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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화

봉구안은 천천히 고개를 들고 흔들림 없는 고요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폐하, 신첩이 마음이 앞서 심기를 어지럽힌 것에 대해 정말 송구하게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 벌로 영화궁에서 반성하고 있을 것이니 폐하의 시중을 들기에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소욱의 눈동자가 위험하게 빛났다.

“그래도 아주 멍청한 것은 아니군.”

“가마를 준비하거라. 영소전으로 간다.”

황제가 돌아간 후, 연상은 다리에 힘이 풀러 풀썩 주저앉았다.

“마마, 겁나 죽는 줄 알았습니다.”

그녀는 주변에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걱정스럽게 말했다.

“마마, 폐하께서는 강빈을 매정하게 내치셨는데 이로서 우리 계획은 실패로 돌아갔네요.”

“게다가 폐하와 황귀비, 강빈 모두 적이 되게 생겼으니 이를 어쩌면 좋아요?”

봉구안은 실패라고 생각되지 않았다.

그녀는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

“강빈은 황귀비와 가장 가까웠던 사람이니 만약 폐하께서 강빈에게 마음이 있었다면 진작에 승은을 주었을 것이다.”

“예? 그럼 거절당할 것을 알면서 강빈을 폐하의 침전으로 보냈단 말씀인가요?”

연상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어투로 말했다.

“설마 마마, 일부러 그러신 건 아니죠?”

봉구안이 말했다.

“싸움에서 이기려면 인내심이 필요해. 적이 실수할 때까지 기다리는 인내심.”

“마마, 소인은 아둔해서 잘 모르겠사옵니다.”

봉구안은 고개를 돌려 연상을 바라보며 말했다.

“폐하가 이런저런 핑계를 대고 약속을 미루기 전에 먼저 실수를 유도하는 거지. 잘못이 폐하께 있는 한, 주동권은 우리한테 있어.”

“조금 알 것 같기도 하고, 아리송하네요.”

연상은 머리를 긁적이며 기죽어서 말했다.

“3일 안에 폐하는 다시 강빈의 처소를 찾을 거야. 이번에는 약속을 번복하시지 않을 거니까 두고 봐.”

연상은 그 말에 의구심을 품었다.

‘그 폭군이?’

깊은 밤, 봉구안은 잠이 오지 않았다.

자신과 두 번이나 맞붙었던 호위가 사실은 황제였다니. 게다가 황제는 천수독이 온몸에 퍼진 상태라 생각만 해도 골치가 아팠다.

일반 호위무사라면 절대 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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