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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소리를 들은 연상은 바로 내전으로 달려왔다.

“마마, 무슨 일이시옵니까...”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침상에서 싸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가!”

사내의 목소리에 연상은 크게 당황하며 사람을 부르려 하였다.

이때, 안으로 달려온 태감이 급급히 그녀의 입을 틀어막으며 낮은 소리로 호통쳤다.

“멍청한 것, 폐하가 안에 계신데 이 무슨 소란이더냐!”

연상의 두 눈이 휘둥그레 떠졌다.

‘폐하? 사람을 죽이면서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던 그 폭군?’

침실 안.

사내는 한손으로 봉구안의 어깨를 잡고 다른 한손으로는 비수를 잡은 그녀의 손목을 꽉 움켜쥔 채, 시선을 내리깔고 잡아먹을 것 같은 표정으로 봉구안을 내려다보았다.

봉구안은 상대를 던져버리려다가 황제라는 것을 깨닫고 반항을 멈추었다.

주변이 어두워서 그녀는 사내의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없었다.

하지만 그에게서 진동하는 살기는 진짜였다.

“황후, 해명이 필요하지 않겠느냐?”

낮게 깔린 그의 목소리에서는 진한 살기가 진동하고 있었다.

평범한 여자였다면 지레 겁을 먹고 우물쭈물했겠지만 봉구안는 숨소리조차 흐트러지지 않고 태연히 답했다.

“그 일이 있은 후로 살기 위해 비수를 항상 가까운 곳에 두었습니다. 일부러 폐하께 무례를 범하려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녀는 봉장미가 아니었기에 동생의 나긋나긋하고 온화한 말투까지는 모방할 수 없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시종일관 딱딱했다.

마치 자신의 부군이 아니라 아무 상관도 없는 타인에게 상황을 설명하는 것 같은 말투였다.

설명을 들은 사내는 크게 코웃음치고는 그녀의 손에서 비수를 빼앗고 몸을 일으켰다.

봉구안은 어슴푸레한 달빛을 빌어 용포를 풀어헤친 사내의 모습을 조용히 관찰했다.

그는 장난감을 손에 쥔 것처럼 비수를 요리조리 돌리며 관찰했다.

침실 안에 삭막한 정적이 흐르고 있었다.

봉구안은 몸을 일으키고 사내와 일정거리를 유지한 뒤에 사내의 동향을 주시했다.

이때, 사내는 갑자기 몸을 비틀더니 손에 들고 있던 비수를 그녀의 목에 가져다댔다.

봉구안은 피하지도, 거부하지도 않고 담담히 그와 시선을 마주했다.

“짐이 가장 많이 죽인 부류가 어떤 부류인 줄 아느냐? 바로 자기가 똑똑하다고 여기는 건방진 녀석들이었지.”

봉구안이 답했다.

“폐하가 그리 하셨을 때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죽일만해서 죽인 거겠지요.”

“하!”

그 말이 끝나기 바쁘게 사내는 갑자기 섬뜩한 웃음을 터뜨렸다.

곧이어 그는 상체를 앞으로 기울이고 한손으로 봉구안의 목덜미를 움켜쥐었다.

그리고 강압적인 눈빛으로 그녀를 노려보며 물었다.

“그렇다면 짐이 황후를 죽여야 할까? 그러지 말아야 할까?”

그는 마치 다 잡은 먹잇감을 가지고 노는 것처럼 일부러 말끝을 길게 늘어뜨렸다.

아무리 봉구안이라고 해도 그에게서 느껴지는 진한 살기에 숨이 턱턱 막혀왔다.

“신첩의 목숨은 폐하의 것이지 신첩이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내 그 결정권을 너에게 주지!”

사내는 아무런 감정이 담기지 않은 싸늘한 목소리로 그녀를 압박했다.

“그렇다면 신첩은 죽이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봉구안은 솔직히 답했다.

“왜지?”

사내는 음침한 목소리로 물었다.

“짐이 알기로 황후는 혼전에 불행하게도 납치를 당하여 결백을 잃었다고 들었다.”

봉구안은 당황하지 않고 답했다.

“소문은 소문일 뿐입니다. 신첩이 결백의 몸인지 아닌지는 폐하께서 검사해 보시면 밝혀지겠지요.”

“좋아. 검사는 당연히 해야겠지.”

그 말을 끝으로 사내는 그녀를 밀쳐 침대에 쓰러뜨렸다.

폭군은 전혀 여자라고 해서 힘을 빼지 않았다.

봉구안은 지금 이런 일을 당하고 있는 사람이 봉장미가 아닌 자신이라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곧이어 딱딱한 것이 그녀의 아랫배에 닿았다.

사내는 그녀의 손에 싸늘한 무언가를 쥐여주었다.

그것은 칼자루였다.

귓가에 악마 같은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짐은 더러운 건 싫으니 황후, 네가 친히 증명해 보거라.”

봉구안은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꼈다.

폭군인 줄 알았지만 이 정도로 인성이 고약한 인간이었을 줄이야!

그녀는 장미가 이런 일을 당하지 않아 다행이라며 다시 한번 자신을 위로했다.

분노에 손을 덜덜 떨고 있는데 악마가 다시 귓가에 속삭였다.

“황후, 계속 꾸물거리면 밖에 있는 사람을 부르겠다.”

봉구안은 치욕을 꾹꾹 눌러 참으며 천천히 옷섶을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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