내야 하다니. 정말 이게 무슨 꼴이람!"태황태후는 천옥에 갇히자마자 감옥 구석에서 기댄 채 희미한 숨소리만 내뱉고 있는 모용란과 그의 아들이 눈에 들어왔다.태황태후가 뒤를 돌아보자, 은위의 비웃음 섞인 시선과 마주쳤다."삼대가 한 지붕 아래 사시다니, 태황태후마마 정말 복도 많으십니다."그가 조롱 섞인 말투로 말했다. 말하는 동안 손에 쥔 강아지풀을 흔들며, 대놓고 도발의 뜻을 내비쳤다.태황태후는 속으로 피눈물을 삼켰다.모용란은 심하게 다친 상태로 감옥 구석에 아무렇게나 내던져져 있었다. 그녀는 벽에 기대어 겨우 숨을 쉬고 있었으며, 의식은 거의 없는 상태였다.그 아이는 태황태후에게 다가와 그녀의 다리를 부여잡고 울며 매달렸다."할마마마, 여긴 대체 어디죠? 너무 무서워요…”아이는 태황태후의 다리를 붙잡고 울며 매달렸다. 그러나 태황태후는 아이의 울음에도 불구하고 미간을 찌푸리며 다리를 뿌리쳤다."아가야, 나는 네 할머니가 아니다."태황태후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아이는 이 말을 이해하지 못한 채, 눈물만 흘릴 뿐이었다.모용란은 이미 중상을 입어, 감옥 구석에서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 태황태후는 이 모자를 바라보며 속으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현재의 천옥에는 반란군들이 이미 완전히 제거된 상태였다.더 이상 모용란을 구할 자는 없

  • 폭군의 장군 황후   제733화

    정신이 흐릿한 와중에, 소욱은 확실히 보았다.저 멀리서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이는 바로 봉구안이었다!그가 밤낮으로 그리워하던 사람이었다!소욱은 온 힘을 다해, 자신을 옭아매던 눈밭에서 벗어났다.그를 잡아끌던 보이지 않는 갈고리와 족쇄를 끊어내며 벗어났다.그는 낮게 외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그리고 앞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한 순간도 지체할 수 없었다.이것이 환상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그를 다그쳤다.동시에 봉구안 역시 그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두 사람은 눈발이 휘몰아치는 한복판에서 서로를 향해 달렸다.마침내, 눈 속에서 서로를 끌어안았다.서로를 끌어안는 그 순간에야 현실로 돌아왔다.소욱은 품 안의 사람을 꼭 껴안았다.눈보라가 몰아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그는 그녀의 이마와 뺨에 입을 맞추며 그녀의 따스함을 느꼈다.한 손으로 그녀의 뒷머리를 받치며, 그녀의 이마와 자신의 이마를 맞댔다.숨결이 뒤엉켰다.귀에는 바람소리가 휘몰아쳤지만, 그녀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는 분명히 들렸다.“폐하…”소욱은 자신의 얼굴이 축축해진 것을 느꼈다.자신도 모르게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잃어버렸다가 되찾은 기쁨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었다.그는 감사하고 또 감사했다.그녀가 다시 돌아와 주었음에 감사했다.하늘이 그리도 무심하지 않았음에 감사했다.그의 몸은 감각을 잃었지만, 그의 심장은 불타오르고 있었다.그 뜨거움이 그에게 다시 힘을 불어넣었다.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눈이 스르르 감기더니 그녀의 어깨에 기대어 그대로 쓰러졌다.…소욱은 그 이후의 일은 알지 못했다.두 시진 후, 그가 다시 눈을 떴을 때는 이미 따뜻한 장막 안이었다.눈을 뜨자마자 그는 벌떡 일어나 앉았다.“구안아!”혹여나 이것이 꿈이었을까 두려워 그의 표정은 잔뜩 긴장해 있었다.그때 조용히 들려오는 한 마디.“여기 있습니다.”그는 소리를 따라 고개를 돌렸다.그리고 탁자에 앉아 있는 사람이 바로 봉구안임을 확인했다!그녀 곁에는 맹 부인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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