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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화

황제가 떠난 후, 황귀비의 측근 춘화(春禾)가 수심 가득한 얼굴로 다가와서 말했다.

“마마, 황후가 만약 폐하의 승은을 입고 회임이라도 한다면 이 궁에서 마마의 독보적인 지위는 사라질 거예요.”

쾅!

침대머리에 놓였던 화분이 바닥에 떨어지며 산산조각이 났다.

춘화는 다급히 주변을 정리하고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마마, 고정하세요!”

황귀비는 음침한 얼굴을 하고 침대에 누워 치를 떨었다.

“폐하께서는 그 여인과 합방할 리가 없어!”

입궁하기 전에 이미 더럽혀진 여자이고 뻔뻔하게도 총애를 달라고 황제를 강요한 여자였다.

그 시각, 다른 비빈들은 한 자리에 모였다.

황제의 승은을 한 번도 받아본 적 없는 그들이었기에 황귀비보다 타격이 크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불만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었다.

“역시 황후의 수완이 대단하네요. 폐하께서 그런 요구를 받아들여 주시다니.”

황귀비 쪽 사람인 비빈 강씨가 비꼬듯이 말했다.

“그게 무슨 수완이야? 그냥 협박이지! 난 조건이 주어져도 그렇게 비열한 짓은 안 해! 두고 봐! 분명 폐하의 노여움을 사고 내쳐질 거니까!”

성난 비빈들이 있는 반면, 현비는 여느 때처럼 토론에 참여하지 않았다.

“입궁하면 다 같은 식구고 황후마마를 축복해 드려야 하는 게 맞아.”

사람들은 서로 눈치를 살폈다.

갑자기 찾아온 변화에 기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적지 않은 비빈들은 질투와 비난을 서슴지 않았다.

자녕궁.

태후는 소식을 듣고 큰 충격을 받았다.

“뭐라고? 황상이 타협했다고?”

해가 서쪽에서 뜰 일이었다.

황제처럼 강압적인 사람이 여자의 협박에 타협하다니.

계 상궁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마마, 이게 다 황귀비를 위해서가 아니겠습니까. 폐하께서 황귀비를 위해 이렇게까지 하실 줄은 정말 몰랐네요. 황후께서는 운이 좋아서 얻어걸린 겁니다.”

태후의 표정이 묘하게 변했다.

“운이 좋았던 게 아니야. 오히려 황후는 수단과 방법 가리지 않는 영리한 아이였던 거지. 어쩌면 황귀비를 대적하는데는 고상한 사람보다 주변의 시선에 신경 쓰지 않는 황후 같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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