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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Penulis: 일설연우
황제가 오기로 되어 있으니 봉구안은 마지못해 다시 치장을 시작했다. 그런데 연상이 긴장한 탓인지 손을 덜덜 떨고 있었다.

세 번째로 두피에서 통증이 느껴졌을 때, 봉구안은 더는 참지 못하고 싸늘하게 말했다.

“내가 알아서 할 테니 넌 나가 있거라.”

스승님 밑에서 변장술을 익힐 때 단장하는 법도 많이 익혔기에 그녀는 손쉽게 머리를 원래대로 복구했다.

연상은 그녀를 보고 감탄을 금치 못했다.

“마마, 제가 한 것보다 더 예쁘네요.”

그렇게 그들이 황제를 맞을 준비까지 다 마쳤을 때, 밖에서 전갈이 왔다.

“마마, 황귀비마마께서 두통이 재발했다고 하여 폐하께서는 영소전으로 가셨사옵니다.”

연상은 입만 뻐금거리며 말을 잇지 못했다.

하필 황제가 궁으로 복귀하자마자 두통이 재발하다니!

황귀비의 뻔한 수가 엿보였지만 아무도 뭐라 할 수 없었다.

봉구안은 황귀비 얘기가 나오자 죽은 동생 봉장미가 떠올랐다.

‘장미야, 무슨 수를 써서라도 언니가 복수해 줄게!’

싸움에서 이기려면 적을 파악해야 하는 법.

황귀비는 장기간 독보적인 총애를 받아왔으니 신변에 분명 무예가 강한 호위가 지키고 있을 것이다.

경솔하게 움직일 수는 없었다.

한편, 자녕궁.

태후는 염주를 손에 쥐고 더듬으며 화를 삭히고 있었다.

“혼인 첫날밤에 서왕을 신랑 대역으로 세웠다니! 대체 이게 다 무슨 일이더냐! 황상이 이런 황당무계한 일을 벌일 때까지 너희는 대체 뭘 하고 있었느냐!”

궁녀는 고개를 푹 숙이고 대답했다.

“소인은 정말 몰랐사옵니다.”

황제가 유아독존에 제멋대로인 게 하루이틀이 아니고 태후의 말도 그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대로 가다 가는 천하 백성들에게 태후가 자식을 잘못 가르쳤다고 비난 받을 판이었다.

태후는 화가 나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이 상황이 서럽고 무기력함에 빠졌다.

“내 비록 황상의 생모는 아니지만 현명한 군왕으로 가르치려고 노심초사했건만…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을까…”

그 모습을 본 시종들은 태후가 안타깝고 황제가 불효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불 난 집에 기름 붓는 소식이 또 들려왔다.

“태후마마, 폐하께서 궁으로 복귀하시고 바로 영소전으로 가셨사옵니다.”

“황당하군!”

태후는 버럭 화를 내며 탁자를 쳤다.

“그 요사한 것이 오늘 같은 날에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황제를 불러냈단 말이냐!”

태후는 황제의 총애를 등에 없고 안하무인에 오만방자하게 행동하는 황귀비가 거슬리기 짝이 없었다.

봉가의 딸이라 하여 봉장미에게 그래도 기대했는데 이런 상황에도 아무 말 못하고 가만히 있는 걸 보면 무능하고 약해 빠졌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봉장미를 이용해 황귀비를 견제하려던 태후의 바람은 물거품으로 돌아가는 듯했다.

태후뿐이 아니라 다른 비빈들의 생각도 똑같았다.

그 시각 몇몇 친하게 지내는 비빈들은 한곳에 모여 수다를 떨고 있었다.

“혼인 첫날밤에도 폐하의 은총을 받지 못 하다니. 결국 귀비의 손에 놀아나는 꼭두각시 황후가 되겠네요.”

청색 의상을 입은 여인이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했다.

“황후마마도 참 가엾은 분이야. 동하야, 내일 이 옥부채를 마마께 가져다드리거라.”

“예, 마마.”

옆에 있던 여인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우리 중에 영비마마를 가장 닮은 사람이 황귀비니까 총애를 받는 건 당연하지. 황후께서 현명한 분이라면 폐하의 뜻을 거스르지 않을 거야. 하지만 이 일로 소란을 부린다면…”

그 말이 끝나기 바쁘게 시종이 달려와서 소식을 전했다.

“마마님들, 금방 들은 소식인데 황후께서 영소전으로 가셨다고 하옵니다.”

여인들은 서로 시선을 교환하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건 현명하지 못한 방법이야.”

“현명하지 못한 정도가 아니지! 이렇게 참을성이 없어서야 폐하의 미움밖에 더 사곘어?”

“어차피 일이 커져도 폐하께서는 황귀비를 편애하실 건데 황후께서는 왜 굳이 험난한 길을 자초하신 걸까?”

후궁의 비빈들은 현명하고 유능한 황후를 기대했다. 역대 봉가의 황후들처럼 후궁을 잘 다스려 평화가 찾아오고 비빈들이 합심하여 황제의 시중을 드는 그런 태평 성세를 기대한 것이다. 그들은 후궁에 총애를 위한 피바람이 더 이상 불지 않기를 누구보다 바랐다.

그런데 돌아가는 상황을 보니 그들은 헛된 기대를 했다고 생각했다.

황귀비가 그리 대단한 계략을 쓴 것도 아닌데 참을성 없는 황후가 꾀에 넘어갔다고 다들 생각했다.

영소전.

봉구안은 혼례식 때 입었던 예복을 그대로 입고 머리에는 왕관을 쓴 채, 근엄한 자태를 뽐내며 문 앞에 서 있었다.

황귀비의 농간에 신혼밤이 엉망이 된 황후이지만 아무도 그녀에게 동정의 시선을 보내지 않았다. 오히려 싸늘한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볼 뿐이었다.

황제가 신혼방에 버려두고 간 셈이니 정장적인 여자라면 창피해서 얼굴을 못 들고 다닐 텐데 왜 굳이 찾아와서 모욕을 자처하는 것일까?

용소전을 지키는 호위는 그녀가 황제에게 합방을 애원하러 온 줄로 알고 먼저 입을 열었다.

“황후마마, 황귀비마마께서는 지금 안에서 태의의 진료를 받고 계십니다. 치료에 방해되지 않게 아무도 들이지 말라는 폐하의 명이 있었으니 부디 돌아가 주시지요.”

오늘부터 황후의 시중을 들기로 한 최 상궁이 간곡한 말투로 말했다.

“마마, 이러셔도 소용없습니다. 후궁의 모든 일은 황귀비에게 우선권이 돌아갑니다. 이 시간에 폐하를 알현해도 폐하께서는 절대…”

달빛 아래, 봉구안은 싸늘한 눈빛으로 주변을 둘러보고는 담담히 되물었다.

“내가 폐하를 알현하러 왔다고 누가 그랬느냐?”

사람들은 의아한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다들 그럼 여긴 왜 왔냐는 눈빛이었다.

풍경을 보러 온 건 당연히 아닐 테고 황제가 귀비를 얼마나 총애하는지 확인하러 온 걸까?

봉구안이 눈짓하자 연상이 나무 상자 하나를 호위에게 건넸다.

“황귀비의 두통이 재발했다는 소식을 듣고 약을 주려고 왔을 뿐이다. 이건 내 오라버니께서 변방에 나가 계실 때 우연히 얻은 귀한 두통약인데 효과가 아주 좋다고 들었다. 가져가서 황귀비에게 전하거라.”

사람들은 어안이 벙벙해서 멀뚱멀뚱 바라만 보고 있었다.

‘황후가 이렇게까지 아량이 넓은 분이었다고?’

물론 대부분 사람들은 그녀가 일부러 황제의 환심을 사려고 연기한다고 생각했다.

호위는 잠시 주저하다가 안으로 들어가 명을 전했다.

잠시 후, 안에서 나온 태의가 약을 받아 자세히 살펴보더니 감탄을 아끼지 않았다.

“이건 정말 구하기 어려운 귀한 약이로군요!”

태의가 안으로 들어가고 한참 지나서 태감 한 명이 밖으로 나와 공손히 봉구안에게 말했다.

“마마, 황귀비께서는 약을 드시고 많이 좋아지셨습니다. 폐하께서는 마마의 마음을 좋게 사시어 이따가 황후궁으로 드실 테니 밤시중을 준비하라 하셨습니다.”

태감은 황후가 이 소식을 들으면 무척 기뻐할 거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정작 봉구안 본인은 전혀 기쁜 내색이 없었다.

‘남강인들보다 뻔뻔한 황제로군. 밤시중을 무슨 큰 포상처럼 얘기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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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men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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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용자(202432126)
언제나 즐겁고 재미있는 글 올려주시는군요 감사하고요 잘보고있습니다 보고또보고요
goodnovel comment avatar
이호정
2024. 12. 20. AM 11:21
goodnovel comment avatar
노지원
무협드라마를 보는것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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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방울이 사방으로 튕기고 욕조에 잔잔한 물결을 일으켰다.봉구안은 본능적으로 두 손으로 가슴을 가렸다.하지만 그녀의 등 전체가 바깥에 노출된 상태였다.소욱의 냉담한 시선이 그녀의 허리로 향했다.허리에 손바닥 자국이나 멍은 보이지 않았다.아주 깨끗하고 매끄러운 피부가 눈앞에 펼쳐졌다.하지만 소욱의 얼굴을 맴도는 한기는 흩어지지 않았다.봉구안은 손바닥에서 열이 나고 이마에도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혔다.갑작스러운 상황에 그녀는 내력으로 피멍을 흩어지게 했다.하지만 내력 소모가 심해서 점점 몸에서 힘이 빠지고 있었다.폭군은 당연히 그렇게 쉽게 의심을 거두지 않았다.곧이어 그는 손바닥으로 그녀의 허리를 감싸더니 엄지손가락으로 허리에 대고 힘을 주었다.“윽!”봉구안은 갑자기 느껴진 극심한 통증에 저도 모르게 신음을 내뱉었다.뼈가 부러지는 고통이었지만 그녀는 꾹 참고 인내했다.뒤에서 사내가 싸늘한 어조로 물었다.“허리를 다친 것이냐?”그녀는 고개를 저었다.“아닙니다, 폐하. 어찌 그런 질문을 하시옵니까?”“허리가 너무 뻣뻣해서 말이야.”사내의 손은 마치 시험하듯이 그녀의 허리 주변을 지그시 누르며 더듬고 있었다.멀리서 보면 애무하는 것 같지만 사실 그는 언제든 봉구안의 목숨을 취할 수 있었다.봉구안은 상상을 초월하는 인내심을 가지고 있었다.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한지에서 먹을 것도 없이 의지 하나로 살아남은 그녀였다.참군하여 장군이 된 후 쇠갈고리가 어깨를 관통하는 중상을 입었지만 눈물 한번 흘리지 않았던 그녀였다. 오히려 상처를 치료해 주러 달려온 사모가 대성통곡했었다.그랬기에 폭군의 이 정도 시험을 그녀는 충분히 감내할 수 있었다.단지 처음 남자의 손길을 받아서 그런지 간질간질하더니 갑자기 전율이 찾아오면서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하얀 피부는 홍조를 띈 것처럼 분홍빛으로 반짝였다.그녀는 본능적으로 그의 손길을 피했지만 소욱은 그렇게 쉽게 그녀를 놓아주지 않았다.하지만 아무런 성과가 없자 그는 금세 흥미가 식었다.황후는 겉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2화

    황제의 서재.상소문을 읽고 있던 소욱이 흠칫하더니 싸늘한 시선으로 고개를 들었다.“황후가 금인장을 요구한다고?”말을 전하러 온 태감은 저도 모르게 어깨를 움츠리며 답했다.“예, 폐하. 마마께서 이 일로 대전 밖에서 알현을 청하고 있사옵니다.”금인장이 황귀비에게 있다는 건 온 황궁이 아는 사실이었다.황후가 대놓고 금인장을 요구한 건 모순을 크게 만들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았다.태감은 황제가 격노하여 자신에게 불똥이 튈까, 조마조마해서 식은땀을 훔쳤다.소욱의 음침하게 가라앉은 눈빛에서 위험한 기운이 풍기고 있었다.“가서 내 말을 그대로 전하거라. 얌전히 있지 않고 자꾸 소란을 부리면 그 자리를 폐해 버릴 수도 있다고.”“예, 폐하!”황실 서재 밖.봉구안은 여전희 희비를 알 수 없는 평온한 표정을 하고 태감의 전갈을 듣고 있었다.“마마, 이만 돌아가 주시지요. 금인장은 줄곧 황귀비 마마께서 관리하고 계셨습니다. 폐하께서는 절대 그분의 손에서 인장을 회수하지 않을 겁니다.”“황귀비 마마께서 스스로 포기한다면 모를까,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옵니다.”태감의 말을 전해들은 연상은 너무 화가 나서 씩씩거렸다.금인장은 본디 황후가 관리하는 것이고 후궁 대권의 상징인 물건이었다.폭군은 법도를 어기면서 황후의 자리를 두고 넘보지 말라 협박하고 있으니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아마 소욱에게 있어 진짜 황후는 황귀비뿐일지도 모른다.‘이렇게까지 황귀비를 편애하다니! 마마가 무슨 수로 귀비를 꺾는단 말인가!’봉구안 역시 황제의 처사에 불만이었다.법도를 따르지 않으면 기강이 무너지는 건 군영이나 황궁이나 다를 바가 없었다.‘정말 우매하기 짝이 없는 군왕이로군!’“연상아, 이만 돌아가자꾸나.”봉구안이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예, 마마.”연상은 이 걸음을 하는 게 아니었다고 속으로 한탄했다.영소전.황귀비는 기분이 좋은지 간드러진 웃음을 터뜨렸다.“황후가 금인장을 대놓고 요구했다고? 멍청한 건지, 눈치가 없는 건지! 정말 웃기는 여인이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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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폭군의 장군 황후   제923화

    양측 군대가 대치 중인 가운데, 대하 측은 평화 협상을 위해 사신을 선성 근처 유현으로 보냈다.사신은 남제 황제 소욱을 만나, 대하의 평화 의지와 함께 과거 남제와의 화친 및 대하 장공주의 공헌을 강조하며 설득에 나섰다.소욱은 상석에 앉아 차를 마시며 아무 말 없이 그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그가 풍기는 느긋하고도 오만한 태도는 상대를 불편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사신의 말이 끝나자 소욱은 찻잔을 내려놓고 차갑게 시선을 들었다. 그의 날카로운 눈빛은 마치 상대의 내면을 꿰뚫는 듯했다.“평화 협상이라?”사신은 준비해온 국서를 급히 올리며 고개를 숙였다.소욱은 국서를 읽은 뒤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위엄 있는 모습은 보는 이를 압도하며, 상대방의 숨을 멎게 할 만큼 위압적이었다.사신은 고개를 들지 못하고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다. 몇 초 동안의 침묵이 이어지자, 그는 땀을 흘리며 간신히 견뎌야 했다.마침내 소욱이 입을 열었다. 그의 목소리는 냉소적인 비웃음을 담고 있었다.“고작 이 정도로 나를 설득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사신은 식은땀을 흘리며 억지로 미소를 지어 보였다.“폐하, 그 세 개의 성은 비옥한 땅이며…”“허.”소욱은 냉소를 내뱉으며 말을 끊었다.“보아하니 대하는 장병들의 목숨도 가볍게 여기고, 국가의 멸망도 두렵지 않은 모양이군.”“폐하!”사신이 더 말을 잇기도 전에 소욱의 손짓에 따라 사람들이 그를 끌어냈다.“폐하! 대하는 진심으로 평화 협상을 원합니다! 세 개의 성이 부족하다면 네 개를… 네 개를 드리겠습니다!”소욱은 긴 소매를 휘두르며 단호히 외쳤다.“대하가 양보하지 않겠다면 성을 공격하라! 과인 명하노니, 먼저 대하를 쳐라!”……대하.대하 조정에 전해진 전황은 심각했다.“폐하! 남제군이 국경에 집결하여 기세가 꺾이지 않고 있습니다!”황제는 놀란 표정으로 대전으로 향했다.“남제군이 이렇게 빨리 진격했다니! 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신하들 사이에서는 불안감이 퍼졌다.“폐하, 저희 병력 대부

  • 폭군의 장군 황후   제922화

    북연, 승상부.섭정을 맡은 승상은 밤낮으로 고민하며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었다.그때, 군사 보고를 위해 한 관료가 급히 들어왔다. 그의 얼굴엔 불안과 초조함이 역력했다.“승상! 큰일 났습니다! 남제로 보낸 원군이 모두 포위당했고, 살아남은 병사들은 전멸하거나 포로로 잡혔다고 합니다!”승상은 앉아 있다가 놀라며 일어섰다.“선성은? 폐하와 장수들은 무사한가?”“아직 선성 쪽에서 오는 소식이 없습니다…”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또 한 무장이 급히 달려 들어왔다.“승상! 선성에서 큰일이 벌어졌습니다!”승상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이번엔 또 무슨 일인가?무장은 가져온 물건을 내밀며 창백한 얼굴로 말했다.“이것은 남제에서 온 국서입니다. 그들은 이미 선성을 점령했으며, 폐하와 장수들이 돌아오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합니다.”이 말에 승상과 관료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모두들 어쩔 줄 몰라 했다.“도대체 이제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폐하께선 분명 선성이 연합군의 손에 들어갔다고 전하지 않았는가?”“세상 일은 한순간에 바뀌는 법. 어쩌면 이 모든 것이 남제의 계략일지도 모릅니다!”“폐하를 구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나라에 군주가 없어선 안 됩니다!”모두가 승상을 바라보며 그의 지혜로운 판단을 기다렸다.승상은 국서를 열어 차분히 읽은 뒤, 얼굴에 분노를 가득 담고 고개를 들었다.“무도하다! 남제가 우리 북연의 영토 절반을 내놓으라고 요구하다니! 그 대가로 폐하를 무사히 돌려보내겠다고 한다!”“뭐라고요?” 관료들은 경악했다.“영토의 절반이라니, 너무도 과도한 요구입니다!”한 관료가 염려하며 물었다.“승상, 만약 우리가 거절하면 폐하께서 위험에 처하지 않을까요?”승상은 고개를 숙이며 한숨을 내쉬었다.남제가 이렇게까지 협박하는 상황에서 그들이 황제를 무사히 돌려보낼 가능성은 없어 보였다.사실 이 모든 사태는 황제가 자신의 경고를 듣지 않았던 데서 비롯되었다.승상은 이미 황제에게 직접 나서지 말라고 여러 차례 경고했지만, 결국

  • 폭군의 장군 황후   제921화

    남제군은 선성 안팎을 장악하며 저항자는 가차 없이 처단하라는 명령을 받았다.성벽 위에 서 있던 소욱은 적군이 혼란에 빠져 달아나는 모습을 차가운 눈빛으로 내려다보았다.바람에 흩날리는 옷자락 아래, 그의 표정은 한결같이 냉정했다.“모든 부대에 알리거라. 이제 멈추지 말고 이번 기회에 완전히 끝낼 것이다.”“예, 폐하!”밤이 지나고 새벽 햇살이 선성을 비추자, 성 안팎에는 적군의 시체가 여기저기 널려 있었다.연합군의 깃발은 하나둘씩 뽑히고, 그 자리를 남제의 깃발이 대신했다.새벽 햇살 아래 봉구안의 눈은 붉게 물들었고, 그 안에는 차가운 살기가 서려 있었다.남제군은 마치 신의 가호를 받은 듯 강력한 전투력을 과시하며 적을 섬멸했다.이번 전투는 대규모의 전쟁이었다. 양군이 선성 안에서 맞붙은 상황은 드넓은 평야에서의 전투와는 달랐다.성 안의 좁은 지형과 빽빽한 건물들 때문에, 양쪽 모두 많은 무기를 제대로 사용할 수 없었다.남제군은 본래 선성을 수비하던 병력이 대부분이어서, 지형을 완전히 파악하고 있었다.그 결과, 양측의 전력 차이는 뚜렷하게 드러났다.북연군의 가장 강력한 기병 부대는 성 밖에 갇혀 기동성을 잃었고, 북연 황제는 남은 병력을 이끌고 구련산에서 마지막 방어선을 구축했다.수화부 역시 다수의 전사자를 내며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상태였다.그 와중에 누군가 군중 속에서 소리쳤다.“대하국 병사들이 동쪽 성벽으로 달아났다! 우리도 동쪽으로 가자!”하지만 병사들이 간신히 동쪽 성벽에 도착해, 대하국 병사들이 남긴 화살을 따라 성벽을 오르자, 성벽 밖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던 것은 남제군의 화살 세례였다.결국 병사들은 다시 퇴각할 수밖에 없었다.퇴각하는 도중에도 남제군의 추격은 끊임없이 이어졌고, 병사들은 어느 곳으로도 피할 수 없었다.……구련산.북연군은 산 위로 몰려가 마지막 방어선을 구축했지만, 모두가 기진맥진해 있었다.북연 황제는 바위 위에 앉아 쉬고 있었고, 주변에는 쓰러지거나 비쩍 마른 병사들로 가득했다.그들

  • 폭군의 장군 황후   제920화

    봉구안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단춘을 바라보았다.그런 뒤, 말에서 날렵하게 뛰어내려 단숨에 그에게로 달려들었다.그녀의 움직임은 너무도 신속하고 날카로워 단춘은 전혀 대비할 틈이 없었다.봉구안이 사용하던 긴 창은 정말로 ‘길이가 길수록 강하다’는 말처럼 압도적인 힘을 발휘했다.단춘은 그녀에게 다가가 보지도 못하고 연이어 팔을 맞아 칼을 놓칠 뻔했다.하지만 그는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즉시 부하에게 긴 창을 가져오게 한 뒤, 무기를 바꾸자 더욱 능숙하게 움직이며 다시 자신감을 얻었다.그러나 곧이어 창이 ‘쨍’ 하는 소리와 함께 두 조각으로 부러졌다.단춘은 한순간 멍해졌다.설마 이 긴 창이 부러질 줄은 생각도 못했다.‘회임 중이라고 하지 않았던가?’“장군님, 조심하십시오!”갑작스러운 경고에 고개를 들어올린 단춘은 은빛으로 반짝이는 창 끝이 눈앞으로 다가오는 것을 보았다.그는 빠르게 몸을 굴려 겨우 치명타를 피했다.……한편, 북연 황제는 호위병들에게 둘러싸인 채 후퇴하며 병력을 소집하려 고함쳤다.그러나 성 안의 혼란 속에서 그의 목소리는 묻혀버렸다.갑작스러운 야습에 놀란 연합군은 무장할 겨를도 없이 전투에 뛰어들었다.혼란에 빠진 병사들 중 일부는 공포에 질려 소리쳤다.“음병이다! 움직이지 마라! 음병이 나타났다!”다른 일부 병사들이 또 외쳤다.“진영이 무너졌다! 그만 싸워라! 우리는 같은 편이다!”그렇게 전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병사들은 방향을 잃고 갈팡질팡하며 혼란 속에서 휘말렸다.단춘은 병사들의 엄호 속에 가까스로 봉구안으로부터 벗어났다.그는 급한 나머지 높은 곳으로 올라가 대하국 군기를 높이 들며 외쳤다.“대하국 병사들은 모두 나에게로 오라! 활을 준비하고 진형을 갖추어라!”그러나 부장이 급히 부상을 입은 팔을 붙잡고 나타나 말했다.“장군님, 공간이 너무 좁아서 활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단춘은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지만 적군의 기습 앞에서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더 늦기 전에 반격하지 않으면 모든

  • 폭군의 장군 황후   제919화

    막사를 열고 들어온 황제의 키 큰 실루엣은 위엄과 당당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봉구안은 소욱이 이렇게 빨리 선성에 도착한 것을 보고 다소 놀란 기색이었다.‘어떻게 이렇게 빨리 선성까지 온 거지?’소욱은 갑옷도 벗지 않은 채 성큼성큼 다가와 아직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 그녀를 단숨에 끌어안았다.“왜, 나를 못 알아보겠느냐?”봉구안은 정신을 차리고 팔을 들어 그를 부드럽게 끌어안았다.“폐하께서 친히 군을 이끄셨다… 고생 많으셨습니다.”소욱은 그녀를 꽉 끌어안으며 턱을 그녀의 어깨에 얹고 가볍게 문지르며 말했다.“너를 보니 수고로움도 잊게 되는구나. 오늘 밤, 저들을 공격하려는 것이냐?”그리움은 나중에 다시 이야기해도 될 터. 지금은 적을 물리치는 것이 우선이었다.봉구안은 표정을 단단히 가다듬고 대답했다.“예, 이제 때가 왔습니다.”원래 계획은 봉구안이 병력을 이끌고 선성의 적군을 고립시키고, 외부와의 모든 연락을 차단하여 적국이 원군을 파견하도록 유도하는 것이었다. 그 후 소욱 황제와 스승이 ‘거미줄’ 기계 장치를 활용해 적의 원군을 소멸시키고, 이어 선성 내의 적군을 몰살하는 계획이었다.그렇게 되면 적군은 식량 부족과 내부 갈등, 공포로 인해 기세를 잃게 될 터였다.이런 방식으로 남제는 적은 병력으로도 큰 효과를 낼 수 있었다.봉구안은 그날 밤의 공성 계획을 황제에게 설명하였다.소욱은 그녀의 여윈 얼굴을 보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그는 그녀의 손을 살며시 잡으며 말했다.“알겠다. 먼저 좀 쉬는 게 좋겠구나. 군사 업무는 내가 맡으마. 밤에 적을 치려면 너도 푹 쉬어야 하지 않겠느냐.”소욱이 나타나자 봉구안은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하지만 ‘쉰다’는 건 그녀로선 불가능한 일이었다.더구나 소욱과 비교하자면 그녀는 몇 달간 큰 고생도 아니었다.“지금은 기세를 몰아가는 것이 최선입니다.”소욱은 그녀의 고집스러운 성격을 알기에 더는 말리지 않았다.그저 한마디 덧붙였다.“밤에 공성을 시작할 때, 반드시 조심해야 한다. 알겠느냐?

  • 폭군의 장군 황후   제918화

    봉구안은 적군을 밑으로 내리차고 손에 들고 있던 물건을 땅굴로 던졌다.옆에 있던 은이는 재빨리 반응해 구멍을 방패로 막았다.곧이어 땅굴 안에서 고함소리가 들려왔다.땅굴 안.북연 황제는 호위병들에게 둘러싸인 채 전진하던 중, 전방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리자 불길한 예감을 느꼈다."무슨 일이냐!"곧 누군가 소리쳤다."장수말벌이다! 장수말벌이 나타났다! 모두 도망쳐라!"‘장수말벌?’‘어디서 장수말벌이 나타났단 말인가!’황제는 생각할 틈도 없이 호위병들에게 둘러싸인 채 후퇴를 했다.비좁은 땅굴 속에서 후방 병사들은 탈출하려고 앞으로 밀치고, 앞쪽 병사들은 장수말벌을 피해 후방으로 되돌아오며 두 무리가 엉켜 서로 밀치고 싸웠다.결국 병사들은 장수말벌에 쏘여 온몸이 붓고 고통 속에 비명을 질렀다.다시 선성으로 돌아왔을 때, 병사들의 모습은 완전히 엉망이었다.북연 황제는 호위병들의 보호로 장수말벌의 공격은 피했지만, 여전히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대체 어디서 장수말벌이 나온 거냐!"한 병사가 대답했다."폐하, 남제군입니다! 그들이 땅굴을 발견하고 저희를 막았습니다!"단춘은 얼굴 곳곳에 벌에 쏘인 자국이 생겨 눈꺼풀까지 부어올랐다.그는 분노를 참으며 얼굴이 검게 변해갔다."남제 놈들이 어떻게 땅굴의 존재를 알았단 말인가! 분명 적의 간첩이 있는 거겠지!"북연 황제도 단춘의 생각에 동의하며 소리쳤다."그 밀정을 찾아내라! 가죽을 벗겨버리겠다!"하지만 밀정을 찾지 못한 사이, 연합군의 군량은 거의 바닥이 났고, 병사들은 생존을 위해 눈빛이 날카로워졌다.거기에 밤마다 음병의 괴롭힘까지 더해져, 병사들은 하루하루가 지옥 같았다.……선성 밖.맑은 하늘 아래, 남제군이 둘러앉아 고기를 굽고 있었다.고기 냄새가 사방으로 퍼지면서, 선성 안 병사들까지도 그 냄새를 맡고 침을 삼켰다.주막 안.봉구안은 몇몇 장수들과 전략 회의를 하고 있었다.그때 은삼이 들어와 공손히 말했다."황후마마, 진나라가 항복을 요청했습니다."봉구안은 고개를 들

  • 폭군의 장군 황후   제917화

    남강 왕궁.서왕은 상객으로 예우받았다.남강왕은 술잔을 들며 거창하게 말했다.“내가 짐작했지. 남제는 큰 책략을 가지고 있다.”“서왕, 남제가 요즘 기세가 대단하군. 한 달 남짓 만에 적국의 원군 십여만을 섬멸했다니, 정말 감탄스럽구나.”“이렇게 가면 곧 적군을 완전히 몰아낼 수 있을 것이다!”서왕은 자만하지 않고, 차분히 말했다.“남제가 적군을 이길 수 있었던 건 전원이 한마음으로 뭉쳤기 때문입니다.”“아직 전세가 안정되지 않았으니, 방심해서는 안 됩니다.”남강왕과 아래에 앉은 신하가 눈빛을 주고받았다.이윽고, 그 신하가 일어서며 말했다.“서왕 전하, 귀국이 승전가를 이어가며 구름을 걷어내고 푸른 하늘을 보여주고 있습니다.”“남강 외곽의 수화부 연합군도 물러갔으니, 이제 남강을 귀국의 주둔군이 지킬 필요는 없지 않겠습니까?”서왕의 눈빛이 약간 변했다.이것이 바로 남강 군신들의 진짜 속셈은 남제 군대를 남강에서 철수시키고 싶어 하는 것이었다.서왕은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그렇다면, 내일 제가 병력을 데리고 떠나겠습니다.”애초에 떠날 생각이었다.남강에 주둔했던 것은 남강을 지원하고, 수화부를 막으며, 남제를 수호하기 위해서였다.수화부 연합군이 이미 물러났으니, 황상과 황후의 계획에 따라 그는 확실히 귀국해야 했고, 5만 군사를 이끌고 동방을 증원해 조유관을 지킬 때였다.남강왕은 무척 만족한 듯 술잔을 들어 함께 건배했다.“남제와 남강은 형제의 맹약을 맺은 사이. 서왕, 이 잔을 비우며 남제가 이 난관을 넘기고 대승을 거두길 기원하자구나!”서왕은 술을 한 모금 마시며 평온한 표정을 지었다.왕좌에 앉은 남강왕은 남몰래 서왕을 냉랭한 눈빛으로 쳐다보았다.남제는 심모원려한 나라였다. 전쟁도 허실을 섞어 대하기 어려웠다.작은 실수가 큰 화를 불러올 수 있기에, 남강은 항상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었다.수화부 연합군이 물러났으니, 남강에 남제 주둔군은 더 이상 필요 없었다.남강 땅에 남제 군사 한 명도 남길 수 없었다!

  • 폭군의 장군 황후   제916화

    3월이 되어 날씨가 따뜻해지고 꽃들이 만개했다.각국의 원군이 남제 땅으로 들어오자 소욱이 이끄는 남제 군대가 그들을 포위 공격했다.'거미줄'은 아래에 있고 사람은 위에 있으니, 적들은 그 전술을 막아낼 방법이 없었다.각국 장병들은 이런 전투 방식을 본 적이 없었다. 기습적으로 나타나는 함정과 계략이 그들을 괴롭혔고, 남제군의 움직임은 신출귀몰했다.'병귀신속'이란 말 그대로, 소욱은 직접 전장에 나가 결단력 있고 단호한 명령을 내렸다.한편, 선성에서는 연합군이 본국의 추가 지원군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다.그들은 3개월째 고립되어 있었고, 식량은 점점 바닥났다. 더는 병사들을 먹여 살릴 수 없었다.이대로 가면 설령 선성의 보물을 찾아도 살아서 누릴 수 없을 터였다.그간 계속해서 성문 자물쇠를 열어보려 했지만, 50만이 넘는 병사들 중 그 자물쇠를 풀 수 있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단춘은 병사들을 이끌고 도끼와 대검을 들고 성문을 부수려 했지만, 철벽 같은 그 방어 장치는 칼도 창도 통하지 않았다.주국공부.북연 황제는 눈앞의 음식을 보고 젓가락을 세게 내려놨다.탁!그는 곧 질책하듯 물었다.“이게 전부냐? 고기는 어디 갔느냐!”호위병이 답했다.“폐하, 군량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황제가 호위병들을 훑어보니 그들 모두 예전보다 훨씬 수척해 보였다.이대로 가다간 남제군이 공격해 오기도 전에 굶어 죽을 판이었다.황제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탁자를 뒤엎었다.“쾅!”“오늘 밤, 야습해서 탈출한다!”이대로 더 기다릴 수는 없었다.성문으로 나갈 수 없었기에, 그들은 운제와 벽에 매단 밧줄을 이용해 성벽을 넘어가야 했다.그날 밤, 북연군은 북쪽 성문을 통해 탈출하려 했다.밤하늘 아래, 모두가 조심스레 움직이며 성 밖의 남제군이 눈치채지 않기를 바랐다.운제를 설치한 뒤, 병사들은 운제를 타고 성벽으로 올라갔다.그 후 밧줄을 붙잡고 성벽 아래로 내려갔다.하지만, 내려가는 도중 갑자기 화광이 비춰왔다.밝은 불빛이 그들을 드러내며

  • 폭군의 장군 황후   제915화

    대하국의 지원군은 초조함에 휩싸였다.곰곰이 생각해 보니, 아무리 옥석비가 있다지만, 겨우 소수 병력만 이끌고 있는 남제 황제가 그들의 10만 대군과 싸우려 하다니, 너무나 오만한 처사가 아닌가 싶었다.그러나 곧 이어진 광경은 그들에게 평생 잊을 수 없는 충격을 안겨주었다.땅이 갑자기 들썩이며 사방에서 수천의 병사가 솟아나 그들을 포위해 버렸다.대하국 선봉 지휘관은 망연자실했고, 후방 병사들은 무기를 움켜쥔 채 외쳤다.“장군님, 매복입니다!”소욱의 눈은 서늘하게 얼어붙어, 차갑기만 했다.“항복하는 자는 살려줄 것이다.”대하국 병사들은 전투용 쇠뇌를 준비하며 진영을 구축했고, 선봉 장수는 큰 소리로 외쳤다.“죽음을 각오하고 싸운다! 남제군을 모두 쓸어 버려라!”소욱의 얼굴은 차가운 기운으로 가득했고, 그는 손을 한 번 휘저었다. 그러자 멀리서 준비를 마친 궁수들이 일제히 화살을 쏘아올렸다.같은 시각, 북부에서는 북연의 10만 대군이 남제군의 기습을 받았다.맹건은 북방군을 이끌고 어디선가 나타났고, 그의 옆에는 옥석비가 자리 잡고 있었다.북연 병사들은 맹건을 알아보고 크게 놀랐다.“북방군은 이미 궤멸된 게 아니었나? 어째서 여기에 나타난 거지?”맹건은 흙 언덕 위에 서서 강렬한 눈빛과 함께 살기를 뿜어냈다.남제를 공격하는 여러 나라들이 한창 공세를 펼칠 때, 그는 이미 황제와 봉구안으로부터 비밀 지령을 받아두고 있었다.처음에는 북방을 포기하라는 명령이 너무 터무니없이 들렸지만, 곧 남제가 이미 ‘거미줄’로 불리는 비밀 통로를 구축해 놓았음을 알게 되었다.북방군은 패한 척하며 은밀히 거미줄 통로 속에서 숨었고, 그동안 백성들을 대피시키며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이제야말로 반격의 때가 온 것이다.맹건은 장검을 뽑아 하늘을 가리키며 외쳤다.“선조의 옥석비가 우리를 지키고 있다! 남제의 국토를 침범한 자들은 모두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다!”갇혀 있던 늑대처럼 전의를 불태우던 북방군은 순식간에 몰려들어 포효했다.“돌격하라!”북연의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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