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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화

강빈은 놀랍기도 하고 기쁜 마음에 한걸음에 달려나갔다.

금빛 찬란한 상자들을 보자 그녀는 조금 전의 불쾌감이 눈 녹듯이 사라졌다.

옆에 있던 시종이 말했다.

“마마, 폐하께서는 영화궁을 떠난 후에 영소전에 잠깐 머물렀다고 합니다. 아마 황귀비께서 폐하께 뭐라고 말씀하시어 보상을 하사하신 것 같아요. 황귀비께 고마움을 표해야겠어요!”

강빈은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나를 진심으로 대해주시는 건 황귀비마마뿐이야. 그분은 황후랑 달라!”

황후 얘기가 나오자 그녀는 다시 분노가 솟구쳤다.

‘황후, 복수할 거야!’

한편, 자진궁.

대전 안은 삭막하게 고요했다.

그날 밤.

사내는 짜증을 못참고 침상에서 벌떡 몸을 일으켰다.

소욱은 옷섶을 풀어헤친 채, 침상에 앉아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영화궁에서 나눴던 대화가 자꾸만 머릿속을 맴돌며 잠이 오지 않았다.

‘뭔가 이상해! 난 분명 황후의 시종들을 곤장을 쳐서 본때를 보여줄 생각이었어.’

‘그런데 어쩌다가 황후한테 말렸지?’

아마 그녀가 강빈의 아버지와 형제들 얘기를 꺼내기 시작한 시점인 것 같았다. 그녀의 말을 들으며 사실 확인을 위해 서신의 필적까지 감정하면서 영화궁에 온 목적은 완전히 잊은 채, 황후에게 끌려다닌 것 같았다.

그 뒤로 대화가 끝나기까지 그는 황후가 자진궁에 허락도 없이 비빈을 들여보낸 것에 대해 다시 말을 꺼내지 않았다.

황후가 만약 진심으로 강빈을 위로할 생각이었다면 일찌감치 그를 찾아와서 상의했어야 했다. 하지만 먼저 저지르고 궁지에 몰리자 강빈 아버지 얘기를 꺼내며 위기에서 빠져나갔다.

아무리 생각해도 황후가 그의 실수를 유도한 게 분명했다.

‘젠장!’

소욱은 짜증스럽게 침대를 내렸다.

소리를 들은 유사양이 안으로 들어와 촛불을 켰다.

“폐하, 어디 나가시려고요?”

소욱은 유사양을 보자 오늘 있었던 일들이 또 떠올라서 홧김에 발로 그의 배를 걷어찼다.

유사양은 겁에 질려 바닥에 털썩 무릎을 꿇었다.

“폐하, 소인이 뭘 잘못했는지 말씀만 해주시면 저절로 벌을 받겠습니다. 소인 때문에 폐하의 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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