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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화

Author: 일설연우
심야의 자진궁.

예리한 화살이 문틀에 날아와서 박혔다.

순식간에 금위군이 출동했다.

“자객이다!”

내전.

소욱은 비단 잠옷으로 갈아입고 흑발을 그대로 풀어헤친 채 침상에 앉아 느긋하게 물었다.

“밖이 왜 이리 소란스럽느냐?”

유사양은 두 손으로 화살과 그 위에 붙은 쪽지를 조심스럽게 황제에게 내밀었다.

“폐하, 자객이 이걸 남기고 갔습니다.”

소욱은 손을 뻗어 쪽지를 확인했다.

[내일 밤 해시에 화청궁에서 폐하의 독을 치료해 드리겠습니다.]

소욱의 동공이 갑자기 흔들리기 시작했다.

곧이어 그 쪽지는 그의 손에서 산산이 가루가 되었다.

“감히 다시 올 생각을 하다니.”

상대는 이미 그의 신분을 알고 쪽지를 대범하게 자진궁에 보낸 것이 분명했다.

유사양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주군을 바라보았다.

‘누굴 말씀하시는 거지? 설마 그날 밤 그 자객?’

다음 날 저녁, 화청궁.

그림자 호위들은 냉궁 근처에 잠복하고 자객이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해시 일각이 되자 궁녀 복장을 한 여자가 대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왔다.

그들은 곧 달려들어 그녀를 포위했다.

이상한 건 자객이 그들을 보고도 도망칠 생각이 전혀 없다는 점이었다.

봉구안은 태연한 눈빛으로 자신의 앞을 가로막은 무사들을 바라보았다.

제왕은 의심이 많은 사람이니 예상했던 결과였다.

‘고작 인원수가 이게 다라니. 날 무시해?’

봉구안은 허리춤에서 채찍을 꺼냈다.

호위들은 서로 시선을 교환한 뒤, 신호를 보냈다.

“다 같이 달려들어!”

슉!

곧이어 공기를 가르는 아찔한 소리와 함께 봉구안이 잡은 채찍이 뱀처럼 허공을 갈랐다.

채찍은 정확히 한 호위의 복부를 가격했다.

그녀는 상대에게 반응할 틈을 주지 않고 손목의 힘을 이용해서 자유자재로 채찍을 휘둘렀다.

눈깜짝할 사이에 그녀의 주변에 십여 명의 호위가 쓰러졌다.

실력이 황궁에서도 알아주는 그들이었지만 채찍을 이렇게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상대는 처음이었다.

그녀의 보법은 안정적이고도 빨랐으며 그녀가 움직일 때마다 채찍이 춤을 추듯이 흐느적거리며 주변을 쓸고 지나갔다.

슉!

채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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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정
2024. 12. 20.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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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여국 황제는 평온한 얼굴로 봉구안을 바라보며 말했다."잠시 후 궁으로 돌아가거라. 어의에게 너의 상태를 잘 살피게 하겠다."봉구안은 서여국으로 비밀 사절로 파견된 상태였고, 황제와 그녀의 심복 모신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그녀의 신분을 알지 못했다. 사람들은 그녀를 황제의 호위병으로 알고 있을 뿐이었다.황제의 배려에 봉구안은 사양하려 했지만, 그녀가 입을 열기 전에 모신이 먼저 물었다."폐하, 저 관료들은 어떻게 하실 것입니까?"황제는 조여란이 화살로 모두를 살해하려 했던 순간, 관료들 중 일부가 외쳤던 말을 떠올리며 그들을 바라보았다."조여란의 동조자는 모두 체포하고, 나머지는 무사히 집으로 돌려보내라.""예, 폐하!"그 순간, 반역죄가 자신들에게 닥쳤음을 깨달은 관료들이 무릎을 꿇고 애원하기 시작했다."폐하, 살려주십시오!""폐하! 순간의 실수였습니다!""폐하, 조여란의 강요로 어쩔 수 없었습니다. 반란을 일으킬 마음은 없었습니다!""폐하,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십시오!"그러나 서여국 황제는 이들의 간청을 전혀 듣지 않고 단호하게 명령했다."끌고 가거라!"그렇게 조여란의 동조자들은 모두 체포되었다."아아…" 숙연은 조여란이 끌려가는 모습을 보며 점점 불안에 휩싸였다. 그녀는 급히 몸을 떨며 말했다."저는 조여란과 아무 관계가 없습니다. 그저 억울하게 끌려온 것뿐입니다."서여국 황제는 차갑고도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녀를 내려다보며 말했다."억울하다고? 내가 본 건 너와 조여란이 서로 눈짓을 주고받는 모습이었다."서여국 황제는 매섭게 그녀를 노려보았다.숙연은 눈물을 글썽이며 머리를 저었다."아닙니다! 언니, 저는 그런 적 없습니다! 처음에는 조여란이 반역자인 줄도 몰랐습니다…"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서여국 황제는 검을 뽑아 숙연의 목에 겨누며 비웃듯 말했다."아직도 나를 언니라고 부르는구나?"숙연의 동공이 흔들리며 그녀는 급히 외쳤다."언니, 저… 저는 언니의 친동생입니다…!"그 순간, 황제는 매섭게 칼로 그

  • 폭군의 장군 황후   제850화

    봉구안은 허공으로 치솟으며 다리로 신속하게 상대를 공격했다.경공을 잘하는 그녀였기에 발차기 실력도 남달랐다.조여란은 그녀의 속도를 감당하지 못하고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섰다.그 과정에 발길질에 맞은 그녀의 얼굴은 퉁퉁 부어올랐다.착지한 봉구안은 한손을 등 뒤에 감추고 한손을 뻗으며 조여란을 도발했다.조여란의 코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그녀는 옷섶으로 흐르는 피를 닦고는 음침한 눈으로 봉구안을 노려보았다.“너 대체 정체가 뭐냐!”황제 신변의 호위가 이 정도로 강했던가?봉구안은 대답 대신, 이차 공격을 시전했다.철갑옷 같은 기공을 상대하려면 기교가 중요했다.그녀는 주먹을 쥔 손에 힘을 응집했다.그리고 손바닥을 아래로 둔 채로 신속히 전방을 향해 찌르기를 시전했다.그녀의 손이 조여란의 가슴에 닿았다.평범한 주먹질처럼 보여도 뾰족하게 튀어나온 중지에 모든 힘이 실렸다.봉구안은 내력을 집중하여 중지에 실었기에 그 위력은 상당했다.“푸흡!”조여란의 등이 굽어지더니 입으로 피가 섞인 열물을 토해냈다.그녀는 뒤로 엉거주춤 물러나 가까스로 다시 중심을 잡았다.“철갑옷!”하지만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봉구안의 주먹이 그녀의 늑골을 향해 날아왔다.뼈를 관통할 것 같은 위력이 담긴 일격에 조여란은 신음을 내뱉으며 악에 받쳐 소리쳤다.“네 이년! 숙천설이 대체 너한테 뭘 약속했길래… 악!”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다시 주먹이 눈을 향해 날아왔다.조여란은 눈을 붙잡고 다시 뒤로 물러났다.“숙천설! 자신 있으면 나랑 붙어! 남의 등 뒤에 숨어 있는 게 무슨 황제야! 나와! 숙천설!”서여국 황제가 싸늘한 표정으로 말헀다.“조여란, 네 철갑옷이 천하무적은 아니었군.”조여란은 이를 갈았다.“그럴 리 없어!”봉구안이 싸늘한 목소리로 말헀다.“철갑옷은 날카로운 검이 아니면 상처를 낼 수 없지. 섭정왕, 너에게 기회를 주겠다.”“네가 이긴다면 길을 비키도록 하지.”말을 마친 그녀는 손을 뻗었다.“검을 가져오너라!”잽싸게 모습을 드러낸 은육

  • 폭군의 장군 황후   제849화

    봉구안은 싸늘한 눈으로 조여란을 바라보며 전의를 불태웠다.그 유명한 철갑옷 공법을 한번 눈앞에서 보고 싶은 마음이 앞섰다.순식간에 봉구안은 발로 땅을 구르며 앞을 향해 튕겨나갔다.조여란은 그 자리에서 자세를 취하고 기를 운용하여 공법을 시전했다. 온몸의 근육이 단단하게 굳기 시작하더니 마치 단단한 방패를 연상케 했다.봉구안은 상대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지만 상대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창을 받아라!”그녀가 창술에 능하다는 것을 아는 서여국 황제가 그녀를 향해 무기를 던졌다.봉구안은 창을 받고는 고개도 안 돌리고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조여란은 음침한 얼굴로 다시 공법을 시전했다.장창이 그녀의 어깨를 찔렀지만 생채기 하나 남기지 못했다.봉구안은 다시 정신을 다잡고 상대의 가슴을 향해 창을 찔렀다.하지만 극한으로 끌어올린 조여란의 철갑옷 공법 때문에 창끝은 그녀의 옷을 찢고도 가슴에 상처 하나 남기지 못했다.봉구안의 모든 초식은 상대에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장창이 부러질 때까지 찔렀는데도 조여란은 생채기 하나 나지 않았다.진기를 응집한 조여란은 산발이 된 머리를 휘날리며 음산한 눈빛으로 소리쳤다.“숙천설, 오늘이 네 제삿날이다!”그녀는 봉구안을 밀치고 서여국 황제에게 달려들려 했다.하지만 그녀가 황제에게 접근하기도 전에 봉구안은 다시 그녀에게 달려들었다.분노한 조여란이 호통쳤다.“주제도 모르는 것, 감히 내 앞을 가로막다니! 그래! 네년부터 죽여주마!”곧이어 조여란의 공세가 이어졌다.두 사람의 움직임이 너무 빨라서 육안으로 보기 어려울 정도였다.숨어서 지켜보고 있던 그림자 호위 은삼이 은이에게 말했다.“형님, 도와드려야 하지 않을까요?”은이가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마마께선 지시를 받고 움직이라 했다.”은삼이 걱정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조여란 저 여자 꽤 하는데요? 마마께서 다칠까 걱정돼요.”은칠이 종이에 무언가를 적었다.[마마와 조여란이 결전을 벌이는데 은삼이 재수없는 말만 하며 마마를 저주했습니다.]탁!은

  • 폭군의 장군 황후   제848화

    조여란 신변의 병사들이 활시위를 잡았다.이때 누군가가 외쳤다.“당장 그만둬!”조여란은 의아한 얼굴로 소리가 들린 쪽을 바라봤다.수많은 사람들이 광화사 대문을 열고 반란군의 앞으로 다가갔다.서여국의 관원들이었다.문무백관이 거의 다 이곳에 잡혀왔다.황제가 한 짓일 것이다.조여란이 차갑게 말했다.“저들을 인질로 나를 협박하려고? 난 누구든 죽일 수 있어!”대신들은 미친 사람처럼 발악하는 조여란의 모습을 보고 충격에 빠졌다.“섭정왕! 자네가 이런 사람이었을 줄이야!”“조여란, 감히 반역을 꾀하다니!”“우릴 다 죽이면 천하 백성들에게는 뭐라고 설명하려고? 조정에 관원이 한 명도 없으면 넌 황제가 되어도 아무런 의미가 없어!”조여란은 이미 이성을 상실했다.“멍청한 것들은 버려도 좋아!”갑자기 검은 인영이 공중에서 나타났다. 그는 조여란도 익숙한 인물, 숙연을 데리고 있었다.“이 여자도 내칠 것이냐?”봉구안은 숙연을 앞으로 밀치며 싸늘하게 물었다.고공 비행에 숙연은 이미 겁에 질려 얼굴이 파리하게 질린 상태였다.그녀는 눈물을 글썽이며 조여란을 향해 소리쳤다.“왕야, 나 좀 구해줘!”봉구안은 뒤에서 그녀의 턱을 잡고 비아냥거렸다.“숙연 대인, 이럴 때는 폐하께 살려달라 애원해야 하는 거 아닌가?”조여란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사실 그녀 역시 숙연에게 정이 있었다. 어쨌거나 그녀가 심혈을 기울여 키운 장기말이었다.하지만 그것보다는 대의가 더 중요했다.“활시위를 당겨라!”곧 화살이 자신을 향해 날아올 것을 감지한 뭇 대신들이 소리를 질렀다.“조여란, 미쳤어? 우리 같은 편이잖아!”“황시위를 당기라니까!”조여란은 아무에게도 방해받고 싶지 않았다.숙연은 믿을 수 없다는 눈을 하고 조여란을 바라보고 있었다.심지어 조여란이 데려온 병사들마저 모두 죽이라는 말에 동요하고 있었다.황제를 살해하는 것은 황위를 빼앗기 위함이지만 관원들을 죽이면 어떻게 될까?그들은 무고한 사람들이었다.병사들이 머뭇거리는 사이, 얼굴을 가린 그림자

  • 폭군의 장군 황후   제847화

    광화사.조여란의 대군과 호원아의 대군이 대치 중에 있었다.“호원아, 넌 무단으로 직무지를 떠나 폐하를 해하려고 하였다. 내가 섭정대권으로 너를 처단할 것이다!”호원아는 화가 나서 웃음을 터뜨렸다.“난 폐하의 명을 받들어 광화사를 지키고 있는데 무슨 죄가 있단 말이냐! 조여란, 반역은 네가 했지! 그리고 너희들, 감히 조여란과 결탁하더니! 폐하께 미안하지도 않느냐!”조여란의 옆에 선 한 장군이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방구 뀐 놈이 성낸다고! 호원아, 당장 비켜! 우린 폐하가 무사한지 확인해야겠다!”친히 광화사 대문을 지키고 선 호원아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너희를 들여보내? 꿈 깨!”조여란은 차갑게 식은 눈동자로 전방을 노려보며 손짓했다.“활시위를 당겨라!”그녀가 데려온 대군은 호원아가 이끄는 부대보다 인원수가 훨씬 많았다.아무리 호원아라도 쪽수 앞에서는 별 수가 없을 것이다.갑옷을 입은 호원아가 근엄한 목소리로 명령했다.“포진하고 화살을 방어해라!”뭇 병사들이 방패를 들고 광화사 안쪽까지 후퇴했다.화살비가 한바탕 쏟아진 후, 조여란은 마치 충신처럼 안쪽을 향해 외쳤다.“폐하, 소신이 너무 늦게 와서 송구합니다!”쾅!이때 대문이 열렸다.고개를 든 조여란의 눈에 들어온 것은 용포를 입고 싸늘한 표정을 짓고 있는 황제였다.“섭정왕, 늦었군.”서여국 황제의 신변에는 수십 명의 고수가 지키고 있었다.조여란은 싸늘한 눈빛으로 황제를 가리키며 말했다.“넌 폐하가 아니야!”모신 상궁이 분노한 말투로 반문했다.“섭정왕, 미친 것이냐! 폐하께서 여기 계신데 감히 손가락질을 해?”조여란은 등 뒤에 서 있는 뭇 병사들을 보며 말했다.“최근 폐하와 똑같이 생긴 여인이 광화사에 진입하였다는 보고가 있었다. 폐하를 사칭하기 위함이라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호원아 너의 간계였구나.”“호원아, 네가 가짜 황제를 내세우고 진짜 폐하를 해한 게 틀림없어!”호원하가 분통해서 말했다.“조여란, 함부로 사람 모함하지 말거라!”서여국 황제는

  • 폭군의 장군 황후   제846화

    광화사 밖은 황제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많은 병력이 배치되어 있었다.물론 보이지 않는 곳에는 그림자 호위가 봉구안을 지키려 대기하고 있었다.그림자 호위들은 눈도 깜짝하지 않고 광화사만 주목하고 있었고 은칠만 고개를 숙인 채, 무언가를 쓰고 있었다.“황후께서 변장을 하시고 서여국 폐하와 야밤에 은밀한 밀회...”그가 쓴 내용을 본 은삼이 주먹을 그의 머리에 꽂았다.“밀회는 무슨 밀회야!”순식간에 은칠의 정수리가 볼록하게 부어올랐다.“왜 셋째 형님도 저한테 그러십니까?”은삼은 또 한번 주먹을 휘두르고는 소리를 죽여 말했다.“둘째 형님이 왜 널 잘 지켜보라고 했는지 알겠어! 은칠, 전에는 몰랐는데 너 소설 쓰는 재주가 있다? 너 마마께서 곤란해 지라고 일부러 그러는 거지? 폐하와 마마 사이를 이간질하려고!”은칠이 울먹이며 말했다.“다들 저만 괴롭혀요! 폐하께 고발할 거예요!”그는 눈물을 머금고 한마디 덧붙였다.[은삼이 보고서를 쓰는 것을 방해하며 사실을 쓰지 말라고 합니다.]은삼은 뒷골이 땡기는 기분이었다.“쉿! 누가 오고 있어!”은사가 낮게 말했다.시위대가 야간 교대를 하고 또 하루가 지나갔다.다음 날 아침, 한 시위가 황제가 있는 절당으로 아침을 가지고 갔다.모신 상궁이 밖으로 나오자 시위가 조심스레 물었다.“모 상궁님, 폐하께서는 밤새 잘 주무셨나요?”모신이 싸늘한 얼굴로 답했다.“그래.”시위가 또 물었다.“그럼 어제 밤에 방문하신 귀빈은…”그는 안을 들여다보려고 고개를 기웃거렸고 모신은 쾅 하고 문을 닫아버렸다.절당 안.모신은 아침을 식탁에 차리고 은침으로 독을 검사했다.반찬에 독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후에야 그녀는 황제에게 식사하라 전했다.식탁에 마주앉은 황제가 물었다.“그자는 무사히 나갔고?”모신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예, 어젯밤 소인이 광화사 밖까지 바래다드렸습니다.”황제는 죽 한숟가락 떠서 입가로 가져갔다.이틀 전, 봉구안을 다시 만났을 때 그녀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저는 숙연 대인

  • 폭군의 장군 황후   제845화

    광화사.마차에서 내린 서여국 황제는 주지스님의 안내를 받으며 안으로 들어갔다.문득 그녀가 고개를 돌렸다. 따라온 호위들 중에 몇몇 안 보던 얼굴이 있었다.아마 조여란이 보낸 자들일 것이다.서여국 황제는 대수롭지 않은 표정을 하고 앞으로 걸었다. 황금색 용포가 햇살을 받으며 밝게 빛나고 있었다.방에 도착하자 문을 잠근 상궁 모신이 조심스레 말했다.“폐하, 광화사가 좀 이상합니다.”불상 앞에 마주선 서여국 황제가 싸늘한 눈빛을 하고 말했다.“이곳은 짐을 위해 만들어진 감옥이다.”승려는 진작에 바뀌었을 것이다.승상의 영향력은 생각했던 것보다 컸다.그녀는 비웃음 가득한 미소를 지었다.그날 밤, 황궁 서재.숙연은 상소문을 읽고 있는 조여란에게로 다가가 직접 포도를 입에 넣어주었다.조여란이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이런 거 하지 마.”이제 나이도 있는데 지금도 소녀처럼 구는 숙연이 못마땅했다.숙연은 허리를 숙이고 조여란의 목을 끌어안고는 간드러진 목소리로 말했다.“뭘 겁내. 어차피 이 황궁과 서여국 전체가 우리의 것이 되었는데.”조여란은 굳은 표정으로 상소문에 눈길을 돌리며 말했다.“아직 부족해. 그 여인이 살아 있는 한, 황제는 여전히 그 여인이야.”“만약 너에게 황위를 물려줄 생각이었다면 국정 감사만 맡기지 않았겠지.”“내가 보기에…”“뭐 의심 가는 거라도 있어?”숙연은 예쁘장한 얼굴로 인상을 쓰며 되물었다.조여란은 그녀의 턱을 잡고 차갑게 말했다.“폐하의 몸 상태가 이 지경인데 아직도 그 자리에서 내려오지 않는 게 가장 큰 문제야.”“어쩌면 몰래 신의를 찾아서 아무도 모르게 치료를 받으려는 것일 수도 있어.”숙연이 미간을 확 찌푸렸다.“그렇다는 건 우릴 의심한다는 소리 아니야?”그게 아니라면 이렇게 몰래 병치료를 하려 했을 리 없었다.조여란이 차디찬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럴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지. 하지만 눈치챘다고 해도 이제 와서 할 수 있는 건 없어.”“광화사 안팎에 모두 내 사람들이거든. 숙연

  • 폭군의 장군 황후   제844화

    뭔가 이상함을 감지한 태상황이 분노한 고함을 질렀다.“미친 놈! 무슨 짓을 하려는 게냐! 짐은 네 아비이자 북연의 황제란 말이다!”하지만 그의 아들이자 현임 황제는 병부에 눈이 멀어 그의 말은 귓등으로도 들리지 않았다.태상황이 강력한 무공을 갖고 있는 것을 걱정해서 사내들은 그에게 근력을 무력화시키는 약을 먹였다.나이가 든 태상황은 결국 숫자에 밀려 아무런 반항도 할 수 없었다.그는 곧 떠나려는 신임 황제를 보고 곧 있으면 이 사내들에게 유린당할 자신의 처지를 생각하니 처음으로 당황했다.“아니… 아니 된다!”신임 황제는 매정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병부, 내놓으실 거지요?”분노한 태상황이 포효했다.“하늘이 북연을 멸하려는 게구나!”신임 황제가 음침한 눈을 하고 말했다.“아바마마, 마지막으로 묻겠습니다. 병부, 내놓으실 거죠?”태상황의 몸은 완전히 무력화된 상태였다.병부를 내놓지 않는다면 오늘 밤 무슨 일을 당할지 상상도 하기 싫었다.이런 치욕을 감당할 수 있는 사내는 없었다.하물며 그는 북연의 황제였다.태상황은 굴욕의 눈물을 삼키며 말했다.“그래, 알았다!”일각이 지난 후.신임 황제는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병부를 들고 동화대를 떠났다.마차에 오른 그는 동화대 정문을 바라보며 냉소를 지었다.“짐의 아바마마도 역시 정상인이었군.”동화대.태상황은 힘없이 바닥에 주저앉아 바닥에 깔린 비빈들의 시체들을 바라보며 고개를 떨구었다.불과 몇 달 사이에 그는 열 살은 더 늙은 것 같았다.그는 후회막심하여 검을 들고 자결을 택하려 했다.병부를 내놓으면 북연이 어떤 결말을 초래할지 뻔히 알면서 자신의 결백을 위해 결국 내놓고 말았으니 나라에 큰 죄를 지은 거나 다름없었다.챙그랑!검이 바닥에 떨어졌다.결국 그는 죽을 용기조차 없었다.그는 요행을 바라고 있었다. 어쩌면 하늘과 조상님들이 보우하여 협공 작전이 성공할 수도 있지 않은가?태상황은 힘겹게 몸을 일으키고 창밖의 달을 멍하니 바라보았다.한편, 서여국.봉구

  • 폭군의 장군 황후   제843화

    북연.궁밖의 동화대는 황가에서 건설한 작은 행궁이었다. 압박에 의해 퇴위한 태상황이 이곳에 살고 있었다. 사람들은 그가 이곳에서 편히 쉬고 있다고 알고 있지만 사실 상 구금이나 다름없었고 안팎에 군대가 지키고 있었다.내실, 태상황은 근엄한 자세로 상석에 앉아 있고 그의 앞에는 불효자식인 신임 황제가 있었다.황제는 강압적인 눈빛으로 아버지를 바라보고 있었고 태상황도 화가 난 상태였다.“남제를 협공한다고? 네가 북연을 망하게 하려고 작정했구나!”태상황은 과거에 마음이 약해져서 이 불효자식을 제거하지 않은 것이 못내 후회가 되었다.신임 황제가 이곳을 찾은 이유는 병부때문이었다.그의 눈에는 광기가 가득 서려 있었다. 마치 이 문제만 해결하면 천하가 자신의 손아귀에 들어올 것 같은 착각을 하고 있는 듯했다.“아바마마, 곧 거사가 성사됩니다. 아바마마께서는 온 천하가 북연에 귀속되는 광경을 보게 되실 겁니다. 북연이 천하통일을 이뤄내지 못하더라도 남제는 멸망하게 되겠지요! 그러니, 병부를 내어주시지요!”태상황은 분노에 찬 목소리로 아들을 꾸짖었다.“어리석은 놈! 넌 미친 게 틀림없어!”“남제는 하루아침에 멸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야! 짐은 이 일에 동의할 수 없다!”인내심이 바닥난 신임 황제는 태상황의 멱살을 잡아 일으키고 시뻘겋게 충혈된 눈으로 울부짖었다.“아바마마, 왜 아들을 이리도 믿지 못하시는 겁니까!”“짐도 대국을 위해서란 말입니다! 아바마마께선 나이가 드셨고 북연은 더 이상 아바마마를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전장에 패배한 기록이 없던 북연이 아바마마의 손에서 연속 남제에 패했습니다.”패배한 전장을 언급하자 태상황은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치밀었다.그는 손을 뻗어 아들의 뒤통수를 갈기며 호통쳤다.“그걸 말이라고! 이 후레자식이! 네가 아니었으면 북연은 삼십만 대군을 잃지 않았어! 네가 아니었으면 남제가 화룡을 접촉할 일도 없고 화룡을 제작해낼 일도 없었어!”“북연의 지금 상황은 다 네가 초래한 거야!”뒤통수를 맞은 신임 황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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