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20화

Author: 일설연우
소욱은 입술을 앙다물고 분노를 다스렸다.

황후가 준 처방전을 태의원에 연구하도록 하였지만 이렇다할 성과가 없었다. 중요한 약재 몇 가지가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처음부터 계략에 능한 여자라고 생각했지만 이걸 또 이렇게 이용할 줄이야!

‘요망한 것!’

소욱은 싸늘한 얼굴로 계속해서 물었다.

“황후가 그러고 또 뭐라고 하였느냐.”

조검의 이마에서는 식은땀이 비오듯 흐르고 있었다.

“황후께서는 폐하께서 고민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황귀비는 고통에 시달릴 거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강제로 약을 빼앗으려 한다면 약을 훼손하는 한이 있더라도 절대 드리지 않겠다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폐하께서 약속을 번복하실 리는 없지만 성지로 확실하게 해두는 것이 좋겠다고 하셨습니다…”

말을 마친 조검은 사지에 힘이 쫙 빠졌다.

‘나 죽는 건 아니겠지?’

조검의 말을 들은 소욱의 얼굴은 섬뜩하게 일그러졌다.

영소전 내부에 삭막한 정적이 감돌았다.

영화궁 쪽도 분위기는 마찬가지였다.

최 상궁의 얼굴은 백지장처럼 하얗게 질렸다.

약이 없다고 했다가 갑자기 약을 내놓으며 황제에게 조건을 제시한 건 자칫 잘못하면 군주를 기만한 죄를 물을 수도 있는 일이었다.

그는 황제가 얼마나 화가 나 있을지 상상도 하기 싫었다.

과거에 재상이 황제에게 총애를 골고루 줘야 한다고 간언했다가 그날 바로 참수를 당했던 일이 떠올랐다.

참다못한 최 상궁은 이를 악물고 앞으로 나섰다.

“마마, 아무리 폐하의 총해를 원하셔도 이건 안 될 일이죠! 평생 두통약으로 폐하를 협박하여 합방을 강요하실 건 아니잖아요!”

사실 연상도 두렵기는 마찬가지였다.

물론 봉구안이 확신이 없는 싸움을 벌이지 않았을 거라고 믿지만 그래도 불안한 건 어쩔 수 없었다.

사람들은 황후가 황제의 총애를 위해 이 일을 벌였다고 생각하겠지만 황후가 요구한 것은 후궁을 골고루 살펴달라는 정당한 요구였다.

소식을 접한 후궁 비빈들 사이에서도 난리가 났다.

“들었어? 황후께서 두통약을 빌미로 페하를 협박하셨대!”

“황후마마는 정말 여러모로 대단하신 분 같아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ocked Chapter
Comments (9)
goodnovel comment avatar
yuna20300
회차 잘못결제한줄.... 여긴 업데이트전 확인도 안하나? 어이없네
goodnovel comment avatar
이호정
2024. 12. 20. 14:29
goodnovel comment avatar
강인화
헐~넘하셨네 어이없음
VIEW ALL COMMENTS

Related chapters

  • 폭군의 장군 황후   제21화

    황제가 떠난 후, 황귀비의 측근 춘화(春禾)가 수심 가득한 얼굴로 다가와서 말했다.“마마, 황후가 만약 폐하의 승은을 입고 회임이라도 한다면 이 궁에서 마마의 독보적인 지위는 사라질 거예요.”쾅!침대머리에 놓였던 화분이 바닥에 떨어지며 산산조각이 났다.춘화는 다급히 주변을 정리하고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마마, 고정하세요!”황귀비는 음침한 얼굴을 하고 침대에 누워 치를 떨었다.“폐하께서는 그 여인과 합방할 리가 없어!”입궁하기 전에 이미 더럽혀진 여자이고 뻔뻔하게도 총애를 달라고 황제를 강요한 여자였다.그 시각, 다른 비빈들은 한 자리에 모였다.황제의 승은을 한 번도 받아본 적 없는 그들이었기에 황귀비보다 타격이 크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불만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었다.“역시 황후의 수완이 대단하네요. 폐하께서 그런 요구를 받아들여 주시다니.”황귀비 쪽 사람인 비빈 강씨가 비꼬듯이 말했다.“그게 무슨 수완이야? 그냥 협박이지! 난 조건이 주어져도 그렇게 비열한 짓은 안 해! 두고 봐! 분명 폐하의 노여움을 사고 내쳐질 거니까!”성난 비빈들이 있는 반면, 현비는 여느 때처럼 토론에 참여하지 않았다.“입궁하면 다 같은 식구고 황후마마를 축복해 드려야 하는 게 맞아.”사람들은 서로 눈치를 살폈다.갑자기 찾아온 변화에 기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적지 않은 비빈들은 질투와 비난을 서슴지 않았다.자녕궁.태후는 소식을 듣고 큰 충격을 받았다.“뭐라고? 황상이 타협했다고?”해가 서쪽에서 뜰 일이었다.황제처럼 강압적인 사람이 여자의 협박에 타협하다니.계 상궁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마마, 이게 다 황귀비를 위해서가 아니겠습니까. 폐하께서 황귀비를 위해 이렇게까지 하실 줄은 정말 몰랐네요. 황후께서는 운이 좋아서 얻어걸린 겁니다.”태후의 표정이 묘하게 변했다.“운이 좋았던 게 아니야. 오히려 황후는 수단과 방법 가리지 않는 영리한 아이였던 거지. 어쩌면 황귀비를 대적하는데는 고상한 사람보다 주변의 시선에 신경 쓰지 않는 황후 같은 사람

  • 폭군의 장군 황후   제22화

    소욱은 싸늘하게 식은 눈동자로 눈앞의 여자를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비빈 강씨가 얇은 잠옷바람으로 침대에 다소곳이 앉아 있었다.첫날밤이라 긴장한 것인지, 아니면 황제의 노여움이 두려웠던 것인지, 그녀는 고개만 푹 숙이고 온몸을 떨고 있었다.“신첩… 비빈 강씨, 폐하께 인사 올립니다. 전에 황귀비마마의 궁에서… 폐하를 한번 뵌 적이 있어요.”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황제의 질문에 대답했다.지옥 사자를 닮은 황제의 싸늘한 표정이 그녀를 두렵게 했다.소욱은 애써 담담한 목소리로 다시 물었다.“황후는 어디 있냐고 물었다.”주변 공기가 점점 차가워지고 강씨는 두려움에 숨조차 쉬기 힘들었다.“폐하, 황후께서 신첩을… 여기로 보냈사옵니다.”소리를 듣고 안으로 들어온 유사양은 강씨의 말을 듣고 경악해서 눈을 휘둥그레 떴다.이게 무슨 상황이란 말인가!황후는 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일을 벌인 걸까!사실 갑작스럽기는 비빈 강씨도 마찬가지였다.그녀는 자신에게 황제의 시중을 들 기회가 돌아오리라 전혀 생각지 못했다.낮에 황제가 황후의 요구를 받아들였다는 것을 들었을 때도 엄청 불편함을 드러냈던 그녀였다.그런데 저녁이 되어 황후에게서 이런 전갈을 받을 줄은 몰랐다.그녀는 기대 되기도 하고 어렵게 찾아온 기회를 빼앗길까 봐 이 일을 황귀비에게조차 알리지 않았다.자진궁에 처음 도착했을 때 그녀는 기대와 흥분에 가슴이 설렜다.입궁한지 몇 년이나 되는데 드디어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하지만 황제는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그녀를 보더니 죽일 듯이 노려보며 누구냐고 따져물었다.그녀는 자신이 그렇게나 존재감이 없었는지 허탈한 마음이 들었다.강씨가 눈물을 머금고 입을 열었다.“폐하…”하지만 그녀가 그럴수록 황제의 눈빛은 더 싸늘하게 식을 뿐이었다.소욱은 짜증스럽게 등을 돌리더니 유사양에게 분부했다.“돌려보내거라!”그 말을 들은 비빈 강씨는 당황해서 횡설수설했다.“그럴 순 없어요, 폐하! 신첩은 황후마마의 지시를 받고 시중을 들러 온 거예요. 신첩이 먼저 오

  • 폭군의 장군 황후   제23화

    황제가 영화궁으로 온다는 소식에 연상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폐하께서 여긴 왜 오신다는 걸까요?”최 상궁은 마치 이종족을 보는 눈으로 연상을 바라보며 말했다.“정말 몰라서 물어? 우리 마마께서 대낮에 폐하께 대놓고 총애를 요구하셨잖아. 그런데 밤중이 되어 강빈을 침전으로 보냈으니 폐하를 농락한 거랑 뭐가 달라!”“고귀하신 폐하께서 이런 수모를 어떻게 참겠어?”“마마, 얼른 옷을 갈아입으시지요. 저희들 목숨이 마마께 달렸습니다.”봉구안도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되물었다.“내가 언제 내가 시중을 들고 싶다고 했지?”최 상궁은 더 어안이 벙벙했다.‘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 건가?’하지만 오해한 사람은 최 상궁뿐이 아니었다.황궁에서 황제의 총애를 갈구하지 않는 후궁은 없었다. 그러니 어렵게 잡은 합방의 기회를 다른 비빈에게 양보하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모두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잠들지 못한 비빈들은 자진궁에서 일어난 이야기를 전해 듣고 모두가 경악을 금치 못했다.“뭐? 오늘 시중을 드는 사람이 황후마마가 아니었다고? 그럼 누군데?”“비빈 강씨? 강씨가 왜? 걔가 시중을 든대? 아니, 왜?”“그런데 폐하께 쫓겨났다지 뭐야? 강씨는 아마 며칠동안 얼굴도 못 들고 다니게 생겼어.”“그것뿐이겠어? 아마 황귀비도 걔 가만히 안 둘걸?”녕비는 급급히 현비의 궁을 찾았다.두 사람은 평소에도 가장 많이 대화를 나누는 사이였다.“언니는 그거 들었어요? 오늘 황후께서 비빈 강씨를 폐하의 침전으로 보냈대요.”현비는 두꺼운 망토를 두르고 기침하며 말했다.“수완아, 솔직히 나도 황후께서 이렇게 하실 줄은 몰랐어.”“마마께서는 진심으로 후궁의 안녕을 걱정하셨던 거야.”“언니, 황후를 너무 띄워주지 마세요. 우리 고모께서 그러시는데 황궁에서 총애를 갈구하지 않는 여인은 없다고 하셨어요.”“황후가 정말 우리를 위해 그랬을까요? 어렵게 얻은 합방의 기회를 다른 비빈에게 양보하면서까지요?”“황후는 고단수예요. 폐하의 승은은 받고 싶은데 용기

  • 폭군의 장군 황후   제24화

    ‘어떻게...’봉구안은 저도 모르게 손바닥에 땀을 쥐었다.그날 밤 그녀와 싸웠던 사내와 똑같게 생긴 얼굴이 지척에 있었다.아니, 정확히 말하면 그들은 동일 인물이었다!아름다운 눈동자에 담긴 살기마저도 그날과 똑같았다.처음 그와 대결한 뒤, 그녀는 지금까지도 그를 황제의 그림자 호위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다.그런데 황제였다니!고귀한 제왕이 그런 놀라운 무공 실력을 가진 것도 예상밖이었다.반면 소욱은 그녀가 그날의 자객이었다는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황후, 언제까지 짐을 뚫어져라 쳐다볼 생각이지?”소욱이 불쾌한 목소리로 물었다.봉구안은 바로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신첩의 결례를 용서하시옵소서.”겉으로는 평온한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사실 속으로는 긴장에 떨고 있었다.소욱도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황후의 얼굴을 바라보는 것은 처음이었다.지난 번에 봤을 때는 멀리서 말에 다칠 뻔한 태후를 부축하던 모습이었는데 그때의 느낌과는 완전히 달랐다.그는 손을 뻗어 긴 손가락으로 황후의 턱끝을 들어올렸다.대대로 현명한 황후를 배출한 봉씨 가문이지만 역대 황후들의 용모는 청순하다고 할 수 있어도 절대 화려한 용모는 아니었다.그런데 이번 대에 와서 이렇게 아름다운 미인을 궁으로 보내다니!그들의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이런 여자를 궁에 보내고 총애를 바라지 않는다는 건 시뻘건 거짓말일 것이다!그리고 황후가 궁에 들어온 이후로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었다.“대체 누가 허락도 없이 비빈을 자진궁에 보내라고 한 거지?”봉구안은 고개를 들고 그와 시선을 똑바로 마주한 채 답했다.“신첩은 궁중 법도대로 일을 처리하였을 뿐입니다. 신첩이 뭘 잘못한 게 있다면 말씀해 주시지요.”소욱은 싸늘한 눈빛으로 그녀를 노려보며 말했다.“황후는 짐의 원칙에 대해 전혀 모르나 보군. 그럼 내 친히 가르쳐 줘야겠지.”곧이어 그는 그녀에게서 손을 데고 유사양을 불렀다.“황후는 입궁한지 얼마 되지 않아 원칙을 모를 수 있어도 옆사람들이 일깨워주지 않

  • 폭군의 장군 황후   제25화

    봉구안은 숨이 막히고 얼굴이 파랗게 질려갔다.“가족들과 서신을 주고받다가 어깨너머로 들은 내용입니다...”“가족들과 서신?”소욱은 당연히 믿지 않는 눈치였다.그는 사람을 시켜 황후와 가족들이 나눈 서신을 전부 가져오라 명하였다.밖에서 듣고 있던 최 상궁는 당황해서 눈을 휘둥그레 떴다.‘황후는 가족들과 서신을 주고받은 일이 없는 거로 아는데?’이때, 언제 온 건지 연상이 손에 무언가를 들고 나타났다.연상은 이미 돌처럼 굳어버린 최 상궁을 뒤로하고 천천히 방 안으로 들어갔다.“폐하, 이건 봉 대인께서 오늘 보내온 서신이옵니다.”소욱은 황후를 놓아주고 서신을 펼쳤다.전형적인 아버지가 딸에게 보낸 서신이었다.“사랑하는 딸, 장미에게. 시집 가기 전 황후의 소임을 다하고 여러 후궁들이 편하게 살 수 있는 황궁을 만들겠다고 했을 때, 이 아비는 아주 흐뭇했단다. 그래서 너에게 도움이 될까 싶어 이렇게 서신을 쓴다.”그 뒤로는 비빈 강씨에 관한 것과 다른 비빈들의 집안 상황에 관한 것들이 적혀 있었다.그들이 입궁한 시간과 가족 중에 부모 형제와의 관계, 취향 등이 있었다.이 편지만 놓고 보면 황후가 진심으로 후궁들을 관심하고 걱정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편지를 다 읽고난 소욱은 여전히 싸늘한 표정을 풀지 않았다.“참으로 현명한 황후 납셨군. 아주 만반의 준비를 했어.”항상 의심을 품고 사는 그였기에 바로 사람을 시켜 필적을 대조헀다.결과를 기다리는 중에도 봉구안은 흐트러짐 없이 태연한 표정을 유지하고 있었다.곧이어 유사양이 돌아와서 말했다.“폐하, 봉 대인의 필적이 맞다고 확인되었습니다.”소욱은 봉구안의 속을 꿰뚫어 보려는 듯이 빤히 쳐다보았다.반면 봉구안은 무표정한 얼굴로 고개를 살짝 숙이고 있었다.옆에 있는 연상은 긴장으로 이마에 식은땀이 나고 손발이 덜덜 떨렸다.이 서신은 황후의 지시를 받고 그녀가 쓴 것이었다. 연상이 봉 부인의 총애를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그녀가 필적이나 그림을 감쪽같이 모방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

  • 폭군의 장군 황후   제26화

    봉구안은 천천히 고개를 들고 흔들림 없는 고요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폐하, 신첩이 마음이 앞서 심기를 어지럽힌 것에 대해 정말 송구하게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 벌로 영화궁에서 반성하고 있을 것이니 폐하의 시중을 들기에는 적합하지 않습니다.”소욱의 눈동자가 위험하게 빛났다.“그래도 아주 멍청한 것은 아니군.”“가마를 준비하거라. 영소전으로 간다.”황제가 돌아간 후, 연상은 다리에 힘이 풀러 풀썩 주저앉았다.“마마, 겁나 죽는 줄 알았습니다.”그녀는 주변에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걱정스럽게 말했다.“마마, 폐하께서는 강빈을 매정하게 내치셨는데 이로서 우리 계획은 실패로 돌아갔네요.”“게다가 폐하와 황귀비, 강빈 모두 적이 되게 생겼으니 이를 어쩌면 좋아요?”봉구안은 실패라고 생각되지 않았다.그녀는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강빈은 황귀비와 가장 가까웠던 사람이니 만약 폐하께서 강빈에게 마음이 있었다면 진작에 승은을 주었을 것이다.”“예? 그럼 거절당할 것을 알면서 강빈을 폐하의 침전으로 보냈단 말씀인가요?”연상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어투로 말했다.“설마 마마, 일부러 그러신 건 아니죠?”봉구안이 말했다.“싸움에서 이기려면 인내심이 필요해. 적이 실수할 때까지 기다리는 인내심.”“마마, 소인은 아둔해서 잘 모르겠사옵니다.”봉구안은 고개를 돌려 연상을 바라보며 말했다.“폐하가 이런저런 핑계를 대고 약속을 미루기 전에 먼저 실수를 유도하는 거지. 잘못이 폐하께 있는 한, 주동권은 우리한테 있어.”“조금 알 것 같기도 하고, 아리송하네요.”연상은 머리를 긁적이며 기죽어서 말했다.“3일 안에 폐하는 다시 강빈의 처소를 찾을 거야. 이번에는 약속을 번복하시지 않을 거니까 두고 봐.”연상은 그 말에 의구심을 품었다.‘그 폭군이?’깊은 밤, 봉구안은 잠이 오지 않았다.자신과 두 번이나 맞붙었던 호위가 사실은 황제였다니. 게다가 황제는 천수독이 온몸에 퍼진 상태라 생각만 해도 골치가 아팠다.일반 호위무사라면 절대 간

  • 폭군의 장군 황후   제27화

    강빈은 놀랍기도 하고 기쁜 마음에 한걸음에 달려나갔다.금빛 찬란한 상자들을 보자 그녀는 조금 전의 불쾌감이 눈 녹듯이 사라졌다.옆에 있던 시종이 말했다.“마마, 폐하께서는 영화궁을 떠난 후에 영소전에 잠깐 머물렀다고 합니다. 아마 황귀비께서 폐하께 뭐라고 말씀하시어 보상을 하사하신 것 같아요. 황귀비께 고마움을 표해야겠어요!”강빈은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나를 진심으로 대해주시는 건 황귀비마마뿐이야. 그분은 황후랑 달라!”황후 얘기가 나오자 그녀는 다시 분노가 솟구쳤다.‘황후, 복수할 거야!’한편, 자진궁.대전 안은 삭막하게 고요했다.그날 밤.사내는 짜증을 못참고 침상에서 벌떡 몸을 일으켰다.소욱은 옷섶을 풀어헤친 채, 침상에 앉아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영화궁에서 나눴던 대화가 자꾸만 머릿속을 맴돌며 잠이 오지 않았다.‘뭔가 이상해! 난 분명 황후의 시종들을 곤장을 쳐서 본때를 보여줄 생각이었어.’‘그런데 어쩌다가 황후한테 말렸지?’아마 그녀가 강빈의 아버지와 형제들 얘기를 꺼내기 시작한 시점인 것 같았다. 그녀의 말을 들으며 사실 확인을 위해 서신의 필적까지 감정하면서 영화궁에 온 목적은 완전히 잊은 채, 황후에게 끌려다닌 것 같았다.그 뒤로 대화가 끝나기까지 그는 황후가 자진궁에 허락도 없이 비빈을 들여보낸 것에 대해 다시 말을 꺼내지 않았다.황후가 만약 진심으로 강빈을 위로할 생각이었다면 일찌감치 그를 찾아와서 상의했어야 했다. 하지만 먼저 저지르고 궁지에 몰리자 강빈 아버지 얘기를 꺼내며 위기에서 빠져나갔다.아무리 생각해도 황후가 그의 실수를 유도한 게 분명했다.‘젠장!’소욱은 짜증스럽게 침대를 내렸다.소리를 들은 유사양이 안으로 들어와 촛불을 켰다.“폐하, 어디 나가시려고요?”소욱은 유사양을 보자 오늘 있었던 일들이 또 떠올라서 홧김에 발로 그의 배를 걷어찼다.유사양은 겁에 질려 바닥에 털썩 무릎을 꿇었다.“폐하, 소인이 뭘 잘못했는지 말씀만 해주시면 저절로 벌을 받겠습니다. 소인 때문에 폐하의 옥

  • 폭군의 장군 황후   제28화

    황귀비는 제 귀를 의심했다.조검이 계속해서 말했다.“유 태감이 마마께 기다리지 말라고 전하셨으니 사실일 겁니다. 폐하께서는 지금 강빈의 처소에서 저녁을 드시고 계신답니다.”황귀비는 갑자기 불쾌감이 들면서 인상을 찌푸렸다.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아무리 저녁을 같이 하더라도 어차피 황제는 강빈을 품어주지 않을 것이다.‘이런 일로 당황하지 말자. 난 황제의 총애를 받는 황귀비야!’황제가 강빈을 찾아갔다는 소식을 들은 뭇 비빈들은 충격에 빠졌다.가장 분개한 건 단연 녕비였다. 그녀는 홧김에 찻잔을 집어던졌다.“강빈이 입궁한지 얼마나 된다고! 왜 걔가 나보다 먼저 승은을 입는다는 것이냐!”그녀의 시종이 조심스럽게 말했다.“마마, 폐하께서는 어쩌면 강빈의 부친인 강 장군이 전장에서 승리하였다고 하여 격려 차 가신 걸 수도 있어요.”녕비는 여전히 미간을 찌푸렸다.“고모 말이 정말 맞는 걸까? 황후가 뒤에서 강빈을 밀어주고 있다는 말 말이야.”시종은 조심스럽게 대답했다.“마마, 그건 저도 모르겠사옵니다.”“하지만 황후께서는 아직 출입금지가 풀리지도 않았는데 무슨 수로 강빈을 돕겠어요?”녕비는 이 상황이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황후가 정말 대단한 수완을 가진 지략가라면 자신이 아닌 강빈을 밀어준 것이 이상했다.그녀는 후궁에 황제의 총애를 바라지 않는 여자는 없다고 굳게 믿었다.가장 신이 난 사람은 당연히 비빈 강씨였다.입궁한지 몇 년이 지나도록 황제가 그녀의 처소를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폐하, 이것 좀 드셔보십시요. 진주삼계탕인데 폐하가 오신다고 하여 신첩이 직접 만든 겁니다.”“폐하는 매일 정무가 바쁘시니 피로에 좋은 차도 준비했어요!”“폐하…”소욱은 참다못해 젓가락을 내려놓고 싸늘한 눈빛으로 강빈을 보며 말했다.“강빈, 밥 먹을 때는 조용히 밥만 먹는 법이야.”강빈은 아랫입술을 질끈 깨물며 다소곳이 사과했다.“폐하, 무례를 용서해 주시옵소서. 신첩은 단지 너무 기뻐서 그만 결례를 범했습니다.”그녀의 쉴새없는 말에

Latest chapter

  • 폭군의 장군 황후   제923화

    양측 군대가 대치 중인 가운데, 대하 측은 평화 협상을 위해 사신을 선성 근처 유현으로 보냈다.사신은 남제 황제 소욱을 만나, 대하의 평화 의지와 함께 과거 남제와의 화친 및 대하 장공주의 공헌을 강조하며 설득에 나섰다.소욱은 상석에 앉아 차를 마시며 아무 말 없이 그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그가 풍기는 느긋하고도 오만한 태도는 상대를 불편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사신의 말이 끝나자 소욱은 찻잔을 내려놓고 차갑게 시선을 들었다. 그의 날카로운 눈빛은 마치 상대의 내면을 꿰뚫는 듯했다.“평화 협상이라?”사신은 준비해온 국서를 급히 올리며 고개를 숙였다.소욱은 국서를 읽은 뒤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위엄 있는 모습은 보는 이를 압도하며, 상대방의 숨을 멎게 할 만큼 위압적이었다.사신은 고개를 들지 못하고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다. 몇 초 동안의 침묵이 이어지자, 그는 땀을 흘리며 간신히 견뎌야 했다.마침내 소욱이 입을 열었다. 그의 목소리는 냉소적인 비웃음을 담고 있었다.“고작 이 정도로 나를 설득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사신은 식은땀을 흘리며 억지로 미소를 지어 보였다.“폐하, 그 세 개의 성은 비옥한 땅이며…”“허.”소욱은 냉소를 내뱉으며 말을 끊었다.“보아하니 대하는 장병들의 목숨도 가볍게 여기고, 국가의 멸망도 두렵지 않은 모양이군.”“폐하!”사신이 더 말을 잇기도 전에 소욱의 손짓에 따라 사람들이 그를 끌어냈다.“폐하! 대하는 진심으로 평화 협상을 원합니다! 세 개의 성이 부족하다면 네 개를… 네 개를 드리겠습니다!”소욱은 긴 소매를 휘두르며 단호히 외쳤다.“대하가 양보하지 않겠다면 성을 공격하라! 과인 명하노니, 먼저 대하를 쳐라!”……대하.대하 조정에 전해진 전황은 심각했다.“폐하! 남제군이 국경에 집결하여 기세가 꺾이지 않고 있습니다!”황제는 놀란 표정으로 대전으로 향했다.“남제군이 이렇게 빨리 진격했다니! 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신하들 사이에서는 불안감이 퍼졌다.“폐하, 저희 병력 대부

  • 폭군의 장군 황후   제922화

    북연, 승상부.섭정을 맡은 승상은 밤낮으로 고민하며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었다.그때, 군사 보고를 위해 한 관료가 급히 들어왔다. 그의 얼굴엔 불안과 초조함이 역력했다.“승상! 큰일 났습니다! 남제로 보낸 원군이 모두 포위당했고, 살아남은 병사들은 전멸하거나 포로로 잡혔다고 합니다!”승상은 앉아 있다가 놀라며 일어섰다.“선성은? 폐하와 장수들은 무사한가?”“아직 선성 쪽에서 오는 소식이 없습니다…”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또 한 무장이 급히 달려 들어왔다.“승상! 선성에서 큰일이 벌어졌습니다!”승상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이번엔 또 무슨 일인가?무장은 가져온 물건을 내밀며 창백한 얼굴로 말했다.“이것은 남제에서 온 국서입니다. 그들은 이미 선성을 점령했으며, 폐하와 장수들이 돌아오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합니다.”이 말에 승상과 관료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모두들 어쩔 줄 몰라 했다.“도대체 이제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폐하께선 분명 선성이 연합군의 손에 들어갔다고 전하지 않았는가?”“세상 일은 한순간에 바뀌는 법. 어쩌면 이 모든 것이 남제의 계략일지도 모릅니다!”“폐하를 구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나라에 군주가 없어선 안 됩니다!”모두가 승상을 바라보며 그의 지혜로운 판단을 기다렸다.승상은 국서를 열어 차분히 읽은 뒤, 얼굴에 분노를 가득 담고 고개를 들었다.“무도하다! 남제가 우리 북연의 영토 절반을 내놓으라고 요구하다니! 그 대가로 폐하를 무사히 돌려보내겠다고 한다!”“뭐라고요?” 관료들은 경악했다.“영토의 절반이라니, 너무도 과도한 요구입니다!”한 관료가 염려하며 물었다.“승상, 만약 우리가 거절하면 폐하께서 위험에 처하지 않을까요?”승상은 고개를 숙이며 한숨을 내쉬었다.남제가 이렇게까지 협박하는 상황에서 그들이 황제를 무사히 돌려보낼 가능성은 없어 보였다.사실 이 모든 사태는 황제가 자신의 경고를 듣지 않았던 데서 비롯되었다.승상은 이미 황제에게 직접 나서지 말라고 여러 차례 경고했지만, 결국

  • 폭군의 장군 황후   제921화

    남제군은 선성 안팎을 장악하며 저항자는 가차 없이 처단하라는 명령을 받았다.성벽 위에 서 있던 소욱은 적군이 혼란에 빠져 달아나는 모습을 차가운 눈빛으로 내려다보았다.바람에 흩날리는 옷자락 아래, 그의 표정은 한결같이 냉정했다.“모든 부대에 알리거라. 이제 멈추지 말고 이번 기회에 완전히 끝낼 것이다.”“예, 폐하!”밤이 지나고 새벽 햇살이 선성을 비추자, 성 안팎에는 적군의 시체가 여기저기 널려 있었다.연합군의 깃발은 하나둘씩 뽑히고, 그 자리를 남제의 깃발이 대신했다.새벽 햇살 아래 봉구안의 눈은 붉게 물들었고, 그 안에는 차가운 살기가 서려 있었다.남제군은 마치 신의 가호를 받은 듯 강력한 전투력을 과시하며 적을 섬멸했다.이번 전투는 대규모의 전쟁이었다. 양군이 선성 안에서 맞붙은 상황은 드넓은 평야에서의 전투와는 달랐다.성 안의 좁은 지형과 빽빽한 건물들 때문에, 양쪽 모두 많은 무기를 제대로 사용할 수 없었다.남제군은 본래 선성을 수비하던 병력이 대부분이어서, 지형을 완전히 파악하고 있었다.그 결과, 양측의 전력 차이는 뚜렷하게 드러났다.북연군의 가장 강력한 기병 부대는 성 밖에 갇혀 기동성을 잃었고, 북연 황제는 남은 병력을 이끌고 구련산에서 마지막 방어선을 구축했다.수화부 역시 다수의 전사자를 내며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상태였다.그 와중에 누군가 군중 속에서 소리쳤다.“대하국 병사들이 동쪽 성벽으로 달아났다! 우리도 동쪽으로 가자!”하지만 병사들이 간신히 동쪽 성벽에 도착해, 대하국 병사들이 남긴 화살을 따라 성벽을 오르자, 성벽 밖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던 것은 남제군의 화살 세례였다.결국 병사들은 다시 퇴각할 수밖에 없었다.퇴각하는 도중에도 남제군의 추격은 끊임없이 이어졌고, 병사들은 어느 곳으로도 피할 수 없었다.……구련산.북연군은 산 위로 몰려가 마지막 방어선을 구축했지만, 모두가 기진맥진해 있었다.북연 황제는 바위 위에 앉아 쉬고 있었고, 주변에는 쓰러지거나 비쩍 마른 병사들로 가득했다.그들

  • 폭군의 장군 황후   제920화

    봉구안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단춘을 바라보았다.그런 뒤, 말에서 날렵하게 뛰어내려 단숨에 그에게로 달려들었다.그녀의 움직임은 너무도 신속하고 날카로워 단춘은 전혀 대비할 틈이 없었다.봉구안이 사용하던 긴 창은 정말로 ‘길이가 길수록 강하다’는 말처럼 압도적인 힘을 발휘했다.단춘은 그녀에게 다가가 보지도 못하고 연이어 팔을 맞아 칼을 놓칠 뻔했다.하지만 그는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즉시 부하에게 긴 창을 가져오게 한 뒤, 무기를 바꾸자 더욱 능숙하게 움직이며 다시 자신감을 얻었다.그러나 곧이어 창이 ‘쨍’ 하는 소리와 함께 두 조각으로 부러졌다.단춘은 한순간 멍해졌다.설마 이 긴 창이 부러질 줄은 생각도 못했다.‘회임 중이라고 하지 않았던가?’“장군님, 조심하십시오!”갑작스러운 경고에 고개를 들어올린 단춘은 은빛으로 반짝이는 창 끝이 눈앞으로 다가오는 것을 보았다.그는 빠르게 몸을 굴려 겨우 치명타를 피했다.……한편, 북연 황제는 호위병들에게 둘러싸인 채 후퇴하며 병력을 소집하려 고함쳤다.그러나 성 안의 혼란 속에서 그의 목소리는 묻혀버렸다.갑작스러운 야습에 놀란 연합군은 무장할 겨를도 없이 전투에 뛰어들었다.혼란에 빠진 병사들 중 일부는 공포에 질려 소리쳤다.“음병이다! 움직이지 마라! 음병이 나타났다!”다른 일부 병사들이 또 외쳤다.“진영이 무너졌다! 그만 싸워라! 우리는 같은 편이다!”그렇게 전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병사들은 방향을 잃고 갈팡질팡하며 혼란 속에서 휘말렸다.단춘은 병사들의 엄호 속에 가까스로 봉구안으로부터 벗어났다.그는 급한 나머지 높은 곳으로 올라가 대하국 군기를 높이 들며 외쳤다.“대하국 병사들은 모두 나에게로 오라! 활을 준비하고 진형을 갖추어라!”그러나 부장이 급히 부상을 입은 팔을 붙잡고 나타나 말했다.“장군님, 공간이 너무 좁아서 활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단춘은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지만 적군의 기습 앞에서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더 늦기 전에 반격하지 않으면 모든

  • 폭군의 장군 황후   제919화

    막사를 열고 들어온 황제의 키 큰 실루엣은 위엄과 당당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봉구안은 소욱이 이렇게 빨리 선성에 도착한 것을 보고 다소 놀란 기색이었다.‘어떻게 이렇게 빨리 선성까지 온 거지?’소욱은 갑옷도 벗지 않은 채 성큼성큼 다가와 아직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 그녀를 단숨에 끌어안았다.“왜, 나를 못 알아보겠느냐?”봉구안은 정신을 차리고 팔을 들어 그를 부드럽게 끌어안았다.“폐하께서 친히 군을 이끄셨다… 고생 많으셨습니다.”소욱은 그녀를 꽉 끌어안으며 턱을 그녀의 어깨에 얹고 가볍게 문지르며 말했다.“너를 보니 수고로움도 잊게 되는구나. 오늘 밤, 저들을 공격하려는 것이냐?”그리움은 나중에 다시 이야기해도 될 터. 지금은 적을 물리치는 것이 우선이었다.봉구안은 표정을 단단히 가다듬고 대답했다.“예, 이제 때가 왔습니다.”원래 계획은 봉구안이 병력을 이끌고 선성의 적군을 고립시키고, 외부와의 모든 연락을 차단하여 적국이 원군을 파견하도록 유도하는 것이었다. 그 후 소욱 황제와 스승이 ‘거미줄’ 기계 장치를 활용해 적의 원군을 소멸시키고, 이어 선성 내의 적군을 몰살하는 계획이었다.그렇게 되면 적군은 식량 부족과 내부 갈등, 공포로 인해 기세를 잃게 될 터였다.이런 방식으로 남제는 적은 병력으로도 큰 효과를 낼 수 있었다.봉구안은 그날 밤의 공성 계획을 황제에게 설명하였다.소욱은 그녀의 여윈 얼굴을 보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그는 그녀의 손을 살며시 잡으며 말했다.“알겠다. 먼저 좀 쉬는 게 좋겠구나. 군사 업무는 내가 맡으마. 밤에 적을 치려면 너도 푹 쉬어야 하지 않겠느냐.”소욱이 나타나자 봉구안은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하지만 ‘쉰다’는 건 그녀로선 불가능한 일이었다.더구나 소욱과 비교하자면 그녀는 몇 달간 큰 고생도 아니었다.“지금은 기세를 몰아가는 것이 최선입니다.”소욱은 그녀의 고집스러운 성격을 알기에 더는 말리지 않았다.그저 한마디 덧붙였다.“밤에 공성을 시작할 때, 반드시 조심해야 한다. 알겠느냐?

  • 폭군의 장군 황후   제918화

    봉구안은 적군을 밑으로 내리차고 손에 들고 있던 물건을 땅굴로 던졌다.옆에 있던 은이는 재빨리 반응해 구멍을 방패로 막았다.곧이어 땅굴 안에서 고함소리가 들려왔다.땅굴 안.북연 황제는 호위병들에게 둘러싸인 채 전진하던 중, 전방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리자 불길한 예감을 느꼈다."무슨 일이냐!"곧 누군가 소리쳤다."장수말벌이다! 장수말벌이 나타났다! 모두 도망쳐라!"‘장수말벌?’‘어디서 장수말벌이 나타났단 말인가!’황제는 생각할 틈도 없이 호위병들에게 둘러싸인 채 후퇴를 했다.비좁은 땅굴 속에서 후방 병사들은 탈출하려고 앞으로 밀치고, 앞쪽 병사들은 장수말벌을 피해 후방으로 되돌아오며 두 무리가 엉켜 서로 밀치고 싸웠다.결국 병사들은 장수말벌에 쏘여 온몸이 붓고 고통 속에 비명을 질렀다.다시 선성으로 돌아왔을 때, 병사들의 모습은 완전히 엉망이었다.북연 황제는 호위병들의 보호로 장수말벌의 공격은 피했지만, 여전히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대체 어디서 장수말벌이 나온 거냐!"한 병사가 대답했다."폐하, 남제군입니다! 그들이 땅굴을 발견하고 저희를 막았습니다!"단춘은 얼굴 곳곳에 벌에 쏘인 자국이 생겨 눈꺼풀까지 부어올랐다.그는 분노를 참으며 얼굴이 검게 변해갔다."남제 놈들이 어떻게 땅굴의 존재를 알았단 말인가! 분명 적의 간첩이 있는 거겠지!"북연 황제도 단춘의 생각에 동의하며 소리쳤다."그 밀정을 찾아내라! 가죽을 벗겨버리겠다!"하지만 밀정을 찾지 못한 사이, 연합군의 군량은 거의 바닥이 났고, 병사들은 생존을 위해 눈빛이 날카로워졌다.거기에 밤마다 음병의 괴롭힘까지 더해져, 병사들은 하루하루가 지옥 같았다.……선성 밖.맑은 하늘 아래, 남제군이 둘러앉아 고기를 굽고 있었다.고기 냄새가 사방으로 퍼지면서, 선성 안 병사들까지도 그 냄새를 맡고 침을 삼켰다.주막 안.봉구안은 몇몇 장수들과 전략 회의를 하고 있었다.그때 은삼이 들어와 공손히 말했다."황후마마, 진나라가 항복을 요청했습니다."봉구안은 고개를 들

  • 폭군의 장군 황후   제917화

    남강 왕궁.서왕은 상객으로 예우받았다.남강왕은 술잔을 들며 거창하게 말했다.“내가 짐작했지. 남제는 큰 책략을 가지고 있다.”“서왕, 남제가 요즘 기세가 대단하군. 한 달 남짓 만에 적국의 원군 십여만을 섬멸했다니, 정말 감탄스럽구나.”“이렇게 가면 곧 적군을 완전히 몰아낼 수 있을 것이다!”서왕은 자만하지 않고, 차분히 말했다.“남제가 적군을 이길 수 있었던 건 전원이 한마음으로 뭉쳤기 때문입니다.”“아직 전세가 안정되지 않았으니, 방심해서는 안 됩니다.”남강왕과 아래에 앉은 신하가 눈빛을 주고받았다.이윽고, 그 신하가 일어서며 말했다.“서왕 전하, 귀국이 승전가를 이어가며 구름을 걷어내고 푸른 하늘을 보여주고 있습니다.”“남강 외곽의 수화부 연합군도 물러갔으니, 이제 남강을 귀국의 주둔군이 지킬 필요는 없지 않겠습니까?”서왕의 눈빛이 약간 변했다.이것이 바로 남강 군신들의 진짜 속셈은 남제 군대를 남강에서 철수시키고 싶어 하는 것이었다.서왕은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그렇다면, 내일 제가 병력을 데리고 떠나겠습니다.”애초에 떠날 생각이었다.남강에 주둔했던 것은 남강을 지원하고, 수화부를 막으며, 남제를 수호하기 위해서였다.수화부 연합군이 이미 물러났으니, 황상과 황후의 계획에 따라 그는 확실히 귀국해야 했고, 5만 군사를 이끌고 동방을 증원해 조유관을 지킬 때였다.남강왕은 무척 만족한 듯 술잔을 들어 함께 건배했다.“남제와 남강은 형제의 맹약을 맺은 사이. 서왕, 이 잔을 비우며 남제가 이 난관을 넘기고 대승을 거두길 기원하자구나!”서왕은 술을 한 모금 마시며 평온한 표정을 지었다.왕좌에 앉은 남강왕은 남몰래 서왕을 냉랭한 눈빛으로 쳐다보았다.남제는 심모원려한 나라였다. 전쟁도 허실을 섞어 대하기 어려웠다.작은 실수가 큰 화를 불러올 수 있기에, 남강은 항상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었다.수화부 연합군이 물러났으니, 남강에 남제 주둔군은 더 이상 필요 없었다.남강 땅에 남제 군사 한 명도 남길 수 없었다!

  • 폭군의 장군 황후   제916화

    3월이 되어 날씨가 따뜻해지고 꽃들이 만개했다.각국의 원군이 남제 땅으로 들어오자 소욱이 이끄는 남제 군대가 그들을 포위 공격했다.'거미줄'은 아래에 있고 사람은 위에 있으니, 적들은 그 전술을 막아낼 방법이 없었다.각국 장병들은 이런 전투 방식을 본 적이 없었다. 기습적으로 나타나는 함정과 계략이 그들을 괴롭혔고, 남제군의 움직임은 신출귀몰했다.'병귀신속'이란 말 그대로, 소욱은 직접 전장에 나가 결단력 있고 단호한 명령을 내렸다.한편, 선성에서는 연합군이 본국의 추가 지원군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다.그들은 3개월째 고립되어 있었고, 식량은 점점 바닥났다. 더는 병사들을 먹여 살릴 수 없었다.이대로 가면 설령 선성의 보물을 찾아도 살아서 누릴 수 없을 터였다.그간 계속해서 성문 자물쇠를 열어보려 했지만, 50만이 넘는 병사들 중 그 자물쇠를 풀 수 있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단춘은 병사들을 이끌고 도끼와 대검을 들고 성문을 부수려 했지만, 철벽 같은 그 방어 장치는 칼도 창도 통하지 않았다.주국공부.북연 황제는 눈앞의 음식을 보고 젓가락을 세게 내려놨다.탁!그는 곧 질책하듯 물었다.“이게 전부냐? 고기는 어디 갔느냐!”호위병이 답했다.“폐하, 군량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황제가 호위병들을 훑어보니 그들 모두 예전보다 훨씬 수척해 보였다.이대로 가다간 남제군이 공격해 오기도 전에 굶어 죽을 판이었다.황제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탁자를 뒤엎었다.“쾅!”“오늘 밤, 야습해서 탈출한다!”이대로 더 기다릴 수는 없었다.성문으로 나갈 수 없었기에, 그들은 운제와 벽에 매단 밧줄을 이용해 성벽을 넘어가야 했다.그날 밤, 북연군은 북쪽 성문을 통해 탈출하려 했다.밤하늘 아래, 모두가 조심스레 움직이며 성 밖의 남제군이 눈치채지 않기를 바랐다.운제를 설치한 뒤, 병사들은 운제를 타고 성벽으로 올라갔다.그 후 밧줄을 붙잡고 성벽 아래로 내려갔다.하지만, 내려가는 도중 갑자기 화광이 비춰왔다.밝은 불빛이 그들을 드러내며

  • 폭군의 장군 황후   제915화

    대하국의 지원군은 초조함에 휩싸였다.곰곰이 생각해 보니, 아무리 옥석비가 있다지만, 겨우 소수 병력만 이끌고 있는 남제 황제가 그들의 10만 대군과 싸우려 하다니, 너무나 오만한 처사가 아닌가 싶었다.그러나 곧 이어진 광경은 그들에게 평생 잊을 수 없는 충격을 안겨주었다.땅이 갑자기 들썩이며 사방에서 수천의 병사가 솟아나 그들을 포위해 버렸다.대하국 선봉 지휘관은 망연자실했고, 후방 병사들은 무기를 움켜쥔 채 외쳤다.“장군님, 매복입니다!”소욱의 눈은 서늘하게 얼어붙어, 차갑기만 했다.“항복하는 자는 살려줄 것이다.”대하국 병사들은 전투용 쇠뇌를 준비하며 진영을 구축했고, 선봉 장수는 큰 소리로 외쳤다.“죽음을 각오하고 싸운다! 남제군을 모두 쓸어 버려라!”소욱의 얼굴은 차가운 기운으로 가득했고, 그는 손을 한 번 휘저었다. 그러자 멀리서 준비를 마친 궁수들이 일제히 화살을 쏘아올렸다.같은 시각, 북부에서는 북연의 10만 대군이 남제군의 기습을 받았다.맹건은 북방군을 이끌고 어디선가 나타났고, 그의 옆에는 옥석비가 자리 잡고 있었다.북연 병사들은 맹건을 알아보고 크게 놀랐다.“북방군은 이미 궤멸된 게 아니었나? 어째서 여기에 나타난 거지?”맹건은 흙 언덕 위에 서서 강렬한 눈빛과 함께 살기를 뿜어냈다.남제를 공격하는 여러 나라들이 한창 공세를 펼칠 때, 그는 이미 황제와 봉구안으로부터 비밀 지령을 받아두고 있었다.처음에는 북방을 포기하라는 명령이 너무 터무니없이 들렸지만, 곧 남제가 이미 ‘거미줄’로 불리는 비밀 통로를 구축해 놓았음을 알게 되었다.북방군은 패한 척하며 은밀히 거미줄 통로 속에서 숨었고, 그동안 백성들을 대피시키며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이제야말로 반격의 때가 온 것이다.맹건은 장검을 뽑아 하늘을 가리키며 외쳤다.“선조의 옥석비가 우리를 지키고 있다! 남제의 국토를 침범한 자들은 모두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다!”갇혀 있던 늑대처럼 전의를 불태우던 북방군은 순식간에 몰려들어 포효했다.“돌격하라!”북연의 주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