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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화

소욱은 입술을 앙다물고 분노를 다스렸다.

황후가 준 처방전을 태의원에 연구하도록 하였지만 이렇다할 성과가 없었다. 중요한 약재 몇 가지가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처음부터 계략에 능한 여자라고 생각했지만 이걸 또 이렇게 이용할 줄이야!

‘요망한 것!’

소욱은 싸늘한 얼굴로 계속해서 물었다.

“황후가 그러고 또 뭐라고 하였느냐.”

조검의 이마에서는 식은땀이 비오듯 흐르고 있었다.

“황후께서는 폐하께서 고민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황귀비는 고통에 시달릴 거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강제로 약을 빼앗으려 한다면 약을 훼손하는 한이 있더라도 절대 드리지 않겠다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폐하께서 약속을 번복하실 리는 없지만 성지로 확실하게 해두는 것이 좋겠다고 하셨습니다…”

말을 마친 조검은 사지에 힘이 쫙 빠졌다.

‘나 죽는 건 아니겠지?’

조검의 말을 들은 소욱의 얼굴은 섬뜩하게 일그러졌다.

영소전 내부에 삭막한 정적이 감돌았다.

영화궁 쪽도 분위기는 마찬가지였다.

최 상궁의 얼굴은 백지장처럼 하얗게 질렸다.

약이 없다고 했다가 갑자기 약을 내놓으며 황제에게 조건을 제시한 건 자칫 잘못하면 군주를 기만한 죄를 물을 수도 있는 일이었다.

그는 황제가 얼마나 화가 나 있을지 상상도 하기 싫었다.

과거에 재상이 황제에게 총애를 골고루 줘야 한다고 간언했다가 그날 바로 참수를 당했던 일이 떠올랐다.

참다못한 최 상궁은 이를 악물고 앞으로 나섰다.

“마마, 아무리 폐하의 총해를 원하셔도 이건 안 될 일이죠! 평생 두통약으로 폐하를 협박하여 합방을 강요하실 건 아니잖아요!”

사실 연상도 두렵기는 마찬가지였다.

물론 봉구안이 확신이 없는 싸움을 벌이지 않았을 거라고 믿지만 그래도 불안한 건 어쩔 수 없었다.

사람들은 황후가 황제의 총애를 위해 이 일을 벌였다고 생각하겠지만 황후가 요구한 것은 후궁을 골고루 살펴달라는 정당한 요구였다.

소식을 접한 후궁 비빈들 사이에서도 난리가 났다.

“들었어? 황후께서 두통약을 빌미로 페하를 협박하셨대!”

“황후마마는 정말 여러모로 대단하신 분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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